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해당되는 글 27건

  1. 2020.06.17 아내의 성씨로 변경한 남편, 딸에게 아내의 성씨를 준 남편 4
  2. 2020.02.24 결혼반지 어느 손에 낄까 고민되는 이유 3
  3. 2015.11.09 난해한 수학문제로 남편될 총명한 남자 찾아
  4. 2014.07.16 얄궂은 처녀파티로 예비 신부 눈물 뚝뚝 1
  5. 2013.11.20 결혼 30주년 선물에 제격인 벌꿀 3리터 2
  6. 2013.05.19 러시아 여성과 결혼 원하는 흔한 미국 남성상 2
  7. 2013.02.14 초딩 딸아이의 결혼기념일 깜짝 선물 2
  8. 2012.07.23 여행의 맛을 돋구는 처녀 파티 일행
  9. 2012.05.18 총각파티에서 벌어진 배꼽잡는 번지점프 1
  10. 2011.12.01 남산 자물쇠 단 기념일, 정기휴일로 하면 어떨까
  11. 2011.10.15 체육복 입고 결혼식에 참가한 이색 신랑 9
  12. 2011.08.16 물 속도 아랑곳 않는 폴란드 결혼 사진 2
  13. 2011.03.01 결혼식 차량 행렬에 재미난 도로 봉쇄
  14. 2011.02.06 신랑신부 피로연 첫 춤에 하객들 열광 1
  15. 2010.07.14 노랑나비 결혼 청첩장의 흥미로운 추신
  16. 2010.06.01 유럽 결혼 피로연에서 먹어본 음식들 9
  17. 2010.05.29 피로연에서 고자질한 얄미운 8살 딸아이 2
  18. 2010.05.22 결혼 사진 찍다가 목조 다리가 풍덩! 1
  19. 2010.02.13 결혼하고 싶으면 모서리에 앉지 마세요 7
  20. 2010.02.03 폭설 후유증으로 생고생한 결혼기념일 1
  21. 2009.08.28 춤으로 결혼식장 입장하는 동영상 화제
  22. 2009.08.18 유별나고 재미있는 결혼식 동영상들
  23. 2009.05.08 아내 생일에 전 남편의 축하 전화 받는 기분은 2
  24. 2008.11.19 남편 버리고 새 짝 찾는 여인
  25. 2008.08.19 내 배필은 바로 내 코 앞에 2
  26. 2008.07.14 리투아니아 결혼선물은 편지봉투 속에
  27. 2008.07.13 리투아니아 '처녀파티'에서 산 물건 5
생활얘기2020. 6. 17. 05:11


한국 국적이 분명한데 외국 현지 발음대로 표기한 낯설은 성씨 때문에 원치 않는 주목을 받거나 놀림을 당하는 등 피해를 겪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아버지 성씨 대신 한국인 어머니 성씨를 쓰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뉴스에 소개되었던 대만인 아버지의 성씨가 한국 발음으로는 '가'(柯)인데 대만 원지음(원래의 지역에서 사용되는 음)은 '커'다. 원지음 표기방식을 따르는 규정 때문에 자녀 또한 아버지를 따라 '커'씨가 됐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흔한 성씨는 Kazlauskas다. 리투아니아인 아버지를 둔 한국인 자녀가 아버지 성씨를 받을 경우 카즐라우스카스다. 한국 성씨는 2음절이 일반적이다. Kazlauskas는 리투아니아어로는 3음절인데 한국어로는 7음절이다.  

리투아니아에서 결혼으로 인한 배우자 성씨의 변화는?
관련법 조항에 따르면 
양쪽 배우자는
1) 각자의 성씨를 유지하거나 
2) 다른 쪽 배우자의 성씨를 공동의 성씨로 선택하거나 
3) 다른 쪽 배우자의 성씨를 자기 원래의 성씨에 추가해서 두 개의 성씨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내는 아버지로부터 물러받은 성씨를 버리고 남편 성씨를 따른다. 아내의 성씨는 결혼했음을 알리는 접미사가 붙는다. 예를 들면 남편의 성씨가 Adamkus이면 아내의 성씨는 Adamkienė인데 이는 Adamkus의 아내라는 뜻이다. 결혼하지 않은 딸의 성씨는 Adamkutė인데 이는 Adamkus의 딸이라는 뜻이다. 즉 여성의 성씨에 결혼여부가 나타나 있다. 


요즘은 각자의 성씨를 유지하거나 남편의 성씨와 원래의 성씨를 함께 가지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리투아니아인 아내의 친척 중 결혼을 통해 아내의 성씨를 따르는 남편도 생겼다. 성씨 변경 이유를 물어보니 그의 대답이 간단했다. "아내의 성씨가 부르기와 듣기에 훨씬 더 좋기 때문이다"고 했다.   

리투아니아인 자녀는 어떻게 성씨를 받나?
관련법 조항에 따르면
1) 모든 자녀는 부모의 성씨를 받는다.
2) 부모 성씨가 다를 경우 자녀는 부모의 상호합의에 따라 어머니나 아버지 성씨를 받는다. 부모가 동의할 수 없는 경우 자녀는 사법명령에 위해 한 쪽 부모의 성씨를 받는다.
3) 출생등록시 부모가 신원미상일 경우 아동은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국가기관에 의해 성씨를 받는다.
4) 자녀 이름이나 성씨 변경을 위한 근거와 절차는 법무부 장관이 승인한 주민등록시행령에 따른다. 

일반적으로 자녀는 아버지로부터 성씨를 물러받는다. 만약 부모가 상호합의하면 첫 번째 자녀는 아버지의 성씨를 따르고 두 번째 자녀는 어머니의 성씨를 따를 수 있다. 리투아니아인 아내의 친척 중 한 사람은 외국인 남자와 결혼해서 낳은 무남독녀에게 어머니의 성씨를 물려주었다. 외국인 남편에게 물어보니 그의 대답 또한 간단했다. "우리 부부가 리투아니아에서 살기로 했기 때문에 리투아니아인 성씨를 따르는 것이 자녀가 앞으로 학교나 사회 생활을 하는 데에 더 편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고 했다.

"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성씨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가?"
"왜 자녀에게 아버지의 성씨를 물려주지 않고 어머니의 성씨를 물려주도록 했는가?"
"죽어도 나는 내 자녀에게 내 성씨를 물려줄거야!"
"..."
성씨와 관련한 이런 극단적인 생각이나 주장으로 주변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이렇게 리투아니아는 전통이나 관습을 따르기도 하지만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도 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24. 22:46

결혼반지를 어느 쪽에 낄까라는 질문처럼 어리석은 질문이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당연히 한국에서는 결혼반지를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인 약지에 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결혼반지를 오른손 약지에 낀다. 이렇게 낀 결혼반지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생 벗지 않는다. 가끔 젊어서 결혼한 남자들의 결혼반지를 보면 손가락의 살에 파묻혀있는 듯하다. 벗으면 결혼생활의 복이 함께 나간다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럽에서 오른손에 결혼반지를 끼는 나라는 그리스, 러시아, 폴란드, 불가리아, 세르비아 등이다.


오른손은 결혼, 왼손은 이혼

이혼하면 그 결혼반지를 왼손 약지에 낀다. 이는 관습의 강제라기보다는 본인의 원에 따른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이제는 자유롭다는 것을 은근히 표현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중년의 사람을 만나면 굳이 결혼유무를 물어볼 필요가 없다. 반지가 오른손에 있으면 기혼자이고, 왼손에 있으면 이혼자이기 때문이다.

자, 여기서 고민꺼리가 생긴다. 예를 들면 결혼반지를 왼손에 끼는 한국 사람이 사업이나 여행으로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는 "나한테 관심 갖지마. 난 결혼했어"를 무언으로 표현하기 위해 결혼반지를 왼손에 꼭 끼고 현지인들과의 모임에 나타난다. 한국의 반지문화를 모르는 리투아니아 사람은 당연히 정반대로 해석한다. 이 한국 사람은 "자, 관심들 가져봐. 난 자유인이니까"라고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 초유스는 반지를 어느 쪽에 끼었을까? 결혼 때 고민되었지만 쉽게 해결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나라의 관습을 따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초유스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일전에 아내의 친척 중 한 사람이 이집트 사람과 결혼했다.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지만 이들은 이집트 관습대로 왼손에 결혼반지를 끼기로 했다.
 

아래 동영상에서 이집트 사람 가말은 결혼반지를 끼는 식순에서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내밀고 있다. 장난스럽지만 그 속에 그의 고민이 스며있음을 경험자로서 느낄 수 있다. 가말은 남편을 이해는 아내를 맞았고, 초유스는 아내를 이해하는 남편이 되었다. 반지 위치는 각각 다르지만, 부부간 상호이해라는 점은 동일하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처럼 오른손에 끼든, 한국 사람들처럼 왼손에 끼든 왜 결혼반지를 네 번째 손가락인 약지에 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여러 가지 주장이 있지만, 아래의 유튜브 영상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영상을 보면 붙어있는 두 약지 손가락은 아무리 뗄려고 해도 떨어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약지는 영원한 사랑의 증표로 여겨진다.


위의 영상대로 한번 따라해보세요. 약지가 떨어지지 않죠?  이것이 바로 결혼반지를 약지에 끼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5. 11. 9. 07:51

미래의 자기 남편이나 아내를 찾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종종 그 기발하고 재미난 착상들이 세인의 관심을 끈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남편 찾기법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제 남편 될 총명한 남자를 찾고 있어요.

여기 제 전화번호입니다."

+48

수학문제


* 사진출처 source link 


위 수학문제를 풀어야 이 여성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게 해놓았다. 

보기만 해도 난해하니 그냥 포기... ㅎㅎㅎ 

과연 누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7. 16. 07:59

유럽에서는 처녀파티가 유행이다. 여름철 주말에 도심이나 놀이공원 등에는 젊은 여성들이 획일적인 옷을 입고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이는 바로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를 위한 파티이다. 무리 중에 머리에 꽃을 꽂았거나 옷차림이 다른 사람이 바로 예비 신부이다.

일전에 라트비아 벤츠필스(Ventspils)의 한 공원에서 처녀파티 일행을 만났다. 이들은 예비 신부의 눈을 가리고 나타났다. 과연 신부에게 어떤 임무가 부여될까 궁금했다. 물론 예비 신부는 이를 모른다.      


예비 신부는 친구들에 이끌려 한 놀이기구에 다가갔다. 그리고 안전장치를 다 갖출 때까지 여전히 눈은 가려져 있었다. 준비가 완료되자 가리개를 풀어주었다. 겁 많은 예비 신부라도 이제 어쩔 수가 없었다. 하늘로 나를 수 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하늘로 튕겨올라가자 예비 신부는 공포로 괴성을 질렸다. 그리고 눈에는 눈물마저 흘렀다. 



친구들은 임무 완성을 마친 예비 신부를 보듬어 안아주었다. 하지만 이날 당한 공포 순간은 한 동안 지속될 것이다. 라트비아 예비 신부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한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11. 20. 06:56

지난 토요일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가 초대했다. 거실에 낯선 물건이 하나 놓여있었다. 위에는 생화가 말라서 건화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병 속에는 한눈에 봐도 꿀이 담겨져 있었다.


"꿀과 건화라. 이거 뭐지?"
"우리 부부가 결혼 30주년을 맞았는데 선물 받았어."


말이 필요없다. 참으로 딱 어울리는 선물이다. 선물 선택하기가 참으로 어려운데 정말 기발한 생각이다. 벌꿀처럼 달콤하고 부지런하게 산 30주년을 꿀 3리터에 다 담아버리다니...... 

이 꿀벌 선물을 보니 "이래서 사람은 자꾸 새로운 것을 접하고 견문을 넓어야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19. 14:11

이제 한국에서도 국제 결혼이 흔하다. 서유럽 남성이 학력이 높고, 젊고 예쁜 동유럽 여성을 배우자로 삼으려는 일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해 그란카나리아 여행에서 만난 중년 남성 스페인 택시 운전사는 젊은 우크라이나 젊은 여성과 재혼해 잘 살고 있다고 했다. 

아래 사진은 한 결혼중개소가 마련한 첫 번째 만남의 장이다. 러시아인 여성과 결혼하고자 하는 미국인 남성의 모습이다. 러시아인 여성은 한결같이 젊고, 미국인 남성은 머리카락이 없거나 뚱뚱하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스페인에서 만난 또 다른 사람이 떠올랐다. 그는 학교 교장으로 은퇴한 60대 후반이고, 괜찮은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다. 자녀 둘은 성인이 되어 독립했고, 혼자 살고 있는데 지금도 배우자를 찾고 있다. 

"나의 말년 인생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 모든 재산을 그에게 남길 것이다. 그런데 적합한 배우자를 찾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2. 14. 07:16

일전에 결혼기념일을 맞았다. 초딩 딸아이는 우리 부부를 부엌에 갇아놓고 자기 방으로 갔다. 

"나를 따라오면 안돼. 꼭 여기 있어야 돼."
"왜?"
"그냥."

자기 방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종이로 포장된 물건을 가지고 왔다.

"엄마 아빠 결혼을 축하해."
"뭔데?"
"종이를 뜯어봐."

종이 속에는 아래와 서양란이 곱게 피어있었다.

"고마워. 그런데 이것을 몰래 사서 보관하느라 힘들었겠다."
"아니." 
 

그 동안 딸아이는 대부분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선물을 주었다. 자기 용돈에서 꽃을 사서 결혼기념일 선물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한 부모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서양란까지 선물하다니 이젠 제법 자랐음을 뜻하는 것 같아 흐뭇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7. 23. 06:46

종종 주말에 도심으로 산책가다 보면 똑 같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아가씨 무리들을 볼 수가 있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 저 아가씨들이 왜 저렇게 다닐까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일전에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안내하느라 카우나스(Kaunas) 구시가지를 다녀왔다. 건물만 보여주는 따뿐한 관광에 리투아니아의 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앞치마를 두른 젊은 여성들이 광장에 앉아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처녀 파티 일행이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보통 결혼식 일주일 전에 가까운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마지막 처녀 시절을 마감하는 파티를 연다. 물론 총각 파티도 당연히 있다.    
         

이들은 돌아다니면서 예비신부에게 과제를 준다. 그리고 신부는 과제를 이수하면서 상대방에게 방명록에 축하의 말을 부탁한다. 


우리나라 관광객 한 분이 축하의 글을 썼고, 또 다른 한 분은 축의금까지 주었다. 받기를 사양하는 예비신부에게 한국의 풍습은 작으나마 정성을 주고싶어한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리투아니아인이 서로 기쁨을 누리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5. 18. 04:19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 바로 근처에 주민등록소가 있다. 주말 낮이면 평소보다 도로가 더 혼잡하다. 주민등록소에서 결혼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제 주말이면 도심 다리에는 결혼식을 막 마친 신랑 신부를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도심 거리에는 확 튀는 옷차림을 하고 돌아다니는 총각 무리나 처녀 무리도 볼 수 있다. 친한 친구들은 예부신랑이나 예부신부에게 결혼식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미혼의 밤을 즐기도록 한다. 이를 총각파티, 처녀파티라 부른다. 무조건 질펀한 밤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예비신랑이나 예비신부에게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언젠가 리투아니아 중부지방에 있는 케다이나이 공원에서 처녀파티 일행을 만났다. 이때 예부신부에게 주워진 과제는 민망한 빵을 만들어 행인들에게 파는 것이었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총각파티 신랑의 수행과제이다. 바로 번지점프이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정말 못 할 짓이다. 친구들은 번지점프를 할 수 있도록 완벽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단 조건 하나는 신랑의 시야을 완벽하게 가리는 것이다. 마치 인질이라도 된 듯이 신랑의 얼굴은 주머니로 덮여졌다. 친구들은 번지점프대에 신랑을 세웠다.   


그런데 신랑의 번지점프 장소가 웃음을 자아낸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신랑이 떨어진 곳은 높이가 1m도 채 되지 않는 호수였다. 황당한 번지점프이지만 참으로 친구들의 우정이 물씬 풍기는 장면이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12. 1. 08:42

이번 한국 방문에서 서울 남산을 수년만에 다시 방문했다. 그 동안 인터넷을 통해 보았지만, 엄청난 양의 자물쇠를 처음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이 촘촘히 붙은 자물쇠를 보니 서울 천지에는 짝없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것만 같았다.

▲ 서울 남산 자물쇠들
 

유럽 도시에도 이와 같은 자물쇠를 흔히 볼 수 있다. 주로 장소는 다리 난간이다. 연인들의 사랑증표라기 보다는 신랑신부의 백년회로를 기약하는 뜻이 담겨있다. 결혼식을 마치면 신랑신부는 곧장 다리로 향한다. 신랑은 신부를 안아서 다리를 끝까지 건넌다.
 
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이 의식은 결합을 의미한다. 신랑신부가 이 다리를 건너면서 양쪽 강변, 즉 둘 나아가 두 집안을 결합시킨다. 흐르는 물은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 또한 신부를 안고 다리를 건너는 것은 평생 동안 아내를 듬직하게 책임지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그 다음 자물쇠를 난간에 채우고 멀리 강물로 던진다. 꼭꼭 잠긴 자물쇠처럼 맺은 사랑이 풀리지 말 것을 기원한다.

▲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다리 자물쇠들
▲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다리 자물쇠들
▲ 칼리닌그라드(쾨히스베르크), 쾨테가 산책하던 다리 난간에도 자물쇠가 채워져있다. 
 

남산 자물쇠는 유럽 사람들이 결혼일에 잠그는 다리 자물쇠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왜냐하면 결혼식을 재빨리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나야 할 사람이 남산까지 와서 자물쇠를 잠글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남녀가 사랑을 맺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자물쇠를 잠그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 여겨진다.

아뭏든 그 많은 남산 자물쇠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자물쇠가 있었다. 바로 "정기휴일"을 단 자물쇠였다. 이것을 보자 돌아가신 은사 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분은 매년 결혼기념일에 가족사진 찍기를 철칙으로 여기고 살았다. 처음엔 부부 둘만, 점점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자녀도, 손자녀도 사진 속에 등장했다.


어떤 결심으로 "정기휴일"를 달았는지는 모르지만 매년 이 기념일을 무조건 정기휴일로 정해서 연인, 부부, 가족의 사랑과 정을 돈독히 하는 것도 참 좋은 생각이 아닐까......  

* 최근글: 오늘만 같아라, 결혼 필사 반대 이유는?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10. 15. 08:13

결혼식에 입는 신랑과 신부 옷에 대한 이미지는 이제 세계 어디서나 비슷하다. 남자는 턱시도, 여자는 드레스다. 그런데 종종 이 정형을 깨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는 파격적인 결혼식 신랑 옷을 입은 사진을 소개했다.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러시아에서 있었던 일이라 한다. 운동 중 그만 깜빡 잊은 결혼이 생각나서 결혼식장으로 달려온 듯이 신랑이 턱시도가 아니라 체육복을 입고 있다. 사연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참으로 대단하다. 결혼식장에서 신부에게 "나 결혼해도 자유를 잃지 않을 거야!"라는 무언의 의사표지를 하는 것 같다.
 

외출할 때 입는 옷에 대해서도 아내의 간섭(좋게 표현하면 강요적 조언 ㅎㅎㅎ)을 받고 있는 신세인데 이 신랑의 파격적인 결혼예복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8. 16. 08:58

폴란드 지인의 딸이 최근 결혼했다. 멋지고 행복한 모습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폴란드 사람들의 결혼 사진을 소개하고 싶다고 하자 지인은 기꺼이 허락해주었다. 맑은 강물 속에 찍은 사진을 보니 마치 인어공주를 데리고 행복을 찾아 도망치는 듯한 장면이 퍽 인상적이다.    
 
[사진작가: Marcin Czaban | 사진출처: fonto de la fotoj


치켜세운 중지는 유럽에서는 아주 심한 욕을 뜻하지만, 이렇게 신혼부부가 두 개를 맞대니 행복의 승리감이 하늘 천정을 향해 올라가는 듯하다. 두 사람의 사랑과 행복이 늘 싱싱하게 자라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3. 1. 04:23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눈길을 끈 결혼 동영상이 하나 있다. 폴란드인들의 결혼풍습을 엿볼 수 있는 것이라 소개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설이 덮인 도로 위에 여름 일광욕 차림을 하는 사람들이 길을 막아서고 있다. 신랑 신부와 하객들을 태운 차량 행렬이 다가오고 있다. 이들은 비켜주지를 않는다. 이에 산랑이 나와 이들에게 보드카 술병을 길값으로 주자 이들은 길을 비켜준다. 동네 사람들이나 지인들이 이런 도로 봉쇄를 통해 결혼식의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 혹한에 해수욕장 연출로 도로 봉쇄
▲ 소방대로 도로 봉쇄 
▲ 청소년이 오토바이로 도로 봉쇄
▲ 유격대가 도로 봉쇄

이 동영상을 함께 본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리투아니아에도 이와 유사한 옛 풍습이 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꽃으로 새끼를 이어서 도로를 봉쇄한다. 이에 신랑은 길을 비켜달라고 술이나 과자로 대접한다.

* 관련글: 신랑신부 피로연 첫 춤에 하객들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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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2. 6. 07: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집에서 불과 100미터 떨어진 곳에 빌뉴스 주민등록관청이 있다. 이곳에서는 빌뉴스 시민들의 출생, 사망, 결혼 등의 등록을 관리하고, 결혼식이 열린다.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 집 앞 거리는 평소보다 주말이 더 혼잡하고 시끄럽다. 결혼식 차행렬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요즘 겨울철 주말에는 거리가 텅텅 빈다. 혼잡하더라도 빨리 봄이 와서 결혼식 차량행렬을 봤으면 좋겠다. 관청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식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 신랑신부, 증인 두 명, 그리고 친구들이 쌍을 이루어 참가한다. 공무원의 주례로 혼인 서약과 서명, 반지끼우기 등으로 의식은 보통 15분 내외에 끝난다.    

그리고 레스토랑 등지에서 피로연이 이어진다. 식사를 마치면 춤시간이 이어진다. 신랑신부에게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제일 먼저 이들이 춤을 춘다. 일반적으로 바로 아래 동영상에서 보듯이 이들은 왈츠곡에 맟춰 춤을 춘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래 동영상처럼 예기치 않게 다양한 춤으로 하객들을 열광시킨다. 우아한 왈츠도 의미있지만, 이렇게 신랑신부의 화끈하고 발랄한 춤솜씨로 하객들을 즐겁게 하는 것도 멋지다.

 
아래 동영상은 몇 해 전에 직접 폴란드의 친구 결혼식에 참가해 촬영한 동영상이다. 일반적인 폴란드 결혼식과 피로연을 엿볼 수 있다.


* 최근글: 0살에서 100세까지 남자의 얼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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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나비 결혼 청첩장의 흥미로운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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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7. 14. 09:59

우표가 붙은 편지를 아주 드물게 받는다. 이런 편지는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국에서 온 편지였다. 받은 사람에는 우리 부부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봉투를 뜯어보니 편지지 대신에 노랑나비 한 마리가 불쑥 나왔다. 무슨 내용이기에 노랑나비일까? 나비 등에는 "Kvietimas"(초청)라고 써여있었다. 색다른 편지지를 사용한 이유가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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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초청장이었다.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결혼 초청장을 아주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에게 보낸다. 이번에 초청장을 보낸 사람은 친척이 아니여서 의아했다. 그럼 누구일까? 아내의 음악학교 제자였다.

"아무리 제자이지만 왜 초청장을 보냈을까?"
"둘 다 내가 아끼던 제자였는데 이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가봐."
"기분 좋겠네...... 참석할 거야?"
"당연히 가야지."
"결혼식장이 빌뉴스에서 300km나 떨어져 있는 데도 갈 거야?"
"그래도 가야지."


아끼던 두 제자가 신랑신부로 결혼을 하게 되어서 아내는 기분이 좋았다. 먼 거리를 마다하고 결혼식과 피로연에 참석하기로 결심했다. 여기는 당연히 부부 동반이다. 초청문구 내용과 추신이 재미있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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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과 피로연 시각을 적은 문장 후의 문장이 눈길을 끈다. 더 많은 정보와 참석여부는 신랑신부이름의 결혼 사이트에서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추신도 흥미롭다.

결혼 후 날아서 집으로 가기 때문에 선물은 가볍고 접을 수 있고 부서지지 않는 것을 원해요. 큼직한 꽃다발 대신에 참석자로부터 하얀 장미 한 송이씩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리투아니아 결혼식에 가면 보통 꽃다발이 크다. 장미 한 송이라면 절약이 많이 된다. 그 절약으로 가볍고, 접을 수 있고 부서지지 않는 선물을 하는 데 보탠다면 새 인생을 출발하는 신혼부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라는 점에 아주 동감한다.

"가볍고, 접을 수 있고, 부서지지 않은 선물은 과연 무엇일까?"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알면서 괜히 물어보네. ㅎㅎㅎ"라고 답했다.

  유럽 결혼 피로연에서 먹어본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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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0. 6. 1. 07:32

5월 22일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결혼 피로연을 다녀왔다. 한적한 시골의 대저택에 열린 이날 피로연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피로연 하객으로 선물 받은 캐리커쳐에 감동
피로연에서 아빠를 고자질한 얄미운 8살 딸아이 

위에 글에서 부분적으로 이날 피로연에 대해 기술했다. 오늘은 피로연에서 먹은 음식을 사진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차례대로 나온 깔끔한 음식이 우선 돋보였다. 양이 적은 것 같았으나 옆에 앉은 딸아이 음식까지 먹어주느라 고생했다.

음식을 날라다주는 종업원의 눈치를 살피면서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 내 것도 대신 먹어야 돼."라고 종용했다. 잔치에 초대받아 먹지 않으면 괜히 초대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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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연 저녁 만찬이 열린 대저택 뒷마당. 만찬 참가자는 58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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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먼저 나온 유리컵에 든 간(肝)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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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치 요리. 참치 위 왼쪽에 쑥갓이 보인다. 리투아니아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채소라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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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된 음식으로 나온 닭고기 요리. 나를 빼먹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 종업원에게 "왜 안 주냐?"고 물으니 "달고기는 여자에게만 준다."는 답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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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에 까다로운 요가일래는 품위 있는 먹기를 거절하고 그냥 포크로 찍어서 닭고기를 얌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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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남자들에게만 나온 음식, 쇠고기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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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만찬 후식으로 나온 딸기와 빵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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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해장술로 등장한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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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해장국. 양배추 등 채소에 훈제된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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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장국에 우유그림을 넣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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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식사 다과로 나온 버섯모양의 과자

위 사진들이 유럽 결혼 피로연 음식에 대한 궁금증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기대한다.

* 관련글: 피로연에서 아빠를 고자질한 얄미운 8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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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29. 07:48

5월 22일 처조카 결혼식 피로연에 다녀왔다. 처조카는 러시아 축구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고 리투아니아 축구 국가 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의 대저택을 1박 2일로 빌려 피로연을 열었다. 이날 피로연에 참가한 사람들은 양가의 가까운 친척과 동료 축구 선수들로 5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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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피로연이 열린 대저택 전경

피로연을 위한 저녁 식사를 막 시작하는 동안 서먹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사회자가 나섰다. 사회자를 보니 평소 텔레비전에서 보던 유명한 MC였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그는 사람마다 한 단어만 사용해 신랑신부에게 축하의 말을 하라고 했다. 만약 두 단어 이상을 말하거나 앞에서 나온 말을 할 경우에는 벌칙이 부여되었다.

처음 몇 사람은 건강, 부, 승리 등등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런데 장모님 차례가 되었는데 장모님은 "행복한 삶"이라고 두 단어를 말했다. 노래부르기 벌칙이 따랐다. 리투아니아에서 10여년을 살았지만 노래시키기는 처음 겪어보아 상당히 의외였다. 장모님은 여걸다운 기질이 있는 데 이날은 처음 보는 대중 앞이라 아주 주저했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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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신부에게 한 단어로 축원하는 놀이로 피로연이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축원을 하는 동안 그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무슨 한 단어를 말해야지 궁리했다. 남들이 안 않을 것은 "한국(을 언젠가 방문하기를 바란다)"을 생각했다. 옆에 있던 8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생각한 단어가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중 한 단어를 아빠에게 알려주었다.

"아빠, 이 단어를 말해."
"뭔데?"
"gerumo(좋음, 선)."

내 차례가 와서 딸아이가 속삭여준 "gerumo"를 자신있게 외쳤다. 통과되었다. 이어서 옆에 있던 요가일래는 어린이답게 "vaiku(아이들)"을 외쳤다. 결혼해서 많은 아이들을 낳으라는 기원을 전했다. 그런데 사회잔느 이 말은 반복된 말이라고 해서 요가일래를 앞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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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칙 받고 있는 딸아이 요가일래

"(벌칙으로) 노래할래? 춤출래?"
"둘 다 못해요."
"반드시 해야 돼. 약속이야."
"그럼, 노래할래요."

▲ 이날 요가일래가 벌칙으로 부른 노래  

많은 박수를 받았고, 요가일래는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얼마 후 요가일래는 부끄러움도 없이 사회자가 있는 쪽으로 가서 무엇인가 귀속말을 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요가일래 모습이었다.

"너, 사회자 아저씨에게 무슨 말을 했니?"
"아빠가 한 말은 아빠가 혼자 생각한 말이 아니고 내가 알려준 말이라고 말했어. 이제 아빠도 노래를 불려야 한다. 메롱~~~~"
"네가 고자질했네. 아이, 창피해." 황당하고 얄미워서 꾸짖을 말을 잊었다.
"뭐, 어때? 맞자나! 이제 아빠가 벌 받을 차례야."

"야, 그래도 어떻게 아빠를 고자질하니? 아빠가 벌 받는 것이 그렇게 좋아?"라고 아내가 한 마디를 했다.

군계일학이라 시선이 분명 나에게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만약을 위해 노래준비를 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내와 요가일래 물어보니 "아리랑" 노래를 권했다. 순간 가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소란을 피해 잠시 산책하면서 가사를 떠올리기에 애썼다. 막상 준비해 놓으면 기회가 사라지는 법인가?

다행스럽게도 속속 음식이 식탁으로 배달되었고, 본격적으로 먹을 시간이었다.

* 최근글: 차 쌩쌩 교차로 종횡무진한 러시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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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5. 22. 16:25

우리집 바로 앞 좁은 거리는 주말이 되면 자동차로 더 붐빈다.
바로 결혼식을 올리는 관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결혼에 서약하고 반지를 교환하면
공식적으로 부부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끝나면 호숫가의 별장 등에서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을 초대해 보통 1박 2일로 피로연을 연다.
 
최근 결혼 잔치 중 일어난 황당한 동영상을 접했다.
신랑 신부와 함께 목조 다리 위에서 십여명의 사람들이
사진 찍는 사람을 향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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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한 아이가 움직이자 다리는 더 이상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물 속으로 그대로 풍덩 내려앉고 말았다. 사람들도 모두 물에 빠지고 말았다.
물이 앑아서 다행이었다. 


이번 주말에 처조카의 결혼 피로연에 초대받아 곧 떠난다.
별다른 사고없이 끝까지 유쾌한 결혼 잔치가 펼쳐지길 바란다.  

* 최근글: 딸아이가 생각해낸 아기와 애기의 구별법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 2. 13. 07:26

한국에는 설 명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이동한다. 식탁에 앉아 일가친척들이 정담을 나눈다. 미혼자도 있을 것이고 기혼자도 있을 것이다. 가족들이 다 모였으니 식탁이 좁아서 모서리에도 앉을 것이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특히 미혼자는 모서리에 앉지 않으려고 한다. 자리가 부족해 모서리에도 앉아야 한다면 기혼자가 앉는다. 무슨 까닭일까? 미혼자가 모서리에 앉으면 7년 내에 결혼을 못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에 살다보면 일상 속에 예로부터 전해오는 민간 믿음을 흔히 접할 수 있다. 만약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는 데 앞에서 마주 오는 다른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양편으로 흩어져서 그 사람이 편하게 지나갈 수 있게 할 수도 있고, 두 사람이 흩어지지 않고 한 쪽으로 그 사람을 피해서 갈 수도 있다. 두 사람 사이로 그 사람이 지나가면 리투아니아인들은 그가 둘의 행복을 빼앗아간다라고 믿는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앞에서 나란히 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먼저 그 옆으로 피해가는 것이 좋다.

어느 날 아침 한국인 친구가 일 때문에 우리집을 방문했다. 부엌에서 차를 끓이고 있어서 그는 부엌으로 들어왔다. 아무런 주저함 없이 그는 가방을 의자 옆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를 지켜본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즉시 그 자리로 가서 바닥에 내려놓은 가방을 집어서 의자 위로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왜 일까? 리투아니아인들은 가방을 바닥에 놓으면 돈을 잃는다라고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당신은 정말 뚱뚱하다. 나는 정말이지 그렇게 뚱뚱해지지 않을 것이야!"라고 말한 후 목재로 된 물건을 주먹으로 세 번 살짝 때린다. 이렇게 함으로써 "말한 대로 정말 안 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주위에 목재 물건이 없어 당황하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자동차나 걸어서 갈 때 바로 앞에서 고양이가 길을 가로질러 가는 때가 있다. 이는 지금 가서 할 일이 제대로 안 될 것을 의미한다. 이때 왼쪽 어깨 위로 침을 세 번 뱉는다. 국화꽃을 산 사람에게는 선물하지 않는다. 죽은 사람에게는 짝수 송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홀수 송이를 선물한다.

식탁에서 우연히 포크를 떨어뜨리면 그날 여자 손님이 찾아온다. 숟가락이나 식칼을 떨어뜨리면 그날 남자 손님이 찾아온다. 잔치 때 뜻하지 않게 컵을 깨면 이 깨진 컵이 행복을 가져다준다. 즐거운 날 깨진 컵 때문에 슬퍼하거나 아쉬워하지 마라는 의미다. 하지만 평상시에 집에서 식기 등이 자주 깨어지면 이혼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집을 나가서 처음 마주치는 사람이 남자이면 그날은 성공할 날이고, 여자이면 실패할 날이다. 결혼식날 예식장으로 가다가 물건을 잊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나쁜 징후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다시 집을 나올 때 반드시 거울을 봐야 한다. 호텔이나 손님으로 찾아간 집에 우연히 자신의 물건을 놓고 나왔을 때는 다시 그곳을 찾게 될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이 재치기하면, 즉각 "건강을 위해"라고 답한다. 보통 재치기는 코감기와 연결되므로 감기에 걸리지 마라는 뜻이다. 폴란드에서는 "100년"이라고 한다. 옷을 뒤집어 입으면 그날은 술에 만취하는 날이다. 아내의 핀잔이 두렵다면 옷 입을 때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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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모서리에 미혼자를 앉히지 않는다.

이처럼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일상에서 아주 흔하게 민간 믿음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이런 믿음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단지 순간적인 불길이나 두려운 생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음의 평정을 얻고, 마음의 준비와 일에 대한 주의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새해 소원성취하소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2. 3. 08:19

북동유럽에 위치한 리투아니아의 이번 겨울은 혹한과 폭설으로 상징된다. 지난 해 12월 하순부터 근 한 달간 영하 20도의 혹한이 이어졌다. 그리고 모처럼 날씨가 풀려서 영하 5도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혹한과 경쟁이라도 하듯이 폭설이 내렸다. 15년만에 가장 많이 눈이 내린 겨울로 기록되었다.

요즈음 큰 도로에는 제설염 등으로 비교적 차가 다니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도로에는 눈을 헤쳐나오기가 힘든다. 2월 2일은 결혼기념일이다. 아무리 살림이 어렵더라고 이날만큼은 가족이나 친척들과 함께 분위기 있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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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 도로가에 세워진 자동차를 내려다 보면서 과연 저 쌓인 눈을 헤쳐 주차공간을 벗어나 차로 궤도로 접근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눈 핑계로 그냥 집에서 보낼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했으니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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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쌓인 눈을 치우고, 또한 바퀴를 덮어버린 눈도 치웠다. 무사히 차가 빠져나가기를 기대했지만 바퀴는 헛돌았다. 눈 밑에는 얼음이 얼어있었다. 낑낑대면서 차를 밀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겨우 앞바퀴 하나가 차로 궤도에 걸쳤지만 뒷바퀴는 계속 헛돌았다. 이젠 더 큰 일이었다. 다른 차의 통행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이때 행인 한 사람이 도왔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또 한 사람, 또 한 사람...... 다섯 명이 밀자 그때서야 차를 차선에 이동시킬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랜 시간을 낑낑거리는 데 보냈을 것이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남의 일에 무관심하다. 이날 눈 속 곤경에 빠졌을 때 기꺼이 도와준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2009년 1월 브라질 여행을 하면서 먹은 브라질 음식이 참 맛있었다. 그래서 결혼기념일에 친척 부부를 초대해서 리투아니아에서 유일한 브라질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당으로 가는 차 안에서 부부에게 전화했다. 그랬더니 차가 눈을 헤쳐나오지 못해 참석할 수가 없다고 했다.

사실 우리 부부만 브라질 식당에서 분위기를 잡기엔 폭설 후유증 때문에 이미 흥이 토막나버렸다. 그래서 얼마 전 개업한 켄터키 치킨을 사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기념일 저녁을 보내기로 방향 전환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주차를 무사히 할 수 있도록 기원했다. 도로가 주차공간에는 빈자리가 여기저기 있었지만 눈이 수북히 쌓여있어 불가능해 보였다.

다행히 아파트 마당에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자동차 통행로에서 후진을 하는 데 또 얼음 때문에 후륜구동 뒷바퀴가 헛돌았다. 이때 한 남자가 자기 차에서 삽을 꺼내 들고 왔다. 삽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 마지막 순간까지 기념일을 망쳐야 하나!!!!" 어두운 저녁이라 행인도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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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모래적재함도 없었다. 이때 아내는 트렁크에서 도움될 만한 것을 찾았다. 작업복이었다. 작업복을 뒷바퀴 밑으로 넣으니 후진이 되었다. 아내의 순간적인 재치로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 시원하게 해결되었다. 출발할 때 왜 작업복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켄터키 치킨과 포도주를 앞에 놓고 식구 한 사람씩 가정 평화, 가족 건강, 모두에게 감사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브라질 식당에 비해서는 너무 조찰한 결혼기념일 식탁이었다. 이날은 폭설 후유증으로 생고생했지만 무사히 차를 주차시켰다는 안도감이 으뜸이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사지의 근육통이 이날 폭설 후유증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결혼기념일을 한층 더 운치있게 해줄 수 있는 눈이 기대를 망쳐놓은 폭설이 된 것이 아쉽다. 내년에는 멋진 기념일을 기대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8. 28. 07:23

일전에 "유별나고 재미있는 결혼식 동영상들" 글에서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결혼식과 피로연 풍경을 엿볼 수는 동영상을 소개했다.

로이터 통신이 전한 화제의 동영상이 최근 리투아니아 인터넷뉴스 delfi.lt에 소개되어 많은 조회수를 올렸다. 8월 7일 이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57,915이다. 아래 동영상은 유튜브에 2009년 7월 19일 올라왔고, 현재 조회수가  22,131,786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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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장에 춤추면서 입장하는 화제의 동영상 캡쳐

질(Jill)과 케빈(Kevin)은 케빈의 죽마고우 제프가 질의 대학동창 앤과 결혼할 때 피로연에서 만난 후 결혼했다. 이 결혼 동영상은 결혼식장에 신랑, 신부와 그 친구들이 춤추면서 입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결혼 피로연에 춤이 빠질 수 없지만 결혼식 입장부터 춤추면서 결혼 분위기를 즐겁고 행복하게 한 것이 사람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한 것 같다. 이 동영상이 뜨자, 배경음악 "Forever"를 부른 가수 크리스 브라운의 음반 판매부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발빠른 사람은 이 결혼 동영상을 본 후 6개월 후 이들의 이혼을 가정하고 이혼법정에 춤으로 입장하는 패러디 동영상을 제작해 관심을 모우고 있다. 동영상 하나로 조회수 2200만을 올리게 하는 인터넷 시대가 놀랍기만 하다.

* 관련글: 유별나고 재미있는 결혼식 동영상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8. 18. 13:31

최근 이탈리아 부부가 결혼 하객으로 63마리의 개들을 하객으로 초대를 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8월 16일 열린 결혼식은 사냥이나 경주 등에 개들을 이용해 학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특히 개의 도움을 받아 흑사병을 고치게 되었다는 13세기 가톨릭 성인인 산 로코의 날을 기념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

이처럼 결혼식은 일생일대에 가장 중요한 의식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은 이 날을 아주 특별히 보내려고 한다. 개 63마리를 하객으로 초대했다는 결혼식 기사를 읽고 유튜브에 올라온 재미난 결혼식 동영상을 모아보았다. 참고로 첫 번째 동영상은 초유스가 촬영 편집한 폴란드의 일반적인 결혼식 풍경을 잘 나타내주는 동영상이다.




▲ 주례사를 들은 후 뒤로 돌아 노래를 부르는 신혼부부

▲ 결혼식을 비디오 클립을 만들듯이  
 
▲ 피로연 때 가장 흔한 놀이 중 하나, 남녀가 편을 갈라 술빨리 마시기
▲ 결혼식에 두 가문의 패싸움 (?)

* 관련글:
리투아니아 남편 버리고 새 짝 찾는 도미니카 여인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5. 8. 09:17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의 촌수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아주 관심을 가지고 듣는다. 부부는 무촌이고, 부자는 1촌이고, 형제는 2촌, 아버지 형제는 3촌, 아바지 형제의 자녀와는 4촌, 그리고 5촌, 6촌, 7촌, 8촌...... 도표를 그려서 한국의 친인척 관계를 설명해주면 복잡하다고 하면서 신기해 한다.

부부가 왜 무촌이라고 물을 때에는 부부는 일심동체라 간격이 없으니 촌수가 없다고 답하곤 했다. 모든 숫자의 근원 0촌으로 여길 만큼 부부는 한 몸, 한 마음을 지니는 것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전에 "펜펜의 나홀로 산행" 블로그에서 부부가 무촌인 색다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간에는 1촌이지만 부부간에는 촌수가 전혀 없습니다. 헤어지면 남인 것입니다."

이 문구를 읽으면서 "부부가 무촌이니까 같이 살면 한 몸이 되고, 부부가 무촌이니까 헤어지면 남이 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질 때, 남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왜냐하면 한 때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있는 부부는 헤어지더라도 서로 좋은 친구로 남는 사회적 풍토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부부는 내년 2월 결혼 10주년을 맞는다. 우리 가족은 식구가 넷인데 딸이 둘이다. 큰 딸이 어렸을 때 넷이서 밖에 나가면 언니는 엄마를 닮아서 머리카락이 갈색 계통이고, 작은 딸은 아빠를 닮아서 머리카락이 검은색 계통이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이렇게 큰 딸은 엄마 딸이고, 작은 딸은 엄마와 아빠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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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딸 7살 요가일래가 엄마에게 바친 생일 선물 그림

종종 큰 딸의 생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가 바로 옆에 있어서 늘 받아서 큰 딸에게 수화기를 건네준다. 보통 늦은 밤에 전화가 온다. 술이 들어가니 딸 생각나서 전화하는 것 같다. 일전에 아내의 생일이라 식구 모두 일본식당에 밥을 먹고 돌아왔다. 이날 초저녁 큰 딸의 생부가 맹숭맹숭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평소와는 달리 딸을 찾지 않고 아내를 찾았다. 그 동안 헤어진 것에 대해 아내를 많이 원망했는데, 이제는 삶의 성공을 기원한다면서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아내는 창가를 바라보면서 옛 이야기를 꺼냈다. 전 남편이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가 고집을 부려서 그가 여러 가지 기회를 포기한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가 마음 잡고 행복한 삶을 살아기기를 바란다. 사실 그가 맨 정신으로 전화해 큰 딸과 대화하고 이어서 아내와 함께 큰 딸의 생활이나 진로에 대해 대화할 때 옆에서 듣는 기분은 한 마디로 좋다.

2004년 리투아니아는 인구 1000명당 3.2명이 이혼했다. 이로써 유럽에서 이혼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 20여년 생활하면서 적지 않은 이혼 부부를 만났다.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핀란드와 노르웨이 지인의 경우였다. 핀란드 지인은 집안에 일이 있을 때 자주 전 남편이 와서 도와주고 간다. 노르웨이 지인은 요리하다가 막히면 전 아내에게 전화해 해결한다. 이렇게 이들은 어떤 이유로 이혼했지만, 이혼 후에도 스스럼없이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아내의 생일을 기억해 축하 전화해준 전 남편이 오늘따라 돋보인다.    

* 관련글:  - 어머니날 선물 지분 50%를 아빠가 차지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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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1. 19. 10:27

얼마 전 리투아니아인 남편을 버리고 고국으로 되돌아가버린 도미니카 여인이 다시 인터넷에서 공개 구혼을 하고 나서 리투아니아 사회가 떠들썩하다.

례투보스 리타스 15일 보도에 따르면 이 여인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리투아니아인 남편이 가두고 때린다고 도미니카 집으로 알렸다. 얼마 후 리투아니아 도미니카 명예총영사가 사람을 보내 이 여인을 빌뉴스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도미니카로 돌아갈 비행기표까지 사주었다.

리투아니아 서부지방 작은 도시 크레팅가에서 무용교사(32세)로 일하는 브리츠쿠스는 라틴 무용을 좋아해 몇 해 전부터 라틴 아메리카 여인과 가정을 꾸미기로 결심했다. 먼 나라 여인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 그는 1년 반 동안 아일랜드에 가서 일하기까지 했다.

1000리타스(50만원) 가입비를 내고 인터넷 구혼 사이트에 등록했고, 유럽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서 너명의 여인을 소개받았다.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 지난 6월말 그는 도미니카를 방문했다. 직접 만나보자 사랑스럽고 낙천적인 이 여인(21세)이 마음에 들어서 곧 바로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도미니카에서 8월말까지 같이 살면서 이 여인의 낭비와 사치가 마음에 걸렸지만, 원하던 라틴아메리카 아내를 얻었다는 것으로 참았다. 학교 개학으로 그가 먼저 돌아오고 아내는 리투아니아 비자를 얻어야 하므로 나중에 왔다.

지난 10월 31일 리투아니아에 오자마자 아내는 오자마자 우울증에 걸린 듯 말이 없고 늘 인터넷 채팅만 했다. 자기가 생각한 유럽에 대한 환상과 백만장자일 것이라 믿은 남편의 실상을 보았기 때문에 이 여인은 온 지 며칠이 되지 않았지만 아무런 미련 없이 고국으로 되돌아가버렸다. 그리고 인터넷 구혼 사이트에서 새로운 애인이나 배우자를 다시 찾아 나섰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리투아니아인은 이혼절차를 마친 후 다시는 밖에서 찾지 않고 리투아니아 내에서 배우자를 찾기로 결심했다. 일단 비용이 싸기 때문이라 한다. 이 도미니카 여인를 소개받은 후 지난 3개월 동안 그가 쓴 돈은 모두 46,000리타스(2,300만원)이다.

도미니카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30분 안에 결혼하고 아무렇지 않게 이혼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여인들은 부유한 남자를 만나 그 덕에 편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바로 이 여인도 리투아니아인으로부터 이것을 원했으나 막상 그가 사는 곳에 와보니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결국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한편 인터넷 소개 결혼의 위험성과 숙성된 연애를 동반하지 않는 '묻지마' 결혼의 종말을 보는 것 같다. 이는 TV드라마를 통해 접한 중남미 여인에 대한 환상에 빠진 리투아니아 미혼남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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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남편을 버리고 인터넷에서 새로운 짝을 찾고 있는 도미니카 여인

* 관련글: 유별나고 재미있는 결혼식 동영상들
* 최근글: 후진국에 살고있어 미안하오, 하지만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8. 19. 13:59

리투아니아 사람들 속에서 살다보면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이들은 자기 배필을 멀리서가 아니라 바로 가까이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한국에선 흔히 보게 되는 장면들, 이를테면 "내 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하면서 착잡한 듯 담배를 피워 문다거나,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혹은 진한 커피향기를 맡으며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을 리투아니아인들에게선 다소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기만 해도 거기에 바로 자기의 배우자가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내 주위에 있는 리투아니아 부부 20쌍을 대상으로 한번 통계를 내어 보았다. 우선 20쌍 중 연령별로는 40-50대가 2쌍이고, 30대가 9쌍, 그리고 20대가 9쌍이다. 이들이 결혼했을 때 여성은 평균 19살이었고, 남성은 20세였다. 부부간 연령차이는 평균 2.1세이고, 가장 많은 차이는 6살이다. 연하의 남편을 둔 부인도 5명이나 된다.

각자 살았던 집간 거리는 평균 3.3 km
이들 20쌍 부부가 결혼하기 전 각자가 살았던 집간 거리는 평균 3.3km다. 1km 미만 간격이 15쌍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2km 미만이 2쌍, 3km 미만이 1쌍, 3km 이상이 3쌍이다. 가장 먼 거리는 22km이고, 가장 짧은 거리는 서로 옆집으로 10m다. 결국 장래 배필은 바로 뜰에서 같이 놀던 친구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아주 많다는 결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다 클 때까지도 남녀 구분 없이 같이 즐겨 논다. 그러니 남자애가 동네에서 여자애들과 함께 고무줄 놀이를 한다고 해서 같은 남자애들이 따돌림을 하거나 놀리지도 않는다. 학업과 대학 진학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이성간 교제를 막는 부모도 없거니와 사회적 압박감도 없다.

그래도 연애결혼이 대부분
이들 20쌍 부부 다 연애결혼을 한 사람들이다. 가까이 사니 양가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장래 사위나 며느릿감으로 점찍어 놓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소꿉장난을 하다가 사춘기가 되자 서로 사랑을 느끼고 드디어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한편 결혼상대자 선택에 있어서 부모들이 큰 간섭을 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그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최종결정은 자녀에게 맡긴다. 결혼은 부모의 인생이 아니라 어차피 그들 자신의 인생이니까. 의외로 무척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같으면 장남은 부모를 모셔야 하므로 결혼대상자의 기피사항이 될 수도 있겠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장남, 차남 등의 출생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위에 언급한 20쌍 중 어느 누구도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시장에 가면, 지팡이를 짚고 물건을 사는 나이 드신 70-80세의 노부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근거리 결혼'의 이유?
내가 보건대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이러한 '근거리 결혼'의 주된 이유는, 바로 직업이나 학교 등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얻고 배필을 만나고 평생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과거 공산체제 아래에선 고등교육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고 또 거주하는 곳에서 완전고용제가 실시되었으니, 더더욱 교육이나 직장을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이곳도 조금씩 많은 것들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경제체제의 도입으로 이젠 스스로 나서서 직장을 구해야 하고, 직업별로 임금차도 크게 나는데다,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많이 배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히 이동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니 이곳도 아마 조금 있으면 이 독특한 '근거리 결혼' 풍습을 잃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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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을 부부로 함께 사는 올가(부인)와 림비다스(남편). 이들은 같은 아파트 동(棟)에서 어린 시절부터 살면서 함께 소꿉장난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 7. 14. 08:05

 
일전에 리투아니아에 10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다. 바로 아내의 조카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익히 알다시피 유럽에선 결혼식에 초대받은 사람만이 결혼 식장과 피로연에 참가한다. 가까운 친척과 친한 친구들이 초대받고, 보통 규모는 30-100명이다.

결혼선물은 눈에 띄게 과거에 비해 달라졌다. 과거엔 주로 주방기구, 이불천 등 신혼부부가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물건들을 선물했다. 하지만 몇해 전부터 물건 선물 대신 축의금 선물이 널리 행해지고 있다.
 
처조카의 청첩장처럼 아예 청첩장에 "추신: 선물이 편지봉투에 들어갈 수 있으면, 기쁠 것입니다"라는 문귀가 기재되어 있다. 축의금을 받은 사람이나 축의금 기록부가 없는 것이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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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조카의 결혼식 청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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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신: 선물이 편지봉투에 들어갈 수 있으면, 기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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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조카에게 선물을 편지봉투 속에 넣어 건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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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당 결혼식을 막 마친 데이비다스와 바이다가 사진사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7. 13. 06:05

어제 토요일 공원에서 친구와 맥주를 한 잔 하고 있는 데 같은 옷을 입은 아가씨 여섯 명이 다가와 물건을 사라고 했다. 사연인즉 한 주일 후 결혼을 하는 예비신부가 이날 물건을 많이 팔아야 행복한 결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바구니에 있는 물건을 봐서는 안 되고 먼저 값을 치러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결혼하기 일주일전 여자 친구들끼리 모여 이른바 '처녀파티', 남자 친구들끼리 모여 '총각파티'를 연다. 행복한 결혼을 축하해달라고 하는 데 거부하기가 어색했다. 그래서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값을 치르고 받은 물건은 다름 아닌 예부신부가 직접 만든 과자였다. 이들의 발랄한 모습을 보니 축하하는 마음도 한결 더 즐거웠다. 행복한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바구니를 든 아가씨가 예비신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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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리투아니아 미녀들, 연인을 원수로?
               마지막 미혼 즐거움을 만끽하는 처녀파티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