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04.20 05:59

이번 주 낮 기온은 기록적이었다. 18일 빌뉴스 최대 기온이 22도까지 올라갔다. 4월 중순에 보기 드문 여름 날씨이다. 꽃들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겠지만, 아직은 대부분 나무들이 새싹을 못 틔우고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맘때 집안에서 파릇파릇한 나뭇잎을 감상하면서 봄의 정취를 느낀다. 2월 하순 경에 버드나무 가지를 사거나 꺾어서 화병에 담아 거실에 놓아둔다. 우리 집 거실에 버들강아지가 주렁주렁 맺힌 버드나무 가지가 있다. 


얼마 전부터 파릇파릇한 잎이 나아  보는 이의 기분을 싱그럽게 하고 있다. 진달래가 없는 나라에서 이렇게나마 버드나무 잎으로 마음 속에서 완연한 봄을 앞당겨 본다.


겨울철 내내 거실에서 피고 있는 서양란도 봄날 햇살에 더욱 돋보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05.24 05:12

 "4계절을 순서대로 말해 봐."라고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부탁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지."라고 답했다.

이렇게 서양이든 동양이든 일반적으로 4계절을 말할 때 그 시작이 봄이고, 그 끝이 겨울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시작이고, 잎과 열매가 다 떨어진 겨울은 끝이다. 즉 봄은 생명이요, 희망이요, 기쁨이다. 반면에 결운 죽음이요, 절망이요, 슬픔이다. 

최근 방문한 바르샤바 친구집에 걸려있는 액자와 전등이 참 인상적이었다. 거실 천장에는 네 개의 등이 달려있었다. 그런데 등에 그려진 그림이 제각각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무엇을 상징하는 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바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었다. 이 네 개의 등은 친구가 직접 손으로 만든 것이니 세상에서 유일한 물건이다.


정면에 걸려있는 액자를 보니 혼란스러웠다. 왜 여름이 제일 왼쪽 시작점에 있고, 봄이 제일 오른쪽 끝점에 있을까? 일반적인 순서와는 전혀 달랐다. 다소 의아해 하는 내 모습에 친구 라덱이 그 까닭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이것은 내 철학이다. 흔히들 4계절 순서 끝을 겨울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를 봄이라 생각한다. 내 4계절 끝은 죽음과 슬픔의 겨울이 아니라, 바로 소생과 기쁨의 봄이다."


친구의 설명을 듣고 보니 액자의 4계절 순서가 혼돈없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02.05 08:25

1월 29일(일) 영하 15도 날씨에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는 영화관을 다녀왔다. 날씨가 춥다고 가지 말라고 했지만, 친구들과 한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면서 고집을 부렸다. 

그날 저녁부터 딸아이는 감기 기운이 있어 다음날 학교에 가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주 내내 영하 20-30도의 날씨가 지속되어 리투아니아 학교는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집에 40인치 텔레비전과 DVD 등이 있는 데도 영화관에 간다. 큰 텔레비전이 집에 있다면 영화관에 가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구입한다. 하지만 막상 있고 보면 그래도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이라는 이유로 또 영화관을 찾게 된다. 이런 사람 마음이 참 지조없음을 느낀다.

집안에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정말 영화관처럼 꾸며놓으면 사람 마음이 달라질까? 우리 집에 그렇게 꾸밀 능력과 재주는 없지만, 정말 거실을 영화관처럼 꾸민 사람들이 있어 소개한다. 최근 폴란드 조몬스터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으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참으로 대단한 정성과 투자이다. 영화관이 멀고 식구과 친구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을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영화관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 최근글: 러시아 도로 운전자들의 극과 극의 두 모습50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08.29 16:09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요즘은 확연히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평소와 다름 없이 아침 7시에 일어나 컴퓨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밖은 훤하지만 안은 아직 햇살이 오지 않아 다소 어두워 책상전등을 켰다.

이날 따라 아내는 일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아침커피를 만들어 편하게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침대는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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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는 아내와 대화를 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앗! 이런 이런 아침에 남자들이!"
아내와 둘이서 웃으면서 이날따라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우리집 아파트 거실은 커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밖으로 인한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는다.
이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이라 더욱 아찔하고 황당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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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아내는 본능적으로(?) 이 남자들을 이용하려고 했다.
바로 아파트 벽에 붙어 있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위성 안테나 접시(1.8m)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이 안테나를 제거하기 위해 사다리차를 불러야 하는 데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수년간 방치되어 점점 흉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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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업무외에 부수입을 올릴 수 있어 선뜻 응했다.
안테나를 제거하고 뚫린 구멍에 시멘트까지 발라주는 등 자기일처럼 해주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상상한 해도 부끄러운 장면을
모면했고, 건물외벽의 흉물까지 제거하게 되었으니 더없이 행복한 아침이었다.
 
* 관련글: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딸들의 해수욕장 즐김에 시름을 잊는다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11.24 07:21

대체로 리투아니아 빌뉴스 도심 대중교통 정류장은 딱딱한 목조의자와 유리벽으로 만들어져 있다. 종종 유리벽은 부서져 있고, 의자는 낙서로 가득하다. 이런 의자에 앉기엔 썩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에서 포근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이런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가 몇 해 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있었다. 가정집 거실처럼 대중교통 정류장을 포근하게 느껴보자는 취지로 정류장 몇 군데를 진짜로 거실로 꾸며놓았다.
 
안락한 소파를 배치했고, 유리벽에 붉은 색 계통의 벽지를 붙였다. 사진도 걸어놓았다. 창문, 전등, 화초 사진을 넣어 멀리서 보면 진짜처럼 보이게 했다. 비록 이 가정집 거실 정류장이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사람들에게 정류장을 소중히 여기게 하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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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해 전 거실로 꾸며진 빌뉴스 도심 버스정류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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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해 전 빌뉴스의 일반적인 도심 버스정류장 모습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