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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9. 26. 06:04

금요일 딸아이는 바쁘다. 일반학교를 다녀오자마자 음학학교에 가야한다. 또 집으로 돌아와서 짐시 쉰 후 발레학교에 간다. 올 9월부터 발레 과외를 받는다. 허리를 곧곧하게 하고 다리를 똑바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보내게 되었다. 

지난 금요일 이렇게 발레학교를 다녀온 딸아이에게 과제가 하나 더 있었다. 대출한 책 다섯 권을 인근 도서관에 반납하는 것이었다. 마감일이라 더 늦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집에는 딸아이와 나와 단 둘이 있었다.

"혼자 갈 수 있니?"
"아빠하고 같이 가면 더 좋지."
"그래 같이 가자."

도서관 가까이에 피자집이 있었다. 하루 종일 학교, 음악, 발레에 지친 딸아이에게 좋아하는 피자를 사주고 싶었다. 덩달아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을 셈이었다. 

"우리 피자 먹고 갈까?"
"좋아. 그런데 우리 사가지고 집에서 먹자."

"가는 동안 식으면 맛이 없잖아. 그냥 피자집에서 먹고 가자."
"싫어."

"그런데 할인 카드(한 판 값으로 피자 두 판)를 엄마가 가지고 있어."
"그럼, 안 되겠다. 바보짓했다고 엄마가 화낼 수 있어."

"그래, 집에 가서 김치하고 밥 먹자."
"아빠, 빨리 집에 가자."

집으로 돌아와 접시에 밥을 담았다. 냉장고에서 있는 김치통을 꺼내 열었다. 익은 김치에서 나는 새콤한 냄새를 맡으면서 딸아이가 말했다.

"음~~~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는 김치의 배추는 아직 먹지 못하지만, 김치를 밥에 발라서 곧잘 먹는다. 보기에 맛이 하나도 없을 것 같지만, 딸아이는 붉게 페인트를 칠한 듯한 밥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 중 하나"로 꼽는다. 물론 접시 옆에 물컵이 반듯이 있다. 

딸아이가 이렇게 먹곤하다가 더 자라면 김치를 온전히 먹을 날이 올 것이라 기대된다. 대부분 유럽 사람들은 김치냄새에 눈살을 찌푸르는 데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난다는 딸아이 말에 웬지 한국인으로서 흐뭇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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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