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 10. 2. 22:57

럽연합의 북동 변방국인 리투아니아에서도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한때 리투아니아 한인회 추석 명절에 초대된 이들의 숫자가 30여명이나 되었다. 지금도 집 주변에 있는 대형상점에 물건을 사려고 가면 한국말을 하는 아시아인을 종종 만난다. 이들은 다름 아닌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다.






우리 집에도 대학생 딸아이가 있다. 마르티나는 영국 에딘버러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 교환학생들을 떠올리면서 마르티나에게 언제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공부하러 가나라고 묻곤 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중동 국가, 한국, 미국에 있는 대학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여러 고민 끝에 한국은 이미 몇 차례 다녀왔기 때문에 미국을 선택했다. 올해 1월 초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지라 비교적 따뜻한 미국 남부지방 뉴올리언스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 

한 두 주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스웨덴에서 온 교환학생과 단짝이 되어 재미난 생활을 이어갔다. 유럽에서 누릴 수 없는 그런 삶을 겪었다. 개인용 비행기로 타고간 마이애미 해변에서 일광욕하기, 백만장자의 결혼식에서 유명 영화인과 춤추기, 지인이 총격에으로 중상을 입은 일, NBA 사무실에서 인턴쉽......

우리 부부가 마르티나에게 지출하는 미국 대학 생활비는 영국보다 2배나 더 많았다. 하지만 딸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는데 이를 반대할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가운데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2달 동안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마스터카드(MasterCard)사에서 인턴쉽 자리를 얻었다. 마스트카드가 제공하는 두 달치 생활비와 월급이 기대보다 훨씬 높았다. 주변 친구들이 몹시 부러워했다. 


* 마르티나는 이번 여름 미국 마스터카드사 IT 부문, 유일한 유럽인 대학생 인턴쉽으로 일했다.  

 

이에 대한 마르티나와 친구와의 대화가 인상적이라 소개한다.
"난 아직 인턴쉽 자리를 구하지 못했어. 어떻게 넌 그렇게 좋고 큰 회사에 인턴쉽 자리를 얻게 되었나?"
"얼마나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니?"
"20개가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어."
"그러니까 아직 자리를 못구했지."
"그러면 너는 도대체 몇 군데 넣었니?"
"될 때까지 넣었지. 한 500개 회사에 넣었지."

교환학생을 마치고 마스터카드사에 인턴쉽을 가기 전까지 한 달간 공백이 생겼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미국으로 가자니 항공료가 들고 해서 마르티나는 이 기간 동안 가보지 못한 미국의 서부도시를 스웨덴 친구와 여행하고자 했다. 문제는 여행경비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마르티나 생활비는 우리 집 가계비에서 매달 2배가 더 나갔다. 


* 마르티나 금문교에서


아내와 상의했다.
"우리가 여행경비를 다 지불할 형편이 못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르티나에게 어느 정도 절제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냥 지원하는 것보다 여행경비를 빌려주는 형식이 좋겠다."
"나중에 일정부분 탕감을 해주더라도 빌려주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이렇게 3자가 합의했다. 한 달 동안 마르티나가 지출한 여행경비는 모두 3500달러였다. 인턴쉽 수입으로 다 갚고도 충분히 남았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마르티나가 기꺼이 갚을 것을 약속했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오면 정말 갚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 마르티나가 갚은 여행경비 중 일부


8월 중순 마르티나가 빌뉴스 집으로 돌아왔다. 두툼한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갚으려는 순간이었다. 흔쾌한 표정이 아니였다. 누구나 빌릴 때는 애걸볼걸하지만, 갚을 때는 생돈을 물어주는 것 같아 속이 쓰린다. 이런 표정을 보는 부모 입장도 별로다. 그래서 천달러 탕감해주었다. 실은 마르티나가 사온 선물을 가격으로 치면 약 천달러였다. ㅎㅎㅎ

여행경비를 돌려받으면서 우리 부부는 흡족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무조건 다 준다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18세 이상 성인이 되면 스스로 경제적 능력도 키워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뜻에 잘 따라준 마르티나가 고맙다."
"언니의 경우를 거울 삼아 요가일래도 앞으로 잘 따라하겠지."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12. 13. 07:02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라는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헛공약이라 주장하고 있다.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이고 지금의 청와대는 개방해서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행정부가 세종시로 이전하기 때문에 종합청사 내 집무실 공간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보인다.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권위', '삼엄한 경호', '경직된 의전' 등이 아닐까. 이는 곧 평범한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접근 용이성을 악화시킨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하고자 하는 의욕이 확고하다면 공간 위치 여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상징적으로 구체화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필요하겠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는 어떨까? 대통령 집무실은 대통령궁이라 불린다. 빌뉴스 구시가지 안에 위치해 있다. 숙소인 관저는 빌뉴스 북동쪽 교외 숲 속에 위치해 있다. 일반 시민들처럼 대통령이 출퇴근한다. 출퇴근을 비롯한 이동시 거의 사이렌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정면
▲ 뜰에 보이는 차가 대통령 전용차이고, 바로 2층이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궁 건물 입구를 둘러싼 울타리도 없고, 경비병도 없고, 진입을 막는 장애물도 없다. 건물 주변을 둘러보면 이것이 한 국가의 원수가 집무하는 대통령궁이라고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안전은 어떻게 보호할까? 건물 외벽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가 그 몫을 한다.

▲ 대통령궁 광장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사람
▲ 대통령궁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들

그 동안 한국도 많은 변화를 이루어 수직사회가 수평사회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닌 탈권위주의적 요소도 하나씩 벗어나야 되겠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과의 소통과 동행을 꼭 해나길 바란다.


위 사진은 일전에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연말 장식등 풍경이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청와대에 접근해 이런 야경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