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7.03.22 08:07

한 해에 생일을 세 번 맞는다. 첫 번째는 여권상 생일이고 두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음력일이고 세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양력일이다. 한국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는 살아온 세월의 첫 번째 숫자와 두 번째 숫자가 같다. 유럽인들이 크게 생일을 챙기는 기념일이다. 1월부터 아내는 종종 어떻게 생일을 보낼 것인지 물었다. 생일 챙기기에 무관심하자 무조건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다시피 했다.   

1. 일가 친척을 초대해서 식사 하기
2. 가족 해외여행 하기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첫 번째 생일에는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두 번째 생일에는 또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세 번째 생일에는 내년 생일도 있으니 넘어가자라고 했다. 생일을 거의 챙기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은 가장의 생일인지라 뭔가로 기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개 중 하나인 아주 오래 된 17인치 모니터가 지난 해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주로 번역 작업을 하는 데 세로로 돌리기(비봇 pivot) 기능이 있는 24인치 모니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기념으로 이것을 사고 싶었다. 새로운 전자제품 구입에 인색한 아내도 선뜻 동의했다. 마음 변하기 전에 바로 어제 인터넷으로 주문해버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현관문에서 불렸다.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서 와. 왜?"
"빨리 여기 와봐."
딸아이는 노란 꽃 세 송이로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 주말에 올 새 모니터(화면 속 사진)와 딸아의 노란 색 꽃선물


어제 화요일 저녁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있었다. 앞 강의가 아직 끝나지 않아 학생들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서로 대화하더니 내가 나타나자 조용해졌다.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생신이 언제예요?"
"생일?! 난 생일이 없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생일을 물었다.   
 
1시간 반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재빨리 강의실을 빠져나가는데 어제는 달랐다. 모두가 자리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나더니 한 학생이 또 물었다.

"선생님, 오늘이 생신이시죠?"
"아니, 어떻게 내 생일을 다 알았지?"라는 되물음에 학생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고마움을 전하면서 자꾸 의문이 생겼다. 페이스북에 적힌 생일은 벌써 지났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알았을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구들에게 깜짝 기쁨을 알렸다.

"학생들이 어떻게 내 생일을 알고 생일축하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주었어."
"아빠, 사실은..."
"뭔데? 말해봐."
"아빠 학생들 중 하나가 우리 반 친구의 친구인데 내가 우리 반 친구에게 부탁했다. 자기 친구에게 오늘 우리 아빠 생신인데 학생들이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라고 했어."
"뭐라고? 네가 다 연출한 거야!"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10.02 22:57

럽연합의 북동 변방국인 리투아니아에서도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한때 리투아니아 한인회 추석 명절에 초대된 이들의 숫자가 30여명이나 되었다. 지금도 집 주변에 있는 대형상점에 물건을 사려고 가면 한국말을 하는 아시아인을 종종 만난다. 이들은 다름 아닌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다.






우리 집에도 대학생 딸아이가 있다. 마르티나는 영국 에딘버러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 교환학생들을 떠올리면서 마르티나에게 언제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공부하러 가나라고 묻곤 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중동 국가, 한국, 미국에 있는 대학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여러 고민 끝에 한국은 이미 몇 차례 다녀왔기 때문에 미국을 선택했다. 올해 1월 초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지라 비교적 따뜻한 미국 남부지방 뉴올리언스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 

한 두 주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스웨덴에서 온 교환학생과 단짝이 되어 재미난 생활을 이어갔다. 유럽에서 누릴 수 없는 그런 삶을 겪었다. 개인용 비행기로 타고간 마이애미 해변에서 일광욕하기, 백만장자의 결혼식에서 유명 영화인과 춤추기, 지인이 총격에으로 중상을 입은 일, NBA 사무실에서 인턴쉽......

우리 부부가 마르티나에게 지출하는 미국 대학 생활비는 영국보다 2배나 더 많았다. 하지만 딸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는데 이를 반대할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가운데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2달 동안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마스터카드(MasterCard)사에서 인턴쉽 자리를 얻었다. 마스트카드가 제공하는 두 달치 생활비와 월급이 기대보다 훨씬 높았다. 주변 친구들이 몹시 부러워했다. 


* 마르티나는 이번 여름 미국 마스터카드사 IT 부문, 유일한 유럽인 대학생 인턴쉽으로 일했다.  

 

이에 대한 마르티나와 친구와의 대화가 인상적이라 소개한다.
"난 아직 인턴쉽 자리를 구하지 못했어. 어떻게 넌 그렇게 좋고 큰 회사에 인턴쉽 자리를 얻게 되었나?"
"얼마나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니?"
"20개가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어."
"그러니까 아직 자리를 못구했지."
"그러면 너는 도대체 몇 군데 넣었니?"
"될 때까지 넣었지. 한 500개 회사에 넣었지."

교환학생을 마치고 마스터카드사에 인턴쉽을 가기 전까지 한 달간 공백이 생겼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미국으로 가자니 항공료가 들고 해서 마르티나는 이 기간 동안 가보지 못한 미국의 서부도시를 스웨덴 친구와 여행하고자 했다. 문제는 여행경비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마르티나 생활비는 우리 집 가계비에서 매달 2배가 더 나갔다. 


* 마르티나 금문교에서


아내와 상의했다.
"우리가 여행경비를 다 지불할 형편이 못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르티나에게 어느 정도 절제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냥 지원하는 것보다 여행경비를 빌려주는 형식이 좋겠다."
"나중에 일정부분 탕감을 해주더라도 빌려주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이렇게 3자가 합의했다. 한 달 동안 마르티나가 지출한 여행경비는 모두 3500달러였다. 인턴쉽 수입으로 다 갚고도 충분히 남았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마르티나가 기꺼이 갚을 것을 약속했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오면 정말 갚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 마르티나가 갚은 여행경비 중 일부


8월 중순 마르티나가 빌뉴스 집으로 돌아왔다. 두툼한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갚으려는 순간이었다. 흔쾌한 표정이 아니였다. 누구나 빌릴 때는 애걸볼걸하지만, 갚을 때는 생돈을 물어주는 것 같아 속이 쓰린다. 이런 표정을 보는 부모 입장도 별로다. 그래서 천달러 탕감해주었다. 실은 마르티나가 사온 선물을 가격으로 치면 약 천달러였다. ㅎㅎㅎ

여행경비를 돌려받으면서 우리 부부는 흡족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무조건 다 준다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18세 이상 성인이 되면 스스로 경제적 능력도 키워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뜻에 잘 따라준 마르티나가 고맙다."
"언니의 경우를 거울 삼아 요가일래도 앞으로 잘 따라하겠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3.07 06:38

일전에 여권상 생일[관련글 보기]을 맞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풍선에 그려진 케익도 받았다. 그때 여러 선물에 취해 축하엽서를 열어보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교과서 속에 끼어져 있던 엽서를 어제서야 열어보았다.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 
만년필로 반듯하게 써진 한국어 문장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으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쁘게 잘 썼다. 


컴퓨터 글쓰기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 이렇게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보면 더욱 정감이 간다. 열심히(?) 가르쳐주신 선생님에게 드리는 축하엽서라 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들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지금까지 약 50시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어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1.03 08:35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에게도 드디어 교환학생의 기회가 주어졌다. 여러 나라를 두고 고민하다가 미국을 선택했다. 미국내에 있는 여러 대학교를 두고 또 고민하다가 루이지애나 주도 뉴올리언스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 이유 중 하나가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이다.

대학교측에서 1월 3일 열리는 첫 교환학생 모임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적합한 비행노선을 찾다보니 공교롭게도 출국일자가 12월 31일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일에 가족이 헤어져야
보통 한 해의 마지막날과 새해의 첫날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 바로 이날 식구들이 헤어져야 하는 것을 아내가 달가워하지 않았다. 비록 성인이지만, 딸아이 혼자 낯선 뉴욕 땅에서 송구영신해야 하는 것이 아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중간 기착지인 뉴욕 공항에 마르티나가 도착할 무렵 아내는 페이스북(facebook), 바이버(viper), 스카이프(skype) 등을 켜놓고 첫 소식이 오길 학수고대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뉴욕에서 하룻밤을 자야 했다. 

12월 중순에 마르티나는 뉴욕에서 하루 묵어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냐고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물었다. 이 쪽지가 올라가자마자 친구의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그는 뉴욕에 사는데 기꺼이 자기 집으로 초대해 재워줄 뿐만 아니라 1월 1일 뉴욕 시내 안내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막상 선뜻 도와준다고 하나 생면부지인 사람이라 걱정이 좀 되었다. 

친구의 친구 덕분에 타임스퀘어에서 새해맞이
뉴욕 공항에 잘 도착했고, 맨하탄에서 친구의 친구까지 제시간에 만났다. 이들은 2014년 새해를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맞이했다. 약속한 대로 1월 1일 이 새로운 리투아니아인 친구 덕분에 뉴욕 관광을 즐겼다. 한 친구를 잘 둔 덕분에 이렇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


1월 2일 이른 아침 마르티나는 뉴욕을 떠나 뉴올리언스를 향했다. 도착할 무렵 아내는 또 다시 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공항 웹사이트에서 비행기가 연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유가 궁금한 나머지 아내는 여러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마르티나가 탄 비행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막힌 사이트를 찾아냈다.


flightradar24.com에서 하늘길을 내려다본다
flightradar24.com은 현재 시각 하늘에서 날고 있는 모든 비행기의 이동모습을 한 눈에 보여준다. 해당 비행기 아이콘을 누르면 이 비행기와 비행노선에 대한 정보가 뜨고 이동경로가 나타난다. 아내는 내내 비행기 이동경로를 지켜보면서 안전하게 도착하길 바랬다. 마치 아내가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가고 있는 심정이었다.


참으로 놀랍다. 이렇게 지상에서 비행기의 하늘길을 내려다볼 수 있다니 말이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야!"라는 세상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당연히 즐겨찾기에 넣었다. 앞으로 공항에 손님을 영접하러 나갈 때 이 사이트를 이용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11.22 06:31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교가 일반 시민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한국어 강좌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다. 13세부터 30살까지 10명이 배우고 있다. 

읽고 쓰기는 얼핏보면 쉬운 듯하지만 수업 진도가 나갈 수록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 중 여러 명은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점점 향상되고 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이었다. 내용은 "~ 같아요"이다. 


"우리 선생님은 너무 착해요. 양 같아요"라고 읽고 있는데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었다. 선생님이 양처럼 착하다고 하는데 왜 웃을까? 

이것이 바로 언어에 담겨져 있는 문화 차이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유럽 사람들에게 양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양과는 다르다. 우리는 양이 순함과 착함의 대명사이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아니다. 좋은 예가 용이다. 동양에서 용은 인간을 보실피는 수호신이지만, 서양에서 용은 쳐녀를 요구하는 괴물이다. 

우리는 양을 순박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보지만, 여기 사람들에게는 고집스럽고, 어리석고 아둔한 것이 바로 양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양은 이와는 다르다. 어린 양은 순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여긴다. 

"제 여자 친구는 아주 착하고 얼굴도 예뻐요. 천사 같아요"에 이들은 또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이번에는 또 왜 일까? 

리투아니아어에서는 천사가 남성형 명사이다. 네 명의 대천사를 모두 남성형 이름으로 표기한다. 가브리엘류스(가브리엘),  미콜라스(미카엘), 라파엘리스(라파엘), 우리엘리스(우리엘)이다. 즉 "여자인 내가 어떻게 (남자) 천사처럼 생겼나?"라고 반문하면서 이들은 의아해할 수 있다. 

* 리투아니아 사람이 눈으로 만든 천사상. 착한 남자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각각 언어의 이런 문화적 차이를 모르고 "당신은 양 같아요"라고 서양인에게 했다가는 본의 아니게 오해를 넘어서 욕을 한 꼴이 된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 특히 비유법(직유, 은유 등)을 사용할 때에는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11.01 07:39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학기 초급강좌를 듣는 수강생이 10명이다. 한국어 첫 수업에는 동기부여를 위해 세상에서 제일 배우기 쉬운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라고 살짝 운을 뗀다. 즉 쓰기와 읽기는 중국어와 일본어 등에 비해 월등히 쉽다는 것에 학생들은 다 동의한다. 

하지만 수업일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한국어가 쉽다"라는 명제는 촛점을 차차 잃어간다. '합니다'는 '해요'로 변화하고 갑니다는 '가요'로 변화한다. '생일'과 '생신', '은/는'과 '께서는', '에게'와 '께', '나이'와 '연세', '주다'와 '드리다' 등 높임말도 다양하다. 

학생들 입에서는 절로 한숨 소리가 난다. 어제는 동사와 명사의 높임말에 대해 강의했다. 자다-주무시다, 있다-계시다, 죽다-돌아가시다, 주다-드리다. 바로 '드리다'라는 한국말에 저기저기 웃음꽃이 갑자기 피어났다. 처음에는 그냥 누군가 우스개 소리를 해서 웃었지라는 생각이 들어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드리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학생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 웃음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왜 웃니? 드리다가 뭐 이상해?" 

이 질문에 학생들이 또 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왜 그러세요?"
"드리다가 꼭 diarrhea(다이어이어)로 들려요."
"뭐 diarrhea가 뭐지?"

드리다가 얼마나 심각한 단어인지 학생들이 리투아니아어로 설명하지 않고 영어로 설명할까? 궁금증이 더해 갔다. 즉각 인터넷에 접속해서 구글번역기에서 diarrhea를 쳐보니 viduriavimas(비두랴비마스)라는 답을 얻었다. 이는 설사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드리다가 설사?

그렇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트리다'(tryda)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발음하는 d가 t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대석이라고 발음하지만, 이들은 태석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tryda는 일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속어이다. 


버젓한 한국어 수업 시간에 '드(트)리다(설사)'가 나왔으니 웃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드리다가 주다의 높임말이다. "어른에게 진지를 드리다"가 이들에게는 "어들에게 진지를 설사"로 들렸으니 말이다.

언어를 접하다보면 이런 유사한 경우가 종종 있다. A언어에서는 대스럽지 않지만, B언어에서는 유사한 발음 등으로 인해 이상한 뜻이 되는 경우이다. 에스페란토 farti 단어는 (잘) 지내다라는 뜻의 동사이지만, 영어 단어 fart는 방귀뀌다이다.  

한편 리투아니아어에 익숙한 딸아이는 지금도 종종 '그것은 이름이 뭐야"라고 묻는다. 리투아니아어로 그것과 그 분, 그 사람은 모두 다 똑 같은 표현 'tas'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제 수업에서 배운 '드리다'는 리투아니아 학생들이 평생 잊지 못할 한국어 단어 중 하나로 기록될 듯하다. 덕분에 수업 분위기가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05.20 12:43

한국의 국공립대 대학축제 비용이 약 1억원이고, 이 중 51%가 연예인들을 부르는 비용으로 지급된다는 소식을 최근 접했다. 또한 대학축제 운영권을 공연 기획사에게 넘기면서 총학생회장들이 수천만원씩 뒷돈을 받아온 것도 드러났다. 

연예인들을 부르지 말고 대학생들 스스로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어 재미나고 유익한 축제를 열면 좋겠다. 폴란드 대학생들의 축제 하나를 소개한다. 


* 브로쯔와브 도심 광장에서 열린 대학생 축제 

매년 5월 중순 폴란드 남서지방 중심 도시 브로쯔와브(브로츠와프) 대학생들은 축제를 펼친다. 특히 공과 대학생들은 이 축제에 이색적인 아이디어로 참가한다. 이들은 1년 동안 모은 맥주캔으로 해마다 재미난 물체를 만든다. 올해는 1만여개의 캔으로 노면전차를 만들었다. 



이 행사는 2008년 대학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사용하고 있던 대학생 세 명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은 대학교 내와 기숙사에 흩어져 있는 음료수나 맥주 캔을 줍거나 기증을 받았다. 2009년부터 작품을 만들어 행사를 벌이고 있다. 대학 생활의 좋은 추억거리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05.01 05:12

4월 29일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초급 수업 종강이었다. 직접 수업에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마지막 수업인데, 수업 장소를 어디로 할까요? 우리 집은 어때요?"
"우와~~~ 그렇게 해요!!!"
"그럼, 삼겹살과 소주를 준비하겠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끝까지 남은 학생이 다섯 명이다. 음식에 관해 아내에게 조언을 구했다. 월요일은 아내가 늦게까지 학교에서 일하기 때문에 요리는 내가 다 해야 했다.

"학생들에게 삼겹살 먹자고 했는데."
"당신은 고기 자르기를 정말 싫어하잖아. 손님을 거실에 두고 부엌에서 혼자 고기는 굽는 일은 좋지 않아."
"그럼, 뭐 할까?"
"닭도리탕은 어때?"
"직접 요리해본 적이 없지만,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서 한번 해봐야지."

참고로 닭도리탕 이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일본어 도리가 국어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닭볶음탕으로 고쳐 부르길 권하고 있다. 한편 한국어에도 도리가 있다. 토막, 부분, 베어나다, 도려내다의 뜻이다. 즉 닭을 도리내서 만든 탕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이를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외국어간에는 이처럼 발음이 같거나 유사한 단어들이 있다. 하지만 그 뜻이 서로 엉뚱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아내 이름은 비다(Vida)이다. 써진 언어로 보면 한국 사람들에겐 "(머리가 텅) 비다", 또는 "(잘못해) 비다"가 될 수 있고, 스페인 사람에겐 "생명"이 될 수 있다.    

각설하고, 햄버거 등 단어는 순화해서 사용하자는 말은 없고, 한국어에서도 그 뜻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닭도리탕은 순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월요일은 왔다. 슈퍼마겟에서 부위별로 토막난 닭고기를 사왔다. 닭밑간은 아내가 해놓고 출근했다. 감자, 양파, 당근을 크게 썰었다.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양념을 만들었다. 수업 시간 전에 모든 준비를 해놓았다.


종강이지만, 끝까지 1시간 반 수업시간을 채웠다. 요리를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가 4명을 더 데리고 왔다. 곧 있을 공연 준비 때문이었다. 거실은 북쩍북쩍거렸다. 모처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요리한 닭도리탕을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부족한 듯했다. 술은 입에 대지 않으려고 했으나, 학생들 분위기에 소주 6잔을 마셨다. 학생들에게 그 동안 노고에 답하기 위해 뜻하지 않게 식후 특별 공연도 마련했다. 실은 공연 연습인데 종강 기념 초청 공연처럼 되어 버렸다.  

"선생님, 진작 이런 시간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감사합니다."

다음 학기 강좌에는 초기, 중기, 하기로 나눠 학생들을 집으로 초청해 한국 음식도 함께 만들어 먹으면서 수업하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03.07 08:55

폴란드에 살았을 때 지인 한 분이 폴란드 사람이 아니였다. 대학에 유학와서 눌러앉아 수십년을 살았다. 주변 폴란드 사람들은 외국인인 이 분이 폴란드어를 자기들보다 훨씬 더 잘 한다고 칭찬했다. 이처럼 외국인이 현지인의 모국어를 더 잘 하는 경우도 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격증은 갖추지 못했다. 모국어가 한국어이고, 대학원 졸업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채용이 되었다. 그렇다고 외국어 언어학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은 아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엘테대학교에서 국제어 에스페란토 석사 학위을 받았고, 여러 나라에서 에스페란토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읽고 쓰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라고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 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가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세상에 어렵지 않은 외국어가 어디 있을까..... 한국어와 리투아니아어에서 비슷한 요소를 찾아서 가르칠 때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예를 들면
서울(e), 부산(e)
에는 장소격 조사이다. 
리투아니아어에도 e가 장소격 조사다. 
Kaunas -> Kaune, Palanga -> Palangoje, Jurbarkas -> Jurbarke 

며칠 전 수업 시간에 주격조사 이(받침 유)/가(받침 무)를 가르쳤다. 그런데 한 학생이 질문했다. 이 학생은 주격조사 이/가 외에 '나는 학생이다'에서처럼  주어로 사용되는 보조사 는/은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학생이다"와 "나는 학생이다"는 리투아니아로 동일하게 "Aš esu studentas"로 번역된다.

"한국어는 아주 어려워요. -는 언제, -가는 언제 사용하나요?"

순간적으로 주춤했다. 한국어를 반세기 동안 사용하고 있지만, 한번도 은과 가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상황에 따라 저절로 나오는 대로 하기 말한다.

"정말 좋고 재미난 질문입니다. 한번 예를 들어서 분석해봅시다."


여러 문장을 칠판에 써보았다. 뭐라고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했다. "개는 옵니다"라는 표현에서는 다른 대상, 즉 고양이와 대조하는 경우이고, "개가 옵니다"라는 표현에서는 오다라는 행위의 주체가 '개'라는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보다 더 확실한 지식을 습득했다. 짧게 정리하면, '이/가'는 주격조사로 동사 행위의 주체를 나타낸다. '은/는'는 보조사로 보통 대조에 많이 사용된다. 주어와 같은 종류의 다른 대상을 염두에 두고 그 가운데 어느 특정한 하나의 대상을 언급한다. 또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에서처럼 어떤 대상에 대해 설명할 때 쓰인다. 

아, 이래서 "가르침이 배움이다"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한 이래서 어느 언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현지인보다 그 언어를 더 잘 알 수 있다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어제 한국어 수업은 "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한 학생에게 감사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04.15 06:03

현재 리투아니아에서는 두 대학교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먼저 시작한 대학교는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인 카우나스에 소재한 비타우타스대학교이다. 이곳에는 2008년 9월부터 한국어와 한국문화사 강좌가 열리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빌뉴스대학교이다. 이 대학교는 2010년 9월부터 주말학교 프로그램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어학 프로그램은 빌뉴스대학교 동양학센터가 정식으로 개설한 강좌이다. 현재 고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10여명이 유료로 수강하고 있다. 두 대학교 모두 서진석 교수가 강의를 맡고 있다. 빌뉴스대학교는 1579년 세워져 동유럽에서도 역사가 깊은 대학교 중 하나이다.

15년 전 빌뉴스대학교는 여러 해 동안 한국어를 가르쳐왔다. 당시 강성은 선교사가 강의를 맡았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의 전반적인  대학교육 재정 사정으로 유료로 전환함으로써 수강생 부족으로 맥이 끊어졌다. 근래 세계적인 한류 현상과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지난해부터 한국어 강좌가 부활되었다. 

일전에 한류 클럽 '한-빌뉴스' 결성식에 참가차 이 동양학센터를 방문했다. 발다스 부소장은 "앞으로 한국학이 빌뉴스대학교에서 선택과목이 아니라 학사과정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한다. 향후 2-3년 안에 이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어 수업 광경도 지켜보았다. 수강생 중 대학생인 카멜레는 "빅뱅 때문에 한국어로를 배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인 산드라는 "한국어와 한국문화가 좋아서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말했다. 외교관인 잉가는 "한국 드라마를 자막없이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동기는 각각이이지만, 배우는 열의만큼은 모두 한결 같았다. 

이날 수업 광경을 동영상에 담아보았다. 이제 한국어를 배운 지 6개월인 이들의 한국어 일기 실력이 어떤지 한번 귀담아 들어보시길 바란다.  


인구 3백만명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에 이렇게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열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감동으로 다가온다.   

* 관련글: 한국인임을 부끄럽게 만든 빌뉴스 한류 학생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01.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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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고등학교 3학년생인 큰 딸 마르티나가 우리 집 방마다 돌면서 큰 소리를 쳤다.
"지금부터 요가일래와 늘 영어로만 대화를 할 것이다."

요가일래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다. 이들은 이틀 동안 열심히 영어로 서로 말했다.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또한 마음이 느슨해지자 이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일상 소통언어인 리투아니아어로 돌아왔다.  

마르티나가 요즈음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영국 유학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영국에 있는 다섯 개 대학에 입학신청을 해놓았다. 3개 대학교이 제시한 조건에 합당하면 학생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두 개 대학교는 아이엘츠(IELTS) 성적이 6.5점 이상을 요구한다. 최근 이 시험준비를 위한 강좌가 개시되었다. 3개월 과정 수강료와 시험료가 2,000리타스(약 90만원)이다. 자녀의 장래를 위해 기꺼이 이 비용을 부모가 지불하겠다고 했으나, 마르티나는 거절했다. 경제적 부담보다 심리적 부담이 더 과중하다는 것이 이유이다.

아이엘츠 성적이 아니라 학교 기말시험 영어 성적(10점 만점에 8점 이상)을 요구하는 대학교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마르티나는 학교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일주일에 두 시간 영어를 과외로 배운다. 비용은 45분 수업에 30리타스(약 만 4천원)이다. 집에서는 주로 영어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듣기 공부를 한다.

아래는 어제 토요일 우리 가족을 즐겁게한 영어 동영상이다. 바로 동화책 "Fox in Socks"이다. 비숫난 발음이 반복되고, 혀를 꼬이게 하는 문장이 줄줄이 이어진다.


아래는 이 책 전체를 단 2분만에 뚝딱 다 낭독하는 동영상이다. 정말 부럽다.


아래는 요가일래가 초등학교 2학년일 때 헷갈리는 문장을 낭독하는 모습이다.


if two witches were watching two watches, (두 마녀가 시계 두 개를 보고 있었더라면)
which witch would watch which watch? (어느 마녀가 어느 시계를 보았을까?)


* 관련글: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10.21 10:12

아내는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친다. 보통 한 아이를 맡으면 약 5-7년 내내 일대일로 피아노를 가르친다. 음악학교는 방과 후 개인별 교육과정이라 학생들간 유대감은 일반학교보다 떨어진다. 그리고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교사와 학생간 정도 그렇게 끈끈하지 못하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 중 아내에게 종종 안부 전화를 하는 제자들이 있다. 이들 중 두 사람이 최근 우리 집을 방문했다. 사실 리투아니아에서는 남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친구간이라도 그렇게 흔하지가 않다. 아침부터 아내는 이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특별한 것은 없었다. 거실을 가지런히 정리했고, 오면 대접할 차나 커피와 다과를 준비했다. 이들이 도착하자 아내와 함께 현관문에서 맞았다. 남녀 한 쌍인 이들은 현재 연인이다. 여자 제자는 시모나는 빌뉴스에서 대학교을 다니고, 남자 제자는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직장에 다닌다. 아내는 거실에서 이들과 서너 시간을 아주 재미 있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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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돌아가자 아내는 마치 녹화중계 하듯이 인상 깊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들은 특히 지금 살고 있는 영국과 살았던 리투아니아를 비교했다. 그 중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영국 경찰은 정말 친구 같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경찰을 만나면 그들이 무엇인가 (합법적으로) 빼앗아 갈 것 같아 늘 긴장감과 경계심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에서 만난 경찰들은 늘 무엇인가 도와주려고 한다. 비상사태 발생 시 이들의 출동은 리투아니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두 나라 대학생활 비교는 이렇다. 리투아니아 대학 수업은 대부분 고리타분한 이론 중심이지만, 영국은 실습과 토론이 주를 이룬다. 즉 이론은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이를 활용하는 실습을 한다. 그는 현재 경영학을 배우고 있다. 예를 들면, 수업시간에 수강생들이 조를 짜서 교수에게 상품을 파는 실습을 한다. 가장 많이 파는 조나 사람이 가장 높은 학점을 받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 구성원간 합력과 판매 전략과 기술 등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아쉬운 점은 영국 대학에서는 동기생이라는 유대감이 리투아니아보다 적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은 같은 동기생끼리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영국에는 그런 맛이 없다. 마치 수업을 듣기 위해 직장가는 기분이 든다. 수업 끝나면 각자 생활 공간으로 직행한다.

영국에서 이방인이 뿌리내리기는 힘든다. 하지만 능력 있고, 영어를 잘 하면 길은 항상 열려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내는 고등학교 2학년인 큰 딸 마르티나의 영국 대학교 진학 희망을 적극 후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내의 제자들 방문은 우리 가족에 좋은 계기가 된 셈이다.

* 관련글: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하나
* 최근글: 가족이 수박과 애호박 등으로 만든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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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09.29 13:37

큰 딸 마르티나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다. 여름방학에만 해도 그렇게 공부 좀 하라고 권해도 방학이니까 공부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그야말로 놀기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수학공부하기에 바쁘다. 수학이 제일 약하다. 일전에 개인교사를 찾아보려고 집으로 한 여대학생을 초대했다. 함께 한 시간 정도 공부하다가 그 여대생은 학교 선생이 내준 수학문제가 너무 어렵다면서 스스로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어제 집으로 온 광고엽서가 눈길을 끌었다. 망치로 못을 박는 모습이다. 망치 쇠뭉치에는 "부트쿠스", 손잡이에는 "역사학자 페트라스 부트쿠스 박사와 빌뉴스 대학교 교수 동료"라고 적혀 있다.

다른 못 네 개는 모두 구부려져 있는데 "부트쿠스" 망치가 박고 있는 못은 똑바로 잘 들어가고 있다. 화살표 바로 위에는 "대학입학을 위한 가장 똑바른 길"이라는 광고문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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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에는 똑바르게 들어가고 있는 못이 보인다. 관련 사이트에 가보니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고등학교 졸업시험 준비를 위한 과외강좌를 안내하고 있다. 과거 리투아니아 대학교육은 무료였지만, 지금은 성적이 우수하지 못한 학생들은 수업료를 내어야 한다. 그리고 경제위기로 교직 종사자들의 월급이 삭감되었다. 이런 것이 맞물러 대학교수들이 과외강좌를 부업으로 개설한 듯하다.

가르치는 과목은 역사, 국어, 수학이다. 45분 수업료는 1인당 5천원이다.  현재 리투아니아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고등교육기관이 18개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경쟁이 달갑지는 않다.

* 관련글: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점수 없는 초등학교 성적표, 그럼 어떻게?
               잡지 광고에 명함이 붙여 있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