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북동 변방국인 리투아니아에서도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한때 리투아니아 한인회 추석 명절에 초대된 이들의 숫자가 30여명이나 되었다. 지금도 집 주변에 있는 대형상점에 물건을 사려고 가면 한국말을 하는 아시아인을 종종 만난다. 이들은 다름 아닌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다.
우리 집에도 대학생 딸아이가 있다. 마르티나는 영국 에딘버러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 교환학생들을 떠올리면서 마르티나에게 언제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공부하러 가나라고 묻곤 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중동 국가, 한국, 미국에 있는 대학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여러 고민 끝에 한국은 이미 몇 차례 다녀왔기 때문에 미국을 선택했다. 올해 1월 초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지라 비교적 따뜻한 미국 남부지방 뉴올리언스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
한 두 주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스웨덴에서 온 교환학생과 단짝이 되어 재미난 생활을 이어갔다. 유럽에서 누릴 수 없는 그런 삶을 겪었다. 개인용 비행기로 타고간 마이애미 해변에서 일광욕하기, 백만장자의 결혼식에서 유명 영화인과 춤추기, 지인이 총격에으로 중상을 입은 일, NBA 사무실에서 인턴쉽......
우리 부부가 마르티나에게 지출하는 미국 대학 생활비는 영국보다 2배나 더 많았다. 하지만 딸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는데 이를 반대할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가운데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2달 동안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마스터카드(MasterCard)사에서 인턴쉽 자리를 얻었다. 마스트카드가 제공하는 두 달치 생활비와 월급이 기대보다 훨씬 높았다. 주변 친구들이 몹시 부러워했다.

* 마르티나는 이번 여름 미국 마스터카드사 IT 부문, 유일한 유럽인 대학생 인턴쉽으로 일했다.
이에 대한 마르티나와 친구와의 대화가 인상적이라 소개한다.
"난 아직 인턴쉽 자리를 구하지 못했어. 어떻게 넌 그렇게 좋고 큰 회사에 인턴쉽 자리를 얻게 되었나?"
"얼마나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니?"
"20개가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어."
"그러니까 아직 자리를 못구했지."
"그러면 너는 도대체 몇 군데 넣었니?"
"될 때까지 넣었지. 한 500개 회사에 넣었지."
교환학생을 마치고 마스터카드사에 인턴쉽을 가기 전까지 한 달간 공백이 생겼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미국으로 가자니 항공료가 들고 해서 마르티나는 이 기간 동안 가보지 못한 미국의 서부도시를 스웨덴 친구와 여행하고자 했다. 문제는 여행경비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마르티나 생활비는 우리 집 가계비에서 매달 2배가 더 나갔다.

* 마르티나 금문교에서
아내와 상의했다.
"우리가 여행경비를 다 지불할 형편이 못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르티나에게 어느 정도 절제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냥 지원하는 것보다 여행경비를 빌려주는 형식이 좋겠다."
"나중에 일정부분 탕감을 해주더라도 빌려주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이렇게 3자가 합의했다. 한 달 동안 마르티나가 지출한 여행경비는 모두 3500달러였다. 인턴쉽 수입으로 다 갚고도 충분히 남았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마르티나가 기꺼이 갚을 것을 약속했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오면 정말 갚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 마르티나가 갚은 여행경비 중 일부
8월 중순 마르티나가 빌뉴스 집으로 돌아왔다. 두툼한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갚으려는 순간이었다. 흔쾌한 표정이 아니였다. 누구나 빌릴 때는 애걸볼걸하지만, 갚을 때는 생돈을 물어주는 것 같아 속이 쓰린다. 이런 표정을 보는 부모 입장도 별로다. 그래서 천달러 탕감해주었다. 실은 마르티나가 사온 선물을 가격으로 치면 약 천달러였다. ㅎㅎㅎ
여행경비를 돌려받으면서 우리 부부는 흡족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무조건 다 준다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18세 이상 성인이 되면 스스로 경제적 능력도 키워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뜻에 잘 따라준 마르티나가 고맙다."
"언니의 경우를 거울 삼아 요가일래도 앞으로 잘 따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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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책도 비싸더라구요 잘 보고 갑니다.~
2020.10.09 08:41 [ ADDR : EDIT/ DEL : REPLY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맞이하시고 보내세요.
2020.10.09 19:43 신고 [ ADDR : EDIT/ DEL ]대학시절에 샀던 비싸고 두꺼운 교재들을 아까워 쌓아놓았다가 결국은 고물상아저씨에게 몇만원에 팔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산 책들을 그냥 무게로 달아서 오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가져가 버릴때의 허무함과 분노를 잊을수가 없습니다....
2020.10.09 19:41 [ ADDR : EDIT/ DEL : REPLY ]그런데 이제 아들도 자기가 산 교재를 처분하기 아까우니 방에다 쌓아두고있는데, 결국은 버릴거라 생각합니다.
이쯤되니 교재를 사라고 하는 교수들에게 화가 나더군요.
우리나라도 도서관에서 교재를 빌려 썼으면 좋겠어요.
교수님이나 출판사에게는 안 좋지만 도시관에서 대여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듯합니다.
2020.10.09 19:45 신고 [ ADDR : EDIT/ DEL ]학비 무료 TO는 국공립외에 사립도 있는건가요?
2020.10.10 01:34 [ ADDR : EDIT/ DEL : REPLY ]사립까지 무료 시스템이 있다면 신기할듯하네요
제가 알기로는 사립 대학교에도 적용되는데 차액만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립대학교 무료입학 학생 등록금으로 2000유로를 국가가 지원을 합니다. 그런데 사립대학교 등록금이 3000유로이다면 사립대학교 입학학생은 1000유로만 내면 됩니다.
2020.10.10 19:02 신고 [ ADDR : EDIT/ DEL ]그렇군요. 발트3국은 다 그런 시스템인가 궁금하네요. 따님께서는 어떤 길을 가더라도 잘할거라 생각됩니다.
2020.10.11 00:11 [ ADDR : EDIT/ DEL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내국인에게는 무료,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유료로 알고 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내국인에게는 무료와 유료 를 병행하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들은 전액 유료입니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으면 여기 도움되는 사이트 하나: https://www.educations.com/study-guides/europe/study-in-estonia/tuition-fees-13578
2020.10.11 15:29 신고 [ ADDR : EDIT/ DEL ]비밀댓글입니다
2020.10.13 02:23 [ ADDR : EDIT/ DEL ]자랑스러운 요가일레 대학생 된 것을 축하해요.
2020.10.10 12:30 [ ADDR : EDIT/ DEL : REPLY ]즹부가 출판사를 많이 지원해야겠네요. 하여튼 참 좋은 나라입니다.
2020.10.10 15:33 [ ADDR : EDIT/ DEL : REPLY ]안녕하세요, 옛 생각에 리투아니아 검색을 하다 이런 블로그가 있는 줄은...

2020.12.14 14:28 [ ADDR : EDIT/ DEL : REPLY ]2017년에 빌뉴스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 따님이 학교에서 받은 서적에 붙어있는 VU 비블리오테카 스티커가 참 눈에 익숙하네요. 훌륭한 학교에 진학하신 따님이 많이 자랑스러우실 듯 합니다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좋았고 힘들었던 리투아니아 기억이 많이 나는 때입니다. 상황이 진전되고 저도 언젠가는 다시 빌뉴스를 찾아가고 싶네요. 오늘은 블로그 글 보면서 많이 힐링하고 가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들 교재 부수입 얘기에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대학시절 저희 에스페란토 교수님도 직접 집필하신 교재로 가르치셨는데 수업첫날 부끄러워 하시며 책을 사야한다고 말씀하시던 귀여운(?) 모습이 간만에 떠올라 신나게 웃었네요 ㅎㅎㅎㅎ
2020.12.25 13:41 [ ADDR : EDIT/ DEL : REPLY ]요가일래양 대학 무료과정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저도 두 개 국가에서 일을 하고 사회를 겪어보니 확실히 취업과 생활을 생각하면 진로에 관해 최선생님 부부의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들지만, 학부전공이 전부가 아닐수도 있고 또 요가일래양 능력이 워낙 다방면으로 남다르게 출중하니 분명 여기저기서 모셔가려는 능력있는 졸업생이 될거라 예상합니다. 코로나가 여전히 꺾일줄을 모르고 있는데 최선생님 그리고 가족분들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늘 건겅하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이 많길 바랍니다.
2020.12.27 19:2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