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싸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6.08 나이가 드니 부부 말싸움이 늘어난 이유
생활얘기2010. 6. 8. 07:41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투아니아 6월 첫 번째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5월 첫 번째 일요일 어머니날에 비해서는 성대하지가 않다. 어머니날에는 딸아이가 꽃선물을 하느라 부산을 떨었지만, 아버지날은 그냥 "아빠, 사랑해!"로 말선물만 했다. 말선물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식두들은 놀이선물을 생각해냈다.

우리집 아파트 발코니에는 다트판이 걸려있다. 아내와 딸들이 우르러 몰려와서 식구 전부가 다트놀이를 하자고 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가족 모두가 놀았다. 이어서 점심을 먹은 후 아내와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인근 공원에 산책갔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가고 있던 요가일래는 갑자기 아빠 손과 엄마 손을 서로 잡게 하고는 앞으로 빠져나갔다.

"지금부터 저기까지 두 사람이 손을 꽉 잡고 간다. 놓으면 안 돼!"

모처럼 아내 손을 잡고 걸어가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쑥스러웠다. 마침 우리 앞에는 비둘기 네 마리가 먹이를 찾아 거리를 따라 종종 걸음으로 가고 있었다. 쑥스러움을 털어버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잡고 있던 아내 손을 놓았다.

"아빠, 손 놓으면 안 돼. 다시 잡아!"
"야, 손 잡고 가니 비둘기에게 미안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사실 길이 좁아서 두 사람이 손을 잡고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 말이 맞아. 비둘기가 질투하기 전에 손을 놓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내가 맞장구쳤다.

각설하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부부 말싸움이 잦아지고 있다.

상황 1
"욕실에 가는 길에 면봉 좀 가져와."라고 아내가 말한다.
친절을 베푼다고 아무 말 없이 이쑤시개를 가져다 준다.
"아니, 면봉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왜 이쑤시개를 가져와!"
"나는 면봉이 아니라 이쑤시개라고 정말 들었어."
"아니, 금방 들은 말도 잊어버려?"
"아니, 금방 말한 말도 잊어버려?" 이렇게 구절이 이어질수록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이런 경우 누가 맞고 틀리는 지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블랙박스 같은 기록장치가 사람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절실히 느낀다.  

상황 2
일요일 아내가 삼겹살을 구웠다. 부엌에서 굽는 것을 보면서 내가 먹을 만큼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거실  식탁에 와서 먹고 있었다. 아내도 접시를 들고 왔다. 맛 있으니 양이 적은 듯했다.
"삼겹살 더 있어?"
"굽지 않은 삼겹살이 더 있어!"
"그럼, 더 안 먹을래."
"직접 굽는 것이 싫어서 그래?"
"당연하지."
"부엌에 와서 눈으로 직접 굽는 장면을 보고도 고기가 얼마 남았는지를 기억 못해서 물어? 구운 삼겹살이 아직 남았으니까 가서 먹어."


이렇게 말싸움이 늘어나는 이유는 한 말도, 들은 말도 금방 잊어버린다. 기억력이 점점 둔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생생하게 듣기로는 A인데, 말한 사람은 B라고 한다. 내가 분명하게 A라고 말했는데 들은 사람은 B라고 한다. 상대방 말을 정확하게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대충 들으려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

일전에 한 모임에서 들은 친구 이야기이다. 아내와 함께 다른 친구의 비싼 차를 직접 몰고 대형마트에 갔다. 장을 다 보고 주차한 곳으로 오니 차가 없었다. 등에는 벌써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자기 차도 아니고 남의 차인데, 그것도 비싼 차인데...... 이들 부부는 넓은 주차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를 못했다. 당황함 속에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혹시 대형마트 뒷쪽에 있는 주차장이 아닐까? 가서 보니 그곳에 차가 있었다. 들으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는 분명이 이렇게 했는데 (혹은 했다고 생각하는 데) 결과는 저렇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이런 갑다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늘어나는 말싸움이지만 오래 가지가 않는다. 바로 내가 반박할 순간에 내 입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딸의 생일잔치로 부모가 외박하다
한국은 위대한 나라 - 리투아니아 유명가수
공부 못한다고 놀림 받은 딸에게 아빠 조언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안 좋은 점은
한국에 푹 빠진 리투아니아 여대생
세계 男心 잡은 리투아니아 슈퍼모델들
피겨선수 김레베카 폴란드에서 2년 연속 우승
다문화 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