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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8 한국 지하철에서 머리 쓰다듬기를 싫어한 딸 3
요가일래2011. 6. 28. 06:21

요즈음 한국에는 지하철에서 귀엽다며 아기를 만진 할머니, 원색적인 말투로 이 할머니를 페트병으로 때린 아기 엄마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찰이나 법조계에서도 고민스러운 일이다고 한다. 아기를 만진 것이 과연 폭행죄가 될까? 또한 페트병에 상해를 입지 않은 경우에 과연 유무죄를 논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지나친 반응에 대한 도덕적인 비난은 충분히 있을 법하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몇해 전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때가 떠올랐다. 지하철을 타고 우리 가족만 있을 때 딸아이가 자주 묻는 말이 있었다.

"아빠, 왜 한국 사람들은 내 머리카락을 만져?"
"기분 안 좋아?"
"짜증 나."
"꽃이 예쁘면 너도 만지고 싶지? 귀여워서 만지는 거야. 세상 사람들이 다 네 할머니라고 생각해."
"그래도 싫어."
"그냥 웃으면서 견뎌! 조금 있으면 (리투아니아) 집에 가잖아." 

주로 중년이나 노년 여성들이 딸아이의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부드럽니?" "얼굴이 참 예쁘다"......

애정 표현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알려진 유럽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느낀 것은 바로 자기 아이라도 밖에서는 잘 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더욱 조심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 한국인의 머리 쓰다듬기에 익숙하지 않은 딸아이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법하다. 우리 집의 경우 아이와 함께 공공 장소에 갈 때 특히 버스, 슈퍼마켓 등에서는 절대로 자기 손으로 입술이나 얼굴 등을 만지지 말도록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접촉한 것을 만진 손으로 그냥 입술이나 얼굴을 만지만 아무래도 위생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미루어보면, 아무리 귀엽고, 어리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손으로 머리를 만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딸아이가 쉽게 이해가 된다. 

한국에서는 귀여운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이 우호적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예쁘다고 주저없이 타인의 아이들을 쓰다듬지 말고 그냥 미소와 함께 칭찬의 말만 해주는 것이 좋겠다. 물론 이번 한국 지하철 경우는 극단적인 예에 속하지만, 이제 한국에서도 머리 쓰다듬기의 미풍이 배척당하는 듯해서 씁쓸한 마음이 일어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