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4. 12. 02:31

북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부활절을 맞아 
부활절 달걀로 집안을 장식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부활절 달걀을 만드는데
가장 흔한 방법은 양파 껍질에 생달걀을 삶아 식힌 후 
칼 등 날카로운 도구로 달걀 껍질 위에 문양을 새기는 것이다.

또는 빈껍질에 색을 입혀 문양을 새기거나
색칠로 그림을 그리거나 실 등을 감아서 모양을 내기도 한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거실 꽃병 안에 연두색 새싹이 돋은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아 집안을 장식한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정원수에 
알록달록한 부활절 달걀을 매달아 봄기운을 미리 느낀다.

어제 지방에 사시는 장모님 댁에 가는 길에
부활절 달걀 수천 개가 매달려 있는 한 유치원을 방문했다.



인구 2천여 명의 쉐두바(Šeduva)라는 동네다. 
2011년부터 부활절마다 유치원 뜰에 있는 나무에 달걀을 매단다.
2011년 1662개 2012년 1662개 2013년 1853개 2014년 2420개
2015년 3345개 2016년 4146개 2017년 5527개

2018년에는 역대 가장 많은 7017개 부활절 달걀을 매달았다.
이 유치원에서 6000여개를 만들었고, 
나머지는 고등학교, 고아원, 문화원, 동아리 등 주민들도 함께 참여해서 만들었다.

아래 사진과 동영상으로 부활절 달걀 7017개로 장식된 모습을 소개한다.








과연 내년에는 얼마나 많은 부활절 달걀이 저 나무에 매달릴 지...
마치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보는 듯하다.
저 달걀에 담긴 사람들의 염원들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 1. 31. 06:24

해외에 살다보니 설다운 설을 보내지 못해 아쉽다. 어른들을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고 또 자녀나 조카들로부터 세배를 받고...  

* 리투아니아 드루스키닌카이 한 호텔의 2017년 정유년 장식 

* 리투아니아 드루스키닌카이 거리 2017년 정유년 장식 

아침에 일어난 식구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삿말을 서로 주고 받은 것이 우리 집 설날분위기의 정점이었다. 

이날 잠자기 전 딸아이가 인사를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래. 그런데 아빠가 아침에 세뱃돈을 잊어버렸다. 세뱃돈 줄게."
"아니야. 세뱃돈 필요없어."
"왜?"
"아빠가 내 인생을 주었잖아. 그것이 최고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것만해도 고마운데 용돈이나 세뱃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가슴이 찡해지는 순간이었다. 평생 부모에 대한 그런 마음을 딸아이가 오래 오래 간직하면서 살아가길 바래본다. "바위섬" 부르는 딸아이 영상 하나도 첨부합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 2. 9. 10:14

거의 매년 설날을 즈음해서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설날을 '동양 새해'로 부른다. 그래서 동양적인 분위기의 옷을 입고, 동양적인 음식을 각자 준비해서 가져온다. 그렇게 튀가 나지 않지만 중국 등 여행에서 사온 옷 등을 입고 왔다. 옷 색깔은 주로 붉은 색이다. 

* 설날 기념으로 모인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티스토들


* 옷은 붉은 색


우리 집은 이날 오는 손님들을 위해 잡채, 만두, 김밥 등을 준비했다. 식구들은 각자 일을 부담했다. 아내는 잡채를 하고, 딸은 김밥을 말고, 나는 만두를 구웠다.



이날의 압권은 친구가 가져온 선물이었다. 먼저 몽골의 말젖 치즈를 꺼냈다. 모두들 신기하면서 환호를 보냈다. 그는 이어서 중국, 일본, 한국 맥주를 차례로 꺼냈다. 대형상점에서 종종 일본이나 중국 맥주를 볼 수 있지만, 아직 한국 맥주를 본 적이 없다. 어디서 샀는 지 물어보았지만, 그는 비밀이라고 한다.


신기함의 취기가 식어가자 모두 한바탕 크게 웃게 되었다. 보기에도 엉성했지만, 캔맥주 상단에 리투아니아어 글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한국 맥주, 알코올 도수 6도

속은 리투아니아 맥주이고, 겉포장만 한국 맥주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검색하고 칼러로 인쇄하고 또 붙이는데 솔찬히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의 정성과 아이디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가짜 한국 맥주는 내 몫이었다. 세 나라 맥주 중 이름 때문인지 한국 맥주가 더 맛었다. 

음식을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설날을 맞아 현지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년 설날을 또 기약하면서 모두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빈다.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5. 4. 3. 09:09

어제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 슈파마켓을 갔다. 채소 판매대에 낯설은 물품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양파껍질이다. 양파는 필수채소이지만, 그 껍질을 왜 팔까? 물론 수요가 있으니까 당연히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 물건을 팔지 않을 수가 없겠다. 


누구나 앙파껍질을 벗길 때 그 눈물 나는 고통을 알 것이다. 일반적으로 쓰레기로 버리는 이 껍질을 이렇게 판매도 하는구나... 이들의 풍습을 알지 못할 때에는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을 것이다. 

* 슈퍼마켓에 파는 양파껍질 


이 껍질을 보니 부활절마다 방문하는 유럽인 장모님이 떠올랐다. 부활절을 앞두고 장모님은 앙파껍질을 버리지 않고 한 곳에 모아둔다. 그래서 부활절 전날 저녁 이것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한다. 이 껍질은 바로 달걀 물들이기용이다.

양파껍질을 물에 푹 삶으면 천연색을 얻을 수 있다. 어디 한번 그 과정을 함께 보자.
 

먼저 쌀, 풀잎 등으로 달걀를 두른다. 그리고 스타킹으로 이를 감싼다. 


이 달걀을 양파껍질에 넣고 삶는다.



그러면 바로 아래와 같은 색깔이 나온다.



가장 흔한 방법은 달걀을 양파껍질에 넣고 삶는다. 색이 곱게 든 달걀을 날카로운 도구로 모양을 내면서 이를 긁어낸다. 자, 왜 슈퍼마켓에서 양파껍질을 판매하는 지에 대한 의문점이 이제 해결이 된 셈이다. 부활절 주말 모두 잘 보내시십시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2. 26. 06:23

명절이라면 세계 어디든 제일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이동이다. 고향을 향해 '민족 대이동'이 펼쳐진다. 유럽에서 제일 큰 명절은 크리스마스다. 어른이 계시는 곳으로 이동한다. 리투아니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이동에 있어서는 한국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에 비해 국토 면적이 넓어서 대도시 근처를 제외하고는 교통 체증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대중교통수단인 기차는 명절 때 어떠할까?
먼저 한국은 사전예매 기간을 정해 표를 구입하게 한다. 몰려드는 귀성객들로 기차역은 혼잡하다. 수도 빌뉴스에서 250킬로미터 떨어진 지방 도시에 사는 장모님을 크리스마스 전야에 자가용으로 방문했다. 고속도로는 거의 평상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어제 25일 다른 식구들을 놓아두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이동수단으로 기차를 선택했다. 아무리 한산한 나라라고 하지만, 그래도 대명절인데 기차표를 쉽게 구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기차 출발 25분 전에 역에 도착했다.


역 대합실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표구입 창구에는 다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기차 출발 10분 전에 표를 구입했다. 모처럼 눈이 내렸다. 순간적으로 끝없은 평야와 울창한 자작나무 사이로 달리는 시베리아행 기차를 타는 기분이 들었다.


기차는 총 6량이었다. 사람들이 떼를 지어 각자의 호차로 갔다. 호차마다 역무원이 배치되어 입구에서 기차표를 확인하고 좌석번호를 일러주었다. 최초 출발역이 아닌지라 열차 칸에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겠지라는 기대감으로 들어갔다.

웬걸...
뻥 뚫린 터널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명절에 이동하면서 인파 속에 파묻혀 고생할 일이 없어서 좋지만, 명색이 명절인데 이렇게 승객이 없어서야 철도 운영이 제대로 될까라는 의문이 일어났다. 텅빈 열차 칸이 뇌리에 각인된 후 또 다른 차이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의자 배치다. 보통 열차 칸은 한 줄에서도 역방향과 순방향으로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열차는 특이하다. 열차 칸 두 줄에서 한 줄 전체가 역방향이냐 순방향으로 의지가 마련되어 있다.


의자는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어딘가 위엄이 있어 보였다. 수년만에 처음 타본 열차였다. 예전에는 6인실 등 쿠페로 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열차 칸이 확 트여있다. 아뭏든 명절인데도 텅빈 열차 칸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2. 25. 06:46

크리스마스다. 유럽은 일년 중 어느 때보다도 가족이 함께 하는 명절이다, 올해 우리 집은 식구가 다 함께 하지 못했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가 빠졌다. 지금까지 매년 저가항공권을 구입해 집으로 와서 짧은 겨울방학을 보냈다.

그런데 올해는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을 이유가 명확해야 서로 이해할 수가 있다. 마르티나는 네 가지 이유로 부모를 이해시켰다. 첫째로 11월초 가족여행을 스페인 카나리아제도를 다녀왔고, 둘째로 아무리 저가항공이지만 평소보다 표값이 3배가 더 비싸고, 세째로 친구들과 아름다운 에딘버러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하고 싶고, 네째로 아르바이트 직장을 오래 비울 수가 없다.

그래도 어떻게 명절을 보내는 지 궁금하다. 마르티나는 실시간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전해왔다. 흔히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하얀 눈이 쌓여있고, 그 위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가득 싣고 온다. 그런데 올해는 리투아니아에 눈이 없다. 마르티나는  하늘에 쌍무지개가 펼쳐진 사진을 보내왔다. 믿기지가 않았다. 눈은 없을 수 있지만, 무지개가 뜨는 크리스마스 전날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언제 찍은 사진이지?"
"방금."


리투아니아에서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을 하는데 페이스북으로 또 소식을 알려왔다. 유학하는 리투아니아 대학생 6명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날 12가지 음식을 준비한다. 이들도 의기투합해 12가지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을 의아하게 했다. 칠면조 고기 요리를 준비하는 사진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날 생선을 제외한 육식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오늘 칠면조 고기를 먹나?" 
"비록 집을 떠나 있지만 그 (전통 풍습) 정도는 알고 있지. 내일 먹으려고 준비해 놓은거야."
"오늘 음식은 몇 가지?"
"12가지."


아무 생각 없이 내키는 대로 살기 쉬운  대학 시절인데 12가지 음식을 만들고, 


크리스마스트리까지 마련해 놓고 친구들과 함께 명절 분위기에 젖어 있는 마르티나에게 즐거운 명절과 유익한 대학생활을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2. 22. 07:11

유럽에서 가장 큰 명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은 선물 등을 사기 위해 상점으로 몰린다. 일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무엇일까? 

요즘 한국은 여전히 허니버터칩이 인기이다.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가져간 것이 "특별히 구했는데 다섯 상자밖에 못 구했다"라는 허니버터칩이다. 상점에는 1인당 한계를 정해 파는데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1월에 한국 가면 맛볼 기대감으로 지낸다.  

그렇다면 폴란드는? 
최근 폴란드에 인기있는 품목이 하나 있다. 여긴 과자가 아니라 잉어이다. 왜 잉어일까?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폴란드는 지금 대림절(예수 탄생 4주전부터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까지)을 맞아 고행과 기도 분위기다. 육식을 피한다. 크리스마스 전야제 때 식탁에 올라오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잉어이기 때문이다. 폴란드에 살았을 때 크리스마스 때마다 잉어를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대형상점 수조에는 잉어가 가득 담겨져 있다. 이 잉어를 사서 다듬어 냉동실에 넣어놓거나 아니면 산 채로 욕조에 담아 키우다가 크리스마스 전야에 주로 튀겨서 먹는다. 크리스마스 명절로 가장 수난 당하는 물고기가 바로 잉어다.

* 폴란드 이웃 체코 블타바 강에서 서식하는 잉어: 사진출처 - 위키백과

 

며일 전 폴란드 상점의 잉어 판매대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12월 18일 폴란드 대형상점망(체인상점)인 리들(Lidl)이 잉어 1킬로그램당 9.9즐로티(3천3백원)에 할인 판매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얼마나 많은 폴란드 사람이 이 시기에 잉어를 사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먼저 폴란드의 중부에 있는 도시 시에라즈(Sieradz) 리들 (Lidl) 상점의 할인 판매장이다. 몰려드는 인파 속에 한 여성이 잉어를 판매대에서 꺼내 계속 뒤로 던진다.



다음은 폴란드 서부에 있는 도시 고주브(Gorzów Wielkopolski)의 할인 판매장 모습이다. 



아래는 폴란드 북부에 있는 도시 뫄비(Mława) 할인 판매장 모습이다. 


이렇게 인파가 사라진 뒤의 잉어 판매대의 모습이다.

* 사진 출처 : http://i.imgur.com/LanTE3w.jpg


잉어,

동양에서는 양자강 상류의 거센 물결을 뛰어넘어 용이 되었다는 엉어,

온갖 고난을 이겨 장원 급제를 통해 출세한 선비로 비유되는 잉어,

아들의 효성으로 한겨울 병든 어머니에게 공양된 잉어... 


이렇게 폴란드에서는 잉어 판매대가 아비귀환의 복마전(伏魔殿)이 되어버렸다. 명절에 특정 생선만을 고집하는 풍습은 지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4. 12. 8. 07:05

이제 얼마 후면 크리스마스다. 유럽에서 1년 중 가장 큰 축제일이다. 11월말이나 12월초에 도심의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다. 집집마다 거실에도 종교를 떠나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된다. 우리집 거실에도 딸아이가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가 자리잡고 있다. 



나무 밑에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쓴 편지가 있다. 물론 그 안에는 크리스마스 때 받고 싶은 선물이 써져 있다. 만 13살 딸은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다. 딸은 산타가 쉽게 볼 수 있도록 대문자로 "SANTA, STOP HEREe!"라고 썼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사진 한 장이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바로 세워져 있지 않고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그 밑에는 아이가 두 명 있다. 상황에 어울리는 멋진 발상이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된다.


이렇게 어린 아이나 개 등 반려동물이 있을 시 거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수난을 당하기 쉽다. 때론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모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환희와 축복을 가져다 주길 바라면서 특이하고 기발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소개한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일률적인 크리스마스 트리보다는 다음에는 가족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어서 위와 같이 색다른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보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13. 07:52

추석이다. 9월 12일은 월요일이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이다. 한국에는 중요한 명절이지만, 리투아니아에서는 평범한 월요일에 불과하다. 특히 이날 아내는 저녁 7시까지 학교에서 일해야 한다. 한국 교민들이 모여서 저녁식사를 시작하는 시간이 6시 30분이다. 모임에 늦을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4학년생 딸 요가일래는 6시에 발레 수업을 마친다. 5시 30분경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일었다. 곧 이어 상상을 초월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우산없이 간 딸아이를 데리려 가야 했다. 가는 길에 천둥과 번개가 바로 코 앞까지 온 듯했다. 

▲ 몇일 전 우박이 내렸을 때 찍은 동영상. 어제는 이 우박보다 훨씬 더 큰 양의 폭우가 내렸다.
 
 
6시 발레 교실을 찾아가자 집으로 어떻게 돌아갈까 걱정하던 딸아이는 아빠를 보자마자 그렇게 기뻐했다. "아빠, 사랑해!!"라고 외치면서 학생들 사이로 달려왔다. 밖으로 나오니 천둥과 번개는 잠잠해졌으나, 비는 더욱 거세졌다. 도로와 거리가 온통 개울이 된 듯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물이 무릎까지 오기도 했다. 딸아이를 엎고 건너야 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데 우리가 추석 모임에 가야 하나?"
"아빠, 가야지. 한국 사람들이 다 모이잖아."
"하지만 비가 정말 무섭게 내린다."
"그칠 거야."

우산이 어느 정도 막아주었지만, 둘 다 바지와 신발이 흠뻑 젖었다. 그런데 6시 30분이 넘자 하늘이 감쪽같이 개기 시작했다. 햇볕이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 이것이 천지개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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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저녁 음식의 일부
 

우리 식구는 저녁식사가 열리는 한인회장님댁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공간이 부족해 신발이 2층으로 쌓여있었다. 늘 그렇듯이 맛있는 음식이 코와 눈, 그리고 입을 즐겁게 했다.

▲ 일부가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신발은 이날 모임의 규모를 말해준다.

이번 추석은 이제까지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한인 모임 중 최대 규모였다. 교민 30명과 교환 학생 30명, 모두 60명이 모였다. 빌뉴스뿐만 아니라 카우나스에서도 교환 학생들이 왔다. 거실과 방에는 시장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일부의 무리가 빠져나간 후지만 모임을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캠코더를 꺼냈다.  


▲ 한국에서 리투아니아로 온 교환 학생들
 

교민과 학생들이 서로 통성명을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추석 저녁을 보냈다. 어찌 보름달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이국땅에서 모처럼 만난 한인들의 온정으로 느끼는 기쁨을 능가할 수 있겠는가! 해가 갈 수록 늘어나는 한국인 교환 학생들 덕분에 빌뉴스의 추석은 더욱 젊어지고 활기찬 듯하다.

* 최근글: 유럽 식탁에 바퀴벌레 튀김 음식이 등장할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12. 10:40

추석이다. 이국땅에 살다보니 한국에서 일가 친척들과 한가위를 보낸 지가 벌써 꽤 오랜된다. 리투아니아에도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는 날이 있다. 양력 8월 15일로 국경일이다. 이날 사람들은 고향을 방문하지는 않지만 주로 성당 미사에 참가하고 야외로 나가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국과 리투아니아 시차는 6시간이다. 오늘 한국의 일기예보를 보니 전국이 흐리다. 달 뜨는 시각은 오후 6시 20분이다. 흐린 날씨가 빨리 확 개여서 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보름달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 빌뉴스 날씨는 아주 맑았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열기구들이 빌뉴스 구시가지 상공을 날았다. 특히 노란 열기구가 마음 속에 다가왔다. 마치 둥근 8월 대보름달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열기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날아갔다. 마치 내 고향생각을 싣고 동으로 동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



보름달를 떠올리게 하는 열기구를 사진과 영상 속에 담아보았다. 모든 이들에게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를 기원한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10. 4. 06:30

10월 3일 한국보다 여섯 시간 늦게 추석이 도래한 리투아니아 빌뉴스!
현지 시각으로 오후 1시에 한인들이 한인회장댁에 모이기로 했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 딸아이 요가일래와 한참 동안 실랑이를 했다.
 
"오늘은 한국에서 제일 큰 명절이야. 한국 사람들이 다 모이는 날이니 꼭 가자."
"아니. 언니가 안 가면 나도 안 갈 거야."
"언니는 숙제도 해야 하고, 집청소도 해야 하고, 그리고 지금 목이 아파잖아!"
"그래도 난 언니가 안 가면 나도 안 갈 거야."

고집을 부리는 요가일래에게 해결사 엄마가 끼어들었다.
"네가 안 가면 나도 안 걸 거야. 아빠 혼자 가면 좋겠니?!"

결국 딸아이는 울음을 훌쩍이면서 따라 나섰고, 모임에 늦고 말았다.
현관문에 들어가니 평소 모임 때보다 훨씬 많은 신발들이 입구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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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보니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았다. 모두 이번 학기에 빌뉴스와 카우나스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거나 유학온 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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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처음 온 낯선 곳에서 한국음식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할 텐데 교민들이 푸짐하게 마련한 한국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먼저 이들은 노래로 풍성한 추석상에 답례했다. 또한 기존 교민들도 노래로 이들을 환영했다. 역시 한국 사람들은 혼자라도 기죽지 않고 노래를 잘 한다고 음악 전공인 아내가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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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들의 화합과 친목을 위해 늘 애쓰시는 김유명 리투아니아 한인회장님이 추석 맞이 덕담을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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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겠다고 떼를 썼던 딸아이 요가일래는 막상 도착하자 또래 한국인 아이들과 즐겁게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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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이렇게 한국에서 보낸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카메라 렌즈 줌성능이 약해서 아쉬웠지만, 달보면서 소원을 비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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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009년 추석은 지나갔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더 많은 교환학생들이 찾아온 것이 수확이다. 한국 대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비로 짧은 시간이지만 공부하는 것이 한국과 리투아니아 양국간 상호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10. 3. 06:03

우선 댓글과 방명록을 통해 추석 덕담을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인구 340만영의 리투아니아에도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
거의 대부분 빌뉴스에 살고 있으며, 30여명이 된다.
사업하는 사람, 선교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등이 살고 있다.

추석에는 늘 함께 모여 식사하면서 한국인들간 친목을 다진다.
고려인들도 같이 모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노래방기기로 노래를 부르면서 향수를 달래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서로 일가친척 삼아 함께 모여 추석 명절을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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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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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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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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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오늘 오후 1시(현지 시각)에 한인회 추석모임이 한인회장님 댁에서 열린다.
벌써 딸아이 요가일래는 맛있는 잡채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풍성하고 뜻깊은 추석을 기원합니다.

* 관련글: 스포츠댄스계에 한국 아이콘 된 두 형제
               "리투아니아의 김연아", 김레베카 피겨선수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