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20. 4. 1. 17:51

리투아니아는 2월 28일 첫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후 3월 중순부터 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리투아니아 정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 하나로 모든 교육기관이 3월 13일부터 기약 없는 임시 휴교다.

음악학교에서 일하는 아내도 재택근무한다. 정상근무하듯이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인 요가일래도 온라인으로 집에서 수업을 듣는다. 4월 중순에 있는 첫 졸업시험 과목인 영어 시험도 무기한으로 연기된 상태다.

장보러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세 식구가 하루 24시간 꼬박 함께 집에 머무른 지 벌써 20일째다. 다행스럽게 평소에 거의 각자가 식사를 알아서 해 먹어서 음식을 준비하는 데에는 식구간 갈등은 없다. 아침은 일어나는 시간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알아서 챙겨 먹는다. 점심도 저녁도 배고픈 시간이 각자 다르니 스스로가 알아서 해 먹는다.

그렇지만 같이 먹을 때가 있거나 아니면 다른 식구를 위해 많이 해서 남겨 둘 때도 종종 있다. 어제 하루는 요가일래와 비슷한 식사 시간이었다.

"아빠, 내가 오늘 렌틸콩 밥을 해서 먹을 건데 해 줄까?"
"좋지. 렌틸콩이 혈당을 낮추는 데도 좋고 심혈관에도 좋다고 하더라."  
"내가 손가락을 다쳤으니까 나중에 씻는 데 좀 도와줘."
"알았어."

요가일래가 즐겨 먹는 렌틸콩 밥 요리하기는 아주 간단하다. 

먼저 고구마를 깨끗하게 씻는다. 
고구마는 리투아니아에서 자라지 않는다. 주로 스페인에서 재배된 수입농산물이다. 그래서 감자보다 훨씬 비싸다. 보통 1킬로그램당 감자는 0.3유로고 고구마는 2유로다. 6-7배 가격차다.


씻은 고구마를 4등분한다.
기름을 바른 철판 우에 놓는다.
뚜껑으로 철판을 덮고 고구마를 익힌다.  


렌틸콩을 4번 정도 물로 씻는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돌솥을 이용해서 약 15-20분 정도 렌틸콩을 삶는다.
물이 서서히 증발되면서 렌틸콩이 삶아진다.    


양과 염소 우유로 만든 치즈다. 그리스산 치즈다.


이렇게 해서 
주황색 고구마 
하얀색 치즈
녹갈색 렌틸콩 요리가 완성되었다. 


분이 가득한 렌틸콩
단맛이 나는 고구마
새콤하고 짭짤한 치즈가 함께 한 그릇 한 개를 싹 비웠다.
아빠보다 더 건강식을 해서 먹는 딸이 부럽기도 하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5. 2. 05:49

"어머니날에 헌정한 초3 딸의 시 한 편"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작은 딸 요가일래의 어머니날 선물에 대해 썼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3학년생인 큰 딸 마르티나는 무슨 선물을 했을까?

우선 토요일 이야기를 꺼낸다. 토요일 오후  마르티나는 어디론가 가서 저녁 무렵에 돌아왔다. 

"주말인데 공부 좀 하지!!!"
"오늘 벌써 4시간 공부했어."
"그래도 이제 한 달 후면 가장 중요한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있잖아!"
"공부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주말에는 쉬고 싶어."
 
이렇게 대화가 끝났다.
늦은 저녁에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은 마르티나는 또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또 어딜 나가니?"
"오늘 자고 올 거야! 친구들 하고 포커치면서 파티하기로 했어."
"졸업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 장학금을 받지 못할 경우 어떻게 우리가 학비를 대줄 마음이 생기겠니?!일단 열심히 하는 것이 좋잖아!"
"공부시간과 시험성적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아!"

지난해 마르티나가 만 18세 성인이 된 후부터 우리 집의 잦은 대화 풍경이다. 미성인일 때는 우리 부부가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했으나, 성인이 된 후부터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지금은 부모을 조언자보다 방해꾼으로 여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고3인 마르티나가 댄스클럽을 가거나 외박을 해도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단지 "조심해서 다녀와! 데려다 주는 친구가 없으면 택시타고 와!"라고 말할 뿐이다. 그렇게 토요일 밤 마르티나는 집에 있는 포도주 한 병을 들고 외박하러 친구집을 갔다.  

어제 일요일 어머니날이었다. 뜻밖에 마르티나는 오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꽃 송이와 어제 가져간 포도주 병을 들고 들어왔다. 이것을 엄마에게 어머니날 선물을 주었다. 포도주 병을 보면서 우리 식구들은 한 바탕 웃었다. 휴지로 포도주 병을 막았고, 그 안에는 다 마시지 않은 포도주가 남아 있었다. 

"우와, 이 포도주 정말 좋은 선물이다!!!!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어젯밤 아주 건전하게 보냈겠구만!"
 

* 꽃과 마시다 남은 포도주가 어머니날 선물 

남은 포도주를 다시 집으로 가져올 생각을 다 하고, 또한 이것을 어머니날 선물로 줄 생각을 한 마르티나의 재치가 돋보인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2. 22. 07:10

지난 토요일 아침 고3 딸아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방안에는 술 냄새가 가득했다.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셨기에...... 딸아이는 이날 오후 1시경에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 몇시에 집에 돌아왔는데?"
"새벽 5시."
"혼자 오는데 안 무서웠나?"
"술 취했는데 당연히 안 무서웠지. ㅎㅎㅎ"
"얼굴이 너무 창백하다."
"이젠 술 잔 보기도 싫다."
"나도 옛날에 1년 동안 술 한 방울 먹지 않았던 때가 있었지."

졸업시험 100일을 앞두고 지난 금요일 고등학교 3학년 전체(약 2백여명)가 시내 중심가에 클럽을 빌려서 파티를 열었다. 학생당 50리타스(약 2만2천원)를 거두었다. 이는 임대료 10리타스 + 칵테일 4잔 40리타스이다. 밤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놀았다.

고교 졸업시험이 대학교 입학과 장학금 수여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투아니아 고등학생들도 많은 중압감을 느낀다. 하지만 시험은 3과목이다. 전공여부에 따라 과목은 달라진다. 딸아이는 리투아니아어, 영어, 수학을 선택했다.

리투아니아 고등학교 3학년생들의 이날 파티 모습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 출처:
http://www.facebook.com/album.php?fbid=10150095371888285&id=677098284&aid=28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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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 8. 06:51

어제 낮 동안 내내 눈이 내렸다. 저녁 무렵에야 눈이 그치고 날씨가 포근해졌다. 하루 종일 집에 있던 아내가 시내 산책겸 가게 둘러보기를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함께 둘이서 혹시나 딸아이에게 사줄 옷이나 신발이 있을까하고 빌뉴스 중심가 상점을 둘러보았다. 늘 그렇듯이 이날도 마땅한 것을 찾지 못했다.

집에는 고3인 큰 딸과 작은 딸이 있었다. 현관문을 들어와 침실로 들어가려고 하는 데 티스토리 달력이 붙여져 있었다. 이 달력은 지금껏 화장실 안쪽 문에 붙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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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국에서 티스토리 책상달력과 12달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달력을 각각 받았다. 책상달력은 그 용도처럼 책상 위에 놓았다. 다른 달력을 어디에 붙일까 고민하다 화장실 문 안쪽에 붙였다. 볼 일을 보면서 멍하니 문만 쳐다보는 것보다는 달력을 바라보면서 일년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왜 이 달력이 침실 문에 있지?"
"언니가 했어."
"왜?"
"화장실에 가봐."

화장실 문에는 내가 붙인 달력 대신 영어 단어들이 나열된 종이 네 장이 붙여져 있었다. 딸이 화장실에서 있으면서 영어 단어 공부를 할 생각으로 붙여 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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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붙여 놓으면 아주 잠깐이라 별 효과가 없어."
라고 딸은 화장실에 붙여 놓아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꺼이 고3 딸에게 내가 양보해야지......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 12. 15. 06:01

이른 아침에 집을 나가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던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벌써 30여년 전 일이다. 지금 한국 고3 학생들의 생활은 그때와 비교해서 별다른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세월은 흘러 이제 우리 집에도 고3 학생 마르티나가 있다. 단지 한국이 아니라 유럽 연합 리투아니아이다.

마르티나의 하루 일과를 통해 한 유럽 고3 학생의 생활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시간표이다. 일주일 5일 총 29시간(수업시간은 45분)이다.

시간표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1 수학 수학 국어 수학 생물
2 종교 체육 영어 영어 수학
2 경제 국어 노어 국어 국어
4 체육 영어 생물 국어 영어
5 연극 영어 역사 정보 연극
6 역사 국어 경제
7 경제

이 수업시간표에 따르면 과목별 수업시간은 다음과 같다.
   국어 6시간        영어 5시간        수학 4시간        경제 3시간
   체육 2시간        연극 2시간        역사 2시간        생물 2시간
   노어 1시간        정보 1시간        종교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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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은 학생마다 앞으로 대학에서 선택하고자 하는 전공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마르티나 학급은 모두 30명이고, 이들이 모두 함께 같이 공부하는 시간은 국어인 리투아니아어 수업시간이다. 연극 대신에 미술, 음악을 선택하는 학생이 있고, 생물 대신에 화학, 물리 등을 선택하는 학생이 있다.

첫 수업은 아침 8시에 시작한다. 오전 7시 20분에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식사로 카피 한 잔을 마신다. 그리고 간식으로 샌드위치 2개를 만든다. 학교에서 마실 커피나 물을 챙긴다.

수업을 마치고 오후 2-3시경 집에 돌아와 따뜻한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주로 페이스북(facebook)과 스카이프(skype)로 친구들과 연락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마르티나의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은 세 과목이다. 국어인 리투아니아어, 영어, 수학이다. 이 시험은 대학 입학 자격 시험이기도 하다. 이 시험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집에서 바로 이 세 과목을 공부한다. 학교 야간 수업이나 도서관 혹은 독서실에서의 공부는 없다.

일주일에 1시간 수학 과외를 받는다. 과외수업료는 1시간에 35리타스(약 1만5천원)이다. 정년퇴임한 전직 수학교사로부터 배운다. 이외에 일주일에 두 번(두 시간) 테니스 과외를 받는다. 테니스은 한달 200리타스(8만8천원)이다. 내년 1월부터는 테니스 과외를 영어 과외로 전환할 계획이다. 마르티나는 영국으로 유학갈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죽다살다시피 공부하지 않고 좋아하는 테니스도 치면서 비교적 느긋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부럽다. 그러므로 흔히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생을 둔 부모가 겪는 긴장감이나 수고로움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물론 가정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내와 마르티나와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바로 인생은 자기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공부하라는 말에 마르티나는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야."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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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