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4.03.11 07:14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어를 말한 해도 감지덕지일 수 있겠다. 하지만 더 큰 욕심이 있어 말뿐만 아니라 글까지도 잘 알면 좋겠다. 

딸아이의 한국어 상대자는 아빠가 유일하다. 한때 또래 아이가 둘이 있어 한국어로 재잘거리면서 재미나게 지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나자 딸아이의 한국어 사용 빈도는 훨씬 줄어들었다. 

흥부전과 신데랄라 동화책을 읽고 쓰기를 하도록 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완성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적 여유로움이 없다. 한국어 쓰기가 당장 학교나 생활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래도 태어나서 12살인 지금까지도 아빠와는 무조건 한국어로 대화한다. 그러다보니 휴대폰으로 문자쪽지를 보낼 때도 한글이나 한국어 로마자 표기를 사용한다.

문자쪽지엔 문법이나 철자가 완전히 엉터리 투성이다.  
삼십분 - 삼씹뽄
할게요 - 핼캐요
자세요 - 자새요
집에 - 지배
친구랑 -찐고랑 


이렇게 딸아이로부터 쪽지가 오면 그 쪽지를 철자와 문법에 맞게 고쳐서 자주 보내준다. 

"딸아, 친구를 어떻게 찐고라고 쓰니? 그래도 기본은 알아야지. 참 너무했다."
"괜찮아. 아빠가 이해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좀 노력해자!"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12.13 07:30

운전중 전화도 위험하지만 쪽지보내기는 더 위험할 것 같다. 전화하면서 계속 전방을 응시할 수 있지만, 문자보내기를 하는 동안에는 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이 휴대폰으로 가기 때문이다. 

2009년 영국 웨일스의 궨트(Gwent) 경찰서는 운전중 문자보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공익광고를 제작해 화제를 불러모운 바가 있다. 여성 운전자가 문자를 보내다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과 충돌한다. 당시 충격적인 장면으로 논란이 일었지만 궨트 경찰서장은 "현실은 이 광고보다 더 처참하다. 이 광고로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동영상 보러가기 어린이와 심약자는지 마세요].

최근 러시아의 한 운전자의 운전중 쪽지보내기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전방 촬영 카메라와 차 실내 촬영 카메라가 각각 작동하고 있었다.


운전자는 왼손으로 운전하면서 오른손으로 쪽지를 쓰고 있다. 하품까지 하는 생생한 장면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긴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운전사의 시선은 한 곳을 응시한다. 바로 앞차가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서 도로가 눈밭으로 전복된다. 쪽지를 보내다가 앞차의 사고를 목격하게 되었다.
 

조수석 여성도 운전중 쪽지보내기가 특히 도로가 미끄러운 겨울철에 얼마나 위험한 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자신의 생명까지도 앗을 수 있는 데 말이다. 아뭏든 쪽지보내기 운전자는 사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앞차가 준 경고를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운전중 휴대폰 사용시 리투아니아 벌금은 100-300리타스(5만원-15만원)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03.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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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8일 동안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있느라 집을 비웠다. 어제 월요일 아침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빠에게 달려오려고 했다.

규칙 1 - 집에 오면 무조건 손을 제일 먼저 씻는다에 걸려 방문까지만 왔다.

얼른 손을 씻고 온 요가일래는 아빠에게로 왔지만 갑상선 수술자국이 최근접 접근을 막고 말았다.

"아빠, 상처를 보니 무서워......"
"그래도 아빠잖아."

고개를 뒤로 돌리고 아빠 가까이에 와서 눈을 감고 볼에 입맞춤으로 환영인사를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요가일래는 딱 한 차례 방문했지만 아빠와 여러 차례 휴대폰 쪽지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집에서 나는 휴대폰 기계치로 알려져 있다. 소리변경이나 전화번호 입력도 아내나 딸에게 부탁하곤 한다. 그런데 병원에 있으면서 길고 무료한 시간에 한 동안 휴대폰를 가지고 놀았다. 쪽지 기능에 익숙하게 되어 요가일래와  쪽지 놀이를 했다.

휴대폰에는 한글 기능이 없다. 요가일래는 아직 한글 읽기와 쓰기에 서투르다. 그렇다면 아빠가 보내는 쪽지를 읽고 다 이해할까? 어떻게 한국말을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할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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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나 콤부 오딘지 몰라 구리구 나 손에 피가나 솔수 옵소.

어와 으에 상응하는 리투아니아어 철자는 없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이를 오나 우로 표현했다. 위의 쪽지를 고치면 아래와 같다.

아니 나 흥부(와 놀부 책이) 어딘지 몰라. 그리구 나 손에 피가나 쓸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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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하구 노라요 -> 이는 언니하구 놀아요 이다.

이렇게 한글 없는 휴대폰로 딸아이에게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한국말 문자쪽지를 보내보았더니, 서로 의사소통이 됨에 흐뭇했다. 이 계기로 아빠하고는 문자로도 한국말을 쓰야 한다는 인식을 요가일래에게 심어주었다. 이제 점점 요가일래를 자연스럽게 한글 읽기와 쓰기 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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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자면서 노래 한 곡을 다 부른 8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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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사위 수술에 깜짝 출현한 유럽인 장모님


* 다른 블로거 글: 칠레 지진 현장에서 보내온 글
* 다른 블로거 글: 브라질 속의 작은 유럽 Monte Verde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11.10 08:44

11월 5일 딸아이 요가일래가 만 일곱 살이 되는 날이었다. 어느 아이들처럼 생일을 몹시 기다렸다. 솔직히 말해 생일보다는 선물을 기다렸다. 보통 선물이라는 것은 받아서 깜짝 놀라는 것이 되어야 하는 데 이번엔 요가일래가 원하는 선물을 사주었다. 제일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휴대전화였다.

이제 초등학교 일학년에 다니는 요가일래는 반 친구들 중 몇몇이 휴대전화가 있어 이를 부러워했다. 그래서 2학년이 되면 사주려고 했던 선물을 1년 앞당겨 사주기로 했다. 사실 기념 고물로 서랍에 넣어 놓았던 몇 년 지난 휴대전화기를 그대로 주고, 단지 "심"카드만 사주면 되었다. 새 것을 고집하지 않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이날 요가일래는 휴대전화 쪽지 보내는 법을 엄마로부터 배웠다. 그리고 자기 방에서 여러 차례 연습용 쪽지를 보냈다. 이렇게 연습을 하고 드디어 실전에 들어갔다. 오늘은 음악학교에 가는 날인데 갈 때는 엄마가 데러가고, 올 때는 아빠가 데러온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쪽지를 날렸다.

"아빠, 학교에 오세요."

이 쪽지를 읽고, 평소보다 수업이 일찍 끝나나 생각하고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갔다. 웬걸, 딸아이가 쪽지 보내기에 재미가 들어 성급하게 쪽지를 보낸 것이었다.

이날 아빠는 지인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갔다. 저녁 자리에 요가일래가 쪽지 한 통을 날렸다. "아빠, 집에 돌아오세요. 하지만 술 취하지 마세요."
 
"그래, 오늘은 너 생일 선물로 맨 정신으로 집에 갈께…….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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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뭐 먹을 것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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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조금 늦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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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집에 돌아오세요. 하지만 술 취하지 마세요."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