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2020. 11. 16. 06:25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세계적 범유행으로 완전 비대면 사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연결되어 그 어느 때보다 더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유럽에 살고 있으면서 인터넷으로 올해 벌써 네 번이나 한국에 있는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시와 노래 번역에 대해 강의를 하게 되었다. 매번 다른 시와 노래를 가지고 실제 번역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로 다루었다. 

경험상 문장 번역보다 시 번역이 더 어렵고 시 번역보다 노래 번역이 훨씬 더 어렵다. 50분 주어진 시간에 이 무게 있는 주제를 다 논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만 짚어본다.

번역에 있어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원문을 확실하게 이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장 속에 등장한 한국어 단어의 가장 적합한 에스페란토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슴을 
brusto, sino, koro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가방을 
teko, sako, valizo, kofro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꿈을 
sonĝo, revo, espero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를 결정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간과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운율 맞추기다. 유럽어의 주된 영향 속에 있는 에스페란토의 시나 노래에서는 이 운율이 중요하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에스페란티스토이고 또한 언어 실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것으로 여겨 아래에 간략하게 운과 율에 대해 에스페란토로 소개한다. 

*Rimo* 
samsoneco inter du aŭ pluraj vortoj, de la vokalo akcenta kaj de sekvantaj son-elementoj. Kolomano Kalocsay klasifiki kiel jene en “La Esperanta Rimo”.

1. Pura rimo
sameco de ĉiuj akcentaj kaj postakcentaj vokaloj kaj konsonantoj: 
reĝo--seĝo, ardo--bardo, ventro--pentro

2. Rimoido 
sameco de ĉiuj akcentaj kaj post-akcentaj vokaloj, pli-malpli granda malsameco de konsonantoj: 
suĉi--ruĝi, polvo--orfo, vigla--nigra, kadro--patro, 

3. Agordo 
sameco de ĉiuj rimelementoj escepte la akcentitan vokalon: 
arbo--korbo, reĝo--paĝo, ombro--decembro.

4. Radik-rimo
pura interrimado de la radikoj, vokala kaj konsonanta malsameco de la finaĵoj: 
bela--anĝeloj, lando--grandaj

*Verspiedo*
Karakteriza kombinaĵo de silaboj kun difinita longeco aŭ akcentiteco. La ĉefaj piedoj estas du- aŭ tri-silabaj piedoj kaj entenas nur unu akcentitan silabon.

1. Trokeo
Unu longa aŭ akcenta silabo kaj unu mallonga aŭ senakcenta silabo
Ekz. En la mondon venis nova sento

2. Jambo – el du silaboj
La unua silabo estas mallonga aŭ senakcenta kaj la dua estas longa aŭ akcenta silabo
Ek. Mi amis vin

3. Amfibrako – el tri silaboj
Unu longa aŭ akcenta silabo inter du mallongaj aŭ senakcentaj silaboj
Ekz. Doloro; Tra densa mallumo briletas la celo

4. Anapesto
Post du mallongaj aŭ senakcentaj silaboj sekvas unu longa aŭ akcenta silabo
Ekz. Anapest’; Ne riproĉu la sorton, ho juna animo

5. Daktilo
Unu longa aŭ akcenta kaj du mallongaj aŭ senakcentaj silaboj
Ekz. Tiu ĉi; kanto sincera de mia animo

아래는 2020년 11월 14일 남강 에스페란토학교 강의에서 활용한 한국어 시와 에스페란토 번역본이다.  

가을 여행가방
이남행

날씨가 차가와지고 있어요.
벌써 눈 소식이 들려요. 
가을은 이제 떠날 준비를 합니다. 

거리의 청소부는 
가을이 벗어놓은 노랗고 빨간 잎들을
여행가방에 차곡차곡 넣어
떠날 준비를 돕고 있어요. 

하지만 가방엔 
아직 빈 공간이 많아요. 
아마도 그 공간엔 
가을이 나에게 준
외로움과 쓸쓸함을 모두 담아가지고 가겠죠
La kofro aŭtuna
Tradukis Chojus

Vetero fariĝas pli frida. 
Aŭdiĝas pri ĵusa neĝfalo. 
Aŭtuno pretiĝas forlasi.

La stratpurigisto en kofro
ekstaplas jen flavajn, jen ruĝajn foliojn
plukitajn nun de la aŭtuno 
por helpi jam ĝian pretiĝon.  

Sed tamen la kofro 
ankoraŭ tre multe malplenas. 
Do eble l’ aŭtuno jen tute enmetos,  
forportos solecon kaj triston 
donitajn ja al mi.


노래도 시와 마찬가지다. 위에서 노래 번역이 시 번역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말한 것은 음표수와 음절수를 맞춰야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표의 강약과 음절의 강약을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노래 번역은 아래 순서대로 진행한다.
초벌 번역을 한다
리듬에 따라 강조된 음표가 어느 것인지를 확인한다
강조된 음표와 강조된 음절을 서로 일치시키면서 번역 가사를 다듬다 
동시에 강조되지 않은 음표에 강조된 음절이 오지 않도록 한다
가능한이면 각운을 맞추는 것이 특히 노래에서는 권장된다.  

음표 분석을 하고 이에 강조 음절을 맞춘다. 참고로 온음표, 두분음표 등에는 의미있는 단어의 음절이 오도록 한다. 예를 들면 온음표에 la나 이와 유사한 음절 등이 오지 않도록 한다. 음표수에 음절수를 맞추기 위해 ho, ja, jen, nun, plu, do, jam, tre 등을 적절히 활용해도 좋다. 아래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의 음표 분석과 에스페란토 번역 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을 눈여겨 보고 '아, 노래 번역은 이렇게 하는구나'라고 어렴풋이 감을 잡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용의 <잊혀진 계절> 노래에 한국어와 에스페란토 가사 자막을 넣어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코로나바이러스 인한 삶의 변화 중 하나가 비대면 수업이나 강연이다. 요즘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처음엔 이런 수업이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활용에 익숙해지자 편리함에 점점 만족하고 있다. 이처럼 전혀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경험이나 지식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 열심히 에스페란토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았다.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한국 여러 지역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이렇게 줌으로 강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용은 이해인의 "3월에"과 박상철의 "무조건"으로 한국어 시와 노래를 에스페란토로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평소의 경험에 따르면 소설보다 시 번역이 더 어렵고, 시 번역보다 노래 번역이 훨씬 더 어렵다. 

소설은 문장을 번역하면 되지만 시는 문장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운율(주로 각운과 음수율이나 음보율)을 맞춰서 번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래는 문장뿐만 아니라 각운을 비롯해서 음표의 강약과 단어의 강약을 하나하나 맞춰서 번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3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En Marto


Verkis LEE Haein

Tradukis CHOE Taesok


Unu florkoverto ride transdonita 

de mallongharulineto.


Espersemoj jen alŝutiĝantaj miasinen

same kiel ŝia okulbrilo

ĉe l’ malfermo de l’ koverto fruprintempa.


Ho en marto varmamane terotuŝa

por promeso ja al unu floro

renkontota en aŭtuno,


mi nun volas esti frumatena vento,

kiu skuas iun;


mi nun volas esti flavoverda vento, 

kiu ĝisenpikas la senvelkan lingvon ja al ties sino.


* 시와 노래 번역 자료를 아래에 첨부합니다.

아래는 2020년 11월 11일 한국에스페란토협회 서울지부 초청 강연 생방송 동영상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