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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8 유럽에서 역술인을 처음 찾아가다
기사모음2008. 12. 28. 11:51

유럽인들도 운세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다. 거의 대부분 잡지나 신문은 특히 점성술에 기반을 둔 연별, 월별, 주일별, 하루의 운세를 점치는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주위 사람들은 역술인(여기선 마녀이라 표현함)을 찾아갈 만큼 열성적이 못하다.

몇 해 전 폴란드 비드고쉬츠(Bydgoszcz)에서 현지인 친구들과 대화 중 한 친구가 일전에 역술인을 방문하였다고 말했다. 다음날 그 친구의 안내로 유럽에서 역술인을 처음 방문했다. 이곳의 역술인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하고 살까 몹시 궁금했다. 우리들처럼 대나무 깃발을 높이 건 골목집일까? 시내중심가를 벗어나 찾아간 집은 시멘트 블록으로 조립한 아파트 1층집에 살고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백발에 녹색 겉옷을 걸친 수수한 할머니가 문을 열었다.

들어가자 우선 낡은 가구들이 있어 첫 느낌에 화려함과 재물과 거리가 먼 역술인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할머니가 안내한 방에는 어릴 때 찍은 사진들이 벽에 걸려 있고 방안에는 온통 열대식물 나무와 화분으로 가득 차있었다. 양 벽면엔 폭포와 꽃들이 피어있는 산과 호수의 큰 사진, 그리고 다른 벽엔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역술인이 사는 방이라 무슨 특별한 것을 찾아보려고 하였으나 이것을 제외하고는 주목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이 할머니는 60세 정도 되어 보였지만, 실제 연세가 85세였다. 시각, 청각 등 모두가 온전했다. 얼굴은 전혀 화장을 하지 않았고, 입은 옷은 평상복이였다. 그저 평범하고 수수한 이웃집 할머니 같았고, 얼굴에 화기(和氣)가 넘쳐 흘렸다. 할머니는 10세부터 사람의 운명을 예견하는 영험이 있었다고 했다. 2차 대전을 예견하고 독일 패망을 점쳤고, 3차 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손금을 보았다. 생명선, 지능선, 심장선(손바닥 상위에 있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뻗은 것)을 보고 점을 쳤다. 왼쪽 주먹을 쥐게 하고, 왼쪽 측면에 있는 주름을 보면서 자녀의 수를, 왼쪽 주먹을 쥔 채 엄지 손바닥에 있는 줄을 보면서 배우자의 수를 점쳤다. 손금 점은 10분 정도 지속되었다. 이어 내가 카드 세 장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할머니가 순서에 따라 카드를 배열하면서 집안 식구 및 주위 친구들과의 관계 등을 점쳤다. 다시 내가 카드 13장을 선택하고 탁자 위에 놓았고, 이 카드로 점쳤다.

그 다음 아주 큰 카드를 섞어 내가 13개 뭉치로 나누어 탁자에 놓고 다시 이를 순서에 따라 다시 합쳤다. 그리고 이 중에 카드 13장을 다시 선택하여 탁자에 놓았다. 순서에 관계없이 카드 왼쪽이나 오른쪽을 손으로 지적하면, 이 분이 카드를 뒤집어 그 카드에 써진 글을 읽었다 [돈을 벌 것이다(상단) / 잃을 것이다 (하단), 행복할 것이다 / 불행할 것이다 등].

이렇게 약 30분간 점을 쳤다. 점치는 것과 성당에 나가는 것을 물었더니 이 분은 아주 독실한 천주교신자라고 했다. 숙명론과 개척론에 관해 물었더니 자기에게 오는 운명을 의지에 따라 피해 갈 수 있다고 했다. 한 달에 보통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느냐가 물었더니 직접 대답을 회피했다. 오는 사람을 무조건 다 받지 않는다고 했다. 옛날에는 복채를 받지 않고 점을 쳐주었으나, 손자와 살고 있어 손자를 양육하기 위해 복채를 받는다고 했다. 복채는 균일하게 10즐로티(5천원)를 받았다.

이곳에도 신년이나 집안이 어수선하면 이렇게 역술인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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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