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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03 자동차 마크 앞 뒤 다 도둑 맞으니, 미소가 보이네
생활얘기2013. 10. 3. 06:03

1990년 처음으로 동유럽에 왔을 때 가장 낯선 모습 중 하나가 차와 관련된 것이다. 차를 가진 친구들은 하나 같이 주차한 다음에 차 내부에 있는 라디오를 떼어내어 집으로 가져갔다. 심지어는 앞유리 와이퍼까지 떼어냈다. 왜라는 물음에 답은 간단했다. 도둑 때문이다.

라디오를 훔쳐가는 것까지는 좋은 데 자동차 유리문까지 깨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여름철엔 괜찮지만, 겨울철 혹한이나 폭설에 와이퍼를 떼어내고 다시 다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자 와이퍼와 라디오 등을 훔쳐가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고, 이를 떼어서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와이퍼와 사이드미러 거울, 기름을 도둑 맞은 적이 있다.


일전에 주차장에 세워둔 우리 차의 사이드미러 거울이 두 번째로 도둑 맞았다. 그런데 살펴보니 앞부분에 있는 자동차 마크까지 훔쳐갔다. 지금은 이런 좀도둑이 사라진 것 같았는데 당하고 나니 분노를 느끼는 대신 왠지 서글퍼졌다.


물어보니 새 마크는 한국돈으로 약 4만원, 중고 마크는 만 2천원한다. 그렇다면 도둑은 얼마에 팔까 물어보니 약 4천원이라고 한다. 며칠 후에는 뒷부분에 있는 마크까지 또 훔쳐갔다. 

이렇게 되자 이제는 중고든 새것이든 마크를 사고자 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구입해서 달아놓으면 또 훔쳐갈 것이 뻔하다. 한 번 맛 드린 사람이 또 다시 오기란 쉽기 때문이다. 

"우리 이제 마크 달지 말자. 사더라도 달지 말고 그냥 차 안에 숨겨놓았다가 어디 중요한 자리에 갈 때만 붙이자. 갔다오면 다시 떼내고......"라고 아내가 말했다.
"마크가 없으니, 저 자리가 꼭 우리에게 미소를 띄우는 것 같다. 그래 없이 지내자."라고 답했다.


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이런 소소한 마크까지도 훔쳐가고, 또 이런 장물들이 아직도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니......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