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해당되는 글 30건

  1.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아름답고 향기로운 협죽도에 독성이 있다니 2
  2. 2020.06.29 꽃잎 갯수는 달라도 자스민은 같은 향을 뿜어낸다
  3. 2020.06.03 마로니에를 빼닮은 붉은 꽃을 피우는 가로수의 정체는...
  4. 2020.05.31 유럽에서 만나는 순백의 광대수염꽃
  5. 2020.05.08 유럽 처갓집 텃밭에는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까...
  6. 2019.04.24 잎갈나무 - 낙엽송 암꽃을 난생 처음 보다 1
  7. 2018.10.22 10월 묘 위에 피어 있는 꽃들 - 근래 히스꽃이 인기
  8. 2017.04.25 솟대를 서양란 지지대로 변신시킨 유럽인 장모 2
  9. 2017.03.09 세계 여성의 날에 아내에게 복분자 묘목 선물
  10. 2015.11.06 생일 맞은 딸아이 오히려 부모에게 꽃 선물 5
  11. 2014.05.19 아내의 정성으로 화병 속 생화가 시들지 않아
  12. 2014.03.10 꽃 선물 없어도 사랑하는 줄 아니까 괜찮아
  13. 2013.10.08 아들의 죽음을 기리며 수류탄으로 만든 꽃정원 1
  14. 2013.05.10 창문가에 피어있는 단풍나무 꽃 수두룩
  15. 2013.05.08 아내의 생일 선물로 꽃은 못 사고, 꼬냑만 1
  16. 2012.10.25 꽃 30송이를 제각각 다르게 그린 초딩 아이 1
  17. 2012.06.02 돌 위에 지져 먹던 추억의 시절 아카시아꽃
  18. 2012.05.10 아내 생일을 축하하듯 피는 마로니에 꽃 2
  19. 2012.02.08 처녀의 결혼 갈망을 단박에 걷어차버린 삼촌
  20. 2011.03.09 꽃 송이 대신 화초를 선물한 여성의 날 1
  21. 2010.05.08 친구에게서 돈 빌려 선물 꽃을 산 딸아이 1
  22. 2010.05.06 울타리와 뜰에 곱게 피어난 수선화
  23. 2010.05.05 입술을 유혹하는 튤립 꽃망울
  24. 2009.08.27 리투아니아 숲에서 만난 야생화들
  25. 2009.07.05 꽃이 3층, 색깔이 각각 다른 화초 4
  26. 2009.04.29 꽃을 꺾으면 빨리 죽잖아!
  27. 2009.04.05 진달래 없는 곳에 청노루귀가 있다 2
  28. 2009.03.15 눈을 뚫고 피어오른 봄 전령사 2
  29. 2009.03.09 "여성의 날" 우리집 풍경 2
  30. 2008.06.12 리투아니아 화단엔 어떤 꽃이 자랄까 4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15:12

꽃이나 화초를 좋아한다. 어릴 때 사랑방에서 천장까지 자라오른 바나나나무가 생각난다. 이번 그리스 자킨토스에서 6월 중순에 만난 화초를 소개한다. 우선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거리의 인도 화초다. 사람 다니기도 버거울 정도 좁은 인도에 사람들이 화초를 가꾸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사람들의 거리 통행에 방해가 된다고 화분을 철거하라는 민원이 제기될 법도 하다.    
 

라가나스 어느 호텔 마당에서 본 화초다. 시멘트 화분에서 고이 자라던 나무가 점점 크져 마침내 단단한 시멘트 화분 마저 깨부수고 말았다.  

 

화려한 분홍색 꽃이 가장 흔히 보인다. 이 꽃의 이름은 유도화 또는 협죽도(nerium oleander)이다. 지중해 연안 나라들에서 담장, 정원 등 관상용으로 많이 기르고 있다. 한국 제주도에서도 자생한다고 한다. 떨어져서 잎은 대나무잎 닮았고 꽃은 덩쿨장미꽃을 닮았다. 

 

숙소가 있는 호텔로 가는 거리에는 거의 집집마다 협죽도가 피어 있다.

 

진 꽃, 지는 꽃, 피는 꽃, 필 꽃이 공존하고 있다.

  

꽃향기가 좋아 코끝을 꽃잎까지 대면서 향기를 맡아본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협죽도는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식물이다. 독성분은 주로 잎에 분포되어 있고 꽃이 필 때 최고조에 이른다. 

 

협죽도는 붉은색 꽃도 있고 흰색 꽃도 있다.

 

화려한 아름다움과 향기로운 냄새를 지니고 있는 이 협죽도가 사람과 가축에게 해를 입힐 정도로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그래서 낯선 곳에서 낯선 식물은 늘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불빛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꽃이다.   

 

어릴 때 한국 시골집 담장에서도 자라던 무화과다. 

 

올리브 열매다. 

 

모래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건생식물이다.

 

거대한 벌이 건생식물 꽃에서 꽃물을 빨고 있다.

 

선인장 백년초가 노란꽃을 피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분꽃이다.

 

길을 가다 어디서 코에 익은 아주 은은한 향기가 나기에 냄새를 따라 가본다. 할아버지 수염 달린 듯한 인동덩굴(인동초 인동) 꽃이다. 어릴 때 시골집 담장에 자라던 그 인동덩굴을 이곳 그리스에서 다시 보다니... 꽃물이 달콤해 꽃을 따서 쭉쭉 빨곤한 어린 시절이 눈앞에 선하다.  

 

담벼락에 바짝 붙어 자라고 있는 어린 협죽도가 밝은 분홍꽃을 피우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6. 29. 04:56

6월 하순 북유럽 리투아니아에서는 달콤한 햔내를 내는 딱총나무꽃(관련글)이 서서히 지고 있다. 딱총나무꽃을 이어서 행인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하얀 꽃이 공원이나 숲 등에 만발해 있다. 


인근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데 코를 찌르는 향긋한 냄새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로 자스민꽃이다. 자스민(jasmine, yasmin)의 뜻은 페르시아어로 "신의 선물"이라는 뜻이다. 차, 향수, 오일로도 유명하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꽃잎 갯수가 다양하다. 같은 나무에서 나오는데도 이렇게 다르다니... 꽃잎이 다섯 개인 자스민꽃도 있다.   


꽃잎이 네 개인 자스민꽃이 주를 이루고 있다. 



드물게 밑에 네 개 그리고 위에 네 개를 가진 자스민꽃도 있다.


꽃잎 하나가 여러 개로 갈라진 것인지 아니면 자연발생적인 것인지... 더 많은 꽃잎을 가진 자스민꽃도 있다.


꽃잎 갯수는 달라도 뿜어내는 향은 다 똑 같다. 자스민꽃 옆에 있으면 왜 흔히 자스민이 향이 좋은 꽃의 대명사라고 부르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4K 동영상에도 자스민꽃을 담아봤다. 달콤한 향은 담을 수 없어서 아쉽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6. 3. 05:22

6월초다.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 빙기스 공원 소나무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사과나무는 아직도 하얀꽃으로 꿀벌을 유인하고 있다. 


공원이나 거리에는 마로니에(말밤나무, 가시칠엽수, 서양칠엽수) 잎이 벌써 무성하게 자랐다. 이제 마로니에 밑에서 지나가는 가랑비를 잠시 피해갈 수도 있겠다. 

마로니에는 원래 그리스와 발칸반도가 원산지이지만 지금은 유럽 전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가로수나 공원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다.  

마로니에의 라틴명이 hippocastanum인데 이는 그리스 단어 hippos(말 horse)와 kastanon(밤)에서 유래되었다. 열매는 식용 밤과 유사하지만 먹을 수가 없다. 독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열매껍질은 가시투성이다.   


리투아니아에 자라고 있는 마로니에는 보통 5월 초순에서 6월 초순까지 하얀색 꽃을 피운다. 꽃은 원뿔이다. 꽃잎 아래쪽에는 노란색 혹은 분홍색 반점이 있다.   


일부는 시들어가고 있다. 


일부는 꽃이 땅에 떨어져 환경미화원을 기다리고 있다.


집앞에 있는 가로수 마로니에와 그 꽃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종종 리투아니아에서 공원수나 가로수 중 붉은색 꽃을 피우고 있는 마로니에(가시칠엽수)를 꼭 빼닮은 나무를 만나게 된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마로니에 꽃이고 오른쪽이 또 다른 칠엽수 꽃이다.  


이 나무는 유럽 마로니에(aesculus hippocastanum)와 북미 파비아(aesculus pavia)의 교배종이다. 1818년 독일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 이름은 aesculus × carnea 또는 red horse-chestnut이고 한국어 이름은 붉은 마로니에, 붉은 말밤나무, 붉은 칠엽수 또는 붉은꽃 칠엽수다. 정원수나 공원수로 인기 있고 가로수로는 극히 드물다.  


유럽에서는 보통 5월에 꽃이 핀다. 마로니에와는 달리 열매껍질은 가시가 거의 없고 밋밋하다. 


걸어가고 있는 거리에서 만난 가로수 중 유일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로 단연 돋보였다. 그냥 지날 수가 없어 4K 영상에 담아봤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관광안내를 위한 해외출장이 없으니 집 근처에서 하얀꽃 마로니에와 붉은꽃 마로니에 둘 다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31. 04:19

유럽에서도 쐐기풀(서양쐐기풀, urtica dioica)과 유사한 초본식물을 만날 수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에서는 5월 중순부터 가을까지 순백의 꽃을 피운다. 이 식물의 라틴명은 lamium album var. barbatum이고 영어는 white nettle(흰쐐기풀) 또는 white dead-nettle(죽은쐐기풀)이다. album은 흰색을 뜻하는 라틴어 albus에서 유래하고 barbatum은 수염을 뜻한다. 한국어는 광대수염, 산광대, 꽃수염풀, 흰쐐기풀 등으로 불린다.  


50-100cm 높이로 자라고 줄기가 네모형이다. 잎의 모양이 쐐기풀을 닮았지만 따끔따끔 찌르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죽은쐐기풀로 불린다. 쐐기풀의 잎이나 줄기에는 포름산을 많이 포함한 털이 있어서 만지거나 스치면 벌에 쏘인 것처럼 따갑다.  


광대수염꽃은 그야말로 순백색이다. 짙은 녹색 잎에 백색이 더욱 돋보인다. 가장자리에 하얀 털이 난다. 특히 꽃꿀(화밀, nectar)이 많아서 꿀벌이 좋아한다. 그래서 꿀벌쐐기풀(bee nettle)로도 불린다. 광대수염 1헥타르 면적에 최대 꿀 190kg까지 생산된다. 어린 새순과 줄기는 채소로 먹는다.


광대수염은 유럽에서도 약초다. 소화기, 호흡기 및 요로의 염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특히 여성질환 치료에도 유용하다. 최근 빌뉴스 중심가 산책길에서 만난 광대수염꽃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8. 18:53

북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Vilnius)에 살고 있는데 보통 두 달에 한 번꼴로 지방 도시에 있는 처가를 방문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명절인 성탄절과 부활절에는 필수적으로 처가를 다녀온다. 올해 부활절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부활절를 기해 전국 이동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3월 16일부터 실시된 격리 조치가 4월 28일부터 2단계로 완화되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어머니날을 기리기 위해 처가를 방문했다. 리투아니아는 어버이날이 없다.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이 어머니날이고 6월 첫째주 일요일이 아버지날이다. 어머니날은 자녀들이 어머니를 찾아뵙고 알뜰히 챙기지만 아버지날은 건너뛰기 일쑤다.

어머니날 선물로 아내는 좋아하는 치즈케익을 집에서 직접 구워 가져갔다. 유럽에 널리 분포되어 자라는 블랙커런트(black currant) 열매로 "엄마에게"(mamai)라는 글자까지 장식했다.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장모님 댁에 도착하자마자 시선을 강타하는 것은 뜰을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꽃들이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서 자연 속 봄철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리투아니아 보통 사람들의 정원과 텃밭(다차, 주말농장, 별장텃밭)에서 만난 식물들을 아래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잔디밭을 가득 수놓은 데이지꽃이다.    


데이지는 쌍떡잎식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라틴어로 데이지는 bellis perennis다. bellis는 "아름답다" 그리고 perennis는 "여러해살이 식물"을 뜻한다. 홍자색 꽃망울이 서서히 하얀색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신기하고 아름답다.


고산돌냉이꽃(alpine rockcress, arabis alpina) 또는 산돌냉이꽃이다.


옴팔로데스베르나꽃(omphalodes verna) 또는 푸른눈메리꽃(blue-eyed Mary)이다. 옴팔로데스는 그리스어로 배꼽을 의미하는데 열매의 모양이 배꼽과 닮은 것에서 유래한다. Verna는 '봄철, 봄'을 뜻하는 라틴어 'ver'에서 나왔다.


무스카리꽃(muscari) 또는 포도히아신스꽃(grape hyancinth)이다. 알뿌리 형태의 구근식물로 포도알처럼 생긴 말끔한 청색 꽃송이들이 향긋한 향을 뿜어낸다. 


팬지꽃(pansy) 또는 삼색제비꽃(viola tricolor)이다. 마치 미소짓는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봄의 여왕으로 불리는 튤립꽃이다. 강렬한 붉은색 립스틱을 위로 밀어올리고 있다.


사과꽃이 곧 터지려고 한다. 


아직은 부드러운 작약 줄기가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두 종류의 체리나무 즉 벚나무다. 아직 꽃이 활짝 피지 않은 왼쪽 벚나무에는 신버찌가 열리고 하얀색 꽃이 핀 오른쪽 벚나무에는 단버찌가 열린다. 흔히 체리로 불리는 대부분이 바로 후자다. 전자를 신버찌 벚나무, 후자를 단버찌 벚나무라 부르고 싶다.


신버찌 벚꽃도 이제 막 피려고 한다.


단버찌 벚꽃은 곧 질 것이다. 일찍 핀 만큼 단버찌 수확이 더 빠르다. 단버찌는 당도가 높아서 날로 먹거나 통조림을 만들어 먹는다. 이에 반해 신버찌는 주로 잼을 만들어 먹는다. 


단독주택 뜰은 잔디밭과 채소밭으로 나눠져 있다. 아직 비어 있는 왼쪽 부분은 곧 양배추와 오이가 심어질 것이다. 오른쪽 부분은 딸기와 마늘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 딸기 사이에 마늘을 심어놓았다. 장모님 텃밭을 제외하고는 아직 유럽에서는 이렇게 하는 텃밭을 본 적이 없다.

왜 장모님은 오래 전부터 딸기 사이에 마늘을 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상 마늘을 같이 심어놓으면 병충해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뜰에 핀 꽃을 구경하는 동안 장모님표 쿠겔리스(kugelis)가 구워지고 있었다. 이 감자 음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투아니아 음식 중 하나다[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이제는 보통 사람들의 텃밭(러시아어로 다차, dacha)에는 이맘때(4월 하순에서 5월 초순)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까를 알아보자. 우선 텃밭은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던 옛날 소련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간이별장이다. 리투아니아어로는 sodas인데 이는 정원이라는 뜻이다.


보통 소규모 집과 채소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주말이나 여름철 휴가를 즐기고 또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채소를 재배한다. 보통 면적은 600제곱미터 즉 180평 정도다. 예전에는 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채소밭으로 활용했으나 지금은 일부를 잔디밭으로 조성해 편하게 쉴 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텃밭에 빠질 수 없는 과일나무 중 하나가 사과나무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수확할 수 있는 여러 사과나무가 자란다. 사과나무 밑에는 노란색과 빨간색 튤립꽃이 피어나 있고 이것이 지고나면 작약꽃이 피어오른다.   


노란색 민들레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도로미쿰꽃(doronicum orientale, leopard's bane)이다. 해바리기꽃을 연상시킨다. 


데이지꽃이다. 꽃잎의 하얀색이 홍자색을 조금씩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단버찌 벚나무 두 그루다. 기둥 하반부가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약품을 첨가한 석회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벌레 등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둘째로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껍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셋째로 부드러운 껍질이 쉽게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매년 이른 봄에 한 번만 칠한다. 이랑에는 10일 전에 감자를 심었다.


블랙커런트(black currant) 나무다. 까치밥나무과의 낙엽성 관목이다. 위에 언급한 치즈케익 위에 있는 열매가 바로 이 블랙커런트 열매다.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해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열매다. 열매가 까맣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진한 보라색이다. 맛은 새콤달콤하고 향은 진하다. 술을 담그기도 한다.  


레드커런트(redcurrant) 나무다. 이것도 까치밥나무과의 낙엽성 관목이다. 꽃이 황록색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개미 한 마리가 식사 중이다. 

7월에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다. 열매는 날로 먹기도 하고 콤포트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파가 벌써 무성하게 자랐다. 


텃밭에 거의 필수적으로 있는 온실이다. 모종을 키우기도 하고 추운 날씨에 상대적으로 약한 토마토, 고추, 상추 등을 키운다. 


온실내 오른쪽은 양배추 모종이 자라고 왼쪽은 드문드문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가장자리에는 홍당무 등이 자라고 있다. 모종을 옮겨심은 후 이 온실은 대부분 토마토로 가득 찬다.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맑은 연두색 상추를 보자마자 봄철에 제맛인 상추쌈이 떠오른다.   


텃밭 가장자리에 산딸기아속 라즈베리(rasberry)가 자라고 있다.  


마늘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마늘을 요리에 자주 사용한다. 장모님은 매년 마늘 수확 후 마늘주를 만들어 선물한다.


이렇게 텃밭도 둘러보았다. 새록새록 피어오르거나 자라나는 새생명을 보니 코로나바이러스로 닫혀 있던 눈과 마음이 환하게 열린 듯했다. 장모댁을 떠나기 전 장모님이 요리한 음식이다. 

이 음식 이름은 양배추말이다. 돼지고기와 밥 그리고 양념을 해서 데친 양배추잎으로 둘러감은 후 토마토소스에 푹 끓인 것이다. 뜨끈뜨끈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감자와 양배추는 바로 위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승용차 짐칸에는 감자 한 포대가 실려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 4. 24. 05:43

한국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라트비아 서부 지방에 있는 벤츠필스(Ventspils)를 다녀왔다. 손님들이 업무를 보는 동안 운전사와 함께 산책을 했다. 심어진 지 몇 해 되지 않은 잎갈나무 - 낙엽송 여러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에 가보니 새순이 막 돋아나고 있었다. 그 중 분홍빛을 띠고 있는 꽃이 보였다. 사실 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자라서 암 구과(솔방울)가 된다. 잎갈나무 - 낙엽송 방울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렇게 꽃처럼 생긴 봄철의 모습은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돋보이는 색을 지닌 것이 바로 암 구과이다.



신기하여 현지인 운전사와 함께 휴대전화으로 서로 누가 예쁘게 찍나 경쟁하듯이 찍어 보았다. 둘 다 휴대전화 카메라의 한계를 몹시 아쉬워했다. 아, 접사 렌즈...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 10. 22. 04:04

대부분 유럽 사람들이 조상들의 묘소를 찾아가는 날인 11월 1일과 2일이 곧 다가온다. 묘를 찾아가서 미리 단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주말 지방에 있는 묘지를 다녀왔다. 낙엽으로 뒤덮혀 있는 묘를 말끔히 청소하고 촛불을 커놓고 왔다. 

묘지 곳곳에는 단풍나무, 자작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이들 나무로부터 떨어진 낙엽이 환절기 갑작스러운 추위로부터 묘나 꽃을 보호하듯 덮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분홍색 아스터(Aster)꽃 사이에 꽂혀 있는 누런 낙엽을 걷어내고 싶지가 않다.  



대부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묘 위에 꽃밭을 가꾸고 있지만 더러는 이렇게 돌로 덮기도 한다. 돌 위에 내려 앉은 낙엽을 걷어 내고 촛불을 켜놓는다.



여름철 싱싱하게 장식한 화초는 벌써 시들고 그 사이에 피어 있는 페튜니아(petunia)꽃이 군계일학처럼 돋보인다. 



노란 팬지꽃도 리투아니아 묘지에서 흔지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선명하게 노란 국화꽃은 점점 말라가는 노란 단풍 색을 땅 위에서 계속 이어가는 듯하다. 



노란 다알리아꽃이다.



베고니아꽃이다.



근래 묘지에서 점점 늘어나는 꽃 중 하나가 바로 히스(heather)꽃이다. 노란색, 하얀색, 분홍색, 연두색 등 여러 색이 있다.



이 꽃은 얼거나 말라도 한동안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붙어 있어 마치 계속 피어있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4. 25. 05:29

일전에 지방 도시에 살고 계시는 장모님을 방문했다.
거실 창틀에 잘 자라고 있는 서양란의 하얀꽃이 시선을 끌었다. 


그 꽃 밑에는 7년 전에 선물한 솟대가 아주 좋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장식용 한국의 솟대가 서양란꽃 지지대로 변신해 있는 것이 아닌가!!!



"장모님, 참 좋은 생각을 하셨네요. 우린 그저 장식용으로 피아노 위에 솟대를 올려놓았는데 장모님께서는 이렇게 아주 유용하고 사용하고 계시네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3. 9. 08:15

북유럽 리투아니아에도 조금씩 봄이 가가오고 있다. 며칠 전 아파트 뜰에 하얀 꽃을 보았다. 갈란투스(galanthus), 스노우드롭(snowdrop), 설강화(雪降花) 혹은 눈송이꽃으로 불린다. 국제어 에스페란토의 이 꽃 이름이 재미있다. Neĝborulo (네즈보룰로)인데 번역하면 "눈을 뚫는 것"이다. 눈을 뚫고 봄이 옴을 알리는 꽃이다. 


지금이 바로 봄이 오는 문턱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 꽃가게의 일년 대목 중 하나가 3월 8일이다. 이날은 1975년 유엔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한 날이다. 이날 여성들은 가정이나 직장이나 남성들로부터 꽃선물을 받는 날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도 튤립 꽃 한 송이를 들고 왔다. 

"너도 꽃선물 받았네!"
"두 번째 수업이 끝나고 우리 반 남자들이 꽃집에 가서 꽃을 사서 선물 주었어."
"아빠도 꽃을 선물해야 하는데 꽃사기가 싫어."
"꽃이 빨리 시드니까 그렇지?"
"맞아. 순간적인 기쁨을 위해 살아있는 꽃을 꺾는다는 것도 마음이 들지 않아."
"그러면 나는 꽃이 필요없으니까 아빠가 오늘 엄마한테 안마해줘라."

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집에 늘 있기 때문에 일부러 꽃을 사러 가게까지 가는 것은 사실 귀찮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야 우리 집 두 여성이 좋아할 것 같았다. "남들은 다 하는 데 당신만은 안 해준다"라는 소리를 듣기가 싫고, 또한 이왕 이곳에 사니 이곳 문화에 같이 호흡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큰가게(슈파마켓) 앞에는 임시 꽃시장이 펼쳐져 있어서 많은 남성들이 꽃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큰가게에 들어가 꺾인 꽃 대신에 어떤 선물을 살까 찾아보았다. 아내가 좋아하는 꼬냑 판매대를 둘어보았다. 꽃은 며칠이 지나면 시들지만 꼬냑은 한 잔씩 먹으니 더 오래 갈 수가 있겠다.

한참 고민 끝에 술 대신 식물을 사기로 했다.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제 봄철이라 과일과 채소 판매대가 있는 곳에 복분자 묘목이었다. 마침 집에 큰 화분이 하나 있으니 그곳에 저 묘목을 심어 여름철 발코니에서 기른다면 붉은 딸기가 주렁주렁 열릴 것 같았다. 


딸아이를 위해서 향기가 짙은 히아신스를 선택했다. 꽃이 다 피어있는 것보다는 곧 피게 될 것을 샀다.
  

직장에 돌아와 묘목 선물을 받은 아내는 장모에게 방금 꽃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이렇게 이곳 남성의 의무 중 하나를 이행하게 되었다. 


늦은 여름날 발코니에 복분자 딸기가 정말 주렁주렁 빨갛게 익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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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 11. 6. 10:08

어제는 딸아이 요가일래의 생일이었다. 이제 만 14살이 되었다. 리투아니아 학제(4,4,4)로는 중학교 마지막 학년생이고, 한국 학제(6,3,3)로는 중학교 2학년생이다. 아침에 미역국이라도 먹여서 학교에 보내야 할 법하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중학생이 된 후부터는 아침에 같이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등교하기 위해 딸아이가 집을 나갈 때 일어나 아파트 현관문을 잠그기만 하면 된다. 아침밥도 간단하지만 자기가 챙겨 먹는다.

"우리가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줄 수 있는데..."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이제 내가 혼자 할 수 있잖아. 그 동안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해주었으니까 이제부터는 그냥 늦게까지 잘 주무세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찡하다. 몸만 자라는 줄 알았는데 마음도 쑥쑥 자라서 아빠가 기분이 좋다.ㅎㅎㅎ"
"고마워."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노란꽃 꽃 한 송이를 손에 쥐고 왔다.


"이거 내가 산 선물이야. 돈이 없어 한 송이밖에 못 샀어."
"우리가 꽃 선물을 해야 하는데..."
"아니야, 아빠와 엄마가 없으면 내가 세상에 태어날 수 없잖아. 그래서 내가 꽃 선물을 해야 돼."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엄마와 상의해 좋은 선물을 할게."
"그래, 고마워."

그리고 반 친구들이 선물한 사탕 상자을 선물했다.

 

아내는 낮에 학교에서 돌아올 딸아이를 위해 미역국을 끓였다.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 놓았으니까 맛있게 점심을 먹어."
"우와~~~ 생일에 미역국을 먹으니까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저녁에 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친 후 귀가하는 길에 갈등꺼리가 하나 생겼다.
'아, 배가 고프니, 빨리 집으로 갈까', 
'아니 그래도 큰가게에 들러 꽃 선물을 사서 집에 가자'
결국 평소 15분 귀가 소요시간이 1시간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마음이 즐거우니 걸음도 가벼웠다.
장미 15송이를 사고자 했지만, 카드결제가 불가해 소지한 현금을 다 주고 3송이만 샀다.


"자, 이제 우리가 꽃 선물할 차례다. 축하해."
"정말 예쁘다. 고마워~~~"

자기가 우리에게 주는 꽃 선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더니 막상 꽃 선물을 받드니 아주 좋아했다. 더 먼 길을 택하기를 잘 했다. 자기 생일에 부모에게 꽃을 선물하는 어린 딸아이의 마음씀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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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5. 19. 07:41

5월 초순 아내의 생일을 맞아 장미꽃 생화 다섯 송이를 선물했다. 5월에 태어났으니 다섯 송이를 선택했다. 딸아이는 다른 꽃 세 송이를 선물했다. 벌써 2주째이지만, 화병 속 생화는 둘 다 시들지 않고 있다.

* 처음 사온 날 찍은 사진

보통 서너 일이 지나면 화병 속 물이 흐려지고 냄새가 나고 물이 썩는다. 아울러 줄기가 흐물흐물해지고 꽃은 보기 싫게 시들어간다. 하지만 이번에 선물한 꽃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보다 더 싱싱한 것 같다. 우리 가족 모두 몹시 신기해 하고 있다.

줄 때는 아름다워 좋지만, 화병 속에 곧 시들어갈 꽃을 생각하면 생화를 사고자하는 마음이 사라지곤 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우쳐주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알고보면 참으로 간단하다.

예전에는 선물 받은 꽃을 물 담은 화병에 넣고 시들 때까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번에 아내는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매일 화병 속 물갈아주기다. 서너 일이 지나면 꽃이 시들기 시작하는 데 이번에는 처음 사올 때와 마찬가지로 싱싱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 사온 지 2주가 되는 꽃

언제까지 이 생화가 싱싱할까가 궁금해서 아내는 매일 물을 가는 데 재미가 붙었다. 처음에는 매일 아침 일어나 물을 갈아주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바깥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실내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 물을 갈고, 또 저녁에 자기 전에 물을 간다.

"당신과 딸이 정성으로 꽃 선물을 했으니 이제 내가 정성으로 꽃을 관리해야지"

물갈아주기만으로 이렇게 여전히 싱싱하다니 놀랍다. 과연 얼마나 그 싱싱함이 지속될 지 몹시 궁금하다. 내일도 아내의 물갈이 정성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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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4. 3. 10. 05:21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런 행사에는 점점 감정이 무뎌져 간다. 전날 저녁 식사 식탁에는 우리 집 여성인 아내와 딸아이가 모두 모였다. 딸아이에게 말했다.

"내일 여성의 날인데 아빤 꽃 선물 하지 않을 거야."
"꽃 선물 없어도 아빠가 사랑하는 줄 아니까 괜찮아."
"그래, 마음으로 축하해주면 그만이지. 꽃은 살 필요가 없다."
"맞아."

기분 좋게 딸아이가 맞장구쳐 주었다. 다음날 아침 토요일이지만, 행사 때문에 아내는 출근해야 했다. 식탁에 홀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꽃은 어디에?"
"마음에서는 전하는 말이면 충분하지 무슨 꽃이 필요하나?!"
"그래도 받으면 여자로서 더 행복감을 느끼지."

아내는 출근하면서 심부름을 부탁했다. 딸아이가 이날 음악축제에 노래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노래 지도 선생님에게 감사와 함께 여성의 날이라고 꽃 선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 뒤 딸아이와 함께 삼각대와 카메라 가방을 메고 집 근처에 있는 꽃시장으로 향했다.

"아빠는 살아있는 꽃은 사기가 싫어."
"맞아. 며칠 후에 꽃은 시들어버리잖아. 꽃이 참 불쌍해."
"그래,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꽃을 사기가 싫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오늘도 그 중 한 날이다."

꽃시장에는 꽃을 사서 한 아름씩 안고 가는 남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속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다니는 음악학교는 이날 리투아니아 전국 음악학교를 대상으로 음악축제를 개최했다. 딸아이도 한국 노래 '반달'로 참가했다. 아래 영상은 이날 부른 노래이다.


아내는 이날 축제 사진촬영을 담당했고, 딸아이는 축제 결과를 기다렸다. 왼쪽 어깨로는 7kg의 삼각대를 메고, 오른쪽 어깨로는 6kg의 카메라 가방을 메고 먼저 음악학교로 나왔다. 

'자, 무거우니 집으로 곧장 갈 것인가? 아니면 슈퍼마켓을 들어 깜짝 선물을 살 것인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발걸음은 이미 슈퍼마켓 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활짝 핀 수선화 꽃 화분보다 이제 막 피려고 하는 수선화 꽃 화분을 골랐다. 그리고 빨간 장미꽃 색을 연상시키는 싱싱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딸기 두 상자를 구입했다. 거실 탁자에 올려놓았다.


오후 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와 딸아이는 부엌, 욕실, 방으로 다니느라 아직 거실까지 오지 않았다. 한참 후에 거실로 온 아내는 뜻밖의 수선화를 발견했다.

"우와~~~ 믿을 수 없는 일이 지금 우리 집에 일어났다."
"엄마, 뭔데?"
"거실 탁자에 가봐!"

내 두 볼은 두 사람으로부터 하나씩 점령당했다. 늦은 저녁에 두 처남이 아내에게 전화했다. 여성의 날이라고 여동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수선화 꽃 화분과 딸기를 받았다고 처남들에게 뿌듯해 하는 아내의 말말을 옆에서 들으니 이날 꽃 선물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는 나의 신념보다 때론 받는 이의 감정을 더 헤아리는 것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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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감탄 세계화제2013. 10. 8. 17:23

팔레스타인의 한 가족이 수류탄으로 꽃정원을 만들어 누리꾼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익히 알려져 있다. 보안벽따라 팔레스타인 빌린(Bi'lin) 마을에는 매주 양쪽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12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군대간 충돌은 때때로 비극으로 끝난다. 2009년  이스라엘 군인의 가스수류탄(최루탄)이 30세 아들 바셈(Bassem)의 가슴에 명중되었다. 그는 이 부상으로 얼마 후 죽음을 맞았다.  

한편 잦은 충돌로 사용된 수많은 최루탄을 비롯한 무기들이 쓰레기로 남아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에 활동가들이 이것을 모았고, 바셈의 어머니(Sabiha)는 아들의 죽음을 기리며 속이 텅빈 최루탄에 꽃을 심어서 정원을 만들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12 


두 민족간 폭력적 대응은 그치지 않는 비극을 초래한다. 최루탄에 꽃을 심는 마음이 두 민족간 평화를 앞당길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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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3. 5. 10. 07:41

북동유럽 리투아니아는 이제 새싹이 점점 잎을 키우고 있다. 우리 집 아파트 창문가에는 단풍나무 연두색 잎이 쑥쑥 돋아나고 있다. 잎 가운데는 노란색 꽃이 수두룩하다. 


단풍나무는 잎이 각양각색으로 물드는 가을에 그 인기가 절정이다. 마치 이때가 되면 단풍나무 잎이 정작 꽃으로 둔갑한 듯하다. 사실 단풍나무 꽃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별로 없다. 그만큼 지금 막 피어나는 꽃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아래는 리투아니아에서 피어나는 단풍나무 꽃이다. 


단풍나무 잎에 비해 꽃이 작지만, 그래도 음미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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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5. 8. 07:07

너도밤나무 꽃 냄새가 코를 찌르는 5월 초순인 7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올해는 그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 이유는 봄이 평년보다 2-3주 늦게 왔기 때문이다.

* 같은 시기 지난 해 너도밤나무 꽃(좌)와 올해 너도밤나무 꽃(우)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보통 5년과 10년 주기에 생일을 크게 한다. 생일이 있는 주말에 일가 친척을 초청해 식사를 함께 하면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렇지 않은 해에는 친지들에게 생일을 알리지 않고 가족과 함께 생일을 보낸다. 하지만 늘 어느 누군가는 축하하기 위해 올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한다. 오는 손님을 그냥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45번을 맞는 생일이라 무엇인가 선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했다. 요즘은 별로 소용이 없는 듯하지만 아내는 시계를 가지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동안 한국에서 기념으로 받은 시계를 차고 다니지만, 오래 되어서 고장이 난다. 벌써 여러 차례 시계병원을 다녀왔다.

함께 살아도 이런 선물은 아내가 직접 고르는 것이 제일이다. 몇 번이나 사라고 권유했지만, 아내는 아직 사지 않고 있다. 딱히 살만한 것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는 손발이 차다. 특히 발이 시러워서 금방 잠에 들지 못한다. 술을 한 잔하고 잠자리에 들면 몸이 따뜻해져 잠이 잘 온다고 한다. 둘 다 술을 마시는 편이 아니라서 이마저도 행하지 않는다. 향이 좋은 꼬냑을 종종 아내는 상상한다. 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술값이 장난이 아니다. 좋은 포도주보다 값이 서너 배나 더 비싸다.

생일 전날 아내가 직장에 간 사이에 슈퍼마켓에 들러 최고의 꼬냑은 부담이 되어서 사지는 못하고, 중간 정도의 코냑을 선물로 샀다. 이는 이제까지 내가 구입한 술 중 제일 비싼 술이다. 아내와 함께 갔다가는 비싸다고 절대 사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산 꼬냑을 선물하니 아내는 기뻐했다.

이날 밤 아내와 꼬냑을 한 잔 하면서 '내일 아침 일찍 아내가 잠 든 사이에 살짝 나가서 꽃을 사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계획이 딸아이의 방해로 변경됐다. 

딸아이는 보통 밤 10시에 잔다. 이날은 숙제 때문에 10시 30분에야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11시경 딸아이 방을 보니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빨리 자야지. 엄마가 보면 꾸중할 거야."
"쉿! 아빠가 살짝 오기를 기다렸어."
"왜?"
"내가 내일 학교에서 집에 올 때 엄마에게 생일 선물할 꽃을 사올 거야. 아빠가 돈을 좀 줘."
"아빠가 내일 새벽에 사려고 하는데."
"아빠는 벌써 꼬냑을 선물했잖아. 나도 뭔가를 선물해야 하잖아. 내가 꽃을 살게."
"알았어. 돈을 줄 테니, 빨리 자."

* 역할 분담으로 꽃을 선물한 딸아이

이렇게 딸아이와 생일 선물을 분담하게 되었다. 저녁에는 친지들을 중식당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면서 생일잔치를 했다. 아내는 지난 해 연말 하나뿐인 여동생이 사망한 이후로 여전히 잔치할 기분이 아니지만, 그래도 기념적인 생일을 챙겨주는 것이 남편의 도리라 여겨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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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2. 10. 25. 06:33

새벽 3시에 밝아지고 밤 11시에 어두워지던 여름날이 엊그제 같은데 10월 하순에 들어서자 벌써 동짓 섣달이 찾아온 듯하다. 곧 일광절약시간제(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가 해제되면 더 더욱 밤이 길어진다.

최근 어느날 초딩 5학년생 딸아이는 밤이 지루했는지 이면지를 가져가더니 내내 꽃송이를 그리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뭘 그리는데?"
"보면 알잖아."
"얼마나 그리게?"
"30개."
"꽃은 개가 아니고 송이야! 삼십 개가 아니라 삼십 송이라고 말해야돼."
"맞다. 사람은 마리가 아니라 명이고, 나무는 개가 아니고 그루지."
"정말 30송이 그릴거야?"
"노력해볼게."    




이렇게 요가일래는 꽃 30송이를 각각 다른 모습으로 그렸다. 자신의 힘든 성취에 만족한 딸아이는 가지런히 정리해서 자신의 앨범에 날짜까지 써서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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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2. 6. 2. 06:11

최근 빌뉴스 중심가를 산책하다가 하얀꽃이 눈에 확 들어왔다. 

무슨 꽃일까? 
바로 아카시아꽃이다. 

이국 땅에서 이 꽃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뒷산에서 놀다가 배가 고프면 아카시아꽃으로 허기를 때우기도 했다. 

돌로 화덕을 만들고 위에는 평평한 돌을 놓는다. 그리고 밑에 불을 지펴서 돌이 뜨거지면 아카시아꽃을 그 위에 얹어서 지져 먹는다. 


가위바위보로 아카시아 잎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떼어내던 놀이도 참 많이 했다. 종종 유럽에서도 이 놀이를 하지만 돌 위에 아카시아꽃을 지져먹는 것만큼은 흥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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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2. 5. 10. 05:20

4월 하순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도로변에 막 솟아오르는 마로니에 새싹을 보았다. 아내에 물어보았다. 

"올해도 당신 생일에 마로니에 꽃이 필까?"

"해마다 피었으니 올해도 피겠지."

"보니 지난해보다 좀 늦는 것 같은데."

"걱정마. 필 거야."

"그렇다면 저 마로니에 꽃을 생일 선물로 하고 내가 따로 꽃을 안 살 거야."

5월 6일 일요일 같은 곳을 지나갔다. 결과는 마로니에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다음날이었다. 마로니에 꽃으로 생일 선물을 대신할 거야라고 막상 선언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뭔가 허전했다.

딸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 다시 잠이 든 아내 몰래 

살짝 현관문을 닫고 꽃가게를 방문했다.

무슨 꽃을 살까 망설이다가 발코니에 매달수 있는 화분꽃을 샀다. 


아내는 오후에 발코니에 나갔다가 이 낯선 꽃을 보았다.
 
"당신이 산 꽃이야? 우와 마음이 통했네. 나도 곧 이 꽃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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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2. 2. 8. 09:45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가 결혼식이다. 유럽에 살면서 지금껏 여러 차례 결혼식에 초대받아 참가했다. 매번 만족이었다. 부주하고 점심만 먹으며 끝나는 결혼식이 아니라 대개 1박 하는 행사이다. 마음껏 마시고, 먹고 즐길 수 있다. 결혼식은 서약식과 피로연으로 크게 나뉜다. 서약식은 주무 관청이나 종교 장소에서, 피로연은 레스토랑이나 교외 행사장에서 열린다. 형편에 따라 옛 귀족 저택에서 열리기도 한다.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 올라온 "결혼식 영웅"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피로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밤기 깊어지면 처녀들이 고대하는 순간이 온다. 바로 신부가 던지는 꽃다발을 받는 순서이다. 이 신부의 꽃다발을 받은 처녀는 행운을 얻어서 곧 시집간다는 속설이 있다. 그렇다면 어느 폴란드 신랑신부의 이 결혼식 영웅은 누구일까? 먼저 아래 사진을 보자.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신부가 자신의 등 뒤에서 일렬로 서서 기다리는 처녀들에게 꽃다발을 던진다. 한 아가씨가 거의 이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불청객 삼촌이 발을 든다. 꽃다발을 공으로 여기고 단박에 걷어차버린다. 

"골~~~~~~~~~~~~~~!!!! 멋저버려!!!!"
영웅은 다름 아닌 삼촌 스타쉑(Staszek)이었다. 

'아, 산산조작난 시집의 꿈!!! 삼촌이 질투했나봐'

아래는 몇해 전 폴란드 친구의 결혼식에 참가해 직접 찍은 영상이다.   


이때 신부는 신랑의 정성이 듬쁙 담긴 꽃다발을 던지지 않았고 그 대신에 면사포를 던졌다(영상 속 1분 44초). 면사표를 받은 처녀에게 직접 신부가 이를 씌워준다. 한편 신랑은 넥타이를 던진다(영상 속 1분 54초). 이때 넥타이를 잡지 못해서 그런지 친구 한 명은 아직도 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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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3. 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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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여성의 날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표면적으로 남성이 여성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날이다. 사실 이 날의 탄생은 여성의 인권 등 정치적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의 시작 (출처: 위키백과)
자본주의 체제는 여성들에게 남성보다 가혹한 조건을 요구했고, 여성 노동자들의 불만이 1857년 미국의 뉴욕 시에서 처음으로 폭발한다. 이때 방직, 직물 공장에서 일하던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일으켰고 이는 곧 경찰에게 공격받고 해산되었다. 2년이 지난 1859년 3월, 이 여성들이 최초로 그들의 노동 조합을 결성하게 된다. 이후 1908년 2월 28일 미국에서 여성들의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때 15,000명이나 되는 여성 노동자들이 근무 시간 단축, 임금 향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뉴욕 시로 행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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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누리꾼의 3월 달력. 여성의 요구 사항이 많아서인지 화살표가 8을 덥고 있다. "건너띄기" (source)

여성의 날 전야에 아내가 익일이 여성의 날임을 상기시키자 "꽃을 사면 금방 시더니, 사야 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를 못해."라고 응했다. 만약의 경우에 꽃을 선물하지 못해도 화내지 말 것을 부탁하는 나의 암시였다.

이 날 아침 딸아이를 학교에 등교시켰다. 가는 길에 빌뉴스에서 가장 큰 꽃시장이 있다. 도로 양 옆에는 많은 차들이 비상 깜박이를 켜놓고 서있었다. 이 날이 꽃 선물하는 날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딸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꽃을 살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여기저기 튤립 꽃 송이를 한 다발씩 들고 가는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꽃 사는 데 낭비했다고 아내가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오늘은 예외이겠지......

발걸음으로 꽃집으로 향했다. 꽃 송이를 살까, 화초를 살까 잠시 고민을 했다. 며칠 후면 버려야 할 꽃 송이보다는 화초를 사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 먹었다. 우리 집 여성이 셋이니 세 그루를 사되 꽃 색깔이 각각 다른 것을 샀다. 각자의 방에 화초를 놓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여성 식구들로부터 감사의 뽀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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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날 선물로 구입한 화초

"오늘은 여성의 날이니 남성이 커피 타고, 점심 하고, 그릇 씻고......" 아내는 주문사항을 읊기 시작했다.

"당신, 오늘 왜 남자가 꽃을 선물하는 지 알아?"
"당연한 것을 왜 물어?"
"바로 그런 주문사항을 하지 않으려고 꽃을 선물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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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8.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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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아내를 제외한 다른 식구들에게 올해는 각자가 엄마 생일(5월 7일) 선물을 준비하자고 선언했다. 그리고 초등학생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를 방으로 불려 귓속말을 했다.

"내일 아침엔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나 아빠와 함께 학교에 가자."
"왜?"
"학교 가는 길에 있는 꽃집에서 너가 꽃을 정하면 아빠가 돌아올 때 사서 엄마에게 선물할 거야."

요가일래는 보통 7시에 일어나 7시 30분에 학교로 간다. 아침 7시 20분경 누군가 아파트 입구 현관문을 열기 위해 숫자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른 아침에 우리집을 방문할까? 코드번호를 아는 사람이라면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일 텐데 말이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큰 딸 마르티나였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꽃집에서 가서 꽃을 사가지고 왔다. 엄마에게 생일 축하를 하고 학교로 갔다. 예기치 않게 꽃선물 주기에서 순서를 빼앗긴 요가일래는 입이 토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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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가 선물한 노란 장미꽃

"엄마, 나 꽃선물 안 할래!"

요가일래와 함께 학교 가는 길에 있는 꽃집을 들렀다.

"우리 장미꽃을 같이 사자. 그런데 꽃을 사지 말고 나무를 사자."
"아빠, 꽃은?"
"저 나무에서 꽃이 곧 필 거야. 내년에는 꽃선물 안 해도 된다."
"왜?"
"저 장미나무에서 또 꽃이 필 것이기 때문이지."
"아,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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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선물한 장미나무 (내년에는 필 꽃으로 대신하니까 지출 절약 ㅋㅋㅋ)

이렇게 아빠가 돌아오는 길에 장미나무를 사기로 결정하고 발걸음을 학교로 향했다.

"아빠, 그런데 장미나무는 아빠가 사고, 나 이름으로 튤립을 사줘. 노란색이 예쁘니까 노란 튤립을 사줘."
"너 엄마에게 꽃선물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잖아?"
"그렇지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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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 이름으로 선물한 튤립꽃 세 송이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장미나무와 노란 튤립꽃 세 송이를 구입해 아내에게 선물했다. 오후 1시에는 혼자 집에 돌아와야 할 요가일래가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다. 걱정이 되었다. 한 15분 늦어서 요가일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손에는 카네이션꽃이 쥐여있었다.

"아침에 벌써 아빠가 너 이름으로 노란 튤립꽃을 선물했는데. 왜 또 샀니?"
"직접 사서 선물하고 싶었어."
"그런데 너 돈이 없었잖아?"
"친구에게 빌려서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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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직접 구입한 카네이션꽃

꽃선물 순위에서 밀려나 꽃선물을 하지 않겠다고 요가일래는 선언했지만, 그래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아빠에게 노란 튤립꽃을 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기가 직접 사서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친구에게서 돈까지 빌려서 카네이션꽃을 사왔다.

학교 수업 내내 꽃선물과 돈을 빌릴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사람은 돈을 빌리는 데 익숙해서는 안 된다는 훈계를 할만도 하겠지만 이날만큼은 요가일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내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기쁘게 딸아이의 꽃선물을 받았다. 한국의 어버이들이 받는 카네이션꽃을 선택해 더욱 의미를 더해 주었다.

"월요일에 돈 갚는 것을 잊지마."
"알았어." 

* 최근글: 막대기를 이용해 먹이를 꺼내 먹는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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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5. 6. 08:11

남서유럽, 지중해, 북서아프리카, 중근동 등에서 널리 분포되어 있는 수선화가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

요즈음 이 수선화가 노란색, 하얀색 꽃을 피워 봄날의 운취를 더해 주고 있다. 수선화(水仙花)는 수선화속(Narcissus) 식물의 총칭이다. Narcissus는 마취시키다라는 그리스어 동사  νάρκειν (narkien)에서 유래되었다. 실제로 그리스에 자라는 수선화(narcissus poeticus)는 아주 진하고 마취시키는 향을 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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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북서지방 쿠로세나이의 가정집 뜰에서 자라고 있는 수선화를 사진에 담아보았다.

* 최근글: 입술을 유혹하는 튤립 꽃망울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5. 5. 07:57

요즈음 리투아니아 도심 공원이나 주택 뜰에는 튤립이 막 꽃망울 맺고 있다. 지난 일요일 장모님 뜰에서 만난 튤립이 참 인상적이었다. 활짝 핀 꽃을 볼 때는 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서글퍼 보이지만 이렇게 꽃망울을 볼 때는 곧 활짤 피어날 아름다운 꽃을 생각하니 희망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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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튤립의 꽃망울을 보고 있으니 입술을 유혹해 당장에 뽀뽀할 것만 같았다.

* 최근글: 헝가리 뜰에 핀 각양각색의 튤립꽃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8. 27. 13:30

일전에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의 숲에 가서 참나무, 전나무, 소나무 등을 심었다. 식목의 계절은 아니지만 시골을 방문한 때 지난 번 심은 나무의 성장도 살필 겸해서 심게 되었다.

이날 숲에서 만난 야생화를 찍어보았다. 한국의 숲에서도 볼 수 있는 꽃들이라 더욱 정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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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나무를 심고 있는 초유스 (가운데)

* 관련글: 반은 꽃화분, 반은 쓰레기통
               유럽 유채밭 속 군계일학 양귀비꽃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7. 5. 07:52

지난 7월 4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사는 한국 교민들이 야유회를 다녀왔다.
빌뉴스 인근 호반의 트라카이 성이 바라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을 가지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 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나무 아래 곁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화초였다.

이 화초는 신기하게도 3층으로 되어 있는 꽃의 색깔이 각기 달랐다.
밑에는 주홍색, 중간에는 노란색, 위에는 보라색을 띄고 있었다.
이런 꽃은 처음 본 것이라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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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호반의 성 위에 비구름과 햇볕 공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9. 07:17

오늘 7살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에서 데리고 왔다.
지난 해 9월 1일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여전히 등교와 하교 길에 딸아이와 함께 한다.
하지만 요즈음 하교 때는 학교까지 안 가고
학교와 집 중간 지점쯤 만난다.

오늘도 그렇게 만났다.
요가일래는 혼자가 아니라 남자 반친구와 함께 걸어왔다.
그는 늘 할머니가 하교 길을 함께 하고 있다.

넓은 도로의 인도이지만, 이 인도변에는 민들레꽃이 사방에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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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반친구가 이 민들레꽃을 보자 갑자기 꺾어서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딸아이 요가일래는 한 마디 했다.

"아빠, 정말 꽃이 아프겠다. 꽃을 저렇게 꺾으면 빨리 죽잖아!"
"그래 맞는 말이야!"

아파트 뜰에는 자두나무가 한창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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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 하얀 꽃이 꼭 겨울 눈과 같다.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우리 꺾지 말고 함께 냄새 맡아보자!"

그 동안 요가일래는 공원에 놀려갔을 때
아름다운 꽃과 풀을 뜰어 꽃다발을 만들어
엄마 아빠에게 꽃선물을 주곤 했다.

오늘 요가일래 말이 진짜 씨가 되어 이제부터는 늘
그냥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는 데 그치기를 바란다.

* 관련글:
              -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4. 5. 09:00

3월 초순부터 여러 블로그를 통해
한국에서 피어오르는 청노루귀꽃 소식을 읽었다.
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청노루귀꽃을 볼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베란다에서 그네 타던 딸아이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곧잘 말했다.
"아빠, 빨리 봄이 와서 청노루귀꽃을 봤으면 좋겠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어제 토요일 정말 화창한 봄 날씨였다.
겨울 내내 회색 구름이 가득 찬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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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둘이서 숲 속으로 들어갔다.
한국의 이런 숲 속엔 지금쯤 진달래꽃가 만발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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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덮인 땅 위로 군데군데 초록색의 잎이 보였다.
하지만 자주색 청노루귀꽃은 찾을 수가 없었다.
봄을 갈망하는 딸아이를 위해 "산신령이시여, 보라색을 주소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드디어 안경 쓴 눈이 번쩍거렸다. 학수고대던 저 청노루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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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보통의 리투아니아 사람들처럼
청노루귀꽃을 꺾기 시작했다.
자라는 꽃을 꺾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인들은 이른 봄 이렇게
청노루귀꽃을 꺾어 꽃병에 담아 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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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청노루귀꽃에 토끼풀 등을 보태 즉석 꽃선물을 만들었다.
이 꽃선물 사진을 모든 이들에게 바치오니 봄날에 행복의 향기가 가득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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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3. 15. 11:37

한국 남부지방에는 지금 매화가 한창 피어올라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게 하고 있다. 한국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리투아니아에는 낮의 온도가 영상인데도 아직 눈이 다 녹지 않고 있다.

하지만 뜰에서는 덮힌 눈을 뚫고 피어오르는 하얀 꽃이 있다. 하얀 눈에 하얀 꽃이라! 바로 스노드롭(스노우드롭, snowdrop)이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이 꽃의 이름은 neĝborulo이다. 그대로 뜻을 풀이하면 "눈을 뚫는 생명체"이다.

한국에서는 이 스노드롭이 자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리투아니아 뜰에서 눈을 뚫고 피어오른 이 꽃으로 봄의 기운과 정취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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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9. 09:40

어제 일요일 온 가족이 모인 저녁 무렵이었다. 낮에 시내 행사장에 갔다 오느라 하지 못한 컴퓨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딸아이 요가일래가 같이 놀기를 종용했다. 한 차례 놀았지만 성이 차지 않았는지 잠시 후 다시 놀기를 청했다.

"조금 전에 놀았으니 나중에 놀자! 알았지?"
"아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여성의 날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지!"
"그래, 여성의 날이다. 네가 원하는 대로 놀자!"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다. 특히 이 날은 꽃장수들이 대목을 맞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딸아이는 여성의 날을 기대했다. 다른 특별한 것은 없고, 꽃선물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요일 아침, 꽃가게가 집 근처에 있어 얼른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후에 밖에 나가는 길 꽃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난 우리 집 여성 셋은 시무룩한 것 같았다. 꼭 이렇게 날짜를 정해 꽃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가라는 반감도 들었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아빠가 오늘 중으로 꽃 선물 안하면 엉덩이를 때릴 꺼야......"
엄마가 옆에서 거들었다.
"꽃선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에서 여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러나와야지......"

시내 중심가 행사장에 가니 거의 대부분 여성들의 손에는 튜립꽃등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여기저기 간이 꽃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꽃을 살까말까 망설였다. "꽃선물을 하라고 해서 받는 꽃은 가치가 없다"라는 핀잔을 이미 들었고, 또한 산책 중이라 사지 않았다. 두 서너 시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길에 혼자 꽃가게로 행했다.

시내에서 여성들의 손에 든 꽃들은 벌써 힘없이 시들어버린 것 같아 안쓰러웠다. 평소 꺾인 꽃을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곧 시들 꽃을 사고 싶지가 않다. 꽃가게에서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꺾인 꽃 말고 꽃화분을 세 개 샀다.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꽃망울이 돋아나기 시작한 꽃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여성 세 분을 일렬로 세우고 신사답게 화분 꽃을 선물했다.

"아빠, 엉덩이 대신 볼 주세요!"라고 딸아이는 입맞춤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이날 남은 시간 내내 여성들에게 고분고분한 남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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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분 꽃을 선물 받은 요가일래 — "여성의 날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지!"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6. 12. 08:11

지난 일요일 리투아니아 가정집에 초대 받아 갔다 왔다. 그 집 화단이 예쁘게 꾸며져 있어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화단에 심었던 파랭이꽃이며, 지난 4월 한국에서 본 금낭화꽃이며, 익숙한 꽃들이 많았다.

리투아니아 한 가정집 화단엔 어떤 꽃이 자라는 지 한 번 구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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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