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06.27 07:13

사용자 삽입 이미지
6월 23일은 하지이다.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이자 밤이 가장 짧은 날이다. 이날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하지 축제가 열리는 장소를 향해 몰린다. 리투아니아는 24일이 국경일로 할 정도로 하지를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긴다. 새벽 4시가 되면 밝아지고 밤 11시가 되야 어두워진다. 

날이 훤하지만, 저녁 무렵 사람들은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가면서 꽃과 풀로 화관을 만든다. 아이들은 나무에 화관걸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이 화관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데 이날 노래의 주된 주제는 바로 태양을 찬미하는 노래들이다. 이를 통해 태양숭배의 고대풍습을 엿볼 수 있다. 해가 언덕을 넘으면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운다. 이 모닥불은 건강과 풍년을 기원한다. 그리고 이제 점점 길어질 밤의 악령을 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모닥불 주위에서 춤을 추다가 밤 12시가 되면 강가로 간다. 바로 머리에 쓴 화관에 초을 얹고 강물에 띄우기 위해서다. 옛날엔 결혼하지 않는 여자들이 화관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모두가 만든다. 왜 강물에 띄울까? 아주 옛날 흘러내려오는 화관을 줍는 이웃 마을 총각이 바로 그 여자의 배필이 된다는 설이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지금은 각자의 꿈과 소원을 담아 강물에 띄워보낸다. 그리고 다시 모닥불로 돌아와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흥겨운 춤과 노래로 밤을 보낸다. 이렇게 짧은 하지 밤을 보내며 한 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이날 아내는 행사장으로 가든지 친척집을 가든지 아파트를 벗어나자고 했다. 약간의 행선지 실랑이를 벌이다가 빌뉴스 교외에 사는 친척집으로 꼬치구이를 사서 가기로 했다.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꼬치구이를 하면서 긴긴 날을 작별했다. 그래도 음악이 있어야 하기에 이날의 악사는 남자 두 분이다. 이들은 사위와 장인이었다. 두 분 다 백발이라 누가 사위이고, 장인인지 모르는 사람은 구별하기가 힘든다. 
 


하모니카 불고, 아코디언 연주하는 장인과 사위의 정겨운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 리투아니아인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는 당시 40대 중반 노총각이었고, 20대 중반의 여자친구와 동거하고 있었다. 어느날 여자친구에게 "아버지 같은 노총각을 사귄다"는 것에 주변 사람들의 의견은 어떠한 지를 물어보았다. 그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듣거나,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아버지는 자기 친구 같은 사위를 얻게 되어 기뻐할 정도라고 했다. 이에 아래 동영상 속 사위와 장인의 경우와 똑 같다. 


이렇게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보면 애인이나 배필을 선택할 때 우선 나이 차이나 외형적 조건을 따지면서 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사람들과는 차이를 보여준다. 특히 연령 차이가 많다고 해서 부모가 극구 반대하는 것은 찾아보기가 힘든다. 하모니카(장인)와 아코디언(사위)의 흥겨운 소리에 짝들의 연령차이에 대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처세를 소개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10.26 07:45

언젠가 클라이페다에 살고 있는 친구 아루나스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인 즉 "주말에 별장 지붕용 갈대 베기를 하니 구경삼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조선회사의 중견간부로 일하고 있는 아루나스(46세)는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을 가진 노총각이다. 이날 갈대 베기에 동참한 15여 명의 친구들은 대부분 노처녀·노총각들이었다.
 
다소 추운 날씨에 2~3미터나 되는 갈대를 베고 나르고 묶는데 모두 열심히 일했다. '참'으로는 샌드위치, 맥주 그리고 훈제된 고등어 등이 준비되었다. 갈대 베기를 마친 우리는 곧 허름한 집의 낡고 긴 탁자에 둘러앉았다. 삶은 감자와 함께 먹은 '붉은 사탕 무국'은 정말 맛있었다. 벽난로에 타오르는 장작불은 별장냄새를 물씬 풍기게 했다.

대개의 주말모임이 그렇듯 이날도 남자들은 알코올농도가 40~50도에 이르는 보드카, 여자들은 포도주를 마시며 흥을 돋웠다. 술기운이 무르익자 다들 기타반주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일반적으로 리투아니아인들은 술을 강제로 권하지도 않고, 돌아가면서 노래도 시키지 않는 것이 우리와는 다르다. 또 매번 잔을 다 비우지 않고 술을 조금씩 남겨두는 것이 예의이다.

분위기를 포착해 이들 노처녀·노총각들의 결혼관을 한 번 물어보았다. 우선 이들은 부담스러운 '애인'이라는 말보다는 편안한 '친구'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들은 말이 '처녀·총각'이지 따지자면 '미혼녀·미혼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사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동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루나스와 동거하고 있는 아스타(26세)는 "늙은 노총각을 사귄다"고 또래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듣거나, 부모의 반대시위에 부딪혀 본 기억이 전혀 없다. 오히려 아버지는 자기 친구 같은 예비사위를 얻게 되어 기뻐할 정도라고 한다. 그녀는 그저 사랑으로 아루나스를 선택했을 뿐이지 '나이가 많다'는 선입관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사랑에는 외형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모도 결혼을 일체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애인이나 배필을 선택할 때 우선 나이 차이나 외형적 조건을 따지면서 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사람들과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노총각 요나스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여성을 이성으로 보았고, 16세 때 첫사랑을 하고 지금까지 다섯 번 사랑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한 번 이별한 후 보통 1년 반이나 그 여운이 남는다고 한다. 요나스는 현재 잉가(33세)와 사귀고 있지만, 사랑과 결혼을 결부시키지 않는다. 그는 "사랑은 결혼보다 상위개념이죠"라고 힘주어 말한다. 아스타 또한 "아루나스를 깊이 사랑해요. 그와 같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한다.

흔히들 사랑을 하면 그것을 안전하게 지속시키기 위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또 그 사랑의 열매를 맺기 위해 자식을 낳는다. 하지만 아스타와 요나스는 결혼이 절대적으로 안전을 보장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같이 살면서도 서로 구속하지 않는 삶을 더욱 선호한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말을 서로 꺼내기를 꺼린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주거여건만 갖추어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동거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래서 '결혼=동거'라는 등식보다는 '사랑=동거'라는 등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니 혼전 성관계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으며, 학교의 성교육도 순결교육보다는 사랑과 피임에 관한 교육에 더 치중한다. 이날 만난 노처녀·노총각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함께 지내면서 자유롭게 사랑을 나누는 것을 더 즐기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사랑이면 족하죠, 뭐!" 결혼에는 별생각 없는 리투아니아의 세 노총각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나이차이가 20년이나 되는 이들은 몇 년 후에 결혼해 아들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