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2019. 1. 7. 05:34

한겨울인 1월 유럽을 떠나 호주 시드니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별천지에 온 듯했다. 유럽에서 볼 수 없는 동물군과 식물군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호주 여행을 하면서 카메라에 담은 동물과 식물을 소개한다.

먼저 호주 비둘기(Ocyphaps Lophotes)다. 머리 위에 볏이 있어 참 특이하다.


시드니 리틀 베이(Little Bay) 해변 덤불 속에서 빼어난 목소리가 들리기에 다가가 찍어보니 오스트레일리아까치였다. 하얀색과 검은색이 혼재되어 있고 부리도 흰색을 띠고 있다. 



더 엔트랜스(The Entrance) 메모리얼 공원 펠리칸 서식지에서 만난 펠리칸이다.



시드니 주택가 공원에서 만난 박쥐다. 워낙 커서 까마귀로 착각할 뻔했다.



모리셋 공원(Morisset park)에서 만난 야생 캥거루다. 



시드니 동물원에서 만난 코알라다. 남이 보든 말든 태평세월을 하염없이 즐기고 있는 듯하다.  



안나 베이(Anna Bay) 캠핑장에 주머니쥐가 살금살금 텐트로 다가왔다. 음식을 주었더니 주머니쥐는 꽉 물어버림으로 답례했다.




저비스(Jervis)만 해변으로 가는 가로수 위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이다. 또아리를 확 풀어버리고 내려오면 어쩌하나... 



시드니 오페라 근처에서 만난 이름 모르는 새다.  



안나 베이(Anna Bay) 캠핑장 텐트 바로 앞 나무에서 만난 앵무새다.



시드니 주택가 가로수에서 만난 앵무새다.


아래는 주택가 가로수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꿀을 빨아 먹는 앵무새 영상이다.




우리가 머문 주택 마당에는 망고나무가 자라고 있다.



어린 시절 한국 고향집 뒷밭에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자랐다. 그때 먹은 석류가 늘 생각이 난다. 시드니 주택가에 익어가고 있는 석류다.



무화과다.



라임이 가로수다! 이런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는 것이 바로 해외여행의 참맛이 아닐까...



우리 집 화분에 약 17년 동안 자라던 식물이다. 얼마 전 시들시들하더니 결국 말라 죽었다. 그런데 호주에는 화분이 아니라 바로 집 마당에서 자라고 있다.  



아래 나무도 우리 집 화분에 15년 동안 자라던 식물이다. 환경이나 관리 소홀로 작년에 말라서 죽었다. 그런데 호주에서는 이렇게 야생에서 엄청난 크기로 자라고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돈(money)나무라 부르는 돌나무과에 속하는 식물(Crassulaceae)이다. 왼쪽은 호주 시드니 주택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고 오른쪽은 우리 집 거실 화분에 자라고 있는 것이다.



호주 여행을 하면서 유럽에서 보기 드문 동물과 식물을 이렇게 보았다. 호주 여행하기 전만 해도 집에서 애완동물로 앵무새를 키워볼까 생각했으나 완전히 단념하고자 했다. 야생에서 자유롭게 날아 다녀야 하는 앵무새를 조롱 속에 어찌 가둬 두면서 즐길 수 있을까... 우리 집 화분에서 키우는 화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야생에 놓아 두면 저렇게 크게 자랄 수 있는데 화분이라는 감옥에 이들을 가둬 놓았으니 말이다.


이상은 초유스 호주 가족여행기 5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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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9. 1. 5. 07:26

쌀밥을 지을 때 혹시나 해서 쌀 한 줌을 창문 밖 창틀에 뿌려 놓았다. 창틀 넘어 단풍나무과의 고로쇠나무에 까마귀, 비둘기 등 새들이 자주 날아와 쉬고 있다. 

여러 날을 지켜 봐도 쌀알이 축나지가 않았다. 괜히 뿌렸나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날씨가 춥지 않고 또한 눈이 내리지마자 녹는 날이 이어져서 새들이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인 듯했다. 

그런데 어제는 거의 하루 종일 눈이 내렸고 밤부터 갑자기 날씨가 영하 8도로 떨어졌다. 낮온도도 영하 6도였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가니 창틀 양철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서 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쌀을 쪼아 먹고 있었다. 



평소엔 인기척만 들어도 훨 날아가 버리는 비둘기인데 고개만 두리번거리다가 먹기를 계속했다. 배가 고팠을까... 



쌀을 먹는 비둘기 부리 윗부분을 살펴보니 부풀어 오른 하얀색 피부조직이 돋보였다. 그 모양이 딱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심장)이다. 그동안 수많은 비둘기를 보았지만 이 하트를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쌀을 쪼아 먹는 비둘기의 이 하트를 바라보면서 "그래 사랑이 따로 있나? 이 추운 겨울에 너와 쌀 한 줌이라도 나눠 먹는 마음이겠지"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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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8. 12. 31. 06:30

지난 11월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거의 만나지 못한 친구를 한 명 만났다. 37년만이었다. 오랫 동안 소식을 모르다가 몇 해 전부터 사회교제망으로 서로 연락하고 있다.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짧은 한국 체류 일정으로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많은 세월이 흘렸지만 친구의 옛 모습은 그대로였다. 다음 약속으로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그 동안 쌓인 수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기는 불가능했다. 그가 한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이 있었다. 이순의 나이로 접어들 무렵 시절마다 자기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친구들을 손꼽아 보면서 인생을 한번 되돌아 보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2명
초등 시절 2명
고등 시절 2명
대학 시절 2명
그후 시절 2명

참으로 멋진 생각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면서 마음 속으로 나도 한번 되돌아 보았다. 나에게도 과연 그와 같은 친구들이 있었을까... 아쉬운 작별을 하면서 그는 선물 하나를 주었다. 


빌뉴스 집으로 돌아와 포장을 뜯어보니 선물은 바로 도자기 액자였다. 친구가 손으로 직접 글씨를 썼다고 했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다시 멀어지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또다시 만나
우리 사랑 운명이었다면 
내가 너의 기적이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기적이 되는 삶...
이를 이루기는 힘들지만 늘 이를 지향하면서 살아야겠다. 그가 나에게 전해준 이야기는 화두처럼 내 마음 속에 여전히 맴돌고 있다. 한편 훗날 소일거리를 하면서 지낼 때 나도 손글씨를 한번 익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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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8. 12. 12. 04:18

지난 해 여름 온 가족과 리투아니아 친구 10여명이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대회 전후로 이들을 안내할 기회가 있었다. 빠질 수 없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국 음식 탐방이었다.

특히 삼겹살이나 회를 먹을 때 깻잎의 독특한 향에 이들은 매료되었다. 깻잎은 혹시 있을 수 있는 고기 누린내와 생선 비린내를 말끔하게 없애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이 깻잎향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리투아니아에 심어 보고 싶어 들깨 씨앗을 구했다.  

드디어 올 4월 아파트 발코니에 큰 화분 두 개에 씨앗을 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색 새싹이 돋아 나고 들깨가 무척 잘 자랐다. 여름철 내내 밥 먹을 할 때는 야채로 고기 먹을 때는 쌈 재료로 수시로 우리 집 밥상에 올라 왔다.              



여름철이 지나 가고 겨울철로 접어 들었는데도 들깨는 발코니에서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깻잎을 모두 다 따서 깻잎장아찌를 만들까 아니면 거실에 옮겨 계속 싱싱한 잎으로 먹을까 고민했다. 결론은 거실로 옮기자였다.  
 

11월 하순 초에 거실로 옮긴 들깨는 여전히 싱싱함을 간직하고 있다.  
 

들깨꽃이 피어 났다. 들깨는 낮의 길이가 12시간 이하로 짧아지면 꽃이 핀다. 꽃이 피면 씨앗을 맺는 데에 양양분이 집중되므로 성장이 멈춘다. 기다란 통꽃으로 자라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을 보니 성장 조건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때때로 깻잎 가까이로 가서 향을 맡아 보거나 깻잎 뒷면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상큼한 향을 맡아 본다. 거실에 자라고 있는 들깨를 보고 있으니 오래 전에 떠난 고향과 함께 숨쉬고 있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해외 여행 경비에 적지 않은 부분이 바로 현지에서 먹는 음식비다. 조식이 포함 되어 있는 호텔에서는 늦은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해서 하루 두 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중간에는 간식으로 해결하고 저녁을 넉넉하게 하면 된다. [아래는 라트비아 리가의 한 호텔에서 먹은 조식이다.]


그래서 조식 때 소량으로 챙겨가는 바나나 등은 요긴하다. 하지만 이를 용인하는 호텔도 있고 그렇지 않은 호텔도 있다. 바나나나 사과 한 개 등 소량으로 챙겨 가는 사람도 있지만 아예 소시지나 햄을 덤뿍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보곤 한다. 후자가 많이 묵는 호텔은 조식에다 점심용 샌드위치까지 제공하는 꼴이다. 

투숙객수에 알맞게 음식을 준비했는데 후자가 많은 경우 조식 마감 가까이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음식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런 골치 아픈 얌체 손님들 때문에 일전에 묵은 에스토니아 탈린에 있는 한 호텔은 조식당에 아래 사친의 안내 동판을 붙여 놓았다. 
     

"조식에서 음식을 가져 가지 마. 벌금 50유로"

 
가져 가다 발각 되면 벌금 50유로! 
그냥 아침 배부르게 마음껏 먹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2018년 에스토니아 빅맥 지수는 3.15유로다. 50유로로 먹을 수 있는 맥도날드 빅맥 갯수는 16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 12. 1. 04:35

이제 한국에는 김장철이다. 이곳 리투아니아 빌뉴스도 겨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날씨로 접어 들었다. 기온이 낮이나 밤이나 영하다. 어제 저녁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후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식 하나를 전해주었다.

윗층에 사는 이웃이 느닷없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잠깐 방문해도 될까?"
"물론."

이웃은 70대 중반의 할머니다. 아내가 문을 열고 맞이하니 할머니는 그릇 하나를 들고 있었다. 이내 할머니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내가 만든 김치야. 전에 내가 살았던 곳이 우즈베키스탄인데 그곳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았어. 한국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해. 시장에 가면 여러 한국 음식을 쉽게 구입할 수가 있었어. 나도 김치 등을 사먹었는데 리투아니아로 이사를 온 후부터는 지난 수십년 동안 김치를 먹을 수가 없어 참 아쉬웠어. 그런데 며칠 전 잡지에서 김치 요리법을 읽게 되었지. 옛날 즐겨 먹은 김치가 떠올라서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어. 어디 한번 맛 좀 봐줘."
"평가해 줄 남편이 지금 집에 있었으면 참 좋았을덴테..."
"김치를 무엇으로 만드는 지 알아? 바로 중국 배추야!!!"

이 말에 아내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유럽인 아내는 오래 전부터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기 때문에 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참고로 유럽 사람들은 우리의 배추를 "중국 혹은 북경 배추"라 부른다. 우리는 유럽의 배추를 "양배추"라 부른다. 

이웃 할머니는 한국 사람이 살고 있는 우리 집에 와서 김치를 만들어 보았다는 자부심을 보여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할머니는 김치에 강황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강황은 맵고 쓴 맛을 내며 노란색을 지니고 있다. 카레를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그 김치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아내가 냉장고에서 할머니가 만든 김치를 꺼냈다.

* 이웃집 유럽인 할머니가 평생 처음 담근 김치 

"앗, 백김치네!!! 고춧가루를 구할 수 없어서 매운 맛을 내기 위해 강황을 넣어겠구나. 그래도 붉은 색을 내기 위해 붉은 고추를 썰어서 넣었네. 볍씨처럼 생긴 저것은 뭐지?"
"크미나스(kmynas)라고 하는데 에스페란토로는 카르비오(karvio), 영어로는 캐러웨이(caraway)다." 검색해보니 캐러웨이는 미나리과의 초분 식물로 열매는 치즈, 술, 빵, 제약 등에 쓰인다. 

할머니가 만든 김치 맛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약간 맵고 시큼했다.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갈 즈음 아내가 말했다. 
"며칠 전에 남편이 한국에서 공수해온 김치가 있다."

누군가 그릇에 음식 등을 가져 왔을 때 한국 사람들은 그냥 빈그릇으로 돌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아내는 발코니로 가서 김치 한 포기를 그릇에 담아 주었다.

"우와, 정말 한국 김치를 이렇게 먹을 수 있다니!!! 우리 남편이 정말 좋아하겠다."


평생 처음 담근 김치를 한국인에게 맛 보여 주려고 왔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직접 만든 김치를 맛볼 수 있다니 얼마나 큰 기쁨이었을까... 사실 주변에 알게 모르게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현지 유럽인들이 여러 있다. 포도주 평가사가 있듯이 언젠가 세계 곳곳에 김치 평가사라는 직업이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 11. 22. 15:12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를 선호한다. 60여만 명이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출퇴근 시간 도심을 제외하고는 교통체증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잇따라 막 들어오는 버스가 많은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때 앞에 있는 버스에 가려서 뒷 버스 번호가 잘 보이지 않는다.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가 버스 가까이에 가서야 그 번호를 확인할 수가 있다. 내가 타고자 하는 버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애궁~"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어디 없을까... 바로 이번 한국 방문에서 그 답을 얻었다. 정말 간단하면서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서울역에 내려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정류장이 여러 차선으로 나눠져 있어 원하는 버스를 제대로 탈 수 있을 지 내심 걱정스러웠다. 버스 노선도만 봐도 서울이 얼마나 복잡한 도시인지 쉽게 알 수가 있다. 


버스를 놓치지 않고 잘 탈 수 있을까... 행여나 성질 급한 운전사가 뒤에서 손님을 내리고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만 태우고 가버리지는 않을까...

그런데 처음 보는 번호 표시판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정류장 앞에서 버스 앞문이 열리니까 숨어 있던 번호판이 튀어 나온다. 


저~ 뒤에 잇달아 들어오는 버스들도 마치 도미노처럼 번호판을 쑥 내민다. 앞 버스에 가려서 뒷 버스 번호가 보이지 않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다. 이 돌출형 버스 번호판 덕분에 여러 대 뒤에 멈춰 있던 버스를 쉽게 탈 수가 있었다.


함께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도 이 번호판을 보더니 감탄을 연발했다. 줄지어 들어오는 버스들의 번호를 뛰어가거나 기웃거리면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을 이렇게 쉽게 해결해주다니... 멋진 생각에 꾸벅~~~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6. 29. 07:12

지방 통역 출장을 떠났다. 그 다음날 아내와 작은 딸은 큰 딸이 사는 영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우리 집은 하루 밤 동안 빈 집으로 남게 되었다. 통역은 3일 하고, 상황에 따라 2일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더 하는 것이 좋겠어요? 아니면 집중적으로 3일만 하고 돌아갈려요?"
"아내가 없는 집이지만 ,그래도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통역말고도 할 일이 많아요."
"우리(리투아니아 남편들)은 아내가 없으면 집에 가지 않고 술 마시고 노는데...... ㅎㅎㅎ"

더 하면 더 벌 수 있겠지만, 그래도 웬지 일찍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집에는 나외에도 또 다른 동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딸이 키우는 애완동물 햄스터다. 딸아이는 친척 집에 맡겨놓고 영국으로 떠나려고 했지만, 마지막에 마음을 바꿨다. 혼자 놓아두는 시간이 하루라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먼저 부엌에 놓아둔 햄스터 집으로 가보았다. 27일 새벽 5시에 아내가 떠났고, 내가 돌아온 시간은 28일 저녁 9시였다. 햄스터가 혼자 있은 시간은 총 40시간이었다. 평소에 누군가 가까이 오면 반기는 듯 행동을 하는데 힘이 전혀 없어 보였다.

* 40시간이 지나도 해바리기 씨앗은 그대로

먹이통을 보니 해바라기 씨앗이 그대로 있었다. 그렇다면 40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을까? 보통 해바라기 씨앗을 손으로 입 가까이에 주면 얼른 받아 까먹거나 통채로 입 먹이주머니에 넣는다. 그런데 집 밖으로 나왔지만, 먹이에 대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 야자수 열매 속으로 들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 기운이 쭉 빠진 듯한 햄스터 

돌봐주던 주인이 집을 비운 것을 알고서 올 때까지 단식하면서 기다리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니 정말 집에 빨리 돌아오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완동물 기르기에 익숙하지 않지만 딸을 대신에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우선 햄스터에게 주인은 아니지만 내가 집 안에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못 부르는 노래도 하면서 일단 햄스터의 기분을 전환해주기로 했다. 부엌에 혼자 있게 하지 말고 내 방에 햄스터 집을 옮겨 놓았다. 컴퓨터 자판기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보면 생기를 되찾아 쳇바퀴 놀이를 할 것 같았다. 아내가 없다고 집에 가지 않고 노는 것 대신 슬픔에 빠져 있는 듯한 햄스터를 돌보게 되었다. 이 공덕으로 아내와 작은 딸이 영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