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여행'에 해당되는 글 27건

  1. 2022.09.26 그리스 여행 - 크레타, 무화과를 사니 수박은 그냥 가져가라고 해 1
  2. 2022.09.26 그리스 여행 - 크레타, 식당에서는 양이 많아 본식만 시켜도 흔쾌히 1
  3. 2022.09.25 그리스 여행 - 크레타, 해수욕에 물신을 신어야 하는 이유는 성게 때문 1
  4. 2022.09.24 그리스 여행 - 크레타,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호수의 주인장은 오리?! 1
  5. 2022.09.24 그리스 여행 - 크레타, 자생 야자나무 숲을 자랑하는 바이 해수욕장 1
  6. 2022.09.24 그리스 여행 - 크레타, 헤라클리온으로 버스 이동시 유의해야 2
  7. 2022.09.11 그리스 여행 - 크레타, 고우베스 해변 따라 동쪽으로 쭉 7km 걸어본다 1
  8. 2022.09.09 그리스 여행 - 크레타, 호텔 일반실이 아니라 특실을 횡재하다니 2
  9. 2022.09.09 그리스 여행 - 크레타행 여행사 국적란에 대한민국이 없다니?!
  10. 2021.09.24 그리스 여행 - 로도스 황금빛 모래 참비카와 조약돌 콜림비아 해수욕장
  11. 2021.09.23 그리스 여행 - 로도스의 고대도시 린도스는 동화 같은 마을
  12. 2021.09.22 그리스 여행 - 로도스 프라소니시는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의 천국
  13. 2021.09.22 그리스 여행 - 로도스 카미로스 햇살에 드러난 3000년의 흔적들
  14. 2021.09.21 그리스 여행 - 로도스 에게해 카이트서핑 - 일출일까 일몰일까
  15. 2021.09.16 그리스 여행 - 로도스 성벽 풍화로 속살이 드러나니...
  16. 2021.09.11 그리스 여행 - 로도스 도심 엘리 해수욕장은 두 얼굴을 가져
  17.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아름답고 향기로운 협죽도에 독성이 있다니 2
  18.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케리 해수욕장은 몽돌로 가득 차 있어
  19.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의 고즈넉한 풍경에 반하다
  20.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크씨기아 해수욕장은 천연 유황 SPA
  21. 2021.09.06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은 가족 휴가에 좋아
  22. 2021.09.05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은 바위섬이 절경
  23. 2021.09.03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에서 그리스 국기를 알아보다
  24. 2021.08.21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해변의자 밑에 바다거북이 알을 까놓다니
  25. 2021.08.11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카메오 섬 나무다리가 일출 조망 명소
  26. 2021.08.10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석양 조망을 그만 레스토랑에서
  27. 2021.08.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포르토 브로미 청록빛에서 나 홀로 해수욕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6. 02:50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9편에 이은 글이다.

무화과가 자라지 않는 북유럽 리투아니아에 태어난 아내는 무슨 연고인지 지중해나 중동에서 나는 무화과를 좋아한다. 막 익는 무화과는 비싸서 사 먹기가 주저되지만 건조된 무화과는 부엌 한 칸에 늘 자리 잡고 있다. 

 

8월 중하순 그리스에 오자마자 아내는 슈퍼마켓에서 무화과 열매를 찾는다. 아쉽게도 없다. 아직 무화과 수확철이 아니라고 믿으면서 단념한다. 하지만 고지대에서 자라는 조생종 무화과는 벌써 열매를 맺을만한데 말이다. 

 

야자나무 수천 그루가 자생해서 자라고 있는 바이 해수욕장(Vai Beach)에서 고우베스(Gouves)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다.

 

삼거리에 허름한 노점(위치)이 하나 있다. 우회전을 해서 속도를 늦추고 노점을 보자 판매대에 무화과가 눈에 띈다.

 

"와, 저기 무화과다!"

"멈춰! 사야지!"

 

플라스틱 상자에 제법 되는 무화과가 담겨 있다. 한 상자에 4유로다. 

계산을 하려고 들어가니 상점을 지키는 할아버지가 환대를 하면서 싱싱한 오이를 소금에 찍어 주면서 먹으라고 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싱싱한 오이를 설탕이나 꿀에 찍어서 먹는데 그리스 사람들은 소금에 찍어서 먹는구나...

 

오이를 먹으면서 살펴보니 여러 제품을 팔고 있다.

무화과 잼

수박

꿀라크

라크

올리브유 등등

 

"라크는 직접 제조한 것인가?"

"포도로 직접 만든 것이다."

 

 

그는 어느새 잔 두 개와 라크 병을 가져와 묻지도 않고 잔을 채운다.

한 손에는 오이를 들고 다른 손에는 라크 잔을 들고 "야마스"(건배)를 외친다.

 

건배까지 했으니 면세점에서 살 라크를 비롯해 올리브유를 이곳에서 산다.  

 

오이가 특이하다.

세 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수박은 몇 유로?"

"수박은 그냥 가져가!"

"정말?"

"좋은 수박을 골라. 봉지에 넣어줄게."

 

물건값이 12유로다.

대부분 카드결제를 하므로 현금이 딱 맞게 있을지 지갑을 뒤져본다.

 

"현금이 11유로밖에 없네."

"괜찮아. 있는 것만 줘."

 

이렇게 흔쾌히 11유로만 받고 봉지 세 개에 우리가 구입한 물건을 넣어 건네준다.

우리는 차창밖으로 "감사하다"하고 그는 "그리스에서 좋은 여행 해"라고 답한다.

 

덤으로 받은 수박은 숙소에 와서 잘라보니 속이 잘 익고 맛있었다.  

노점상 그리스 할아버지가 이날 우리를 맞이하는 법이 내 마음 한 구석에 계속 울림으로 남아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10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6. 02:49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8편에 이은 글이다.

지중해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우선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이와는 달리 아내는 일광욕하고 수영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나는 가급적 많이 걷고 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가족여행 중 음식기행은 늘 뒷전이다. 그러니 평이 좋은 맛집을 굳이 일부러 찾아가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일은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

 

배가 많이 고플 때 주변에 있는 깔끔한 식당에 들어가 자기 취향대로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 조식을 넉넉하게 호텔 식당에서 먹으니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조금씩 허기를 느낀다. 늦은 오후에 점저(점심 겸 저녁)를 먹으니 굳이 저녁 식사가 필요하지 않다.

 

7박 여행 중 유일하게 두 번 가서 식사를 한 식당(2 FRiends)이다. 

 

그리스 음식은 내 입맛에 딱 맞다. 짜지도 않다. 난 해물스파케티를 좋아한다. 음식값은 세지 않다. 지역과 식당에 따라 다르지만 크레타에서 본식이 대체로 8-15유로 정도다. 

500cc 생맥주 가격은 3-6유로다. 북유럽에서는 맥주만 달랑 가져다 주는데 그리스는 감자과자 등을 덤으로 가져다준다. 그리스 여행 중 알코올 함유량이 4.7%인 미토스 맥주를 즐겨 마신다.

 

여러 번 그리스 여행을 해서 얻은 경험은 음식량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큼직하고 맛있는 감자튀김이 남기 일쑤다.

 

그리스를 처음 여행했을 때는 예의와 호기심으로 전식, 본식, 후식을 다 시켜서 먹었다.

몸집이 크고 식탁에서 많은 시간을 즐겨 보내는 유럽인들에게는 적합하겠지만 

몸집이 작고 식당 한 곳에 정적으로 지긋이 앉아 있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그 음식량이 과할 정도로 많았다.

 

 

돈도 돈이지만 음식을 남기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며는 소화제를 먹곤 해야 했다. 

 

이런 경험을 한 후부터는 음료와 더불어 적당한 본식 하나만 주문한다.

식당 종업원들은 이를 전혀 괘념치 않는 듯 흔쾌히 주문을 받고 봉사를 해준다.

 

거의 대부분 식당에서는 본식만 시켰는데도

종업원들은 본식을 기다리는 동안 전식 같은 음식을 무료로 가져다준다.

구운 빵이나 마늘빵에 올리브유나 식당에서 직접 만든 양념 버터가 딸려 온다.

 

본식을 먹고 나면 후식 같은 과일(포도나 수박 등) 한 종류나 튀김과자를 가져다주는 식당도 있다.

 

흔히 계산서와 함께 라크를 유리병이나 잔으로 준다.

라크(라키 raki - 튀르키예, 그리스, 발칸반도에서 널리 마시는 과일 증류주)는 보통 알코올 함유량이 45도인데 서너 잔 마셔도 취하지 않는 듯하고 다음날 일어나도 그 전날 마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ㅎㅎㅎ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이다.

양파, 토마토, 상추, 올리브 열매 등 엉성하게 보이는 샐러드이지만 참으로 맛있었다.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도 맛있고 감자도 맛있었다. ㅎㅎㅎ

 

해물 스파게티다. 보기에는 양이 많지 않을 것 같지만

먹어도 먹어도 접시 밑이 보이지 않는다.

 

생선모둠이다.

생선이 작고 잔가시들이 많아서 먹기에 불편했다.  

 

쌀밥 생각이 나서 주문한 해산물 리소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주문 실패한 음식이다.

특히 밥이 설익었다.

 

닭고기다.

날개와 다리 8조각이다.

눈은 다 먹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위는 다 받아주지 않는다. ㅎㅎㅎ

 

아내가 아이스크림도 나오는 본식을 주문했다. 

아내에게만 혼자 유리잔 아이스크림을 먹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종업원이 유리잔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가져와 내 앞에 놓는다!!!

 

"아이스크림 하나만 주문했는데..."

"같이 먹으라고 덤으로 주는 거."

"에프하리스토(Efharisto 감사합니다), 에프하리스토!"

"파라칼로 (Parakalo 천만에, 제발)"

 

나이 든 종업원이 이렇게 우리 부부에게 감동을 선사해 준다.

우린 "아, 이것이 그리스구나!"라고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9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5. 18:07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7편에 이은 글이다.

여행 여섯째 날이다. 전날은 대여차로 크레타 섬 동쪽 바이 해수욕장(Vai Beach)까지 여행했고 오늘은 서쪽으로 가본다. 크레타의 옛 수도인 하니아(Chania)까지는 부담스러운 거리다. 그래서 역시 고대도시인 레팀노(Rethymno, 레팀노, 레팀논, 리팀노스)를 여행의 최종 목적지로 정한다.

 

고우베스(Gouves)에서 4차선 고속도로를 타고 헤라클리온을 거쳐 산악도로로 접어들자 절벽 위 전망대(Zen House Crete 근처)가 나온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달려온 뒤쪽이 한눈에 보인다.

 

첫 번째 휴식지는 아기아 펠라기아(Agia Pelagia)다. E75 도로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밑으로 밑으로 내려간다. 벌써 언덕 도로는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해변 가까이에 자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본다.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다. 비취색 바다와 좁은 해변이 함께 어울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변을 따라 좁은 길 옆에는 음식점과 카페로 연이어져 있다.

해수욕이나 일광욕을 즐기면서 쉽게 주문할 수 있는 해수욕장이다.

조그만 들어가도 수심이 깊고 또 바닥이 대부분 돌로 되어 있다.

아내는 벌써 휴대품을 나에게 맡기고 해수욕에 나선다. 

 

휴대가방을 양어깨에 걸치고 난 습관대로 해변 모습을 4K 영상에 담는다.

 

 

해변 끝자락에 정교회의 작은 성당이 나온다. 

그리스 해변에는 흔히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선원들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그리스가 섬나라임을 쉽게 알려준다.

돌 두 개에 구멍을 내어 깃발대를 꽂아놓은 것이 눈에 띈다.

 

성당 앞 맑은 바닷속 바위에는 성게들이 무리 지어 서식하고 있다.

며칠 전 아내가 바다에서 나오더니 무엇인가에 찔렸다고 한다.

그날 저녁 내내 발가락 두 개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가시를 파내려 씨름해야 했다. 

 

 

그리스에서 바닷속 성게를 이렇게 선명하게 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물신을 신고 해수욕을 하는 이유가 특히 이 성게 때문일 것이다. 

 

다시 차로 서쪽에 있는 레팀노를 향한다.

도로 노면 상태는 대체로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북유럽 거주자에게는 참으로 낯설다.

 

레팀노 요새 근처에 주차를 하고 구시가지 나들이에 나선다. 레팀노는 미노스 문영에 건설된 오래된 도시다. 고대 때는 자체 동전을 주조할 정도로 번창한 도시였다. 베네치아 시대를 물씬 풍기는 항구는 요트와 어선이 정박해 있고 해변 따라 카페와 음식점이 이어져 있다. 

 

지나가는 식당마다 종업원들이 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저 등대는 1830년대 이집트인들이 잠시 크레타를 점령했을 때 지은 등대다. 높이가 9미터로 크레타 섬에 남아 있는 두 번째로 큰 이집트 등대다.

 

구시가지의 꽃인 요새를 향해 가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레팀노 요새는 고대 아크로폴리스 자리에 베네치아가 16세기에 석회석으로 지었다. 

현재는 고고학 박물관이다.

 

레팀노 베네치아 항구를 조금 벗어나 모래사장으로 접어들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 너머 우뚝 솟아 있는 곳이 바로 레팀노 요새다.

 

해변침대와 큰양산은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휴양객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린 하루 종일 해수욕장에 머물지 않아서 굳이 해변침대나 큰양산을 빌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런 텅빈 공간을 찾는다.

다행히 레팀노 해수욕장은 군데군데 영리 사업자가 없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유럽에서 수십년을 살다 보니

이렇게 해변에 누워 일광욕하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이날 파도가 심한 레팀노 해수욕장에서는 가져온 간식만 먹고 이동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로 32km 떨어져 있는 발리에 있는 리바디 해수욕장(Bali Livadi Beach)에 도착한다.

분위기부터 확연히 다르다.

작은 규모의 해수욕장이지만 휴양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다.

  

인형처럼 아름다운 종업원이 쉴 새 없이 이리저리 손님들을 대하고 있다.

흔히 발트 3국 사람들이 멋지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리스 남녀도 이에 못지가 않다.

 

바다에 완전히 노출된 레팀노와는 달리 발리 해수욕장은 작지만 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함께 즐기는 사람들로 해변이 붐비고 있다.

 

이날 처음으로 이곳 리바디 해수욕장에서 나도 수영을 즐긴다.

발리에는 리바디 외에도 해변을 따라  작은 해수욕장이 여러 개 있다.

 

리바디 해수욕장 모습을 아래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4. 21:23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6편에 이은 글이다.

고우베스(Goves)에서 동쪽 바이 해수욕장(Vai Beach)으로 가는 길에도 관광명소들이 여러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이를 둘러본다. 돌아오는 길에는 토플로우 수도원(Toplou Monastery)이 있는 도로를 택한다. 이 수도원이 직접 생산하는 포도주와 올리브유가 유명하다.

산에는 여기저기 염소들이 눈에 띈다. 좋아하는 그리스 샐러드에 들어가는 페타치즈가 떠오른다. 페타치즈는 원래 양유를 사용하지만 염소유를 최대 30%까지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언덕에 자리 잡은 시티아(Sitia)를 지나면 굽이굽이 산악도로가 지루할 정도로 끝없이 이어진다.

참고로 시티아 도심 거리(Therisou)를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에 리들(Lidl) 슈퍼마켓이 나온다. 

 

유럽의 다른 지중해 나라와는 달리 이날 이용한 크레타 산악도로는 굽은 부분을 돌 때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폭이 비교적 넓다. 인상적인 것은 우천시 속도 제한(시속 30km) 안내표시판이 심심찮게 보인다.    

 

한참을 가다가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진다. 내려서 잠시 안구를 호강시킬 수밖에 없다. 절벽 아래 비취색 바다와 올리브나무 밭이 다시 한번 해외여행의 당위성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듯하다. 

 

이 지역은 바위, 협곡, 계곡, 동굴, 고대 유적 등이 풍부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Sitia UNESCO Global Geopark)로 지정되어 있다. 

 

멋진 광경을 음미하는 동안 매미들의 합창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매미는 어디에 있을까?

눈앞 나무 기둥에 붙어 있다.

가까이 가니 소리를 내지 더 이상 내지 않고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 숙제로 받은 곤충채집 중

매미 채집하기는 이곳 크레타에서는 누워서 떡먹기이겠구나! ㅎㅎㅎ

 

언덕 전망대 위에서 저 멀리 바라보이는 비취색 바다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파도 없는 잔잔한 파다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곳이 보울리스마 해수욕장(Voulisma Beach)이다. 중심 도시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에서 동쪽으로 12km 떨어진 이스트론(Istron) 마을에 위치해 있다.

인기 있는 곳이라 늘 붐빈다고 한다. 해변침대와 큰양산이 잘 마련되어 있다.

물론 사용시 유료다.

 

절벽 아래 위치해 있어 해변 폭이 좁다.

동쪽으로 가면 해변이 모래가 아니라 자갈로 되어 있다.

주차장이나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든지 돌아서 가야 한다.  

잔잔하고 수정같이 깨끗한 바이 해수욕장(Vai Beach)에 길들은 몸을

파도가 넘실거리는 여기에 첨벙하기는 주저 된다.

 

아내는 그래도 몸을 담그더니 곧 바로 밖으로 나온다.

"왜 그렇게 빨리 나오니?"

"파도에 밀려 오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 수가 엄청나다."

"노안이네!!! 파도 거품이겠지."

"당신이 안경 벗고 한번 자세히 봐봐!"

 

 

정말이다.

하얀 거품 조각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파도 따라 출렁출렁거린다.

 

보울리스마 해수욕장은 여러 개의 해변으로 나눠져 있다.

동쪽보다 서쪽 해변이 파도에 덜 영향을 받는다. 

보기에 따라 코끼리 코의 형상을 띤 바위가 보인다.  

 

보울리스마 해수욕장을 아래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제 다섯째 날의 마지막 명소다. 

고대 유적지가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다. 

그리스 지명에 아기오스 니콜라오스가 유독히 많은 이유는

성 니콜라스가 선원과 그리스의 수호성인이기 때문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도심의 풍경이 으뜸이다.

지금은 바다와 연결된 호수다. 

호수 이름은 보울리스메니(Voulismeni)다.

수심이 64m, 지름이 137m로 원형을 띠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아테나와 아르테미스(Artemis, Diana)가 이 호수에서 목욕했다.  

 

보행자 거리인 10월 28일 거리는 선물가게들이 연이어져 있다.

 

호숫가에서 바라보는 언덕 석회암 바위는 청년시절 한 번 가본 부여 낙화암을 연상시킨다.

바닷물이 맑아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호수변에는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정교회 성당이 있다. 25미터 동굴로 되어 있다.

 

호수변을 따라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일몰 직전나 직후에 딱 좋을 듯하다.  

 

가까이 가도 꼼짝 않지 않고 앉아서 쉬고 있다.

몸집이 엄청난 이 날짐승의 정체는?

거위, 기러기, 칠면조, 오리?

바로 머스코비오리(muscovy duck, Cairina moschata)다.

산책 나온 사람들을 전혀 피하지 않는다.

아, 이 호수의 주인장이 너로구나!!!

 

언덕 위 호수 전망대에서 호수변을 따라 걸으면서 아래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7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4. 05:05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5편에 이은 글이다.

크레타 여행 다섯째 날이다. 전날 밤 대여차 업체로 가서 서류 작성을 다 마쳤다. 성수기라 종합보험이 된 자동 소형차 1일 비용이 65유로다. 차는 다음날 호텔 숙소 주차장에서 받았다. 습관적으로 시동을 걸기 전 차량의 모든 면을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어디로 먼저 갈까?

첫날 목적지는 크레타 동쪽 끝에 위치한 바이 해수욕장(Vai Beach)다. 구글 지도상 걸는 139km다. 소요시간은 2시간 20분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1시간 10분 걸리는 거리다. 산악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지고 있음이 쉽게 짐작된다. 이날 이동 거리의 딱 반인 곳(Pachia Ammos Beach Παραλία Παχιά Άμμος)에서 오전 커피를 마신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산들을 넘고 넘고 또 넘어야 시티아(Sitia) 도시가 나온다. 산은 민둥민둥하지도 않고 울창하지도 않지만 소나무 등으로 푸르거나 올리브나무 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잠시 쉬는 곳의 해변은 조약돌 해변이다. 파도가 심하게 일어 해수욕하고자 하는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꾸불꾸불한 도로를 따라 마침내 이색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도로를 따라 왼쪽에 야자나무 군락지가 천수(千手)를 쫙 벌려 환영하는 듯하다. 

 

"여기가 자생 야자나무로 유명한 바이 해수욕장이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낮 12시 전에 도착하는데도 주차장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다.

승용차 하루 주차비는 3유로다. 사유지라면 참 돈벌기 쉽겠구나!!!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큰양산이 아니라 야자나무가 그늘을 만든다.  

 

주차장에서 바이 해수욕장 반대쪽 끝까지 걸어가면서 아래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번 크레타 여행에서 가장 잔잔한 해수욕장이 바로 이 바이 해수욕장이다.

잔잔하고 깨끗하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수영을 잘하면 할수록 더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이다.

대체로 바닥이 돌로 되어 있다.

 

수심이 좀 더 얕은 입구쪽으로 사람들이 몰려 있다. 

물놀이 기구도 있다. 

 

시간이 넉넉하면 오리배를 타고 눈앞에 보이는 돌섬으로 가서 물고기 구경도 할 수 있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반복한다.

 

발트해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맑은 비취색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이 즐겁다.

  

이제 야자나무 숲으로 들어가본다. 야자나무(Phoenix theophrasti) 수천 그루가 계곡에서 해변까지 뻗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야자나무 숲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아랍 해적들이 이곳에 와서 가져온 대추야자 열매를 먹고 땅에 던진 것에서부터 야자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큰양산을 대여하는 대신 여기저기 야자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이 쉬고 있다.

 

 

비취색 바다,

황금색 모래,

푸른 야자나무 숲이

한 곳에 모인 해수욕장이  바로 바이 해수욕장이다.  

 

이제 언덕으로 올라가 전망대에서 바라본다.

오른쪽에 있는 해수욕장은 옷을 다 벗고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바위 구멍으로 바라본 바이 해수욕장이다.

 

이런 바다 풍경을 볼 때마다 그곳에 가고 싶어진다.

가도 가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이 해수욕장이다.

실제로 왕복 여섯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 부부는 바이 해수욕장에 대만족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한번 바이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4. 01:36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4편에 이은 글이다.

숙소가 크레타 주도 헤라클리온(이라클리온)에서 동쪽으로 2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고우베스(Gouves)라 여행 셋째 날에 비로소 주도로 가보기로 한다. 아직 대여차를 이용하지 않는 날이라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숙소가 해변 가까이 있으면 대중교통이 다니는 대로까지 걸어서 나와야 한다.

 

그리스 대중교통이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을까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분 후 안내판에 지정된 시간에 와야 할 버스가 오지를 않는다.  8월 하순 햇볕도 따갑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올리브나무밭 그늘에서 이를 피한다.  30분을 더 기다려서 다음 지정된 시간에 오는 버스를 탄다. 이 버스도 10분 늦어서 도착한다. 

 

우연히  정류장 버스간표 위에 적혀 있는 숫자가 눈에 크게 들어온다. 안내판 위에 적힌 13이라는 숫자가 정류장 이름보다 더 중요함을 돌아오는 버스에서 알게 되었다. 그리스에서는 여전히 버스 안내원이 일하고 있다.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 13이라는 숫자가 건너편에서도 뛴다.

 

헤라클리온 중앙 버스역에서 내려 손쉽게 구시가지로 향한다. 굳이 구글 지도를 보지 않더라도 함께 타고 사람들 대부분이 향하는 곳이 바로 구시가지라 따라가면 된다.

 

구시가지 성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 근처 동쪽 구시가지 건물에서는 도저히 예스러움을 느낄 수가 없다. 여기도 2차 세계대전 때 대규모 포격을 받았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좁은 거리와 골목을 따라 서쪽으로 갈수록 이제야 구시가지에 와 있음을 실감시키는 베네치아 시대(13-17세기) 건물 등이 보인다.

 

성(聖) 티투스(Titus 티토, 디도) 대성당이다. 성 티투스는 크레타의 수호성인이다.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졌다가 여러 차례 파괴되어 베네치아 시대였던 16세기에 복원되어 가톨릭교 성당으로 그리고 오스만 시대에는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다가 20세 초반 그리스 정교회로 축성되었다.

   

관광객들로 가장 많이 붐비는 거리는 8월 25일이다. 1898년 8월 25일은 1669년부터 시작된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크레타가 독립한 날이다. 이 거리는 사자 분수대에서 베네치아 항구까지 이어진다. 사자 네 마리가 돌그릇을 이고 있는 모리시니 분수대를 사자 분수대로 부른다. 근처에는 성 마르코 대성당이 있다. 1205년부터 시작된 베네치아 시대에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인 성 마르코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이 보행자 거리 주변에는 식당과 가게가 즐비하다.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와 마늘이 식탐을 불러일으킨다.

 

 

8월 25일 거리를 따라 쭉 밑으로 내려가면 바다가 서서히 보인다. 

 

옛 유적에 둘러싸인 비취색 베네치아 항구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저 멀리 삼각형을 지닌 산은 이번 여행 내내 이정표 역할을 한다.  

 

베네치아 바다 요새로 오가는 동안 바람이 무척 세게 분다. 체구가 작은 나는 상체를 심하게 앞으로 기울게 해서 걷는다. 전화기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꼭 잡는다. 이런 바람을 맞은 기억은 어린 시절 어느 겨울날 한국의 고향 논길을 걸을 때였다.

 

이제 8월 25일 거리 도보여행을 영상에 다 담았으니 잠시 쉴 때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자마자 종업원이 제일 먼저 얼음이 담긴 잔과 물이 가득 가득 찬 병을 가져 준다. 북유럽 나라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무료 제공이다. 폭염과 갈증으로 지친 몸이 정말 고마워한다.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노아 문명의 크노소스 궁전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이제 숙소가 있는 고우베스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중앙 버스역으로 향한다.

 

3시 15분에 떠나는 버스 표를 구입했는데 버스가 역에 나타나지 않는다. 안내원에게 물으니 기다리라고만 답한다. 안내판에 버스 번호 143호를 이리저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같은 표로 3시 30분에 떠나는 다른 버스를 타게 된다.

 

그리스 버스 여행시 주요할 점은 1) 버스는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 확정된 버스도 오지 않을 수 있다. 2) 안내원에 물어볼 준비를 하고 대기하는 것이 좋다. 3) 내리는 곳의 지명뿐만 아니라 정류장 번호를 기억해 놓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안내원이 손님들에게 일일이 어느 곳에 내릴 것인지 묻는다. 이때 내리는 곳의 지명보다는 정류장 안내판 표시판 숫자를 묻는다. 다행히 아침에 출발한 정류장의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헤라클리온 구시가지 거리 모습을 4K 도보 영상에 담고 있는 내 모습을 몰래찍사 아내가 기록으로 남긴다.

 

이날 찍은 헤라클리온 도보여행 영상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5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11. 23:21

그리스 크레타 여행 3편에 이은 글이다.

넷째 날은 숙소인 하라 일리오스 호텔에서 동쪽으로 세리타 비치 호텔까 도보로 걷는다. 해변 따라 왕복 14킬로미터를 걸었다. 

 

7박을 하는 동안 거의 매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 우리 숙소가 있는 곳은 카토 고우베스(Kato Gouves)다. 호텔 정원에는 분홍색 부겐빌레아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그런데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종려나무 가지에 하얀색 실이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이다.

 

고우베스 서쪽보다는 동쪽이 해수욕장과 숙박시설이 훨씬 더 발달되어 있다.

아내는 수영복 차림으로 걷는다.

걷다가 수영하기 좋은 곳이 있으면 그대로 바닷속으로 풍덩~~~

 

아래 걷기 영상은 아포셀레미(Aposelemi) 해수욕장을 담고 있다. 

숙소가 있은 카토 고우베스(Kato Gouves)와 아날립시(Analipsi) 사이에 있는 해변이다.

아포셀레미 강이 에게해와 만나는 장소이다.

아직은 휴양지 해수욕장으로 개발되지 않은 곳이다. 

 

 

 

천연 수영장이다.

바닷속 뻗어있는 바위가 파도 더미를 막아주고 있다.

그냥 지날칠 수 없어 저 탕에 한번 몸을 담가본다.

 

건기에는 모래가 바다를 막아버려 아포셀레미 강은 길쭉한 저수지가 된 듯하다.

이 강을 조금만 지나면 소형 성당이 나온다.

아기오스 디미트리오스 그리스 정교 성당이다. 

 

성당 내부는 어떨까?

사면은 선명한 색채로 성화가 그려져 있다. 

 

아날립시 해수욕장 입구에 또 하나의 작은 성당을 만난다.

아기아 마리나 아날립시스 성당이다.

 

성당 바로 옆에 있는 타마리스크(에셀 tamarisk, eshel, athl)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서 지친 발과 다리를 잠시 쉬게 한다.

그 사이 아내는 해수욕 욕구를 참지 못하고 저 바닷속 어딘가에 머리를 내밀고 수영을 하고 있다. ㅎㅎㅎ 

 

쉬면서 어디까지 해변을 따라 가볼까를 궁리한다.

내친김에 제일 끝에 점처럼 보이는 타마리스크 나무까지 가기로 한다. 

가면서 아날립시 해수욕장 전체를 영상에 담는다.

 

 

파도에 밀려와 해변에 자리 잡은 종려나무 가지다.

 

아기아 마리나 아날립시스 성당 타마리스크 나무 그늘에서 걸어서 35분만에 닿은 곳이다.
이곳에 타마리스크 세 그루가 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 그늘에서 짧은 낮잠을 자기도 하고
이렇게 앉아 에게해를 바라보면서 일체 생각을 놓아보기도 한다.
이번 여행 중 이날이 가장 많이 걸은 날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9. 20:56

그리스 크레타 여행 1편에 이은 글이다.

다행히 우리 호텔은 공항에서 세 번째로 서는 곳이다. 이런 여행사 관광상품을 이용할 때는 가급적 공항에 가까운 호텔을 선호한다. 전세버스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호텔로 여행객들을 내려주고 태우기 때문이다. 거리상 20분이면 충분할 듯한데 전세버스로는 1시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7시 40분 이라클리온(헤라클리온) 공항에 착륙해서 호텔에 도착하니 9시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올리브 밭 오케스타라가 환영 공연을 펼친다. 연주자들은 다름 아닌 지중해 매미다. 여름밤 사랑방에서 듣는 개골개골 개구리 울음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해가 진 이후에도 매매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좀 귀에 거슬렸지만 금방 매미소리가 세상 소리 중 하나로 익숙해지고 친숙해진다.

 

 

아직 정해진 입실시간(보통 오후 2시부터)은 아니지만 입실절차를 친절하게 밟아준다. 짐가방은 맞이실(호텔 로비) 아무 데나 놓고 12시에 오라고 한다. 도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혹시 있을 급한 일을 위해 가져 간 노트북은 맡기고 나머지 짐가방들은 맞이실 의자 뒤에 놓는다. 귀중품 보관실이나 보관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안내원 의자 뒤편 선반이다. 

 

세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곧장 인근 해변으로 간다. 비취색 바다는 보기만 해도 이국적이다. 해수욕을 즐기는 아내는 바다로 첨벙~~~ 나는 가방지킴이 ㅎㅎㅎ 사실 지킬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자킨토스 여행에서는대체로 음료수를 시키면 큰양산(파라솔)과 해변침대(비치침대)를 그냥 사용할 수 있는데 이곳 크레타 고우베스(Gouves) 해수욕장은 해변침대 한 개당 3유로, 큰양산 1개당 3유로 가격이다. 아침나절인데도 해변에 쫙 깔린 해변침대는 거의 다 사람들로 차 있다.      

 

12시에  호텔로 돌아와 방배정과 입실 안내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경험상 안내원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이 너무 흘려서 부드러운 말투로 물아본다

 

"12시에 오라고 해서 왔는데 아직 입실 준비가 되지 않았나?" 
"12시 이후에 오라고 했지 12시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같은 관광상품으로 리투아니아에서 온 두 쌍이 아침 9시 입실절차를 밟을 때 동시에 12시라고 들었는데..."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 그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기다리는 장소를 맞이실에서 호텔 식당으로 옮긴다. 음식 메뉴를 살펴보니 그렇게 비싸지가 않다. 주음식이 10유로 내외다. 
 
이에 반해 미토스(Mythos) 맥주 500cc가 6유로다!
크레타 다른 곳에서는 보통 3.5-4.5 유로다. 지난 4월에 여행한 스페인령 테네리페의 맥주값 1.5유로를 생각하니 엄청 비싸다. 2시경 맞이대로 가니 나이 든 안내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띄우면서 우릴 반긴다.
 
"웬일?!"
"비싼 맥주를 마셔 호텔 매상을 올려주었더니... ㅋㅋㅋ"
"아니면 얌전히 기다려 주었을까..."
 
 
안내원이 직접 호텔방으로 안내해주면서 말한다. 
"일반실로 예약됐는데 일반실이 다 차서 특실을 주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라도 특실 손님이 있고 일반실이 비워 있으면 그 전날 미리 방을 옮겨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조금 전 미소가 이런 횡재를 암시한 것일까?
1층에 있는 특실은 개인 수영장이 딸린 방이고 2층 특실은 넓은 발코니가 있는 방이다. 
 
부킹닷컴으로 특실 가격을 알아보니 전일정 호텔 숙박비가 선택한 관광상품 가격의 두 배다. 다른 일행 한 쌍은 예정대로 일반실을 배정 받았다. 안내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얌전히 호텔 매상을 약간이나마 올려준 덕분일까... ㅋㅋㅋ 여러 생각이 든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각각 분리되어 있다. 간이식탁용 탁자와 하나가 된 세면대가 확 열려 있다.

  

커튼 두 개의 위치가 다른 것이 인상적이다. 보통 밝은 색 커튼이 창문 쪽에 있고 어두운 색 커튼이 방 쪽으로 있는데 이 방은 반대로 되어 있다. 뜨거운 햇빛을 가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서 어둡고 두꺼운 커튼을 창문 쪽으로 놓았을 것이다.

이를 본 아내는 우리집 커튼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밝은 색 커튼을 방 쪽으로!

  

일반실이 있는 건물의 모습이다.
파란 하늘, 하얀 건물, 파란 현관문, 분홍 꽃, 푸른 정원!!!
그리스의 멋!!!
 
해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호텔 내 수영장이 있다.  
 
출국을 하는 날은 새벽 6시에 떠나야 한다. 전날 아침 도시락 준비를 부탁하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1박당 3유로 세금을 전날 미리 내고 호텔 식당에서 편하게 식사를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7박을 하는 동안 객실을 옮겨달라는 안내가 없었다.
지금껏 가족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은 호텔방에 잔 여행이 이번이다. 
호텔 뜰에는 석류가 익어가고 있다.
언젠가 9월이나 10월에 크레타로 다시 오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9. 05:02

여름철 한 번이라도 가족여행을 떠나는데 올해는 여러 여건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서도 아내는 수시로 여행상품을 검색해본다. 불가리아 흑해로 갈까, 튀르키예로 국명을 바꾼 터키로 갈까,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갈까... 
 
그러다가 주말에 일이 있는 나를 제외한 식구들은 목요일에 훌쩍 발트해 해변으로 떠나버렸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아내는 자꾸 여행상품을 알려준다. 여름철은 북위 55도 이상에 위치해 있는 발트 3국이 무더운 남유럽보다는 훨씬 좋다. 남유럽 사람들이 피서하기 위해 오는 발트 3국을 버리고 이글거리는 남쪽의 폭염 속으로 들어가기가 주저된다. 
 
하지만 지중해 비취색 바다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래서 8월 16일 새벽 4시 20분에 출국하는 전세기 여행상품을 인 터넷으로 8월 13일 예약했다. 4성급 호텔 7박 상품이 650유로다. 이 가격은 비행기 왕복 비용, 조식 제공 호텔 숙박비, 공항-호텔-공항 교통편 제공  일체를 포함한다.
노바투라스(Novaturas)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인적 사항을 순서대로 기재하면서 관광상품을 구입한다. 이때 화면에 뜨는 KN (여행자번호)를 적거나 기억해 두어야 한다. 결제를 마치고 여행자 여권 정보를 입력할 때 이 번호가 필요하다.
 
여행서류(여권) 발행 국가란에 Korėja(Korea의 리투아니아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Korea 두 개(즉 북한, 남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데 Korea 하나만 있으니 순간적으로 기분이 엄청 좋다. 마치 한국이 통일이 된 듯해서다. 그런데 국적란에는 아무리 찾아도 대한민국도 없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없다. 난감하다. 이 국적란을 채울 수가 없으니 상품 구입을 완료할 수가 없다. Korėja 국명을 찾으려고 하다가 우연히 Kongo가 눌러지게 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버렸다.   

 

눈앞이 캄캄하다. 이를 어쩐담! 토요일이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는다. 담당자 편지주소가 있다. 여행서류 발행국가란에는 한국이 있지만 국적란에는 한국이 없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고 우연찮게 Kongo를 선택 정보입력을 마쳤으나 꼭 국적을 수정하길 부탁했다.  
 
답이 없다. 다음날 14일 저녁에 되어서야 답이 왔다. 분명 편지에 대한민국이라고 했지만 Korea 둘 중 어느 것이냐고 묻는다. 빨리 Corea 하나로 되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출국 하기 하루 전날인 8월 15일 오전 국적을 변경했다라는 연락이 왔다. 이렇게 비로소 안심을 다음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여행사 홈페이지 국적란에도 Korėja가 들어간 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여행사 관광상품을 앞으로 한번 더 이용해야 할 듯하다. 주말이라 소통이 어려웠지만 여행사 전세기로 여행을 떠나는 장점 중 하나가 이럴 것이 아닐까...
 
 
리투아니아 국영 항공사가 여러 해 전에 파산이 되어 지금은 주로 여행사의 전세기를 이용하는 회사로 변했다. 새벽 4시 10분 출발하는 전세기 비행기다. 인터넷으로 전날 탑승수속(체크인)을 마친다. 집에서 새벽 3시에 볼트앱(Bolt App)을 이용해 택시를 탄다. 새벽인데도 빌뉴스공항은 출국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쉥겐조약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내 수하물 검사만 하고 곧장 탑승장으로 향한다.
 
거의 잠을 자지 않아서 비행기 안에서 잠이 올 것이라 여겼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시상(詩想)을 떠올려 본다. 동쪽 하늘에는 계명성이 반짝거리면서 안전한 비행을 수호하는 듯하다.
 
붉은 태양이 솟아오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에게해가 눈 아래 펼쳐지고 이어서 올리브밭으로 짜집기 된 크레타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3시간 비행 후 크레타 이라클리온(헤라클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쉥겐조약국이라 입국심사가 없으니 만사가 일사천리다. 짐을 찾고 나가서 여행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대기한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한다.
 
아래는 크레타 섬 상공에서 착륙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4. 16:34

참비카(Tsambika, Tsampika 참피카) 해수욕장은 그리스 로도스 섬에서 아름다운 해수욕장 중 하나로 꼽힌다. 로도스 섬의 동해안 지중해에 있다. 길쭉하고 폭이 넓고 수상놀이 기구를 갖춘 해수욕장이다. 
 
프라소니시 해수욕장에서 숙소가 있는 테올로고스로 돌아오는 길 참비카 해수욕장을 방문한다. 참비카 이름은 아래 사진 속 바위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수도원의 이름에서 왔다.   
 

벌써 석양이 비치는 해수욕장이라 사람들은 거의 자리를 떠났다. 해변의자 두 개 사용료 10유로 안내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로도스 엘리 해수욕장은 3유로였고, 린도스 해수욕장은 무려 40유로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본 로도스 대부분 해수욕장은 조약돌 혹은 조약돌이 섞인 모래 해변이다. 하지만 참비카 해수욕장은 황금빛 부드러운 모래 해변이다. 특히 뜨거운 폭염의 날씨엔 반드시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할 정도로 모래가 뜨겁다. 발바닥 화상을 주의해야 한다. 
 
240미터 높이에 비잔틴 수도원이 자리잡고 있다. 계단 350개를 따라 위로 올라간다. 전설에 의하면 잉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맨발로 올라가 성모 마리아에게 다산을 위해 기도한다. 이렇게 해서 낳은 아들은 참피코스(Tsampikos)라 부르고 딸은 참피카(Tsampika)라 부른다.

   

시간이 늦어서 수도원까지는 올라가지 못한다. 다음에 로도스를 또 여행할 시 꼭 가야 할 목록에 넣는 것으로 만족한다. 산 아래 해변 거대한 바위에 그려진 그리스 국기가 인상적이다. 그 뒤에는 모래 썰매장하기에 딱 좋은 모래언덕이 있다.

 

거의 끝에서 끝까지 쭉 걸어온 참비카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저 푸른 산 정상에 있는 참비카 수도원에서 남쪽으로 보면 참비카 해수욕장이고 북쪽으로 보면 콜림비아(Kolymbia, 콜림피아 Kolympia) 해수욕장이다. 로도스 섬에서는 처음으로 잔디가 깔린 정원을 밟아본다. 호텔 주차장인데 진입을 금지하거나 주차료를 따로 부과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해수욕장에 가서야 알게 된다. 

 

호텔이 해양산(파라솔)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음료 주문과는 관계없이 사용료를 받는다. 텅텅 빈 해변의자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얼마 후 수금원이 다가온다.

 

"침대 하나 하루 종일 사용료가 4유로다. 네 명이 네 개를 사용하니 합이 16유로다."

"오늘 저녁 출국해야 하므로 이곳에서 1시간 남짓 머무는데 하루 종일 사용료 4유로 내기가 주저된다."

"그러면 그렇게 해라."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다. 발길을 돌려서 가는 수금원을 쫓아가 5유로로 감사함을 표시한다.      

 

콜림비아 해수욕장은 모래와 작은 조약돌이 섞여 있다. 해변을 조금만 벗어나면 수심이 급격히 깊어진다. 수심이 깊으니 물이 차다. 수영을 하고 밖으로 나오면 한동안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낀다.

  

콜림비아는 해변을 따라 호텔과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해변을 따라 쭉 걸어본 콜림비아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그리스 로도스 섬 여행을 다 마치고 공항으로 떠나기 전 한 식당에 늦은 점심을 먹는다. 돼지목살 요리(10.5유로)다. 

 

돼지갈비 요리다. 한 사람이 다 먹을 수 없는 양이다. 대체로 그리스 식당의 주요리 양은 체구가 작은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다.

 

북유럽 발트 3국에서도 흔시 식당 메뉴에 들어가 있는 그리스 샐러드다. 핵심은 양유나 양유와 염소유를 혼합해서 만든 고소하고 쫀득한 페타치즈다. 그 외에도 상추, 피망, 양파, 토마토, 오이 등 채소가 들어간다.

 

발트 3국에서 먹는 그리스 샐러드에는 거의 대부분 호두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곳 그리스에서 먹는 그리스 샐러드에는 호두가 없는 흥미롭다.

 

8월 하순 그리스 로도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출국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비행기가 도착하지도 않았는데도 적혀 있는 시간대로 탑승 절차를 밟아준다. 출국장 건물 밖 통로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이 다가와 앞에 있는 Ryanair 비행기로 착각해 예정된 시간대로 탑승구를 열었다고 한다. 우리 비행기가 30분 연착한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런 일몰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로도스에 입국할 때도 일몰 광경을 조망하고 출국할 때도 이렇게 일몰 광경을 조망한다. 

 

태양이 바다에 닿자마자 우리가 타고 갈 Ryanair가 활주로에서 서서히 착륙장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해서 백신여권으로 올해 두 번째 그리스 여행을 마치고 빌뉴스 집으로 돌아간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10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3. 04:11

그리스 로도스 섬 여행에서 로도스 구시가지를 제외하고 가장 인상 깊은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남쪽에 있는 린도스(Lindos)다. 로도스 만드라키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유람선이 왜 린도스 관광상품을 열렬히 판매하고 있는지를 이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린도스는 로도스 도시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져 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도로 왼쪽에 전망대가 나온다. 건조한 여름철 돌산에는 식물들이 말라 있다. 저 멀리 낮은 야산에는 온통 하얀색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푸른 나무 위에는 성벽이 둘러싸여 있다. 지중해에 잡리잡은 잔잔한 만을 보고 있으니 린도스가 기원전 5세기 로도스 도시가 건설되기 전 이 섬에서 가장 번성한 무역항이었음이 어렵지 않게 믿어진다. 

 

기원전 10세기에 도리아인들이 세운 린도스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전설이나 동화 속 마을을 보는 듯하다. "여길 오길 참 잘했다."라는 식구들의 말이 이곳 여행의 모든 기쁨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하얀색 세계로 빨리 들어가 보고 싶다.   

 

푸른 나무의 정체는 대부분 올리브와 소나무다. 멀리서 볼 때는 한걸음에 저 정상 아크로폴리스까지 올라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니 그렇게 쉽지는 않겠다. 해발 116미터에 위치해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주차공간을 찾을 수가 없다. 그리스 주차제도는 이렇다. 도로에 파란 주차선이 그어져 있으면 유료다. 지역마다 시간별 주차비가 다르다. 노란 주차선은 상업용차, 경찰차, 관광차만 주차할 수 있다. 하얀 주차선은 무료다. 로도스 섬은 로도스 도시와 린도스를 제외한 곳은 대부분 무료 주차다.

  

비록 비포장되어 있지만 무료주차 공간을 확보한다.

 

마을 입구에는 산정상 아크로폴리스까지 태워주는 당나귀들이 순서 따라 대기하고 있다. 1인당 운임은 5유로다. 나 하나의 고생을 동물의 희생으로 대신하길 거부하는 가족 덕분에 발품을 팔아 위로 위로 올라간다.   

 

 

입구에서 아크로폴리스까지 올라가면서 이 거리 저 거리를 4K 영상에 담아본다. 아크로폴리스 일반 입장료는 1인당 12유로다. 

 

 

산중턱에서 바라보는 린도스 해수욕장 전경이다. 다음 행선지가 저곳이다. 

   

이날 린도스는 낮 32도다. 언덕길을 올라오면서 사우나 못지않게 땀이 흐른다. 가만히 앉아 있으니 땀이 비오 듯하다. 이때가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맥주도 제일 맛있는 순간이다.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신 맥주(500cc 5유로)가 훌쩍 반을 넘어버린다. 

  

비잔틴, 중세, 아랍 양식이 뒤섞인 린도스 건축물을 내려다보면서 다른 쪽으로 하향한다. 맨질맨질한 돌길은 정말 미끄럽다. 샌들을 벗어야 할 지경이다. 벗고보니 폭염에 달구어진 돌바닥 때문에 이제는 발바닥이 고생이다. 

 

 

뛰다시피 좁은 골목길따라 내려온다. 온갖 상점들이 발길과 눈길을 잡는다. 

 

여행하는 동안 내내 낮온도가 25도 내외였는데 이날만 30도를 넘는다. 얼음에 묻힌 오렌지 음료수가 이날의 폭염적인 날씨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해수욕장의 해양산(파라솔)도 하얀색 일색이다. 

 

 

린도스 해변의자 한 개당 사용료가 음료수 주문과는 전혀 상관없이 20유로다. 로도스 해수욕장 어느 곳에는 해변의자 2개 사용료가 3유로였다. 이를 통해 린도스에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용료가 이렇게 비싸면 편하게 하는 일광욕보다 해수욕을 더 많이 하면 된다. ㅎㅎㅎ 

푸른 올리브

하얀 주거지

푸른 소나무

회갈색 성벽을

층층히 바라보면서 비취색 맑은 바닷물에서 수영을 하고 있으니 근심걱정 없는 낙원이 바로 여기임을 느껴본다.  

 

끝에서 끝으로 걸어가면서 8월 하순 린도스 해수욕장 모습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남쪽에서 바라보는 린도스 전경이다. 바위산 정상에 세워진 아크로폴리스의 위용이 더욱 돋보인다.  

 

성 바울(폴, 바울로) 만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린도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보면 성 바울 만은 마치 비취색 하트 모양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9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2. 14:43

그리스 로도스의 테올로고스에서 머물면서 거의 섬을 일주하면서 여행을 하고 있다. 청록빛 해변을 따라 가다보면 굽이굽이 산길이 나온다. 때론 긴 오르막길 때론 긴 내리막길을 마주한다.  
 

산골마을 모놀리토스(Monolithos)를 지나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위에 사진에 보듯이 낮은 오르막길이 나온다. 도로 왼쪽에 개간한 올리브 밭에서 과일과 기름을 파는 노점상을 만난다.

 

갓 따온 듯한 무화과 열매가 꿀벌을 불러들이고 있다. 사서 먹어보니 꿀벌 때문인지 그야말로 꿀맛이다.

  

숙소에서 출발해서 1시간 반만에 프라소니시 해변에 도착한다. 마지막 고갯길을 넘어 돌면 광활한 모래사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로도스 섬의 남쪽 극점은 이렇게 모래사장 해변이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이 프라소니시다. 로도스 중심도시에서 남서쪽으로 90km 떨어져 있다. 프라소니시는 그리스어로 초록섬을 뜻한다. 

 

프라소니시 해변을 쭉 걸으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프라소니시는 섬이기도 하고 육지이기도 하다. 여름철 바닷물 높이가 낮을 때는 로도스 섬에 붙은 반도가 되고 겨울철 바닷물 높이가 높을 때는 섬이 된다. 카이트서핑 명소답게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카이트들이 이리저리 파란 하늘을 색칠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모래사장으로 두 개의 섬이 연결되어 있다. 이 모래사장이 서로 다른 수상스포츠의 경계를 이룬다. 서쪽(아래 사진에서 왼쪽)은 에게해이고 동쪽(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은 지중해이다.

 

에게해 쪽은 상대적으로 바람과 파도가 강해서 주로 카이트서핑이나 숙련자에게 적합하다.

 

 

이날 카이트서핑을 서너 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즐긴 큰딸에게 물어본다.

"왜 여기가 좋나?"

"파도와 바람이 적당하고 무엇보다도 수심이 얕아서 좋다."

  

카이트서핑 에게헤 쪽 풍경을 아이폰 12 프로맥스로 4K 영상에 담아본다.

 

 

지중해 쪽은 상대적으로 파도가 잔잔해서 윈드서핑이나 초보자들에게 적합하다.

 

 

윈드서핑 지중해 쪽 풍경을 아이폰 12 프로맥스로 4K 영상에 담아본다.

 

 

그리고 지중해 쪽 해변 끝에는 해수욕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같은 해변에서 해수욕를 즐기는 사람들,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카이트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 않고 각자 공간에서 놀 수가 있어 좋은 곳이 바로 이 프라소니시 해변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2. 04:25

그리스 로도스 섬에서는 고대도시 3개 있다. 북쪽 이알리수수(Ialysus), 남쪽 Lindos(린도스) 그리고 북서쪽 카미로스(Kamiros)다. 이 세 도시는 기원전 5세기에 강력한 로도스의 도시국가를 형성했다. 고대 카미로스는 농업이 주를 이루고 올리브 오일, 포도 그리고 무화과 열매를 생산했다. 고대 카미로스는 로도스 도시에서 50km 떨어져 있다.  
 
아래 사진은 카미로스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전경이다. 저 푸른 산등성이 너머에 지금은 폐허가 된 고대도시가 있다. 어떤 모습일까? 구글지도 위치: https://goo.gl/maps/ZgGDHsB5r675VNgLA
 

해변 해수욕장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산비탈 두 개 사이에 넓직한 계곡에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입장료 6유로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이동 안내 표시를 따라 능선을 따라 간다. 25세 미만 유럽연합 회원국 거주민은 입장이 무료이다.     

 

고대 카미로스는 기원전 16세기에서 기원전 12세기 무렵에 그리스 반도로 남하해 스파르타, 코린토스 등의 폴리스를 건설한 도리스인에 의해 세워졌다. 기원전 226년과 기원전 142년 두 차례 지진으로 파괴되어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되었다 . 지금은 유적만 풍화되어 가고 있다. 당시 거주민들은 로도스 도시로 이주했다.

 

 

윗부분인 산정상에는 아크로폴리스와 함께 아테나 신전 그리고 스토아(stoa - 지붕이 있는 통로)의 유적이 남아 있다. 또기원전 6세기에 지은 수조가 있다. 빗물을 받아 보관해 4백 가정에 물을 공급했다. 그 바로 밑에는 대로 양쪽으로 주거시설이 펼쳐져 있다. 제일 밑부분에는 신전과 아고라 등이 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발굴 작업이 이루어졌다. 

 

산정상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면 주변에는 지금도 올리브와 무화과 나무 재배지를 흔히 볼 수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로도스 섬에서 가장 높은 산 아타비로스(Attavyros 1215m)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스토아(stoa - 지붕이 있는 통로) 건물의 쓰러져 있는 기둥이다. 기둥의 가운데를 뚫어서 돌 등을 섞은 골재를 넣어 기둥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외관은 사암 기둥인데 안에는 이렇게 단단한 골재가 들어가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기둥의 내부구조를 새롭게 알 수 있게 해준 좋은 기회다. 

 

 

산정상 아크로폴리스에서 바라보는 고대도시 카미로스 전경이다. 

 

산아래 아고라 광장에서 바라본 고대도시 카미로스 전경이다. 3000여년 전에도 이렇게 광장에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가운데 공터가 분수광장이다.

 

기원전 3세기에 세워진 아폴로 신전의 도리스 양식 기둥이 남아 있다.

 

참고로 고대 그리스 건축 양식의 대표적 세 가지는 도리스 양식, 이오니아 양식 그리고 코린트 양식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신전 기둥의 상단 모양이 각각 양식에 따라 다르다. 상이 도리스 양식, 중이 이오니아 양식, 하가 코린트 양식이다. 

 

이제는 산정상 아크로폴리스에서 산기슭 아고라 광장까지 걸어오면서 고대도시를 4K 영상에 담아본다.

 

 

 

고대도시에서 나와서 이곳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 바로 산 아래 해변에 위치한다. 무료주차라는 안내판이 걸려있는 한 식당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무료주차는 곧 가격더함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구글지도 위치: https://goo.gl/maps/34u8UUPat693NYYc7 

 

해변은 조약돌로 이루어져 있다. 물신발이 필요한 곳이다. 해변 수심은 얕다.

 

따가운 햇볕 아래 3000여년 고대도시의 숨결을 느끼느라 달아오른 육신을 비취색 바다에 적신다.  

 

카미로스 해수욕장 전경을 아이폰 12 프로맥스로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7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1. 05:46

그리스 로도스 섬 여행에서 5박을 머문 곳이 테올로고스(Theologos)다. 테올로고스는 로도스 섬 서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로도스 중심도시에서 19km 떨어진 곳이다. 공항이라 이륙하는 비행기 굉음을 감내해야 하는 곳이다. 다행히 한밤에는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 
 
우리가 머문 곳은 이 마을 중심에서 떨어진 외곽이다. 집주인 할머니가 직접 기거하면서 관리하는 민박집(Annabel)이다. 구조는 부엌 겸 거실 그리고 방 두 개다.   

 

어린 시절 한국 시골 꽃밭에서 자주 보았던 극락조화를 만나니 참으로 참 반갑다.

 

지중해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궁화속 꽃이다. 부상화, 불상화, 하와이무궁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민박집에서 맞는 일출 광경이다.  

 

아침마다 민박집 할머니는 그리스 과일을 선물로 가져다준다. 나를 제외한 다른 식구들 모두 이 열매의 정체를 모른다. 씨앗과 함께 먹어야 할지 씨앗을 발라내고 먹어야 할지... 

 

바로 백년초 선인장의 열매다. 당뇨병 예방, 체중 감량, 피부미용, 관절염, 골다공증 예방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색과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은 가족 덕분에 거의 다 홀로 먹는다.

 

민박집 발코니에서 볼 수 있는 에게해 모습이다. 바로 인근에 카이트서핑센터가 있다.  

 

테올로고스 해변은 대부분 조약돌로 이뤄져 있다. 바닷속도 돌이다. 편하게 해수욕을 하려면 물신발을 싣는 것이 좋다. 자주 크거나 작은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인다. 그래서 섬의 동해안 해수욕장보다는 이곳의 해수욕장에 상대적으로 휴양객들이 적어 자유로운 공간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늘 바람이 있어 윈드서핑이나 카이트서핑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카이트서핑을 취미로 하는 큰딸을 위해 일부러 숙소를 서해안 테올로고스로 잡았다.

 

테올로고스 해수욕장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쭉 걸어가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테올로고스에 머물면서 여러 차례 에게해 일몰을 조망한다.  

 

카이트서핑을 하는 사람이 지금 일출일까 일몰일까를 마치 우리에게 물어보는 듯하다. ㅎㅎㅎ

 

다홍빛 천에 노란띠 백색 동그라미로 오래 놓은 듯한 석양 아래서 홀로 카이트서핑을 하는 사람의 기분은 상상만 해도 내 입가엔 황홀감의 미소가 흐른다.

   

이제 석양은 빨간 앵두알로 변해 에게해 검푸른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일몰에 홀로 카이트서핑하는 모습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에게해 일몰 풍경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6. 14:50

그리스 로도스의 거상이 있던 곳에서 일출 광경을 조망[관련글은 여기로]한 후 발걸음을 구시가지로 향한다. 로도스 구시가지는 에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이 점령(1309-1523)해 요새화한 곳이다. 유럽 중세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어울려 있다. 먼저 이른 아침 구시가지 산책을 하면서 촬영한 4K 영상(삼성 갤럭시 7)으로 로도스 구시가지 모습을 소개한다. 
 
일출 직후 동쪽에서 막 떠오르는 태양의 부드러운 햇살이 부딛히는 석벽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이 나 홀로 산책에 축복감과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간간이 청소차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하고 적막하다. 자유의 성문에서 발가는 대로 이 거리 저 거리를 둘러보고 앙부아즈 성문으로 나온다. 그때서야 관광객들이 하나 둘씩 눈에 띈다. 
 
 
로도스 구시가지는 넓은 해자와 높은 성벽 그리고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만드라키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구시가지 성문은 자유의 성문(Liberty Gate)이다. 차도와 인도로 되어 있다.
 

구시가지는 1988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슬람 세력에 밀려나서 이곳에 자리잡은 성 요한 기사단은 엄청난 규모로 한동안 난공불락의 도시를 구축했다. 성당, 수도원, 병원, 성채, 성벽, 해자 등을 비롯한 이슬람 모스크 등의 건물들이 좁은 골목길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석벽이 풍화되고 있는 것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 안내판도 낡아가고 있다.   

 

자유의 성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조그마한 광장이 나온다. 유대인 순교자 광장이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보내진 로도스 유대인 1604명을 추모하기 위한 곳이다. 이중 살아남은 유대인은 15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건물의 발코니는 사진찍기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이 사진을 나중에 본 아내는 어떻게 발코니에 올라갔는지 몹시 궁금해 한다. 믿거나 말거나 공중부양술으로 올라갔다고 답한다. ㅎㅎㅎ

  

구시가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조약돌 바닥이다. 조약돌이 아주 촘촘히 박혀 있다. 주로 벽돌이나 큼직한 돌로 축조된 북유럽 구시가지 거리에서는 좀처럼 이런 조약돌 바닥 거리를 만나기 어렵다. 발바닥이 욱신거린다. 발바닥 안마에는 최고다.

  

구시가지에서 가장 관광객들이 범람하는 거리인 기사단의 거리(Street of the Knights, Odos Ippoton)다. 기사단 병원(현재는 고고학 박물관)에서 기사단장 궁전(Palace of the Grand Master of the Knights)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이탈리아-터키 전쟁(1911-1912)에서 승리한 이탈리아가 오스만 제국의 잔재를 제거하고 1930년대 고딕 양식으로 복원을 한 것이다. 사이에 풀 한 포기 없는 길쭉한 석조 고딕 건축물을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남유럽의 중세 시대에 시간여행을 진짜 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이 기사단의 거리 또한 사진찍기 명소답게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줄을 서야 하고 서로 양보와 이해를 해야 한다.

 

구시가지 내 선물가게나 상점이 많이 있는 소크라테스 거리 쪽으로 가려면 기사단의 거리로 방향을 틀지 말고 곧장 앞으로 쭉 가면 된다.

 

8월 하순 로도스 구시가지는 한마디로 코로나바이러스 시대가 완전히 지나간 듯하다. 단체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뭉쳐서 안내사와 함께 둘러보고 있다.

 

다른 날 늦은 오후에 구시가지 산책을 또 한다. 이번에는 앙부아즈 성문으로 들어가 자유의 성문으로 나온다. 먼저 아이폰 12 프로맥스로 촬영한 영상으로 구시가지 모습을 소개한다.  
 
 

 

로도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성문은 모두 11개다. 그중에 가장 웅장하고 멋진 성문은 앙부아즈 성문이다. 요새를 둘러싸고 있는 폭넓은 해자 위에 세워진 돌다리를 건너야 닿을 수 있다. 이 성문은 1512년 기사단장 앙부아즈에 의해 건설되었다. 

 

도시를 더 강력하게 보호하기 위해 성문 양쪽으로 세운 둥근 탑이 인상적이다. 문 석벽 위 하얀 대리석에는 기사단장 앙부아즈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앙부아즈 성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도시가 곧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통과한 후에도 세 개의 성문을 더 지나야 비로소 도시 내부 접근이 가능하다. 두 번째 성문의 목재가 세월 흐름을 잘 말해주고 있다. 밑은 썩어서 일부 사라졌다. 문 너머 보이는 건물이 기사단장 궁전이다.  

 

사암 성벽이 풍화되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조개 등 어패류와 작은 돌이 뒤섞여 있다.

 

로도스 구시가지의 핵심은 성 요한 기사단장 궁전이다. 원래 이곳은 태양의 신 헬리오스 신전 기초에 세워진 비잔틴 양식의 요새가 있었다. 성 요한 기사단이 이 요새를 개조해 기사단장 궁전으로 그리고 16세기부터 오스만 제국이 요새로 사용했다.

 

전쟁과 지진 등으로 심하게 손상되었으나 이탈리아가 이곳을 점령할 때 복원해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별장으로 활용했다. 1948년 그리스로 양도되었고 그리스는 이곳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두 가지가 놀랍다. 먼저 박물관 개장 시간이 상당히 이르고 늦다는 것이다. 아침 8시에 열고 저녁 8시에 닫는다. 발트 3국 박물관들은 보통 10시에 개장한다. 다른 하나는 대학생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 회원국 대학생들에게도 해당된다.

 

궁전 성인 입장료가 6유로다. 10유로짜리 복합입장권을 구입하면 네 군데를 다 방문할 수 있다. 네 군데는 기사단장 궁전, 고고학 박물관, 성(城) 성모 성당, 장식 예술 박물관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복합입장권을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표를 구입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직사각형의 넓은 마당이 나온다. 이 마당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전시실이 나온다. 순서대로 보고 밖으로 나와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입구 쪽에서 오른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윗층 전시실을 둘러볼 수 있다.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대 그리스 토기 유물들을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다니...

 

목재 바닥이 주를 이루는 북유럽 발트 3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자이크 바닥이다. 방수 시멘트와 작은 조약돌로 이루어져 있다.   

 

방마다 이런 모자이크로 바닥이 장식되어 있다.

 

복원하기 전 폐허가 되어 있는 궁전의 모습이다.

 

궁전을 둘러보면서 창문을 통해 밖의 구시가지를 감상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중세 시계탑과 모스크 첨탑이 보인다. 시간 속 기사단과 오스만의 공존을 말해주는 듯하다.

 

 

성 요한 기사단의 병원이었던 자리에 현재 고고학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1440년에 짓기 시작해 1489년에 완공된 대병원이었다. 이때 조선은 세종, 문종, 단종이 통치하던 시대다.  

 

2층 방마다 로도스와 인근 섬에서 발견된 고대와 중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1세기에 조각된 웅크려 씻고 있는 아프로디테(비너스) 상이다.

 

구시가지 성벽은 비잔틴 제국 시대의 방어벽 위에 세워졌다. 성 요한 기사단에 의해 보수되고 증축 추가되었다. 총 4킬로미터에 이른다. 군데군데 옹성과 방어탑을 구경하면서 성벽 해자를 따라 쭉 산책해본다. 

 

난공불락의 이 성벽도 결국엔 16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 의해 무너졌다. 성벽 해자 산책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렇게 2박 3일 체류하는 동안 로도스 구시가지를 세 번이나 둘러보았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1. 00:52

6월 중순 백신여권(백신접종증명서)으로 그리스 자킨토스를 다녀왔다(자킨토스 가족여행기 18편).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인 8월 하순 어디론가 또 여행을 가고자 한다. 이번에는 식구 4명이 함께 하기로 한다. 어디로 갈까가 고민이다. 6월에 다녀온 그리스가 마음에 들어 일단 그리스로 정한다. 이미 2명은 코르푸(Koffu)를 다녀왔고 2명은 자킨토스(Zakynthos)를 다녀왔다. 그래서 4명이 다 안 가본 곳을 선택한다. 

 

아테네, 케팔로니아, 크레타, 로도스, 산토리니, 타도스 등 아직 가보지 않은 것이 그리스의 관광지가 많다. 최종적으로 큰딸의 취미인 카이트서핑에 적합한 곳을 선택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그리스 도데카니사 제도의 역사적 행정적 중심인 로도스(Rhodes, Rodos, Rodi)다. 이 섬의 남쪽 극점에 있는 프라소니시(Prasonisi)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카이트서핑 명소다.
 
로도스는 크레타 섬에서 북동쪽에 자리하고 터키와 매우 근접해 있다.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인구는 11만명이다. 로도스로 여행간다고 하니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한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로도스 거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로도스에서 추정되는 거상의 자리에 꼭 가봐야지...
 
참고로 그리스인들이 꼽은 세계 7대 불가사의는 대피라미드, 바빌론 공중 정원, 알렉산드리아 등대, 에페소스 아르테미스 신전, 마우솔로스 영묘, 올림피아 제우스상, 로도스 거상이다. 아래 지도에서 로도스(Rhodes)의 지리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여행지를 결정했으니 이제는 항공편을 알아본다.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가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로도스까지 직항을 운행하고 있다. 여행짐을 최소한 챙겨 25cm x 40cm x 20cm 규격의 가방에 각자 담고 카이트서핑 용품을 위해 수화물 운송료를 따로 지불한다.
 
공항 탑승 대기실은 마스크 착용만 없다면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이전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날 카우나스 공항은 비행기 탑승을 위해 따로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곧 바로 비행기에 탑승한다. 좌석을 따로 구입하지 않아서 무작위로 받았는데 비상구 옆이다.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고 또한 창문을 통해 이륙과 착륙을 확 트이게 볼 수 있다.
 

 

세 시간 비행 후 석양이 비치는 로도스 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얀색 건물이 주를 이루고 있는 로도스 도시를 내려보고 있으니 정말 이렇게 그리스에 또 왔구나라고 느껴진다. 대형 크루즈가 항구에 정박해 있고 구시가지는 녹색나무 띠로 둘러싸여 있고 삼각형으로 뻗어나온 도심 엘리 해수욕장(Elli Beach)은 회갈색빛이다.

 

비행기가 활주로 사뿐히 내려 착륙장에 도착하자 비행기 날개 너머에 노란 해가 붉은 노을을 만들면서 지고 있다. 6월 중순 그리스에 입국할 때는 승객 한 명씩 입국심사를 세심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여권이나 백신여권 그리고 거주지신고서를 거의 확인하지 않고 질서만 통제하고 있다. 한꺼번에 여러 비행기에서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코로나바이러스 없는 사람 붐비는 기차중앙역처럼 보인다. 

 

렌트카 회사에서 마중을 나와 렌트카 사무실까지 안내한다. 숙소가 있는 로도스까지 가는 밤길이 참으로 고생스럽다. 구글지도가 안내하는 길이 공항 인근 도심을 통과하는데 주말 저녁이라 상인들을 위해 통행금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때론 좁은 도로 때론 비포장도로를 따라 힘들게 그 지역을 벗어난다. 아. 낯선 지역에서 밤길은 참 험난하구나!!!
 
 
이틀 묵을 숙소는 로도스 구시가지를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정한다. 조식이 포함된 호텔인데 상당히 만족스럽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1박에 방당 숙박료와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배정 받은 방이 6층이다. 그리스는 0충부터 시작한다. 즉 6층이 7층이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에게해에서 시원한 바람이 방안으로 쏴쏴 들어와 굳이 에어컨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8월 하순인데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거의 없다. 섭씨 25-30도다.

 

호텔 투숙절차를 마치자 밤 10시가 된다. 늦은 저녁을 먹는다. 물론 식당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로 자킨토스보다 로도스가 음식이나 술이 2-3유로 더 비싸다. 주요리만 시켜도 자킨토스 식당 대부분은 전식과 후식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곳 로도스 식당 대부분은 주문한 음식만 나온다. 
 
8일 동안 여행하면서 여러 식당을 다녔지만 후식을 무료로 제공한 식당은 딱 한 군데다. 그리스의 수박과 포도를 얼음과 함께 내놓는다. 제철인 포도는 참으로 달콤하다.  

 

다음날 호텔 조식 식탁 위 안내문이 눈길을 끈다. "음식은 여기서 드시고 가져가지 마세요." 투숙객들이 제법 많다. 빈 자리를 두리번거려야 할 정도다. 음식은 만족스럽다.    
 

로도스 섬 여행에서 가장 먼저 가본 곳은 도착 다음날 오전 엘리 해수욕장(Elli Beach)이다. 먼저 숙소 인근에 있는 디아고라스(Diagoras) 동상이 있는 광장부터 시작한다. 이곳 출신인 디아고라스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권투선수다. 고대 올림픽에서 두 차례 권투에서 우승을 했고 그의 세 아들 또한 올림픽 챔피언이다. 두 아들이 올림픽에서 우승한 아버지를 태우고 있다.

 

에게해에 연해 있는 조약돌 해변을 따라 북동쪽으로 쭉 걸어간다. 군데군데 해양산(파라솔)이 설치되어 있고 아직 사람들이 거의 없는 한가한 때다. 이날 에게해는 파도가 거세다. 
 

북동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사람들도 늘어나고 해양산 개수도 많아진다. 해변의자 두 개를 하루 종일 사용하는 비용이 3유로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이는 같은 해수욕장일지라도 에게해 해변 쪽은 지중해 해변 쪽보다 사람들이 덜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구시가지에서 좀 더 떨어져 있고 수심이 깊고 또한 오늘처럼 파도가 세기 때문일 것이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엘리 해수욕장에서 지형적으로 혀끝에 해당되는 에게해 해변쪽은 텅 비어 있다. 조약돌로 뒤섞인 해수욕장이다. 

 

에게해 혀끝쪽을 돌아 지중해로 돌아서니 갑자기 일광욕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해수욕을 하는 사람도 눈앞에 나타난다. 이곳은 파도부터 잔잔하다. 어디를 가든 이곳의 바닷물은 수정같이 맑다.

 

이날 거센 물결에 파도타기를 즐겨하는 사람에게는 에게해 쪽이 좋고 잔잔한 파도에 수영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에게는 지중해 쪽이 좋다. 전자는 한적한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고 후자는 북적거림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다. 이렇게 엘리 해수욕장은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저 바다 건너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바로 터키 땅이다. 파란색 단색의 하늘에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알록달록 수상 낙하산을 바라보면서 조약돌에 지친 발바닥을 한동안 쉬게 한다.

 

 

귀중품 지키기를 아내와 교대하고 나도 바다로 첨벙한다. 수영하면서 바다를 향해 얼마 가지 않았는데 발가락 끝이 바닥에 벌써 닿지를 않는다. 바닷물이 매우 짜니 조금만 사지를 움직여도 물에 떠있기가 용이하다. 

 

엘리 해수욕장의 명물 중 하나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뛰어들기 시설(다이빙대)이다. 해변에서 수영으로 도달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더라면 용기 내어 한번 뛰어내려 봤을 텐데 말이다. 해수욕장에 보이는 밝은 노란색 건물이 로도스 수족관이다.  

 

만드라키(Mandraki) 항구 근처에서 바라본 엘리 해수욕장 전경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양한 색깔의 해양산이 지중해 해변에 펼쳐져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임에도 이곳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구시가지 인근 있는 해수욕장이라 관광객들이나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해변 따라 식당, 카페, 술집, 호텔 등이 즐비하다.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만드라키 항구와 구시가지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디아고라스 동상 광장부터 만드라키 항구 시작점까지 쭉 걸어본 엘리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도보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15:12

꽃이나 화초를 좋아한다. 어릴 때 사랑방에서 천장까지 자라오른 바나나나무가 생각난다. 이번 그리스 자킨토스에서 6월 중순에 만난 화초를 소개한다. 우선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거리의 인도 화초다. 사람 다니기도 버거울 정도 좁은 인도에 사람들이 화초를 가꾸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사람들의 거리 통행에 방해가 된다고 화분을 철거하라는 민원이 제기될 법도 하다.    
 

라가나스 어느 호텔 마당에서 본 화초다. 시멘트 화분에서 고이 자라던 나무가 점점 크져 마침내 단단한 시멘트 화분 마저 깨부수고 말았다.  

 

화려한 분홍색 꽃이 가장 흔히 보인다. 이 꽃의 이름은 유도화 또는 협죽도(nerium oleander)이다. 지중해 연안 나라들에서 담장, 정원 등 관상용으로 많이 기르고 있다. 한국 제주도에서도 자생한다고 한다. 떨어져서 잎은 대나무잎 닮았고 꽃은 덩쿨장미꽃을 닮았다. 

 

숙소가 있는 호텔로 가는 거리에는 거의 집집마다 협죽도가 피어 있다.

 

진 꽃, 지는 꽃, 피는 꽃, 필 꽃이 공존하고 있다.

  

꽃향기가 좋아 코끝을 꽃잎까지 대면서 향기를 맡아본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협죽도는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식물이다. 독성분은 주로 잎에 분포되어 있고 꽃이 필 때 최고조에 이른다. 

 

협죽도는 붉은색 꽃도 있고 흰색 꽃도 있다.

 

화려한 아름다움과 향기로운 냄새를 지니고 있는 이 협죽도가 사람과 가축에게 해를 입힐 정도로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그래서 낯선 곳에서 낯선 식물은 늘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불빛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꽃이다.   

 

어릴 때 한국 시골집 담장에서도 자라던 무화과다. 

 

올리브 열매다. 

 

모래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건생식물이다.

 

거대한 벌이 건생식물 꽃에서 꽃물을 빨고 있다.

 

선인장 백년초가 노란꽃을 피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분꽃이다.

 

길을 가다 어디서 코에 익은 아주 은은한 향기가 나기에 냄새를 따라 가본다. 할아버지 수염 달린 듯한 인동덩굴(인동초 인동) 꽃이다. 어릴 때 시골집 담장에 자라던 그 인동덩굴을 이곳 그리스에서 다시 보다니... 꽃물이 달콤해 꽃을 따서 쭉쭉 빨곤한 어린 시절이 눈앞에 선하다.  

 

담벼락에 바짝 붙어 자라고 있는 어린 협죽도가 밝은 분홍꽃을 피우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15:11

그리스 자킨토스 섬을 여행하는 동안 숙소는 휴양지로 유명한 라가나스에 정한다. 매일 섬에 산재해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서 시간을 보낸다. 이날은 남서쪽에 위치한 케리 해수욕장(Keri Beach, Limni Keriou)을 찾아가본다. 숙소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있다. 가는 길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djvDfPjHEBKATQa46

 

 

케리 마을은 1953년 이오니아 제도 지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대부분 자킨토스 해수욕장처럼 이곳 해수욕장도 수심이 얕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자갈 투성이라는 것이다. 신발을 벗고 길지 않은 해변따라 가면 절로 발바닥 안마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바다 가운데 보이는 섬이 거북섬으로 불리는 마라토니시(Marathonisi) 섬이다. 특히 라가나스만 이곳에서 보호되고 있는 바다거북(Caretta Caretta)을 영락없이 닮았다. 케리에서도 거북섬 관광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섬은 무인도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모래해변은 바다거북이가 알을 부화하는 장소다. 이곳의 동굴은 해양생물 관찰(스노클링)의 명소다. 

     

해변 폭이 좁을 뿐만 아니라 온통 둥글둥글 동글동글 조약돌이다. 

 

조약돌 위로 자글자글 촤르르르 바닷물이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소리다.

 

 

 

동쪽으로 갈수록 몽돌의 크기가 굵다. 맨발로 걷기가 이 부분은 불편하다. 물기 없는 몽돌은 낮의 햇볕의 온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 따뜻하다. 등을 대고 누워서 떠다니는 요트와 거북섬을 한동안 지켜본다.

 

해변 따라 걸어가면서 케리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7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04:56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마을은 자킨토스 도시에서 북서쪽으로 32km 떨어져 있다. 행정 구역상 볼리메스(Volimes)에 속한다. 동일한 이름으로 자킨토스 최남단 부분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Saint Nicholas, Agios Nikolaos 아이오스 니콜라오스: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에서 그리스 국기를 알아보다)는 행정 구역상 바실리코스(Vasilikos)에 속한다.   

 

 

북서쪽에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마을은 50여명이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자킨토스 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철 자킨토스 도시 항구과 함께 케팔로니아 섬에 있는 페사다(Pessada)와 연결하는 연락선(페리) 선착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에서 유명한 나바지오 해수욕장으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보트가 출발한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DgganKkvAjPEo7pP8

 

이 마을로 가는 도로 양 옆으로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도처에 자라고 있다. 또한 원추형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사이프러스(지중해 측백나무)도 쉽게 볼 수 있다.

 

마을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온 것이 간판이다. 난파선 해변(나바지오 해수욕장)과 파란동굴 관광 표구입을 안내하는 간판이다. "Tickets 티켓을"이다. "티켓들"을 "티켓을"로 쓴 것일까? 아니면 "티켓을 (여기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를 줄인 것일까?
 
아무튼 이곳에서 한글을 만나니 반갑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통해 "태양의 후예" 촬영지를 많이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해변 식당 마당 위를 덮고 있는 포도나무에는 포도알이 영글고 있다. 도로변을 장식하고 있는 하얗게 칠한 화분에 피어난 꽃이 더욱 발갛게 보인다.

 

가운데 섬 이름도 마을 이름과 같다. 바람으로부터 항구를 보호하고 있다. 하얀 자갈로 이뤄진 작은 해수욕장이다. 늦은 오후라 거의 텅 비어 있다.

   

해수욕장 오른쪽 남쪽으로 갈수록 작은 자갈은 돌덩이로 바뀐다. 정박해 있는 요트와 배들이 바람따라 이리저리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바람놀이하는 붉은 배 세 척을 한참을 지켜본다.

 

 

 

대형요트는 바람따라 홀로섬을 시야에서 가리고 보여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해수욕장이자 포구다. 하얀색과 파란색 일색인 그리스 바다에 빨간색 배가 더욱 돋보인다.

 

여행 중 사진찍기만을 좋아하는데 여기서 한번 찍혀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04:55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을 떠나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에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항구로 가다보면 유황 냄새가 점점 강하게 코를 찌른다. 고개를 돌아 밑으로 가다보면 갑자기 오른쪽 앞에 새롭게 단장한 듯한 주차장이 나온다. 분명 근처에 명소가 있을 것만 같다. 여기가 바로 크씨기아(크시기아) 유황 해수욕장(Xigia sulfur beach)이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YRUGuzKV5fkDnhCh9 

 

 

같은 이름으로 유황 해수욕장이 둘이다. 지도에서 밑에 있는 첫 번째 해수욕장은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다른 하나는 위에 있는데 도로 옆에 있다. 후자가 차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우리가 들런 곳은 도로 옆에 있는 두 번째 해수욕장이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방향 도로에서는 이 해수욕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곳 주차장은 자킨토스에 드물게 있는 사설이라 유료다. 젊은 주차요원이 다가와 주차권을 내밀자 오래 머물지 않고 잠시 다녀올 것이라고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그리스는 융통성이나 이해심이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 나라이구나를 자킨토스에서 여러 번 체험하고 있다.  

 

주차장 끝지점으로 가면 감탄을 절로 자아내는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에 푹 안긴 아주 작은 해수욕장이다. 유황 냄새가 더욱 심하다. 말 그대로 비경이다. 자고로 보물은 숨어 있어야 더욱 빛나는 법이다.    

 

하얀 자갈과 모래가 뒤섞인 해수욕장이다. 청록빛 바닷물이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탁해 보인다. 이유인즉 이 바닷물에 유황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록빛 바다가 하얀빛을 띠고 있다.

 

유황은 항암작용뿐만 아니라 피부병, 염증제거, 살균작용, 당뇨병, 뼈강화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천연유황 바다에 몸을 담그지 않을 수가 없다.

 

자킨토스에 있는 여러 해수욕장과는 달리 여기는 해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갑자기 수심이 깊어진다. 탁해 보이지만 물은 깨끗하다. 물이 다소 차가운데 오히려 다른 해수욕장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함과 쾌적함을 주고 있다.

 

해변 절벽 그늘에서 여러 가족들이 자리를 차지해 한가함을 즐기고 있다. 구석진 곳에는 작은 매점이 있다. 음식은 절벽 위에 있는 식당이 바구니에 담아서 줄을 이용해서 밑으로 내려보낸다.

 

물 속에서 솟아난 작은 바위가 조류의 발로 보인다. 독소리나 칠면조가 물밑에 있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듯하다.

 

노천에서 동굴 속 안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주름지고 튀어나온 바위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파란 하늘, 직각에 가까운 암석 절벽, 청록빛과 하얀빛이 섞인 고요한 바다... 
오랜 시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바라만 보면서 머물고 싶은 곳이다.
 

생존 수영의 정수인 누워뜨기다. 두 다리를 쭉 뻗고 두 팔을 뻗어도 가라앉지를 않는다. 두 손과 두 발이 밖으로 드러나 있어도 말이다.

  

천연유황 해수욕장에서 수영하고 나오니 한동안 온몸이 미끈하고 썩은 달걀 냄새를 뿜어내고 있다. 다음 행선지인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항구로 향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5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6. 05:03

그리스 자킨토스에 있는 알뤼카나스(알리카나스) 해수욕장(Alykanas beach)은 이미 소개한 칠리비(Tsilivi) 해수욕장과 비슷하다. 얕은 수심, 길쭉하게 뻗어있는 모래사장, 청록빛 바닷물, 물놀이 기구 등등...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tH9pen2b8FUa3VtUA

 

 

케팔로니아 섬과 나바지오 해수욕장으로 가는 항구가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향하는 도로 언덕에서 잠시 쉰다. 밑으로 내려다보면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해변쪽 오래된 올리브나무와 언덕쪽 새로운 올리브나무들이 공존하고 있다. 원추형으로 우뚝 솟아있는 나무가 사이프러스(지중해 측백나무)다. 

 

언덕에서 바라보이는 알뤼카나스 전경이다.   

 

고운 모래사장이 폭넓게 펼쳐져 있다.

 

 

파란 하늘과 바다, 하얀 구름과 파도가 그리스 국기 색깔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이 케팔로니아다. 

 

수정같이 맑은 바다가 깊지 않아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기에도 딱 좋다.    

 

텅 빈 백사장에 한 사람이 침대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관광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바닷물 속 검은 물체는 야자수 잎이다. 
 

해변따라 쭉 걸어본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5. 16:05

그리스 자킨토스 동쪽 해안선에 위치한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Porto Zorro Beach)을 소개한다. 자킨토스 어디를 가든 바닷물은 수정처럼 깨끗하다. 발트 3국에 접해 있는 발트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청록빛 바다가 이국적인 정취 속에서 지금 여행을 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구글 지도 위치 Porto Zorro Beach https://goo.gl/maps/tdsKF5aqdGvnJpPeA

 
 
이 해수욕장은 인근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처럼 규모가 작고 모래사장이다. 호텔이 운영하고 있는 해양산(파라솔)이 해수욕장 좌우를 가득 메우고 있다.  

 

바다와 산 사이에 있는 해수욕장의 폭은 좁다. 그늘 없는 모래사장에서 선크림을 바르고 일광욕을 하기엔 모래가 너무 뜨겁고 햇볕이 워낙 따갑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용료를 내거나 음료를 주문해서 해양산 아래 자리를 잡는다. 해양산 아래 의자 두 개 사용료가 하루 종일 7유로다.

 

모래 해수욕장이지만 해변쪽으로 갈수록 자갈이 섞여 있다. 바닷물 속에도 자갈이 많이 섞여 있다. 저 멀리 수평선 넘어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다.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 전경의 압권은 비록 작지만 바위섬 여러 개가 해변에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윗부분은 초록 식물이 마치 머리카락처럼 바위를 덮고 있다. 이 바위섬들이 해수욕장에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바위섬 쪽이 궁금해 가보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서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다. 걸어가는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바위섬 사이로 바라본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이다. 바닷물 속에도 바위들이 있어서 이에 의지하는 바다생물을 수중 관찰하기(스노클링)에도 아주 좋은 해수욕장이다. 

 

마치 사자나 챔팬지 한 마리가 해수욕장의 안전을 지키는 듯하다. 

 

바위섬 뒷편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등에 무엇인가를 바르고 있다. 한 무리는 왼쪽으로 더 들어가고 있다. 왜 사람들이 그쪽으로 향할까 궁금해진다. 따라 들어가본다.

 

 

이쪽 해변은 점토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점토 덩어리를 줍거나 긁어서 온몸을 칠한 후 일광욕을 즐긴다. 한번 시도해보니 바닷물에 씻을 때 마치 고운 비누를 칠한 듯하다. 그리고 매끈한 피부가 한동안 유지된다.  

 

점토암이 있는 곳에서 바라본 해수욕장이다.

 

촬영 세트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해변 회갈색 더미는 야자수 잎이 밀려와서 뭉쳐 있는 것이다.  

 

보통 음료를 주문하면 해양산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포르토 조로 해수욕장은 둘 다 받는다. 음료와는 상관없이 사용료를 내야 한다. 하루 종일이 아니라 1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7유로 내기가 주저된다. 사정 이야기를 하니 계산하는 종업원이 그러면 음료값만 내라고 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3. 21:52

게라카스(Gerakas) 해수욕장[관련글]에서 라가나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해수욕장 하나를 더 둘러보기로 한다. 바실리코스(Vasilikos) 마을에 위치한 세인트 니콜라스(Saint Nicholas) 해수욕장이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rKHdkZzMpNek6XSXA  
 

게라카스 해수욕장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선 야자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작은 규모의 해수욕장에는 파라솔로 가득 차 있고 바다에는 수상놀이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라카스 해수욕장은 붉은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해수욕장으로 다가가는 바로 왼쪽 카페에서 갈증 난 목을 축인다. 입구 기둥에 붙은 글귀(Life is better at the beach - 해변에서 삶이 더 좋아)가 청록빛 바다를 방금 본 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카페에서 보라본 해수욕장 전경이다. 좌우로 빼곡 설치되어 있는 해양산(파라솔)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다. 예전 같으면 관광객들로 붐비었을 텐데 말이다. 해양산은 주로 왕갈대(arundo donax)로 만들어졌다.   

 

관광객이 없으니 물놀이기구도 쉬고 있다. 해수욕장 샤워기가 포도주병따개를 연상시킨다. 땅속을 파서 물을 퍼올려 위에서 뿌려주는 듯하다.

    

이곳의 해변에서는 검은빛 갈색 더미를 흔히 볼 수 있다. 바닷물 속에도 있는데 얼핏 보면 해조류 같다. 종종 물기가 빠진 모래 해변을 걷다보면 습지 위를 걷는 듯 발밑이 푹신거림을 느낀다.

 

 

궁금해서 모래를 걷어내니 확 풀려진 카세트테이프 줄이 뭉쳐있는 듯하다. 이것의 정체는 파도에 휩쓸려온 야자수 잎이다. 세찬 바람이 야자수 기둥을 빗자루로 만들어 놓은 듯하다.

         

해수욕장 왼쪽 바위 언덕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하얀 성당이 눈에 띈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동방정교 성당이다. 대체로 이곳의 성당은 규모가 작고 아담하다.

 

성당 종탑이 참 소박하다. 파란색 바다만큼 하늘도 파랗다. 그리스 국기에 왜 파란색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얀색 또한 그리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색이다. 바다에는 하얀 파도가 넘실대고 마을에는 하얀 집들이 빛을 반사하고 있고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닌다. 

 

바위 언덕 위에는 그리스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면서 그리스 국기의 의미를 한번 알아본다. 파란색 네모와 하얀색 십자가는 동방 정교회를 의미한다. 파란색과 하얀색 가로줄 아홉 개는 오스만 제국에 대항한 그리스 독립전쟁(1821-1829) 당시의 표어인 "자유가 아니면은 죽음"(Έλευθερία ή Θάνατος E-lef-the-rì-a i Thà-na-tos)의 음절 9개를 뜻한다. 파란색은 자유, 하얀색은 죽음을 상징한다. 

 

 

이 숫자 9는 자유를 뜻하는 그리스 단어 ελευθερία(엘레프테리아)의 철자 수가 아홉 개라는 데서 유래되었다라는 설도 있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학술과 예술을 관장하는 여신 9명을 의미한다라는 설도 있다. 지금의 그리스 국기는 1978년 12월 22일 제정되었다. 

 

동방 정교회 쪽에서 바라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 전경이다.

저 백사장에 관광객들로 붐비는 날이 언제 다시 돌아올까...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 모습을 영상에 담아본다. 

 
 
아래는 걸어서 둘러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을 영상에 담아본다.
&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21. 04:52

그리스 자킨토스 섬 라가나스(Laganas)에 있는 숙소에서 첫날 저녁을 보내면서 다음날 어디를 제일 가볼까를 의논했다. 라가나스에서도 좋은 해수욕장이 있다. 가까운 곳은 언제라도 도보를 다닐 수 있으니 먼 데부터 먼저 가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 어디로?

 

섬의 남쪽 곶에 있는 게라카스(Gerakas)로 가기로 한다. 이 해변 이름은 기억하기가 쉽다. 왜냐하면 리투아니아어로 gera는 "좋다"이고 kas는 "누구" 혹은 "무엇"이기 때문이다. 라가나스 숙소에서 게라카스 해변 바로 주차장까지 주행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도착하니 넓은 무료 주차장이 이 해변의 인기를 말해주는 듯하다. 6월 중순 오전이고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이라 주차장은 거의 텅 비어 있다.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 해변으로 진입랄 때 만나는 "일물부터 오전 7시까지 입장 금지" 안내판이 여기가 심상치 않은 해변임을 알려준다. 타원형으로 길쭉하게 뻗어있는 해변과 고요한 청록빛 바다 그리고 황금빛 모래사장이 감탄을 자아낸다. 마치 이곳을 첫 방문지로 결정한 우리의 선택에 축복을 내리는 듯하다. 
관광지 해수욕장에 흔하고 흔한 요트나 배 한 척도 보이지 않고 물놀이시설도 없다.
왜 그럴까?
일부가 허물어져 내린 듯한 저 멀리 회색빛 절벽의 실체가 긍금해진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먼저 조약돌로 이뤄진 해변이 나온다. 
 
조그만 지나면 돌조각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고운 모래사장이 나온다. 사람들은 파라솔에 숨어있다가 더위를 참지 못하면 바다로 들어간다. 
 
 
낮 온도가 25인데도 모래사장에 내리쬐는 햇빛에 노출되어 있으면 견디기가 어렵다. 보통 여름철 해변이나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면 대부분 시간은 일광욕이 차지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일광욕 대신에 해수욕이다. 강한 햇빛 때문이다.  
 
이런 바다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그저 보고만 있어도 밀려오는 저 물결과 찰싹찰싹이 내 마음을 살랑살랑 씻어주는 듯하다.
한동안 멍하니 하늘과 바다 경계선을 응시해본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가 끝나지 않아서 이번 여행 떠나기에 소극적이었다.
저 잔잔하고 맑은 바다를 보고 있으니 오길 참 잘했구나...
 
모래사장 뒷편에는 사암이 층층을 이뤄 절벽을 만들어 놓았다.
척박한 소금기 땅에도 자라난 덤불식물이 분홍꽃을 피워 생명의 존귀함을 파란 하늘에 고하고 있다.      
 
저 절벽 오른쪽은 위아래 흙의 성분이 달라 경계가 뚜렷하다.
회색빛 흙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절벽을 향해 다가본다. 
절벽 가까운 곳은 다벗음인들의 휴식처이다. 

 

허물어져 있는 흙더미를 보니 접근금지라는 안내판이 있을 법한데 없다(첫 방문에는 없었는데 6일 후 다시 가니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누런빛 윗부분은 사암층이고 회색빛 아랫부분은 점토층이다.
 
 
사람들은 여기 있는 점토로 점토욕을 한다. 점토를 잔뜩 온몸에 발라서 햇빛에 인간도자기를 스스로 굽는다. 점토로 딱딱하게 굳은 몸을 바다에 들어가 씻어낸다. 마치 고운 비누를 칠한 듯이 온몸이 미끈미끈하다. 
 
언제 저 허약한 절벽이 허물어질지 모른다.
만약 이곳에 접근해 점토조각을 구하고자 할 때는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연히 해변쪽으로 떨어져 나온 조각을 찾는 것이 좋다.  

 

점토 절벽쪽에서 바라본 게라카스 해수욕장이다.
한가롭기 그지 없는 풍경이다. 
 
해수욕장을 길게 반으로 갈라놓은 저 줄은 왜 쳐져 있을까?
 

라가 나스만(Laganas Golf) 일대 모래해변의 주인공은 사람이라기보다는 동물이다. 바로 바다거북이다. 특히 게라카스 해변은 바다거북이가 알을 부화하는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몰부터 오전 7시까지 입장이 금지되어 있다.   

 

 

바다거북이가 이곳에서 밤에 알을 낳고 부화된 거북이가 바다로 나아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거북이와 관광객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해변이다. 사람들은 해변쪽으로만 다닐 수 있고 해안쪽은 입장이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발자국에 저렇게 많이 나 있을까?  

 
발자국은 바다거북이 생태연구원들의 것이다. 바다거북이가 알을 낳은 장소를 찾아 기록을 하고 있다. 알을 찾은 자리 둘레에 막대기로 표시를 해놓는다.  
 
보기 드문 광경을 목격한다.
파라솔이 설치된 해변 침대의자 바로 밑에 바다거북이가 알을 놓았다.
연구원들이 알을 꺼내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장면을 아래 영상에 담아본다.
 
 
아래 영상은 게라카스 해변 전체를 도보로 찍은 것이다. 
 
 
아래 영상은 게라카스 해변 광경이다.
 
 
이렇게 게라카스 해수욕장은 일주일 체류하는 동안 두 번이나 다녀왔다. 한 폭의 그림 속 해수욕장에 와 있는 듯하다. 물놀이 소음 없는 한적한 바다거북이 모래해변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11. 05:42

숙소가 그리스 자킨토스 라가나스(laganas)에 있어서 시간이 나는대로 라가나스 해변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식사를 하곤 한다. 해변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큰 섬인 거북이 섬(아래 사진 왼쪽 가운데)이 보이고 아주 작은 섬인 카메오 섬이(사진 정 중앙지점쯤) 눈에 들어온다. 이 작은 섬은 육지와 붙어있는 듯하다. 우선 자킨토스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명소들을 둘러보고 카메오 섬으로 가보기로 한다.
 

드디어 며칠 후 때가 왔다. 차로 이동하기보다는 해변을 따라 걸어가기로 한다. 라가나스 잔테 호텔 숙소에서 30여분이 걸린다. 라가나스 해변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음 해변 아기오스 소스티스(Agios Sostis)까지는 절벽으로 이어져 있다.
다행이 물이 얕다. 긴바지나 치마를 걷어 올리거나 반바지로서 물이 젖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단지 간혹 물바닥에 있는 미끄럽거나 날까로운 돌을 조심해야 한다. 아기오스 소스티스(Agios Sostis) 항구에는 많은 배와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라가나스 숙소에서 걸어서 30분이 걸린다. 바닷물이 얕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나무다리가 우리를 맞이한다. 그 옛날 홍수가 나면 무용지물이 되던 고향 냇가 나무다리가 갑자기 떠오른다. 흔들거림이 없는 견고한 다리다. 줄로 엮어진 다리난간이 더 운치를 더해준다.  
 
이 나무다리를 건너면 나무와 풀로 덮힌 280 에이커 면적의 카메오 섬에 닿는다. 1633년 강력한 지진으로 육지에서 떨어져 나가 형성된 섬이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이 섬은 개인 소유다. 1인당 입장료 4유를 내고 카드를 받는다. 이 카드로 섬 안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와 교환할 수 있다. 섬 안 에는 150여 미터에 이르는 해수욕장이 있다. 500cc 맥주 한 병이 23%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가격이 3-4유로이므로 입장료라기보다는 음료 값을 미리 지불하는 셈이다. 이 섬은 결혼식이나 파티장으로 인기가 많다. 
 
 
자킨토스 섬 어디를 가든 바닷물이 이처럼 맑다.
 

섬 안 입장은 다음으로 미루고 나무다리를 통해 육지로 나온다. 다리 입구에는 인근 거북이 섬 관광을 파는 업체들이 분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배편은 1인당 왕복 10유로이고 30분마다 한 대꼴이 있으면 돌아올 배편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전화하라고 한다.
 

 

아이오스 소스티스 해변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하기 위해 자리잡는다. 해변 침대의자에 앉아 있으니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받는다. 커피가 2.5유로다. 종이컵에 담아준다. 병맥주가 500cc 3.5유로다. 이렇게 음료를 주문하면 침대의자(두 개에 7-8유로)는 대체로 무료로 사용한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수심은 멀리까지 얕고 바닷물은 잔잔하고 따뜻하다. 깊은 물에 두려움이 좀 있는데 이곳에서 마음껏 수영을 즐겨본다. 
 

강렬한 햇살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는 해가리개(파라솔, parasol: para는 막다, sol은 태양을 의미한다)이다.   
 
자킨토스 여행을 마치는 날 다시 카메오 섬을 찾는다. 이번에는 일출 구경이다. 어디든지 해외여행을 하면 가능한이면 현지에서 두 가지를 꼭 하려고 한다. 하나는 일출 조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몰 조망이다. 이오니아해 일몰 조망은 아갈라스(Agalas) 산촌에서 며칠 전에 했다. 
 
6월 20일 라가나스 일출시각은 6시 14분이다. 조망과 촬영을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가 카메오 섬에서 하기로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도보로 카메오 섬으로 향한다. 일출시각에 늦지 않으려고 빠른 걸음으로 간다. 도착하니 6시 10분이다.
 
 
해가 어느 지점에서 떠오를 것인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이폰 나침판 앱을 이용해 정확하게 위치(북동 59도)를 파악하고 스마트폰 두 대(갤럭시와 아이폰)를 삼각대로 고정시키고 6시 15분부터 촬영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장일남의 "기다리는 마음" 가사가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일출시각이 6시 14분으로 나와 있는데 10여분이 지나도 해가 나올 줄을 모른다.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가사를 아래 가사로 바꿔본다.  

 

"잔잔하게 출렁이는 바다에 내몸 던졌네"

 

태양 기운과 바다 기운 둘 다 받아볼 욕심으로 바닷물에 참방 뛰어든다. 이렇게 목욕재계를 한다. 이 덕분인지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곧 스코포스(Skopos) 산 정상 위로 해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 시각이 6시 30분이다. 아래 사진은 스코포스 산 정상과 라가나스 만의 일출 광경이다.    

 

카메오 섬이 일출 직후 햇살을 받고 있다.

 

카메오 섬으로 인도하는 나무다리는 아침 9시에 열린다. 이렇게 두 번이나 카메오 섬을 만난다. 섬 내부까지 들어갈 기회가 다음에 오길 바란다. 사실 또 자킨토스로 여행가고 싶다.

 

이렇게 자킨토스 여행에서도 일출광경을 조망하게 되었다. 아래는 일출광경을 아이폰에 담은 영상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5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10. 04:51

파란빛 나바지오 해변을 전망대에서 바라보고 청록빛 포로토 브로미 해변에서 해수욕을 한 후 숙소가 있는 라가나스(Laganas)로 돌아간다. 시간을 보니 오후 7시다. 아직 일몰까지는 2시간이 남아있다. 이오니아해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을 미리 알아놓았으니 석양을 조망하면서 저녁을 먹자고 아내가 초대한다. 본인 용돈에서 사겠다고 한다. 이런 선심은 거절할 수가 없다. ㅎㅎㅎ 
 

이오니아해로 서서히 해가 떨어지고 있다.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주요 도로를 따라 코일리오메노스(Koiliomenos) 마을에서 우회전을 해서 식당이 있는 아갈라스(Agalas)로 향한다. 도로 포장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폭이 너무 좁고 중앙선도 없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지 않길 바란다. 7킬로미터가 그렇게 멀게 느껴진다. "언제 도착하나?"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앞에서 오는 차도 없고 뒤에서 따라오는 차도 없다.
 
Cave Damianos Restorant 정문이다. 텅빈 입구 공간에 문이 마치 화두를 던져주는 듯하다.
석양 조망 명소라 알려져 있는데 혹시 식당이 문을 닫았거나 우리만 있을 것이 아닐까... 저녁을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목적지 마을 가까이에 도착하자 구글지도는 완전 비좁은 골목의 가파란 언덕길로 안내한다. 이 길이 정녕 그 식당으로 가는 길인가!
 
 
막상 도착하니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울 만큼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다. 제대로 찾아오긴 찾아왔다. 차를 주차하고 오솔길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여러 종업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석양을 조망하기 좋은 쪽의 좌석들은 이미 예약이 되어 있지만 아직 비어있다. 다른 쪽은 거의 만석이다.
 
산골짜기 언덕 위 레스토랑은 오늘 거의 만석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노랗고 붉은 노을을 만들어내는 석양을 조망하려고 왔는데 바다로 막 떨어지는 그 순간을 앞좌석이나 나무 등에 가려서 볼 수가 없다니... 레스토랑 서쪽 끝쪽을 제외하고는 일몰 조망이나 촬영을 위해서는 식사를 잠시 멈추고 이동해야 한다. 
 
격식있는 분위기의 Cave Damianos 레스토랑이다.

오늘 오후 나바지오 전망대에서 만난 사람들도 여러 명이 눈에 뛴다. 우리처럼 예약없이 온 사람들이다. 종업원의 안내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다. 종업원은 메뉴판을 건네주면서 구운 도미(sea bream)을 추천한다. 이 추천이 위력을 발휘했는지 몇몇 주변 사람들이 이를 먹고 있다.

 

대체로 이곳의 주요리는 양이 많다(그리스 음식과 식당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푸짐한 주요리를 시키고 다른 사람은 좀 더 가벼운 음식을 시켜 나눠 먹는다. 도미와 채식요리를 주문한다. 

 

주요리 - 도미 한 마리
주요리 - 채식

음료를 마시면서 오늘 하루 지친 몸을 의자에 푹 맡기고 눈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식당 바로 앞건물에 사람들이 오가곤 한다. 우리가 앉아 있는 식당에 속한 건물일 것이라고 여기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잠시 후 아내는 간판을 유심히 보더니 초대하고자 한 식당이 "여기"가 아니고 "저기"라고 한다. 초행길이라 주차장에서 식당 정문으로 온 것이 아니라 언덕 오솔길을 따라 식당 뒷문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두 식당을 분간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언덕 정상에 식당이 둘이다. 하나는 Cave Damianos Restorant이고 다른 하나는 Sunset Agalas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 발걸음을 옮겨본다. 전자는 격식있는 분위기의 레스토랑이고 후자는 카페 분위기의 식당으로 간이식당이나 분식점을 떠올리게 한다.

 

초대하고자 한 식당이 이 Sunset Agalas 식당이었는데...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후자가 석양을 조망하기에는 훨씬 좋다. 전자는 언덕의 평평한 정상에 자리하고 있고 후자는 언덕 낭떠러지 바로 끝에 자리하고 있다. 선셋 아갈라스 식당 테라스에서 가파른 산비탈과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이오니아해가 보인다. 그리고 소나무 두 가지 사이로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다. 

 

Sunset Agalas 식당 밑에서 바라본 테라스다. 이곳에서의 석양 조망이 훨씬 좋다. 

아내가 먼저 올라가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기에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왜 전망이 더 좋은 곳으로 발길을 옮기지 않았나?" 등 바가지 끍는 소리에 내 귀를 한동안 내어줘야 했을 것이다. ㅎㅎㅎ

 

미식가가 아니라서 음식평은 할 수가 없지만 라가나스 해변이나 거리에서 지금껏 먹은 음식 맛에 미치지 못한다. 대체로 그곳의 종업원들은 살갑게 친절하고 이곳의 종업원들은 딱딱하게 사무적이다. 

 

용의주도한 성격의 소유자인 아내가 이런 실수를 한 덕분에 이렇게 분식점이 아니라 한적한 산골짜기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종종 이런 아내의 실수를 기대해본다. ㅎㅎㅎ   

 

운무가 바다와 하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아쉽게도 석양이나 노을이 그렇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감안해서 완전한 일몰까지 못 기다린다. 희미하지만 햇빛이 있을 때 돌아가자면서 식당을 나선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여기까지 힘들게 오지 말고 포르토 브로미에서 산비탈길을 다 올라오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Sunset Taverna Maries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7. 17:59

나바지오 해변 절벽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얀 백사장과 비취색 바다가 해수욕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충동질한다. 그렇다고 수백미터 절벽 아래로 뛰어들기(다이빙)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바지오 인근에 접근할 수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본다. 그 중 하나가 포르토 브로미(포르토브로미 Porto Vromi)다. 구글지도에서 확인해보니 15km 거리에 예상 소요시간이 30분이니 이것이 구불구불하고 험준한 길임을 미리 알려준다. 포르토 브로미는 나바지오 해변으로 배로 가는 가장 짧은 거리에 있는 항구다.  
 
가는 길에 도로변에 주차장까지 마련한 선물가게들이 우리를 멈추게 한다. 뭐라도 기념품 하나를 구입하는 것이 여행습관이기도 하다. 아나포니트리아(Anafonitria) 마을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도마가 시선을 잡아당긴다. 점원이 다가오더니 이 도마는 2000여년이 된 올리브 나무로 만든 것이다라고 한다. 2000년이라는 말에 장사꾼의 유혹에 말려들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자 점원은 좀 더 설명을 이어간다. 2007년 그리스 대화재로 자킨토스키에 있는 여전히 열매를 맺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큰 피해를 보았고 그때 불탄 올리브 나무를 이용해 도마를 만들어 팔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수령 2000여년은 너무하다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떨쳐내기가 힘이 든다.  
 
"설령 2000여년이 아니더라도 200여년만 되어도 만족할 수 있겠다. 매일 사용할 수 있는 도마 하나를 기념으로 사자"라는 아내 말에 동의한다. 가게에 좀 더 빠져 있는 아내를 뒤로 하고 주차장 마당을 둘러본다. 나뭇가지에 열려 있는 황색 과일이 딱 보기에도 자두다. 어릴 때 뒷밭에 있던 그 자두나무와 같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하나를 따서 먹어본다. 당도는 우리집 뒷밭의 자두에 훨씬 못 미친다. 
 
이제 해수욕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마리에스(Maries) 마을의 일몰식당(Sunset Taverna) 앞에서 우회전을 해서 포로토 브로미 길을 택한다. 포장은 잘 되어 있으나 길은 굽이굽이 하향이고 경사는 점점 더 가파라진다. 바다가 보이자 덩달아 몸속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듯하다. 포르토 브로미로 가는 길을 영상에 담아본다.           

 

 
이름에 항구(porto)가 있으니 그래도 항구 냄새는 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왔지만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작은 항구임은 익히 알고 있지만 막상 와보니 너무나 작은 규모다. 나바지오의 파란빛 비취색과는 달리 청록빛 비취색 바다가 길게 뻗어 있다. 바다에는 나바지오로 가는 여행객들이 없어서 그런지 배들이 한가로이 둥둥 떠 있다. 

 

일광욕이나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가 아니라 하얀 자갈로 되어 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자신의 깊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무슨 물고기가 사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한 폭의 그림같은 바다에서 나 홀로 해수욕을 하다니 참으로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 이곳에서의 나 홀로 수영은 오래오래 이번 여행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6월 중순인데 바닷물이 아직 찬다. 이는 해변에서부터 곧 바로 바다가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다라는 말이다.
 

 

 
아슬아슬 내려온 산길을 올려다보니 그저 평범한 언덕길로 보인다. 돌아가는 길은 수월할 듯하다. 적어도 바다쪽 낭떠러지 같은 길이 아래로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라가나스(Laganas)로 돌아오는 길에 에코 호라(Exo Hora, Exo Chora)이 나온다. 오른쪽 도로가에 거대한 올리브 나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딱 보기에도 범상하지 않은 나무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티고 버텼으면 저렇게 울퉁불퉁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나무에 올라가지 마라"라는 안내판은 있지만 설명이 따로 없다. 일단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고 나무에 얽힌 사연은 나중에 검색해보기로 한다. 알고보니 수령이 2000여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여전히 열매를 맺고 있다.
 
몇 시간 전 올리브 나무 도마를 판 상인이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서 과장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이 올리브 나무가 대신 말없이 증명해주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