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03.07 06:38

일전에 여권상 생일[관련글 보기]을 맞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풍선에 그려진 케익도 받았다. 그때 여러 선물에 취해 축하엽서를 열어보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교과서 속에 끼어져 있던 엽서를 어제서야 열어보았다.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 
만년필로 반듯하게 써진 한국어 문장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으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쁘게 잘 썼다. 


컴퓨터 글쓰기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 이렇게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보면 더욱 정감이 간다. 열심히(?) 가르쳐주신 선생님에게 드리는 축하엽서라 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들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지금까지 약 50시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어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11.01 07:39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학기 초급강좌를 듣는 수강생이 10명이다. 한국어 첫 수업에는 동기부여를 위해 세상에서 제일 배우기 쉬운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라고 살짝 운을 뗀다. 즉 쓰기와 읽기는 중국어와 일본어 등에 비해 월등히 쉽다는 것에 학생들은 다 동의한다. 

하지만 수업일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한국어가 쉽다"라는 명제는 촛점을 차차 잃어간다. '합니다'는 '해요'로 변화하고 갑니다는 '가요'로 변화한다. '생일'과 '생신', '은/는'과 '께서는', '에게'와 '께', '나이'와 '연세', '주다'와 '드리다' 등 높임말도 다양하다. 

학생들 입에서는 절로 한숨 소리가 난다. 어제는 동사와 명사의 높임말에 대해 강의했다. 자다-주무시다, 있다-계시다, 죽다-돌아가시다, 주다-드리다. 바로 '드리다'라는 한국말에 저기저기 웃음꽃이 갑자기 피어났다. 처음에는 그냥 누군가 우스개 소리를 해서 웃었지라는 생각이 들어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드리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학생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 웃음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왜 웃니? 드리다가 뭐 이상해?" 

이 질문에 학생들이 또 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왜 그러세요?"
"드리다가 꼭 diarrhea(다이어이어)로 들려요."
"뭐 diarrhea가 뭐지?"

드리다가 얼마나 심각한 단어인지 학생들이 리투아니아어로 설명하지 않고 영어로 설명할까? 궁금증이 더해 갔다. 즉각 인터넷에 접속해서 구글번역기에서 diarrhea를 쳐보니 viduriavimas(비두랴비마스)라는 답을 얻었다. 이는 설사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드리다가 설사?

그렇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트리다'(tryda)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발음하는 d가 t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대석이라고 발음하지만, 이들은 태석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tryda는 일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속어이다. 


버젓한 한국어 수업 시간에 '드(트)리다(설사)'가 나왔으니 웃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드리다가 주다의 높임말이다. "어른에게 진지를 드리다"가 이들에게는 "어들에게 진지를 설사"로 들렸으니 말이다.

언어를 접하다보면 이런 유사한 경우가 종종 있다. A언어에서는 대스럽지 않지만, B언어에서는 유사한 발음 등으로 인해 이상한 뜻이 되는 경우이다. 에스페란토 farti 단어는 (잘) 지내다라는 뜻의 동사이지만, 영어 단어 fart는 방귀뀌다이다.  

한편 리투아니아어에 익숙한 딸아이는 지금도 종종 '그것은 이름이 뭐야"라고 묻는다. 리투아니아어로 그것과 그 분, 그 사람은 모두 다 똑 같은 표현 'tas'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제 수업에서 배운 '드리다'는 리투아니아 학생들이 평생 잊지 못할 한국어 단어 중 하나로 기록될 듯하다. 덕분에 수업 분위기가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