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05.12 07:50

주말 에스페란토 행사에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언론일에 종사하거나 언론에 관심있는 에스페란토인이 참가했다. 장소는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집 전체를 빌려서 1박 2일 동안 강연, 토론, 문제풀이 등을 하면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장 즐긴 것은 뭐니해도 사우나였다. 호숫가 사우나에서 몸을 데운 후 차가운 호숫물에 풍덩하는 재미 때문에 이 행사에 참가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행사 중 식사는 항상 자발적인 참여로 준비한다. 무엇인가 도울 일을 찾아보았다. 부엌에 양파 한 묶음이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것보다 내가 한번 흘러보자는 생각으로 양파 묶음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열심히 혼자 양파를 까는 데 할머니 한 분이 옆으로 오더니 물음을 던지고 지나갔다.


"너 벌 받고 있니?"
"아닌데..."

순간적으로 '양파 까는 데 벌 받나고 왜 물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답을 찾는데는 찰나였다.

눈물을 흘리니까.

벌로서 양파 까기...
진작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말썽꾸러기 자녀에게 한번 시도해봄직한 벌이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05.15 05:25

지난 주말 1박 2일로 모처럼 빌뉴스를 떠나 시골에서 보냈다. 인구 천명의 작은 도시 아욱쉬타드바리스(Aukštadvaris)이다. 행사는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티스토 기자협회 모임이었다. 30명이 참가했다. 잘 정리되고 깨끗한 된 민박집에서 행사가 이루어졌다. 민박집이 바로 호수와 접해 있었다.

* 1박2일 행사가 열린 민박집 전경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하지만 행사장에 도착한 후 오후부터 맑아졌다. 모임에서 느낀 몇 가지 단상을 적어서 유럽인들의 모임 분위기를 전하고자 한다. 

1. 부담스럽지가 않았다  
단체 모임이니 당연히 정해진 진행표가 있었다. 참가수가 적다고 프로그램 시작을 늦추지 않았다. 누가 나서서 참가 독려도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프그램이 시작되고 진행되었다.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고, 또한 전혀 부담스러움을 느끼지도 못했다. 모두가 사람들의 자유 의사에 맡겼다. 느슨해보였지만 진행표대로 다 이루어졌다.   

2. 식사 준비에 뺀질이가 없었다
이런 야외 모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숯불 꼬치구이이다. 야외 화로에서 불을 피우고 숯을 만들어 고기를 굽는 일은 남자 몫이다. 채소 무침을 만들고 식탁을 준비하는 일은 여자 몫이다. 누가 나서서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참가자 대부분이 열심히 일을 거들었다.

3. '애들은 빠져!'가 없었다
배구를 하는 데 8살 아이도 참가했다. 어른들끼리 하면 더 신나게 놀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도 노니 배구공이 제대로 하늘 위로 날 지를 못했다. 시간 소비가 엄첨 많았다. 하지만 '우리끼리 배구할테니 애들은 그네를 타!"라고 말하는 어른이 하나도 없었다. 

4. 곤드레 만드레가 없었다
밤을 지새우면서 하는 행사라 편하게 술자리가 펼쳐졌다. 그런데 곤드레 만드레 술취한 사람이 없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술을 강제로 권하는 사람도 없고, 자기 잔을 자기가 채우는 사람도 없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이 자기 잔을 채워줄 때까지 기다린다. 행사에는 돌아가면서 축사를 하는데 축사를 마친 사람이 건배를 제안한다. 물론 잔을 다 비울 필요는 없고, 자신의 양만큼 홀짝 혹은 꿀꺽 마신다. 혼자 술을 마시기보다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보조를 맞춘다.

5. 노래시키기가 없었다
여흥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노래다. 우리나라 여흥에는 노래시키기나 장기자랑이 흔하다. 청소년 시절 노래를 못 불러서 여흥을 동반한 모임에 나가기가 겁이 났다. "노래를 못 하면 장가를 못 가요~~~ 아, 미운 사람"을 떠올리면서 노래방도 없던 시절 혼자 열심히 연습해보았지만, 남들 앞에 서면 음정 박자가 틀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 사이에 20여년을 살면서 지금까지 노래시킴을 당한 적이 없다. 종종 한국 노래를 불러달라는 권유를 받지만 이는 강제성이 전혀 없다. 이번 모임에도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노래가 이어졌다. 독창은 없고 모두가 기타 반주에 따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꼬치구이도 먹고, 사우나도 하고, 배구도 하고, 호수에서 배도 타고, 노래도 부르고, 퀴즈에서 상도 타고, 토론도 하고......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휴식을 마음껏 즐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01.14 06:54

연초를 맞아 12일 저녁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사용자들과 모임이 있었다. 한 겨울인데 굵은 비가 쭈룩쭈룩 내렸다. 두꺼운 옷만 아니였다면 쉽게 여름으로 착각시킬 날씨였다.

갈까 말까 망설였다. 정말 모처럼 만나고 또한 모임 활성화를 위해 참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달갑지 날씨에도 가기로 아내와 같이 결정했다. 일반적인 모임이 다 그렇듯이 각자 마실 술과 먹을 음식을 가져왔다. 둘러앉은 책상 위에 놓으니 제법 먹고 마실 만한 양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어둡고 비내리는 밤 혼자 집에 있는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간간히 떠올랐다. 그래서 아내는 불안하지 않고 잘 있는지 문자쪽지를 보냈다.

 
딸애: "숙제하고 있어."
아내: "(숙제가) 어려우면 연필로 해" (즉 아내가 돌아와 정답이면 연필 위에 만년필로 쓸 수 있도록)
딸애: "그렇게 하고 있어. 어렵지 않지만 (연필로 쓰고 있어). (내 걱정 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올 때 조심만 해. 아주 심하게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있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가 이 문자쪽지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요가일래가 마치 우리 부모인 것처럼 쪽지를 보냈어."
"정말이네. 우리가 요가일래의 부모인지 아니면 요가일래의 자식인지 헷갈리네."

옛날 같으면 무서워서 혼자 집에 있고 싶지 않다고 생떼를 부렸을 법하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밤에 외출한 부모가 돌아올 때 조심하라고 문자쪽지까지 보낼 정도로 훌쩍 커버린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05.19 06:25

지난 주말(5월 14일과 15일) 리투아니아 기자협회가 후원하고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토 기자협회가 개최한 1박 2일 합숙을 다녀왔다. 가능한이면 주말에는 일손을 놓고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을 먹은터라 편하게 가족과 함께 참가했다. 리투아니아 기자협회장을 비롯해 언론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리투아니아 기자들은 어떻게 합숙을 할까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아래 사진으로 현장 모습을 전하고자 한다. 

▲ 합숙 장소는 수도 빌뉴스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약 45분 걸리는 숲 속에 위치해 있다.
 

▲ 옆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뜰에는 연못이 있다. 주된 목적은 사우나 후 "첨벙!"이다.
 

▲ 개막식 후 단체 기념 사진.

▲ 리투아니아 기자협회 부회장이자 세계에스페란토기자협회 회장인 아우드리스 안타나이티스
 

▲ 리투아니아 기자협회 회장 다이뉴스 라제비츄스 (하얀색 옷)
 

▲ 점심식사로 꼬치구이를 준비하고 있다.

▲ 드라이기가 숯불 화력을 높이고 있다(관련 동영상은 여기로). 

▲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펜션이라 이렇게 직접 해서 먹어야 했다.

▲ 모든 프로그램이 맥주가 동반하는 느슨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 실내 사우나실에서 사우나를 마치고 연못에 뛰어든 후 다시 야외에 있는 온탕에서 담소를 즐겼다.

▲ 밤 10시경의 하늘. 밤에는 식사를 한 후 모닥불에서 새벽 4시까지 기타 반주로 노래를 즐겼다. 동영상은 제일 아래에 있다. 
 

▲ 다음날 아침 프로그램은 지역 관공서 인사를 초청해 지역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했다. 기념촬영.
 

▲ 공식 행사를 마치고 배구.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배구를 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근 관광지를 방문했다.

▲ 새벽 4시까지 이어진 모닥불 노래. 노래방기기가 없는 이곳에는 여전히 모닥불과 기타가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다소 느슨해졌지만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가했고, 재미났다. 화창한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보내게 되어 만족했다. 벌써 다음해 행사가 기다려진다. 

* 최근글:
 꼬치구이에 등장한 드라이기에 쏟아진 박수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10.26 07:11

5분만에 자기 짝을 찾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사람 나름일 것이다. 첫눈에 서로 만나 짝이 되어 백년해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수십명과 맞선을 보아도 짝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이 이색만남을 주선해 눈길을 끌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만나 5분만에 자기 짝을 찾으면 빌뉴스 시내 호텔 1박 숙박권을 선물로 주는 것이다.

현지 신문 <례투보스 리타스> 10월 24일자에 의하면 빌뉴스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 학생회는 처음으로 이 행사를 개최했다. 희망자는 무려 100여명이 넘어섰지만, 남녀 각각 18명을 선택했다.

이들 모두는 시내 선술집에서 모여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남자 한 명이 여자 한 명씩, 여자 한 명이 남자 한 명씩 단 5분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18명이므로 1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친교의 시간이 끝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여자, 그리고 남자 한 명 이름을 적었다. 이렇게 해서 이 날 두 짝이 탄생했다. 이들 두 신생커플은 아침식사를 포함한 호텔 1박 숙박권을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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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뉴스 야경 (상); 빌뉴스의 대표적인 호텔 중 하나인 레발 례투바 호텔 (하)

행사 참가 호응도가 높자 대학 학생회는 앞으로 자주 이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5분만에 짝을 찾아 호텔로 가는 행사를 한국의 어느 대학 학생회가 개최한다면 사회의 지탄과 여론의 뭇매를 맞을 법하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사회는 대학생들의 발랄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 관련글: 한국에 푹 빠진 리투아니아 여대생
               한국 자연에 반한 미모의 리투아니아 여대생
* 최근글: 외국에서 한국인임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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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