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95건

  1. 2009.05.19 펑펑 울던 7살 딸, 엄마를 쉽게 용서했어요 4
  2. 2009.05.19 동서양인의 눈 크기 차이는 쌀과 감자 때문? 11
  3. 2009.05.17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는 7살 딸의 변심 12
  4. 2009.05.16 7살 딸이 아빠와 산책 좋아하는 이유 2
  5. 2009.05.13 노래경연 1등한 딸, 화가가 되겠다니 5
  6. 2009.05.09 비오는 날 나무 목욕하니, 우리도 할까? 4
  7. 2009.05.07 왜 낮에 달이 하늘에 떠있지? 7
  8. 2009.05.05 딸에게 애완동물을 사주지 않는 까닭 14
  9. 2009.05.01 4식구 성(姓)이 각각 다른 우리 가족 1
  10. 2009.04.30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4
  11. 2009.04.29 꽃을 꺾으면 빨리 죽잖아!
  12. 2009.04.27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1
  13. 2009.04.20 아픈 딸아이에게 준 아빠의 선물 4
  14. 2009.04.20 유럽에서 가장 비싸고, 싼 오픈카 5대
  15. 2009.04.15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157
  16. 2009.04.14 7살 딸아이가 그린 태극기 6
  17. 2009.04.09 7살 딸이 영어 아닌 불어를 선택한 이유 32
  18. 2009.04.04 김치 냄새를 자동차 방향제로 3
  19. 2009.04.02 피아노 선생님을 깜짝 속인 딸아이 1
  20. 2009.03.31 딸 덕분에 운동하는 창피한 아빠 2
  21. 2009.03.28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6
  22. 2009.03.27 언니 따라 하다가 가랭이 찢어질라 8
  23. 2009.03.27 한국 사람들 결혼 빨리 해라 5
  24. 2009.03.23 생일이 3개인 아빠에게 준 딸의 선물 15
  25. 2009.03.17 딸이 설명한 한국인 머리카락이 검은 이유 10
  26. 2009.03.07 눈을 다 먹여야 진짜 봄이 온다 1
  27. 2009.03.05 유럽 초등학생 사교육은 없다 2
  28. 2009.03.03 "아빠, 내 물감 장갑 어때?" 1
  29. 2009.02.23 딸아이의 바나나 수염과 왕관 4
  30. 2009.02.22 유럽학교 담임과 가진 첫 개별면담
요가일래2009. 5.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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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9일은 7살 딸아이 요가일래의 학교생활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써놓고 보니 너무 거창한 구절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이다. 2008년 9월 1일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요가일래는 그 동안 등교와 하교 시에 늘 누군가 함께 했다.

처음에는 학교 교실까지, 나중에는 학교 입구까지, 그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교시엔 학교와 집 중간에서 만나서 같이 돌아왔다. 그러다가 근래에 와서는 하교시에 친구 엄마가 태워주는 일이 잦았다.

이렇게 학교 수업이 끝나기 전 늘 교실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이 사라졌다. 이제 딸아이가 수업을 마친 후 전화해서 어떻게 할 지를 결정했다. 지금껏 학교 다닌 지 10개월이 넘었지만, 혼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적이 없었다. 과잉보호라고 할 수 있겠지만, 딸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동안 아버지와 딸 사이 재미가 솔찬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이것을 좋아한다.

5월 19일 어제 아침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자명종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주말이나 딸아이의 휴대전화 카드에 돈을 충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신은 되지만 걸 수는 없었다. 투덜대는 딸아이에게 엄마는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꼭 전화할 것을 약속했다.

아내는 딸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전화해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나버렸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 아파트 현관문에세 코드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요가일래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누가 태워져서 온 것으로 여겼다.

아파트 문을 열고 딸아이를 맞았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엄마를 보자마자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제껏 그렇게 슬프게 운 적을 본 적이 없는 같았다. 이날따라 어느 정도 거리까지 같이 올 수는 친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그래서 딸아이는 엄마 전화를 기다리다가 지쳐 혼자 집으로 돌아오길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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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울음 소리에 약 1km 길을 걸어오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는 연신 딸에게 잊어버린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딸아이는 엄마 품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진정된 후 딸아이는 점심을 먹고 예전처럼 평온을 되찾았다.

"너, 오늘 처음으로 집으로 혼자 오게 된 것을 축하해. 정말 대단해!"
"아빠, 그렇게 말하지 마. 오면서 길을 건너고, 신호등을 건널 때 무서웠어."

"엄마가 전화하지 않아서 너 아직도 마음이 아파니?"
"아니, 벌써 엄마를 용서했어. 사람은 잊어버릴 수가 있지."


펑펑 울던 딸아이는 어느 새 "사람은 잊어버릴 수가 있지."라는 말로 엄마를 용서하고 평상심을 되찾았다.아이들의 마음이 하늘마음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어른들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서로 토라지고 삐져 며칠을 대화단절로 가는 데 아이들은 이렇게 빨리 평상심을 찾아가는구나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 관련글: 7살 딸이 아빠와 산책 좋아하는 이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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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는 팝뉴스의 "동양인 인종 차별 디카?"라는 글과 사진이 화제를 모우고 있다. 사람의 미소나 눈 깜박임 등을 읽을 수 있는 인공기능을 갖추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피사체가 동양인의 좁은 눈을 "눈을 감았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서양인 등의 큰 눈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며 카메라가 동양인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일부에서는 항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큰 눈을 가진 백인들 사이에 살고 있는 조그만하고 좁은 눈의 동양인으로서 몇 자 적어본다. 한국에 살 때 백인이 옆으로 지나가면 한국인들이 "저기 코쟁이가 간다!"라며 말하는 것을 종종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코가 크다는 뜻에서 서양인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서양인들은 동양인을 놀림조로 어떻에 부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좁은 눈"이다. 서양인 아이들이나 청소년들 옆으로 지나갈 때 "저기 좁은 눈이 간다!"라는 말을 듣는다. 언젠가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기에 현지어로 인사하니까 오히려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대개 아무런 반응 없이 그냥 지나간다. 어느 때는 "좁은 눈 덕분에 너희들보다 더 멀리 볼 수가 있지!"라고 속으로 웃어보기도 한다.

언젠가 한 친구가 동양인이 왜 좁은 눈을 가지고 있는 지 나름대로 분석했다. 동양인이 어릴 때부터 젓가락으로 작은 쌀 한 톨씩을 잡으려고 눈을 찌푸린다. 그래서 이를 반복하다보니 눈이 작고 세로로 좁아지게 된 것이다.

이 말을 듣자, "그렇다면 서양인은 어릴 때부터 둥근 감자를 많이 먹어서 눈이 둥글고 큰 것이 되었구나!"라고 응답했다. 우스개 소리로 결국은 쌀이냐 감자이냐 따라서 눈의 크기가 정해졌으니 "좁은 눈", "코쟁이"라고 서로 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를 닮아서 눈이 둥글고 크다. 어느 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요가일래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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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제부터 밥 대신 감자를 많이 먹어야 돼! 알았지?"
 
* 최근글: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7. 07:02

주말이다. 어제 아침부터 7살 딸아이는 아침부터 실내수영장에 가자고 졸라댔다. 하지만 아빠는 주말이면 바쁘다. 행사들이 많이 열리니 카메라를 들고 소식꺼리가 될 만한 것을 찾아나서야 한다. 어제 아침 리투아니아 이름 역사서 등장 1000년을 맞아 보트 1000척을 빌뉴스 네리스 강변에 띄우는 행사가 열렸다. 당연히 소식꺼리로 판단하고 우리 가족은 모두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늦은 오후 한 친척의 초대를 받아 빌뉴스 교외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가는 길에 신혼부부 등을 태운 호화스러운 자동차들이 옆으로 지나갔다.

"아빠, 나도 저런 차를 타고 싶어. 사줘~~~"
"아빠의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너의 소원을 들어줄 수가 없어. 미안해~~~"
"알았어. 내가 슈퍼스타가 될 거야!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슈퍼스타가 좋은 차를 타고 다니더라."

"너 옛날에는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고 하더니 이제 되고 싶으니?"
"당연하지. 내가 이제 모든 대회에 나가서 우승할거야!"
 
지난 해 요가일래는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슈퍼모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사인해달라고 해. 난 그런 것이 싫어"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방송용으로 요가일래를 촬영해야 하는 데 무척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SBS TV 지구촌 VJ 특급 프로그램에서 "내 사랑 대한민국, 리투아니아 소녀 요가일래"라는 제목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일전에 열린 노래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한 심리적 효과를 보는 것인지 요즘 들어서 남들 앞에 나서는 데 부끄러움이나 두려움이 다소 누그려 떨어진 것 같다.

어제 식당에서 요가일래는 평소와는 달리 "아빠, 내가 자세를 취할 테니까 사진을 찍어서 아빠 블로그에 올려줘!"라면서 자원해서 자세를 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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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슈퍼스타가 되어 이름과 재물을 얻으면,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진정한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야. 알았지?"
"알았어. 아빠, 걱정하지마!"

가정의 슈퍼스타가 세계의 슈퍼스타가 되어 좋은 일을 많이 해주기를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원할 것이다.

* 관련글:  -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수영복 포즈들
                - 세계 男心 잡은 리투아니아 슈퍼모델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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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요일 엄마는 일찍 음악학교로 갔다. 바로 음악학교가 개교 40주년을 맞는 기념일이다. 부탁을 받고 기념공연 행사를 촬영하러 가게 되었다. 7살 딸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가 없어서 함께 가기로 했다.

집에 같이 살면서도 딸아이와 대화할 시간은 엄마와 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세 모녀가 있는 날이면 아빠는 일한다는 핑계도 있지만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자주 있다. 더군다나 딸아이와 아빠는 늘 한국말로 한다.

딸아이와 단 둘이 집에 있어도 대화하는 시간은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다. 딸아이는 TV 보기, 인터넷, 그림 그리기 등 여러 놀이를 혼자서 하고, 아빠는 늘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단 둘이서 걸을 때는 무척 많은 말을 하게 된다. 어제도 걸어가면서 딸아이는 온갖 일을 다 말했다. 그 중에서 재미있는 말을 적어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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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에서 친구와 둘이서 말을 했는데
지나가는 큰 학생(고학년생)들이 우리 말을 엿들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어떻게 꼬마들이 어른처럼 말을 할 수가 있냐라고 말했다."

"하늘에 왜 비가 오는 지 알아? 바로 구름이 울기 때문이야."

"아빠, 우리가 이렇게 한국말을 하고 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것이야.
웬지 알아? 어떻게 우리가 다른 나라말을 잘 할 수 있지라고 아주 궁금해할 거야.
아빠, 내가 아빠하고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렇게 한국말을 하고 가면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니까."

* 관련글: 다문화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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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지난 해 9월 초등학교와 음악학교에 동시에 입학했다. 학년이 끝나가는 무렵 음악학교는 어제 5월 12일 노래경연 대회를 개최했다. 음악학교를 다니면서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커면 화가가 되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물론 아이들의 꿈이나 장래 희망은 쉽게 변화할 수가 있다. 부모된 입장으로서는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전공하고 있으니, 일찍부터 노래와 연관된 꿈을 키워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것이 제일 상책이라 믿는다.  

그래도 노래경연이라 5월 11일 저녁에는 혼자 여러 차례 식구들을 불러놓고 노래를 불렀다. 저러다가 목이라도 쉬어 정작 경연때 노래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 걱정이 되었다. 

"아빠, 오늘 내가 노래 시합하는 데 꼭 와!"라고 말하면서 요가일래는 엄마와 함께 보다 더 일찍 학교로 갔다.

오후 5시 드디어 대회가 열렸다. 시험이나 시합을 앞두고 늘 가슴이 두근두근한 경우를 생각하니 요가일래가 안스러웠다. 더군다나 1번 타자이다.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노래하는 지를 지켜본 후 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나이순으로 노래를 부르기로 정해졌다. 최연소 참가자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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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출장공연 때보다는 좀 미흡했지만 담담하게 노래는 부르는 모습이 좋았다. 이어서 노래 부르는 참가자들을 보니 1등은 힘들겠다고 생각했으나, 심사결과 1등을 했다. 학교내 노래경연이지만, 그래도 큰 대회를 위한 준비도 될 수 있고, 대회라는 곳에서 1등을 했으니 동기부여도 될 것 같았다.

"아빠, 저 언니가 자기가 꼭 1등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내가 1등 했어."

목표를 세우고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부담없이 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너 오늘 1등 했으니, 앞으로도 잘 해라."
"알았어. 오늘 1등 했으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피짜 파티를 열자."  
"좋지. 그런데 아직도 커면 화가가 되고 싶지?"
"물론이지."

집에서 돌아오자마자 요가일래는 자랑스럽게 상장을 벽에 붙였다. 그리고 가족 피짜 파티를 마친 후 요가일래는 5월말에 있을 공연 때 부를 노래를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연습했다. 1등으로 얻은 동기부여가 성공한 셈이다. "그래 노래부르는 화가가 되어라" 혼잣말을 해본다.


* 관련글:  -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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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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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아침 7살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려고
아파트 현관문을 나섰다. 이내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빠, 정말 냄새가 좋다. 너무 향긋해! 왜 일까?"
"지난 밤에 비가 와서 그런가?"

"맞아. 그런데 비가 왔는데 왜 향긋하지?"
"비가 오니까, 더러운 것이 다 씻겨내려가서 그런 거지.
너가 목욕한 후 냄새가 좋지? 마찬가지야."

"아빠, 그럼 비가 오는 날 나무와 풀은 목욕하네. 맞지?"
"맞아. 우리도 비가 오면 밖에 가서 목욕할까?"

"그래, 아빠. 비누 가지고 밖에 가서 목욕하면 우리 집 물도 아낄 수 있지."
"건데, 사람들이 보면 창피하지 않을까?"

"맞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 나무가 목욕한다는 말이 제일 재미나다. 그렇지, 아빠?"

딸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재미가 이런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10대초가 되면 벌써 부모보다도 친구와 더 어울러 다닐테니까.....

함께 있을 때 재미난 일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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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 딸에게 애완동물을 사주지 않는 까닭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7. 08:06

최근 낮에 산책하면서 갑자기 7살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저기 하늘 봐! 왜 낮에 달이 떠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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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반달이 선명하게 떠있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전해내려오는 옛날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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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있는 해와 달은 원래 부부였다.
이들 부부는 딸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딸은 땅이다.
어느 날 부부인 해와 달이 싸웠다.
그리고 이들은 헤어졌다.
서로가 딸인 땅을 보살피겠다고
또 한 번 더 크게 싸우게 되었다.
이때 하느님이 판단했다.
지금부터 해(엄마)는 낮에 땅을 보살피고,
달(아빠)은 밤에 땅을 보살펴라......


이 이야기에 따르면
해는 낮에 있고, 달은 밤에 있어야 정상이다.
그래서 딸아이가 의문을 제기했다.

"왜 일까? 스스로 생각해봐."
"나는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또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거야.
이번엔 아빠가 생각해서 말해봐."

[여기서 김연아에게 전화로 고대정신을 팍팍 집어넣었더니, 그 결과가 고교생 때와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하는 이기수 고대 총장이 떠오른다(관련기사). 그는 정신을 주입한 결과라고 평한다. 참고로 초유스는 딸아이가 어릴 때부터 "왜"라고 물으면 딸아이에게 "왜 일까? 너가 한 번 답을 찾아봐"라고 응답한다.] 

"이제 여름이 되어서 날이 길어지고 있지.
그래서 겨울에는 밤에만 있을 달이 지금은 저렇게 낮에도 볼 수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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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리투아니아 일출시각은 아침 5시 32분
일몰시각은 저녁 9시이다. 그래서 하루가 참으로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5. 07:40

오늘 한국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많은 부모들은 이날을 맞아 자녀들에게 선물도 하고 공휴일이라 함께 가족 나들이를 할 것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은 어린이날이 6월 1일이다. 국제 어린이날로 인해 막상 어린이날로 정해져 있지만 공휴일도 아닐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이 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부모나 아이 모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요즘 같은 불황 속 주머니 사정에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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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너무나 날씨가 좋아 가족과 함께 소나무가 우거진 인근 공원에 산책갔다. 산책가면서 7살 딸아이가 길거리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자 먼저 말을 꺼냈다.

"아빠, 나도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자기 개가 눈 똥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이 15만원이야!"
"그럼, 개가 우리처럼 화장실에서 누도록 가르치면 돼."
"개가 있는 친척집에 갔다 와서 옷에 묻은 개털을 터느라고 힘들지?"
"맞아. 하지만 개가 있으면 우리가 없을 때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켜주잖아."
"우리 집에는 침입경보시스템이 되어 있으니 필요가 없지."

"아빠, 그럼 고양이는 어때?"
"고양이 키우는 친척을 한 번 생각해봐. 고양이가 손, 팔 심지어 얼굴까지 할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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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럼 새는 어때?"
"지금 가는 공원 숲에 있는 새들을 생각해봐. 새장에 있는 새가 보다 숲에 사는 새가 더 자유롭잖아."

"맞아. 그럼 물고기는 어때?"
"지난 번 언니가 키우는 물고기 한 마리 때문에 아빠가 시골에 같이 못 갔지? (물론 다른 이유가 더 있었지만) 물고기는 바다, 호수, 강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돼."

"맞아. 그럼 다람쥐는 어때?"
"다람쥐도 마찬가지지. 숲에서 자유롭게 사는 다람쥐가 좋지. 가끔 숲에 와서 보면 되잖아."

"아빠 말이 다 맞다. 아빠 말대로라면 우린 애완동물을 집에서 키울 필요가 없다."
"그래. 애완동물 없이 우리 식구가 서로서로 보살피면서 사는 것이 좋지."

이렇게 가끔 딸아이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주위 친구들이나 친척들을 부러워하고, 집에서도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한다. 가끔 어린이날 등 선물로 딸아이의 뜻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욕심에 집착해서 울음으로 떼를 쓰지 않고 아빠 말을 이해해주는 딸아이가 무척 기특해 보인다.

* 관련글: -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 4식구 성(姓)이 각각 다른 우리 가족
               -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 07:29

한국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봄의 절정인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등 가족을 위한 행사가 즐비하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르지 않는다.

리투아니아엔 어버이날이 없다. 5월 첫 일요일은 어머니날이다. 그리고 6월 첫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하지만 아버지날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지 이 날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드물다. 어제 가게에 같이 간 7살 딸아이는 "아빠, 어머니날에 무슨 꽃을 살까?"라고 벌써 선물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어린이날이 한국은 5월 5일이지만, 리투아니아는 6월 1일이다. 한국은 가정의 달에 평소보다 많은 지출에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을 법하다. 리투아니아에는 이런 걱정이 없다. 일년 중 아이들에게 가장 선물을 크게 많이 하는 날은 성탄절과 생일이 거의 다 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날에도 사실 자녀들이 꽃 선물 등을 하지만 어머니들이 한턱 쏘는 날이다. 자녀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음식과 술을 준비한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직장 일을 제외하고는 가족 중심으로 살아가므로 굳이 특별히 가정의 달을 정할 필요가 없는 같다. 누구를 방문하더라도 부부 동반, 가족 동반이 주를 이룬다. 물론 10대들은 이런 것을 싫어해 그 시간에 또래 친구들과 즐겨 논다.

각설하고 우리 가족은 식구가 네 명이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우리 식구 네 명의 성이 모두 다르다. 부부가 성이 다른 것은 당연히 이해되지만 자녀와 아버지 혹은 어머니 성이 다르는 것에 의아해 할 법하다. 네 식구 성은 이렇다.

아빠 성은 "최"이고, 엄마 성은 "초예네"이다.
큰딸 성은 "암브로자이테"이고, 막내 성은 "초유테"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인들이 보면 적어도 세 식구는 한 가족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엄마 성 "초예네"는 "초유스"(최의 리투아니아어식 표현)의 아내라는 뜻이다. 결혼 서약식에서 신부는 자신의 성을 결정한다. 결혼 전의 성을 유지할 것인지, 남편의 성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사용할 것인지 결정한다. 대부분 남편의 성을 따라 이렇게 누구의 아내임을 나타내는 성을 선택한다.

막내 성 "초유테"는 "초유스"의 딸이라는 뜻이다. 큰딸 성 "암브로자이테"는 "암브로자스"의 딸이라는 뜻이다. "초유테"로 변경하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절차가 복잡하고 또한 큰 의미가 없어서 그대로 놓아두기로 했다. 하지만 만 18세 성인이 되면 스스로 결정할 수가 있기 때문에 엄마 성을 근거로 해서 "초유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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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성이 각각 다른 네 명이 한 집에서 가족을 구성하고 살아가고 있다. 7살 딸아이가 그린 "우리 가족" 그림을 위에 소개하면서 5월을 맞아 모든 가족에 은혜와 화목이 충만하길 기원한다.

* 관련글:
             
 - 결혼 여부 구별해주는 여자들의 성(姓)
               - 리투아니아에도 족보가 있을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3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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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차 부부이다. 2001년 태어난 딸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다. 생후 몇 개월간 잠깐 아기 침대에서 잠을 자다 그 이후부터 줄곧 부모와 한 침대에 잤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겠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품안에 안고 자는 날이 과연 몇 해나 될까라고 생각하면서 셋이 같이 자는데 서로 반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게에서 구입하지 않고 넉넉한 크기의 침대를 주문 제작시켰다.

그렇게 불편 없이 여러 해를 지내오다가 드디어 딸아이가 점점 켜자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졌다. 또한 아이들은 열이 많이 나므로 자다가 보면 이불은 발밑에 가기 있기 일쑤였다. 추워서 깨는 일이 더욱 잦아졌다. 결국 한 침대에 이불 2채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불을 푹 덮고 자는 습관이 있어서 도저히 발밑으로 밀린 이불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잠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딸아이가 더 커서 세 사람이 자기엔 침대가 좁았다. 그러던 차에 딸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자기 침대가 있었다. 입학 기념으로 당당히 딸아이는 "홀로 잠"을 선언했고, 한 동안 자기 침대에서 홀로 잤다. 간혹 주말이 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빠, 내일 학교에 안 가니까 나 엄마하고 잘래. 괜찮지? 아빠는 내 침대에서 자. 알았지?"

딸아이는 자는 데 아주 편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직접 딸아이 침대에 자보니 딱딱하고 좁아서 자기가 무척 힘들었다. "이런 침대에 내 귀한 딸을 재우자니!!! 차라리 내가 따로 자는 것이 좋겠다"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딸아이는 이렇게 몇 번 엄마하고 자더니 얼마 후 자기 침대 존재를 영원히 잊어버린 듯했다. 더군다나 늘 새벽까지 일하는 아빠는 자는 식구를 깨우지 않으려고 일하는 방에서 그냥 자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부부방은 모녀방이 되었고, 책상방은 아빠방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최근 딸아이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어제 오후 딸아이는 갑자기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엄마를 많이 사랑해야 돼. 엄마한테 뽀뽀도 많이 해야 돼. 엄마를 많이 사랑하려면 같이 자야 돼. 그러니까 오늘부터 나는 내 침대에 진짜 자고, 아빠는 엄마하고 잔다. 알았지?!"
"왜 갑자기 그래? 아빠는 아빠방에서 자는 것이 더 편한데......"


"아빠, 난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동생이 있으면, 수학 공부도 어떻게 하는 지 가르쳐 주고 싶고, 무엇이든지 많이 알려주고 싶어. 엄마한테도 아빠를 많이 사랑하라고 말했으니까, 오늘부터 진짜 엄마하고 자!"
"나이 적은 세상 아이들이 다 너의 동생인데 굳이 한 명 더 필요하니?"


"아빠, 그래도 난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동생이 필요하단 말이야!"

딸아이는 저녁을 보내고 밤 10시가 되자 잘 준비를 했다. 혹시 낮에 한 말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나 궁금했다. 엄마하고 같이 자기 침대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곧 딸아이는 책상방 문에 나타났다.

"아빠, 오늘은 새벽까지 일하지 말고 엄마하고 자! 알았지?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님!"

부모를 동침시키는 딸아이의 이번 다짐이 과연 며칠이나 더 지속될 지 궁금하다. 아무튼 부모 사이에 이런 튼튼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딸아이가 있음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 관련글:
              -
음악학교 딸아이 첫 발표회
              -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9. 07:17

오늘 7살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에서 데리고 왔다.
지난 해 9월 1일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여전히 등교와 하교 길에 딸아이와 함께 한다.
하지만 요즈음 하교 때는 학교까지 안 가고
학교와 집 중간 지점쯤 만난다.

오늘도 그렇게 만났다.
요가일래는 혼자가 아니라 남자 반친구와 함께 걸어왔다.
그는 늘 할머니가 하교 길을 함께 하고 있다.

넓은 도로의 인도이지만, 이 인도변에는 민들레꽃이 사방에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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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반친구가 이 민들레꽃을 보자 갑자기 꺾어서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딸아이 요가일래는 한 마디 했다.

"아빠, 정말 꽃이 아프겠다. 꽃을 저렇게 꺾으면 빨리 죽잖아!"
"그래 맞는 말이야!"

아파트 뜰에는 자두나무가 한창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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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 하얀 꽃이 꼭 겨울 눈과 같다.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우리 꺾지 말고 함께 냄새 맡아보자!"

그 동안 요가일래는 공원에 놀려갔을 때
아름다운 꽃과 풀을 뜰어 꽃다발을 만들어
엄마 아빠에게 꽃선물을 주곤 했다.

오늘 요가일래 말이 진짜 씨가 되어 이제부터는 늘
그냥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는 데 그치기를 바란다.

* 관련글:
              -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7. 07:14

지난 금요일 주말을 맞이하는 날이었지만, 식구들 모두가 바빴다. 엄마는 이날 오후 내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다. 아빠는 이날 오후 스웨덴에서 온 손님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날 오후 초등학교 1학년 요가일래는 다른 음악학교에 원정가서 그 동안 음악학교에서 배운 노래실력을 선보이는 날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다른 음악학교 학생들과 합동으로 공연을 하는 자리였다. 같은 음악학교 4명과 함께 선생님을 인솔을 받아 공연이 열리는 학교로 가기로 했다.

만약에 식구중 한 사람이라도 제 시간에 가지 못하면 선생님이 요가일래를 다시 학교로 데려다줄 것을 부탁했다. 딸아이의 첫 원정공연에 부모가 참석해 보이지 않는 힘을 보태지 못한다면 무척 아쉬울 것이다. 그래서 제 시간에 참석하려고 무척 애썼다.

스웨덴 손님과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들고 공연할 학교로 버스를 타고 갔다. 도착하니 다행히 개막식 인사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앞 줄에 앉은 딸아이는 뒤로 돌아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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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 차례가 왔다. 혹시 중간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스스로 창피함을 느껴 그만두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평소 집에서 노래연습하다가 잘못하거나 잘못을 지적 받으면 그 순간에 토라져서 자기 방으로 달려가곤 한다. 카메라 모니터를 통해 본 요가일래 이날 공연은 아무런 실수가 없었고, 아주 자신감 있게 보였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요가일래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참 잘했다"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둘 다 흐뭇했다. 집에 와서 촬영한 것을 컴퓨터로 옮겨 다시 보면서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꽃선물을 하지 못한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래 영상에서 이날 요가일래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리투아니아어 노래입니다. 훗날 이렇게 한국어 노래도 부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드시면 박수 짝짝짝~~~)



"네가 공연 끝나고, 아빠가 꽃선물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괜찮아. 그런데 꽃선물 받았으면 기분이 더 좋았을 거야......"

* 관련글:
              - 음악학교 딸아이 첫 발표회
              -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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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를 앉게 했다. 그리고 리투아니아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빠, 내일(금) 학교에서 이 이야기를 아이들 앞에서 해야 돼. 자, 내가 연습할 테니까, 잘 들어봐."

하늘에 있는 해와 달은 원래 부부였다.
이들 부부는 딸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딸은 땅이다.
어느 날 부부인 해와 달이 싸웠다.
그리고 이들은 헤어졌다.
서로가 딸인 땅을 보살피겠다고
또 한 번 더 크게 싸우게 되었다.
이때 하느님이 판단했다.
지금부터 해는 낮에 땅을 보살피고, 달은 밤에 땅을 보살펴라......


이렇게 요가일래는 오후 내내 씩씩하고 즐겁게 보냈다.
그런데 저녁 무렵이 되자 갑자기 기운이 빠진 듯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늦게까지 일하고 있는 데 엄마가 오더니 요가일래가 고열이라서
아침에 학교가라고 깨우지 말라고 했다.

"오늘 오후 내내 내일 학교에서 할 이야기를 연습했는데......"

이렇게 금요일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해열제로 열을 내렸지만 약효가 떨어지자 또 고열이 나타났다.
금요일 하루 이렇게 반복되었다. 고열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
열이 내려갔을 때는 평소처럼 활기차 보였다. 토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일요일 새벽 해열제를 주입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보니 벌써 고열에서 해방된 듯
엄마와 재잘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대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 하지만 온도는 영상 5도이다. 겨울 날씨였다.

이틀 꼬박 밖에 나가지 못한 딸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개나리꽃이 피었을 것 같았다. 집 근처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개나리꽃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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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는 밤새 추워서 그런 지 막 피어오른 꽃에 생기가 없어보였다.
햇볕이 많이 드는 곳에 가보니,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카메라에 정성껏 담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는 딸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여기, 아빠 선물이야! 노란 개나리꽃이야!
꽃이 부활하듯이 너도 고열로부터 빨리 부활해서
아빠하고 진짜 개나리꽃 구경 가자!"
"아빠, 고마워~ 사랑해~"

낮에 활발하던 요가일래에게 저녁 무렵 고열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낮에 보니 유치가 빠진 두 곳에 새로운 치아 두 개가 동시에 솟아오르고 있었다.
혹시 이 치아 때문에 그럴까?

지금 이 시각 딸아이 요가일래는 평온하게 자고 있다.
몇 시간 후 일어나면 보건소로 가야할 지 아니면
아빠가 보여준 개나리꽃 선물 덕분에
고열로부터 완전히 건강을 되찾을 지 판가름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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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오늘은 고열로부터 벗어나자! 그래서 노란 꽃 구경 가자!"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0. 17:30

일전에 가족이 함께 차를 타고
빌뉴스 교외를 산책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7살 딸아이가 외쳤다.

"아빠, 저기 봐!"
"왜?"

"아빠, 내가 크면 저런 차 사줘~~~"
"그래,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하지만 자력으로 사는 것이 더 좋지!"
"응, 알았어."

옆으로 지나가는 차는 다름 아닌
차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오픈카였다.

이제 봄철이다. 
겨울 내내 꼭 닫혔던 지붕을 열고 달리는
오픈카를 요즘 맑은 날 흔히 볼 수 있다.

례투보스 리타스 2009년 4월 14일 한 기사는
유럽에서 가장 비싼 무개차와 가장 싼 오픈카를 다루었다.

딸아이의 부탁이 생각나서 관심을 가지고 한 번 살펴보았다.  

1. 유럽에서 가장 비싼 오픈카 다섯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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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gatti Veyron Grand Sport. 가격 580만리타스 (한화 29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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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rcedes-Benz SLR McLaren Roadster. 가격 170만리타스 (한화 8억 5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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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lls-Royce Drophead Coupe. 가격 150만리타스 (한화 7억 5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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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ntley Azure. 가격 120만리타스 (한화 6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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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mborghini Murcielago LP640. 가격 100만리타스 (한화 5억원)

2. 유럽에서 가장 싼 오픈카 5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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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tsubishi Colt CZC. 가격 6만리타스(한화 3천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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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ssan Micra C+C. 가격 6만1천리타스(한화 3,05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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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ihatsu Copan. 가격 6만2천리타스(한화 3,10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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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el Tigra Twin Top. 가격 6만3천리타스(한화 3,15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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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roen C3 Pluriel. 가격 6만4,500리타스(한화 3,225만원)부터

가장 싸든 가장 비싸든 10년이 휠씬 넘은 차를 타고 다니는 아빠에겐 그림의 떡이로다!
"자력으로 사는 것이 더 좋지!"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아빠는 이 그림의 떡 앞에 더욱 초라함을 느낀다.
그래도 희망의 딸아이가 있으니 위안 삼아야지......

* 세계wa에 실린 글: http://segyewa.com/104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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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는 유럽연합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1학년이다. 경제위기로 정부 재정 긴축의 불이익을 톡톡히 받고 있다.

경제위기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무료급식을 해주어서 편했다. 하지만 이것이 폐지가 되자 아침 일과 하나가 더 늘어났다(관련글: 경제위기로 아이의 도시락을 챙겨야 한다).

일어나면 요구르트 작은 한 병만 마시고 학교에 간다. 7시 30분에 집을 나서 12시나 1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중간에 도시락을 먹어야 한다.

부활절 휴가를 친정에서 보내고 온 아내는 빵을 사는 것을 깜박 잊고 말았다. 어제는 한국식으로 모두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자기 전 다음 날 아침 요가일래를 위해 무슨 샌드위치를 할까 생각하다보니 비로서 빵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내일 집 앞 가게가 몇 시에 문을 열지?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사올 거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이런 일을 피하지만, 비상시엔 이렇게 희생심을 발휘하고자 한다.

"아침 8시에 문을 열지"라고 아내가 답한다.
"이잉~~ 8시면 요가일래가 벌써 첫 수업을 시작하는 시간이잖아!"

결국 요가일래가 종종 김밥을 먹으니 김밥을 해주기로 했다.
수업을 마친 요가일래에게 전화를 했다.

"수업 잘 마쳤니?"
"응~. 아빠, 나 친구하고 집으로 갈 거야. 안녕~" 밝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학교와 집 사이에서 만나는 길에서 맞은편에서 요가일래는 혼자 힘없이 꾸역꾸역 오고 있었다.

"왜 친구하고 안 오고?"
"내가 아빠 전화 받았을 때 친구가 있었는데 금방 사라져버렸어." 시무룩한 표정이 역력하다.

"오늘 김밥은 다 먹었니?"
"다 먹었는데... 시마스한테 주니까 시마스는 먹지 않았어." (시마스는 반 친구)
"왜?"
"내가 '김'이라고 하고 '바다 풀'이라고 설명을 했는데도 먹지 않았어."
"아마, 김이 무엇인지 몰라서 안 먹었을 거야."
 
집에 돌아온 요가일래는 엄마에게 오늘 학교 식사시간에 있었던 일을 소상히 말했다.

"내가 김밥을 먹는데 친구들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바다의 풀'이라고 설명했지.
그런데 애들이 내가 시커먼 것을 먹는다고 막 놀렸어."

"너는~ 바다~ 풀도~ 먹네~, 너는~ 바다~ 풀도~ 먹네~"라고
놀렸다고 말하는 요가일래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김밥을 처음 본 주위 유럽 아이들은 이렇게 놀림감으로 삼았다. 자기들이 먹는 음식의 종류에만 국한되어 남의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들도 자라면 시각이 넓어지고, 여러 나라의 음식을 즐겨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들이 김밥 맛을 몰라서 그려. 우리 집에 오는 친척 아이들 봐! 김밥을 아주 잘 먹잖아! 괜찮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놀림을 당했을 딸아이를 생각하니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엄마는 다음부터 김밥 도시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또 다시 놀림을 받아 마음의 상처를 깊게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엄마의 배려였다.

"그래도 또 김밥 해줘. 아이들이 내가 김밥을 먹는 것에 익숙해져 더 이상 나를 놀리지 않을 때까지 김밥을 싸갈 거야!"라고 요가일래는 답했다.

딸의 마음 상처를 고려해 싸가지 말 것을 권고하던 부모는 이렇게 한 방을 크게 얻어 맞았다.
그래 친구들이 아무리 놀리더라도 맛있고 건강에 좋은 김밥을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라.

* 후기: 많은 댓글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학교를 데려다 주면서 요가일래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딸이 자기를 대신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전해주라고 했습니다. 댓글에서 적지 않은 분들에게 누드김밥, 화려한 김밥을 만들기를 권했습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양념 "김"에다 하얀 "밥"만이 오로지 김밥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이 김밥에 익숙해져서 아무리 화려하고 맛있는 김밥이라도 잘 먹지를 않으려고 합니다. 크면 달라지겠지요. 

* 최근글: 유럽 중앙에 울려퍼진 한국 동요 - 노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14. 14:40

며칠 전 차를 타고 가는 데
7살 딸아이는 길에 있는 태극 문양 광고를 보더니
태극기를 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막대기 그림이 없다면서
태극기가 되려면 이렇게 이렇게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4괘를 손으로 그렸다.

기회 대로 태극기를 보았지만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4괘를 정확하게 기억할까?
차 안에서 손으로 공중에 그린 것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어른인 나도 때로는 헷갈릴 때가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막대기 모양을 다 기억하니?"
"그냥."
"집에 가서 종이 위에 한 번 그려봐."
"알았어."

딸아이는 부활절 휴가로 외할머니집에 가서 어제 돌아왔다.
한참 놀다가 하얀 종이를 꺼내더니 혼자 책상 위에서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아빠, 여기 태극기!"

규격에는 영 맞지가 않는다. 하지만 4괘의 모양와 위치는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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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이들의 관찰력은 남다르구나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 순간이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 살고 있는
딸아이는 여러 국기 중 태극기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왜, 그러니?"
"태극기 안에는 빨간 파란 일원상이 있고, 그 주위에 막대기가 있어 참 아름다워."

요가일래 관련글:
       7살 딸이 영어 아닌 불어를 선택한 이유 
       7살 딸아이의 나무아미타불 놀이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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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아이에게 결정의 순간이 점점 다가온다. 바로 언어 선택 문제이다.

집에서 비슷한 거리에 몇몇 학교가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깝고, 또한 건널목이 더 적은 초등학교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이 학교는 빌뉴스에서 유일하게 외국어 불어(프랑스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이다. 2학년부터 불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리투아니아 학교 대부분은 제1 외국어로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이 학교를 선택했을 때 제일 큰 고민거리가 바로 이 외국어 문제였다.

소련에서 1990년 독립한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어 영향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지금껏 영어를 향해 무한질주를 해오고 있다.

이 마지막 남은 이 불어 집중 교육 학교마저도 학부모들의 요구로 영어 집중 교육반이 개설될 예정이다. 그래서 또 한 번 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최근 가족이 모여 각자의 의견을 말했다.

아빠 의견:
불어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또 다행히 영어 중점 교육반이 개설된다고 하니 영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더군다나 영어 구사능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언니 의견:
요가일래가 스스로 익힌 영어가 있으니, 영어를 선택한다면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게 한다는 것이 그에게 엄청 큰 부담이 될 것이다.

           ▲ 요가일래(당시 6살)가 만화 TV를 보면서 익힌 영어로 하는 이야기  

엄마 의견:
그렇다면 애초에 불어 집중 교육 학교를 어렵게 선택한 이유가 퇴색된다. 영어를 선택하면, 불어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불어를 선택하면, 영어는 자주 접하는 언어이므로 배울 기회가 불어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요가일래의 의견은 어떨까? 7살 아이의 의견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아빠, 난 영어를 알아! 그러니까 불어를 선택할 거야.
옛날에 아빠가 모르는 것을 배우는 곳이 학교라고 설명했지?!
불어는 내가 모르니까 배울 거야!"

 
모르는 것을 스스로 배우겠다고 나서는 데 굳이 막을 생각은 없다. 가장 큰 부모의 고민거리는 이렇게 쉽게 해결될 듯하다. 여러분 가정이라면 어느 언어를 선택할까요?
 
           ▲ 요가일래(당시 6살)가 4개 국어로 하는 양말 인형극
 
딸아이 요가일래 관련글:
           *
7살 딸아이의 나무아미타불 놀이
           *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 생일이 3개인 아빠에게 준 딸의 선물
           * 딸이 설명한 한국인 머리카락이 검은 이유
           * 모델 놀이 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글 후기: 일일이 댓글에 답하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이렇게 진지한 댓글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요가일래의 언어습득에 관해 종종 글을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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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목요일 저녁 밤 9시경
딸아이는 배가 고프다며 잠자리에 들지를 않았다.
저녁 내내 일을 하다가 밥을 아직 안 먹었기에
모처럼 딸아이와 함께 부엌 식탁에 앉아
늦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먼저 7살 딸아이에겐 양념 김과 밥을 챙겨주었다.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 그릇에 김치를 담았다.

김치통을 열자 확 쏟아지는 김치 냄새를
맡으면서 딸아이는 평소처럼 김치 냄새에 찬탄했다.

"아~~, 김치 냄새 정말 좋다!"

이어서 딸아이는 김치통 안으로
코를 내밀고 시큼하고 쏘는 맛을 다시 음미했다.
그리고 딸아이는 한 마디를 더 했다.

"아빠, 우리가 이 김치 냄새를 우리 차 안에 놓으면 좋겠다."
"왜?"
"그러니까 우리 차에만 김치의 향긋한 냄새가 나니까!"

딸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김치 먹기를 권했을 때
딸아이는 "크면 먹을려요"라고 늘 답했다.
그러다가 만 6살이 된 어느 날
"아빠, 나 김치 먹을래!"라고 말했다.

그후 지금까지 딸아이는 배추는 먹지 않고
김치를 밥에 발라서 먹거나 밥을 김치에 찍어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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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면서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김치의 시큼하고 톡 쏘는 냄새를 향긋하다고 말하고,
이를 자동차 방향제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깜찍한 발상을 한 딸아이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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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만우절이었다. 거짓말에 웃는 날이다.
언론들은 진짜 같은 거짓뉴스를 만들어냈다.
어제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만우절 거짓뉴스임이 드러났다. 언론은 해당 기사에 만우절 기사임을 나중에 표시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만우절 장난 기사이다. 모두가 읽을 당시에는 공감이 가고 사실로 보였다.

시민들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가 광장에 UF0 비행장 건설을 제안했다.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 운영하는 특급호텔의 신축 중인 아파트가 국회의원들의 호텔이 될 것이다.

평소 이색적인 법안을 제출하기로 유명한 한 국회의원이 새로운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경제위기로 국회의원의 월급이 15% 삭감된 것을 기반으로
국회의원들이 받는 리베이트 액수를 기존의 10%에서 7.5%로 삭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간 오가는 이날 거짓말은 거창하기보다는
순간적으로 주의심을 흐트러뜨리는 정도의 농담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일학년 딸아이가 엄마와 함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에게 "저기 풀밭 나무 밑에 버섯 봐!"라고 말하자
운전하던 엄마는 고개를 잠깐 돌려 풀밭을 내려다보았다.

딸아이는 엄마의 고개돌림에 "만우절이야!"라고 깔깔 웃어댔다.

이때 엄마는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 하는 딸아이에게 제안 하나를 했다.
이날 피아노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집에 가서 음악학교 가기 전까지 열심히 피아노를 친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한테 피아노 연습을 거의 안 해서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험은 시험이니까 피아노를 (멋있게) 친다.
선생님이 연습을 안 했다는 말에 깜짝 속는다."

이렇게 딸아이는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리고 엄마의 제안을 그대로 실행했다.
결과는 속였다는 만족과 함께 만점을 받아왔다.

"아하, 날마다 오늘처럼 만우절이라면 시험마다 만점이겠구나!"
 
어설픈 깜짝 거짓말이지만, 이날은 모두 그런 거짓말에 ㅎㅎㅎ한 날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31. 11:32

어제 초등학교 1학년 딸로부터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다.
머리카락이 벌써 하얗게 된 것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딸아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집으로 왔다.
3층에 위치한 아파트를 올라올 때마다
딸아이는 코앞에 있는 집으로 빨리 가고자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뭐, 덕분에 딸아이이가 현관문을 열어주는 셈이다.

어제는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3층에서 2층을 막 올라오는 아빠에게 한 마디 했다.

"아빠는 할아버지다!"
"왜? 네가 시집가야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지!"
"아니, 아빠가 할아버지처럼 힘없이 걸으니까!
아빠, 나처럼 운동 많이 해야 돼!"

학교에 갔다 숙제하고 TV 보고, 혼자 놀다가 심심할 무렵인 저녁이 되면
딸아이는 컴퓨터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아빠에게 와서 운동하자고 보챘다.

얼마 전 학교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한부터 요즈음은 줄넘기를 자주 한다.
때론 원불교 좌산 상사님이 지은 "건강관리의 요제" 책을 펴놓고 
그 안에 있는 몸동작을 따라 한다.
때론 딸아이가 주도하는 다양한 몸동작을 같이 한다.

일전에 딸아이는 앉아서 다리를 힘껏 벌리고
손으로 반대편 발가락 잡기 운동을 열 번하자고 했다.
동작 빠른 딸아이가 10번을 먼저 하고
나중에 마친 아빠에게 외친 말이 압권이었다.

"아빠, 창피하지도 않아? 내가 나이가 더 어린데
10번을 했으면, 아빠는 20번, 30번 더 해야지!"
"10번 하자고 해놓고서는 왜 아빠에게 창피를 주니?!"

거실에 있던 엄마 왈:
"맞다! 맞아! 7살 딸아이와 똑 같이 운동한다면, 효과가 어디 있겠나?"
 
비록 창피한 아빠가 되었지만,
이런 딸아이와 함께 살게 된 것에 대한 행복감이 온몸으로 전율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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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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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평소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학교에 갔다와 숙제하고 TV보다가 지치면 프린터 종이통에
하얀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린다.
이럴 때엔 "종이 아껴라!" 말을 못한다.

최근에 그린 그림을 딸아이는 냉장고 문에 붙여농았다.
문을 열려고 그림을 보니 눈길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딸이 그린 TV였다.
4:3 TV 모형 그림에 익숙한 눈으로
16:9 와이드형 TV 모형 그림을 보자
세대차이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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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 최근글: 2살 때 입은 옷, 8살에도 입는다
               대학교수들의 눈길 끄는 과외 광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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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하루에도 여러 번 빨리 봄이 오고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바로 낮이 긴 날 초원의 언덕이나 공원에서
마음껏 놀고 싶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요가일래는 확 트인 언덕 위에서
몸이 유연한 사촌언니 엘비나를 따라
고난이도 몸동작을 시도해본다.

이 사진들을 즐겨보면서
여름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요가일래가 때로는 안스럽다.

"아빠 딸! 그러면 사시 사철이 여름이 있는 나라로 이사갈까?"
"아니, 아빠! 그래도 여기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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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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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안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감기로
최근 여러 날을 고생하면서  
일곱살 딸아이에게 접근금지를 내리곤 했다.  
그래서 안기고 싶어하는 딸아이는
몇 차례 삐지기도 했다.

다행히 주초에 감기로부터 벗어났다. 
어제 저녁은 모처럼 딸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딸아이는 그 동안 못한 말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었다.

"아빠, 우리가 한국에 갔을 때
어린 아기들을 많이 보지 못했는 데
왜 한국에는 아기들이 없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는  
인근 공원이나 숲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언제라도 쉽게 볼 수가 있다.

이것을 기억한 요가일래는 
지난 해 여름 한국에 한 달 있으면서
아기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 어디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자.
날씨가 더워서 아기들이 집에 있었는 것 같네."

"아빠, 한국 사람들이 빨리 결혼했었으면 좋겠다."
"왜?"
"그래야 내가 한국에 가면 아기들을 많이 볼 수 있을 테니까."

"아빠, 아빠가 아기였으면 좋겠다."
"왜?"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어떻게 생겼어?"
"아빠가 어떻게 생겼을까? 아마 요가일래처럼 생겼을거야."
"아빠!!!!! 엄마도 그렇게 말하고,
언니도 그렇게 말하고. 도대체 왜 그래?
좀 설명할 수 없어?!"
"그럼, 너가 상상해봐!"
"아빠 머리카락은 지금처럼 딱딱하지 않았고,
얼굴도 작았고, 피부도 부드럽고......"

"아빠, 알아?
우리가 옛날에 하늘에 있는 달에 살았는데, 우리가 죽었어.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태어났어.
달에서는 죽었지만, 여기에 다시 살아 있어.
아빠, 우리가 여기서 죽으면 또 하늘 다른 곳에서 태어날 거야."

아빠의 어린 시절을 설명하라고
책상으로 주먹을 치며 호통하는 딸아이,
죽음과 삶을 공간이동으로
자유롭게 상상하는 딸아이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모처럼 유쾌한 저녁을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23. 07:11

생일이 무려 3개나 된다. 그래서 늘 이맘 때가 되면 모두가 헷갈린다. 어느 날에 초대해야지? 어느 날에 방문해야지?

먼저 여권에 적힌 생일은 2월 16일이다. 음력생일이 없는 리투아니아인들에겐 바로 여권상 생일이 생일이다. 특히 이날은 1918년 리투아니아가 제정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날이라, 사람들이 기억하기에도 좋다. 이날 멀리 떨어져 있는 현지 친구들로부터 생일축하 편지를 받았다.

두 번째 생일이다. 사실 2월 16일은 음력생일이다. 그러니 이 생일은 매년 바뀌게 된다. 한국에 살 때는 이 생일을 생일로 했지만, 리투아니아에 살다보니 매년 바뀌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해의 2월 16일은 3월 21일이었다. 3월 21일은 춘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그리고 이제 낮이 점점 더 길어지는 봄의 시작일이다. 이 날이 생일이라 의미도 좋다.

2월 초순 올해도 네 식구가 모두 모여 어느 생일을 아빠의 생일로 할 것인지 대화했다. 결론은 여권상 2월 16일도 아니고, 음력 2월 16일도 아닌 3월 21일로 하기로 했다. 일곱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달력 3월 21일에 아빠 생일이라고 적었다.

그래서 2월 16일은 그냥 지나갔고, 3월 12일(음력 2월 16일)도 그냥 지나갔다. 생일 며칠 전 아빠 생일에 무엇을 할 것인지 나머지 식구들이 궁리를 했다. 아뿔사, 생일이 든 주의 목요일에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콧물에 몸살......

결국 생일 전날 식구들에게 "몸이 아픈데, 올해는 아빠 생일이 없다. 필요하면 꽃피는 봄 5월 엄마 생일하고 같이 한다"고 선언했다. 매년 가까운 친척을 초대해 하던 생일 저녁식사는 감기로 무산되었다.

그래도 생일인데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미역국을 끓였고, 하트 모양의 부침개를 만들었다. 경제력이 없는 요가일래의 최고 선물은 바로 직접 그린 그림이다. 올해는 그림을 종이 양면 다 그렸다. 이 정도 큰 하트라면 생일이 3개임에도 생일 파티 없이 보낸 올해가 전혀 아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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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뒷면에 그린 그림 속에는 사랑으로 가득 찬 하늘에서 햇볕과 봄비가 내려 꽃이 피우는 장면이다. 춘분에 태어난 아빠에게 딱 어울리는 그림이라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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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스타킹 출연 오디션 받았던 6살 딸아이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수영복 포즈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17. 16:02

어제 저녁 언니와 엄마는 학교 연주회로 가고, 아빠와 딸아이 요가일래가 집에 남아있다.
어느 때처럼 컴퓨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와서 머리카락을 잡고 묻는다.

"아빠, 이게 한국말로 뭐지?"
"머리카락이잖아?!"
"맞다! 자주 안 쓰니까 잠깐 잊어버렸다."

그리고 요가일래는 자기 방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한참 후에 다시 나타난 요가일래는
아래 그림을 아빠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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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쨍쨍거리고,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HANGUK (한국)
MORIKARAK GOMONSEK (머리카락 검은색)

햇빛 + 사람 = 검은 머리카락 하나
그리고 현미경이 있다. 이 현미경으로 작은 머리카락을 확대해 검은 색임을 확인한다. 요가일래는 주위 한국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검은 이유는 바로 햇빛을 많이 받는 곳에 살기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람의 얼굴이나 피부, 머리카락은 태어나고 살고 있는 곳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구별되어진다. 그러므로 피부가 희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하거나 멸시해서는 안 된다. 조금만 깊이 이해하면 세상에는 차별심으로 빚어지는 많은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이렇게 차별이 아니라 구별로 세상과 만물을 보는 법을 익혀서 우월감이나 열등감 없이 늘 살아가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7. 07:44

벌써 3월 초순인데도 리투아니아 빌뉴스엔 눈이 내린다.
어제 금요일 딸아이를 학교에서 데려오는 길에
세찬 바람과 함께 눈이 내렸다.

바람이 많이 부는 넓은 도로를 피해
좀 더 멀지만 주택가 좁은 길을 택해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봄인데 이렇게 눈이 내리네!"
"아빠, 내가 이 눈을 다 먹어야 진짜 봄이 온다."

이렇게 말한 딸아이는
어느 새 입을 활짝 열고, 혀를 앞으로 쭉 내밀면서
내리는 눈을 받아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 안 돼. 눈이 더럽잖아!"
"아니, 깨끗해!"

"저기 회색빛 하늘 한 번 봐!"
"하늘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니까 우리에게 깨끗한 눈을 주지."

딸아이는 사람이 돌아가면 하늘 나라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존재를 말하면서 눈을 먹어야함의
당위성을 말하는 딸아이를 억지로 제재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 우리 빨리 진짜 봄이 오도록 같이 다 먹어보자!
그런데 혀를 내밀고 이렇게 눈을 먹으니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바보로 알겠다."
"아빠, 그럼 내가 하라는 대로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가까이 올 때는 눈을 먹지 않고,
사람들이 가까이 없을 때는 아빠와 딸이
혀를 내밀고 눈을 받아먹으면서 왔다.

집에 막 돌아오자 딸아이는
"하~~~~~!!!"
"왜, 웃니?"
"우리가 바보 같다고 아빠가 아까 말했지? 그 말이 정말 우스워."

그래, 바보 둘 덕분에 꽃 피는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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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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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등학교 아들, 10시에 오니 황당하다" 글을 읽어보면서 한국 초등학교 1학년생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아이가 있다. 비교해보는 데 좋을 것 같아서 딸아이의 하루 생활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설명: 방과 후 사교육이 없는 딸아이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한다)

먼저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아침식사는 작은 요구르트 한 병이다. 국, 반찬, 밥 등을 챙기지 않아서 사실 너무 편하다. 엄마가 부엌에서 아점으로 샌드위치 두 개를 만드는 동안 옷을 입는다. 7시 30분경 엄마 혹은 아빠와 함께 학교로 간다.

학교 수업은 일주일에 5일이다. 아침 8시 첫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은 45분, 휴식은 15분이다. 일주일에 이틀은 5교시(12시 30분 마침), 삼일은 4교시(11시 30분 마침)이다. 딸아이 교실에는 현재 23명이 배우고 있다. 특이한 점은 초등학교 1학년에서 4학년까지 한 담임선생님 밑에서 다 같이 공부한다.

이렇게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온다. 부모가 모두 직장을 다녀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 하루 8리타스(4천원)를 내고 오후 5시까지 학교에 머무른다. 이때 선생님의 지도 아래 다양한 놀이와 느슨한 수업을 받는다.

최근 학교에서 딸아이를 데려가면서 안 사실이 있다. 바로 일주일마다 청소당번이 있다는 것이다. 남녀가 한 쌍을 이루어 먼지떨이로 책상을 정리하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책상 줄을 반듯하게 하는 일을 한다.

거의 극소수 아이들만 방과 후 정식학교인 음악학교나 미술학교에서 선택한 전공을 공부한다. 딸아이는 일주일에 삼일을 음악학교에 간다. 총 5시간 음악수업을 받는다. 전공이 노래하기이고, 4과목을 배운다. 4과목은 피아노, 도레미파 창가법, 독창, 합창이다.

이렇게 학교를 갔다 오면 약간의 숙제를 한다. 그리고 컴퓨터하기, 그림그리기, 인형놀이 등으로 잘 때까지 완전 자유이다. 딸아이는 동네친구가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 주위에 또래 아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부모 중 어느 한 쪽이 동반하지 않은 바깥나들이는 거의 없다. 이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10시에 잔다.

대체로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생들에겐 아직 사교육이 없다. 요가일래 아빠가 어렸을 때도 사교육은 없었다.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까? 그러기에는 한국의 사회구조가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것 같다. 공교육과 사교육으로 이중 고생하는 한국의 초등학생들과 부모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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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3. 16:15

지난 주 일요일 혼자 여러 놀이를 하다가 따분했는 지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는 물감통을 내려놓고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 그리고 한 동안 살펴보지 않았다. 얼마 후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요가일래는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서 종이 위에 마치 밀가루 반죽하듯이 했다.

물감 낭비로 곧 찡그릴 듯한 아빠 얼굴을 본 요가일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 내 물감 장갑 어때? 예쁘지?"

혼나지 않는 방법은 이렇게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 상책이로다!
그래도 한 소리는 해야겠기에
"물감을 그렇게 낭비하면 더 오래 쓸 수가 없잖아!"

"하지만, 아빠, 붓으로도 그려보고, 손으로도 그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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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2. 23. 09:01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요가일래가 학교에서 받은 과제는 부모와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2쪽에 걸쳐 자기가족을 소개를 하는 사진앨범을 만드는 일이다. 시간은 한 달이다. 그 동안 요가일래가 빨리 하자고 졸랐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 주말에 가족 모두 모여 주제를 선정하고 사진을 선택했다.

주제는 가족여행으로 정했다. 몇 차례 한국을 갔다온지라 한국여행을 중심으로 앨범을 만들기로 했다. 사진을 열람하는 중 한바탕 웃음을 자아낸 사진이 있었다. 바로 제주도에서 찍은 바나나 사진이었다. 리투아니아는 북동유럽에 위치해 있어 바나나가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늘 수입 바나나를 먹어야 한다.

그래서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우리 가족은 직접 난 바나나를 마음껏 먹기로 했다. 그때 요가일래는 갑자기 바나나를 들었다.

"아빠, 내가 마술을 보여줄께!
이렇게 하면 수염이 되고, 이렇게 하면 왕관이 된다.
아빠는 수염을 먹을래? 아니면 왕관을 먹을래?"

아이를 기르면서 힘드는 일도 많지만, 종종 아이가 주는 이런 맛에 그 힘듦을 잊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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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2. 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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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가 지난 해 9월 초등학교에 입학함으로써 학부모가 되었다. 그 동안 담임선생과 학부모간 모임이 두 차례 열렸다. 지난 두 번째 모임에서 담임선생은 폭탄 제안을 했다. 앞으로 학생들에 대해 학부모와 개별면담을 갖고자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리투아니아 학교에서 담임과 학부모간 개별만남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잠시 학부모들은 웅성거렸다. 한 아버지가 "아, 이젠 빈손으로 올 수 없게 생겼네. 코냑이라도 한 병 들고 와야지"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담임선생은 "아이들과 씨름한 하루를 마치고 마시는 코냑 한 잔은 정말 맛있겠죠?!"라고 답했다.

드디어 지난 목요일 우리 차례가 왔다. 아침부터 무척 고민했다. 정말 코냑을 가져가, 아니면 초콜릿을 가져가...... 마침 집에 인삼차 한 상자가 있었다. 요가일래 아빠가 한국 사람이니까 이것을 주면 좋아할까...... 몸에 좋다고 하니 한 번 맛보지만, 약간 씁쓸한 맛 때문인지 주위 리투아니아 친구들 대부분은 양자를 택일하라고 하면 일상에 마시던 차를 선택한다.

빈손으로 가자니 허전할 것 같고, 봉투를 챙기자니 그런 예가 없고, 결국은 선물용 리투아니아 차 한 상자를 챙겼다. 학교 수업이 12시 30분 끝났고, 약속은 오후 1시였다. 요가일래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우리 부부는 교실로 향했다. 혼자 멀쩡하게 서 있을 요가일래가 안쓰러웠다. 부모, 학생, 교사 다 같이 함께 대화를 나누어도 좋을 텐데 말이다. 교실에 가니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학생들이 앉는 책상은 놓고 마주 앉았다. 선생님 앞 책상 위에는 요가일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쓴 종이 하나가 놓여있다. 그리고 요가일래의 수학시험지 1장, 작문 한 장, 그림 한 장이 놓여있다.

먼저 선생님이 요가일래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짧게 말하면, 러시아어 유치원을 졸업한 요가일래는 입학 당시 리투아니아어를 다른 아이들보다 못했기 때문에 늘 의기소침해 있고,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했다. 얼굴엔 웃음이 적었고, 노는 시간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리투아니아어 의사소통에 완전히 적응되었다. 그리고 친구들을 이끌고 노는 정도가 되었다. 친한 여자 친구들도 세 명이나 되고, 남자들이 요가일래 환심을 사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인기 짱이다.

듣기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몇몇 철자를 아직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에 2학년 초에 언어교정 교사로부터 특별수업 제안을 해 동의를 구했다. 음 구별을 아주 잘 하는 아이로 통하는 요가일래가 언어교정 수업까지 받아야 하다니 속으로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릴 때 확실하게 리투아니아어 발음을 익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동의했다.

여러 언어를 하는 요가일래가 언어영역보다는 수리영역인 수학을 잘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상당히 논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유치원에서는 요가일래를 미술학교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평을 들었는데, 학교 선생님은 아직 요가일래가 그림으로 자기의 내적 표현을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수학을 앞으로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 부모한테 직접 보여주었다. 포커 치는 카드에서 숫자 카드만 뽑아서 두 사람이 공부한다. 각자 카드 두 장을 받아서 나온 숫자로 더하기, 빼기를 자연스럽게 공부한다. 그리고 숫자가 큰 사람이 카드를 가져간다. 일상소재로 자연스럽게 수학을 가르치려는 방법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아빠가 외국인이라서 혹시 다른 아이들로부터 경계를 받지 않는 지 물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인 아이가 여러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다행스러웠다. 요가일래의 학교생활에 현재 아주 만족한다 말로 선생님은 면담 대화를 마쳤다. 가져온 차 상자를 주니, 선생님은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면서 흔쾌히 받았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1학년에서 4학년까지 담임선생이 동일하다.
       
한 시간 수업 시간인 40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버렸다. 복도에서 기다리는 딸아이를 보면서 "선생님이 너 학교생활 잘 한다"라고 짤막하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식당에서 모처럼 외식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