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09.15 06:34

8월 12일 터키에서 열린 농구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8월 11일 미국과 리투아니아는 준결승전에 맞붙었다. 무패 행진을 하던 리투아니아는 미국마저 이길 기세였다. 그러나 미국과의 경기는 실망 그 자체였다.

그 동안의 패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거대한 미국 앞에 주눅던 리투아니아 같았다. 89 대 74로 리투아니아가 지고말았다. 4강 진출이라는 역사적인 최고 기록을 이미 세운 터라 선수들이 방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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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2일 열린 3-4위 전은 완전히 달렸다. 그야말로 농구의 Made in Lithuania였다. 세르비아가 불쌍해 보일 정도로 경기를 잘했다. 우리 집 식구도 열렬히 응원했다. 리투아니아가 3위를 하자 "작은 나라이지만 리투아니아인이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아내가 말했다.
 
모두 다음 날 13일 밤 9시 빌뉴스 중심가 광장에서 열릴 환영식에 참가할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하지만 13일 저녁 우리 집은 환영식에 갈 것인가 가지 않을 것인가를 놓고 심한 갈등을 겪었다.

"인산인해로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가지 말자."라는 의견과 "리투아니아를 빛낸 농구 선수들을 직접 봐야 한다."라는 의견이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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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쪽으로 결정을 했다. 그러자 8살 딸아이가 다른 방으로 가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가장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위험이 있더라도 딸아이의 희망을 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날이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았다.

"그래, 가자! 환영하러 가자!"
"와, 아빠 최고야!"

하지만 아내는 신중했다. 비록 환영식장이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지만 밤 9시 30분에 인산인해 속에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것이 못내 걱정되었다. 그래서 아내는 공항에서 환영식장으로 가는 거리에서 미리 환영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터넷과 방송에서 우리 집 거리를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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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는 즉각 종이로 "Ačiū"(감사해요) 플랑카드를 만들었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고 무개 버스에 선수들이 올라탔다. 우리 가족은 짚 앞 거리로 나갔다. 리투아니아 국기를 어깨에 두르거나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보였다. 확실히 이 거리를 지나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TV생중계를 보시던 장모님이 전화해 "5분 후에 선수들이 환영식장에 나올 것이다."라고 알려주셨다.

"이잉~~ 우리 집 거리를 통과해 5분 안에 환영식장에 도착할 수 없는데...... 그렇다면 다른 길로?!"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 집 거리에서 훨씬 먼 데서 방향을 돌려 환영식장으로 직행해버렸다. 딸아이에게 희망을 잃지 않도록 거리로 나갔는데 이렇게 뜻하지 않게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급히 집으로 돌아와 TV를 통해 선수들의 인터뷰를 시청했다. 하지만 딸아이는 내내 직접 보지 못한 서운함에 눈이 붉어져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09.10 05:30

터키에서 열리는 농구 월드컵은 리투아니아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게 하고 있다. 과연 종착역까지 갈지 초미의 관심사이다.

9월 9일 저녁 9시 이스탄불에서 리투아니아와 아르헨티나가 4강 진출을 놓고 격돌을 벌였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FIBA 랭킹 1위이고, 리투아니아는 6위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리투아니아가 열세이다. 하지만 역대 전적은 5전 3승 2패로 리투아니아가 1승을 앞섰다.

* 관련글: 농구 월드컵 우리집 부부젤라는 피리
               3백만명이 13억명을 이긴 농구 월드컵

모든 경기가 그렇듯이 승리할 것 같은 경기가 있고, 질 것 같은 경기가 있다. 이번 아르헨티나와 경기는 후자에 속했다. 지금까지 경기에서 리투아니아는 초반전에 대부분 적은 점수나 큰 점수 차이로 지는 경기를 했다. 하지만 후반에 접어들면서 따라잡으면서 승리를 했다.

세계에서 가장 센 팀인 아르헨티나를 만나서는 초반전에 지면 질 확률이 더 많은 경기일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초반전부터 지는 경기가 아니라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믿음은 강했다. 세계 1위팀 아르헨티나는 리투아니아에 속수무책이었다. 마치 프로팀과 아마츄어팀이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 점수차이가 20점을 넘어가자 아내는 빨리 블로그에 글을 써서 리투아니아의 기쁨을 한국에 전하라고 성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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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BA 1위 팀 아르헨티나와 시합을 벌이는 리투아니아

104:85로 리투아니아가 아르헨티나를 이기고, 농구 월드컵 역사상 리투아니아가 4강에 진출했다. 이제 9월 11일 미국과 결승전을 놓고 한판 붙는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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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가 큰 점수 차이로 앞서가자 환호하는 우리집 식구들

"당신은 FIBA 1위 아르헨티나를 이긴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다는 것에 기뻐해라."라고 아내가 말했다.
"아빠, 빨리 창문 열고 기쁨의 소리를 질러!"라고 딸아이는 주문했다.

인구 300만여명의 작은 나라가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바로 스포츠임을 리투아니아 농구팀이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나라 리투아니아가 기뻐하고, 가족이 기뻐하니 나도 기쁘다. 아내는 벌써 두 번째 포두주병을 따서 잔을 채우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09.08 06:31

현재 터키에서는 농구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16강이 8강 진출을 향해 뛰고 있다. 9월 7일 저녁 리투아니아와 중국의 경기가 열렸다. 초반전 중국이 앞서갔다. 11점이나 차이가 났다. 오늘은 이렇게 리투아니아가 지고 말 것인가!!! 조별전에서 전승을 이루며 16강에 진출한 리투아니아가 중국에 지고 있으니 우리집 분위기는 완전히 침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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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 월드컵을 시청하는 우리집 식구들

딸아이 요가일래는 우리집 부부젤라인 피리를 연신 불어대었는데 처음에는 흥을 돋구웠지만 지고 있으니 소음으로 변해갔다. 이에 아내는 더 이상 불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전반전에 3점차로 이겼고, 경기에서는 11점(78:67)차로 리투아니아가 이겼다. 경기가 끝나자 늘 그렇듯이 텔레비젼에서는 주요장면을 보여주면서 아래 동영상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는 스포츠 경기에서 리투아니아의 제2의 애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옆에 있던 아내는 "3백만명이 13억명을 이겼다."며 기뻐했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에서 리투아니아가 이기면 늘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이겼다면서 자부심을 느낀다. 중계 해설자의 말이 걸작이었다.

"오늘 승리의 꼬리표는 Made in China가 아니라 다행스럽게도 Made in Lithuania였다."

Made in China 제품에 대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처럼 초반전에 실수도 잦았고, 경기를 제대로 풀지를 못했다. 하지만 후반전으로 접어들면서 다행히 'Made in Lithuania'로 부활해 잘 했다는 뜻이다.

* 관련글: 농구 월드컵 우리집 부부젤라는 피리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09.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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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의 나라 리투아니아는 요즈음 농구 열기로 쌀쌀한 초겨울 날씨가 맥을 못추고 있는 듯하다. 거리에는 리투아니아의 삼색기를 단 자동차를 흔히 볼 수 있다. 경기가 열리는 저녁이나 밤에는 환호성이 술집이나 음식점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바로 터키에서 열리고 있는 농구 월드컵 때문이다. 남아공 축구 월드컵의 열기가 여름을 달구었고, 이제 터키 농구 월드컵이 북반구의 가을을 달구고 있다. (오른쪽 사진: 리투아니아 대 프랑스 농구 경기를 시청하는 우리집 식구들) 

9월 2일 D조에 속한 리투아니아가 조별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리투아니아, 프랑스, 스페인, 뉴질랜드, 레바논, 카나다가 D조에 속했다. 이번 리투아니아의 농구 월드컵 대표팀은 다른 해에 비교해 다소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8강 진출도 힘들 것으로 내다보았다.

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한 상황에서 8월 31일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리투아니아는 초반에 무려 18점 차이로 뒤졌다. 하지만 경기는 76 대 73으로 리투아니아가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어 9월 1일 프랑스와 경기에서도 역전승이 재현되었다. 13점 차이로 뒤졌지만, 리투아니아는 69 대 55로 프랑스를 이겼다. 9월 2일 조별 마지막 경기의 상대는 레바논이었다. 초반에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84 대 66으로 리투아니아가 가볍게 이겼다. 이로써 리투아니아는 5전 전승으로 조별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남아공 축구 월드컵에서 한국을 힘껏 응원해준 리투아니아 가족을 위해 이번에는 리투아니아를 힘껏 응원했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거실에서 가족이 모여 괴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기쁨과 안타까움을 나눴다.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신이 난 딸아이는 갑자기 일어나 악기들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피리를 들고 와서 말했다.

"자, 이것이 우리집 부부젤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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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부부젤라'를 열심히 불고 있는 딸아이 요가일래

연달아 피리를 불면서 응원에 힘을 보탰다. 이웃집에게는 미안했지만, 딸아이의 우리집 부부젤라 연주를 막고 싶지는 않았다. 농구 경기를 시청하면서 모처럼 우리 가족이 자리를 같이 하고 승리감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이런 분위기가 16강전, 8강전, 4강전, 결승전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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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