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 11. 17. 15:45

MBC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가 마침내 종영을 앞두고 있다. 해외에 살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빼놓지 않고 시청한 한국 드라마 중 하나이다. 얼마 전 한국에 갔을 때 <불굴의 며느리> 애시청자라고 말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워했다. 

"어떻게 보는데?"
"인터넷으로 보지."
"인터넷이 정말 대단하네."

당시 한창 석남과 혜자, 비(석남 아들)와 연정(혜자 딸) 연인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만월당 할머니는 손녀 연정에게 손을 들어주었지만, 할머니도 손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마음을 바꿔 며느리 혜자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결혼 기대에 부풀어있는 석남에게 혜자는 만월당의 종부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다. 석남에게 고향 오빠로서 남아주길 부탁하고 연정과 비에게 사랑을 양보한다. 종부의 의무와 딸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혜자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고 안타깝다.


"당신 일 안하고 또 한국 드라마 봐?"
"이 드라마 곧 끝나."
"끝나면 또 다른 드라마 볼거잖아."
"아직 모르지......"


아내에게 석남과 혜자, 비와 연정의 복잡한 애정과 결혼 가능성에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아내는 한국의 종가집 며느리 문화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의 답은 간단 명료했다.

"아무런 문제없이 석남과 혜자도 결혼할 수 있고, 비와 연정도 결혼할 수 있다. 두 쌍이 생물학적 친척관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지. 이왕 그렇게 되었다면, 생판 모르는 인연보다 얽힌 인연이 더 좋을 것 같다."

* 최근글: 모세의 기적을 연상시키는 수중 다리 화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8. 11. 09:30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한 친구는 초등학생 4학년생인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누가 보기에도 장난기가 심했다. 모임 내내 아버지로부터 "이제 그만해!"는 구두 경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

여행 마지막일 아버지의 참을성은 한계를 넘어섰다. 곧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 아들이 신발에 모래를 가득 넣으면서 놀고 있었다. 이때 숲에서 산딸기잎을 따모우던 아버지가 돌았다. 그는 아들의 모습을 보자 못마땅했다. 그러더니 엉덩이를 향해 화냄의 발길질을 한 차례 했다. 이는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서는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주변 사람들 중 아무리 화나더라도 상대방을 손이나 발로 때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또한 화난다고 해서 옆에 있는 물건, 예를 들면 방석, 의자, 주걱 등을 가지고 때리는 경우는 더더욱 본 적이 없다. 대부분 대화하는 형태로 자신의 화를 표현한다.

우리 집의 경우 화난 목소리를 크게 내면 "아빠(당신), 목소리가 너무 커. 조용히 화낼 수 없어?"라는 반응이 온다. 이럴 때에는 화내고 싶어도 화낼 수 없게 된다. 그냥 그 상황을 피해 다른 방으로 가눈 수밖에.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때림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 혁대로 엉덩이를 때린다. 손으로 상대방의 뺨이나 머리를 때린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근래에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 요즘 매일 보는 드라마가 "불굴의 며느리"이다. 이 드라마에는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는 화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손바닥으로 상대방 뺨 때리기, 방석으로 상대방 머리 연속 때리기, 발로 상대방 다리 밟기 등이 등장한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한국 사람들은 화나면 뺨을 때리는구나", 
"한국 사람들은 화나면 뺨을 때려야 한다",
"잘못하면 뺨을 맞는구나",
"잘못하면 뺨을 맞아야 한다"
등과 같은 공식을 가르치는 듯해서 초등학생 딸아이와 함께 이런 장면을 함께 보기가 무척 주저된다.  
 
* 사진: 방송화면 캡쳐

이 드라마를 보면서 바라는 것 중 하나이다. 이제 한국 사회도 뺨 때리기, 물건 집어 때리기, 물건 집어 던지기 등 무조건반사적인 화풀이법이 차츰차츰 사라졌으면 좋겠다. 물론 이는 한국인들의 한 문화적 요소이지만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충격으로 여겨질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