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5.03.23 08:02

해마다 누구에게 찾아오는 의미 있는 날이 하나 있다. 바로 생일이다. 일전에 크로아티아 친구과 대화하면서 1년에 내 생일이 3번이다라고 하니 몹시 놀라워했다. 두 번도 아니고 3번이라니... 설명을 해주니 참 재미있어 했다.

먼저 여권상 기재된 태어난 해의 음력 생일이다. 바로 이날 생년월일이 공개된 사회교제망(SNS) 친구들로 가장 많이 축하를 받는다. 더우기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은 이날을 쉽게 기억한다. 리투아니아 국가 재건일인 국경일이 이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음력 생일인데 이는 해마다 달라진다. 서양력을 사용하고 있는 유럽이라 음력을 일상에서는 거의 잊고 산다. 셋째는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이다. 

축하받을 일이 세 번이라 많을 것 같으나, 실제로는 생일 자체를 별다르게 찾지 않으니 오히려 받을 일이 없게 된 셈이다. 식구들이 손님들을 초대해 잘 챙겨준다고 하면 양력일에 하자고 한다. 양력일이 오면 벌써 여권상 생일이 지났는데 내년에 하자고 한다.

생일 축하 답례로 꼬냑을 준비했으나 도로 가져와 
이 세 생일 중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을 좋아한다. 바로 춘분이기 때문이다. 봄기운 받아 늘 생생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마침 이날 현지인 친구들과 탁구 모임이 있었다. 그냥 가려하는데 아내가 가방 속에 꼬냑을 한 병 넣어주었다.

"오늘 모임에서 누군가 당신 생일을 알아보고 축하하면 그 답례로 이걸 나눠 마셔라."
"아무도 축하하지 않으면?"
"그냥 도로 가져와."
"내가 먼저 오늘 내 생일이니 한잔 하자라고 하면 안 되나?"
"그러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난 한국 사람인데."
"여긴 리투아니아잖아."

아내 말처럼 대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기 것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자기 자신이 먼저 나서지를 않는다.

돌 선물은 은 숟가락
마침 이날 교민 친구 딸이 첫돌을 맞아 초대를 받았다.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선물 선택에 평소 많은 고민을 하는 리투아니아 아내는 돌 선물로 무엇을 살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로 은 숟가락을 선물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돌 선물로 은 숟가락


이 은 숟가락으로 먹는 것이 늘 풍족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돌케익이 두 개였다. 하나는 친구 딸의 첫돌 케익 ,다른 하나는 내 생일 케익으로 친구 아내가 배려해주었다. 이렇게 느닷없이 생일 케익과 축노래까지 받게 되었다.

생일 선물로 한국 노래 잘할게
이날 오후 딸아이가 음악학교 노래 경연 대회에 나가는 날이었다. 아침에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는 왜 생일을 안 하는데?"
"생일이 어제 같으니까 안 하지."
"그게 뭔데?"
"어제는 생일이 아니었잖아. 그냥 평범한 날이었잖아. 오늘이 지나가면 어제가 되잖아.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특히 하루 종일 착한 마음으로 지내면 되지."
"그래 알았다. 내가 오늘 한국 노래 잘 부르는 것으로 아빠 생일 선물을 할게."

* 한국 노래 잘하겠다라는 것으로 생일 선물한 딸아이 요가일래


변성기라는 핑계로 평소 집에서 노래 연습을 안 하던 딸아이가 노래 경연 대회에 나가 한국 노래를 잘하겠다고 하니 의외했다. 

"그래, 오늘 아빠 생일 기운으로 어디 한번 잘해봐라."
"고마워."

아래는 아빠 생일에 노래 경연 대회(참가자: 리투아니아 노래 1곡, 외국 노래 1곡)에서 부른 한국 노래 "바위섬" 영상이다.  



저녁 무렵 선생님이 전화로 결과를 알려왔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부른 "바위섬"이 "가장 아름다운 외국 노래"로 선정되었다고 했다. 정말 좋은 생일 선물이었다. 아내는 "당신이 탁구 모임에 가니까 내가 영상을 잘 찍는 것으로 생일 선물을 하겠다"고 했다. 촬영물 결과를 보더니 "무대 위 딸아이가 심리적으로 떨 것을 내가 대신 촬영하면서 떨어주었다."고 웃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11.08 06:53

유럽에 살면서 사귄 좋은 친구들 중 한 명이 폴란드 바르샤바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폴란드인이고 어머니는 중앙 아시아 출신 한국인이다. 1991년 1월에 처음 만나 지금까지 서로 왕래와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이 블로그에도 여러 번 직간접적으로 소개했다. 

이름은 라덱(라도스와브, 라도스와프)이다. 어머니는 그래도 이름에 한국인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두 번째 이름을 "동일"로 지었다. 그래서 여권에는 첫 번째 이름과 두 번째 이름이 함께 기재되어 있다. 이는 "동쪽에서 온 한 사람"(東一)이라는 뜻이다. 

결혼을 늦게 한 친구는 지난해 10월에 첫 아들을 낳았다. 아내는 폴란드 북동지방 출신으로 리투아니아인이다. 이 지방 주민들은 대부분 리투아니아인이다. 친구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아들에게 한국명으로 두 번째 이름을 선물하고자 했다. 

열심히 궁리하다가 나에게 부탁했다. 여러 가지 이름을 짓느라 나도 고민하다가 어느 한 순간에 친구의 한국어 이름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동일"이니, 아들은 "동이"로 하면 어떨까...... 대대로 "동삼", "동사", "동오"...... 친구는 아주 만족했다. 동쪽에서 온 1세대, 2세대, 3세대 등 두 번째 이름을 통해서 쉽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가 있겠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10월 하순 "동이"는 첫 돌을 맞았다. 비록 반쪽 한국인이지만 친구는 아들에게 한국인의 돌잔치 흉내를 내고 싶어했다. 9월에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돌잔치 상에 놓을 물건들이 무엇인냐고 나에게 물었다. 정말 한국식으로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최근 친구는 돌잔치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한마디로 대단했다. 탁자에는 검은콩과 흰콩으로 "축돌", "동이"으로 멋지게 장식 기념물을 만들었다. 


아들은 돌잔치 옷까지 입고 있었다. 아마 한국에 사는 지인이 보내준 듯했다. 


탁자에 놓은 돌잔치 물건 중 동이는 제일 먼저 책을 집었다. 그런데 더 깜짝 놀랄만한 사진이 있었다. 


친구가 돌잔치 옷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선물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것이 아니고 이렇게 직접 만들다니!!!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폴란드에서 아들의 한국식 돌잔치 옷을 쉽게 구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대신 가위로 천을 자르고, 재봉틀로 옷을 박았다. 


반쪽 한국인의 상상초월 한국 사랑을 느끼게 한다. 12년 전 해외 출장으로 딸아이의 돌잔치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내 자신을 돌아보니 초라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폴란드 친구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을 보자마자 "만세~~~"라고 친구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