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 11. 6. 06:51

어제 11월 5일 딸아이가 만 12살이 되었다. 같은 띠를 만나는 뜻깊은 생일이라 다른 해와는 좀 다르게 축하해주고 싶었다. 가까운 친구들뿐만 아니라 같은 도시에 사는 일가 친척도 초대하기로 했다. 보통 생일 행사는 선물과 친구 초대였다. 


딸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아내는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나는 12개의 풍선을 불어서 거실에 주렁주렁 매다는 것이었다. 공기를 넣는 도구가 있어서 힘은 덜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학교에 돌아온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 저 풍선 누가 매달었어?"
"내가."
"정말 고개 아파겠다."


천장을 향해 고개를 쳐들면서 풍선 12개를 매다는 일이 딸아이에겐 아주 어려운 일로 비쳐졌다. 바닥에서 풍선을 실로 묶어서 걸기만 했는데 말이다. 진실은 말하지 않았다. ㅎㅎㅎ 

자, 그럼 아내의 일은 무엇이었을까?

딸아이의 침대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딸아이가 가지고 놀았던 인형들을 모두 올려놓았다. 딸아이는 자기가 애주중지 사용하던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인형들을 상자 세 개에 다 담아놓았다. 


아내는 딸아이가 이제 12살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더 더욱 인형하고 놀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상자에서 인형 모두를 꺼내 전시했다. 마치 인형들이 그 동안 놀아준 데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동시에 생일을 축하케했다. 앞에는 긴 풍선을 놓았다. 풍선에는 한국어. 리투아니아어, 영어, 에스페란토 4개 언어로 "생일 축하해요"라고 썼다. 


학교에서 돌아와 자기 방에 들어온 딸아이의 반응은 그야말로 환상적었다. 엄마의 깜짝 축하에 기분이 최고였다. 

풍선을 불어 매달고, 미역국을 끓이고, 여러 음식을 요리하고, 손님들을 접대하는 데 하루 종일을 보냈다. 특히 아내의 인형 축하 발상은 최고였다. 인형들이 축하하면서 "이젠 어린 시절은 안녕!"이라는 암시를 하는 듯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딸아이는 행복한 생일을 보냈을 것이라 믿는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3. 05:17

일전에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를 만났다. 아무런 댓가 없이 2박 3일 동안 재워주고 구경시져 주었다. 감사할 뿐이다. 

친구는 집 인근에 특이한 식당이 있다고 했다. 이곳은 바이킹 시대를 소재로 한 식당이다. 연못에서 직접 낚은 물고기로 생선요리를 먹을 수도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식당도 아니고 음식도 아니였다. 바로 야외 전등 지지대였다. 뿌리가 있는 통나무 전체를 가지고 지지대를 만들었다. 아주 간단했다. 바로 뿌리를 위로 하고 통나무를 세워놓았다. 위에 있는 뿌리에는 야생화나 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이 거꾸로 된 통나무 전등 지지대를 보고 있으니, 발상 전환이 왜 때론 필요한 지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3. 8. 06:14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도 최근 화제가 된 중국인이 있다. .  랴오둥 반도 끝에 자리잡은 도시 다롄의 산업대학교에 다니는 23살 여대생 왕유에(Wang Yue, 23살)이다. 왕유에는 지난 2월부터 그가 거주하는 거리에 있는 나무들 틈 사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 그 동안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 나무들이 덩달아 다롄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http://www.ipernity.com/home/xlp_minosun]


여대생 한 사람의 발상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모우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3. 5. 08:05

일전에 폴란드식 겨울철 도로 위 구멍 메우기를 소개했다. 아스팔트는 수분에 민감하다. 한판와 폭설, 제설용 염화칼슘으로 인해 아스팔트가 쉽게 손상된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유난히 도로에 구멍이 잘 난다. 도로를 관리하는 시청은 예산, 인력 확보 등으로 어려움이 겪는다.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에 등장한 기발한 방법이 화제이다. 시민들이 도로에 난 구멍을 부각시켰다. 이를 통해 운전자에게는 주의심, 시청에게는 빠른 수리를 촉구하고 있다. 튤립꽃 화분을 갖다놓았다.


봄을 상징하는 꽃 중 하나인 튤립꽃이 자라는 도로 구멍...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17. 15:45

얼마 전 딸아이 요가일래는 만 10살이 되었다. 10년 동안 딸아이의 단독 사진을 모아보니 5000여장에 이른다. 매년 500장을 찍은 셈이다. 현재 이 사진들을 추려서 딸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려고 한다.


때는 2004년 4월 1일로 만 두 살 반이다. 딸아이는 체스 알을 가지고 열심히 놀고 있다. 그리고 한 생각이 떠올랐는지 딸아이는 아빠에게로 와서 으르릉거린다. 체스 졸(卒)을 손톱에 끼고 호랑이가 된 듯하다.


붉은색 졸로는 아빠를 잡아먹는데 실패했다. 이젠 노란색 졸로 전법을 달리해본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도 있지만, 이렇게 천진난만한 발상과 놀이로 그 힘듬을 상쇄시켜주기도 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