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 3. 21. 07:54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흔히 모텔을 숙소로 이용한다. 일단 예약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 또한 어디든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사람을 만나는 곳이 한 곳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므로 상대방이 편리한 장소로 가서 만나고 다음날 떠나야 되면 인근에 있는 모텔을 찾아 들어가면 된다. 

한국의 웬만한 모텔 시설은 유럽의 관광2급(무궁화 3개, 별3개) 호텔에 버금간다. 전자레인지, 커피포트, 냉장고 등도 두루 갖춰져 있다.     


이번에 여러 모텔에서 자면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들어가니 커튼이 없었다. 커튼 대신에 바로 나무가구로 유리창문을 닫아놓았다. 겨울이었다. 순간적으로 "참으로 기발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외풍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일부러 나무가구 틈 사이에 손바닥으로 바람이 들어오나를 확인해보기도 했다.


대체로 한국의 집은 온돌로 방바닥이 따뜻하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외풍 때문에 위는 춥다. 이렇게 나무가구로 유리창문을 닫아놓으니 모텔 방에서는 외풍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외풍이 없는 좋은 점은 있지만, 닫아놓으면 자연채광이 없는 것이 단점이다. 창문으로 비치는 아침 햇살로 시간을 짐작할 수 있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낮에도 밤같았다. 이 나무가구는 밤낮을 구별없게 하기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어느날 오전 대학교가 인근에 있는 전철역 근처 모텔에서 승강기를 타고 접수실을 거쳐 밖으로 나오는데 젊은이 서너 쌍이 모텔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 밤낮 구별없게 하는 그 나무가구 때문일까......'

모텔이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있지만, 심기를 불편하게도 했다. 문전박대이다. 어느날 하도 많이 걸어서 늦은 오후에 시내 중심에 있는 모텔로 들어갔다. 일찍 쉬기도 하고, 양말도 빨고, 글도 좀 쓰고...... 희망은 접수실에서 부서졌다.

"숙박 손님은 밤 10시부터 받아요."
"어찌 외진 방 하나 안 되나요?"
"손님, 정 그러시면 숙박료를 두 배로 내셔야 해요."

겨울인데도 이번에 숙박해본 모텔들은 대개 케케한 냄새와 소독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때 한국 모텔이 저렴하고 시설이 좋다고 여행을 꿈꾸는 유럽 친구들에게 말해왔는데 근래에 겪어보니 이제는 이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다음 방문 때에는 아내의 조언대로 미리 인터넷으로 호텔을 잡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14. 07:26

등급이 있는 유럽 호텔에 가끔 가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있다. "한국 모텔 수준보다 못하네!"이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핀에어(finnair)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니 아침 8시경이었다. 시차로 인해 비행 중에는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마치 날밤새고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피곤한 딸아이를 먼저 서울 중심가 한 유스텔에 전화를 해 예약 가능성을 물었다. 기대와는 달리 전혀 예약이 다 되었다라는 답을 들었다. 일단 서울 남대문 부근에 카메라 수리를 맡기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시간이 지나자 딸아이는 곧장 아무 호텔이나 가자면서 떼를 쓰기 시작했다.

오후 1시경 9층 모텔에 들어가보았다. 대낮인데 방이 없다고 했다. 문전박대를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침 인근에 또 다른 모텔이 있었다. 할머니가 접수를 맡고 있었다. 딸아이를 보더니 손녀 나이와 비슷하다면서 호의적이었다. 이 말을 들이니 방이 있겠지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 한국 모텔방에 아늑하다면서 좋아하는 딸아이
 

무거운 짐 때문에 딸아이는 어쩔 수 없이 승강기를 이용해 제일 꼭대기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밀폐된 승강기를 타는 것을 딸아이는 싫어한다. 산책갔다고 돌아오는 길에는 복도를 이용했다. 

"아빠, 왜 이렇게 모텔 계단이 가파를까? 올라기가 너무 힘들어."
"그러게 말이야. 아빠도 힘들어."


비상시에 계단을 타고 바삐 내려가다는 쉽게 다칠 수도 있을 같은데 정말이지 왜 이렇게 계단간 높이를 크게 해놓았을까......

▲ 한국 모텔은 대부분 이렇게 입구에 커튼이 쳐져있었다. 
 

"아빠, 왜 한국 모텔 앞에는 커튼이 있지? 나는 키가 작아 불편없이 들어갈 수 있지만, 아빠는 고개를 숙여서 들어가야 하잖아."
"그러게 말이야. 방에 커튼이 있듯이 모텔은 건물에도 커튼이 있어야 하는 가봐."
라는 궁색한 답을 했다. 

아뭏든 노트북없이 여행하는 사람에겐 한국 모텔이 아주 마음에 든다. PC방에 가지 않고서도 모텔 방에 마련된 컴퓨터로 인터넷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