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20. 10. 24. 05:13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진로를 아예 바꿔놓았다. 올 2월까지만 해도 딸아이 요가일래는 영국 유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예술사를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1월부터 급하게 아엘츠(IELTS) 시험 준비를 했다. 2월 하순에 치런 아옐츠 시험에서 영국에 있은 모든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좋은 성적을 얻었다. 입학원서를 낸 여러 대학교로부터 비대면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런데 3월 초순부터 유럽 전체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을 떠나서 총리까지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버린 영국에서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유학을 포기하고 학부는 리투아니아 국내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전공도 예술사에서 철학대학에 속해 있는 사회학과를 스스로 선택했다. 

국가고등학교졸업시험이자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어서 법학이나 국제관계학, 국제경영학 등 다언어능력을 살려서 장래에 직업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얻을 가능성이 높은 학과를 선택할 것을 부모로서 권했지만 "자기 인생길은 스스로 결정한다"라는 짧은 주장에 "그래 우린 너를 믿어"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리투아니아 대학 입학 전형은 두 가지다. 무료입학과 유료입학이다. 무료 최소 입학생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학과마다 무료 입학생수는 다르다. 요가일래는 무료입학 전형에 합격했다. 등록금, 기숙사비 등으로 걱정하지 않어서 좋다. 자녀가 대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가계살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참으로 낯설다. 일전에 돈 이야기가 하도 없어서 물어봤다.

"한국에는 대학생이 되면 교재비도 솔찬하게 들어가는데 교재를 사달라고도 하지 않니? 교재 없이 수업을 하나?"
"살 필요가 없어. 학생들 모두 도서관에서 교재를 빌려."
"학생수가 수십명이 되는 학과도 있는데 그만큼 교재가 도서관에 다 있나?"
"다 있어."

며칠 후에 요가일래는 사회학과 1학년에서 배우는 심리학, 통계학 등 교재를 보여주었다. 


전부 헌책이다. 뒷표지를 보니 도서관 도서 일련번호가 붙여져 있다. 모든 교재를 이렇게 도서관에서 빌려서 앞으로 공부한다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좋지만 책을 펴내 이것으로 가르치는 교수들은 부수입이 따로 없어서 어쩌지.... ㅎㅎㅎ




대부분 학생들은 컴퓨터 노트북에 기록하지만 직접 필기를 하는 것이 좋아서 큰 공책을 구입했다고 한다.



공책 뒷표지를 보니 가격이 적혀 있다. 공책 한 권에 3.5유로이니 한국돈으로 약 5천원 정도다. 대학생용 공책의 값을 처음 알게 되었다. 



"공책 산다고 돈을 달라고 하지 왜 안했어?"

"비싸지만 내 돈으로 샀어."

"그래도 공책 사 줄 여유는 있으니까 사달라고 해."

"괜찮아. 대학생이 됐으니까 이런 것도 이제 스스로 해결하도록 할게."


이렇게 자녀교육비에 걱정이 없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세계 모든 나라가 적어도 국민의 교육과 의료를 책임져 주는 시대가 빨리 오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2. 25. 06:46

크리스마스다. 유럽은 일년 중 어느 때보다도 가족이 함께 하는 명절이다, 올해 우리 집은 식구가 다 함께 하지 못했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가 빠졌다. 지금까지 매년 저가항공권을 구입해 집으로 와서 짧은 겨울방학을 보냈다.

그런데 올해는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을 이유가 명확해야 서로 이해할 수가 있다. 마르티나는 네 가지 이유로 부모를 이해시켰다. 첫째로 11월초 가족여행을 스페인 카나리아제도를 다녀왔고, 둘째로 아무리 저가항공이지만 평소보다 표값이 3배가 더 비싸고, 세째로 친구들과 아름다운 에딘버러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하고 싶고, 네째로 아르바이트 직장을 오래 비울 수가 없다.

그래도 어떻게 명절을 보내는 지 궁금하다. 마르티나는 실시간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전해왔다. 흔히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하얀 눈이 쌓여있고, 그 위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가득 싣고 온다. 그런데 올해는 리투아니아에 눈이 없다. 마르티나는  하늘에 쌍무지개가 펼쳐진 사진을 보내왔다. 믿기지가 않았다. 눈은 없을 수 있지만, 무지개가 뜨는 크리스마스 전날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언제 찍은 사진이지?"
"방금."


리투아니아에서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을 하는데 페이스북으로 또 소식을 알려왔다. 유학하는 리투아니아 대학생 6명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날 12가지 음식을 준비한다. 이들도 의기투합해 12가지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을 의아하게 했다. 칠면조 고기 요리를 준비하는 사진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날 생선을 제외한 육식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오늘 칠면조 고기를 먹나?" 
"비록 집을 떠나 있지만 그 (전통 풍습) 정도는 알고 있지. 내일 먹으려고 준비해 놓은거야."
"오늘 음식은 몇 가지?"
"12가지."


아무 생각 없이 내키는 대로 살기 쉬운  대학 시절인데 12가지 음식을 만들고, 


크리스마스트리까지 마련해 놓고 친구들과 함께 명절 분위기에 젖어 있는 마르티나에게 즐거운 명절과 유익한 대학생활을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7. 5. 06:51

영국에서 유학하는 큰 딸 마르타나가 동영상과 함께 복수 사연을 보내왔다. 마르티나는 아파트 한 채를 공동으로 빌려서 살고 있다. 다른 여자 대학생 한 명, 그리고 남자 대학생 두 명이다. 이들은 1년 전 서로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되어 함께 살고 있다. 물론 각자가 자기 방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남자 두 명 중 한 명은 농담을 좋아하고 여자 둘을 골탕 먹이거나 놀래키는 것을 즐겨한다. 예를 들면 어두운 밤에 여자가 화장실이나 거실을 지나갈 때 숨어있다가 깜짝 놀래킨다. 때론 무섭고 황당한 가면을 쓰고 놀래킨다. 물론 악의가 없는 사람이라 순간적으로 당황하지만 이내 이들은 화해한다.

최근 두 여대생은 한번 이 남대생을 골탕 먹이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동안 일을 꾸몄다. 먼저 가게 가서 음식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랩을 큰 뭉치로 구입했다. 이어서 그의 방으로 들어가 보이는 족족 그의 물건들을 랩으로 칭칭 감쌌다. 

침대, 텔레비전, 노트북, 농구공, 옷장, 서랍장, 실내화......


가게에서 랩으로 쌓인 식품을 꺼날 때 고생스럽다. 먼저 손가락으로 랩을 제거해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결국에는 칼이나 가위가 필요하다. 이 점에 착안해서 여대생 둘은 이렇게 복수했다.

마르티나에게 물었다.
"그가 화내지 않았어?"
"황당해 했지. 그리고 플라스틱 병으로 나을 때리려고 하는 데 잘 피했지." 
"그가 물건을 푸는 데 도와주지 않았어?"
"당연히 안 도와줬지."
"자기 방을 안 잠궈나?"
"여긴 모두 안 잠궈."



이어지는 이야기다. 지금 아내와 작은 딸 요가일래는 일주일 전부터 마르티나를 방문하고 있다. 이들이 도착하자 마르티나는 복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에 요가일래가 불쌍한 언니를 도와주기 위해 또 다른 복수를 생각해냈다. 당장 그날 밤에 실행에 옮겼다.

남대생은 초콜릿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밤 11시경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가 돌아올 쯤 여자 셋(마르티나, 요가일래, 마르티나 동거녀)이는 신발 가구에 숨었다. 그가 자신의 신발을 벗어놓으려고 가구 문을 열자 여자 셋이는 그에게 하얀 침대포를 씌었다. 한 바탕 배꼽 잡는 순간이 펼쳐졌다.

나 홀로 집에서 있지만, 이렇게 재미난 시간을 아내와 두 딸이 같이 보내고 있다니 나도 한바탕 즐겁게 웃어야겠다.

*  후기: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글에서 동거인은 공동으로 같은 아파트를 임대해서사용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즉 같은 방을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동방인(同房人)이 아닙니다. 성별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임대해 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변 유럽 사람들은 공동으로 아파트를 사용하는 데 남녀를 크게 구별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남녀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산다라는 개념이 강합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4. 8. 16:48

폴란드 남서지방에 있는 브로쯔와프(Wroclaw) 공과대학생들의 특이한 활동이 눈길을 끈다. 2008년 기숙사의 같은 방을 사용하고 있는 대학생 세 명이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이들은 교내에 흩어져 있는 음료수나 맥주 캔을 줍거나 기증을 받았다.

이렇게 모은 1500여개의 캔을 이용해 2009년 재미난 조각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해마다 캔의 갯수도 늘어나고 대학생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관심도 커져가고 있다. 폴란드 대학생들의 재미난 추억만들기 캔 조각품을 아래 소개한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http://projekt-puszka.pl |  facebook projekt puszka]


* 관련글: 한국사람이라서 아주 좋다고 기뻐하는 초3 딸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0. 21. 10:12

아내는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친다. 보통 한 아이를 맡으면 약 5-7년 내내 일대일로 피아노를 가르친다. 음악학교는 방과 후 개인별 교육과정이라 학생들간 유대감은 일반학교보다 떨어진다. 그리고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교사와 학생간 정도 그렇게 끈끈하지 못하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 중 아내에게 종종 안부 전화를 하는 제자들이 있다. 이들 중 두 사람이 최근 우리 집을 방문했다. 사실 리투아니아에서는 남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친구간이라도 그렇게 흔하지가 않다. 아침부터 아내는 이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특별한 것은 없었다. 거실을 가지런히 정리했고, 오면 대접할 차나 커피와 다과를 준비했다. 이들이 도착하자 아내와 함께 현관문에서 맞았다. 남녀 한 쌍인 이들은 현재 연인이다. 여자 제자는 시모나는 빌뉴스에서 대학교을 다니고, 남자 제자는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직장에 다닌다. 아내는 거실에서 이들과 서너 시간을 아주 재미 있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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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돌아가자 아내는 마치 녹화중계 하듯이 인상 깊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들은 특히 지금 살고 있는 영국과 살았던 리투아니아를 비교했다. 그 중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영국 경찰은 정말 친구 같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경찰을 만나면 그들이 무엇인가 (합법적으로) 빼앗아 갈 것 같아 늘 긴장감과 경계심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에서 만난 경찰들은 늘 무엇인가 도와주려고 한다. 비상사태 발생 시 이들의 출동은 리투아니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두 나라 대학생활 비교는 이렇다. 리투아니아 대학 수업은 대부분 고리타분한 이론 중심이지만, 영국은 실습과 토론이 주를 이룬다. 즉 이론은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이를 활용하는 실습을 한다. 그는 현재 경영학을 배우고 있다. 예를 들면, 수업시간에 수강생들이 조를 짜서 교수에게 상품을 파는 실습을 한다. 가장 많이 파는 조나 사람이 가장 높은 학점을 받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 구성원간 합력과 판매 전략과 기술 등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아쉬운 점은 영국 대학에서는 동기생이라는 유대감이 리투아니아보다 적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은 같은 동기생끼리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영국에는 그런 맛이 없다. 마치 수업을 듣기 위해 직장가는 기분이 든다. 수업 끝나면 각자 생활 공간으로 직행한다.

영국에서 이방인이 뿌리내리기는 힘든다. 하지만 능력 있고, 영어를 잘 하면 길은 항상 열려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내는 고등학교 2학년인 큰 딸 마르티나의 영국 대학교 진학 희망을 적극 후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내의 제자들 방문은 우리 가족에 좋은 계기가 된 셈이다.

* 관련글: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하나
* 최근글: 가족이 수박과 애호박 등으로 만든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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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