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미국 여행을 마치고 딸아이가 집으로 돌아왔다. 미국 여행을 하면서 가장 소름 끼친 일을 하나 소개했다. 보스톤에서 생활하다가 뉴욕 나들이를 나섰다. 인터넷으로 민박집을 찾아 편안한 마음으로 그 집을 방문했다.
젊은이가 사는 집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정리정돈이 엉망이라는 집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게 되었다. 숙박비는 이미 지불한 것이라 불결함에 뛰쳐나올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도마를 옮기려고 도마를 들어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왜?
도마 팉에는 수십마리의 바퀴벌레가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집 안에 거미르 보아도 깜짝 놀라는 데 바퀴벌레를 보았으니 그야말로 충격을 받았다. 이날 밤 거의 공포영화 수준으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하다가 다음날 숙박비를 돌려받고 새로운 민박집을 옮겼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의 옷을 손으로 빨래를 하다가 아내가 소리쳤다.
"미국 바퀴벌레!"
"뭐라고?"
* 아이팟으로 찍은 사진이라 선명도가 낮아 아쉽다.
온 식구들은 머리카락이 쭈빗쭈빗하고 몸이 간지러웠다. 아내는 빨래솔로 곤충을 가지고 밝은 곳으로 왔다. 식구들은 이것이 정말 바퀴벌레일까라며 가까이에서 살펴보았다. 말라 죽어서 식별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일단 바퀴벌레는 아닐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여졌다. 어쩌면 바퀴벌레가 아닐 것이라는 바램으로 내린 결론일 법하다.
한국에서 보냈던 학생 시절 여름 방학 숙제로 식물과 곤충 채집을 받곤했다. 이때 빠지지 않는 곤중으로는 방아깨비와 사마귀 등이 있었다. 방아깨비를 선호했다. 왜냐하면 방아깨비의 기다란 뒷다리를 잡고 있으면 방아깨비가 위아래로 끄덕거리는 모습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사마귀는 좀 징그럽고 무서웠다. 사마귀 몸은 가늘고 길며, 몸빛은 녹색이거나 누른 갈색이다. 앞다리가 크직하며, 그 끝에 낫처럼 생긴 돌기가 있어 먹이를 잡아먹기에 편리하다. 곤충 사마귀는 살갗에 낟알만 하게 올라와 납작하게 돋은 군살인 사마귀와 이름이 같다.
"사마귀에 물리면 사마귀가 나!"라는 동네 형들의 말에 사마귀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했던 기억이 난다. 방아깨비나 메뚜기는 잡으려고 했지만, 사마귀는 피해가고 싶은 곤충이 되어버렸다. 암컷 사마귀는 짝짓기 한 수컷까지 잡아먹는다는 것을 더 자라서 들은 후터는 사마귀가 사마귀로까지 느껴지게 되었다. 사마귀라면 늘 녹색 사마귀만 떠오른다. 풀과 같은 색이라 움추리고 숨어있으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자기 정원에서 곤충과 꽃 사진찍기에 취미를 가지고 있는 헝가리인 에스페란토 친구가 최근 올린 사진에서 참 특이한 사마귀를 보게 되었다. 황금빛을 발하는 사마귀였다. 녹색 사마귀만 보다가 이런 색다른 사마귀를 보니 참 신기하다.
유럽 사람들의 점심 차림표에 전식으로 전갈 국, 주식으로 바퀴벌레 튀김, 후식으로 벌 크림이 등장하는 날이 언제가는 올까?
▲ 유채꽃에 매달려 있는 곤충. 언젠가 인간의 사냥으로 종말을 맞을 수도 있겠지......
대답은 긍정적이다. 왜냐하면 최근 유럽 언론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3백만 유로(약 46억원)를 투자해 과연 곤충이 유럽 사람들에게 적합한 음식인지를 연구하는 과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곤충은 귀중한 영양분이 풍부한 좋은 식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곤충은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건강식품이다.
▲ 빌뉴스 한 건물 외벽에 있는 거대한 메뚜기 조각상. 메뚜기의 거대한 식용가치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메뚜기는 단백질 20%와 지방 6%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반해 쇠고기는 단백질 24%와 지방 18%로 되어 있다. 쇠고기가 메뚜기보다 3배나 더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칼슘, 흰개미는 철분, 번데기는 비타민(B2)이 풍부하고, 꿀벌은 정력을 돋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사람들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은 육류이다. 하지만 인구 증가와 소비 증가로 육류는 부족 상태에 이르고 있다. 가축 사육에 비해 곤충은 탄소를 덜 배출하므로 친환경 조류에도 적합하다. 이렇게 곤충 식용은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식량 부족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식사용으로 토마토를 딸까, 아니면 여치를 잡을까...... 이렇게 고민하는 날이 올까......
멀지 않은 장래에 유럽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곤충 식용품을 살 수 있는 날이 정말 올까 기대된다. 물론 처음엔 혐오로 인해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
우리 집 아파트 창문에는 방충망이 없다. 3층에 살고 있다. 문을 열어놓고, 불을 켜놓으면 곤충들이 날아온다. 다행히 모기는 거의 없다. 물론 리투아니아 숲 속에는 모기가 무진장 많다. 어젯밤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무서움도 없이 가날픈 곤충 한 마리가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는 내 손가락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한참 동안 이 손가락 저 손가락으로 무전여행을 했다.
그리고 살짝 자판기로 날아갔다. 마치 곤충이 내 손가락을 대신해서 글쇠를 누르는 듯 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니 "글쇠 1은 내가 누를게!"라는 곤충의 말이 들어오는 듯했다. 역시 상상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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