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2019. 9. 21. 04:12

폴란드인 친구 라덱(Radek)의 초대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최근 함께 다녀왔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를 가면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양고기 꼬치구이인 샤슬릭이다. 

양고기 음식이라면 30여년 전 불가리아 산악지대에서 먹어 본 양고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때 양고기에서 역겨운 냄새가 심하게 나서 거의 먹지 못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몇 해 후 스페인 발렌시아 근교 시골에서 먹어 본 양고기는 참으로 맛있었다.

우리를 만나자마자 라덱의 사촌 갈리나(Galina) 부부는 우리를 위해 양 한 마리를 잡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여겼다. 살생을 싫어해 말리고 싶었지만 25여년만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사촌 라덱과 처음 온 나를 위해 양 한 마리를 잡아 특별히 대접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싫은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더우기 양 한 마리면 적은 돈이 아닐텐데 말이다. 

갈리나 부부는 양고기를 주로 먹는 카자흐스탄 출신이다. 상점에서 양고기를 살 수 있지만 고기의 품질과 신선도를 확인하기가 어려우니 직접 양을 잡아 주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모스크바에 양고기를 즐겨 먹는 이슬람교도인 무슬림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살아있는 양을 잡아서 파는 곳이 있다고 했다. 

가 보니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이런 곳에 양을 잡아 주는 곳이 있다니 참으로 의아하다. 공터 뒤에 양 축사가 있다.  


양철판으로 가려져 있는 곳에서 양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암컷 고기가 냄새가 덜난다고 한다. 냄새를 덜나게 하기 위해 어린 수컷을 거세하기도 한단다.  


양을 잡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라고 했지만 마당에 혼자 남아서 주변을 살펴 보았다. 건물 한 귀퉁이에 까마중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까만 열매를 따먹던 어릴 적 한국 시골의 여름이 떠오른다.
 

타지키스탄에서 온 아버지와 아들이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양 한 마리를 잡아 사온 고기는 14킬로그램이다. 삶아서 먹을 부위, 숯불에 구워서 먹을 갈비, 꼬치구이를 해먹을 부위로 분리한다. 잡은 양 한 마리 고기 14킬로그램은 한국돈으로 약 15만원이다.   


양고기로 손님 접대하기 위해 가족들이 토요일 모스크바 근교 다차에 모였다. 


각자 맡은 일을 한다. 숯불을 피우고, 양파를 썰고, 감자를 깎고, 식탁을 차리고...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양고기를 요리하는 지를 유심히 살펴 본다. 
아무런 첨가물 없이 양고기와 물을 숯불에 푹 끊인다.


둥둥 떠다니는 양고기 기름을 걷어 내서 썰은 양파 위로 붓는다. 어디에다가 이 기름 양파를 사용할까 궁금하다. 


기름을 걷어 낸 후 통감자를 넣는다. 


이렇게 두 시간 정도 푹 구운 양고기와 잘 익은 감자를 건져 낸다.


뼈다귀에 붙은 살코기를 떼어 낸다. 


남아 있는 양고기 육수에 아주 얇고 네모난 파스타를 넣고 끓인다.  
   

우리 일행을 초대해 푸짐하게 접대해준 갈리나 부부다. 이날 양고기 요리는 남편이 다 했다. 그는 잡아 온 양고기를 먹기 편하도록 자르기 위해 칼 여섯 자루를 날카롭게 갈았다고 한다. 음식을 만들기 전까지 쏟은 정성이 대단하다.      


기름 양파의 용도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파스타를 한겹 한겹 쌓으면서 그 사이에 기름 양파를 넣는다.  


완성된 파스타 요리다. 수제비 맛이다.


양고기와 함께 육수에 삶은 텃밭 감자는 분이 많고 참 맛있다. 


일가 친척들이 둘러 앉아 삶은 양고기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한 접시 가득 담은 삶은 양고기 점심


후추만 뿌린 양고기 육수다. 고기 한 점 먹고 육수 한 모금 마시고... 오래 기억에 남을 삶은 양고기 점심이다.


보드카 반주가 없을 리 없다. 주량에 따라 술잔 속 보드카 양의 높이가 도레미다.


벌써 늦은 저녁을 먹어야 할 때다. 이제 숯불에 구운 양고기 즉 샤슬릭을 먹을 차례다. 먼저 숯불에 피망, 토마토, 가지를 굽는다. 그냥 먹어도 될텐데 왜 구을까?


바로 이렇게 구운 채소로 양고기를 찍어 먹을 양념을 만들기 위해서다.


잘 구워진 양고기 갈비


피망, 토마토, 가지로 만든 양념에 찍어 고수와 함께 양갈비를 먹는다. 


갈비만으로도 배가 태산만큼 불렀는데도 텃밭 숯불 위에는 양꼬치 고기가 익어가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와서 양고기를 난생 처음 이렇게 푸짐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다차에서 양고기 요리로 가족애를 다지는 러시아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양 한 마리를 통채로 잡아 환대한 이들 부부가 내가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오면 무슨 음식으로 대접할까 벌써 걱정이 앞선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3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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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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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3. 3. 18. 09:35

일전에 한국에서 손님이 한 명 왔다. 달걀, 생선도 먹지 않는 거의 완전한 채식주의자였다. 대부분 음식이 고기인 리투아니아에서 꽤 고생했다. 대형 수퍼마켓에 가면 가공 처리한 고기 판매대와 와 생고기 판매대가 있다. 

가공 처리한 고기를 아내는 거의 사지 않는다. 요리하기는 쉽지만 안에 들어간 첨가물 등으로 인해 생고기보다 건강에 더 좋지 않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동영상을 보면서 왜 아내가 생고기 구입만을 고집하는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 폴란드인은 가공 처리한 고기와 생고기를 직접 요리하면서 비교했다. 적어도 영상 속 결과는 가공 처리한 고기는 개도 안 먹는다는 것이다. 그의 영상 속 장면으로 비교 모습을 한번 살펴보자. 


▲ 왼쪽은 가공 처리한 쇠고기이다. 오른쪽은 쇠고기 생고기를 구입해 직접 집에서 기계로 갈고 있다.


▲ 각각 왼쪽은 생고기이고, 오른쪽은 가공 처리한 고기이다. 가공 처리한 고기의 색깔이 훨씬 더 붉다.
 

▲ 후라이팬에서 굽자 생고기가 훨씬 흰색이고, 가공 처리한 고기는 여전히 붉은색이다. 그리고 생고기가 훨씬 더 잘 부서지고, 가공 처리한 고기는 고무처럼 질기다. 


▲ 이렇게 요리한 두 고기를 개에게 준다. 개는 두 고기를 다 냄새 맡더니 생고기로 요리된 것을 먹는다.


이 폴란드인의 비교는 가공 처리한 고기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두텁게 하고, 아내의 생고기 구입 습관에 박수를 치게 만든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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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정말.. 가공음식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군요...
    햄 정말 좋아하는데..ㅠㅠㅠ

    2013.03.18 11:39 [ ADDR : EDIT/ DEL : REPLY ]

기사모음2011. 5. 11. 07:11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훈제한 고기를 즐겨 먹는다. 훈제 소시지는 아침식사 때 빵과 함께 먹고, 훈제 삼겹살은 보드카 안주나 양배추국을 끓일 때 사용한다.

고기를 프라이팬에 구울 때 완전히 익을 때까지 충분히 굽는다. 우리 집 경우는 더 자주 삶아서 먹는다. 살짝 구웠다가 삶기도 한다.

10여년 전 리투아니아에 처음 정착할 무렵 시장 고기매장에 가보니 구워먹으면 아주 좋을 돼지 삼결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사서 집에 와서 직접 요리를 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먹기를 꺼려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후닥 구은 고기는 설익어서 먹을 수가 없어!"

설익어 못먹겠다는 아내는 더 구을 것을 부탁했다. 표면이 누렇게 변한 고기는 이제는 딱딱해서 먹기가 불편했다. 이렇게 아내는 처음엔 삼겹살을 거의 먹지를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갓 구운 몰랑몰랑한 삼겹살을 몇 점 용기내어 먹어보더니 그 맛에 푹 빠져버렸다. 지금은 아내가 나보다 더 삼겹살을 좋아한다. 아이들도 즐겨 먹는다. 이제 삼겹살은 리투아니아 현지인들을 초대했을 때 대접하는 우리 집의 특식이 되어버렸다.     
  
아래 사진은 일전에 빌뉴스 '수라' 식당에서 한인들이 모여 삼결살 잔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 돌아온 후 아내는 삼겹살이 정말 맛있다고 하면서 제안했다.
"리투아니아 친구들을 초대해서 '수라'에서 삼겹살 잔치 한번 하자!"

* 최근글: 고사리 날로 먹고 응급환자 된 유럽인 장모님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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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삼겹살, 한번 먹어보면 중독된다더군요....ㅎㅎ...
    일본인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녀석이 그러더군요.

    2011.05.11 07:40 [ ADDR : EDIT/ DEL : REPLY ]
  2. 그 고소한 맛을 보면 중독되죠ㅎㅎㅎ 유럽에선 얇게 베이컨을 해서 먹기 때문에 나름 신세계일거에요ㅋ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제가 유럽에 살 때는 가격도 저렴해서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2011.05.12 14:34 [ ADDR : EDIT/ DEL : REPLY ]

사진모음2009. 11. 4. 07:07

요즈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의 시골이나 작은 도시 단독주택 마당에서 볼 수 있는 풍경 하나가 있다. 마당에 있는 커다란 네모난 쇠통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바로 겨울 내내 먹을 고기를 훈제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렇게 훈제된 고기를 짤게 썰어 빵과 함께 즐겨 먹는다. 그래서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훈제된 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자기 집 마당에서 직접 고기를 훈제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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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훈제된 훈제된 삼결살 한 점과 양파 한 조각은 서민들의 가장 인기 있는 술안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늘 추운 영하의 날씨는 훈제된 삼결살 한 점과 보드카 한 잔을 더욱 그럽게 한다.

* 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외국에서 내가 한국인임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이 때다
* 최근글: 자신의 치아로 고전음악 연주 화제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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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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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훈제고기.....훈제너무나 좋아하는데...
    아침부터 침이 꼴가닥입니다.

    2009.11.04 08:33 [ ADDR : EDIT/ DEL : REPLY ]
  2. 하비비

    저는 며칠전 직원 아는사람이 오리 훈제 공장을 한다면서

    주문 신청을 받는다고하더군요.

    냉동식품으로 되어있어서 먹을때는 살짝 쪄서 먹었는데
    참 맛나더군요.

    참...
    초유스님...
    10월달에 서울유스호텔에서 있었던 에스페란토 대회에 잠깐 들러
    궁금한 사항을 알아보았지요.

    젊은 남자분과 대화중 초유스님을 통해서 에스페란토라는 언어를 처음
    알게됐다고 했더니

    그분도 초유스님을 잘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2009.11.04 21:3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