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8.05.18 07:35

5월 초순과 중순 리투아니아 거리나 공원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꽃 중 하나가 마로니에 (일명 말밤나무 horse-chestnut) 꽃이다. 
나뭇잎이 7개이고 모양이 비슷해 칠엽수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마로니에는 꽃가지가 위로 뻗어 큰 원추형을 이루고 
꽃잎에는 분홍색 점들이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또한 열매의 외면은 밤송이와 같은 가시가 있다. 
밤을 닮아서 이를 너도밤나무라 우기는 사람도 만난다.

마로니에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고 
너도밤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고 우리나라 울릉도의 특산 식물이다.

마로니에 열매가 밤을 닮아서 그런지 
이것을 주워 먹어보려는 여행객들을 가끔 본다. 
독성을 띄고 있어 먹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약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 집 앞에서 자라고 있는 마로니에 꽃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폴란드 친구가 즉각 댓글을 달았다.
 


폴란드 친구의 댓글이다.  
"나도 방금 꽃을 따서 약을 만들고 있었어."

민간요법으로 약을 만든다는 소리에 궁금증이 일어났다.  
질문 쪽지를 보냈다.

"요법을 알려줄 수 있니? 어디에 좋은데?"
"마로니에 꽃은 혈관 특히 정맥에 좋다. 꽃은 개화 도중에 따서 햇볕에 말린다. 
말린 꽃의 적당량을 넣어 차로 마신다.
기름 등과 섞어 바르기도 하고
보드카나 알코올 96%에 넣어서 상처 부위에 바르기도 한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내가 더 자료를 찾아볼게." 

유럽에서 약 30년을 살면서 
마로니에 꽃으로 차나 약으로 사용하는 사람을 이렇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올해는 그냥 넘어가고 내년에는 나도 마로니에 꽃 차를 만들어 마셔봐야겠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4.23 05:54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소나무, 전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등이다. 이 중에서 자작나무는 하얀색 껍질과 위로 시원하게 쭉 뻗은 키가 인상적이라 유럽에서는 숲속의 귀족 내지 여왕으로 묘사된다.


자작나무는 단단하고 결이 고아서 가구로 애용되고 또한 난방용 장작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자작나무 껍질은 불에 잘 붙어서 불쏘시개로 쓰인다. 야영시 모닥불을 피울 때 자작나무 껍질이 아주 유용하다.

또한 자작나무 껍질은 옛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데도 사용되었다. 어린 시절 자작나무 껍질에 시를 써본 적도 있다. 신라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것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른 봄에 자작나무 수액을 받아 마신다. 자작나무 잎과 가지를 말려서 사우나할 때 온몸을 때린다. 자작나무에 자라는 상황버섯은 항암과 신장질환 치료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주말 장모님이 소유하고 있는 숲에 다녀왔다. 목적은 10년 전인 2004년 호두나무 열매를 폴란드에서 가져와 심어놓았다. 그 동안 텃밭에 성장하고 있었는데 2년 전에 숲에 옮겨심었다. 그래서 여전히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잘 자라고 있었다.


이날 아내와 장모는 자작나무로 가더니 새싹을 따고 있었다.

"왜 따나요?"
"사실 지금은 조금 늦었지만, 막 돋아나는 자작나무 새싹을 깨끗히 씻어 유리병에 넣고 보드카를 부어서 보관했다가 위가 아플 때 한잔 하면 효과가 아주 좋아."라고 장모님이 설명해주셨다.


이날 또 하나의 자작나무 가치를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10.10 06:22

여름부터 딸아이의 무릎 양쪽에 사마귀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곧 없어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크기가 커졌고, 개수는 늘어났다. 

응급실로 직행해야 하는 병이 아니고서는 리투아니아에서는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의사의 진찰을 금방 받을 수는 없다. 먼저 가정의사 진료를 예약해야 하고, 그 다음에 피부 전문의 진료를 예약해야 한다.

이런 경우 아내는 한국에서는 어떻게 사마귀를 치료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여러 곳에서 사마귀 치료에 율무가루를 부위에 바르는 한편 물에 타서 마시면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율무는 영어로 'job's tear'로 집에 있는 '영어-리투아니아어 큰 사전'에도 해당 단어가 없을 정도로 아내도 알지 못했다. 생율무가루 사마귀 치료 전과 후, 그리고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 글을 읽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살고 있는 친척으로부터 급히 생율무가루를 구해 보내달라고 했다.


딸아이는 자기도 비록 반쪽이지만 한국인이라서 한국인의 민간요법이 치료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매우 기뻐했다. 그런데 물에 탄 생율무가루는 도저히 마실 수 없다고 했다. 딱 한번 시도해보는 데 그쳤다. 


생율무가루를 반죽해서 무릎에 서너 번 붙였다. 보기에는 조금씩 작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허벅지와 다리에 붉은 반점이 생기더니 며칠 후에는 보기에도 징그러울 정도였다. 

율무가루로 인한 알레르기로 보였다. 딸은 이때까지 별다른 알레르기 증세를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 민간요법으로 딸아이 사마귀를 치료하고자 한 선의는 오히려 붉은 반점을 낳게 되었다. 적지 않은 비용을 주고 항공편으로 율무가루를 공수해왔는데 말이다. 그냥 진료날짜를 차분히 기다리면 될 것이지 왜 돈 쓰고 성급하게 일을 추진해서 또 다른 병을 초래했는가라고 아내로부터 책망을 들었다. 입이 열 개라도 아내와 딸에게 할 말이 없었다.

"딸아,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얼마 후 정해진 진료날짜에 피부 전문의에게 가니 산성용액을 주었다. 이 산성용액을 한 두 방울 사마귀 위에 떨어뜨리니 순식간에 튀어나온 사마귀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항생제 연고를 붉은 반점에 한 두 번 바르니 점점 사라졌다.

돈 들고 욕 얻어 먹고...... 

큰딸은 특히 여름철이면 기미와 주근깨로 울상이다. 율무가 기미와 주근깨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해서 이번에 한국에서 2킬로그램이나 구입했다. 작은딸의 알레르기를 경험하고 나니 권하기가 꺼려진다. 생율무가루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이다.

율무가루에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딸에게 이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줄은 정말 몰랐다. 한국에서 효험이 아주 좋은 민간요법이라도 이젠부턴 여기에 소개하고 활용하는 데 보다 더 신중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04.20 07:35

어느 날 딸아이가 아빠 왼손 등을 보더니 물었다.
"아빠도 문신했어?"
"이잉~ 문신이라니?"
"여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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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약간 푸른 빛 문신(?)은 손등에서 손바닥까지 쭉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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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상처를 치료한 것이야."
"아빠, 어떻게 아팠는지 설명해줘. 정말 궁금해."

몇 년도인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35년전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겨울 어느 날이었다. 농한기에 아버님은 뒷방에서 볏짚으로 새끼를 꼬았다. 이 새키틀 돌아가는 소리는 천을 다듬는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어린 시절의 대표적인 추억 소리이다.

3살 아래인 동생과 함께 새끼틀 기어 이빨로 즐겨놀았다. 즉 엄지와 검지로 솜을 잡고 돌아가는 새끼틀 기어 이빨에 얹으면 돌아가는 기어 이빨로 느끼는 촉감이 좋았다. 위험하다고 말리는 아버님의 말을 듣지 않고 그만 검지손가락이 맞물려있는 두 개의 기어 사이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뼈가 훤하게 보일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시골이라 어디 치료해줄 의사가 없었다. 더군다나 밤이었다. 낫에 베인 작은 상처는 그냥 손으로 꼭 잡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고 지혈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 입은 상처는 너무나 크고 깊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당시 부모님의 황당스러운 응급처치법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너무나 간단했다.
   1. 부엌으로 달려간다
   2. 솥밑에 붙여있는 그을음을 숟가락으로 긁어낸다
   3. 그 그을음을 상처 부위에 골고루 뿌린다
   4. 내 코를 푼다
   5. 그 끈적한 콧물로 그을음을 덮는다
   6. 천으로 칭칭 감는다 - 이상 치료 끝

병원이 있는 도시에 살았다면 전혀 다른 치료를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그을음과 콧물로 치료를 받은 후 그 다음 날 바로 줄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이렇게 치료를 받아본 사람들이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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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종종 주위 사람 중 보기가 흉하니 수술로 제거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어린 시절 엽기적인(?) 응급처치였지만 왼손 중지를 바라볼 때마다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을 느낄 수 있는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09.11 07:16

어디나 마찬가지로 리투아니아에도 환절기에 감기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집만 해도 벌써 아내에 이어서 딸이 환절기 감기로 힘들어 하고 있다. 아무리 예방하고 조심한다고 해도 가족 중 한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식구가 차례로 걸리는 것이 우리 집의 감기 공식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가장 흔한 감기 초기증상은 목이 칼칼하고 따끔하고 아픈 것이다.

이럴 때 제일 먼저 꿀과 함께 차를 가능한 많이 마신다. 찻숟가락으로 꿀을 떠서 입에 넣은 후 따뜻한 차를 마신다. 주로 마시는 차는 백리향, 카밀레, 보리수꽃 차이다.

주식 중 하나인 감자를 삶을 때 수건을 덮어쓴 후 냄비 뚜껑을 열고 솟아오르는 뜨거운 김을 코와 입을 통해 목구멍 깊숙이까지 들어 마신다.

기침이 심할 때 꿀을 가슴에 바르고 양배추 잎으로 감싼다.  

겨자가루 팩을 물에 적신 후 이를 가슴 위에 올려놓고 수건으로 덮고 견딜 수 있을 때까지 놓아둔다.

자기 전에 보드카나 알코올을 가슴에 바른다. 이는 그 부위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 위함이다.

짓이긴 마늘을 발바닥에 바르고 양말을 신은 채 잠을 잔다.

독한 보드카에 후추를 뿌리고 목젖을 헹구면서 마신다.

감기 초기에 사우나에 가서 가슴에 꿀을 바르기도 한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최대한 약품이나 항생제, 주사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감기에 낫도록 노력한다. 환절기에 모두 건강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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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를 삶은 뜨거운 물에서 나오는 김을 깊숙히 마시고 있다.

* 최근글: 어느 아마추어 무선 기사의 차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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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01.05 23:02

올 연말까지만 해도 밤 온도가 영하 10도를 넘어가는 일이 없을 정도로 리투아니아 겨울은 상대적으로 포근했다. 하지만 역시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얼음낚시를 즐기는 친구의 바램대로 새해 첫날부터 지금까지 영하 10도에서 20도로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겨울철이 되면 감기로 한 두 번 고생하기는 리투아니아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예방하고 조심한다고 해도 우리 가족 중 한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네 식구 모두 차례로 콧물 흘리고, 기침하고, 때론 열까지 나는 증상을 겪는 것이 정례화 된 지 오래되었다.

감기 초기 증상으로 목이 따갑고 아프기 시작하면 리투아니아인들은 대개 제일 먼저 꿀과 함께 차를 마신다. 찻숟가락으로 꿀을 떠서 입에 넣은 후 따뜻한 차를 마신다. 이 때 주로 마시는 차는 백리향차, 카밀레차, 보리수꽃차이다.

감기 기침이 심해지면 우유를 뜨겁게 데워 꿀과 함께 마신다. 리투아니아인들은  뜨거운 물에 꿀을 타서 마시지 않는다. 뜨거운 물에 꿀을 타먹기를 좋아하는 필자는 꿀 영양분이 파괴된다는 리투아니아인들의 쓴 소리를 늘 감수해야 한다.

아이들이 기침을 심하게 할 때는 꿀을 가슴에 바르고 양배추 잎으로 감싸기도 한다. 감자를 삶을 때 냄비 뚜껑을 열고 솟아오르는 뜨거운 증기를 코와 입을 통해 깊숙이 들어 마신다.

겨자가루 팩을 물에 적신 후에 이를 가슴 위에 올려놓고 수건으로 덮고 견딜 수 있을 때까지 놓아둔다. 자기 전에 보드카나 알코올을 가슴에 바르기도 한다. 이는 그 부위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 위함이다. 때론 짓이긴 마늘을 발바닥에 바르고 양말을 신은 채 잠은 잔다.

지난 연말 돼지비계기름, 꿀, 양파즙을 함께 섞어 만든 민간요법 약을 가슴에 바르고 잤더니 감기가 평소보다 훨씬 빨리 나은 경험을 했다. 감기에 대항에 최대한 약품이나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리투아니아인들의 태도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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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를 필히 쨉싸게 이기고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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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를 삶은 뜨거운 물에서 나오는 증기를 깊숙히 마시고 있는 리투아니아인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