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3국 여행2016. 9. 21. 20:17

이제 발트 3국 여행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겨울철이 다가올 수록 점점 날이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간식이나 음식물을 현지 가이드에게 선물로 주는 빈도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지난 번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인솔자의 친절한 부탁 덕분에 관광객들과 작별하는 날 아침 음식물을 담은 비닐 봉지가 내 옆자리를 가득 메웠다. 내 가방보다 더 컸다. 마치 비닐 봉지 쓰레기들을 주운 듯했다. 



빌뉴스행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동안 리가의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가득 찬 봉지를 먼저 보았는지 종업원이 재빨리 다가왔다. 마치 내 입장을 막으려는 듯했다. ㅎㅎㅎ 더 이상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나도 재빨리 음식을 주문했다.



마침 이때가 추석이 낀 주였다. 차장으로 막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비닐 봉지 속에 들어있는 한국 음식에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한 열흘 정도는 집에서 주로 이 한국 음식을 먹을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 입안에 침이 맴돌았다.



집에 오자마자 펼쳐보니 참깨라면, 신라면, 안성탕면, 우동, 새우탕, 진짬뽕, 육개장, 짜파게티... 라면 천국이었다. 남은 것을 한국으로 다시 가져가는 대신에 이렇게 현지에 남겨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8. 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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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아내는 독일로 공연여행을 갔다가 7월 23일 돌아왔다. 꼬박 10일 동안을 8살 딸아이와 함께 둘이만 집에서 생활했다.

이어서 아내와 딸아이는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친정에서 휴가를 보냈다. 또 다시 10일을 동안을 꼬박 아내 없이 생활했다. 이번에는 "나 홀로 집"이었다. 책원고 마감일이 다가와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집에 남게 되었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가정의 경제권은 아내가 잡고 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수년간 가계부를 쓰고 있으니 모든 수입과 지출은 아내의 곶간을 통한다.

독일 갈 때도 아내가 없는 동안 매일 가계부를 작성해야 했다. 이번에도  떠나면서 10일 동안 쓸 수 있는 예상금액을 주면서 가계부를 작성하라고 명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고분고분할 수 밖에......

첫 번째 날은 남은 우유, 버터 등으로 쉽게 해결했다. 두 번째 날은 남은 브로콜리로 된장찌개를 해먹었다. 세 번째 날은 냉면으로 해결했다. 네 번째 날은 남은 달걀로 해결했다. 이렇게 날짜가 지나가자 색다른 오기가 생겼다. 아내가 올 때까지 돈 한 푼도 쓰지 않고 생활해보는 것이었다.

평소 별 관심이 없던 부엌 찬장이나 냉동실을 살펴보면서 먹거리 사냥에 나섰다. 하루는 냉동실에 있던 삼결살을 꺼내서 얼큰한 찌개를 끓었다. 혼자는 너무 적적하기에 일전에 블루베리를 선물한 친구를 불러 포도주 한 병을 같이 마셨다. 매일 밤 아내와의 전화 통화내용은 이러했다.

"오늘도 가게에 가지 않았어?"
"안 갔어."
"일하려면 건강을 생각해서 잘 먹어야지. 내일은 가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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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남은 오이지와 양파를 모두 썰어서 볶음밥을 해먹었다. 하루 세 끼 대신 두 끼로 하고, 집안에 있는 먹거리를 찾아서 비록 풍성하지는 않았지만 끼니를 해결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가게나 식당 한 번 가지도 않고, 돈 한 푼 쓰지 않고 10일 동안을 버티는 데 성공했다.

지난 번 딸아이와 10일 동안 생활했을 때에는 먹는 데만 300리타스(약 13만원)가 지출되었다. 사실 평소에 찬장 어딘가에 먹거리가 있는 데도 신경쓰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생각 없이 사는 경우도 흔하다. 이번 10일 버티기 성공으로 아내가 돌아오면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다음 며칠 동안은 일체 시장보지 않고, 집에 있는 것만으로 끼니를 해결하자."

혼자는 가능해도, 식구가 여럿이 다 있으면 사실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이런 자세가 쓸 데 없는 먹거리 지출을 억제하는 데 도움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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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