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언덕은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중 하나이다. 리투아니아 북부 지방의 중심 도시인 샤울레이로부터 북쪽으로 1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십자가를 언제부터 꽂기 시작한 지에 대해서는 명백히 알려져 있지 않다. 대대적으로 십자가 세워진 때는 제정 러시아에 대항한 1830년 11월 무장 봉기 이후부터이다. 다양한 형태와 재료로 만들어진 십자가는 현재 수십만 개에 이르고 있다. 


십자가 언덕으로 가는 길 옆에 있는 나무 세 그루가 늘 눈길을 끈다. 



이날 십자가 언덕엔 맑음과 비옴이 공존했다. 



광장 가운데 큰 십자가는 1993년 요한 바오르 2세가 세운 십자가이다.



십자가 언덕의 여러 모습니다.



입구쪽으로 나오는데 거대한 나무 십자가가 작은 쇠 십자가에 걸려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뒤로 돌아가서 보니 십자가 나무 밑동이 썩어서 강풍에 넘어져 있다.



작은 쇠 십자가가 큰 나무 십자가를 지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까.... 큰 소원을 담은 십자가인데 힘들더라도 오래 버텨주길 바란다.



십자가 언덕 풀밭에는 보통 5월에 피는 민들레꽃이 10월에 다시 피어나 있다.

  


가톨릭 성지순례지이자 리투아니아의 민족 정신이 서려 있는 십자가 언덕에는 이날도 사람들이 기도나 소원을 빌며 십자가를 꽂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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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시스(Cēsis)는 라트비아 중부 북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인구는 2만명이 못 되지만 2014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선정될 만큼 유서 깊은 도시이다. 중세시대 한자동맹의 주요 도시인 리가와 타르투를 잇는 무역로에 있었다.



13세기에 "리보니아 검의 형제"로 알려진 독일 기사단이 요새를 세웠다. 요한 성당은 리보니아 지역에서 가장 큰 성당이다. 체시스 요새는 리보니아 기사단장의 거주지였다. 16세기 말 리보니아 전쟁, 18세기 초 대북부 전쟁으로 요새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는 복원이 되어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10월 중순 이 도시를 다녀왔다. 비가 내릴 듯한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지만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요새의 가을정취를 만끽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연못 속 노란 단풍은 철망에 가로막혀서 더 이상 떠내려 갈 수가 없었다. 



떨어져 가는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가둬놓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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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7. 5. 23. 05:40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차를 사용해 양산 자택에 머물면서 주민들과 기꺼이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를 보는 듯하다. 

월요일에는모친을 방문하기 위해 자택에서 부산 영도까지 경호 차량 없이 버스로 이동했다. 그 동안 대통령을 태운 방탄 차량에 여러 대의 경호 차량이 이동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교통 불편을 끼쳤다. 

이것이 바로 외형으로 우러나오게 하는 대통령 권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내면에서 스스로 느끼는 대통령 권위의 모습이라 참으로 흐뭇하다.

어제 월요일 오후 에스토니아 탈린의 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저 앞에서 남녀 한쌍이 걸어오고 있었다. 여성은 양팔을 가볍게 흔들며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좀 떨어진 거리였지만 텔레비젼 뉴스에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순간적으로 혹시 에스토니아 여성 대통령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즉시 전화기를 꺼내 전화기를 들고 있는 척하면서 동영상을 찍었다. 한 순간이었다. 이들이 지나간 후 동영상을 보니 여성은 대통령이고 그 옆 남성은 경호원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사회가 안정되고 평화롭다고 하지만 백주 대낮에 경호원 한 명만 대동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대통령이 있다니 그저 놀랍다. 에스토니아 친구에게 이 동영상을 보여주며 물으니 자기 나라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Kersti Kaljulaid, 아래 사진) 대통령이라고 했다. 저 멀리서는 연인 한 쌍이 다가오는구나로 여겼고, 좀 떨어진 거리에서는 대통령일 것이라 여겼다.


경호 차량 없이 버스로 이동하는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
경호원 1명만 대동하고 거리를 걷고 있는 에스토니아 칼률라이드 대통령    
두 분 모두 끝까지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고 존경 받는 대통령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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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월은 여러 차례 에스토니아 탈린 공항을 이용하게 되었다. 탈린 공항은 규모가 작지만, 아늑하고 쾌적하고 밝은 공항 실내가 인상적이어서 참으로 마음에 든다. 

특히 탑승구 전체가 기업 광고로 되어 있다. 탑승객이 광고에 매혹되어 비행기가 아니라 광고 속으로 멍하니 빨려 들어갈 듯하다.  

탈린 공항 탑승구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밝고 다양한 에스토니아 색 의자가 시선을 끈다.


통신 회사 Telia 광고로 치장된 탑승구이다. 탑승구 문에 있는 의자에 편안히 앉고 싶을 정도이다. 



에스토니아 대표적 언론사인 Postimees 광고로 된 탑승구이다.



여객선 회사 Tallink 광고 탑승구이다. 하늘이 아니라 바다 속으로 여행가는 기분이 든다.



전 국토의 50%가 숲인 나라가 에스토니아다. 탑승구 문이 숲이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다. 
탑승구와 광고의 만남이 에스토니아를 방문하는 이에게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광고로 장식된 탑승구를 바라보면서 이 글을 마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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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늘 지갑에 명함을 넣고 다녔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명함을 건네주는 대신에 블로그 주소나 카카오톡 아이디나 페이스북 계정 등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런지 탈린 공항에 빼곡히 꽂혀 있는 명함 벽이 인상적이다.


원래 의도가 얼마나 유용하게 실현되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명함 박물관"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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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유럽에 속하는 발트 3국은 주로 관광철이 여름철이다. 4월 하순에 시작해 11월 중순에 끝난다. 인근 나라 관광객을 제외하고 겨울철에 이곳을 찾는 단체 관광객들은 매우 적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해가 짧다. 아침 8시경에 해가 뜨고 오후 4시경에 해가 진다. 또한 맑은 날이 드물다. 대부분 잿빛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기온도 낮다. 대체로 영하 5-10도 내외의 날씨이지만, 때로는 영하 20도 내외의 날씨가 여러 날 지속되기도 한다.

1월 중순 발트 3국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다행히 혹한의 날씨가 지난 후였고 영하 2-5도 내외의 비교적 따뜻한 날씨였다. 

눈 덮인 대지와 도심을 둘러볼 수 있었고 해가 긴 여름철에는 보기 힘든 도심의 야경을 마음껏 즐길 수가 있었다. 12월과 1월 초순에는 크리스마스 장터를 구경할 수도 있다. 

겨울철에 찾은 에스토니아 관광명소 풍경에 이어서 오늘은 라트비아 관광명소들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 검은머리 전당 낮(상)과 밤(하)

▲ 리가 루터교 대성당 

▲ 자유상

▲ 삼형제 건물 

▲ 라트비아 민속촌 

▲ 투라이다 주교성 

▲ 룬달레 궁전 진입로와 궁전

겨울철에 찾은 에스토니아 관광명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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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유럽에 속하는 발트 3국은 주로 관광철이 여름철이다. 4월 하순에 시작해 11월 중순에 끝난다. 인근 나라 관광객을 제외하고 겨울철에 이곳을 찾는 단체 관광객들은 매우 적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해가 짧다. 아침 8시경에 해가 뜨고 오후 4시경에 해가 진다. 또한 맑은 날이 드물다. 대부분 잿빛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기온도 낮다. 대체로 영하 5-10도 내외의 날씨이지만, 때로는 영하 20도 내외의 날씨가 여러 날 지속되기도 한다.


1월 중순 발트 3국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다행히 혹한의 날씨가 지난 후였고 영하 2-5도 내외의 비교적 따뜻한 날씨였다. 

눈 덮인 대지와 도심을 둘러볼 수 있었고 해가 긴 여름철에는 보기 힘든 도심의 야경을 마음껏 즐길 수가 있었다. 12월과 1월 초순에는 크리스마스 장터를 구경할 수도 있다. 

먼저 에스토니아의 관광명소들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탈린 구시가지와 항구 

▲ 톰페아 언덕 국회의사당 

▲ 구시청 광장엔 여전히 크리스마스트리가 불빛을 밝히고 있다.

▲ 카테리나 골목길 

▲ 에스토니아 민속촌 

▲ 부엌을 봐라 박물관에서 바라본 네브스키 성당(상), 네브스키 성당 야경(하) 

▲ 덴마크 왕의 정원 - 유령이 불쑥 나올 것 같은 분위기 ㅎㅎㅎ 

▲ 검은머리 길드 회관  

▲ 합살루 해변 겨울철(상), 여름철(하) 

▲ 패르누 해변 - 밀려온 얼음 조각으로 누군가 탑을 만들어놓았다.

날씨와 일조시간에도 불구하고 겨울철에 한번 방문할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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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발트 3국에서  가장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도시다. 구시가지는 높은 석회석 성벽, 하늘을 찌를 듯한 뽀족한 첨탑, 꼬깔모자를 쓴 듯한 방어탑, 붉은 기와 지붕의 중세 건물 등이 즐비하다,


하지만 눈에 확 띄는 이런 건축물외에도 나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건물 출입문이다. 다양한 모양과 다양한 색깔이 회색빛 석회석 도시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듯하다. 어제 탈린 구시가지를 걸어다니면서 여러 출입문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바로 위 사진은 탈린 대길드 출입문에 있는 사자상이다. 라틴어로 된 문구는 "이 건물에 있는 모든 사람과 이 건물에 들어올 모든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축복하시길 바랍니다."다. 탈린에 오는 여행객들이 이런 탈린의 다양다색 문도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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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여행2016. 2. 4. 06:50

발트 3국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비슷한 건축물이 하나 있다. 나비의 날개를 연상하는 구조물이다. 이 건물의 용도는 바로 주유소이다. 자가주유소(셀프주유소)이다. 일반적인 주유소 건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먼저 리투아니아 북부 지방 도시 샤울레이에 위치한 주유소이다.


아래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시가지에 있는 주유소이다. 



주유소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보았다. 여기서 주유하면 마치 차가 나비처럼 훨훨 나을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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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5. 1. 12. 07:16

작은 나라들로 구성된 발트3국을 다니면 몇 해 전만 해도 화폐가 다 달라서 현금 사용자가 여행하기에 불편했다. 가게에서는 현지 통화만 고집을 해서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하는 관광객들을 쉽지 않게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화폐 이름으로 에스토니아는 크론,  라트비아는 라트, 리투아니아는 리타스였다. 

그러던 것이 이 세 나라가 이제는 모두 유럽의 여러 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공동화폐 유로(euro)를 도입하게 되었다. 에스토니아는 2011년, 라트비아는 2014년, 그리고 리투아니아는 2015년부터 각각 유로 사용 국가가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19번째 유로 사용 국가다. 사용하기 시작한 지 10여일이 지났다. 일상에서 불편은 없다. 더우기 집안에 현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화폐의 모양과 이름이 바꿨을 뿐이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동전도 은행에 가져가면 자동 기계가 있어 쉽게 유로로 환전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가격  수치의 변화다.
이것이 착각으로 소비심리를 부채질할 수 있다.

1유로는 3.455 리타스다. 유로 수치에 비해 리타스 수치가 3배 이상이 높다.
수치가 높으니 리타스 가격이 괜히 더 비싸 보이고, 유로 가격은 더 싸 보인다. 


이런 가격 착각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당분간 리타스와 유로로 가격을 병행 표시해야 한다. 귤 1킬로그램당 리타스는 5.01이고, 유로는 1.45이다. 순간적으로 옛 가격 수치에 익숙한 눈에는 이렇게 가격이 엄청 싸져 보인다. 마치 가격 폭락이 이루어진 듯하다.

 


위에 영수증은 최근 큰상점에서 물품을 구입한 후 받은 영수증이다. 많은 물건을 샀지만, 가격 수치는 겨우(?) 19,17이다. 


* 파란 원 안에는 지갑에 들어온 최초의 유로 동전


리투아니아 화폐로는 66.19이고, 유로  화폐로는 19.17이다. 괜히 싼 가격으로 물품을 구입한 듯한 착각으로 당분간 지갑에서 돈이 더 쉽게 나갈 듯하다. 참가로 리투아니아 부가가치세는 21%이다. 물품 하나 구입으로 21%의 세금을 내게 된다. 가격 수치는 나아져 물품값이 싸게 보여 좋지만, 월급 액수가 더 낮아져 상대적으로 더 빈곤해 보인다. 팍 줄어든 월급 액수에 폭락해 보이는 가격이 더욱 씀씀이를 유혹질하고 있는 형국이 바로 지금이다. ㅎㅎㅎ



유로 도입과 비슷한 효과를 노린 듯한 서울의 어느 한 식당의 가격  차림표다. 14,000원 대신에 W14.0으로 표기하고 있다. 한편 서울의 또 다른 식당은 음식값을 아예 원화 대신 달러화로 표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이해가 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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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30백만명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하지만 특히 IT 기술에 능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발트 3국은 모두 인터넷 속도가 세계에서 빠른 편이다. 하지만 적어도 무선 인터넷에서는 에스토니아가 최고이다.

* 무선 인터넷 가능 안내 표시판

시내 중심가, 장거리 버스, 공공장소, 커피숍 등 무료 와이파이가 열려져 있다.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스마톤이 뽕뽕 울려댄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자동으로 접속한 무선 인터넷 덕분에 페이스북 등이 소식을 알려주는 소리이다. 

* 달리는 버스에서 일몰 사진을 찍어 즉시 밴드에 올렸다.

* 식물원에서 잠시 쉬면서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에스토니아에서는 누구나 쉽게 이렇게 무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즉시 밴드나 페이스북 등 사회교제망에 올려 소식을 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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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3국까지 한국 관광객들어오면서 가족과 함께 여름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여름철 더운 날이면 가족과 함께 빌뉴스 인근에 있는 트라카이의 맑은 호숫가에서 일광욕과 호수욕을 즐겼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 관광객들과 발트 3국의 이 도시 저 도시로 돌아다니면서 여름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여름 어느 날 에스토니아 서부지방 도시인 합살루(Haapsalu)에서 백조 가족을 만났다. 엄마 백조는 앞에서 아빠 백조는 뒤에서 새끼 백조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바닷가로 나아 일광욕을 즐기는 백조 가족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집에서 가장(家長) 없이 여름날을 보내고 있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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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새벽 1시에 잠을 청했다. 그런데 휴대전화기가 울렸다. 6시 30분에 일어나기 위해 맞춰놓은 것이 울리나 생각했다. 하지만 전화였다. 새벽 3시였다. 지인이 전화했다.
현재 리투아니아 국경 기차역에서 한국인들이 곤경에 처해 있다고 했다. 외교부 영사 전화를 이용하라고 했더니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 여긴 대사관도 없다. 한국인의 로밍 전화기에 전화했다.


기차에서 강제 하차된 한국인 관광객들

리투아니아에서 한국으로의 전화는 1분당 4천6백원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데 전화요금을 따질 틈이 없었다. 리투아니아 국경경찰을 바꿔달라고 했다니 경찰이 아예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타고온 기차는 벌써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고 했다. 

"지금 어디예요? 역 이름요?"

역 이름을 들어보니 적어도 리투아니아 역이 아니였다. 컴퓨터를 즉각 켜고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니 라트비아에 있는 역이었다. 더욱 난감했다. 새벽 3시에 전혀 알지 못하는 라트비아어로 어디에도 물어볼 곳이 없었다. 

사연은 이렇다. 20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관광을 마치고 야간 기차로 리투아니아 빌뉴스 기차역으로 오는 중이었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는 솅겐조약 회원국이다. 비솅겐 회원국에서 솅겐 회원국으로 들어오는 첫 국경검문소는 입국심사 절차가 까다롭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한국 여권 소지자는 솅겐 회원국 전체를 통해 180일 동안 90일 이내 체류시에는 사증이 필요 없다. 그래서 이들은 유효한 여권만 소지하고 라트비아 국경으로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기차 안에서 입국심사를 진행하던 라트비아 국경경찰이 한국인들을 새벽 2시 30분경 강제로 기차에서 내리게 했다. 

이유는 여행 의료보험 증명서 미소지 
이들이 여권외에 솅겐 회원국을 여행하는 기간 동안 유효한 여행 의료(건강)보험 서류를 소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트 3국이 솅겐조약 회원국이 된 후로부터는 여행 의료보험 서류 미소지로 인해 입국이 거절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관광을 마친 후 에스토니아 나르바 국경지점을 통과한 한국인들로부터 국경경찰이 의료보험 서류를 보여달라고 한 경우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라트비아 국경경찰은 왜 그렇게 했을까?

솅겐조약은 유럽의 여러 나가가 공통의 출입국 관리 정책을 사용하고 국경검문체계를 최소화해서 국가간의 통행을 자유롭게 하자는 내용을 담은 조약이다. 현재 26개국이 이 조약에 서명했다. 이 결과는 국가간 국경검문소가 철거되었고 공통의 솅겐 사증(비자)로 여러 나라에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다.   

* 국경검문소가 철거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국경지대. 청소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긴장과 불안으로 잠은 벌써 멀리 달아났다. 솅겐조약 회원국으로의 입국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찾아보았다. 솅겐 회원국 입국사증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행 의료보험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어디에도 무사증 입국자가 여행 의료보험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는 명확한 문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침 8시에 리투아니아 빌뉴스 기차역에 도착해야 할 이들은 이날 저녁 6시 30분에 버스로 빌뉴스에 도착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들은 심신간 큰 고통을 겪었다.   

두 국경검문소 사이에서 탁구공 신세
새벽 2시경 강제 하차시킨 라트비아 경찰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러시아 국경검문소로 돌려보내면서 그쪽에서 여행 의료보험에 가입한 후 라트비아로 입국하라고 했다. 러시아 국경검문소는 이미 러시아 비자가 만료된 사람을 입국시킬 수가 없었다. 졸지에 이들은 두 국경검문소의 탁구공 신세가 되었다. 라트비아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러시아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서 여행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말인가! 두 국경검문소 모두 영어로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

새벽 6시가 되자 라트비아 쪽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라트비아 국경에 있는 보험사 사무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들은 돈을 내고 여행 의료보험에 가입했고, 이제 라트비아로 입국할 수 있었다. 라트비아 국경경찰이 "You are free!"라고 했지만, 교통수단이 없었다. 국경지대는 초원과 숲으로 이루어져 민가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 이들은 민가를 찾아서 무조건 길을 따라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사이에 여행사는 어렵게 버스를 구해서 국경으로 보냈다. 이들이 버스를 타기 시작한 시각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장장 12시간 동안 이들은 러시아와 라트비아 국경지대에서 어느 국가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생존을 위해 버터야 했다. 여행 의료보험 증명서가 아름다워야 할 이들의 유럽여행 추억을 완전히 망치고 말았다. 

과연 무비자 입국자도 비자 입국자와 마찬가지로 여행 의료보험 증명서를 제시해야 할까? 
해답을 인터넷에서 찾는 것보다는 답이 올 것이라고 큰 기대는 하지 않을지라도 발트 3국의 관련 정부 부서에 전자편지로 문의해보기로 했다. 앞으로의 한국인 관광객들을 돕는다는 사명감으로 어슬픈 영어실력이지만 아래와 같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정부의 외무부와 국경수비대에 편지를 보냈다.

Dear All Concerned, 
I am a citizen of the Republic of Korea (South Korea). I can stay for up to 90 days in the Schengen area without a visa. I know that a travel medical insurance is nesessary to get a visa for the Schengen countries. But citizens of the Republic of Korea don’t need a visa for a few weeks trip in this area. 
In this case, when I enter your country, does a travel medical insurance have to be presented at border crossing points of your conutry? Or is a valid passort enough to be presented? 
Please let me know about that.
Thank you in advance 
Yours sincerely 
Dae Suk CHOI

의외로 답변이 빨랐다. 
보낸사람: VRS Operatīvais Dežurants 
받는사람 : chtaesok@hanmail.net 
날짜: 2013년 7월 24일 수요일, 21시 03분 24초 +0900 
제목: insurance 

Hello! For entry into Latvia You must present a valid health insurance policy. 
Best regards, 
Inspector of National Coordination Centre 
State Border Guard of Latvia 

2. 에스토니아 국경수비대 답변: 
보낸사람: Omar Otlot 
받는사람 : "chtaesok@daum.net" 
참조 : "konsul@vm.ee" 
날짜: 2013년 7월 24일 수요일, 22시 25분 00초 +0900 
제목: response 

Dear Dae Suk Choi, 
In response to your questions I would inform you that on arrival to the Republic of Estonia all third country nationals (non-Schengen countries) is required to present at the border crossing point a valid medical insurance. 
Best Regards 
Mr. Omar Otlot 
Border Guard Major Leading Border Officer of Border Security Bureau, 
Estonian Police and Border Guard Board

3. 리투아니아 국경수비대 답변: 
보낸사람: VSAT budėtojo padėjėjas 
받는사람: 
날짜: 2013년 7월 25일 목요일, 14시 03분 24초 +0900 
제목: RE: Requirements at boarding crossing points 

Good morning, 
The travel medical insurance is not necsessary to cross a border. You can purchase insurance at border control point if you need it. 
Duty officer Senior specialist of National Coordination Center 
of State Border Guard Service of Lithuania 

4. 리투아니아 외무부 답변: 
보낸사람: Lolita SVENČKAUSKIENĖ 
받는사람: "chtaesok@daum.net" 
날짜: 2013년 7월 25일 목요일, 16시 57분 37초 +0900 
제목: FW: Requirements at boarding crossing points 

Dear Mr. Dae Suk CHOI, 
I am writing in reply to your letter concerning your question about crossing Lithuanian border. 
A valid travel document (passport or personal identification card) has to be presented by FOREIGN NATIONALS travelling without visa while crossing border. 
Medical insurance is not required at the border.

답변은 명확하다 - 여행 의료보험 증명서 제시해야 
답변은 짭고 명쾌하다. 라트비아도, 에스토니아도 입국심사에서 여행 의료보험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국경경찰이 제시를 요구할 경우이다. 제시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미소지자라도 입국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지금껏 없더라도 이렇게 통과되었다. 이번 경우처럼 절차에 충실한 까다로운 국경경찰을 만난다면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와는 달리 리투아니아는 국경을 통고하는 데 여행 의료보험이 필요 없다.  

유럽 솅겐조약 회원국을 여행하더라도 유럽인들은 여권과 아울러 유럽건강보험증을 소지하고 다닌다. 나도 이 유럽건강보증을 항상 소지하고 있다. 하물며 한국에서 유럽을 여행올 때, 특히 솅겐 회원국이 아닌 나라(예, 러시아)에서 솅겐 회원국인 나라(예, 라트비아)로 들어올 때는 항상 여행 의료보험 증명서를 소지할 필요가 있다. 

아래는 발트 3국 국경지대를 담은 영상이다. 

▲ 강을 사이에 둔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국경
 
▲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국경


▲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국경

유럽의 여러 나라가 솅겐조약을 맺어 회원국간 이동을 간소화하고 편리하게 해놓지만, 비회원국 국민의 역내 입국은 엄격한 잣대로 까다롭게 하고 있다. 다른 한국인 관광객들은 의료보험 증명서 없이도 무사통과되었는데 괜찮겠지 하다가 위의 경우처럼 당황을 넘어 정신적 공황에 빠질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7. 1. 06:39

발트 3국을 두루 관광안내사(가이드)로 일하다보면 6하 원칙 중 관광객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것 중 하나가 "왜"이다. 오늘은 그 "왜" 중 하나를 소개한다.   

* 빌뉴스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꼭 가보는 안나 성당(왼쪽 성당)

* 리가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꼭 가보는 검은 머리 전당

바지도 짧아지고, 치마도 짧아지는 여름철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편리성으로 인해 주로 바지를 입는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를 둘러본 후 한 관광객들이 물었다. 

"여기 여자들은 더울 텐테 왜 짧은 치마를 입지 않고 긴 치마를 입고 다니나요?"
"저는 아직까지 눈여겨 보지 못했는데요."
"이제부터 한번 잘 보세요."  


패션에는 완전 무감각이다. 관광객이 물으면 안내사로 답을 해줘야 한다. 혹시나 집에 있는 아내가 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전화했다.

"손님 중 한 사람이 왜 여기는 긴 치마를 입고 다니냐고 물었어. 혹시 당신은 그 이유를 알아?"
"알지. 올해 여름철 유행은 긴 치마야. ㅎㅎㅎ" 


"유행"이라는 말에 답이 나왔다. 정말이지 이후부터는 긴 치마를 입고 지나가는 여성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화사한 긴 치마가 바람에 살랑살랑 날리는 모습이 한층 더 아름다워 보인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7. 11. 07:34

요즘 발트 3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전에 관광안내를 하면서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다녀왔다. 필수 볼거리 중 하나가 바로 화약탑이다.


화약탑은 리가 요새의 일부분이다. 1330년 처음 언급되었다. 원래는 모래탑으로 불려졌지만, 화약이 보관된 17세기부터 화약탑으로 불러지고 있다. 이 탑의 직경은 14.3미터, 높이는 25.6미터, 두께는 3미터이다. 


화약탑 자체보다는 초록색 담쟁이덩굴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서 빨리 담쟁이덩굴이 화약탑을 휘감고 올라가 마침내 세상의 모든 화약고를 다 저렇게 뒤덮어서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7. 14. 06:36

박희태 국회의장은 수교 20주년을 맞이하여 최근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순방했다. 우리나라 3부 요인으로는 처음 공식 방문이라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순방에는 박기춘, 한선교, 이정현, 윤상현, 이명수 의원이 함께 했다.

라트비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7월 7일 오후 육로로 리투아니아를 입국했다. 리투아니아 한인회는 국회의장과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국경지점까지 가기로 했다. 국경선은 빌뉴스에서 북쪽으로 2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승용차로 약 2시간 30분 걸리는 거리이다.

▲ 박희태 국회의장 리투아니아 도착을 기다리면서 폴란드 대사, 대사관 직원, 한인회 임원, 화동
▲ 국회의장을 태운 라트비아 승용차
 

전날까지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이날은 하늘도 환영하는 듯 맑은 날이었다. 오후 2시경 국회의장 일행은 라트비아 국경을 넘어 리투아니아로 들어왔다. 땀이 날 정도로는 아니였지만, 햇볕이 무척 따가왔다.

아홉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교민 아들 리차드와 함께 화동(花童) 역할을 하느라 국경지점까지 함께 갔다. 두 화동은 국회의장 내외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어 리투아니아를 관할하는 폴란드 대사관 직원과 리투아니아 한인회 임원과 인사가 있었다. 잠시 후 국회의장 일행은 리투아니아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면서 빌뉴스로 향했다.   
 
▲ 꽃다발을 든 요가일래(좌)와 리차드(우)
 

"아빠,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만나느라 우리가 그렇게 먼 거리를 왜 와야 했어?"
"국회의장은 아주 높으신 분이야. 너는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지?"
"당연히 만나고 싶지."
"국회의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높으신 분이야. 직접 와서 꽃다발을 증정하는 것은 참 영광스러운 일이야."
"아빠, 그래도 꽃배달을 시킬 수 있잖아."


이날 저녁 국회의장과 한인회 상견례에 가서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어준 딸아이는 아빠를 꼭 꺼안았다.

"아빠, 정말 보고 싶었어."
"왜?"
"그냥. 우리는 한국 사람이잖아!"

꽃배달로 환영해도 될 일이라고 순진하게 말하던 딸아이는 이날 낮에 만난 한국 사람들을 많이 생각한 것 같았다. 자라서 국회의장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자신의 옛 사진을 보면서 딸아이는 흐뭇해 할 것 같다.   

▲ 박희태 국회의장 내외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리차드와 요가일래
 

리투아니아를 순방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 이레나 데구티에네 국회의장, 안드류스 쿠빌류스 국무총리, 라사 유크네비치에네 국방장관 등을 만나 양국간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실질적인 협력이 가시화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