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02.07 05:05

리투아니아 빌뉴스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종종 흥미로운 광고를 만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남대문 열렸네"를 연상시키는 광고이다.  

이 광고 내용은 "여자 사기는 부끄러운 일이다. 일찍이든 늦든 모두가 알 것이다." 아뭏든 동서가 모두 "남대문이 열린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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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남대문이 열렸어"라고 일려주거가나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부끄러운 듯 슬그머니 올리면서 "왜 남대문이 열렸지. 동대문이 열려야 하는데..."라고 능청스럽게 답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경우 어떻게 말할까?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나서 페이스북 에스페란토 그룹에 아래와 같이 문의했다.

"바지 지퍼가 열렸을 때 한국 사람들은 '남대문이 열렸다'라고 말하는 데 너희 나라에서는 이 경우 어떻게 표현하는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으로부터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나라마다 그 표현이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핵심단어는 문, 새(작은 새), 가게 등으로 비슷하다.  


나라 제공자와 내용 번역
핀란드 Salla Lappalainen: "Ĉevaloj forkuras." 말들이 도망간다.
에스토니아 Tõnu Hirsik: "Via ĉevaleja pordo estas malfermita." 네 마굿간 문이 열렸다.
독일 André Müller: "Viaj ĉevaloj forkuras!" 네 말들이 도망간다!
포르투갈 Rui da Palma: "Ĉu estas pagotago? aŭ "Hodiaŭ ne estas sabato!"  지불일이야? 혹은 오늘 토요일이 아니야!
칠레 Max Elbo: "Vi havas la budon malfermita." 네 오막집이 열렸다.
프랑스 Emmanuel Voyard: "Estas tago de pago, hodiaŭ?" 오늘이 지불일?
프랑스 Kévin Morel-Fourrier: "La birdeto eliros" aŭ "Estas paga tago hodiaŭ." 작은 새가 나올 거야 혹은 오늘이 지불일.
일본 Nitta Takamichi: "Vi malfermas socian fenestron." 사회의 문이 열렸다.
크로아티아 Stanko Rukelj: "La butiko malfermiĝis." 가게가 열렸다.
스페인 Pedro Hernández Úbeda: "Kaĝo malfermita, birdeto mortinta." 새장이 열렸고, 작은 새가 죽었다.
스페인 Juan Ca: "Via birdeto malliberiĝas."
네 작은 새가 갇힌다.
아르헨티나 Maximiliano Catania: "Via apoteko malfermitas." 네 약국이 열렸다.
브라질 Sandro M. Alves: "La birdeto ekflugos." 작은 새가 날아가기 시작할 거야.
스페인 Domingo Cordón: "La birdeto eskapos." 작은 새가 도망갈 거야.
이탈리아 Pedro Tiago: "La vendejo estas malferma." 가게가 열렸다.
이탈리아 Francesco Costanzo Non: "La apoteko estas malfermita. 약국이 열렸다.
이탈리아 Nicola Morandi: "La viandbutiko malfermiĝis." 정육점이 열렸다.
미국 Jennifer Bondelid: "XYZ, PDQ." 
Examine your zipper, pretty darm quick.
지퍼 확인하고 빨랑 닫아.
미국 William Harmon: "La besteja pordo malfermas." 가축우리 문이 열렸다.
미국 Keith Bowes: "La zipo estas malferma." 지퍼가 열렸다.
미국 Mark Riendeau: "Greneja pordo estas malfermita." 곡간 문이 열렸다.
불가리아 Aminda-Ivanka Stoyanova: “O, via vendejo (ankoraŭ), (jam) estas malfermita?   야, 네 가게가 열렸니?
영국 Ed Robertson: "Estas ovaĵo sur via ŝuo". 네 신발에 달걀 있어.
필리핀 Gene Corpus: "La birdo ekforflugas." 새가 도망갈 거야.
리투아니아 Jogaile Cojute: "Vendejo estas malfermita." 가게가 열렸다.

왜 토요일과 지불일이 등장할까? 포르투갈 친구가 설명해주었다. 이는 아마 로마시대에서 나온 듯하다. 당시 매주 토요일마다 사람들은 소금이나 다른 지불 물건으로 정산했다. 미국 사람들은 직설적으로 지퍼가 열렸다고 말한다.  한 친구는 "남대문이 열렸다"라는 한국식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평했다. 

이런 표현은 재미삼아 알아두면 좋겠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네 남대문이 열렸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상대방은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반응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가게가 열렸다"라고 알려주면 즉각 감사 인사를 받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03.13 07:27

이번에 한국을 다녀온 이야기 중 아직 하지 못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국립고궁박물관이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사용할 교재를 살펴보기 위해 교보문고를 가는 중이었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경복궁역에서 내렸다.

출구를 찾아서 나오는 데 "국립고궁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관람료는 무료입니다"가 눈에 띄었다. 환영보다 무료가 더 반가웠다. 여름철에는 발트3국 관광안내사로 일한다. 대부분 박물관이나 미술관, 심지어 성당이나 교회(리투아니아 제외)도 입장이 유료인 경우가 흔히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고궁박물관 안으로 들아가보았다.


입구 안내실에 들어서니 리투아니아 빌뉴스 우리 집에 있는 인조 새를 닮은 새가 매달려 있는 장식화가 먼저 시선을 끌었다. 설명을 읽어보니 이는 화준(花樽)으로 용무늬가 있는 항아리 위에 2천여 다발의 복숭아꽃을 중심으로 나비, 벌, 잠자리, 새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복숭아꽃은 왕의 권위와 위용을 상징하고, 각종 새와 곤충은 군신을 상징한다. 


홀로 이리저리 구경하는 데 "조선 27대 국왕" 앞에서 여러 사람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입장은 무료지만, 해설까지 무료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유료라면 이미 돈을 낸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관광지에서 안내사의 설명이 있고 없고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일단 주변 상황을 살피면서 엿들었다. 


해설사는 차분한 음성으로 알차게 설명해주었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일월오봉도의 설명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일월은 음양, 왕과 왕비요, 오봉은 오행(목화토금수)이자 오상(인의예지신)이다. 즉 이는 인의예지신 다섯 가지 덕목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조선의 왕관에는 구슬줄이 아홉 개가 매달려있다. 왜 일까? 이는 중국 황제의 관과 달라야 했기 때문이다. 황제의 관은 구슬줄이 모두 열두 개이다. 이는 왕비 궁중옷의 줄무늬에도 적용된다. 아래 사진 속 궁중옷의 새 장식줄을 세어보면 모두 아홉이다.


새롭게 안 사실 또 하나는 잡상이다. 기와지붕 위 추녀마루에 흙으로 빚어올린 작은 장식기와(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이다. 궁궐의 재앙을 막아주기를 바라면서 만든 것이다. 예전에 한국을 방문한 초등학생 딸아이가 "아빠, 궁궐 지붕 위에 있는 저 동물은 뭐야?"라는 물음에 "아, 저건 12지간에 나오는 동물이야!"라고 대답한 일이 떠올랐다. 얼마나 무식한 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때 딸아이가 동물 숫자를 세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이밖에도 궁궐의 화재 예방책이다. 불을 쫓는 신성한 동물인 용이나 해태로 장식한 일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자 용용(龍)자로 물수(水)자로 부적을 만든 것은 화재 예방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정성과 기원에도 남대문 숭례문을 불태우다니!!!


끝으로 또 알게 된 사항이다. 근정전 등 돌계단에는 왜 가운데가 장식물로 막아져 계단이 없을까? 만인지상(萬人之上)인 왕이 가운데가 아니라 약간 측면으로 올라 가도록 한 것은 분명 예가 아닐 것이다. 해설사의 답은 간단했다. 왕은 걸어서 올라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즉 가마를 타고 올라갔다.


1시간 남짓 동안 새로운 사실을 열정으로 전해준 해설사와 무료입장과 무료해설까지 마련해준 문화 관계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궁박물관 식당에 먹은 버성영양밥도 맛있었고, 경복궁 지붕 위에서 울려대는 까치도 반가웠다.


발트3국 여름철 관광안내사로 일할 때 이번에 만난 국립고궁박물관 문화해설사((정애숙)의 모습을 떠올려야겠다. 한 마디로 말하면 유료입장과 유료안내에 익숙해진 나에게 과히 충격적이었다. 그냥 고개 숙인 감사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가방 속에서 리투아니아에서 가져온 초콜릿 한 상자로 꺼내 답례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12.05 07:02

남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바지지퍼 때문에 창피스러움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쯤은 있을 법하다. 바지지퍼가 제대로 닫히지 않았거나 아예 확 열려 있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는 때가 있다.

이때 옆에 친구라도 있으면 덜 부끄러울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혼자이고 더욱이 주변에 여자분들이 있다면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창피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만원버스나 학원계단에서 뒤엉퀴는 인파 속을 어렵게 빠져나왔을 때 바지지퍼가 내려가지 않았냐 살펴보았던 적이 많았다. 그때는 책가방이 가리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어떤 가리개도 없을 경우엔 정말 난처하다.      

"그럴 수도 있지 뭐!" 태연스럽게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바지지퍼를 올리려고 한다. 아예 모른 척하다가 주위 사람들이 없을 때 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바지 지퍼가 남대문

학교 다닐 때 친구의 바지지퍼가 열렸을 때 귓속말로 "야, 너 남대문 열렸다. 올려라"라고 말하곤 했다. 이렇게 남자의 바지지퍼를 남대문에 비유했다.

지퍼가 열리고 닫히는 것이 문과 같고, 남자의 문이니 남대문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물론 주위 사람들이 금방 남대문의 의미를 알아차리지만 이는 직접적 표현이 아니라 간접적 표현으로 창피함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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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가끔 말썽을 불러일으키는 이 청바지 덕분에 딸아이의 남대문 문안인사를 받게 되었다.

지퍼가 조금 말썽인 청바지가 있다. 그래서 이 옷을 입을 때는 늘 제대로 지퍼를 끝까지 위로 올리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어느 날 이 청바지를 입고, 식구들이 모여 있는 부엌으로 갔다.
 
"당신 청바지 한 번 봐! 옷 하나 제대로 입지 못하다니 영락없이 다 큰 아이구먼"이라고 아내가 꾸짖었다.
"아빠 바지가 열렸네. 하하하"라고 옆에 있던 딸아이 요가일래가 놀려댔다.

바로 청바지의 지퍼가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가일래에게 남자의 바지지퍼를 한국에서는 남대문이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이날 있었던 일로 요가일래는 아빠가 이 청바지를 입고 밖에 나갈 때마다 현관문 앞에서 아빠를 세운다.

"아빠 남대문이 닫혔어? 열렸어?"
"물론 닫혔지."
"그럼, 나가도 돼"

어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요가일래를 맞이하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중간 지점에서 요가일래를 만났다. 딸아이의 첫 번째 말은 "아빠 남대문은?"이었다.
아빠의 남대문 개폐를 이렇게 확실하게 점검해주는 8살 딸아이가 있다는 것이 큰 행복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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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빠의 남대문을 점검하는 8살 요가일래

리투아니아에서는 바지 지퍼가 가게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의 남대문처럼 어떤 표현을 쓸까? 궁금해졌다. 아내와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물으니 답은 "가게"였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바지 지퍼가 열려 있는 사람에게 "가게가 열려 있다", 혹은 "가게를 닫으라"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이든 리투아니아 사람이든 이런 경우에 모두 지퍼라는 직접적인 단어보다는 각각 '남대문'과 '가게'라는 비유하는 단어를 선호하고 있다. 봐서 미안함과 해서 창피함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알 수 있다.    

아빠 남대문의 안녕을 묻는 딸아이의 점검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궁금하다. 혹시 새 청바지를 살 때까지...... 그렇다면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청바지 한 벌을 부탁해볼까나......

* 관련글:  8살 딸아이가 유명해지려고 하는 이유
               국적 때문 우승해도 우승 못한 한국인 피겨선수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09.0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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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러듯이 한국방문시 필수방문지는 남대문시장이다. 지난 여름 회현동에서 시작해 불에 타버린 남대문이 위치했던 쪽으로 훑어나갔다. 남대문 자리가 가까이 보이자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저렇게 빨리 복원되었나?"

"불타지 않고 저렇게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남대문을 목격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해보았다. 써진 문구처럼 6백년을 지켜온 그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 그대로 우뚝 서는 그날에 다시 가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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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