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10. 18. 07:08

아내는 10살부터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40대 중반인 지금까지 피아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내뿐만 아니라 아내의 직장 동료들도 거의 다 허리나 등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직업병으로 여겨진다.  

의식적으로 무거운 것을 들지 않으려고 하지만, 살다보면 무의식적으로 혹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땐 예외 없이 긴급 안마와 통증 온화 크림이 필요하다. 여러 번 병원에 가서 진료와 검사를 받았지만, 확실한 원인도 효과적인 치료법도 알지 못하고 있다. 몇 차례 병원을 찾아 마사지 물리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받는 그 순간에만 좋아지는 느낌이 들 뿐이다.

며칠 전 아내는 안마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다. 세상의 많은 아내가 그러듯이 알뜰한 편이다. 그래서 공동 구매를 통해 안마 시간을 예약했다. 원칙은 안마 10회 분을 공동 구매하는 것이지만, 예외적으로 1회만 구입할 수가 있다. 아내는 일단 경험해보고 10회 분 구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요즈음 리투아니아에도 공동 구매가 활성화되어 있다. 해외관광, 연주회, 건강보조품, 가전제품, 주방용품, 세차, 타이어교체, 미용, 호텔 등 공동 구매 품목도 참으로 다양하다. 정상가격에서 적게는 20%, 많게는 65%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절약 재미로 아내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공동 구매를 했다. 때론 만족, 때론 불만족이다. 한번은 머리카락 자르기를 공동 구매했다. 미용실에 가니 북적돼야 할 것 같은데 텅비어 있었다. 미용사도 젊은 남자였다. 값싸게 머리카락을 잘라보려고 했는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미용사는 조금씩 깎으면서 마음에 드는지를 아내에게 자꾸 물었다. 손님 의향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용 경험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미용실 경험 때문에 이번 안마 구매를 주저했지만, '아픈 자가 약자이니 그래도 한번 믿고 가보자'였다. 잔득 기대를 하고 안마사를 갔다. 한 시간 후에 돌아온 아내의 첫 마디였다.

"당신 손이 더 맵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당신이 안마를 더 잘 해."

겉으로는 아내의 칭찬에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속으로 '아, 이제부터 내가 힘들겠네'라고 중얼거렸다.

아내가 등 안마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덩치가 아주 큰 남자가 들어오더니 안마사라고 소개하면서 안마를 시작했다. 덩치에 비해 너무나 약하게 안마를 해서 "언제 더 세게 할까 학수고대하다보니 한 시간 안마 시간이 다 끝났다"고 말했다. 

아내는 안마 10회 분을 한꺼번에 다 구매하지 않은 것에 큰 위안을 삼았다. 앞으로 공동 구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서비스의 질이 낮아서 장사가 안 되니까 할인 공세로 공동 구매망에 들어오는 업소도 있을 것이라면서 원인 분석까지 했다.

"맞아, 싸다고 다 좋지는 않지. 공동 구매는 항상 신중히!!!"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25. 08:33

낮 기온이 영하 5도, 밤 기온이 영하 10도이다. 북반구 도처에는 봄이 오고 있지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여전히 겨울이다. 벌써 3월 난방비 청구서가 걱정스럽다. 보통 3월이면 영상의 날씨가 비교적 많아서 1월과 2월에 비해 난방비가 적게 나온다. 

모처럼 현지인 친구 부부를 점심 식사에 초대했다. 지난 가을 이후 서로가 바빠 만나지를 못했다. 식사후 그의 집에서 사우나를 하기로 했다. 그의 집 사우나는 늘 기대된다. 대중 사우나에서는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내는 수준이지만, 그의 집 사우나는 종교 의식에 가깝다. 

▲ 친구집 사우나 - 어른 7-9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

▲ 3월 하순 눈이 녹지 않는 날씨에 사우나는 여전히 제격이다. 

주인이 종을 울리면 일제히 손님들이 사우나로 들어간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바가지 물에 각자 손가락을 넣고 소원을 비는 것이다. 첫 번째 사우나는 다양한 나뭇가지 뭉치(리투아니아어로 Vanta, 반타)로 한다. 주인이 손님들 앞에서 뭉치로 바람을 일으킨다. 더운 열기가 몸으로 향가고 나무별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날 바람을 일으킨 건조시칸 나무 뭉치는 전나무, 보리수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순이다.

▲ 사우나실 입구에 나뭇가지 뭉치가 주렁주렁 걸려있다.

▲ 리투아니아 사우나 필수품 중 하나인 나뭇가지 뭉치. 전나무(위 왼쪽), 보리수나무(위 오른쪽), 단풍나무(밑 왼쪽), 자작나무(밑 오른쪽)

▲ 나뭇가지 뭉치를 찬물에 재워놓는다. 이 뭉치로 바람을 일으키거나 몸을 두드린다.

두 번째 사우나는 소금이다. 주인이 통 두 개를 가지고 소금을 위에서 아래로 붓는다. 소금에서 나오는 짠내가 스며든 공기를 깊숙히 들어마신다. 사우나 사이에는 휴식 공간에서 맥주나 음료수, 간식 등을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이때 사우나실에 걸어놓은 달궈진 돌 주머니를 발 밑에 놓는다. 

▲ 사우나실에 달궈진 돌 주머니는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발을 데워주고 있다. 

세 번째 사우나는 주인이 긴 천으로 손님들을 향해 바람을 일으킨다. 그 열기는 참기가 어렵다. 네 번째 사우나는 사우나 안에서 나뭇가지 뭉치나 비누 혹은 막대기 뭉치로 안마를 받는 일이다. 매번 각각 15-20분 정도로 사우나실에 머문다. 

▲  친구 아내가 철 막대기로 머리를 안마하고 있다.


이 친구 집에서 사우나를 할 때마다 놀라는 일은 다름 아닌 친구의 헌신이다. 자신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손님들의 만족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마치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성직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 막대기 뭉치로 전신 안마를 해주고 있는 친구. 영상 참조

아래는 친구의 헌신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이다. 막대기 뭉치로 안마한다. 20분에 걸쳐 그는 한번도 쉼없이 정성스럽게 이웃에게 이 안마를 해주고 있다.  


이날 함께 사우나를 한 일행은 이런 사우나에 익숙한 사람들은 절대로 대중 사우나에서 사우나를 즐길 수가 없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너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다음에 사우나하러 오기가 주저된다."
"별 말을 다하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의 기쁨이야. 또 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15. 10:10

"아빠, 빨리 와! 사진 찍어!"

무슨 일이기에 모처럼 딸아이가 사진을 찍어라고 부탁할까 궁금했다. 딸아이의 방문을 열자 은은한 음악이 먼저 들렸다. 그런데 두 딸은 누워 있었다. 큰 딸은 소파침대에 작은 딸은 방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참 가관이었다. 더덕더덕 뭔가가 붙어져 있었다.
 

"지금 뭐하니?"
"마사지 중이야!"
"이제 겨우 열살인데 이런 마사지를 하니?"
"얼굴이 부드러워지니까."
"너는 안해도 부드럽잖아."
"하지만 하면 더 부드러워지지."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 딸이 며칠 전 크리스마스 방학으로 집에 와 있다. 모처럼 우리 집은 활기가 차다. 두 딸이 의기투합해서 마사지를 생각해냈다. 바나나와 레몬 조합이다. 

두 딸의 얼굴 가관을 보니 작은 딸 요가일래의 얼굴 화장 장난 변천사가 떠올랐다. 제일 먼저 4살 때 매직펜 눈썹 메이크업 사진이 떠올랐다. 이어서 동전, 장미꽃, 오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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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4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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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엔 돈 밖에 안 보여!" (4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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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꽃, 온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찼네 (7살)
오이를 먹으면서 오이 얼굴 마사지를 흉내내는 요가일래 (8살)
 2011년 12월 바나나와 레몬 얼굴 마사지 (10살)

대학생 언니 덕분에 초등학교 4학년 동생이 벌써 진짜 얼굴 마사지의 맛에 빠져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언니가 함께 있을 때 잠시 호기심으로 해보는 장난일 것으로 믿는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1. 28. 10:29

지천명을 향해 가는 나이에 지금껏 마사지를 받아본 적은 딱 한 번밖에 없다. 물론 힘든 일을 해서 허리나 등이 앞을 때에는 옆에 있던 친구들이 가끔 해준 적은 있었다. 결혼해서는 아주 가끔 아내가 허리를 주물러줄 때도 있다. 딸아이가 커자 이젠 딸아이가 가끔 허리 위로 올라가 짓눌러준다. 때론 허리가 운동장인듯 뛰는 탓에 부탁하기가 무섭다.

평생 업소에 가서 마사지를 받아본 적은 리투아니아도 한국도 아닌 중국이었다. 2005년 12월 초순 국제 자연치료사 에스페란토 대회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이 때 참가자 몇 분들과 함께 마사지 전문업소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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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받은 마사지는 등마사지였다. 작은 검은 돌을 긁어내리면서 하는 마사지였다. 받으니 아주 개운했다. 그런데 내 등을 본 친구는 깜짝 놀랐다. 긁어내린 자리가 온통 붉은 색이었다. 하지만 그의 등을 보니 흔적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마사지를 받는 동안 아프지가 않았으니, 세게 눌린 것이 아니였다. 평생 처음 받아본 마사지 후의 결과는 이렇게 마치 숨어있는 하얀색 뼈가 밖으로 튀어나와 붉은색으로 변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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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의 추궁(?)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찍어온 사진들이 있어 해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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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