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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9. 08:15

일전에 "폴란드에 북한고아원이 있었다구?" 블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체코를 방문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체코는 여러 번 다녀왔다. 그 중 두 번이나 수십년 전에 한국(북한) 사람들을 가르친 체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첫 번째는 1990년 10월 16일이다. 장소는 프라하 남쪽에 있는 '보로틴'이라는 시골마을이다. 당시 에스페란토를 하는 교사 부부 초청을 받아 외국인 방문객이 거의 없는 이 한적한 시골을 가게 되었다. 방문 중 어느 날 바로 옆집에 사는 학교 교장 선생님이 초대했다.

거실 탁자에는 사진첩이 놓여있었다. 집에서 직접 구은 빵과자와 만든 배 발효주로 대접을 받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 교장 선생님 부부는 특히 한국 사람이라고 하자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바로 한국전쟁 때 체코에서 북한 고아들을 보살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사진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당시의 추억을 전해주었다. 그 사진첩에는 북한 아이들과 함께 한 시절의 사진들이 빽빽히 꽂혀 있었다. 마치 당시의 북한 어린이가 자라서 돌아온 양 기뻐했다. 당시만 해도 외국에서 북한 사람을 만나기도 무섭지만, 북한 관련 이야기를 듣만 것만 해도 왠지 두려움과 경계심이 앞섰다.

이들 부부는 북한 아이들이 아주 착하고, 똑똑하고, 참 예절이 발랐다고 회상했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남북한 냉전시대의 떠돌이 여행객이 할 수 있는 말은 "언젠가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수소문하는 데 도와주겠다"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는 2002년 10월 프라하 근처에서 열린 에스페란토 학술회의에서 또 다른 체코 사람을 만났다. 자기소개 시간에 한국 사람이다고 하니 다가와서 손을 꼭 잡으면서 기뻐했다. 사연인즉 그 또한 한국전쟁 때 체코에서 북한 고아들을 보살폈다.

그는 적십자가 운영하는 리베쉬쩨 고아원에서 1953년 북한 고아들을 보살피고 가르쳤다. 그도 첫 번째 만난 교장선생님 부부처럼 북한 아이들이 참으로 똑똑하고 착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의 얼굴을 기억한다고 하니 당시 얼마나 정이 들었을까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은퇴한 철도 엔지니어는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체코 철도지도를 초유스를 여행자라 생각하고 선물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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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철도지도 위 왼쪽 상단에 "1953년 리베쉬쩨에서 한국 고아들을 보살핀 사람이 한국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다"고 직접 써주었다. 그도 기회가 되면 당시의 북한 어린이들을 만나고 싶어한다. 이 두 번의 경우를 봐도 한국전쟁으로 인해 한국의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체코 사람도 그리움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소식 전하고 싶을 때 아무런 제재없이 전할 수 있고, 만나고 싶을 때 아무런 제재없이 만날 수 있는 그런 날이 한반도에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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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