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03.26 08:40

요즘 리투아니아 학교는 부활절 방학이다. 이번주와 다음주 2주일 동안이다.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친척의 두 딸이 우리 집에 와 있다. 컴퓨터에서 사진을 정리하던 아내가 7년 전 이 세 아이가 나란히 찍힌 사진을 찾았다. 당시 두 아이는 4살 반, 다른 아이는 5살이었다. 

아내는 우연히 같은 때에 만난 세 아이를 옛날 사진과 비교하면서 찍었다. 현재 두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큰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다. 세 아이 모두 이 비교 사진을 보면서 "세월 참 빨리 달린다"고 말했다.

▲ 2006년 3월 24일 모습
▲ 2013년 3월 25일 모습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아가, 언제 클까?"라고 희망 반, 한탄 반으로 스스로 물어보곤 했다. 이제10대 초반에 접어든 딸아이는 부모의 테두리에서 조금씩 벗어나려고 한다. 힘은 더 들었지만,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가 서로 교감하면서 재미있게 살았던 것 같다.

한편 우리 집에 종종 놀러오는 3살 여자아이가 있다. 엄마는 리투아니아 사람, 아빠는 이집트 사람이다. 노래 부르기를 아주 좋아하는 이 활발한 아이를 볼 때마다 이 나이 때의 딸아이 모습이 떠오른다. "아, 저 때가 참 좋았지"라면서 아이의 부모에게 "딸과의 지금 시간을 마음껏 즐겨라"라고 말해준다. 

노래 부르는 모습으로 딸아이의 8년간의 변화를 비교해본다. 먼저 2004년 7월 18일, 딸아이가 2살 8개월일 때 비행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2006년 5월 12일 3살 6개월일 때 혼자 배운 영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아빠와 모태부터 한국어로만 대화를 한 덕분에 2013년 2월 24일 11살 3개월인 딸아이는 음악학교에서 한국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위와 같은 시기에 리투아니아어로 노래 부르는 딸아이의 모습이다.   



2살 8개월 딸아이는 소나무에 기대어 "산토끼"와 "비행기" 노래를 서툴게 부르던 딸아이는 어느듯 한국 노래 "반달" 등을 리투아니아 청중 앞에 부르는 아이로 자라났다. 앞으로 5년, 10년 뒤는 어떤 모습을 블로그 독자들에게 보여줄까...... 그저 건강하고 마음이 예쁘고 바른 아이로만 자라줘도 고마울 따름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12.29 08:00

유럽 학교는 겨울방학이 따로 없다. 대신 여름방학이 거의 3개월이다. 일반적인 겨울방학 대신 짧은 방학은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맞은 방학이다.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는 12월 22일에서 1월 8일까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제 겨우 일주일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딸아이는 몹시 심심해한다. 비록 하루 4-5시간 수업을 받지만 학교가 아이들의 생활에 차지는 몫이 얼마나 큰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나 학부모나 사회가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하도록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어젯밤 심심함을 못이긴 딸아이는 집안에 있는 모든 플라스틱병을 모아서 볼링놀이를 했다.


이참에 볼링장에 가족나들이를 가볼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는 않을 듯하다. 아내도 나도 볼링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7.05 08:24

일주일 동안 장모님이 살고 계시는 시골 도시로 아내와 딸들이 다녀왔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마자 9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외쳤다.

"아빠, 사랑해. 정말 한국말 하고 싶었다."

요가일래는 늘 리투아니아어와 한국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아빠가 함께 하지 못한 시간 동안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딸아이의 첫 외침을 들으니 한국어의 빈 자리가 그렇게 컸구나라고 느꼈다. 어젯밤 딸아이에게 시골에 있었던 일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았다.

- 가장 재미 있었던 일은?
- 비가 오는 데 호수에서 수영을 한 일이다.

- 가장 좋았던 일은?
- 친구들과 아파트 놀이터에서 개와 함께 놀았던 일이다.

- 가장 안 좋았던 일은?
- 언니가 사촌오빠와 이야기하면서 나를 비웃을 때이다.

- 아빠 안 보고 싶었어?
- 보고 싶었지. 한번은 보고 싶어 울었어.

 - 또 시골에 가고 싶어?
- 아니. 잠 잘 때 모기가 나를 물었어.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딸아이가 입을 열였다.

"그런데 아빠, 외할머니가 참 나빠."
"왜?"
"1000리타스(50만원)를 주었는데. 언니에게는 600리타스(30만원), 엄마에게는 400리타스(20만원) 나에게는 20리타스(1만원)만 주었어. 너무 적어!!!" 
"언니는 곧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가니까, 외할머니가 용돈을 많이 주셨을 거야."
"언니에게 500리타스(25만원) 주고, 나에게 100리타스(5만원)를 줄 수 있잖아!"
"너도 커면 많이 주실 거야."
"그래도 20리타스(1만원)은 너무 적어."
"20리타스라도 준 것에 고마워해야지."


▲ 외할머니와 좋아하는 완두콩을 심고 있는 딸아이
 

딸아이는 벌써 금액에 민감한 나이가 되었으니, 자기가 생각하는 연령차이에 비해 용돈차이가 너무 커서 외할머니에게 토라졌다.

"남이 받은 용돈 금액은 알려고도 하지 말고, 단지 네가 받은 용돈 금액이 적든 많든 감사히 받아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6.30 06:34

방학이 우리 집 가족을 이산가족으로 만들고 있다. 아내와 딸은 장모님이 살고 계시는 시골 도시로 떠났다. 일 때문에 홀로 집에 남아 있다. 항상 있던 식구들이 없으니 집은 조용하지만 허전하다.

도심이지만 마치 깊은 산 속에서 혼자 휴가를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가족인지라 잘 무렵이면 시골로부터 안부전화가 온다. 하루 있었던 일이 이야기로 펼쳐진다.

어제 제일 중요한 일은 9살 딸아이가 드디어 장모님 아파트 또래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던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전체 가구수가 23이다. 비슷한 또래가 있는 집은 딱 하나이다. 그는 고층에 살고, 우리는 저층에 산다. 서로 왕래가 없다. 주변에 놀이터가 있지만 또래 아이를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방학 전 주말에는 가끔 인근에 사는 학교 반친구들을 불러 노는 것이 전부이다. 이제 방학이니 학교 반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거의 없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쉬운 점이 바로 주변에 또래가 없다는 것이다. 시골 아파트 마당에서 또래를 만나 즐겁게 노는 딸아이를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솟는다.

▲ 자랄 때 주변에 또래아이가 없어 대부분 혼자 집에서 놀아야 했던 딸아이(사자놀이하는 딸아이)
 

딸아이는 엄마에게 마당에 있었던 일을 전했다.


"엄마, 친구들이 내 얼굴을 가지고 싶데."

여담이지만 종종 딸아이를 보면서 동양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현지인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 피부가 조금 다르다고 놀림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엄마, 나보다 조금 나이 많은 오빠들이 나보고 예쁘다고 말했어. 그래서 내가 고마워라고 답했어. 그런데 오빠들이 여자아이로부터 고마워라는 말을 처음 들었데."

보통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 "예쁘다"라고 주파를 던질 경우, "너~ 꺼져"(eik tu, 반드시 화냄을 뜻하는 표현이 아님)라고 답한다. 이 남자들도 이런 통상적인 반응을 기대했는데, 딸아이가 "고마워"라고 답하자 당황하면서 신기해한 듯했다.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누가 칭찬을 해주면 "고맙다"라고 먼저 말하라고 일러준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딸아이가 시골 또래아이들과 건강하게 잘 지내고 돌아올 보자기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오길 기대해본다.

* 최근글: 소여물로 멋진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6.07 07:17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벌써부터 여름방학(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이다. 한국 학생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긴 대신에 겨울방학은 없다. 물론 성탄절, 2월 초순, 부활절을 기해 1-2주일 학교에 가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친 딸아이는 며칠 사이에 방학을 만끽하고 있었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난다. 종종 심심하다고 졸라댄다. 

"책 좀 읽지?"
"읽을 책이 없어."
"그럼 도서관에 가서 빌리면 되잖아."
"알았어."

이렇게 어제 딸아이는 자신의 여권을 챙겨서 부모와 함께 인근에 있는 시민도서관을 다녀왔다. 요즘 같은 전자책과 인터넷이 활성된 시대에 과연 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리는 아이들이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동안이지만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여럿이 보였다. 
 

한 학생에게 최대 다섯 권을 빌려준다. 여섯 권을 선택한 딸아이는 한 권을 포기해야 했다. 


빌리는 책 각각에 자신의 사인을 했다. 딸아이의 사인은 한글로 쓴 "요가"이다. 


이렇게 다섯 권을 책을 1개월 동안 빌렸다. 전화으로 두 번은 연기할 수 있다. 통지없이 연체하면 하루마다 1센트(45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제 책 다섯 권이 있는 한 심심하다고는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책 한 권 다 읽고 독후감 쓰고, 엄마로부터 약간의 용돈도 받을 수 있으니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8.10 12:27

지난 5월 하순 혹은 6월 초순에 시작한 리투아니아의 여름방학이 이제 8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3주 후면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년을 맞이한다.

아주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을 때는 주로 물놀이를 했고, 위인전 몇 권을 읽는 것으로 여름방학을 보냈다. 도시로 전학을 한 후 학년이 높아가면서 독서실이나 학교에서 여름방학 대부분을 보냈다. 여름방학엔 특히 다음 학기의 책을 미리 공부했다.

이런 학창시절을 보낸 기억으로 보니 여름방학을 보내는 두 딸의 생활방식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 날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말했다.

"여름방학은 다음 학년에 올라갈 준비를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좀 하는 것이 어떠니?"
"아빠, 왜 방학이 있는 줄 알아? 일년 12달 동안 9달을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나머지 3달은 놀아라고 있는 것이야. 그러니까 공부하면 안 돼!"
 
9달 열심히 공부했으니 3달은 마음껏 놀아야 한다는 딸아의 주장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 후로 공부해라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주변에 있는 대부분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여름방학에 공부를 하지 않는다.

큰딸은 남친과 돌아다니느라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없다. 더욱이 큰딸 남친은 오는 9월 영국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곧 리투아니아을 떠난다. 큰딸은 "여름방학에 공부하지 않아도 영국 대학교에 진학하는 남친을 봐!"라는 듯이 나돌아다닌다. 사실 자랑은 아니지만 큰딸은 자기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한다. 그러니 더 더욱 부모는 할 말이 없다.

아래 사진을 통해 작은 딸 요가일래의 여름방학 보내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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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에선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외할머니집으로 가는 두 땉. 큰딸은 남친과 헤어져야 함으로 울상이고, 작은 딸은 기차를 타는 즐거움에 대한 기대로 미소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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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닌텐도이다. 하도 집착하기에 요일을 정해주었다. 닌텐도를 하는 날은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이다. 닌텐도를 하는 날에는 책을 2-3쪽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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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 최대의 즐거움은 바로 호수에서 물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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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는 날에 이렇게 천자문을 공부한다. 한자가 있다는 것만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일제 강요하지 않고 원할 때에만 가르쳐준다. 최근 들어 잠자기 전 요가일래는 한자공부하기를 즐겨한다.

한국 아이들에 비해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이렇게 편하게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 관련글: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5.29 12:28

유럽 학교는 5월말이나 6월초에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초등학교 1학년에 딸아이는 어제 5월 28일 여름방학식을 가졌고, 오늘부터 9월 1일 개학 때까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여름방학식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였다. 평소 때와 마찬가지로 딸아이는 4교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후 5시 30분에 부모들과 같이 교실에 다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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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1년간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학부모들에게 노래를 불렀다.

이제 긴긴 3개월 여름방학 동안 딸아이의 심심함을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지 고민스럽다. 일전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방학에 너 무엇을 할 것이니?"
"몰라. 하지만 한글 공부을 더 많이 하고, 노래 공부도 더 많이 할 거야."

여름이 오면 지난 해 한국에 갔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언젠가 여름방학에 다시 한국에 가려면 한국어를 많이 알아야 하니까 배우고자 하는 것 같다.

노래는 음악학교에서 배우는 데 지난 번 유로비전 영향으로 더욱 자발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것 같다. 아래 첫 번째 영상은 음악학교에서 딸아이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독창이고, 두 번째 영상은 노래를 부르는 딸아이 모습이다.




딸아이가 원하는 대로 한글 공부와 노래 공부가 긴 여름방학을 심심하지 않게 보내는 데 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 관련글:
 
노래경연 1등한 딸, 화가가 되겠다니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