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 11. 17. 08:12

이맘때가 되면 제일 먹고 싶은 과일 중 하나가 단감이나 홍시이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 뒷밭에는 다양한 종류의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장대를 들고 뒷밭 감나무에 가서 홍시를 찾아내 맛있게 먹곤 했다. 

아쉽게도 지금 살고 있는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감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대형상점 과일 판매대에서 감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감은 단감이다. 대부분 스페인산이다. 초기에는 가격이 비싸서 선뜻 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많이 쏟아져 나와 값이 떨어질 경우에는 자주 사서 먹는다. 다행히 딸아이도 단감을 아주 좋아한다.

* 스페인산 단감


"너는 왜 단감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간단하지."
"뭔데?"
"내가 아빠 딸이잖아. 아빠가 좋아하는 과일은 나도 좋아한다."
"그래 좋은 것만 아빠 닮아라. ㅎㅎㅎ"

단감이라고 하지만 막상 사서 먹어보면 떫은 맛이 있는 단감도 더러 있다. 일전에 맛있게 생긴 단감을 여러 개 사왔다. 딸아이가 한번 깨물어 보더니 이내 퇴퇴하면서 뱉어냈다.     

* 스페인산 단감,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홍시로 먹어야겠다


"왜?"
"감이 안 달아. 이런 감 못 먹어."

주말이다. 아내와 딸아이는 지방 도시에 사시는 장모님을 방문하러 떠났다. 아무리 가격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경제권을 잡고 있는 아내는 "비싼 수입품 단감보다는 지금은 신토불이 리투아니아 사과를 많이 먹을 때야!"라면서 단감을 많이 사는 것에 분명히 반대할 것이다.


혼자니 마음대로다. 아내가 떠난 후 대형상점으로 직행했다. 단감을 양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샀다. 스페인 단감을 홍시로 만들 생각이었다. 홍시로 만들어 놓으면 떫은 맛이 달콤한 맛으로 변하기 때문에 딸아이가 맛있게 먹을 것이다. 영수증을 보니 5킬로그램이었다.   

* 스페인산 단감 현재 시각 가격은 킬로그램당 4천원

단감은 값이 얼마일까?
단감은 킬로그램당 7.99리타스 + 부가가치세 21%이다. 이날 구입한 5킬로그램 단감 가격은 50리타스다. 한국돈으로 20,000원(킬로그램당 4천원)이다. 

*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재배된 단감
      
Persimon Bouque는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 지방에서 재배되는 단감이다.

"단감 홍시 만들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관련글: 제철 대봉감, 빠르게 홍시 만드는 법]를 얻었다. 스티로폼 상자에 단감을 넣고, 그 사이에 사과를 쪼개서 놓았다. 사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가스가 식물의 노화와 부패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 스페인산 단감과 사과를 스티로폼 상자에 담았다 

단감을 담은 상자를 거실 한 구석에 놓았다. 일요일 집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할 것이다. 1주일 후 열어보면 정말 단감이 홍시가 되어 있을까?! 말랑말랑 달콤한 홍시에 딸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 거실 구석에 놓아둔 상자

이번에 성공한다면 상자 가득히 홍시를 만들어 냉동실에도 넣어 놓아야겠다. 얼린 홍시가 별미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단감을 많이 사는 것에 찬성할 듯하다.

'단감아, 홍시 돼라'

* 단감 홍시 만들기 후기: 스페인 단감 10일 후 달콤한 홍시로 변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7. 07:33

이제는 가을이든 겨울이든 봄이든 여름이든 대형상점에 가면 전열되어 있는 과일 종류가 거의 차이가 없다. 예를 들면, 북반구에 수박이 나지 않는 계절엔 남반구에서 재배된 수박이 수입되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절따라 더 자주 먹고 싶은 과일이 사람마다 있기 마련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가을철에 제일 먹고 싶은 과일은 석류, 감, 밤이다. 그런데 이 과일들은 전부 남쪽 나라에서 온 수입품이라서 값이 제법 비싸다. 

그래서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신토불이 과일 사과가 가장 좋다"라고 주장하면서 내 구매 욕구를 묵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내가 너그러운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다. 수입해서 들어오는 과일량이 많을 때 할인판매를 하는 때이다. 

* 리투아니아는 부가가치세가 21%이다.

며칠 전 대형상점(슈퍼마켓)을 가니 단감과 석류가 확 눈에 들어왔다. 아내의 습관대로 우선 가격을 확인해보았다. 스페인 단감은 1킬로그램에 9.99리타스(한국돈으로 약 4300원)이고, 이스라엘 석류는 1킬로그램에 11.99리타스(5200원)했다.


석류를 3개 사니 2킬로그램이나 되었다. 정상 가격은 1만원이나 할인을 받아 4200원을 주었다. 집에 와서 주먹으로 석류 크기를 비교해보니 두 배나 되었다. 


특히 석류는 딸아이도 아주 좋아한다. 

"아빠가 석류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
"알아. 아빠가 벌써 이야기했잖아."
"그래. 아빠가 어렸을 때 우리 집 뒷뜰에 석류나무가 자랐지. 그래서 가을이 되면 많이 따서 먹었다. 그런데 너는 왜 석류를 좋아하는데?"
"아빠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지."
"이를 한자성어로 말하면 부전여전(父傳女傳 아버지가 딸에게 대대로 전한다)이다."


아빠가 좋아하니까 자기도 좋아한다는 딸아이의 말을 듣고보니 웬지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석류를 보거나 먹을 때 '아, 이건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과일다'라고 생각하겠지...... 어디 자녀가 과일만 본받겠는가...... 부모가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2. 5. 07:15

이번 한국 방문은 두 가지 국제행사 참가가 주된 목적이었다. 하나는 원불교 에스페란토회가 주관한 '에스페란토 국제선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에스페란토 교직자연맹 세미나'였다. 이 두 행사가 모두 익산에 있는 원불교 총부에서 열렸다. 인근을 이동하면서 들판에는 비닐하우스가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인삼딸기' 푯말이 눈길을 끌었다.

도대체 인삼딸기는 무엇일까? 딸기면 딸기이지 왜 인삼일까? 인삼만큼 가치가 있어서 인삼딸기일까? 아니면 농장이름이 인삼일까? 하지만 사방에 인삼딸기이니 특정 농장의 이름은 아닐 것이다. 무척 궁금했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인삼딸기의 정체는 이렇다.

인삼딸기는 좋은 유기질(깻묵, 골분, 흙설탕, 아미노산)과 인삼의 줄기와 인삼피(껍데기)를 직접 발효시킨 우량 인삼액비를 만들어 엽면시비 또는 관주하여 재배한 것으로 당도가 일반딸기(11~14)보다 2~3도 높고 생리장애 및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원불교 상사원에서 머물면서 인삼딸기 맛을 보고 싶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네에서 방금 딴 싱싱한 인삼딸기 한 상자가 방 안에 놓여있었다. 상큼한 냄새가 침을 흘리게 했다. 유럽 리투아니아에도 온상에서 재배된 딸기가 겨울철에 판매된다. 그런데 딱 한 번 사고는 더 이상 사지 않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빛깔이 아름다워 맛있어 보여서 사지만, 먹어보면 당도가 낮아 입맛만 버리기 때문이다.   


하도 큼직해서 리투아니아 동전을 옆에 놓고 비교해보았다. 


더 신기한 것은 딸기를 씻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된다고 했다. 비록 깨끗이 씻은 딸기도 많이 먹으면 종종 입안 입술이 헌 경험을 한 터라 몹시 주저되었다. 농약을 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이라 그렇게 먹는 것이 더 딸기 맛을 즐길 수 있는 설명에 손을 들었다. 

그래서 그냥 먹기로 하고 한 번 깨물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딸기는 난생 처음 먹어본다!!!"

둘이서 딸기 한 상자를 그 자리에서 비우게 되었다. 리투아니아 집으로 돌아와서 이 인삼딸기를 이야기했더니 욕만 얻어먹었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딸기를 혼자만 먹고 오다니......"
"기내반입 금지 물품에 농산물이 들어가잖아."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2. 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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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은 빵과 치즈, 점심은 밥과 미역국, 저녁은 튀김감자와 우유로 했다. 이렇게 네 식구인 우리 집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밥을 먹는다. 아내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지만 쌀밥을 아주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은 찰기와 윤기가 없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사방으로 날아갈 듯하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이런 쌀로 밥을 해야 했다. 나중에는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쌀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태국쌀, 이탈리아쌀, 베트남쌀, 중국쌀, 인도쌀, 일본쌀, 이집트쌀 등이다. 여러 차례 한국 방문을 통해 맛본 한국쌀밥으로 인해 아내도 밥의 찰기와 윤기 유무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오른쪽 사진: 유럽에서 처음 구입해서 먹어본 한국산 '뜸부기쌀'을 기념으로 사진찍어놓았다.)

지금은 8살 딸아이 요가일래도 찰기가 없는 밥은 먹으려하지 않는다. 비싼 일본쌀을 제외하고는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여러 나라 쌀을 먹어본 결과 이탈리아쌀과 이집트쌀이 상대적으로 찰기가 있다. 그 동안 주로 이집트쌀을 먹었다.

드디어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한국쌀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리투아니아에서 아시아 식품을 수입 판매하는 지인이 지난 봄부터 한국쌀을 수입하게 되었다. 덕분에 한국 서산에서 생산된 뜸부기쌀을 구입해서 먹어보았다. 이렇게 윤기가 있는 쌀밥을 우리 집에서 먹어본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처음엔 그 맛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 자꾸 먹어본 사람은 그 맛에 빠져들고 만다.

며칠 전 한국쌀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아시아 푸드(Asia Food) 가게를 방문했다. 아시아 푸드는 동유럽에 있는 일본식당과 한국식당에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이 날 한 대화 내용을 적어본다.

질문: 언제부터 한국쌀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나?
답변: 지난 봄이다.  

질문: 그 전에는?
답변: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을 수입했다.

질문: 한국쌀은 어느 지역 쌀인가?
답변: 지난 봄 서산에서 생산된 뜸부기쌀 20톤 수입해서 다 팔고, 얼마 전엔 강화도에서 생산된 강화섬쌀 10톤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질문: 미국쌀에서 한국쌀로 전환한 이유는?
답변: 사실 수입단가면에서는 한국쌀이 좀 더 비싸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럽으로 쌀수출을 꾀하고 있어 이에 부응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 수입처를 전환하게 되었다.

질문: 식당이나 교민의 반응은?
답변: 식당은 가격에 민감하지만, 교민들은 환영하고 있다.          

질문: 바르샤바에서는 한국식품 소매점도 하고 있는데, 현지인 반응은 어떤가?
답변: 소매점 고객은 현지인이 거의 반을 넘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질문: 현지 소매점에 한국쌀 가격은?  
답변: 강화섬쌀 10kg에 부가가치세 포함해서 67즐로티(2만7천원)에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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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뜸부기쌀 리투아니아 판촉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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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가게뿐만 아니라 일반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농산물의 빠른 세계화를 기원한다.

이제 유럽연합의 동쪽 변방에 속하는 리투아니아에서도 한국쌀을 직접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곳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태국, 베트남,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의 농산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볼 때마다 한국 농산물이 자리를 잡지 못해 몹시 아쉽다.

지금은 한국인 가게에서 한국쌀 등을 살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살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농산물의 빠른 세계화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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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