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11. 28. 08:00

겨울철이다. 겨울에 자동차와 관련해서 제일 하기 싫은 일이 하나 있다. 영하 15-30도 혹한으로 방전된 축전지(밧데리, 배터리)를 차에서 꺼내 집으로 옮기는 일이다. 작은 체구에 25킬로그램 축전지를 옮기고 나면 (좀 과장해서 말하면) 온 몸이 쑤시고 특히 허리와 팔이 아프다.

10월 하순 해외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 250킬로미터 장거리로 차를 이동하는 데 타는 냄새가 났다[관련글: 오래 세워둔 차 몰았더니 바퀴에 타는 냄새가]. 자동차 수리에 일가견이 있는 동서의 도움으로 수리했다. 혹한이 오기 전에 축전지를 완전히 충전하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알고 있는 지라 주택에 사는 동서에게 축전지 충전을 부탁했다. 사실 낑낑거리면서 아파트 층계를 올라가기 싫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빌뉴스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이 흘러갔다. 지난 토요일 아내가 시간이 없어서 차로 인근 학교까지 가고자 했다. 그런데 계시판에 축전지가 완전 방전되었다라는 안내 기호가 떴다. 

"동서 집에서 축전지를 완전히 충전하지 않았나?"
"완전은 아니지만 밤새도록 충전했지."
"이번 겨울에는 미리 준비해서 축전지 옮기는 고생 없이 넘어볼까 했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무엇 때문일까?"

아내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날 자동차를 우리 아파트에서 좀 멀리 떨어져있는 반대편에 세워두었다. 경보음이 들리지 않았다. 들려도 우리 차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에서 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 거리였다. 밤새 도난 경보음이 울려서 축전지가 방전된 것이 아닐까 추정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우리 차 경보음에 고생한 이웃에게 미안했다.

▲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집에 휴대용 축전지 충전기를 가지고 있다

일단 방전된 축전지를 아파트로 옮겨왔다. 정확하게 토요일 오후 1시에 충전하기 시작했다. 보통 12시간 후면 충전이 다 되었다고 녹색불이 켜지는 데 캄캄 무소식이었다. 24시간이 지나도 조짐이 없었다. 급기야 충전기 문제를 의심하게 되었다. 그래도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뽀로 기다렸다. 그 다음날 새벽 3시, 무려 38시간이 지난 후에야 녹색불이 들어왔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보통 10일 동안 차를 세워두면 축전지가 완전히 방전되고, 이를 충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30시간이다고 한다. 

축전지는 충전이 되었고, 이제 경보음이 울리는 원인을 규명해야 했다. 또 경보음이 울려 축전지가 방전된다면 같은 고생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리소를 방문했다. 전문가는 이런 경우 흔히 엔진룸에 설치된 경보기 선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선을 끊었다. 경보기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고 좋아하면서 아내는 슈퍼마겟으로 갔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내려 차를 잠그자 잠시 후 경보기가 울렸다. 전문가의 진단과 해결이 빗나갔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또 다른 수리소를 방문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말하자 전문가는 원인을 규명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먼저 자동차 시동이 꺼진 후 축전지 소모량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0.03A인데, 우리 차는 2.8A였다. 시동이 꺼졌지만, 차에서 무엇인가 작동해 축전지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퇴근시간 무렵이라서 더 이상 진척은 없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차를 주차한 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 동안 시동이 꺼진 차의 경보음이 종종 울릴 때마다 열쇠로 차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혹시 문 등 잘 잠기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하고 유리창을 비롯한 차의 모든 문을 점검한 후 차를 다시 잠궜다. 그 후로는 경보음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랐다.


계기판을 켜놓고 하나하나 확인했다. 길도우미(네비게이션, 내비게이션)의 TMC 기능이 켜져 있었다. TMC가 어떤 기능을 하는 지를 전혀 모른 채 일단 껐다. 시동을 꺼고 밖으로 나와 차를 잠궜다. 잠근 후 3분 후부터 도난경보기가 작동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울려야 할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일시적인 현상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자 아내는 그때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둘이서 함께 TMC 기능과 경보음, 그리고 축전지 방전과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우리 차처럼 이런 문제을 안고 있는 사람을 위해 블로그를 통해 이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 길도우미 사용설명서에서 아주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우선 TMC 기능인데, 이는 Traffic message channel(교통 메세지 채널)의 약자이다. 운전자에게 교통과 운행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일부 차종에는 시동열쇠를 제거한 후에도 담배 라이터 소켓은 차 축전지로부터 전원을 받고 있다. 이 경우 길도우미가 작동한 채로 놓아두거나 꺼졌더라도 담배 라이터 소켓에 연결되어 있다면 차 축전지가 방전될 수 있다. 

길도우미 축전지가 완전히 충전되면, 표시등이 녹색이다. 충전기를 담배 라이터 소켓으로부터 떼어내라. 만약 길도우미에 TMC 기능을 사용하다면, 충전기가 TMC 안테나 기능을 포함하기 때문에 충전기를 길도우미에 연결한 채 유지해라.

"아차, 지난 여름 폴란드를 여행할 때 길도우미를 사용했지. 그때 정보가 차에 저장이 되었나봐."
"그리고 보니 폴란드 여행 후부터 잠근 차에서 경보음이 울렸어."

자동차 수리에는 문외한인 우리 부부는 아래 결론을 얻었다. 비록 차 시동을 껐지만, 여전히 길도우미의TMC 기능이 작동하면서 축전지 전기를 사용했고, 도난경보기는 시동이 꺼진 후이지만 계속되는 이 작동을 차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경보음을 울렸다. 경보음을 내는 데에도 축전지 전기가 소모되었다. 그렇다면 경보음 나는 차를 열고 다시 잠그면 왜 경보음이 더 이상 나지 않을까? 다시 시동을 켜고 꺼지 않았기 때문에 차가 더 이상 이동하지 않은 것으로 도난경보기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내가 순간적인 판단으로 TMC 기능을 해제한 덕분에 아직까지 한번의 잠금인데도 자동차는 경보음을 내지 않고 있다. 내일 과제는 전문가라는 사람이 끊어놓은 엔진룸 경보기 선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TMC 기능이 해제된 후 시동 꺼진 차의 축전지 소모량이 얼마인 지를 측정하는 일이다. 이 소모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면 경보음과 축전지 방전의 원인은 바로 이 TMC 기능이다.

"TMC 기능 해제로 일단 경보음을 막았으니 오늘 와인 한 잔 대접받을 만하지 않나?"라고 아내가 말했다.
"물론이지. 어디 한 잔뿐이겠어! 당신, 오늘 진짜 수고했어."
"이렇게 좋아하다 내일 아침 축전지 방전으로 시동조차 걸리지 않으면 어떻하지?"
"경보음이 안 나니 자연히 소모되더라도 시동은 걸릴거야."

후속글: 오늘 수리소를 가서 시동을 끈 후 축전지 소모량을 측정해보니 0.1A이 나왔다. TMC가 켜진 상태로 시동을 끈 후 소모량이 2.8A이었다. 아내가 우연히 해제한 TMC 기능이 결국 경보음과 축전지 방전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아침에 시동을 걸기 전 "축전지 전기량이 낮다"라는 쪽지가 떴다. 왜? 내일 아침 시동이 켜지지 않는다면 수리소에서 직접 와서 차를 가져가 점검하기로 했다. 하나가 해결되니 또 다른 문제가 나와 해결해 달라고 하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2. 2. 07:52

일전에 차 시동을 걸 때 자주 밧데리 성능이 낮다라는 표시가 안내판에 뜨기 시작했다. 최근 하루 동안 차를 타지 않고 놓아두었다. 결국 다음 날 밧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날씨가 영하 10여도라면 자연 방전으로 여길 수 있지만 요즘 날씨는 영상 5도이다.

전 주인이 언제 밧데리를 교체했는 지도 모르고, 또한 밧데리 성능이 낮다라는 표시도 있고 해서 새 것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가 오기 전에 새 밧데리를 구입해 대비하고자 했다. 일단 방전된 밧데리(25kg)를 힘들게 아파트 집으로 가져와 몇 시간 충전했다.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집에 휴대용 밧데리 충전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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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집에 휴대용 밧데리 충전기를 가지고 있다.

다음 날 오전 밧데리 가게에 갔다. 점원은 가격 차이가 얼마 되지 않으니 사고자 하는 것(Bosch S4)보다 더 성능 좋은 밧데리(Bosch S5)를 권했다. 주로 시내 주행을 하니 더 성능 좋은 것을 선택하기로 아내와 결정했다. 가격은 한국돈으로 18만원이었다. "아, 이번 겨울에는 밧데리 걱정 없이 보내게 되었구나!"라면서 기분 좋게 무거운 밧데리를 들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다음 날 오후 아내는 딸아이 요가일래의 노래시합 예선전이 열리는 시각에 맞춰 차로 태워주려고 주차장으로 갔다. 웬걸, 문조차 자동으로 열리지 않았다. 더 성능 좋은 밧데리를 그것도 더 비싸게 샀는데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방전되었다는 사실에 충격과 아울러 분노마저 일었다. 또 힘들게 집으로 가져와 충전해야만 했다.

곧장 이 날 밧데리 가게에 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아니, 구입한 지 이틀만에 이렇게 방전되는 경우도 있나? 혹시 하자있는 제품을 판 것이 아닌가?"
"우린 정상적인 정품을 팔았다. 밧데리가 왜 누수되는 지 확인하고 싶으면 100-1000리타스(5만원-50만원) 비용이 들 것이다."

그들은 여러 가지로 점검해보더니 정상적인 밧데리를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혹시 반품이 되나?"
"교환은 되지만 반품은 안 된다. 교환 하자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며칠 더 사용해보도록 해라."

이런 일엔 신중한 아내는 어제 다른 밧데리 가게에 가서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먼저 이전 밧데리(Bosch S4)의 성능을 점검해줄 것을 부탁했다.
"2007년 제품이네. 아직 멀쩡하네. 새 것을 판 가게가 이 밧데리를 점검하지 않았나?"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탁하지 않았다."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그 가게 사람들이 헌 밧데리를 점검해본 후 새 밧데리를 팔아야지."
그는 20여분간 두 밧데리를 정성껏 점검해주었다.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밧데리 방전은 0.1 정도이어야 되는 데 이 밧데리는 0.9이다. 전기가 어디로 새는 지 확인이 필요하다. 새 밧데리라도 자연방전이 된 경우도 있다. 충전을 최대까지 해주어야 한다."  
"새 밧데리 반품이 안 된다고 하니 혹시 헌 밧데리를 구입할 생각은 있는가?"
"사실 헌 밧데리도 쓸만하다. 꼭 팔고자 한다면 100리타스(5만원)에 구입하겠다."

그는 점검을 무료로 해주었다. 진짝 이 가게에 가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었다. 두 가게의 태도가 이렇게 차이가 났다. 이제 이 가게는 우리의 밧데리 단골가게가 될 것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과연 어디로 밧데리 전기가 흘러나갔을까 생각해보았다. 혹시 트렁크 문이 닫혔지만 꽉 닫히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며칠 더 두고보기로 했다.

"헌 밧데리를 5만원 받고 팔까?"라고 물었다.
"5만원에 파는 것보다 비상용으로 집에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내가 답했다.
"맞다. 영하 20도에는 여분의 밧데리가 아주 도움 될 것이다."
라고 맞짱구를 쳤지만, 무거운 밧데리를 또 집으로 가져 올라갈 생각을 하니 벌써 다리가 후덜후덜거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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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