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12.20 07:32

부도가 나지 않을 은행에 높은 이자율을 받고 자금을 안전하게 예치하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바이다. 최근 유럽연합 리투아니아의 한 은행이 부도가 났다. 2010년 가장 좋은 은행으로 평가받은 스노라스 은행(Snoras bankas)이라 사회적 충격이 더 크다.

피의자 신분인 은행 임원들은 정치적 희생양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은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지급보증금 10만 유로 이상을 예금한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그 윗돈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그 동안 경제 위기와 유로 위기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은행 부도까지는 쉽게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건전하다고 믿게 하고 믿어왔던 은행이 이렇게 아무런 사전 징후없이 부도가 나버리자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은행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투아니아 일간지에 실린 덴마크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광고(아래 사진)가 시선을 끌었다.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숫자 표기로 2,012는 2천12이다.
1,000,000,000에서 보듯이 한국 사람들은 천 단위에 콤마를 찍는다.  
그러므로 2,012%는 2천12%로 읽을 수 있고, 은행 금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정말일까?

사실이 아니다. 우선 숫자 2012가 주목을 끈다. 다가오는 2012년을 연상시킨다. 콤마(,)는 서양 사람들이 점(.) 대신에 소숫점을 표기할 때 사용한다. 6개월 정기예금 2,012%는 2천 12%가 아니라 2점012%이다. 유럽 사람들과 숫자 표기를 할 때 늘 이런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02.21 08:42

리투아니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총 928개 회사가 부도났다. 이는 2007년에 비해 53.1%가 늘어났다. 가장 많이 부도난 업종은 도소매상이다 모두 248개 회사가 부도났다. 2007년과 비교해 가장 높은 부도율은 건설회사가 차지했다. 무려 123.9%나 증가했다. 대부분 미국발 금융위기라 위세를 떨치던 2008년 9월과 10월에 부도났다.

리투아니아 경기가 살아나고 부동산 붐이 일 때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수입이 좋은 직업 중 하나가 바로 건설 기술자들이었다. 건설 인력 부족 현상도 한몫해 인부들로 높은 수입을 올렸다. 2008년 2월 이렇게 눈이 내리고 추운 날씨에도 집 주위에 있는 건설현장의 기계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불황 덕분에 산 속 깊은 곳에 사는 기분이 들어 좋지만, 저 사람들이 실직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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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렇게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신축현장을 빌뉴스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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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 집을 방문했다.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 있는 광고딱지가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바로 집수리공과 배관공들의 광고물이었다. 위기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잘 나가던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집수리공과 배관공이었다.

사람들의 소득증가로 인해 낡은 아파트 개조가 유행처럼 행해졌다. 낡은 수도관을 새 것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배관공이 필요했다. 그러니 굳이 광고하지 않아도 입소문으로 들어온 주문만 해도 일이 넘쳐났다.

하지만 경제 위기와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아파트 게시판에까지 광고하게 되었다. 경제 불황의 증거물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났다.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는 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어서 빨리 불황의 늪이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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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01.29 06:18

리투아니아를 떠나 지난 해 12월 30일부터 1월 22일까지 브라질을 다녀왔다. 가는 길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파리를 거쳐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이었고, 돌아오는 길은 상파울로를 출발해 파리를 거쳐 빌뉴스이었다. 여러 가지 노선이 있었지만 이 노선이 가격과 시간 면에서 제일 좋았다. 표는 파리와 브라질 왕복, 파리와 빌뉴스 왕복으로 각각 사는 것이  유리했다. 전자는 Air France였고, 후자는 리투아니아 항공사인 FlyLAL이었다.
 
문제는 후자였다. 표를 구입할 당시 FlyLAL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중이었고,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좀 불안했지만 믿고 표를 샀다. 혹시 만에 하나라도 노선이 폐지된다면 다른 비행기편으로 해결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 민간 항공사는 1938년 설립, 2005년 100% 사유화된 국영 항공사인 리투아니아 항공사의 후신이다. 지난 해 말 이 민간 항공사는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댓가로 주식 51%를 단돈 1리타스(530원)에 제안했지만 정부는 거절했다.
 
브라질에 체류하는 중반에 이 항공사는 파리노선이 부득이 하게 폐지되었다면서 파리-암스테르담-빌뉴스 노선을 받아들이거나 환불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암스테르담 경유는 환승시간이 50분 정도이고 아주 늦은 시간에 빌뉴스에 도착해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환불을 선택했고, 다른 항공사 노선 항공권을 구입하게 되었다. 파리에서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빌뉴스로 오는 노선이었다.

항공사에 국제 전화를 걸어 환불을 해줘서 다른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고 우겼지만 담당자는 회계담당자가 곧 처리해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며칠 후 리투아니아 인터넷 언론을 통해 이 항공사가 부도를 선언하고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렇게 항공사 부도로 항공권이 나 대신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는 참으로 믿기가 어렵다. 적자 청산되는 항공사로부터 환불받을 가망성은 희박하다. 이 항공사가 승객에 진 빚이 6백만리타스(30억원)에 이른다. 이번 여행의 액땜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빨리 잊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옆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아내가 소식 하나를 첨가해준다. 이 항공사는 부도로 일체 업무 정지를 한 바로 전날에도 비행기표를 팔았다. 18세 리투아니아 국적 소지자는 리투아니아에 여행 와서 이날 마지막 남은 돈으로 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거대 회사가 힘 없는 개인에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도록 방치한 리투아니아 정부에 분개하면서 리투아니아 국적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항공권도 날라가 버리고, 국적도 날라가 버리고...... 이처럼 세계적 국지적 경제위기도 모두 날라가 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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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yLAL 항공사의 부도로 타게 된 Air Baltic 항공사 비행기. 날개의 끝이 위로 향해 특이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