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10.30 10:15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여행을 온 한국 사람들이 가끔 던지는 질문 하나가 있다. "왜 여긴 전봇대가 없나?"이다. 얼핏보기에 전기도 인터넷처럼 무선으로 공급되는 듯하다. 사실은 전봇대 없이 전기선이 지하에 깔려있기 때문에 전봇대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도심 거리를 거닐 때 눈에 확 띄는 것이 수많은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봇대이다. 일반적으로 전봇대는 곧은 직선이다. 굽은 전봇대는 상상하기가 힘든다. 그래서 며칠 전 익산시 무왕길을 산책하면서 만난 굽은 전봇대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원칙은 곧은 것이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렇게 굽을 수도 있다. 이 두 전봇대를 마주보면서 삶 속에서도 곧음의 원칙과 굽음의 융통을 잘 알고 행하라는 교과서를 읽은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09.03 06:51

2007년 리투아니아 양성평등 위원회는 교육과학부에 미혼여성을 차별하는 교과서 내용을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문제의 문구는 2006년 초부터 사용되고 있는 리투아니아어 교과서에 있었다. 이는 세르비아 극작가이자 풍자문학가인 브라니슬라브 누치츠가 쓴 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 문장을 번역하면 “숫자 0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만약 그 앞에 숫자 1을 놓으면 10이 될 것이고, 2를 놓으면 20이 될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내 아내를 예로 들어보자. 나에게 시집오기 전 그녀는 아무 것도 아닌 그야말로 0이었다. 나에게 시집오자 그녀는 부인이 되었고, 선생이 되었고, 아내가 되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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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교실 수업 모습

이 문장의 문제점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40대의 한 학생의 엄마였다. 그녀는 아들의 숙제를 도와주면서 읽은 이 문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여성을 비하시키고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 교과서에 포함되어서 안된다”고 믿었고, “기혼이든 미혼이든 여성은 동등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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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정부 교육과학부 건물

이에 대해 당시 리투아니아 교육과학부 장관은 이 내용이 다소 부적절함에는 동의하지만, 이는 숫자를 가르치는 한 예로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내용은 풍자적이고, 20세기 초에 나온 것이라 교과서에서 제외되어야 할 만큼 아주 부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글을 쓰면서 딸아이에게 가르쳐준 숫자 0의 의미가 떠오른다.
"아빠, 숫자 0은 뭐나?"
"숫자 0은 모든 숫자의 바탕이다. 0이 없으면 1도 없고, 2도 없고...... 백만도 없다."
"정말 숫자 0은 중요하다. 그렇지, 아빠?"
"맞아!"

* 관련글:  어린 학생이 연필심 흑연을 먹는 까닭
                시험 전 요점 정리 메일 보내는 선생님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11.14 17:21

최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200km 떨어진 한 시골에 다녀왔다. 바로 이 먼 시골에 주로 옛날 기계들을 수집해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는 리투아니아 사람 유스티나스 스토니스(68세)를 만나기 위해서다. 우선 그는 30여년간 빌뉴스 게디미나스 공과대학교 교수로 일을 하고 퇴임했다. 그 후 고향으로 내려가 그 동안 수집한 각종 옛날 기계 등을 전시해 사설 “옛기술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지 10여년이 되었다.

그가 수집한 7000여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 하나가 책이었다. 바로 수백년 된 인쇄된 책들 사이에 있는 1922년 만든 책이었다. 이 책은 당시 대학교수가 직접 손으로 쓴 교과서였다. 물론 러시아 혁명시대에 강요된 일이었지만,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교과서를 보면서 학문에 대한 교수의 열정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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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