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해당되는 글 76건

  1. 2018.05.11 고1 경제 과목 숙제가 상품 광고 제작하기 (1)
  2. 2017.05.02 중3 생물 숙제가 인체 해부 모형 만들기라니... (2)
  3. 2016.12.30 딸아이가 방 밖에 휴대전화를 내놓고 자는 연유 (1)
  4. 2015.03.17 학교 점수로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 사랑해? (2)
  5. 2015.03.09 등교길 딸이 지은 시, 문자쪽지로 읽어보니 (4)
  6. 2015.02.27 저만치 포옹하던 딸아이 - 우리가 미쳤나봐 (6)
  7. 2015.02.23 매운 라면 먹으려는 딸아이의 꾀에 웃음 절로
  8. 2015.02.11 시험 만점 딸에게 용돈 주려다 일침을 맞다 (8)
  9. 2015.01.07 딸의 컴을 좀 봐줬더니 아빠는 사람이 아니래 ㅎㅎㅎ (26)
  10. 2014.12.19 어린 딸이 아니라 성숙시키는 존재로 다가와 (6)
  11. 2014.11.27 기말고사는 없고, 성적 내용은 복잡다단 (1)
  12. 2014.09.12 유럽 중학생이 되자 확~ 변한 딸의 생활상 (2)
  13. 2014.05.22 초등 6, 영어 시험이 영어로 영어 문법 설명 (2)
  14. 2014.05.12 거실에선 실수 투성, 공연에선 박수 갈채 (5)
  15. 2014.04.10 냉장고 벽에 붙어놓은 종이 3개월만에 빛보다 (2)
  16. 2014.04.04 러시아 학교 교실 vs 중국 학교 교실 (5)
  17. 2014.03.14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무서워하는 유럽 아이들 (1)
  18. 2014.03.08 머리카락을 천장에 묶어놓고 공부하는 학생들 (1)
  19. 2014.03.07 외국인으로 믿기 어려운 한국어 쓰기 솜씨 (4)
  20. 2014.03.04 쇠막대기 있는 중국 교실 책상 알고보니 감탄
  21. 2014.02.27 저학년생과 친구하는데 나를 이상하게 봐
  22. 2014.02.19 지리 시험에서 최하점 받은 후 딸이 보낸 쪽지 (3)
  23. 2014.02.17 한복 입고 TV에서 한국 노래 부르게 된 딸 (7)
  24. 2014.02.11 자녀는 언제쯤 홀로 아침밥 챙겨 먹고 학교 갈까 (3)
  25. 2013.12.02 미국인들의 지도상 유럽 나라에 대한 지식 정도는? (3)
  26. 2013.11.26 한국 vs 유럽 여고생들의 손바닥 연주
  27. 2013.11.23 아빠, 내 친구들 도둑이 아니야 (2)
  28. 2013.11.22 한국어 수업, 양처럼 착하다에 키득키득 (2)
  29. 2013.10.05 총장 드레스 코드 강요에 대학생들 옷벗고 수업
  30. 2013.10.01 초등 딸이 전한 학교에서 따돌림 줄이는 법 하나 (1)
요가일래2018.05.11 05:41

토요일 낮잠에 푹 빠져 있었다.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기에 그만 무시하고 더 자버릴까...
식구 모두가 집에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인종 소리가 점점 길어져 
어쩔 수 없이 눈을 비비면서 현관으로 가야 했다.
토요일 추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였다.

아내에게 물었다.
"요가일래는 어디 갔지?"
"미술학교에."
"왜?"
"친구와 경제 과목 숙제하러 간다고 하고 갔어."
"아니, 미술학교에서 왜 경제 과목 숙제를 하지?!"
"돌아오면 직접 물어봐."

고등학교 1학년생 경제과목 숙제가 참 특이하다.
경제와 예술을 연결해서 상품 광고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요가일래의 학교 생활을 지켜보니 
많은 숙제들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협력해서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세 명이 공동으로 하는 숙제다.

주제를 정하고
각본을 짜고
동영상을 찍고
배경음악을 찾고
편집을 하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고....

미술학교에 다니는 요가일래는 상품을 그림붓으로 정했다.
그림을 그리는데 붓이 낡아서 제대로 그릴 수가 없었다.
이때 친구가 새로운 붓을 가져다 주어 
만족스럽게 그림을 다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상품명 막스 코헨도
붓 10개 사면 물감 선물!!!



어도비 프리미어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조금 설명해주자
요가일래는 금방 익숙해지면서 아래 광고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창의적이고 상호협력을 꾀하는 숙제를 내주다니
40여년 전 내 고등학교 시절과는 완전 천양지차로구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05.02 05:32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가 얼마 전 방에서 손뼈 모형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뭐하니?"
"숙제하고 있어."
"무슨 숙제인데?"
"생물."
"우와~~ㅍ힘들지 않아?"
"아니, 재미 있어."

딸아이는 생물을 좋아한다. 리투아니아 중학교 생물책을 한번 대강 훑어보니 마치 인체 의학개론 책처럼 보였다. 어려워 보여서 배우고 싶을 마음조차 일어나지 않을 듯했다.

어느날 딸아이는 농담처럼 말했다.
"내가 나중에 의학을 공부하면 아빠가 좋아하겠지?"
"물론이지. 먼저 서양의학을 공부하고 나중에 동양의학을 좀 더 공부하면 참 좋겠다."
"내가 정말 의학을 공부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줘야 돼!"
"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생각해보자."


요가일래는 모형을 다 만든 후 부위별로 뼈이름을 붙였다. 숙제는 새벽 한 시에야 끝났다. 내 어린 시절엔 시험에 나올 수도 있는 뼈이름을 연습장에 반복으로 쓰면서 힘들게 외웠을 법하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이렇게 여러 시간 손뼈 마디마디를 직접 만들면서 그 이름을 자연스럽게 익히는구나! 그리고 그 성취감으로 의사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까지도 낼 수 있구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6.12.30 08:59

11월 중순부터 가급적이면 휴대전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계기는 휴대전화를 통신회사 수리소에 맡긴 것이다.  그 전에는 집에서도 휴대전화를 거의 손에 놓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컴퓨터 옆에 놓아두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사회교제망을 휴대폰으로 사용했다. 잠에 떨어지기 직전까지도 침대에서 휴대전화기를 뉴스 등을 읽어야 했다.

그런데 휴대전화기가 수리소에 있는 동안 처음에는 없어서 아주 불편했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없는 것에 차차 익숙해졌다. 자기 전에는 책을 읽고, 잠시 쉴 때에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12월 중순 통신회사로부터 새 전화기 삼성 갤럭시 S7 엣지로 교체 받은 이후부터는 무선뿐만 아니라 아예 전화기 자체를 꺼서 작업방에 놓고 침실로 간다.

3일 전에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딸아이의 하얀 휴대전화기가 딸아이 방문 앞 복도에 놓여있었다. 휴대전화기 전원도 꺼져 있었다. 


이틀 전에도 역시 방문 앞 복도에 휴대전화기가 놓여있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이렇게 아빠따라 자기 전에 휴대전화기를 방 밖에 놓고 자는 것을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딸아이가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아무쪼록 우리 집 세 식구 모두가 이 습관에 익숙해져 앞으로도 쭉 이어가면 좋겠다. 새해부턴 아내도 동참하길 기대해본다. 아래는 아내의 기타 반주에 노래하는 딸아이 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3.17 07:42

유럽 리투아니아에 요즘 날씨가 맑아 기분마저 좋아지고 있다. 마침내 하늘이 잿빛 구름을 걷어내고 파란 자기 실체를 드러내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하늘도 완연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기분이 엄청 좋았다.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왜 기분이 좋니?"
"오늘 수학 시험 아주 잘 봤어. 만점 받을 거야."
"지난주에 보고 또 수학 시험이 있었어?"
"여러 명이 다시 시험 봤어."

사연인즉 이렇다.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딸아이는 수학을 아주 힘들어했지만 지난해부터 수학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집에서도 거의 부모 도움 없이도 혼자 쉽게 잘했다. 이 덕분에 반에서 성적도 상위권이다. 

3월 초순까지 1등 하던 딸아이는 중순이 되자 20등으로 내려앉았다. 어떻게 짧은 기간에 1등이 20등이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평가를 하는데 모두가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3월 전체 과목 평균 성적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29명중 무려 22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험 번수가 학생마다 다르다. 어떤 학생은 5번이고, 어떤 학생은 13번이다. 어떤 학생은 5번 시험 쳐서 평균 점수 9.8을 받았고, 어떤 학생은 13번 시험 쳐서 9.5를 받았다. 등위는 전자 학생이 더 위에 있다. 

지난주 백분율를 공부했는데 딸아이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시험 전날 자기 분에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공부했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으나, 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반밖에 받지 못했다. 그래서 반에서 등수가 급격히 하락했다.

부모 입장에선 쭉 최상위권으로 그대로 끝까지 가주었으면 좋았겠는데 그렇하지 못해 아쉬웠다. 성적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후 한마디 살짝 했다. 

"네가 반에서 하위권으로 내려가 마음이 좀 아프네."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텔레비젼도 덜 보고, 인터넷도 덜 하고, 취미생활도 덜 하고..."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
"그거야, 아빠 딸로서 사랑하지."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하면 더 이상 점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 내가 나중에 좋은 사람이 될 테니까 지금 점수가 중요하지 않아."
"그래, 점수로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을 게. 하지만 그래도 좋으면 좋지..."

재시험을 보다
지난주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은 학생이 비교적 많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이는 목적이 성적으로 학생 순위를 매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 습득을 점검하는 데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좋은 점수를 얻으면 지난번 나쁜 점수는 기록에서 삭제된다.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라는 딸아이의 말이 오래도록 내 귀에 남을 것이다. 이날 점수가 낮다고 크게 야단치지 않기를 참 잘했다. 그렇다가는 딸에게 깊은 상처만 줄었을 법하다. 

* 요즘 실팔찌 만들기에 푹 빠진 딸아이 요가일래


공부가 전부인 경쟁 사회에 익숙해진 옛 버릇이 나도 모르게 그날 튀어나와버렸다. 덕분에 딸아이로부터 한 수 배우게 되었다. 어제도 딸아이는 한국 방송을 보면서 공부보다 실팔찌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3.09 13:05

겨울 내내 거의 오지 않던 눈이 3월 4일 수요일 밤에 엄청 내렸다. 이번 겨울은 유럽에서 25여년 살면서 눈이 가장 적은 겨울이고, 날씨가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그래서 아파트 뜰에는 벌써 벛꽃나무와 사과나무와 새싹을 튀우고 있었다. 그런덴 이번 겨울이 주는 마지막 선물인 듯 이날 폭설이 내렸다.

* 눈에 파뭏힌 우리 집 뜰의 사과나무

목요일 아침 13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혼자 일어나서 아침밥을 챙겨먹고 학교로 갔다. 얼마 후 아내의 휴대전화로 문자쪽지가 날라왔다.


내용인즉 학교 가는 길에 시상이 떠올라서 시 한 수를 지었으니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보내준 시를 잘 읽어봤다. 마음에 들었어."
"그래?!"
"그런데 학교 갈 때는 시 쓰는 것도 좋지만 사방으로 조심해서 가야지."
"내가 앞을 잘 보면서 문자를 쳤으니 걱정 안 해도 돼."

리투아니아어로 쓴 원작시를 한국어로 한번 번역해보았다.
13살 딸아이가 모처럼 내린 눈에 어떤 느낌을 받아 시를 썼을까... 


OBELAITE


Ak, vargšele obelaite,
Mūsų kiemo karailaite.

Negailestinga ta žiema,
Be saiko skriausdama tave. 


Buvo išdygę - mieli ragiukai 

Ir maži maži pumpuriukai. 


O ji vis metė savo sniegą, 

Tad nušalai, mieloji. 


Šią vasarą nepamaitinsi, 

Saldžiarūgščiais obuoliais. 


Tai žaismas žmonių jausmais. 


Tas sniegas buvo kaip druska 

Berta ant mano kruvinos žaizdos. 

사과나무


아, 불쌍한 사과나무,

우리 뜰의 여왕이여.


무자비한 겨울이 너를 

절제 없이 손상시켰네.


귀여운 뿔들과 작고 작은

새싹들이 돋아났는데


겨울이 그만 눈을 던졌고

귀염이 네가 얼어버렸네.


이번 여름 달고 신 사과를

먹일 수가 없게 되었네.


이는 사람의 느낌과 장난질.


눈은 내 피나는 상처에 

뿌려진 소금과 같았구나.


나 같으면 아침 등교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간만에 내린 눈을 뽀드득~ 뽀드득~ 밟으면서 기분 좋게 갔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딸아이는 눈 속에 파뭏혀버린 사과나무의 새싹이 얼게 된 것에 마음이 많이 아파서 이런 시를 쓰게 되었다. 

나타난 것에 대한 기쁨보다 감춰진 것에 대한 슬픔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인생에서는 필요할 때도 있겠다. 이런 마음을 자아낸 딸아이가 심신이 다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2.27 06:06

이번 주말이 지나면 벌써 봄계절이 시작된다. 25년 동안 유럽에 살면서 이번 겨울만큼 눈이 적고 춥지 않은 때는 없었다.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해마다 한 두 번 고생시키던 감기도 2월 중순까지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속으로 이렇게 하다가 이번 겨울에 무감기 신기록을 세울 것 같았다. 같은 방에 자는 아내가 감기에 들었지만, 거의 다 나을 때까지도 나에게 옮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목이 조금씩 아파오더니 콧물, 기침 등으로 이어졌다. 한 집에 사는 식구라 어쩔 수가 없다. ㅎㅎㅎ 함께 사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1월 초순에 이미 감기를 겪었다. 

나는 감기에 들면 가급적이면 철저히 폐쇄적으로 생활하려고 한다. 방을 따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가까이 오거나 내 몸에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것이 딸에게 가장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침 인사, 낮 인사, 저녁 인사 등 하루에도 여러 번 포옹으로 한다.

어느 순간 내가 감기에 든 것을 잊어버린 딸아이는 습관적으로 포옹하려고 다가온다.

"안 돼!!!! 아빠 감기 들었어."
"정말 안고 싶어."
"아빠가 감기 나으면 많이 안아줄게."

저만치 떨어져 있던 딸아이는 말한다. 
"아빠, 두 팔을 벌려라. 나도 두 팔을 벌린다. 자 , 우리 포옹하자."
"그래, 우리 포옹했다. 잘 자라~~~"
"아빠, 우리가 이렇게 포옹하다니 정말 미쳐나봐 ㅎㅎㅎ"

어제는 요가일래가 다니는 음악학교에서 노래 전공자 독창과 합장 공연이 있었다. 유명 작곡가를 초대하고, 학생들이 그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행사였다. 


"오늘 아빠가 촬영하러 갈까?"
"와야지. 내가 노래 잘 부를거야."
"그래. 알았다."

이렇게 해서 공연 시간에 학교에 가서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노래는 리투아니아어이고, 제목은 "노래가 바람 속에 소리난다"이다.
 


노래가 끝난 후 잘 했다고 꼭 안아주고 싶었으나 아직 콧물과 기침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다.
"축하하고 미안해. 아빠가 다 나으면 왕창 안아줄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2.23 07:31

올해는 한국을 떠나 산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니 한 가지 생활 변화를 꼽으라면 바로 재치기이다. 이제는 라면을 끓일 때나 김치를 담글 때나 늘 재치기한다. 심지어 고춧가루가 든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재치기한다. 바로 매운 고춧가루가 코를 자극해서 이를 유발한다. 한국 방문시 식탁에선 재치기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다.

매운 라면은 외국에 사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별미 중 별미일 것이다. 아버지만 한국인인 13살 딸아이요가일래는 라면을 좋아하고 잘 먹기 때문에 자기도 완전한 한국인이라고 우겨댄다.

똑 같은 방법으로 엄마가 끓이는 라면은 맛이 없고, 아빠가 끓이는 라면이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라면 요리는 늘 내 몫이다. 매울 것 같아 라면스프를 다 넣지 않고 끓여주면 금방 반응이 나온다. 

"아빠, 난 매운 라면을 좋아해. 이번에도 스프 다 안 넣었지?"
"그래"
"앞으로 다 넣어줘."

하지만 건강을 생각해 아주 드물게 라면을 끓여 준다. 지난 금요일 기특하게도 딸아이는 손님 맞이를 위해 큼직한 거실 창문 세 개를 딱는 중이었다. 

"아빠, 오늘 라면 끓여줘."
"매운 것 자주 먹으면 안 좋아."
"반드시 해줘야 돼."
"왜?"
"내가 라면을 먹으면 목 구멍이 따뜻해지고 노래가 더 잘 나와."
"ㅎㅎㅎㅎ 라면을 먹으면 노래를 더 잘 부른다고?! 그럼 오늘 해줘야지."
"내가 음악학교에 갈 때마다 라면을 끓어줘."


라면 꼭 먹으려는 이유를 이날은 노래 부르기에서 찾았다.
 
라면과 노래 부르기라... 

요가일래의 주장대로 정말 매운 라면을 먹으면 목이 트이고 노래를 더 잘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이 된다면 "노래방 가기 전 반드시 라면을 드세요"라는 라면광고가 나올 법하다. ㅎㅎㅎ  

한편 요즘에 요가일래는 매니큐어를 즐겨한다.
"매니규어 안 하면 안 되나?"
"내 친구들이 전부 하고 학교에 와."
"손톱이 숨을 쉰다고 하는데."
"아빠는 나를 사랑해?"
"사랑하지."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도 사랑해야지."
"네 손톱은 매니큐어 하지 않아도 예뻐."
"고마운데 그건 아빠 생각이야. 요즘 검은색이 내 스타일이야." 

이렇게 벌써 자기 스타일을 찾아가는 딸아이에게 하지 말라고만 계속 할 수 없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2.11 06:33

리투아니아 학교는 시도 때도 없이 시험이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따로 없다. 과목 선생님이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치른다.

좋은 점은 있다. 벼락치기 공부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배운 바를 확인한다. 시험범위가 좁으니 아이들에게 부담이 덜하다. 부담없는(?) 시험이 학교 생활의 일상인 셈이다.       

학업에 대한 평가에는 크게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있다. 상대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그가 속한 반(집단)의 결과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1개 학급에서 수 10%, 우 20%, 미 40%, 양 20%, 가 10%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절대평가는 집단의 결과는 달리 학생 개개인이 설정한 목표에 어느 정도를 달성했는 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르면 학생 모두가 '수'를 받을 수 있다. 

리투아니아 학교는 상대평가제를 취하고 있다. 자녀의 학업성적 확인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7학년생(중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의 학급의 1학기 종합성적을 살펴보자.


'수'에 해당하는 전과목 평균 9점 이상 학생수는 29명 중 13명이다. '우'에 해당하는 8점 이상 학생수는 8명이다. 이 둘을 합치면 21명이다. 2/3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다. 


2월부터는 2학기이다. 지금껏 종합성적에서 9점 이상 학생수는 10명이다.     
   


1학기보다 성적이 다섯 단계나 뛰어올랐다. 부모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시험이 없나?"
"물리 시험이 있어."
"너는 물리가 좀 약하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것이 쉽게 이해돼."
"만점 받으면 아빠가 돈을 줄게."
"싫어."
"왜?"
"내가 돈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공부하잖아. 내가 잘 알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100점 맞은 시험지를 보여주면 할아버지가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주었지. 돈 받는 재미가 솔솔했지. ㅎㅎㅎ"
"난 돈 필요 없어."
"그래 너 말이 맞다. 돈 받으러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지식을 얻는 것이니까 열심히 해라. 약한 물리에서 만점을 받아 네 평균점수가 올라가면 참 좋겠다. 이대로 쭉 가면 최고로 좋은 고등학교에서도 갈 수 있겠다."
"싫어."
"왜?"
"그긴 경쟁이 너무 심해."
"그래도 가면 좋지 않을까? 좋은 대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잖아."
"알았어. 재미있게 공부해볼게."

잠들기 전 딸아이는 인사하면서 덧붙였다.
"오늘 아빠와 얘기를 많이 해서 참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5.01.07 09:32

이제 중학생 1학년인 딸은 성능 좋은 컴퓨터에 대한 욕심이 없다. 작은 노트북을 사용하기에 화면이 큰 컴퓨터를 사주겠다고 해도 그냥 만족해했다. 그런데 지난 여름 미국에서 인턴생활하면서 짭짤한 수입을 얻은 언니가 맥으로 갈아탔다. 그래서 화면이 15.7인치 노트북을 물려받게 되었다.

한번 컴퓨터를 손봐주려고 마음 먹었으나 실행하지 못했다. 그 동안 인터넷을 하는데 화면 여기저기에서 자꾸 광고가 뜬다고 몇 차례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참을 수 있을 정도겠지 생각하고 차일피일을 미루었다. 그사이 딸아이 부탁도 잠잠해졌다. 그런데 새해에 또 다시 부탁했다. 새해 첫날의 부탁이라 순간적으로 바쁜 일이 있었지만 손을 봐주기로 했다. 

같이 제어판 프로그램들을 살펴보았다. 공짜 프로그램들을 사용하는 댓가로 광고를 뜰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몇몇 프로그램을 지워도 효과가 없었다. 한 두 개 프로그램을 더 지우니 이제 인터넷을 하는 중에 화면에 광고가 사라졌다. 딸아이의 감탄사가 지어졌다.
 
"아빠는 정말 사람이 아니야!!!"
"그럼, 뭔데?"
"하늘에서 온 천재야!!!"

꼴랑 컴퓨터를 좀 손봐줬더니 이렇게 딸에게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그동안 광고로 열을 얼마나 받았으면 이런 칭찬을 다 할까... 딸의 부탁을 내 일이 아니라 무심하게 대한 것에 미안해 칭찬에 하하 웃지를 못했다. 진짝에 해결해줄 것을 말이야....

* 광고창 괴롭힘 없이 인터넷을 즐기고 있는 딸아이


"어디 또 아빠가 컴퓨터 손봐줄까?"
"아니. 오늘 아빠 힘들었잖아. 이제 나를 위해 고생하지마!!!"

아빠가 고작 30여분 손봤는데 엄청나게 고생한 것으로 이해하는 딸아이... 

"너를 위한 것이라면 힘든 일도 힘들지 않지... "
'괜찮아. 이제 제일 안 좋은 것을 해결해줬잖아."


다음날 딸아이는 밀가루와 달걀을 엄마와 함께 가서 구입해 혼자서 집에서 직접 빵과자를 구웠다.



이렇게 맛있는 빵과자가 완성되었다. 촛불까지 켜놓고 아빠를 불렸다.


"이거 어제 컴퓨터 손봐준 것에 대한 선물이야."

"정말? 답례가 너무 값지다!!!"



컴퓨터 손봐줬다고 "아빠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찬사를 받았고, 이렇게 보송보송한 빵과자까지 선물로 받다니 참 못난 아빠가 딸 가진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들 부럽지 않은 딸이 요 경우가 아닐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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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4.12.19 07:50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인 딸 요가일래는 일반학교외에도 음악학교를 다닌다. 17일 수요일 한 해를 마감하는 공연회가 열렸다. 음악학교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이다. 

많은 학생수로 공연에 출연하기가 쉽지 않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도록 노래 부문에서는 주로 합창단이 출연했다. 독창을 전공하는 딸아이는 학생들이 자원해서 들어가는 합창단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했다. 

* 음악학교 연말 연주회

지금껏 매년 이 공연회에 출연했는데 올해는 독창으로 뽑히지 않았다. 변성기 나이로 애매했다. 그냥 합창 한 곡에 참가했다. 요가일래는 아주 좋아라 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좀 아쉬웠다. 아내는 교사 뒷풀이로 학교에 남고, 요가일래와 둘이서 집으로 돌아왔다. 길을 걸으면서 요가일래와 한 대화가 마음에 와 닿아 남기고자 한다.

"아빠, 내가 정말 아빠를 사랑해."
"거짓말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해."
"오늘 음악학교로 오면서 아빠에 많이 불평했잖아."
"아빠, 내가 엄마하고 얼마나 싸우는지 알잖아. 그래도 난 엄마를 사랑해."
"그래? 싸우지만 그 밑바탕에는 사랑이 있다는 말이네."
"맞아. 아빠가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내 마음이 아파. 앞으로는 그렇게 생각조차 하지 마."
"그래 알았다."

상대방에게 일시적으로 불평하더라도 그 바탕에 서로의 근본적인 사랑이 있다면 그 불평은 햇살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린다. 한 두 가지 더 아버지와 딸 사이의 이야기를 전한다.  

내 시간이 필요하잖아!
일전에 지인이 요가일래에게 실팔찌를 서너 개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짬짬이 손목띠를 만들고 있었다.
"이거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해?"
"한 3시간이면 돼."
"그러면 쉬지 않고 꼭박하면 하루만에 다 할 수 있겠네."
"없지. 내가 그렇게 안 하지."
"왜?"
"나도 내 시간이 필요하잖아! 아빠도 일만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해."

일이 있으면 꼭 빨리 끝내려고 그 일에만 완전히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일에도 관심 좀 가져라는 말이다. 

* 요가일래의 취미 - 실팔찌 만들기

아빠도 먹고 싶잖아
어느 날 밤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양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와~ 샌드위치 맛있겠다."
"내가 했으니 맛있지. 아빠도 먹을래?"
"내가 먹으면 너한테 양이 부족하잖아. 네가 다 먹어."
"아니야. 내 배에 있을 것이 아빠 배에 있어도 내가 배부르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세상에 내 배만을 채유려는 사람이 세상이 비일비재한데 이날 우리집 부엌에는 달랐다. 요가일래가 커더라도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 꼭 이런 생각을 간직하길 바란다. 

아빠만큼 키 클래
딸아이는 또래에서 키가 작은 편에 속한다. 
"네가 아빠를 닮아서 키가 작나? 아빠를 닮지 마."
"괜찮아. 내가 책에서 읽었는데 딸은 아빠 키만큼 자라."
"정말 그럴까? 그래도 예외가 있잖아"
"그냥 아빠만큼 키 클래."  

작은 키를 크게 하기 위해 수술까지 하는 세상인데 그냥 아빠처럼 작아도 좋다라는 딸아이...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
종종 딸의 귀엽고 기특한 순간을 보면 묻곤 한다.  
"아이구, 네가 어떻게 아빠한테 태어났니?"
"세상에는 더 좋은 사람도 많고, 더 넉넉한 사람도 많고..." 
"그래도 난 아빠가 좋아."
"왜?"
"아빠는 내 아빠니까."

빈부귀천의 척도로 아빠를 보지 않고 '아빠는 내 아빠니까'라는 단순한 사실만으로 좋아하는 딸아이...

이렇게 딸아이는 어린 내 딸이 아니라 나를 인간적으로 더 성숙시키는 존재로 다가온다. 어른이 아이에게 배운다라는 말은 이제 우리 집의 일상사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11.27 07:51

일전에 "중학생이 되자 확~ 변한 딸의 생활상" 글에서 유럽 리투아니아 중학교 1학년생 수업내용을 소개했다. 오늘은 시험 성적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흔히 말한다.
"내일 시험 있어."
"또 시험이야!"
"모레도 시험 있어!"
"뭐!?"
"힘들겠다."

그런데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시험일이 다가오면 밤을 꼬박 새면서까지 공부했는데, 딸아이는 평소처럼 밤 10시에 잠을 잔다. 왜 그럴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따로 없어
어느 특정한 날을 정해 그날 하루 내내 모든 과목 시험을 치지 않는다. 과목마다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시험일을 달리한다. 동일한 내용에 대한 수업을 서너 차례 진행한 후 선생님이 이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시험을 낸다. 시험공부 분량이 많지 않아서 한꺼번에 힘들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비교적 자주 점검하기 때문에 평소 느슨하게 공부하다가 시험일이 다가와서야 벼락치기 공부하는 일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한국에 있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여긴 따로 없다. 

평가점수는 1-10점이다. 아래는 학생수 29명의 성적표이다. 이번 학기 지금까지 평균성적이 9점(90점)이상이 12명, 8점(80점)이상이 7명, 7점(70점)이상이 7명이다. 80점이상 학생이 19명으로 전체의 과반수가 훨씬 넘는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다. 아래 붉은 칸을 한 것이 과목(러시아어)당 평가번수(Pazymiu)이다. 한 학생은 6번, 다른 학생은 10번, 또 다른 학생은 15번이다. 학생마다 다르다. 동일한 번수로 시험을 쳐서 얻은 점수 합계를 나눠 평균점수를 내고 순위를 정해야 맞을 듯한테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면 또 다시 그 까닭이 궁금해진다. 그 답이 아래 붉은 칸에 나와 있다. 필기시험 하나만으로 과목당 성적을 평가하지 않고, 그 과목에 대한 지식습득을 평가는 내용이 여러 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번수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성적내용은 복잡다단
성적에 포함되는 평가내용은 이렇다.
실습 
자립작업: 시험문제를 주면 학생들이 교과서나 기타 자료 등을 이용해 스스로 답을 내는 
이론
취합 (반복되는 과제 제출을 종합해서 평가)
다른 기관이 발행한 평가(예, 다른 기관이 주최하는 수학 경시 대회 등 참가해서 얻은 점수)
필기시험
숙제
자립이나 가정 학습 점수 (병 등으로 결석일이 많은 학생의 경우)
일상사 (일반적인 학생들의 일)  
교실일 (예, 교실 환경미화)
프로젝트 (과제 발표)

막상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참 복잡하다. 하지만 과목당 필기시험 하나만으로 단순히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내용을 종합해서 그 과목의 성적을 매기는 것이 특이하다. 그래서 학생마다 평가번수가 다름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9.12 05:30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를 운영한 지 벌써 만 7년이 되었다. 이 블로그의 한 부류를 차지하는 아버지와 딸아이 이야기의 주인공 요가일래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언제 다 자라나? 휴~"하던 시절이 훌쩍 가버렸다. 이제는 "벌써~ 소녀가 되었네!. 사춘기를 잘 넘겨야할텐데"라는 때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때는 시간이 빨리 가면 참 좋겠다라고 바랬는데 지나고 나니 세월은 역시 빨랐다. 이제 6년을 더 학교 다닌 후 고등학교를 마치고 언니처럼 외국에 공부하러 가면 함께 지낼 시간도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다.

지난 여름 종종 큰소리로 대꾸하기에 한번 나무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이유없이 대꾸하면 안 되잖아!"
"나도 알아. 선생님이 우리가 그런 나이에 있다고 해서."
"그래도 아빠가 늘 마음이 예뻐야 된다고 네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가르쳤는데 이런 때 그 덕을 좀 보자."
"나도 알아. 아마 이런 날이 빨리 지나가면 괜찮을거야."

더 이상 나무랄 수가 없었다.

9월 1일 요가일래는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이 되었다. 먼저 유럽 리투아니아의 중학교 수업시간표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1주일 수업시간은 총 31시간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1주일 수업시간이 22시간이다. 6년 후 11시간이 더 추가되었다. 가장 수업시간(5시간)이 많은 과목은 국어인 리투아니아어다. 이어서 영어와 수학이 각각 4시간이다. 역사, 생물, 지리, 러시아어, 체육, 작업이 각각 두 시간이다. 물리, 미술, 음악, 신앙, 정보기술, 학급시간이 각각 1시간이다. 역시 여기도 국영수가 최우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담임선생님과 조회는 매일 열리지 않고 월요일 딱 1시간이다.


그렇다면 중학생이 된 딸아이의 생활에서 확~ 변한 것은 무엇일까?
9월 1일 개학한 날 밤 다음날 학교에 가기 위해 밤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딸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 부모님이 일어나야 돼?" (즉 일어나서 깨우고 아침밥을 챙겨줘야 돼나?)  
"아니.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어. 내가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까 그냥 부모님은 계속 자세요. 내가 혼자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서 먹고 학교에 갈거야."
"정말 그래도 돼?"
"정말이야. 이제부턴 내가 한다. 나도 이제 스스로 해야 할 나이잖아."
"그래. 그 결심을 존중한다."

그 후 며칠 동안 정말 딸아이는 스스로 잘 했다. 어느 날 아침 9시경 일어나 침대에서 뒤척이면서 '오늘도 학교에 잘 가겠지'하고 속으로 딸아이를 칭찬했다. 한참 후 일어나 세수하고 거실로 가는데 딸아이의 방문에 닫혀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열어보았더니 딸아이가 여전히 쿨쿨 자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보다 학교에 더 빨리 가고자 하는 욕심에 자명종 시계를 6시 반에 맞추어놓았다. 일어났지만 3개월 여름방학에 여전히 익숙해져 있는 몸을 쉽게 일으켜세울 수가 없었다. 

침실에 있는 아내에게 살짝 와서 상황을 설명하면서 야단을 치지 말자고 했다. 이번을 계기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스스로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후 요가일래는 휴대폰 자명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으로 맞춰놓았다.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니 이렇게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오후에 음악학교로 출근하는 아내는 보통 늦게 잔다. 거의 집에서 일하는 나도 늦게 잔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부모 중 누가 먼저 일어나야 했다. 

"당신이 내일 일찍 일어나 딸아이 등교를 도와줘!"라고 서로에게 미루지 않게 되었다. 

이제 곧 만 13살이 되는 딸아이가 이렇게 스스로 부모 도움없이 등교를 하게 되었다. 이런 자립심이 지속되어 만 18세 성인이 되면 정말 스스로 세상살기에 익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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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4.05.22 09:57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중 중학교 3한년생이 한 명 있다. 이 학생은 프랑스어가 특화된 학교에 다닌다. 즉 프랑스어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1 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궁금해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물어보았다.

"제1 외국어 프랑스어와 제2 외국어 영어 중 어느 언어를 더 잘하나?"
"물론 영어다."
"왜?"
"영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데 프랑스어는 머리 속에서 일단 생각해야 한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유럽에서도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지방은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등이 다민족이 살고있어 다언어권이다. 길거리 거지도 3-4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곳이다. 

복잡한 리투아니아어에 비해 영어가 훨씬 쉽다고 다들 말한다. 물론 언어가 쉽다고 해서 그 언어를 누구나 다 쉽게 습득할 수는 없다. 언어 교육이나 학습 방법이 중요하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을 이번 5월말에 마친다. 어제 딸아이의 영어 시험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시험은 이렇다.
1. 학생 두 명이 한 조를 이룬다.
2. 주제를 준다. 준비를 위해 며칠 시간을 준다.
3. 두 명이 협력해서 영어로 내용을 작성한다.
4. 이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한다.
5. 선생님과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영어 문법을 설명한다.

딸아이가 받은 주제는 "단순현재와 현재진행 시제"이다.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서 영어로 문서를 작성했다. 아래는 딸아이와 친구가 협력해서 작성한 문서이다.


딸아이의 영어 시험 결과가 휴대전화 문자 쪽지로 들어왔다. 10점 만점을 받았다. 아버지로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즉각 축하 쪽지를 보냈다.  


아, 문법이나 단어만 달달 외워서 영어 시험 쳤던 어린 시절과 비교하니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영어 문법을 영어로 설명하는 시험이라면 장차 이들의 영어 구사 능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5.12 08:21

이제 리투아니아에서는 학년이 서서히 끝나간다. 그래서 음악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는 학년을 마치는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피아노 공연이다. 음악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기 전공과는 상관없이 필수적으로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

딸아이의 음악학교 전공을 선택할 때 우리 부부는 딸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데 뜻을 같이해서 피아노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노래 전공을 선택했다. 

금요일 음악학교 대강당에서 딸아이의 피아노 연주가 열렸다. 집 거실에서 연주할 때에는 실수 투성이었는데 정말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이날 연주에 대해 딸아이와 아내는 크게 만족했다. 특히 관객들의 박수 갈채에 우리 식구 모두는 고무되었고, 행사가 다 끝나자 아내의 동료 교사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이번 피아노 연주를 지켜보면서 우리 부부는 둘 다 같은 생각을 해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피아노 전공을 택하게 할 걸..."

딸아이에게 물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것이 좋았을텐데 말이야. 어때?"
"아니야. 피아노가 정말 더 어려워."
"그래도 잘 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피아노도 열심히 해봐."
"알았어."



딸아이 덕분에 이날도 우리 가족은 피자집으로 향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4.10 08:41

우리 집 냉장고 벽에도 예외없이 장식용 자석 기념품이 붙여져 있다. 지난 해 아내가 딸아이의 행동에 못마당해 훈계하는 것을 보고 딸에게 부탁하는 내용의 종이쪽지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3개월 전 또 다른 종이 하나를 붙여놓았다. 


내용은 하루하루 자신를 살펴보게 한다. 냉장고 곁을 갈 때마다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개월 동안 식구 어느 누구도 이 종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딸아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다.


"아빠, 저 종이 한번 읽어봐."   
"심지에 요란함이 있었는가......"
"아빠, 요란함이 뭐야? 어려워."
"요란하다는 것은 시끄럽다는 것이다."
"그러면 심지는 또 뭐야?"
"마음 땅이라는 뜻이다."
"왜 마음이 땅이지?"
"자, 아빠 말을 들어봐라. 우리가 땅에 꽃을 심으면 나중에 꽃이 피지?"
"그래."
"아무 것도 없는 땅에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나중에 그것을 수확하게 된다. 분홍꽃을 심으면 분홍꽃이 피고, 하얀꽃을 심으면 하얀꽃이 핀다."
"아, 알았다. 예쁜 마음을 심으면 예쁜 마음이 피고, 나쁜 마음을 심으면 나쁜 마음이 핀다."
"그래. 그래서 마음을 땅이라고 한다."
"그런데 마음이 어떻게 시끄러워?"
"이거 사고 싶다는 마음, 저거 갖고 싶다는 마음, 남을 불평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이렇게 많은 마음이 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잖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
"그런 마음이 일어나면 없애야지."

며칠 전 아내는 냉장고 벽에 하도 많은 것이 따닥따닥 붙여있어서 떼어내려고 했다. 이를 본 딸아이가 아내를 막았다. 
"엄마, 이건 안 돼!"
"왜?"
"아빠가 써준 거야. 내가 이걸 종종 보면서 내 마음을 돌봐야 돼."


이 사실을 알려주면서 딸아이는 말했다.
"아빠, 엄마가 이걸 버리려고 하는 것을 내가 안 된다고 했어. 내가 잘 했지?"
"그래. 그것을 늘 보면서 네 마음을 살펴라."

그냥 휴지로 여기고 버릴 법도 한 데 아빠가 써준 것이라 잘 간직하겠다고 하는 딸아이의 행동이 마음을 찡하게 했다. 이제는 "마음이 시끄러웠나? 안 시끄러웠나?"라는 물음도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4.04 09:13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이틀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수요일 아침 학교 가려고 하는 데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했다. 아직 고열은 없지만, 혹시 시간이 지나면 생길 수도 있어서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다. 

목요일 아침에도 기침했다.
"오늘은 학교에 가도 되잖아?"
"자연과목 시험이 있어 안 갈래. 어제 학교에 안 갔으니 준비가 안 되었어."
"그래도 가야지."
"엄마가 안 가도 된다고 말했어."

목요일 저녁에도 간간히 기침했다.
"내일은 학교에 가야지?"
"안 걸거야."
"왜?
"금요일이잖아."

딸아이가 가벼운 감기 증상인데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엄마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하루라도 빨리 감기로부터 완쾌돼야 한다. 4월 13일 노래경연으로 텔레비전 출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 아파서 학교에 가지 않으니 실팔찌 만드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딸아이  

몸이 아파도 혼이 날까봐, 아니면 적어도 개근상이라도 타야지 하는 욕심 때문에 중고등학교를 모두 합쳐 6년 동안 한 번도 결석하지 않은 아빠로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유럽에 살다보니 자녀에게 부모의 생각이나 의도를 강요하지 않게 되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아뭏든 요즘 여기 아이들은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약간 기침한다고 학교에 안 가도 누가 그렇게 나무라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공부 못 한다고 부모로부터 심하게 꾸중을 듣는다거나 선생님으로부터 매를 맞는 것 자체가 여기서는 상상할 수가 없다. 

아래는 중국 학교 교실을 담은 영상이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매질하는 모습이다.    
 


이 영상을 본 우리 집 식구 반응이다.
"어떻게 선생님이 저렇게 학생들을 때릴 수 있지?!" 
"정말 잔인하다."
"나중에 선생님 팔이 엄청 아플텐데..."  

아래는 중국 학교 교실과는 완전히 딴판인 러시아 학교 교실을 담은 영상이다.
학생이 나이든 선생님의 머리에 쓰레기통을 뒤집어 씌운다.
 

이 영상을 본 우리 집 식구 반응이다.
"참으로 러시아스럽다."
"존중이라고는 티클만큼도 없다."
"차라리 중국 교실이 더 좋다."

중국 교실만 보여주면 잔인함에 분노하게 되고, 러시아 교실을 보여주면 훈육매질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다. 선생과 학생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의 존중이 완전히 마비된 사회를 이 러시아 교실에서 보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깝다. 

가끔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초등학교 4년까지는 일체의 지식교육을 하지 말고,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덕목을 기르는 인성교육만 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3.14 09:07

근래에 들어와 학교 수업이 다 끝났는데도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의 하교 시간이 늦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에 남아서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 놓아두다가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아내가 수요일 저녁에 한마디했다.

"앞으로는 음악학교에 가지 않는 화요일과 금요일에만 한 시간 정도 늦게 돌아오는 것을 허락한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노는 것도 정말 중요해. 엄마가 이해해줘야지."
"그래도 안 돼. 숙제도 해야 되고, 음악학교에도 가야 되고."

아내의 결정이 쉽게 이해된다. 자녀들이 학교에 남아서 놀다보면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사춘기에 점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목요일이었다. 어머니의 결정을 하루도 안 돼서 잊어버렸는지 딸아이가 제시간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오후 3시까지 돌아와야 했다. 딸아이는 3시 조금 후에 돌아오겠다는 문자쪽지를 보냈다. 그런데 시침은 점점 4시로 향해는데 딸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또 걱정이 되어서 쪽지를 보냈다. 


답은 이렇다:

내가 빨리 올게. 혼내지마. 친구를 혼내줬어. 엄마한데 내가 그렇게 늦게 왔는거 말하지마.


보통 한국 아이들은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어머니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정다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 그 자체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바깥 양반 아버지는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회초리를 들고 훈계하는 모습이 쉽게 떠오른다. 

어제 목요일 한국어 수업시간에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무서워했나? 어머니를 무서워했나?"

한결같은 대답은 "어머니를 무서워했다."였다. 

"대체로 유럽 아이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무서워할까?"
"그럴 것이다."
"왜 그럴까?"
"그냥 대대로 ㅎㅎㅎ."

유럽 아이들이 부모가 혼내는 방법 중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허리띠로 엉덩이 맞기다.

자, 왜 딸아이는 목요일 늦었을까? 
친구를 혼내주느라 늦었다고 했다. 여기서 혼내주다는 설득하다가 맞는 표현이다. 학교에서 딸아이가 근래 서로 친하게 지내는 아이가 딸(A)을 포함해서 셋(A, B, C)이다. 그런데 B가 C에게 삐져서 사이가 좋지 않다. B는 딸에게 더 이상 C와 같이 놀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딸아이는 수업이 다 끝난 후 학교에 남아서 B를 설득했다.

"결과는?"
"친구(B)가 조금 좋아졌어. 내일 학교에 가서 더 말해야 돼. 그런데 내가 오늘 늦었으니 내일(금요일)은 내가 놀지 않고 수업 끝나고 바로 집에 올게."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일주일에 두 번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키는 것이다."

딸아이의 부탁대로 어제 늦게 온 것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Posted by 초유스

중국 여대생들의 특이한 공부법이 유럽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여대생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도구를 이용해 천장에 묶고 공부하고 있다. 바로 졸음방지책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묶을 머리카락이 있지만, 남자는 어떻게 할까? 한 남학생이 신발 냄새를 맡으면서 졸음을 쫓고 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졸음방지약을 먹으면서까지 고입과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때가 떠오른다.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지 못해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딸아이에게 종종 한마디한다.

"지금 모르거나 풀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네가 모르고 못한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돼. 억지로 어떻게 하려고 애써지 마. 시간이 지나면 쉽게 알 수도 있을 거야."

경쟁 지상주의 사회가 유발한 한 단면을 본다. 책상과 책에만 묶어놓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너른 세상에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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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03.07 06:38

일전에 여권상 생일[관련글 보기]을 맞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풍선에 그려진 케익도 받았다. 그때 여러 선물에 취해 축하엽서를 열어보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교과서 속에 끼어져 있던 엽서를 어제서야 열어보았다.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 
만년필로 반듯하게 써진 한국어 문장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으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쁘게 잘 썼다. 


컴퓨터 글쓰기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 이렇게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보면 더욱 정감이 간다. 열심히(?) 가르쳐주신 선생님에게 드리는 축하엽서라 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들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지금까지 약 50시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어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3.04 06:28

부엌에서 복도를 따라 지나다가 열려 있는 방문 사이로 딸아이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빠 딸, 허리를 곧곧하게 하고 앉아야지."
"괜찮아."
"허리가 꾸부정하면 나중에 자라면 안 예쁘고, 또 건강에도 안 좋아."
"알았어."

함께 산책을 가다가 옆에서 딸아이가 어깨를 구부리고 걷고 있다.
"딸아, 어깨를 똑 바로 펴고 걸어야지."
"자꾸 잊어버린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자꾸 하다보면 나중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습관화가 돼."

최근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중국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낯설고 우스꽝스럽다. 책상마다 쇠막대기가 설치되어 있어 학생들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막고 있다. 

왜 쇠막대기가 설치되어 있을까?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지만 내려갈 수록 그 깊은 뜻에 공감이 절로 간다. 
[사진출처 demotywatory.pl]


이 쇠막대기는 앉아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이다. 보기엔 괴상하더라도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이 바른 자세를 갖추는 데 유용하니 참으로 기발하다.

이 사진을 딸아이에게 보여주고, 설명을 했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너희 학교도 이런 책상을 놓아달라고 할까?"
"학생들이 먼저 다 반대할 거야."
"중국에는 저렇게 해서라도 어린이들의 자세를 바루고자 한다. 그러니 너는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해라. 이 사진을 너 방에 걸어놓을까?"
"됐어. 노력할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27 06:46

며칠 일 전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인 딸아이가 전해준 학교에서 겪은 일이다. 

1. 네가 담배 피웠나
학교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생활지도 선생님이 어느 학생이 담배를 피웠을까를 조사하고 있었다. 답은 누가 바로 직전에 화장실을 다녀왔는가이다. 각 반을 돌면서 누가 최근에 화장실을 사용했는지 탐문 조사를 했다. 그 조사 대상에 딸아이가 걸렸다. 같은 반에 누군가 딸아이가 최근에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학교 화장실을 꺼리는 딸아이인데 이 날 학교 화장실을 사용했다. 이에 딸아이는 생활지도 선생님에게 불러서 입냄새를 맡게 했다. 결과는 딸아이에게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 사진출처 [facebook.com]

2. 우린 다 사람이잖아
딸아이는 최근 들어 한 해 저학년생인 5학년생들과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고 있다.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학교에 남아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겨한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들이 이상하게 딸아이를 쳐다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반 친구들과 놀아야지 학년이 다른 학생들과 노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 요가일래 [사진출처 facebook,com]

딸아이의 이유는 간단하다.
"아빠,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반 친구들이 이상해."
"왜?"
"학년이 다르다고 해서 친구가 도리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되었어. 우리는 사람이니까 친구가 될 수 있어야 돼."
"그래 지위나 연령, 피부, 종교, 민족, 신념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서로 부담없는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 반 친구들이 뭐라고 해도 네가 지금처럼 학년이 다른 학생들과 친구하도록 해. 이유는 네 말처럼  간단하다. 우리 모두는 사람이니까."

이날 따라 딸아이의 "우린 다 사람이잖아"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남녀노소, 지위고하에 얽매여 가장 큰 근본인 "우리 모두 사람이잖아"를 망각한 경우가 참으로 흔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9 07:47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과제와 성적, 가정통지문을 즉각적으로 받는다. 선생님이 시험성적을 채점해 컴퓨터에 결과를 입력하는 즉시 집에서 가만히 앉아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며칠 전 딸아이가 학교에 있는데 지리 성적을 앱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최하점이었다. 잘못 기재가 된 듯했다. 왜냐하면 지리 시험을 대비해 시험 전날 늦도록까지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휴식 시간에 딸아이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집으로 돌아오면 혼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자 했다. 

딸아이가 설명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시험지에 있는 지도와 바다를 표시하는 숫자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시험지를 보지 않았으니 선뜻 이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집으로 온 후에 다시 상의하자고 했다. 

그런데 딸아이의 문자쪽지에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번역하면 이렇다.
"엄마를 사랑해.  Y.o.l.o. 인생은 한 번이야. 우린 한 번만 살아."
이에 대한 엄마의 답이다.
"그러니까 우린 노력해!!!"
 

시험에서 최하점을 받고도 부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생은 한 번이야"라고 답하는 12살 딸아이가 외계에서 온 사람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좋지 않은 시험 성적 결과가 나왔을 때 선생님과 부모에게 가슴 조아리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학교 때 학급 성적이 낮아서 반 전체가 운동장에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밀대로 매를 맞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가 시험지를 보여주었다. 정말이지 딸아이를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비판의 화살은 작고 희미한 세계 지도를 가지고 시험을 보게 한 지리 선생님을 향했다. 당장 지리 선생님에게 전화해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우리 부부는 재시험이 안 된다면 교장 선생님에게 항의할 태세였다. 

선생님을 나무라지 마
"선생님을 나무라지 마. 정말 좋은 선생님이야."
"네가 재시험에 동의하는 학생들을 모아서 선생님에게 한번 말해봐."
"내가 학생이니까, 내가 해결해볼 게. 선생님에게 다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지를 물어볼 거야.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니까 안 좋게 말하는 것은 좋지 않아."

다음날 학교에 다녀온 딸아이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지리 선생님하고 얘기해봤어? 다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준데?"
"그렇게 하기로 했어."
"네가 어떻게 말했는데?"
"지도가 희미하다 말하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말했어?"
"내가 지도를 잘 볼 수 없어서 다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다시 시험을 보고 싶다고 말했어."

지도가 희미한 것을 탓하지 않고 지도를 잘 보지 못한 자기를 탓하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나쁜 성적에 기죽지 않고 부모 참견 없이 재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딸아이에게 재시험 기회를 제공한 선생님도 멋지다. "시험 성적에 연연하지 말라"라고 가르치지만, 뜻하지 않게 최하점을 맞은 딸아이를 보니 안타까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7 07:55

또 2년이 지났다. 매년 2년마다 유럽 리투아니아에는 '다이누 다이넬레'(Dainų dainelė, 직역하면 '노래 중 노래 한 곡') 노래 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1974년에 시작되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리투아니아 정부 교육부, 리투아니아 텔레비전 방송사, 그리고 츄를료뇨 예술학교가 조직한다. 참가는 유치원생부터 학생까지(3세에서 19세까지) 원하는 사람 모두이다. 지금까지 역대 참가자수는 총 20여만명이다. 리투아니아 인구가 320만여명이니 이는 엄청난 숫자이다. 

리투아니아 전국에 있는 60개 자치정부가 참가한다. 5000여명의 참가자는 4개 연령별로 나눠진다. 심사기준은 조음(調音), 음성, 노래 선곡과 해석, 예술성, 무대 태도이다, 만점은 25점이고, 절대평가다. 이 대회는 전체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학내 경선
2단계: 시별 경선
3단계: 도별 경선
4단계: 전국 경선 (TV 중계)
5단계: 최종 입상자 TV 공연 (국립 오페라 극장)


참가자는 3단계까지 리투아니아 민요 1곡 + 자유 선곡 2곡을 불러 평가를 받는다. 4단계에서는 3곡중 10명의 심사위원들이 지정한 곡으로 텔레비전 무대에서 부른다.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전공하는 딸아이 요가일래도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1월 중순 3단계 경선에서 성공해 4단계로 올라가게 되었다. 2012년에도 요가일래는 4단계 TV 경선에 참가했다.


* 2012년 TV 경선에 참가해 노래 부르는 요가일래

어제 일요일 요가일래는 4단계 TV 무대에 출연해 노래 부르는 동료 친구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송국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오더니 3월 초순에 있을 자신의 TV 출연을 위해 열심히 노래를 연습했다. 이번에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노래는 다름 아닌 한국 동요 "반달"이다.



"이번에는 한국 노래가 선정되었으니 한복을 입고 노래해야겠네?"
"물론이지. 이제 맞는 한복도 있잖아."
"너 덕분에 한복과 한국 노래가 리투아니아 전국 방송을 타게 되었네."
"아빠, 기분 좋지?"
"당연하지. 노래 잘해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해라."
"고마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1 05:15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흔히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 클까"일 것이다.

엉엉 울어대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왜 우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을까?"
일일이 밥을 먹여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숟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옷을 챙겨 입혀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머리를 빗겨 묶어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머리 손질을 할 수 있을까?"
학교 입구까지 손잡고 등교시켜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자녀를 키우면서 접하는 이런 물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 둘씩 저절로 해결된다.
딸아이는 만 12살로 한국으로 치면 곧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고, 3월에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가 4년제라서 중학교 2년생이다. 
    
최근까지 매주 금요일은 딸아이를 깨워 아침밥을 챙겨 주고 학교에 보내는 일을 맡았다. 늦은 밤까지 일하고 서너 시간 잔 후에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질문이다.

"너는 언제 커서 스스로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가나?"
"아빠도 힘들지? 아직 내가 어리니까 아빠가 도와줘야지."
"빨리 스스로 혼자 아침밥 챙겨 먹고 갈 수 있도록 하면 참 좋겠다."
"그래도 아빠가 깨워주고 아침밥을 준비해주면 좋잖아."

드디어 때가 왔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딸아이는 꼭 3일째 이를 반복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아직 일주일이 채 안 된 지난 목요일 시차병으로 자명종없이 새벽에 일어났다. 일어나니 다섯시였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감기에 완쾌된 몸이 아직 아니지만 하루 일을 시작했다.

6시 20분 누군가 방문에서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랐다. 딸아이가 교복을 입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환영처럼 보였다. 딸아이는 아침 7시 10분경 깨워야 일어난다.

"네가 웬일이야?"
"아, 이제 혼자 일찍 일어나기로 했어."
"그래? 잘 했다. 씻고, 스스로 아침밥을 준비해봐라."
"알았어."

딸아이 아침밥은 사실 간단하다. 빵 두 조각에 버터를 바르고, 뜨거운 물에 코코아와 우유를 타는 것이다.

* '부모님, 이제 아침 늦게까지 편히 주무세요. 제가 알아서 아침밥 먹고 학교에 가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지난 12년 동안 딸아이는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  

한국 부모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유럽인 자녀들은 이렇게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간다. 큰딸 마르티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혼자 챙겨 먹고 등교했다. 

아, 이렇게 해서 난생 처음 작은딸 요가일래는 2014년 2월 6일 스스로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로 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자명종을 맞춰놓고 딸아이를 깨우고 아침밥을 챙기는 일에서 마침내 해방된 셈이다. 자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12.02 06:01

미국인들은 유럽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Buzzfeed.com이 최근 조사를 실시했다. 미국인들에게 유럽 지도를 주고 어느 나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 기재하도록 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의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맞는 답이 거의 없다. 특히 동유럽 나라들에 대한 지도상 위치는 혼란스럽다. 

어떤 사람은 우크라이나 땅에 유명 배우 보랏(Borat)의 나라 카자흐스탄을 기재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학위까지 있다는 사람은 우크라이나 땅에 러시아를 기재했다. 

폴란드 땅에는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이 기재되었고, 리투아니아 땅에는  빈 공간이 많았고, 심지어 Latvuastonia 새로운 이름이 기재되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관심 있는 독자들은 아래 지토를 가지고 자신의 지식을 한번 점점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번 주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세계지도를 놓고 나라 찾기를 해보는 놀이도 권장할 만하다.

Posted by 초유스

이제 점점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일년 동안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던 사진이며 동영상 파일을 틈나는 대로 정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리투아니아 빌뉴스 음악학교 여고생들의 공연이 담긴 동영상이다. 


목소리 합창단이 이날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연해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들은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소리를 내었다. 



한편 이 동영상을 보니 여러 해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찍은 한국 여고생들의 책상 난타가 떠올랐다. 서로 비교해볼 수 있겠다.



이 두 동영상을 본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한국 여고생들의 손바닥 연주가 더 신라고 흥겹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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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11.23 08:08

금요일은 초등학교 딸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 준비를 도와주는 날이다.

"아빠, 나 오늘 집에 늦게 올 거야."
"왜?"
"친구들하고 같이 시내로 놀러 가기로 했어."

학년이 높아갈 수록 특히 6학년생이 된 후부터는 집에 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예전에는 학교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20분 안에 꼬박꼬박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딸아이에게 보내는 쪽지의 대부분 내용이 아래와 같다. 빨리 집에 와야지......


금요일이라 친구들과 시내 중심가로 가서 감자튀김과 햄버거도 사먹고 놀다가 오겠다고 한다.

"그러면 먼저 집에 와서 책가방을 놓고 가. 무겁잖아."
"아니야, 오늘은 내가 가방을 가볍게 했어. 한번 들어봐."
"그래도 집에 놓고 놀러 가."
"아니야. 친구들도 다 책가방을 가지고 가."
"우리 집 옆을 지나가야 시내 중심가로 갈 수 있잖아."
"책가방 안에 지갑도 있어."
"책가방 안에 지갑을 넣어두면 위험하잖아."
"아빠, 내 친구들 도둑이 아니야."

이 말에 "그럼, 알았다. 너 편한 대로 해."라고 대화를 끝냈다. 

30-40여년 전 학교 다닐 때 종종 누군가 책가방 속에 넣어둔 물건을 잊어버려 훔친 이가 나올 때까지 학급 전체가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고 벌을 선 적이 떠올랐다.

딸아이의 믿음대로 요즈음 그런 일들이 일어나질 않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11.22 06:31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교가 일반 시민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한국어 강좌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다. 13세부터 30살까지 10명이 배우고 있다. 

읽고 쓰기는 얼핏보면 쉬운 듯하지만 수업 진도가 나갈 수록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 중 여러 명은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점점 향상되고 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이었다. 내용은 "~ 같아요"이다. 


"우리 선생님은 너무 착해요. 양 같아요"라고 읽고 있는데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었다. 선생님이 양처럼 착하다고 하는데 왜 웃을까? 

이것이 바로 언어에 담겨져 있는 문화 차이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유럽 사람들에게 양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양과는 다르다. 우리는 양이 순함과 착함의 대명사이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아니다. 좋은 예가 용이다. 동양에서 용은 인간을 보실피는 수호신이지만, 서양에서 용은 쳐녀를 요구하는 괴물이다. 

우리는 양을 순박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보지만, 여기 사람들에게는 고집스럽고, 어리석고 아둔한 것이 바로 양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양은 이와는 다르다. 어린 양은 순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여긴다. 

"제 여자 친구는 아주 착하고 얼굴도 예뻐요. 천사 같아요"에 이들은 또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이번에는 또 왜 일까? 

리투아니아어에서는 천사가 남성형 명사이다. 네 명의 대천사를 모두 남성형 이름으로 표기한다. 가브리엘류스(가브리엘),  미콜라스(미카엘), 라파엘리스(라파엘), 우리엘리스(우리엘)이다. 즉 "여자인 내가 어떻게 (남자) 천사처럼 생겼나?"라고 반문하면서 이들은 의아해할 수 있다. 

* 리투아니아 사람이 눈으로 만든 천사상. 착한 남자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각각 언어의 이런 문화적 차이를 모르고 "당신은 양 같아요"라고 서양인에게 했다가는 본의 아니게 오해를 넘어서 욕을 한 꼴이 된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 특히 비유법(직유, 은유 등)을 사용할 때에는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10.05 07:09

가리 대학생의 이색 시위가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목요일 한 대학교의 학생들은 속옷만 입고 강의실에 들어왔다. 이는 대학교 총장이 지정한 새로운 드레스 코드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언론 보도(출처 1, 2)에 따르면 이들은 헝가리 남서부 지방에 있는 커포슈바르(Kaposvár) 대학교 학생들이다. 수요일 대학교 총장이 학생들에게 "강의와 시럼에 의무적으로 남학생들은 어두운 색 계통의 양복과 구두를 해야 하고, 여학생들은 재킷과 블라우스와 바지 또는 긴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통지했다.

그는 "10월 1일부터 대학교 내에서는 미니스커트, 반바지, 해변슬리퍼, 짙은 화장, 부적합한 패션 악세사리, 단정치 못한 손톱이나 머리카락은 설 자리가 없다"라고 선언했다. 가벼운 옷차림은 단지 여름철 더운 날에만 허용된다고 했다. 

총장의 고전적인 복장 강요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대학생들은 이날 속옷만 입기로 시위했다. 


"우리는 옷을 제대로 입었지만, 강의실이 너무나 더워서 허용되는 옷만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 학생이 재치있게 말했다. 이들 대학생들은 10월 7일 월요일에는 해변슬리퍼, 비치타월을 가져지고 강의실에 올 계획이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이곳 대학생을 일상에서 흔히 접하고 있다. 도에 지나친 옷이나 화장을 하고 다니는 대학생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커포슈바르대학교에서는 정도에 벗어난 경우가 너무 많아서 대학교측이 이런 드레스 코드를 결정한 것은 아닐까...... 

대학교 총장과 학생들 사이의 복장 갈등은 어떻게 마무리 될까 궁금하다. 30여년 전 까까머리와 교복을 입고 다니던 중고등학교 생활이 떠오른다. 

고전적인 복장 착용을 강제하는 헝가리 커포슈바르대학교의 속사정은 이해할 만하지만, 대학교는 대학생 스스로가 학생 품위에 어울리는 복장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0.01 06:00

리투아니아인 아내 쪽으로 친척이 한 명 있다. 리투아니아 여자인데 이집트 남자와 결혼했다. 서로 열렬히 사랑할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들은 지금 3살된 아주 예쁜 딸을 두고 있다.

생김으로는 리투아니아인보다 이집트인에 더 가깝다. 아이가 점점 자라감에 따라 특히 외할머니의 걱정도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고, 이해할 만하다. 

리투아니아는 다민족 사회이다. 특히 60여만명 인구 빌뉴스는 리투아니아인이 57.8%이다. 하지만 서유럽 도시에 비해 다른 인종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학교에 들어가면 생김새 때문에 귀여운 손녀가 겪을 마음 고생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이것이 기우에 그칠 수도 있다. 

외할머니는 이들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떠나 영국 런던 등지에서 손녀를 키우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런던에도 차별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리투아니아에서처럼 군계일학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듣고, 함께 있던 초등학교 6학년생 딸에게 물어보았다. 

"네 학교에서 아빠가 유럽인이 아니라고 학생들이 뭐라고 안 해? 너를 놀린다거나 따돌린다거나"
"아니. 그런 것이 없어."
"그래도 뭐랄까 너를 다르게 본다거나"
"아, 1학년부터 쭉 같이 다닌 학생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런데 전학온 학생들이 종종 뭐라고 해."
"뭐라고?"
"나를 중국애라고 부른다거나, 눈이 좁은 아이라든가."
"그러면 너는 어떻게 반응하는데?"
"간단해. '안녕!'이라고 말하고 그냥 내 일을 계속해."
"마음이 좀 이상하거나 아프지 않아?"
"전혀. 안 그래." 

학교에서 밝게 생활하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며칠 전 딸아이가 학급에서 하는 재미난 놀이를 소개했다. 점점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고, 30명인 학급 내에서 친한 친구들끼리만 어울리게 되는 때이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놀이를 생각해냈다.

매주 한 번씩 각자가 다른 학급생 1명의 이름을 쓴 쪽지를 바구니에 넣는다.
매주 이름은 달라야 한다.
쪽지를 꺼낸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이름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일주일 동안 쪽지의 학생에게 아무도 심지어 그 학생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좋은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관심을 가져준다거나, 칭찬을 한다거나, 학업을 도와준다거나 과자를 준다거나......

매주 돌아가니 그 동안 서먹했던 학급생과도 서로 좀 더 알게 된다. 이 방법을 학생들이 잘 활용한다면 학급 내 따돌림은 없거나 줄어들 듯하다.

딸아이는 잠자기 전에 책가방에 한국에서 보내준 사탕을 12개 넣었다. 쪽지에 적힌 학생에게도 주고, 또 그 친구에게만 주면 눈치채니까 다른 학생들에게도 주려고 12개나 챙겼다. 


"비싼 항공료 주고 한국에서 보내온 사탕인데 너무 많이 가져 간다. 조금만?"
"괜찮아. 있을 때 주는 거야."
"그래, 모두와 즐겁게 지내라. 그래야 학교 가는 재미가 있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