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4.29 대통령으로 최고 적임자는 노처녀? (1)
  2. 2008.10.26 리투아니아 노처녀·노총각의 결혼관 (10)
기사모음2009.04.29 08:36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처녀에 대한 리투아니아인들의 인식은 아주 안 좋았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전통적으로 노처녀를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으로 분류할 정도였다. 19세기에 신분제가 폐지되었지만, 노총각과 노처녀를 바라보는 전통적 시각은 20세기 말엽까지 지속되었다. 바로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결혼한 형제자매 집에서 머슴이나 하인으로 일하게 되었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여성을 아내, 어머니, 일꾼으로 바라본다. 소련시대에도 미혼모들은 정부지원을 받았지만, 노처녀와 노총각은 여전히 하등민으로 취급받았다. 노처녀에 얽힌 리투아니아인들의 속언 몇 가지를 소개한다. 

노처녀는 악마 목덜미라도 잡는다(남자에 굶주렸다).
노처녀가 남자를 얻은 것처럼 기쁘다(엄청나게 기쁘다).
노처녀는 꼬인 창자와 같다(뒤섞여서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노처녀, 늙은 개, 늙은 신부는 하나이다(주목 받지 못한다).
노처녀가 시체를 염한다(노처녀는 천한 일을 한다).


하지만 요즘 리투아니아 사회에서는 노처녀가 뜨고 있다.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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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한 여성 정치인 때문이다.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53세, Dalia Grybauskaitė)이다. 리투아니아 정부 재무부장관을 역임했고, 현재 유럽집행위원회 재정과 예산 집행위원이다. (그리바우스카이테 사진 출처: http://ec.europa.eu)

노처녀인 그리바우스카이테는 현재 부모도 없고, 형제 재매도 없다. 그녀는 오는 5월 17일 실시될 리투아니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10년 전만 해도 여성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그라바우스카이테는 69.1%로 현재 당선가능성 1위이다. 사회민주당 총재 부트케비츄스가 5.3%를 얻어 2위로 달리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가면 노처녀 그리바우스카이테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할 것이다.

여전히 리투아니아인들 의식 속에 노처녀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남아 있는 상황 에서 그녀가 대통령이 된다면 리투아니아 노처녀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그녀는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으니 혹시나 생길 법한 친인척 비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국정에만 전념할 수 있다.

친인척들의 비리로 연이어 대통령이 법이나 국민의 심판을 받고 있는 국내외 상황을 보니 능력 있는 노처녀가 대통령으로 최고 적임자임을 말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 전문가인 그리바우스카이테가 대통령이 되어 리투아니아 경제를 살리고 또한 노처녀에 대한 굳어진 편견과 그릇된 시각을 제거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 관련글: 결혼 여부 구별해주는 여자들의 성()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10.26 07:45

언젠가 클라이페다에 살고 있는 친구 아루나스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인 즉 "주말에 별장 지붕용 갈대 베기를 하니 구경삼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조선회사의 중견간부로 일하고 있는 아루나스(46세)는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을 가진 노총각이다. 이날 갈대 베기에 동참한 15여 명의 친구들은 대부분 노처녀·노총각들이었다.
 
다소 추운 날씨에 2~3미터나 되는 갈대를 베고 나르고 묶는데 모두 열심히 일했다. '참'으로는 샌드위치, 맥주 그리고 훈제된 고등어 등이 준비되었다. 갈대 베기를 마친 우리는 곧 허름한 집의 낡고 긴 탁자에 둘러앉았다. 삶은 감자와 함께 먹은 '붉은 사탕 무국'은 정말 맛있었다. 벽난로에 타오르는 장작불은 별장냄새를 물씬 풍기게 했다.

대개의 주말모임이 그렇듯 이날도 남자들은 알코올농도가 40~50도에 이르는 보드카, 여자들은 포도주를 마시며 흥을 돋웠다. 술기운이 무르익자 다들 기타반주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일반적으로 리투아니아인들은 술을 강제로 권하지도 않고, 돌아가면서 노래도 시키지 않는 것이 우리와는 다르다. 또 매번 잔을 다 비우지 않고 술을 조금씩 남겨두는 것이 예의이다.

분위기를 포착해 이들 노처녀·노총각들의 결혼관을 한 번 물어보았다. 우선 이들은 부담스러운 '애인'이라는 말보다는 편안한 '친구'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들은 말이 '처녀·총각'이지 따지자면 '미혼녀·미혼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사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동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루나스와 동거하고 있는 아스타(26세)는 "늙은 노총각을 사귄다"고 또래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듣거나, 부모의 반대시위에 부딪혀 본 기억이 전혀 없다. 오히려 아버지는 자기 친구 같은 예비사위를 얻게 되어 기뻐할 정도라고 한다. 그녀는 그저 사랑으로 아루나스를 선택했을 뿐이지 '나이가 많다'는 선입관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사랑에는 외형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모도 결혼을 일체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애인이나 배필을 선택할 때 우선 나이 차이나 외형적 조건을 따지면서 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사람들과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노총각 요나스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여성을 이성으로 보았고, 16세 때 첫사랑을 하고 지금까지 다섯 번 사랑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한 번 이별한 후 보통 1년 반이나 그 여운이 남는다고 한다. 요나스는 현재 잉가(33세)와 사귀고 있지만, 사랑과 결혼을 결부시키지 않는다. 그는 "사랑은 결혼보다 상위개념이죠"라고 힘주어 말한다. 아스타 또한 "아루나스를 깊이 사랑해요. 그와 같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한다.

흔히들 사랑을 하면 그것을 안전하게 지속시키기 위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또 그 사랑의 열매를 맺기 위해 자식을 낳는다. 하지만 아스타와 요나스는 결혼이 절대적으로 안전을 보장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같이 살면서도 서로 구속하지 않는 삶을 더욱 선호한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말을 서로 꺼내기를 꺼린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주거여건만 갖추어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동거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래서 '결혼=동거'라는 등식보다는 '사랑=동거'라는 등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니 혼전 성관계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으며, 학교의 성교육도 순결교육보다는 사랑과 피임에 관한 교육에 더 치중한다. 이날 만난 노처녀·노총각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함께 지내면서 자유롭게 사랑을 나누는 것을 더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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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면 족하죠, 뭐!" 결혼에는 별생각 없는 리투아니아의 세 노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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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차이가 20년이나 되는 이들은 몇 년 후에 결혼해 아들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