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1. 18. 07:42

며칠 전 저녁에 혼자 TV를 시청하고 있던 초등학생 4학년생 딸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급하게 불렀다. 

"엄마, 아빠, 빨리 와! TV에 에스페란토!!!"

부모의 공용어가 에스페란토이므로 딸아이가 TV에서 이 단어를 듣자 이를 큰 소식으로 여기고 부모를 불렀다. 딸아이가 보고 있던 프로그램은 "지식 퀴즈 10만 유로"였다. 모든 문제의 정답을 알아맞히면 10만 유로(1억 5천만원) 상금을 받는다. 


문제:
"지폐에 EURO 단어는 2언어로 표기되어 있다. 하나는 라틴어이고, 다른 언어는 무엇일까?"
선택: 러시아어, 우드무르트어, 그리스어, 에스페란토

유로에 대해 잠깐 설명하고자 한다. 유로(통화 기호: )는 유럽연합의 공식 통화로 현재 유럽연합 17개 회원국과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은 9국에서 통용되고 있다. 2002년부터 정식으로 동전과 지폐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아직 유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로를 여러 번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유로 단어가 두 개의 언어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번도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정답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위 네 개 언어 중 어느 것이 정답일까? 

학창시절 객관식 4지 선다형에 익숙한 솜씨로 머리를 굴러보았다. 유럽연합 통화이니 러시아어, 우드무르트어는 절대로 아닐 것이다. 남은 것은 그리스어와 에스페란토이다. 심정적으로 에스페란토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유럽연합의 초기 회원국이자 유로존 회원국이다. 더욱이 유로의 에스페란토 표기는 EŬRO이다. U 자에 꺼꾸로 된 삿갓이 첨가되어 있다. 

그러므로 선택한 정답은 그리스어이다. 과연 그럴까? 아내와 딸아이는 집안에 모아놓은 유로 지폐를 가져와서 확인했다.
 

숫자 뒤에 표기된 EURO와 ΕΥΡΩ는 각각 라틴어와 그리스어이다. TV 퀴즈 프로그램을 지켜보던 딸아이가 불러주지 않았으면 여전히 이 두 언어의 존재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에스페란토 덕분에 유로 지폐에 있는 두 언어를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12. 4. 09:17

12월 3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세 세계 라틴댄스 챔피언쉽 대회가 열렸다. 라틴댄스는 댄스스포츠의 한 부문이다. 독일, 네덜란드, 러시아, 오스트리아, 몽고, 영국, 체코, 헝가리, 리투아니아 등에서 18개 팀이 참가했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참관한 이 대회에서 리투아니아의 "Žuvėdra" 팀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은메달은 러시아의 "Vera" 팀, 동메달은 독일의 "FG TSZ Aachen" 팀이 각각 차지했다. 

주베드라(Žuvėdra) 팀은 갈매리라는 뜻으로 리투아니아 항구도시 클라이페다에 소재한 클라이페다대학교 소속이다. 주베드라는 이미 세계적 명성을 지니고 있는 팀이다. 
 
["Žuvėdra";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DELFI (K.Čachovskio nuotr.)]

유럽 라틴댄스 챔피언쉽 대회에서 일곱 차례 우승했고, 세계 챔피언쉽 대회에서도 지금까지 일곱 차례 우승했다. 주베드라의 이날 라틴댄스 모습을 delfi.lt 동영상으로 소개한다.
   
* Video source link: http://tv.delfi.lt/video/PgTsEnSY/ 
  7번 세계 대회 우승한 리투아니아 팀 ""주베드라"
 

* 관련글: 댄스스포츠계에 한국 아이콘 된 두 형제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13. 08:04

그 동안 네 식구가 부딛끼면서 살았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부터 초등학교 4학년생 딸 요가일래와 단 둘이 지니고 있다.  큰 딸은 영국으로 유학가버렸고, 아내는 지금 인도 델리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아침 7시 딸을 깨워 아침 식사를 챙기고 학교을 보내는 일은 힘들지 않다. 하지만 뚝 떨어진 바깥온도를 보고 옷을 더 따뜻하게 입히려고 하는데 딸이 이를 거절하면서 생기는 실랑이는 괴롭다.

아내는 연일 딸에게 옷을 따뜻하게 입히라고 편지로 지시한다. 하지만 딸은 이제 멋을 부릴 시기가 되었는지 두툼한 것보다는 날씬한 것에 고집을 부린다. 적어도 딸아이에게는 윽박지르는 것을 싫어하는 체질이라 궁색하게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라고 종용해본다.

제일 힘든 일은 딸아이를 혼자 집에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저녁 시간이다. 일 때문에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에는 두 서너 시간 딸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다. 이런 경우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쪽지로 의사소통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둘 다 휴대폰은 한글이 없다. 한국말을 소리나는 대로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한다. 한 마디로 딸아이가 표현한 한국말은 엉성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몇 가지 쪽지를 공개한다. 밤에 아이팟으로 찍은 것이라 선명하지 않음에 양해를 구한다.

▲ Apa nega bolso džibe wanda. Islkoja?
   
아파 네가 볼소 지베 완다. 이슬코야? (아빠 내가 벌써 집에 온다. 있을 꺼야?)

▲ Bagu innde apaga bogušipči
   바구 인느데 아파가 보구쉽치 [(TV)보고 있는데 아빠가 보고싶지.] 

▲ Nega  džibe itagu malhegušiposo.
   네가 지베 이타구 말해구쉬포소 (내가 집에 있다구 말하고 싶어서.) 

▲ Bolso  džibe wa! Musowo...
   볼소 지베 와! 무소워...(벌써 집에 와! 무서워...] 

이렇게 한국말로 쪽지를 보내는 딸아이가 대견스럽다. 리투아니아어로 하면 오히려 더 정확게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엉성한 한국말로 쓸까?

이유는 간단하다. 딸아이는 예외없이 아빠하고는 죽이든 밥이든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저절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말 읽기와 쓰기가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는 시간문제라 여겨진다. 이번에 한국을 같이 방문할 때 길거리 간판들을 보면서 한국말 읽기 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