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첫면2015.02.09 06:44

8일 동안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러시아 에스페란토인과 함께 한국을 돌아다녔다. 특히 그는 세계 에스페란토계에서 문학가(시인, 소설가)과 번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자신이 지은 시를 노래를 부르면서 그 의미를 전달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시인답게 자신의 한국 체험을 짧은 문장에 담아내었다. 아래 에스페란토 문장이다.  

En Koreio 

           Brasiko akra, 

           vodko akva;

En Rusio

           Brasiko dolĉa

           vodko forta.   

번역하면 이렇다.
           한국 배추는 맵고, 술(소주)은 물이요
           러시아 배추(양배추)는 달고, 술(보드카)은 세지요.
 
김치 속 배추는 설명하지도 않아도 외국인들에게는 맵다. 술이라고 나온 소주는 독주를 좋아하는 그에게는 약간 달짝지근한 물맛에 더 가까웠다.

여행지 음식에 잘 적응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는 종종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 속내를 드러내었다.
"왜 한국 음식에는 빵이 없지?" (산골에서 4일 머무는 동안 빵은 없었다) 
"왜 한국 사람들은 고기를 안 먹지?" (반찬 속 고기는  있었지만 고기가 주된 음식인 경우는 아직 없었다.)

어느 날 레스토랑에 들렀다. 이 집은 연잎밥과 함박스테이크 두 종류를 제공했다. 나는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연잎밥을 선택했다. 찰진 연잎밥이 참 맛있었다.   


연잎밥으로 한국적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지만, 러시아 에스페란토 친구는 '고기'라는 한 마디 설명에 함박스테이크를 선택했다. 함박스테이크를 앞에 두고 소년처럼 좋아하는 순박한 그의 얼굴 웃음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 



그가 느낀 또 하나의 색다른 음식 문화는 바로 국(수프)이다. 한국 음식에는 일반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밥상에 국물요리가 나온다. 이에 반해 유럽에서 수프는 하루 식사 중 가장 든든하게 먹는 끼니(보통 점심)에 나온다. 하루 세 끼 때마다 국을 먹는 일은 그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아래는 한국 방문 중 먹은 다양한 국이다. 


▲ 미역국

▲ 홍합국

▲ 매생이국

▲ 대구국


여행 막바지 어느 날 아침 식사에 된장국이 등장했다. 된장국을 바라보면서 그가 던진 한마디가 내 뇌리에 쉽게 각인되었다.

"아, 또 국이야!" 


끼니 때마다 밥만큼이나 국도 외국인들에게는 낯설다. 밥은 먹어야 하지만, 국은 먹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그와 함께 다니면서 얻은 소득 중 하나는 앞으로 외국 손님하고 다닐 때에는 적어도 국만큼은 먼저 의향을 물어본 후에 국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겠다는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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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쟁이

    저는 한국인이지만 국은 정말로 일주일에 1-2번이면 족하답니다. 평생 안먹어도 상관없고요. 저희 외가가 국을 좋아하지 않는데(사위들 올때만 국을 끓임), 엄마 曰, 고기를 여러명이 나누어 먹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국이고, 한국 반찬은 짜기 때문에(시골에 냉장고가 있기 전에 찬장이라는 것이 있죠? 상하지 않게 짠 반찬을 넣어 두는) 국이 꼭 필요 했다고 합니다. 외갓집이 왜 국을 잘안먹었을 까 생각을 해보니 외할아버지가 엄청 구운 고기를 좋아하셔서, 하루에 한끼는 꼭 고기를 구워 잡수셨답니다. 저도 생각해 보니 자라면서 거의 매끼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국은 잘 안먹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일본에서 한 연구인데 고기 많이 먹고 자란 사람은 몸안에 축적된 아미노 산 (단백질의 한 종류)때문에 국물의 단백질 맛을 잘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채소만 먹고 자란 사람이 단백질을 우려낸 국물을 마시면 구수하다 단백하다라는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맛있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고기만 먹고 자란 사람이 밍밍한 고기맛을 매끼 먹으려고 하니 어떨지 상상이 됩니다.

    러시아 친구가 "또 국이야"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어떤 표정일지 제 얼굴에 웃음이 지어지는 군요.....

    2015.02.09 10:53 [ ADDR : EDIT/ DEL : REPLY ]
  2. ㅎㅎㅎ저도 국 좋아는 하는데 일주일에 한두번으면 충분한거 같아요! ㅋㅋㅋ저같아도 또 국이야! 했을듯ㅋㅋㅋ 국물 내느라 염분도 엄청 들어가서 몸에 좋지 않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용

    2015.02.10 19:20 [ ADDR : EDIT/ DEL : REPLY ]
    • 방금 아점으로 비빔밥을 해서 먹었는 데 국을 안 하고 그냥 국 대신 차를 마시면서 먹었어요...

      2015.02.10 19:23 신고 [ ADDR : EDIT/ DEL ]
  3. 유럽에 가면 유럽친구들이 한국 문화를 고려해서 매 끼니 빵을 줄 건지 말 건지 묻는가 보네요. 그 나라의 풍경 건축 의복 등등 그리고 식생활도 문화니 왜 한국인들이 국을 선호하는지 충분히 이해시키셨으면 좋겠네요. 또 국이야? 그래? 그럼 맥도날드를 가

    2015.02.11 00:01 [ ADDR : EDIT/ DEL : REPLY ]
  4. 참나 무슨 이태리나 프랑스 스페인 이런나라 출신이 한식갖고 밥투정하면 이해하겠지만 음식문화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러시아 영감이 되도 안한 짓 하니 같잖네. 독일에서 살고 있어서 난 한식이 너무 너무 그립다.

    2015.02.11 06:40 [ ADDR : EDIT/ DEL : REPLY ]
  5. 러시아 사람들도 수프 또는 불룐이라해서 국물많이먹습니다 특히 보르쉬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물요리지요~

    2015.02.11 08:02 [ ADDR : EDIT/ DEL : REPLY ]
  6. 삼겹살 구워먹으러 안가셨나요~? ㅎㅎ
    고기 쌈 굉장히 좋아하셨을듯 하네요 :)

    2015.02.11 10: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ㅋㅋㅋ으앗.. 전 해산물 별로 안 좋아해서... 안 좋아하는 국들 많네요 ㅜㅡ

    2015.02.11 12: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그냥 저분 취향 아닌가요? ㅋ

    2015.02.11 17: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왜 한국음식엔 빵이없냐라니... ㅋ 아 왜 러시아사람들은 한국말을 안쓰는거야 라는 수준... ㅋ

    2015.02.12 00: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ㅋㅋㅋㅋㅋ글잘보고갑니다~
    좋은하루보내세요~

    2015.02.13 19: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어이가없네요. 또 국이야는 무슨 ; 저희 블로그에서 사진구경좀 하세요~~ 리투아니아는 어떤곳인지 참 신기하네요.

    2015.02.15 15: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그러게요. 외국인에 우리와같은 국물문화는 많이 생소하지요.

    2015.02.15 21: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요가일래2010.02.02 08:53

우리 집 식구는 모두 넷이다. 넷의 식성이 각각 다르다. 배고프면 스스로 해결하는 날이 더 많다. 다 함께 식탁에서 오붓하게 식사하는 날이 적다. 언젠가 아내는 주말에는 가급적이면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기를 권했다. 처음엔 잘 되었지만 얼마 가지를 않았다.

큰 딸 마르티나는 밥을 먹으면서 인터넷을 하고, 작은 딸 요가일래는 밥을 먹으면서 재미있는 TV 만화를 봐야 하기 때문에 뿔뿔이 각자 방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부엌에 남는 사람은 아내와 둘뿐이다.  

지난 토요일 아내가 정성을 들어 맛있게 음식을 준비했다. 가족을 모두 부엌으로 불러모아 함께 먹자고 했다. 그런데 마르티나가 접시를 들고 나가려고 했다.

"모처럼 함께 먹자고 하는데 나가니?" 아내가 한 마디 했다.
"아빠가 소리 내서 밥을 먹으니 신경이 써여."라고 마르티나가 답했다.
"난 살다보니 아빠의 소리에 점점 적용이 되었다."

사실 뜨거운 국물 등을 먹을 때 소리 내지 않고 먹기가 힘든다. 다른 식구들은 국을 조금 식힌 후 먹는다.모두 소리에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늘 노력은 하지만 오물오물 소리없이 밥을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빠가 주의하도록 금지문을 써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내가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요가일래는 종이를 가져와 글을 썼다. 이렇게 해서 우리집 냉장고 문에는 냠냠 쩝쩝 금지문이 붙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내와 함께 손님으로 가면 아내는 어떻게 밥을 먹냐를 살핀다.
"당신 오늘 정말 소리 내지 않고 밥을 먹더라. 웬 일이야? 집에서도 그렇게 해봐."
"그런데 집에서는 왜 잘 안 되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빠, 냠냠 쩝쩝 소리 내지 마세요."

이제 이 금지문이 기도문이 되어 식구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노력해야겠다.

* 최근글: 비둘기 가족 단란에서 비참까지 생생 포착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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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 재밌는 가족, 행복한 가족이군요.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2010.02.02 09:16 [ ADDR : EDIT/ DEL : REPLY ]
  2. 하비비

    하하하...그니까요. 식사하면서 소리에 그렇게까지 민감하다니...저도 우리식구들 식사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해봐겠네요.ㅋㅋㅋ 그렇게 소리가 많이 나나요? 신경을 전혀 쓰지않아서 그런지 소리가 나는지...안나는지도 모르겠는데...글쎄요...? 그나저나 요가일래의 순발력있는 재치는 어쩜 그리 이쁜지요...요가일래~~~thank you.

    2010.02.03 04:33 [ ADDR : EDIT/ DEL : REPLY ]
  3. 정돌이엄마

    식사하면서 스트레스 받으시겠네요.
    유난히 소리를 많이 내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요.
    따님이 같이 식사하는 것을 꺼릴 정도라면 주의하셔야겠어요.
    참고로 저는 총각무김치 같은거 먹을때 씹는 소리가 남들보다 많이 나는 편인데
    '어쩜 그렇게 맛있게 먹니?' 하고 부러워하더라구요.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말아야할거 같네요...쩝~~~

    2010.03.06 17:05 [ ADDR : EDIT/ DEL : REPLY ]
  4. ㅇㅇ

    지금 러시아계 회사에 다니는데, 전 평소에 소리를 내지 않고 먹으려고 하는 편인데도, 러시아 사람들은 정말 소리를 안내면서 먹더군요. 그러니 더욱 조심해지더군요.
    서양권은 기본 예절이라지만, 우리나라도 원래 있는 예절인데 먹고 살기 힘들다고 그런 예절에 소홀해 진 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불편하시겠지만, 적응되면 오히려 한국와서 같이 사람들이랑 같이 밥먹으면 짜증이 나실 거에요 ㅎㅎ

    2014.05.16 05:34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