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12. 30. 08:40

긴 크리스마스와 주말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리투아니아는 국민 대다수(77%)가 로마 가톨릭교를 믿는지라 크리스마스 국경일은 3일이다. 24일, 25일, 26일이 쉬는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떻게 이 3일 휴가를 보냈을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휴가를 보낸 가족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집처럼 보냈을 것이다.

24일은 가족과 음식 만들기 

크리스마스 전야 저녁 식사는 그야말로 만찬이다. 이날은 생선을 제외한 고기를 일절 먹지 않는다. 만찬 식탁에는 12가지 음식[관련글 읽기]이 올라온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주부 한 명이 일하기에는 힘이 든다.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도와서 음식을 준비한다. 

온 가족이 식탁에서 기도한 후 미사빵을 나눠먹는다. 이날은 편식하지 않고 12가지 음식을 고르게 먹는다. 식탁에는 혹시 방문할 사람을 위해 빈 의자, 빈 접시와 수저를 마련한다. 식사 후 식탁에 둘러앉아 지난 1년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찬송가도 부른다. 이날은 식사 후에도 식탁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는 집도 있다. 그리고 성당에서 열리는 밤 미사에 참가한다. 

 


25일은 가족과 함께

25일 성당 미사에도 참가한다. 이날은 가급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날만큼 우리 가족은 모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공동 놀이를 하기로 했다. 유럽 지도 놀이와 화투 놀이를 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함께 했던 부엌이나 거실에서 식구들은 자기 방으로 한명씩 사라졌다. 낮에는 "오늘은 함께 놀아야 돼"라고 책망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함께 놀기가 이젠 지루해"에 공감도가 높아져 갔다.

 

26일은 친구들과 함께

휴가 3일째는 주로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초대에 응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친척 부부 한 쌍과 친구 부부 한 쌍, 그리고 이들의 딸과 남자친구를 초대했다. 어른이 모두 8명이었고, 나라는 4개국(한국, 리투아니아, 이집트, 스페인)이었다. 친척의 남편이 이집트 사람이고, 친구 딸의 남자친구가 스페인 사람이다.

먼저 탁구 놀이로 시작했다. 이어 찬 음식을 먹으면서 맥주나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따뜻한 음식으로는 닭볶음탕을 준비했다. 식탁에서 가장 웃음을 선사한 것은 혀 꼬이게 하는 각 나라말의 문장이었다. 

외국에서 흔히 접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현지인들이 놀이삼아 질문한다. "너, 이 (리투아니아어) 문장을 따라할 수 있어? 한번 해봐! 해봐!"
잘하든 못하든 외국인의 시도에 현지인의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런 경우에 가장 좋은 대응책은 이것이다. "그럼, 너희들은 내가 말하는 (한국어) 문장을 한번 따라해봐!"

 

혀 꼬이게 하는 문장

이날 모임에 나온 각 나라말 중 혀 꼬이게 하는 문장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순서는 아랍어, 리투아니아어, 스페인어이다. 

 


제일 나중에 한국어 차례였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았던 문장을 소개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이 문장에 모두가 대장대소했다. 이 한국어 문장이 4개 언어 중 가장 따라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낙점되었다. 이런 즐거움과 유쾌함 속에 모처럼 빌뉴스 우리집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였다. 그야말로 "즐거운 성탄절"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1. 21. 16:27

폴란드 바르샤바 구시가지 광장에서 전혀 예상 밖의 조각상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바로 검을 쳐들고 있는 인어상(人魚像)이다. 이 인어상은 바르샤바의 문장(紋章), 상징물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바닷가 돌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인어 여인만 생각하다가 이렇게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바르샤바의 인어를 보면 겁이 날 듯하다.

바르샤바 기원 전설에 따르면 수백년 전 비스와(비스툴라) 강가에 작은 어촌이 있었다. 이 어촌에는 바르스(Wars)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청년이 사바(Sawa)라는 이름을 가진 아내와 같이 살고 있었다. 물고기를 잡던 어느 날 그는 예쁜 인어를 잡았다. 자유롭게 해주는 대가로 그녀는 바르스에게 부(富)와 보호를 약속했다. 이 이야기는 어민들과 통치자들의 마음에 사로잡아 이 인어의 이미지가 고대 정착민들의 상징이 되었고, 바르샤바의 문장이 되었다.

최초 인어상은 1855년 세워졌고, 두 번째 인어상은 1905년 세워졌다. 이 인어상은 많은 그림과 그래픽, 동전, 메달, 우표 등 주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 인어의 모습은 수세기를 통해 변화했지만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것은 변화지 않았다. 15세기 말엽과 16세기 많은 문서들은 목 옷깃을 갖고 있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겉옷을 입고 있는 상을 가지고 있다. 이 상의 하반신은 큰 발톱과 넓은 날개를 가진 새의 모습을 띠고 있다. 또한 둥근 방패와 짧은 검을 들고 있다. 물고기 꼬리를 한 여성 상은 18세기 말엽 바르샤바의 공식 상징으로 처음 등장했고, 스타니스와브 아우구스투스 포냐토브스키 왕(1764-1795) 통치 때 아주 일반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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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3국으로 분리된 후 바르샤바의 문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15년 러시아 지배를 벗어난 바르샤바는 문장으로 다시 인어를 사용했다. 물고기 꼬리는 바로 구시가지가 강가에 있고, 이 강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의 연결을 의미한다. 검과 방패는 바르샤바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 인어 여인이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지 궁금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바르샤바 어부들이 그물망에 걸린 인어를 잡았다. 이 인어는 아름답게 노래했다. 인어는 물을 떠나 모래강변에서 휴식을 취했고, 그 자리가 마음에 들어 살기로 결심했다. 인어는 아름다운 노래로 어부들을 매혹시켰고, 이들은 인어를 해치지 않았다.

어느 날 상인이 인어를 보자 잡아서 시장에 갖다 놓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그는 인어를 속여 잡아서 물 없는 헛간에 가두었다. 한 젊은 농사꾼이 인어의 울음소리를 듣고 친구들과 함께 밤에 그녀를 구출했다. 인어는 마을 사람들이 도와준 것에 깊이 감사하고, 필요한 때에 꼭 도울 것을 약속했다. 이것이 바로 인어가 검과 방패를 무장한 이유이다.

혹시 있을 바르샤바 여행자에게 이 글이 구시가지 광장 인어 여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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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