생활얘기2022. 10. 20. 06:26

모처럼 화창한 가을 날씨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40킬로미터 떨어진 캐르나베를 다녀오자고 한다.

화창함을 시기라도 하는 듯 먹구름이 비를 군데군데 뿌린다.

빌뉴스 중심에서 캐르나베 가는 길에 영상에 담아본다.

 

 

캐르나베는 선사시대 거주지 유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마치 고분처럼 생긴 언덕이 그 옛날 거주지를 묵묵히 말해주고 있다.

고대인 거주지 흔적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친척이 집으로 점심 식사에 초대한다.

또한 뜰에 사과가 많으니 사과도 많이 가져가라고 한다.

매일 아침 빈 속에 사과 한 개를 먹는 내가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ㅎㅎㅎ

 

이날 캐르나네 유적지 들어가기 전 어느 집 정원에서 

본 사과나무다. 사과가 주렁주렁~~~

 

사진 찍고 싶은 마음보다 따 먹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선다. ㅎㅎㅎ

 

캐르나베 유적지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아무도 사과를 따가지 않으니 그냥 풀밭에 사과가 숙성되고 있다.

알코올 냄새가 진동한다.

 

빌뉴스 교외에 있는 친척에 도착하자마자 사과나무부터 확인한다.

사과나무 여러 그루에 사과가 거의 달려 있지가 않다.

무슨 사과를 준다기에.... 실망감이 갑자기 밀려온다.

 

감자요리로 점심을 먹고 해가 질 무렵 집으로 갈 시간이다.

준다는 사과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떠나기 직전에 친척이 봉지를 들고 뜰안으로 나선다.

딸 사과가 없는데 어디에서 사과를?!

 

사과나무 가까이에 가니 사과나무 밑에 수북이 사과가 떨어져 있다.

땅에 부딪혀 상처를 입은 사과가 대부분이다.

 

"아니, 이런 사과를!!!"를 아내에게 말한다.

"사과는 따는 것이 아니라 줍는 거야"라고 아내가 답한다.

"떨어진 사과가 더 달고 깨물기가 더 수월하지"라고 친척이 거든다.

 

이날 얻은 사과다. 

상처와 얼룩 투성이지만 맛은 좋다!!!!

 

이렇게 여기 유럽 사람들은

오래 보관해 먹을 사과는 나뭇가지에서 따지만 

그날그날 먹을 사과는 따지 않고 떨어진 것을 주워서 먹는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1. 11. 05:23

인구가 280만명인 리투아니아는 최근 들어 매일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수가 천 명이 넘고 있다. 10월 하순 2주간 임시 방학을 거쳐 이제는 11월 29일까지 학교가 폐쇄되었다. 하지만 1대1로 진행되는 수업은 이번 주부터 비대면이 아니라 학교에서 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음악학교 피아노 수업 등이다.

대면수업이 있기 전이라 지난 주말에 지방에 있는 처가를 다녀왔다. 처가집 텃밭에는 11월인데도 풍성하지는 않지만 상추, 파, 미나리 등이 또 다시 자라고 있었다. 바로 포근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과나무에 제법 적지 않은 사과가 달려있었다. 나무타기를 잘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사과나무로 올라가봤다. 


그런데 사과 하나가 정말 엄청나게 크다. 이 사과 종류는 흔히 겨울사과로 불린다. 주로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수확하기 때문이다. 정식 이름은 안토노프카(anonovka)이고 원산지는 러시아다. 폴란드, 벨라루스, 발트 3국 등에서 인기가 있다. 신맛이 아주 강하다. 당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주로 사과 파이를 만들 때 사용한다. 또한 사과가 단단해서 얼핏보면 여기서는 자라지 않는 모과와 많이 닮았다. 익기 전에는 사과가 매우 시고 단단해서 거의 먹을 수 없다. 그런데 다 익은 사과는 나름대로 맛이 있고 또한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얼마나 큰 사과일까? 초유스 주먹의 두 배다.


무게를 재어보니 무려 사과 하나가 482그램이다.


유럽에서 나오는 사과를 먹어본 한국 관광객들로부터 "사과도 한국 사과가 최고, 배도 한국 배가 최고!"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사과의 종류는 전세계적으로 7500개 이상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므로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최고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래는 리투아니아 슈파마켓 사과 판매대다. 여러 종류가 있어 어느 사과를 사야할지 망설여진다. 요즘 사과 1kg 가격은 한국돈으로 700원-2500원 정도다.  


이곳에서는 아직 부사 사과는 보지 못했다. 부사의 달콤한 맛과 바삭바삭한 식감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맞는 차선의 사과로 어느 것이 있을까?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껏 유럽에서 먹어본 사과 중 한국에서 먹어본 부사에 가장 근접한 맛을 내는 사과는 조나골드(jonagold, 요나골드)라 생각한다. 조나골드는 1942년 미국 뉴욕에서 만든 품종이지만 유럽에서도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다.        


대체로 사과 크기가 크고 껍질이 얇다. 육즙이 많고 신맛과 단맛이 적절하다. 그야말로 씹으면서 새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유럽 슈파마겟 사과판매대에서 무슨 사과를 사야할까를 망설이는 사람에게 이 조나골드를 권한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 11. 29. 05:40

11월 초순과 중순에 한국을 방문해서 참으로 오랜만에 한국의 가을 단풍을 즐겼다. 단풍의 대명사 중 하나인 은행나무 잎이다. 대구 팔공산 입구 봉무동에서 만난 은행나무 두 그루다. 한 나무는 벌써 잎이 다 떨어져 바닥에 노란 물감을 칠했고, 다른 한 나무는 노랗게 물든 잎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날씨가 포근하니까 제철을 잊어버린 개나리가 꽃을 피워 춘추의 공존을 보여 주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만난 단풍나무다. 녹색에서 노랑색을 거쳐 빨강색까지 이어지는 그라데이션 효과가 정말 일품이다.


수원 화성에서 만난 단풍나무다. 


전북 익산 원불교 총부에서 만난 위로 쭉 뻗은 단풍나무다.


내장사에서 입구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단풍나무다.


충남 서천 해변에서 멀리 않는 곳에서 만난 새빨강색 단풍나무다. 가까이 가서 보니 열매가 보인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열매를 내가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로 가져가 심어 보면 어떨까... 그래서 시과(평평한 섬유질의 날개가 달린 열매) 네 개를 따왔다.


리투아니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일단 화분에 네 개를 심어 거실에 놓아 두고 있다.

 
과연 저 흙 속에서 단풍나무 싹이 틀까... 자라준다면 한국의 단풍나무 단풍잎을 리투아니아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되리라...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 10. 13. 04:45

이곳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발트 3국에서 
흔히 보고 먹을 수 있는 가을 과일 중 하나가 바로 사과다.
도심이나 시골 정원에는 붉은색이나 황금색 사과가 그야말로 천지빼까리다.


이곳 사람들은 땅에 떨어진 사과를 먼저 주워서 먹는다.

익은 사과가 땅에 떨어지고, 떨어진 사과가 좀 더 부드럽고 달다.    

계속 놓아두면 발효되어 썩기 때문이다.
사과나무 밑에는 이렇게 수없이 떨어진 사과로 가득하다.
아주 발효된 사과를 먹고 비틀거리는 조류나 짐승을 종종 마주치곤 한다. 
 


아래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노르웨이의 어느 집 담장이다. 
원하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주인이 사과를 봉지에 담아 울타리에 쭉 걸어놓았다. 

* 사진출처: facebook.com


아래는 폴란드 인도와 울타리 사이에 

"공짜 사과" 손글씨를 써서 

주인이 챔피온 사과를 상자 가득 담아놓았다.


* 사진출처: wiocha.pl


아래는 영국 스코트랜드 에딘버러 주택의 현관문 계단이다.

황금색 사과를 바구니에 가득 담아

"마음껏 드세요"라는 안내문을 남겨놓았다.


* 사진출처: https://deskgram.net/p/1885805784560663612_6446898085


풍성한 사과...

허리를 굽혀서 주워 담느라 힘들겠지만

이웃이나 행인들과 이 가을 수확을 함께 나누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곱게 물들어가는 저 단풍처럼 아름다운 정취가 절로 느껴진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 9. 19. 03:16

요즈음 발트 3국 뜰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사과가 가을 운치를 더해 준다. 마치 한국의 뜰에 빨갛게 익어가는 감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사과나무는 자라는 대로 그래로 놓아둔다. 그래서 높이 자란 나무에서 사과 따기가 쉽지는 않다. 장모님 텃밭에 가니 도구가 하나 있었다. 페트병 밑바닥을 잘라내고 긴 막대기에 이를 묶었다.



간단한 도구였지만, 유용했다. 나무 가지를 흔들지 않아도 되고, 위험을 무릅쓰면서 나무에 올라가지 않아도 되었다.



파아란 하늘 아래
따사한 햇살
노랗게 물들어 가는 잎 
붉게 익어가는 사과...
따서 한 입 베어 먹으니 사과의 단물이 입안에 가득 찬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6. 1. 19. 07:02

빌뉴스 구시가지에 지난 늦가을부터 관심을 끄는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다. 사과나무 잎이 다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이 거리를 지나갈 때 저 사과는 언제까지 저렇게 버티고 있을까 궁금해 사과나무가 있는 정원에 들어가본 했다. 


그 동안 영하 20도 내외의 날씨가 10여일간 지속되었고, 눈까지 내렸다. 어제부터 평년의 겨울 날씨로 돌아와 모처럼 구시가지로 산책을 나갔다. 혹시는 사과가 혹한과 눈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먼저 그 거리로 향했다. 


지난 12월 중순에 본 그대로 사과나무에는 사과가 달려있었다. 달라진 것은 혹한의 날씨에 어쩔 수 없이 동상에 걸린 모습이다.



잠시 후 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사과를 쪼아먹기 시작했다. 


'아, 겨울철 혹한에 새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사과나무가 자신의 열매를 지금까지 그대로 지키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주민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우리 정원에 있는 저 사과는 맛이 없어 따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다. 매년 겨울에도 저렇게 떨어지지 않고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도 자아내고, 또한 새들의 밥이 되기도 한다."



맛이 없으니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열매를 온전히 지키다가 
혹한의 겨울에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과나무... 무언의 가르침을 주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1. 17. 08:12

이맘때가 되면 제일 먹고 싶은 과일 중 하나가 단감이나 홍시이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 뒷밭에는 다양한 종류의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장대를 들고 뒷밭 감나무에 가서 홍시를 찾아내 맛있게 먹곤 했다. 

아쉽게도 지금 살고 있는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감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대형상점 과일 판매대에서 감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감은 단감이다. 대부분 스페인산이다. 초기에는 가격이 비싸서 선뜻 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많이 쏟아져 나와 값이 떨어질 경우에는 자주 사서 먹는다. 다행히 딸아이도 단감을 아주 좋아한다.

* 스페인산 단감


"너는 왜 단감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간단하지."
"뭔데?"
"내가 아빠 딸이잖아. 아빠가 좋아하는 과일은 나도 좋아한다."
"그래 좋은 것만 아빠 닮아라. ㅎㅎㅎ"

단감이라고 하지만 막상 사서 먹어보면 떫은 맛이 있는 단감도 더러 있다. 일전에 맛있게 생긴 단감을 여러 개 사왔다. 딸아이가 한번 깨물어 보더니 이내 퇴퇴하면서 뱉어냈다.     

* 스페인산 단감,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홍시로 먹어야겠다


"왜?"
"감이 안 달아. 이런 감 못 먹어."

주말이다. 아내와 딸아이는 지방 도시에 사시는 장모님을 방문하러 떠났다. 아무리 가격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경제권을 잡고 있는 아내는 "비싼 수입품 단감보다는 지금은 신토불이 리투아니아 사과를 많이 먹을 때야!"라면서 단감을 많이 사는 것에 분명히 반대할 것이다.


혼자니 마음대로다. 아내가 떠난 후 대형상점으로 직행했다. 단감을 양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샀다. 스페인 단감을 홍시로 만들 생각이었다. 홍시로 만들어 놓으면 떫은 맛이 달콤한 맛으로 변하기 때문에 딸아이가 맛있게 먹을 것이다. 영수증을 보니 5킬로그램이었다.   

* 스페인산 단감 현재 시각 가격은 킬로그램당 4천원

단감은 값이 얼마일까?
단감은 킬로그램당 7.99리타스 + 부가가치세 21%이다. 이날 구입한 5킬로그램 단감 가격은 50리타스다. 한국돈으로 20,000원(킬로그램당 4천원)이다. 

*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재배된 단감
      
Persimon Bouque는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 지방에서 재배되는 단감이다.

"단감 홍시 만들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관련글: 제철 대봉감, 빠르게 홍시 만드는 법]를 얻었다. 스티로폼 상자에 단감을 넣고, 그 사이에 사과를 쪼개서 놓았다. 사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가스가 식물의 노화와 부패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 스페인산 단감과 사과를 스티로폼 상자에 담았다 

단감을 담은 상자를 거실 한 구석에 놓았다. 일요일 집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할 것이다. 1주일 후 열어보면 정말 단감이 홍시가 되어 있을까?! 말랑말랑 달콤한 홍시에 딸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 거실 구석에 놓아둔 상자

이번에 성공한다면 상자 가득히 홍시를 만들어 냉동실에도 넣어 놓아야겠다. 얼린 홍시가 별미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단감을 많이 사는 것에 찬성할 듯하다.

'단감아, 홍시 돼라'

* 단감 홍시 만들기 후기: 스페인 단감 10일 후 달콤한 홍시로 변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4. 29. 15:06

세월호가 물에 가라앉은 후 벌써 14일 지나가고 있다. 수심 수백미터가 아니라 20미터이다. 


탑승 476명
탈출 174명
실종 114명
사망 188명

전국민이 애도하는 가운데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앉아서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표했다. 
초동대응에 미숙과 혼란 등으로 빚은 엄청난 사고에 국가에 대한 자괴감마저 느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모습에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방송이 떠오른다.


하루 빨리 세월호 수습이 이루어지길 빈다. 리투아니아를 관할하는 폴란드 한국 대사관에서도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 기간 : 2014년 4월 29일부터(종료기간은 미정) 
시간 : 09:00-16:00 
- 장소 : 대사관(주소 : Szwolezerow 6, 00-464 Warsaw) 1층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4. 07:15

가을이다. 주말 날씨가 영상 12도라 가족과 함께 어딘가로 가고자 했다. 마침 빌뉴스 교외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친척으로부터 초대 전화가 왔다. 나가려고 하는 찰나라서 반갑게 초대에 응했다.

친척집에 도착해서 먼저 인사하고 정원을 둘러보았다. 잔디밭에 사과가 왕창 떨어져 있었다. 혹시 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아까운 사과를 땅에 떨어지게 하다니......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가을 과일의 대명사는 단연 사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먹어본 사과는 그렇게 맛이 없었다. 여기서 사과를 먹을 때에는 한국에서 먹던 부사(후지) 사과의 맛이 떠오른다. 그 달콤한 맛과 입안에서 씹으면서 들리는 바삭바삭한 소리를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떨어진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바람에 못 이겨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벌레가 먹어서 일찍 떨어진 듯해서이다. 또한 떨어질 때 다친 상처 부위가 썩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친척집 떨어진 사과를 살펴보니 잔디 덕분에 상처가 나 있지 않았다. 혹시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떨어진 사과 두 개를 주워서 거실로 가져왔다.

한 입 꺼물어보니 맛이 장난이 아니였다. 아내와 딸에게도 맛을 보도록 하니 자꾸 달라고 했다. 특히 딸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라면서 감탄했다. 정작 내가 먹을 양이 부족했다. 

'먹을 것이라면 진작 나무에서 친척이 따 먹었을 거야'라고 내 행위를 합리화하면서 염치 불구하고 다시 정원으로 나가 사과를 주워왔다.

한 마디로 이 사과 맛은 한국 부사 맛이다. 
리투아니아에도 이렇게 맛있는 사과가 있다니!!!  


그 동안 한국 손님들에게 리투아니아 사과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맛이 없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 이 주장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이 사과의 품종을 물어보니 답은 챔피언(champion)이다[한 독자는 생김새가 사과 품종 양광 같다고 한다]. 언젠가 텃밭이나 주택이 있으면 이 사과 품종을 꼭 심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8. 28. 05:21

발트 3국에서 자라는 가장 흔한 과일나무 중 하나를 말하라면 단연 사과나무이다. 요즘 사과가 한창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기 사람들은 사과나무를 전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과나무는 아주 높이 자란다. 정원이나 텃밭에 있는 사과나무를 보면 저렇게 높은 곳에 있는 사과를 어떻게 딸까 궁금하다. 물론 사다리가 있다.  


그런데 쉽게 이런 의문이 풀렸다. 최근 에스토니아인 친구가 자신의 정원에서 자라는 사과나무를 가르키면서 명쾌한 답을 주었다.  

"사과는 따는 것이 아니라 줍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 후 풀을 헤치면서 떨어진 사과를 주어담았다. 그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이렇게 주운 사과를 집에서 먹기도 하고, 바구니에 담아 직장으로 가져가 동료들과 나눠먹는다고 한다. 

 
물론 여기 사람들도 사과를 나무에서 딴다. 이는 겨울용으로 더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사람들은 바람에 떨어진 사과를 먼저 먹는다. 나무에서 금방 딴 사과보다도 덜 시다. 하지만 퍼슥한 사과보다는 조금 더 시더라도 나무에서 금방 딴 싱싱한 사과가 나는 더 좋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8. 20. 06:29

탈린은 에스토니아의 수도이다. 발트 3국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붐비는 도시이다. 넓은 구시가지 광장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펼쳐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최근 이 광장을 걷고 있는데 떨어진 사과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누가 먹던 사과였을까?
 

지켜보니 바로 참새들이 맛있게 사과를 쪼아 먹고 있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정원 나무에서 사과를 다 따지 않고 일부를 놓아두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10. 4. 05:17

최근 영국에서 돌연변이 사과가 발견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 사과는 자로 잰듯이 한쪽은 빨간색. 한쪽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인공처리 등 조작 의혹이 불거지지고 했지만 그 신기함으로 유명세를 탔다.

엊그제께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슈퍼마겟에서 채소를 사는 데 호박이 눈길을 끌었다. 돌연변이 사과를 연상시키는 이 호박은 장식용 호박으로 한쪽은 녹색, 다른 한쪽은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마치 반은 수박, 반은 참외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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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겟에서 사온 호박이 참외인가 수박인가를 묻은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둘 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맛을 보려고 막 입안으로 넣으려고 했다. "안 돼! 장식용 호박이야! 껍질이 단단해서 이가 부러질 거야!"

* 관련글: 반은 꽃화분, 반은 쓰레기통
               발트해 호박 속에 담긴 4천만년전 곤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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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09. 8. 26. 07:00

요즈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텃밭에는 과일이 한창 익어가고 있다. 리투아니아 텃밭은 주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여름별장 겸 채소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개 300평방미터-1000평방미터 크기이다.

과거에는 주로 이곳에 감자, 양배추 등을 비롯한 채소를 많이 심었지만, 지금은 이런 채소를 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기에 텃밭은 잔디밭이나 과일밭으로 점점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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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이 가진 600평방미터 텃밭에는 10년전만 해도 중요한 식량 중 하나인 감자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배나무, 버찌나무, 사과나무 등 과일나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텃밭에서 탐스럽게 익어가는 배와 사과를 보고 있으니, 한국의 높은 가을하늘과 고향집 뒷밭이 그리워진다.

* 관련글: 장미꽃, 온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찼네
               여자가 양파를, 남자가 오이를 심는 까닭
               중국 생산 한국 배 먹은 후 냉가슴이 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 12. 4. 06:33

며칠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200km 떨어진 한적한 시골에 사는 유스티나스 스토니스 교수였다. 내용인즉 며칠 후 빌뉴스에 강연하러 가는 데 버스역으로 나올 수 있느냐였다. 농사지은 사과를 좀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다. 스토니스 교수(68세)는 지난 11월초 취재차 알게 된 분이다.

그는 30여년간 빌뉴스 게디미나스 공과대학교 교수로 일하다가 정년퇴임했다. 그 후 고향으로 내려가 그 동안 수집한 각종 옛날 기계 등을 전시하고 있는 사설 “고기계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퇴임교수 낙향해서 박물관 운영" 글에서 읽을 수 있다.

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사과를 수고스럽게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고 사양했지만 그래도 직접 사과를 꼭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다고 하고 그날 버스역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다. 만날 약속을 한 아침 시간에 급히 해야 할 일이 생겨 버스역으로 아내가 나갔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아파트 1층 입구 현관문에서 내려와 도와달라고 했다. 아니, 얼마나 많은 사과를 가져왔기에 부를까?

차 짐칸을 열어보니 사과 상자가 세 개나 되었다. 이 무거운 것을 연로한 나이에 버스까지 가져오느라 고생함에 무척이나 송구스러웠다. 깊은 감사의 마음이 절로 우러나왔다.

취재차 서너 시간 만남으로 이렇게 많은 사과까지 선물로 받게 되다니 퇴임교수의 훈훈한 정이 마음속으로 깊이 스며들어왔다. 비록 퇴임했지만, 여력이 미치는 한 열심히 후학들을 가르치시고,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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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물 받은 사과 세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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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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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물 받은 사과를 맛있게 먹고 있는 딸아이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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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스티나스 스토니스 교수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