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05.13 06:33

며칠 전 초등학교 5년생인 딸아이의 수학 숙제 때문에 잠시 동안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학교에 일하러 집을 나서면서 아내가 부탁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당신이 요가일래의 수학 숙제을 도와줘."

'초등학교 수학 문제쯤이야 쉽게 알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빠, 이거 정말 어려워. 아빠가 도와줘."
"그래. 알았다."

소숫점 세 자리까지 나오는 나누기 문제였다. 보니까 한국에서 40년 전에 배운 수학과는 수식 표기와 푸는 방식이 다 달랐다. 특히 풀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한국어로 그 방식을 설명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우선 한국은 곱하기를 x, 나누기를 ÷로 표기하는데 리투아니아는 곱하기를 ., 나누기를 :로 표기한다.

푸는 방식은 12 ÷ 4이면 한국은 4┌ 12로 뒤의 숫자가 앞으로 가고 앞의 숫자가 뒤로 가는 방식으로 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푼다. 리투아니아는 아래 사진에서 붉은색으로 네모칸을 표시한 것처럼 12 └ 4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푼다. 물론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답은 마찬가지이지만, 리투아니아 학교에 다니므로 한국식보다는 리투아니아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좋겠다. 


소숫점 자리 수가 많아지자 딸아이가 정말 어려워했다. 아예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빠, 이것은 초등학교 5학년생이 풀 수 없는 문제야. 아빠도 힘들어 하잖아."
"그래. 엄마가 아빠보다 리투아니아어로 더 잘 설명해줄 거야. 그리고 정말 모르는 것을 억지로 알려고 하다보면 머리가 더 아플 거야. 숙제를 다 못해 간다고 너무 불안하고 걱정하지마. 선생님에게 솔직히 말해 - 어려워서 이해할 수가 없으니 선생님이 다시 한번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이날따라 아내가 늦게까지 일하고 밤 10시경에 돌아왔다.

"수학 숙제는?"
"설명하기 어려워 당신을 기다렸지."
"뭐?!"

피곤한 아내는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딸아이는 여전히 이 문제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라 믿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내의 언성은 높아지고, 딸아이의 눈물은 점점 진해졌다.

급기야 화살은 나에게로 향했다. 아내의 참을성은 한계에 도달했고, 불만과 질책은 쏟아졌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요가일래 수학 숙제 하나도 해결해주지 못 했어! 당신은 오늘 도대체 뭐했어?"

100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 모르더라도 강요해서 딸에게 지식을 주입시키느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모르더라도 내일은 알 수도 있다. 스스로 해결 능력이 자연스럽게도 생길 수도 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을 윽박질러서 가르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숙제를 다 하지 못해서 학교에 가면 해온 친구들과 비교가 된다. 그러면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것이 딸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신, 이제 그만해!!! 자, 숙제 다 못 해도 되니까, 요가일래 너는 자러 가라. 벌써 밤 11시다. 그리고 내일은 일체 컴퓨터도 할 수 없고, 텔레비전도 볼 수 없다. 오로지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라. 봤지? 네 숙제로 결국은 엄마와 아빠가 서로 얼굴 붉히게 되잖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네가 좀 잘 해라."
"정말 어려워. 학교 가기 싫어."
"내일 아침 되면 학교에 가고 싶을 거야. 숙제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잠을 자라. 세상에는 모르는 것도 있어야지. 모르니까 학교에 가는 것이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06.0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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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6월 첫 번째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5월 첫 번째 일요일 어머니날에 비해서는 성대하지가 않다. 어머니날에는 딸아이가 꽃선물을 하느라 부산을 떨었지만, 아버지날은 그냥 "아빠, 사랑해!"로 말선물만 했다. 말선물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식두들은 놀이선물을 생각해냈다.

우리집 아파트 발코니에는 다트판이 걸려있다. 아내와 딸들이 우르러 몰려와서 식구 전부가 다트놀이를 하자고 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가족 모두가 놀았다. 이어서 점심을 먹은 후 아내와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인근 공원에 산책갔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가고 있던 요가일래는 갑자기 아빠 손과 엄마 손을 서로 잡게 하고는 앞으로 빠져나갔다.

"지금부터 저기까지 두 사람이 손을 꽉 잡고 간다. 놓으면 안 돼!"

모처럼 아내 손을 잡고 걸어가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쑥스러웠다. 마침 우리 앞에는 비둘기 네 마리가 먹이를 찾아 거리를 따라 종종 걸음으로 가고 있었다. 쑥스러움을 털어버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잡고 있던 아내 손을 놓았다.

"아빠, 손 놓으면 안 돼. 다시 잡아!"
"야, 손 잡고 가니 비둘기에게 미안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사실 길이 좁아서 두 사람이 손을 잡고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 말이 맞아. 비둘기가 질투하기 전에 손을 놓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내가 맞장구쳤다.

각설하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부부 말싸움이 잦아지고 있다.

상황 1
"욕실에 가는 길에 면봉 좀 가져와."라고 아내가 말한다.
친절을 베푼다고 아무 말 없이 이쑤시개를 가져다 준다.
"아니, 면봉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왜 이쑤시개를 가져와!"
"나는 면봉이 아니라 이쑤시개라고 정말 들었어."
"아니, 금방 들은 말도 잊어버려?"
"아니, 금방 말한 말도 잊어버려?" 이렇게 구절이 이어질수록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이런 경우 누가 맞고 틀리는 지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블랙박스 같은 기록장치가 사람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절실히 느낀다.  

상황 2
일요일 아내가 삼겹살을 구웠다. 부엌에서 굽는 것을 보면서 내가 먹을 만큼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거실  식탁에 와서 먹고 있었다. 아내도 접시를 들고 왔다. 맛 있으니 양이 적은 듯했다.
"삼겹살 더 있어?"
"굽지 않은 삼겹살이 더 있어!"
"그럼, 더 안 먹을래."
"직접 굽는 것이 싫어서 그래?"
"당연하지."
"부엌에 와서 눈으로 직접 굽는 장면을 보고도 고기가 얼마 남았는지를 기억 못해서 물어? 구운 삼겹살이 아직 남았으니까 가서 먹어."


이렇게 말싸움이 늘어나는 이유는 한 말도, 들은 말도 금방 잊어버린다. 기억력이 점점 둔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생생하게 듣기로는 A인데, 말한 사람은 B라고 한다. 내가 분명하게 A라고 말했는데 들은 사람은 B라고 한다. 상대방 말을 정확하게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대충 들으려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

일전에 한 모임에서 들은 친구 이야기이다. 아내와 함께 다른 친구의 비싼 차를 직접 몰고 대형마트에 갔다. 장을 다 보고 주차한 곳으로 오니 차가 없었다. 등에는 벌써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자기 차도 아니고 남의 차인데, 그것도 비싼 차인데...... 이들 부부는 넓은 주차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를 못했다. 당황함 속에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혹시 대형마트 뒷쪽에 있는 주차장이 아닐까? 가서 보니 그곳에 차가 있었다. 들으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는 분명이 이렇게 했는데 (혹은 했다고 생각하는 데) 결과는 저렇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이런 갑다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늘어나는 말싸움이지만 오래 가지가 않는다. 바로 내가 반박할 순간에 내 입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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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