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9. 11. 7. 05:54

여기 유럽 사람들은 자기 생일을 기점으로 해서 나이를 계산한다. 생일이 지나서야 한 살을 더한다. 11월 5일 딸아이 요가일래는 만 18세로 이제 성년이 되었다. 따로 성년식이 없다. 보통 생일이 있는 주말에 친구나 친척이 모여 식사하면서 축하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가 생일을 챙겼으나 16살부터는 스스로 생일 잔치를 어떻게 할 지를 계획하고 있다. 열살이 되었을 때는 출생부터 10살이 될 때까지 찍어 놓은 사진 수 천 장 중에서 골라 영상을 만들어 줬다. 



요가일래가 성년이 되는 기념으로 우리 가족은 얼마 전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몇 주 전부터 요가일래는 친한 친구들을 초청해 함께 잔치할 레스토랑을 찾아서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있다. 음식값이 예상보다 비싸서 고민한다. 이번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일요일에는 일가 친척들과 함께 잔치를 열 것이다.   

"그 동안 아빠가 조금씩 모아둔 용돈이 있으니 음식값 걱정하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성년 생일 잔치를 해라."

11월 5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시간인데 요가일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보다 늦게 집에 돌아온 요가일래는 양 손에 꽃다발을 들고 집에 들어왔다. 


"이거는 엄마에게."


"이거는 아빠에게."


"날 낳아 줘서 고마워."
"그런데 아빠 꽃다발이 왜 더 작아?"
"날 낳을 때 엄마가 더 고생했잖아!"
"그래 맞아. 아빠 거라고 챙겨 줘서 고맙다."  

우리도 선물을 준비했다.


장미꽃 열 아홉 송이, 케익 그리고 노트북... 
참고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에겐 짝수로 꽃 선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열 여덟 송이가 아니라 열 아홉 송이를 준비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2. 8. 09:45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가 결혼식이다. 유럽에 살면서 지금껏 여러 차례 결혼식에 초대받아 참가했다. 매번 만족이었다. 부주하고 점심만 먹으며 끝나는 결혼식이 아니라 대개 1박 하는 행사이다. 마음껏 마시고, 먹고 즐길 수 있다. 결혼식은 서약식과 피로연으로 크게 나뉜다. 서약식은 주무 관청이나 종교 장소에서, 피로연은 레스토랑이나 교외 행사장에서 열린다. 형편에 따라 옛 귀족 저택에서 열리기도 한다.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 올라온 "결혼식 영웅"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피로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밤기 깊어지면 처녀들이 고대하는 순간이 온다. 바로 신부가 던지는 꽃다발을 받는 순서이다. 이 신부의 꽃다발을 받은 처녀는 행운을 얻어서 곧 시집간다는 속설이 있다. 그렇다면 어느 폴란드 신랑신부의 이 결혼식 영웅은 누구일까? 먼저 아래 사진을 보자.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신부가 자신의 등 뒤에서 일렬로 서서 기다리는 처녀들에게 꽃다발을 던진다. 한 아가씨가 거의 이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불청객 삼촌이 발을 든다. 꽃다발을 공으로 여기고 단박에 걷어차버린다. 

"골~~~~~~~~~~~~~~!!!! 멋저버려!!!!"
영웅은 다름 아닌 삼촌 스타쉑(Staszek)이었다. 

'아, 산산조작난 시집의 꿈!!! 삼촌이 질투했나봐'

아래는 몇해 전 폴란드 친구의 결혼식에 참가해 직접 찍은 영상이다.   


이때 신부는 신랑의 정성이 듬쁙 담긴 꽃다발을 던지지 않았고 그 대신에 면사포를 던졌다(영상 속 1분 44초). 면사표를 받은 처녀에게 직접 신부가 이를 씌워준다. 한편 신랑은 넥타이를 던진다(영상 속 1분 54초). 이때 넥타이를 잡지 못해서 그런지 친구 한 명은 아직도 총각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7. 14. 06:36

박희태 국회의장은 수교 20주년을 맞이하여 최근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순방했다. 우리나라 3부 요인으로는 처음 공식 방문이라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순방에는 박기춘, 한선교, 이정현, 윤상현, 이명수 의원이 함께 했다.

라트비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7월 7일 오후 육로로 리투아니아를 입국했다. 리투아니아 한인회는 국회의장과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국경지점까지 가기로 했다. 국경선은 빌뉴스에서 북쪽으로 2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승용차로 약 2시간 30분 걸리는 거리이다.

▲ 박희태 국회의장 리투아니아 도착을 기다리면서 폴란드 대사, 대사관 직원, 한인회 임원, 화동
▲ 국회의장을 태운 라트비아 승용차
 

전날까지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이날은 하늘도 환영하는 듯 맑은 날이었다. 오후 2시경 국회의장 일행은 라트비아 국경을 넘어 리투아니아로 들어왔다. 땀이 날 정도로는 아니였지만, 햇볕이 무척 따가왔다.

아홉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교민 아들 리차드와 함께 화동(花童) 역할을 하느라 국경지점까지 함께 갔다. 두 화동은 국회의장 내외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어 리투아니아를 관할하는 폴란드 대사관 직원과 리투아니아 한인회 임원과 인사가 있었다. 잠시 후 국회의장 일행은 리투아니아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면서 빌뉴스로 향했다.   
 
▲ 꽃다발을 든 요가일래(좌)와 리차드(우)
 

"아빠,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만나느라 우리가 그렇게 먼 거리를 왜 와야 했어?"
"국회의장은 아주 높으신 분이야. 너는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지?"
"당연히 만나고 싶지."
"국회의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높으신 분이야. 직접 와서 꽃다발을 증정하는 것은 참 영광스러운 일이야."
"아빠, 그래도 꽃배달을 시킬 수 있잖아."


이날 저녁 국회의장과 한인회 상견례에 가서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어준 딸아이는 아빠를 꼭 꺼안았다.

"아빠, 정말 보고 싶었어."
"왜?"
"그냥. 우리는 한국 사람이잖아!"

꽃배달로 환영해도 될 일이라고 순진하게 말하던 딸아이는 이날 낮에 만난 한국 사람들을 많이 생각한 것 같았다. 자라서 국회의장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자신의 옛 사진을 보면서 딸아이는 흐뭇해 할 것 같다.   

▲ 박희태 국회의장 내외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리차드와 요가일래
 

리투아니아를 순방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 이레나 데구티에네 국회의장, 안드류스 쿠빌류스 국무총리, 라사 유크네비치에네 국방장관 등을 만나 양국간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실질적인 협력이 가시화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