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에 해당되는 글 813건

  1. 2011.12.14 8살 초딩은 뭐 때문에 세월타령할까
  2. 2011.12.12 2011년과 2010년 영국의 겨울 어떻게 다를까 1
  3. 2011.12.10 어느 모텔의 에어컨 사용상 주의문 속 '크고'
  4. 2011.12.08 35년전 시험공부법에 신기해하는 유럽인 아내 1
  5. 2011.12.07 남자 급습에 여자의 자기 방어법 두 가지
  6. 2011.12.03 도로 위 제왕 벤츠 S600, 흙탕길 굴욕 2
  7. 2011.12.02 달걀 후라이에 설탕을 뿌린 멍청한 아빠 2
  8. 2011.11.30 오늘만 같아라, 사촌간 결혼 가능한가 5
  9. 2011.11.29 이제서야 깨달은 서양란 키우기 물 절약법
  10. 2011.11.28 김치를 떠올리게 하는 귀국길 저녁노을 4
  11. 2011.11.25 오늘만 같아라, 결혼 필사 반대 이유는? 1
  12. 2011.11.22 디카 셔터박스가 찍은 최후 컷이 우연히 고목
  13. 2011.11.17 불굴의 며느리 복잡 애정, 유럽인 아내에게 물었더니
  14. 2011.11.14 할아버지로 오인 받아도 머리 염색 안할래 2
  15. 2011.11.14 인도 호스텔에서 도마뱀과 실랑이 벌인 아내
  16. 2011.11.12 유럽 대학생들이 직접 시연한 김치 만들기
  17. 2011.11.10 금속 망치로 고기 다지는 영국 유학생 1
  18. 2011.11.07 내 집앞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구토물 1
  19. 2011.10.30 원칙과 융통의 교과서 같은 전봇대 두 개
  20. 2011.10.24 아름다운 덕수궁에 절룩거리는 비둘기 6
  21. 2011.10.20 아내가 집 떠난 후 남편이 느낀 힘든 일들 3
  22. 2011.10.14 한국 공연 초대장을 아파트 이웃들에게도 돌렸다
  23. 2011.10.08 천진한 아이에 신부의 밉쌀스러운 답례
  24. 2011.10.07 Tradicinės korėjiečių muzikos koncertas
  25. 2011.10.06 아버지라는 말 대신에 써진 동행인에 섭섭 6
  26. 2011.10.03 수학 문제로 사랑 고백하는 법 2
  27. 2011.09.30 학년마다 찍은 학급사진에 학창시절 총정리 4
  28. 2011.09.30 선생님도 수업시간에 휴대폰 꺼놓아야 할 판 3
  29. 2011.09.29 주차시 차문 흠집 불안 한방에 해결
  30. 2011.09.28 러시아 공항 화장실 소변기 위에 붙은 광고
생활얘기2011. 12. 14. 15:24

블로그 상선약수(上善若水) 운영자이자 에스페란토 친구인 노모타(Nomota)님의 페이스북에서 생각케 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보게 되었다. 지인은 자가 아들이 쓴 글을 올렸다.

아들은 이제 여덟살이다. 그는 2학기가 되어도 주위 친구들은 그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고 자기만 말을 한다고 했다.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세월만 흐른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여덟살 어린 초등학교 1학년생 아이가 벌써 인생을 알아버린 듯한 세월타령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진출처: Nomota 페이스북

 
여덟살 아이가 느끼는 바나 쉰살을 앞두고 있는 내가 느끼는 바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왜 아내는 혹은 딸은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지?"라는 안타깝고 불평스러운 마음이 순간 순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소법은 있다.

"그래, 네가 나를 이해주지 않으면 내가 너를 이해해주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2. 12. 09:40

어제 낮 올해 들어 처음으로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런데 저녁 무렵이 되자 언제 눈이 왔는 듯 완전히 녹고 사라져버렸다. 영상 3도 날씨였기 때문이다.

평년 같으면 "왜 이렇게 추워.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를 연발했을 것이다. 정말이지 유럽에서 산 지 20여년만에 가장 따뜻한 12월을 보내고 있다. 어제 아내와 날씨에 대해 잠시 얘기했다.

"올 겨울은 계속 이렇게 따뜻할까?"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
"왜 그렇데?"
"일본 쓰나미 등이 해류에 영향을 미쳐 그렇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
"뭐? 일본 쓰나미가 이곳 유럽까지?! 좌우간 올해 난방비 걱정은 좀 덜할 것 같네."
"천만에. 11월 난방비가 700리타스(약35만원)로 나왔어. 따뜻해도 가스비가 올랐으니까."  

유럽 전체가 다 이상기후의 영향에 있다. 2010년 12월과 2011년 12월 영국의 도시 모습을 비교한 사진이 이것을 그대로 잘 말해 주고 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지난해 유럽 폭설로 크리스마스 교통 대혼란이 떠오른다. 이로 인해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이 엉망이된 주변 사람들이 여러 있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백설이 없어 아쉬울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2. 10. 01:10

일전 한국의 방문했을 때 10월 하순였지만 리투아니아의 여름 하순 날씨 같았다. 여전히 모기가 활동하고 있었고, 낮에는 반팔로도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밤에는 에어컨을 켤 정도는 아니였다. 

어느날 모텔에서 유숙하게 되었는데 "에어콘 사용상 주의" 안내문이 눈길을 끌었다. 거울에 붙여져 있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우선 흔한 컴퓨터 문서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쓴 글이었다. 서체를 보니 연세가 있으신 분 같았다. 

"......놓고 자면 절대 안되오니 주무실때는 이를크고 주무셔야 함니다"

물론 여기서 "크고"는 "끄고"이다. 하지만 '크고'가 '커고'로 들릴 수 있고 이는 '켜고'와 비숫하다.  


이렇게 잘못 표기된 '크고'가 오히려 더 관심을 끌게 하고 주의를 시키는 듯하다. 하지만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고치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2. 8. 08:11

Portikas
Frontonas
Orderis
Kapitelis
Antablementas: architravas, frizas, karnizas

무슨 용어일까? 건축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쉽게 이해할 수도 있겠다. 위에 있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의 건축용어이다. 리투아니아어로 표기된 것이다. 어제 유럽 건축 역사(고대, 로마시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역사주의, 모더니즘 등) 시험을 보았다.

정말이지 1990년대 초반 헝가리 대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후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시험공부를 해보았다. 그것도 모국어 한국어가 아닌 리투아니아어로 보는 시험이었다. 

시험 일주일 전 교수는 그 동안 강의한 자료들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시험문제는 전부 주관식이었다. 한 단어로 답하는 것도 몇 개 있었지만, 대부분 문장으로 답해야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총 42개였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교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끝까지 시험지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전혀 생소한 단어와 그 내용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더욱이 불혹의 나이에 암기까지 해야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왜 내가 이 나이에 이 고생을 하지?"라고 몇 번이나 되내어 보았다.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옆에서 지켜보더니 참 신기해하면서 재미있어 했다. 대체 어떤 방법이었을까?


시험공부다운 시험공부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시험 공부할 때는 교과서와 참고서가 있었고, 옆에는 늘 하나 더 있었다. 백지로 된 연습장이었다. 추억의 시험공부법이다.

단어나 문장을 암기하려면 바로 이 연습장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수없이 적었다. 처음에는 글자를 또박또박 써다가 암기에 속도가 나면 그냥 볼펜으로 의미없는 모양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이번에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이 옛날 방법을 택했다. 눈으로 반복해서 암기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잠시 후면 가물가물해졌다. 필기시험이므로 뇌가 다 외우지 못한다면 익숙해진 손이라도 답을 써내려갈 것 같은 바램이 있었다.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공부할 것인데?"
"먼저 눈으로 단어와 문장을 확실히 파악한다. 그리고 연관되는 단어나 문장을 떠올리면서 이해하고 습득한다. 예를 들면 단어 'kapitelis'를 보자. 에스페란토로 kapo가 머리이니, kapitelis는 '위'라는 의미가 있을 듯하다.....
."

아내는 건축용어 'kapitelis'의 뜻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아내의 추론이 맞다. 'kapitelis'는 장식된 기둥(column) 윗부분을 말한다. 암기하려고 종이와 볼펜을 낭비한 내 자신이 무척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당신 정말 대단해!"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시험공부법에 대한 부모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초4 딸아이가 거들었다.
"아빠는 아빠에게 편하는 방법으로 시험공부하면 돼." 

부끄러움을 상쇄시키는 위로의 말로 들렸다. 중고등학교 시험공부 시절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지금도 연습장에 낙서하듯이 시험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 최근글: 상식을 뛰어넘는 러시아식 선거 수학은 이렇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2. 7. 07:29

흔히 여자는 연약해 남자의 급습에 속수무책이기 쉽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아래 설명대로 따른다면 위험에서 느긋하게 벗어날 수 있겠다.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여자의 자기 방어법 두 가지를 소개한다. [그림출처 image source link]

첫 번째 자기 방어법은 그림 속 문장을 번역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러면 두 번째 방법은 무엇일까? 아래 그림에서 어떻게 했기에 급습하는 남자가 기겁하고 도망갈까?

 
해답은 두 번째 그림에 있다. 여자가 태연하게 남자에게 말한다.
"당신을 사랑해! 우리 같이 살자! 아기 낳게 해줘!"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2. 3. 01:51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평년 같으면 영하 10여도의 추운 날씨인 계절이다. 하지만 낮 온도는 영상 5도 내외인 이른 봄 날씨다. 어젯 저녁에는 눈 대신 비까지 내렸다. 마치 봄비가 내리는 듯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 도로에는 고인 빗물이 벌써 많아졌다. 지나가는 차가 물을 튀길까 염려하면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기다렸다. 그런데 차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결과는 고인 물이 분수가 되어 기다리는 사람들의 바지를 흥건히 적셨다. 

아래 사진을 보니 주위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 차를 세게 몰고 간 어젯 저녁 도로의 운전사가 떠올랐다. 상황은 러시아 숲 속이다. 최고급 승용차 메르세데스-벤츠 S600이 흙탕물에 빠져 있다.   
 

도로 위의 제왕(帝王)으로 알려진 메르세데스-벤츠 S600을 타고 어떻게 저런 흙탕길로 들어갈 생각을 했을까......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조차도 걱정이 될 터인데 말이다. 아뭏든 남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나 막무가내 성격은 버리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2. 2. 08:41

아내가 교사이다. 일단 외견으로 보면 한국의 교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하다. 더군다나 일반학교 교사가 아니라 음악학교 교사이다. 자기 수업 시간이 있을 때만 학교에 간다. 수업 학생수는 단 한 명뿐이다. 학생들이 일반학교를 마치고 음악학교로 오기 때문에 오전엔 늘 수업이 없다. 

수업도 월, 수, 목요일로 배정해 놓아서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수업이 아예 없다. 물론 학생들의 연주회가 있는 시기에는 바쁘다. 수당은 없지만 학생들을 과외로 가르친다. 딸아이도 음악학교를 다닌다. 보통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점심을 챙겨서 같이 먹고 함께 학교에 간다. 

하지만 어제는 일이 생겼다. 딸아이가 감기증세로 이틀을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 학교에 갔는데 정기수업 후 혼자 과외수업을 받았다. 평소보다 늦게 오게 되어 아내가 먼저 직장으로 가야 했다. 

이렇게 어제 점심 차리기는 아빠 몫으로 남겨되었다. 딸아이도 곧장 음악학교로 가야 하므로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메뉴는 달걀 후라이로 정했다. 딸아이는 까다로운 식성을 가지고 있는지라 요리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습관대로 가스불 근처에 있는 소금통으로 손을 넣어 달걀에 소금을 적절히 뿌렸다. 손가락으로 잡은 소금은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흔히 쓰는 소금이 아니였다. 그래서 아직 남아있는 한국 맛소금이라 믿었다. 이렇게 달걀 후라이가 완성되었다.

"자, 음식 준비 완료! 빨리 먹고 학교에 가!"
"알았어."

부엌으로 온 딸아이는 달걀 후라이 한 조각을 입을 대는 순간 외쳤다.

"아빠, 달걀이 왜 이렇게 달아? 나 안먹어."

아뿔사, 내가 맛소금이라 여겼던 소금이 소금이 아니라 설탕이었던 것이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해바라기 씨앗을 까먹었다. 내가 부엌에 없는 찰나에 딸아이는 해바라기 씨앗을 소금에 찍어먹기 위해 소금통을 요리대에서 식탁으로 옮겨놓았다. 이것을 보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배고프잖아. 달걀 후라이 다시 해줄까?"
"시간이 없잖아!"

간식 과자를 재빨리 챙겨 딸아이 가방에 넣어주었다.

"엄마에겐 말하지마! 멍청한 아빠를 더 멍청하게 여길 거야. 그리고 정말 미안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1. 30. 16:51

MBC 드라마 <오늘만 같아라>를 요즘 즐겨본다. 이 드라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없이 첫 회부터 줄곧 보면서 왜 춘복과 인숙이 지완과 희주의 결혼을 필사적으로 반대할까 나름대로 추측해보았다. 

결론은 내 추측대로 지완과 희주는 사촌관계임이 밝혀졌다. 지완 입장에서는 희주는 고종사촌 여동생이고, 희주 입장에서는 지완이 외사촌 오빠이다. 학생운동하던 희주 외삼촌이 돌아간 후에야 인숙이가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희주 외삼촌을 존경하고 친구였던 춘복과 결혼하게 되었다. 춘복은 이 아이를 자기 친자식처럼 정성을 다해 키웠다.  


지완의 과잉반응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 된 지완이의 심적 충격과 고통은 쉽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그의 반응은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어른에게 예의바르게 잘 자란 모범생 지완에게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이 개념에 맞는 보다 침착한 대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를 지키기 위해 비밀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부모 입장을 먼저 헤아려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지완과 희주의 결혼 가능성은 완전히 물건너갔다. 법적으로 보나 현재 한국인의 관습으로 보나 사촌간 결혼은 불가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민법을 살펴보면 이렇다. 
 
대한민국 민법은 혼인의 요건을 미리 정해 놓고 이에 적합한 혼인만을 정당한 것으로 성립시겨 법률상의 혼인으로 보호하고 있다. 
* 실질적 성립요건:
             1. 당사자 사이에 혼인에 관한 합치가 있을 것
             2. 혼인적령에 이르렀을 것
             3. 당사자가 미성년자나 금치산자인 경우에는 그 부모 등의 동의가 있을 것
             4. 중혼이 아닐 것
             5. 당사자가 서로 직계혈족, 직계인척 및 8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친족관계에 있지 아니할 것 
* 형식적 성립요건: 혼인신고

지완과 희주는 실질적 성립요건에서 4항까지 모두 적합하다. 5항은 8촌 이내, 즉 팔촌을 넘어서야 혼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촌인 지완과 희주의 법률상 결혼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한국이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이면 가능하다. 일본은 사촌부터 혼인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사촌간 결혼 허용여부는 문화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만 해도 허용하는 주(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하와이, 메릴랜드, 뉴욕 등)가 있고, 금지하는 주(미시간, 미네소타, 네바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등)도 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은 4촌간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중동 아랍국가에서도 가능하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가족의 재산을 지키는 한편 남녀가 유별(有別)한 환경에서 그나마 가까운 상대가 사촌이기 때문에 사촌간 결혼이 쉽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 경우 신라 시대 성골과 진골은 근친혼을 전제로 왕족을 이어나갔다. 영국 왕실에도 근친혼이 많았고,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친동생과 결혼하기도 했다.

지완과 희주의 결혼 가능성을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말하자 아내는 친척 이야기를 들러주었다. 리투아니아인 친척의 남편이 이집트 사람이다. 이들 사이에 아주 깜찍하고 예쁜 딸이 하나 있다. 친척은 이 딸을 데리고 이집트 가기를 아주 꺼려한다. 이유는?

이집트 사회에서도 친척들이 아이 때부터 누구의 아내(사촌지간)로 지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몹시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친척에게 사촌간 결혼 문제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아뭏든 사촌 관계로 결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지완과 희주가 슬기롭게 문제를 잘 극복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1. 29. 07:00

숫자 32
이는 우리 집 아파트 실내에서 키우고 있는 화초 수이다. 화초 가꾸기는 오랜 전부터 남편인 내가 맡아왔다. 물주기부터 분갈이까지 모두 맡아서 한다. 가끔 생일 선물로 서양란을 받는다. 이렇게 모인 서양란이 다섯이다. 서양란은 꽃이 납이를 닮았다고 해서 호접란으로 부르기도 한다. 


물은 자주 주지 않는다. 밖에서 흔히 보이는 뿌리가 말라있다고 확인하면 물을 준다. 여름에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준다. 수도관을 틀어놓고 흐르는 물로 흠뻑 뿌리를 적셔준다. 이러게 몇 년째 서양란에 물을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겼다. 어느날 밥을 지으려고 쌀을 씻었다. 이날따라 이 물을 버리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3차례 씻은 물을 모으니 대야가 한 가득이었다. 화초 물주기에 사용했다. 

잠시 후 서양란 물주기를 했다. 아까처럼 물절약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아주 단순했다.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서양란 화분을 대야에 담궜다. 잎으로 물을 뿌리면서 뿌리까지 자연스럽게 적셨다. 이렇게 처음 담은 대야물로 서양란 화분 다섯 개에 물을 주었다. 남은 물은 다른 화초에 물을 주는 데 사용했다.  


서양란을 가꾼 지 여러 해가 되지만 이렇게 물을 거의 한 방울을 하수구로 내보지 않고 물주기는 처음이었다. "왜 내가 그 동안 이것을 몰랐을까?"라고 물절약에 너무나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발견하자 "참 바보였구나!"라고 자신을 책망해보았다. 물론 흐르는 물로 난에게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만 10살 딸에게 이 역사적인 첫 (서양란 물절약) 깨달음을 기록에 남겨달라고 촬영을 부탁했다. 찍으면서 딸아이도 아빠의 물절약을 직접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1. 28. 08:17

"한국에 가면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서 정말 좋겠다."라면 아내가 부러워했다.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처음 한국에 갔을 때에는 밥과 달걀, 김, 잡채 정도 밖에 먹지 못했다. 두 번째부터 아내는 김치찌게로부터 시작해서 뭐든지 먹으려고 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솜씨는 없지만 아내와 합작으로 자주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김치나 고추장을 먹고나면 속이 부담스러워했다. 그리고 당뇨 증세가 있다고 진단을 받은 후부터는 거의 삼가했다. 한국에 가도 삼가할 작정이었다. 막상 가보니 작정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기한 것은 한국에서 김치를 아무리 먹어도 속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난 왜 속에 부담주지 않는 이런 김치를 집에서 만들 수 없을까...... 

고국 가는 즐거움은 일가 친척, 친구, 지인을 만나는 데 있지만, 그 동안 먹지 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데도 있다. 한편 리투아니아 술을 가져가 맛을 보이게 하는 것도 즐겁다. 규정이 있어 넉넉하게 가져가지 못함이 아쉽다. 첫 모임은 에스페란토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 리투아니아 술 보벨리네를 대접했다.    
 

만남을 위해 건배~~~
아래는 한국에서 머물면서 먹었던 음식들이다. 되도록 많이 찍어서 리투아니아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지만 먹고 싶은 음식 앞에 두고 카메라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위에게는 죄스러운 일이었다.  


바로 위 사진은 귀국길 비행기에서 발트해의 일몰 광경을 찍은 사진이다. 붉은 노을이 서울 인사동 한 칼국수 집에서 먹었던 붉은 김치를 떠올리게 했다. 김치를 다시 해먹야지 생각했지만 돌아온 지 벌써 2주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노을을 김치 삼아 맥주를 한 잔하고 싶다. 하지만 우중충한 겨울철이라 저런 노을도 이제 보기가 힘들어졌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1. 25. 05:36

<불굴의 며느리>에 이어서 <오늘만 같아라> MBC 드라마를 즐겨 보기 시작했다. 막장없는 가족극이라고 하지만 시작부터 어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완과 희주의 결혼 문제로 초반부터 긴장감이 장난이 아니다. 이들의 결혼을 막기 위해 춘복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아들 지완의 빰까지 때렸다.
 
   
11월 24일 방송분을 보면서 왜 춘복과 인숙이가 그토록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지 어렴풋이 추측이 된다. 지완의 할머니는 희주에게 어머니로부터 먼저 승낙을 받아오면 지완이의 부모를 책임지고 설득하겠다고 장담했다. 처음엔 주변 분위기가 양조장 딸(희주 엄마)과 옛 일꾼(지완 아빠)간의 자존심 대결을 주된 이유로 몰아가는 듯했다. 

"희주 엄마한테 무시당한 것 때문이라고 해도 너무 필사적이라 납득이 안돼."라는 지완의 말에 삼촌 해준은 "돌아가신 희주의 외삼촌도 이유가 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삼촌이 할머니에게 희주 외삼촌애 대해 묻자 할머니는 "이유라고 해봤자 뻔 한 것이 아니야. 희주 어머니가 우릴 사람 취급이라도 했는 줄 아나. 네 형이 가슴에 맺힌 것이 많을거다...... 글쎄, 오늘 형이 하는 것으로 보니 그것도 아닐 것 같아. 너희 형이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양조장 식구들한테는 해되게 할 사람이 아니다. 너희 형과 형수하고 결혼하려고 희주 외삼촌 해꼬지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만들낸 얘기여!"라고 답했다.


결혼 반대의 결정적 원인이 자존심이 아니라 희주 외삼촌에 숨겨 있음을 암시하는 대화였다. 한편 지완은 "희주만 아니면 된다."라는 춘복의 간절한 부탁에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해주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하겠다. 나도 부모 허락없이 결혼할 수 있는 성인이다."는 말로 춘복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이때 인숙이 아들방으로 들어와 막무가내로 지완이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비밀을 털어놓으려고 했다. 이는 춘복이 극구 만류해서 성사되지 못했다. 안방으로 돌아온 춘복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제발 부탁예요. 그건만은 안되요. 지완이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희주도 알게 되고, 그러면 재경이도 알게 되요. 그건 생각만 해도 감당이 안되요."라고 말했다. 재경이가 그 사실을 알면 큰 일이다. 왜 일까? 춘복과 인숙은 부부이지만 요와 이불을 각각 따로 사용하는 모습이 화면에 살짝 나왔다. 이 또한 왜 일까?   


춘복이 "(결혼을 못하게 할) 방법이 있어요. 내가 미친 척하면 되요."라고 말하자 인숙은 "당신이 모든 걸 뒤집어쓰게 할 수 없어요. 당신이 지금까지 오해받고 무시당한 것만으로도 충분해요."라고 답했다. 춘복은 4회 마지막 장면에서 희주를 만났다. "나만 상스럽고 미친 개가 되면 되는 거야. 춘복아, 너는 개똥이야! 개똥!"이라고 다짐하면서 희주의 "아버님!" 말에 "내가 왜 니 아버님이야!"라고 크게 소리쳤다.


이날 지완 삼촌은 양조장 집에 대한 형님의 충성심과 의리가 대단했음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필사적 결혼 결혼 반대에는 지완의 출생 비밀이 숨어있지 않을까? 인숙과 희주 외삼촌은 연인관계였다고 한다. 희주 외삼촌의 아이를 뱃속에 가진 인숙이 어떤 피치 못할 곡절로 인해 춘복과 결혼하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삼촌이 언급한 양조장 집에 대한 춘복의 충성심과 의리가 한 몫한 것이 아닐까? 

즉 양부로서 지완을 잘 키워주는 것이 생부에 대한 의리다. 인숙에게 줄곧 무릎 꿇는 등 춘복의 저자세 또한 양조장 집 모심과 일맥 통하는 것이다. 결국 지완과 희주가 사촌지간이니 춘복과 인숙이가 필사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이런 내 추측이 빗나갈 수 있지만 지완과 희주의 결혼 문제로 붉어진 춘복과 인숙의 과거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관련글: 오늘만 같아라, 사촌간 결혼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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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11. 22. 09:31

올 11월이면 이 블로그를 운영한 지도 꼭 만 4년이 된다. 지금껏 방문수가 1천만이 넘었다(성원한 누리꾼 에게 감사드린다). 그 동안 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은 거의 대부분 디카 캐논 20D로 찍었다. 2005년 5월 구입했으니 만 6년을 꼬박 사용했다.

당시 가계 살림에 한 방 먹일 정도로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아내에게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주 견고하고 화질이 좋은 카메라라 어렵게 설득했다. 더 나은 신제품이 빨리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사용했다. 지난해 친척이 구입한 캐논 550D를 보자 그렇게 좋아보였다. 기종 변경을 피력하자 아내는 "그렇게 비싸게 준 카메라를 두고 새로운 카메라을 살 수는 없지"라면서 점잖게 탐욕심을 눌렀다. (오른쪽 사진: 캐논 20d 셔터박스가 생명을 다하기 전 남긴 마지막 컷 중 하나. 예쁜 집에 약수가 있다.)

6월 중순 방송 촬용차 다른 다시를 방문했다. 돌아오는 길에 약수로 유명한 휴양도시가 있었다. 모처럼 약수를 마시자고 하면서 그 도시를 들러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약수가 있는 공원으로 갔다. 슈퍼마켓에서 1리터당 2천원을 주고 살 수 있는 약수를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마음껏 마셨다.

이어서 전망 좋은 언덕으로 올라가 사진 몇 장을 더 찍었다. 사방이 모두 푸른데 딱 나무 한 그루가 회색이었다. 껍질이 다 벗겨진 이 고목이 단연 돋보이는 풍광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찍고 나자 갑자기 카메라가 탁탁탁... 소리를 내고 "err99"가 화면에 깜박거렸다. 밧데리를 빼고 다시 넣어보아도 같은 현상이 지속되었다. "하필 고목을 찍어서 카메라가 고물이 되어버렸네"라고 생각하니 후회스러운 마음이 일어났다.

▲ 디카 캐논 20D 셔터박스가 남긴 최후 컷이 바로 이 고목 사진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을 해보았다. 원인은 셔터박스일 듯했다. 다음날 캐논 지정 수리소를 찾아갔다. 접수대에 있는 사람이 살펴보더니 대뜸 물었다.

"5만 컷 정도 찍었죠?"
"벌써 구입한 지 만 6년이 넘었으니 충분히 그 정도는 찍었을 것입니다."
"셔터박스에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수리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700리타스(35만원) 정도."
"고치는 것보다 새로운 디카를 구입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네요."


잠시 아내와 상의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늘 한국의 가격과 비교하곤 한다. 언제 한국을 방문할 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수리비가 얼마 나올까 알아본다면 수리여부를 결정하자고 결론지었다.

"괜히 비싼 것을 싸서 수리비도 비싸잖아! 당신이 반영구적이라고 말했잖아!"라고 아내가 투덜거렸다.
"카메라도 생물이야. 이제 때가 된 거야. 그런데 참 묘하다. 마지막 컷이 고목이야!"
"그건 나도 신기해."
라며 아내도 이젠 셔터박스의 수명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듯했다.

구입할 때 셔터박스의 수명에 대해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알았다하더라도 가지고 싶은 마음에 5만 컷이 무한한 숫자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5만 컷으로 셔터박스가 고장이 나니 5만이 너무 적은 숫자임에 아직도 몹시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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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11. 17. 15:45

MBC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가 마침내 종영을 앞두고 있다. 해외에 살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빼놓지 않고 시청한 한국 드라마 중 하나이다. 얼마 전 한국에 갔을 때 <불굴의 며느리> 애시청자라고 말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워했다. 

"어떻게 보는데?"
"인터넷으로 보지."
"인터넷이 정말 대단하네."

당시 한창 석남과 혜자, 비(석남 아들)와 연정(혜자 딸) 연인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만월당 할머니는 손녀 연정에게 손을 들어주었지만, 할머니도 손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마음을 바꿔 며느리 혜자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결혼 기대에 부풀어있는 석남에게 혜자는 만월당의 종부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다. 석남에게 고향 오빠로서 남아주길 부탁하고 연정과 비에게 사랑을 양보한다. 종부의 의무와 딸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혜자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고 안타깝다.


"당신 일 안하고 또 한국 드라마 봐?"
"이 드라마 곧 끝나."
"끝나면 또 다른 드라마 볼거잖아."
"아직 모르지......"


아내에게 석남과 혜자, 비와 연정의 복잡한 애정과 결혼 가능성에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아내는 한국의 종가집 며느리 문화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의 답은 간단 명료했다.

"아무런 문제없이 석남과 혜자도 결혼할 수 있고, 비와 연정도 결혼할 수 있다. 두 쌍이 생물학적 친척관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지. 이왕 그렇게 되었다면, 생판 모르는 인연보다 얽힌 인연이 더 좋을 것 같다."

* 최근글: 모세의 기적을 연상시키는 수중 다리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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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11. 14. 07:20

40대에 접어들자 흰 머리카락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 50대 나이에 막 진입하는 데 머리카락이 길면 흰 머리카락이 훨씬 많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열살 딸아이와 함께 서울 지하철을 탔다. 출입문 안으로 막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일어나더니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가!

"이잉, 나이로 보나 호적으로 보나 난 아직 할아버지가 아닌데......"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사양했다. 그 여학생은 흰 머리카락이 많은 내 머리를 보고 경로대상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리고 딸아이는 손녀로 오인했을 법하다. 손녀와 나들이하는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고운 마음을 지닌 여학생이었을 것이다. 

한국 체류 중 중간 무렵 집안 형제들이 함께 모였다. 

"너는 이제 머리 염색 좀 하지. 애늙은이처럼 보인다. 딸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염샘 좀 해!"
"난 형들처럼 염색하지 않을래. 있는 그대로 살래."

한국 일정을 다 마치고 리투아니아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공항 출국 휴대품 안전 검사를 다 받고 여권검사를 받기 위해 출입국 직원에게 여권을 내밀었다. 미성년자인 딸아이의 여권도 함께 내밀었다.

"외국에 사시나요?"
"예."
"손녀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네요."
"아니요. 제 딸입니다." 
 
이 모두가 외형으로 나타난 내 흰 머리카락이 원인제공을 한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올렸는데 지인들의 반응은 이렇다. 

지인 1: "...... 세월이 지나도 형님 모습은 그리 안변하고 세월을 피해사는듯하네요." 
지인 2: "이젠 백설이 곱게 내려앉았군요. 이젠 만년기자?다운 포스가 느껴지네요......"
지인 3: "초유스님은 진짜 흰머리랑 검은머리 섞인게 멋있어요 ㅋㅋ"


이렇게 이번 한국 방문에 나눈 화제 중 하나가 흰 머리카락이었다. 세월흐름과 신체적 변화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 빠질 수 없는 일이다. 

▲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YTN 해외리포터 연수. "글로벌 코리안" 프로그램 김여진 앵커님과 함께.
 

자리를 양보한 지하철의 여학생,
손녀와 한국을 방문했을 것이라 여긴 출입국 직원,
딸을 생각해서라도 염색하라는 형제들......

그렇다면 유럽에서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들은 염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마르티나(큰딸): "40살로 젊어 보일 테이니까 염색하는 것이 좋겠다."
요가일래(막내): "염색하면 검은 머리가 되고 이는 가짜야. 진짜가 좋아."
비      다(아내): "자연스러운 것이 최상이야. 나도 염색 안해."


이 모든 사람들의 반응과 조언으로도 내 흰 머리카락을 검은 머리카락으로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월따라 변화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내 마음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 최근글: 한국 모텔 입구에 쳐진 커튼에 의아한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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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11. 14. 07:16

한국에서 3주 동안 머물다가 돌아온 지 6일째이지만 아직 시차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11시에 잠들기 시작해 푹 잤다싶어 깨어나보면 새벽 2시 혹은 4시이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 11시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다.

▲ 인도 델리 국제 연수 장면 . 아내는 시설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아내는 인도 델리에서 리더쉽 국제 연수를 받고 있었다. 델리 숙소에 도착한 첫날 아내는 깔끔한 독방에 만족한다면서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 아내가 묵은 호스텔 독방이다. 보기에도 깔끔하다.
 

그런데 얼마 후 아내는 당황스러움을 겪어야 했다. 바로 천장과 전등 사이에 난 구멍으로 도마뱀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거미만 보아도 기겁하는 아내인데 도마뱀이 나왔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쉽게 상상이 되었다. 그런데 아내의 반응은 의외였다. 호스텔 복도 여기저기서 이미 도마뱀을 만난터라 약간 적응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 천장 구멍에서 나타난 도마뱀
 

아내는 최후의 용기를 내어서 도마뱀을 천장 구멍으로 쫓아내었으나 잠시 다시 나타났다. 그래서 갖은 애를 쓴 끝에 복도로 도마뱀을 내보냈다. 3주 동안 머무는 데 두 번 더 도마뱀이 출현했다. 어디 도마뱀뿐이었을까......

"저 천장 구멍에서 도마뱀이 뱀이 아니고 정말 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안해봤어?"
"지금 그렇게 말해서 천만다행이다. ㅠㅠㅠ"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와서 옷장을 여는 데 쥐가 있었다. 옷장에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져온 약간의 음식도 있었다. 어릴 때 시골에 자란 아내는 쥐에서는 큰 소름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쥐와 같이 잘 수 없으니 내쫓아야 했다. 이후 쥐가 들어올 만한 곳은 신문지 등으로 꼭곡 막았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내 방에는 쥐까지 있어."라고 아내가 인도 현지인에게 말했다. 
"쥐는 좋은 것이야. 재물을 가져다주는 행운을 뜻하지."라고 인도인이 답했다.

이런 대화를 나눈 후 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긍정적으로 변한 아내는 방으로 돌아왔다. 방문을 열자 쥐 한 마리가 아내의 침대 위에서 놀고 있었다. ㅎㅎㅎ

아내 왈 "당신이 함께 있었더라면 내가 기겁했을 테인데 당신이 없어서 태연한 척했지." 

* 아래는 유럽 사람들과 사치기 사치기 사차뽀 놀이를 하는 우리 가족을 담은 영상:


* 최근글: 모텔 입구에 쳐진 커튼에 의아한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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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11. 12. 05:02

북동유럽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에는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클럽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카우나스(Kaunas)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류>이고, 다른 하나는 빌뉴스(Vilnius)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빌뉴스>이다. 이 두 클럽 모두 한국어를 배운 대학생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한국영화 보기, 한국문화 익히기 등 수시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11월 10일 <한류> 한국문화 클럽은 김치에 대한 강연과 함께 직접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들은 김치뿐만 아니라 오이소박이도 만들었다. 이날 열린 김치 만들기 이모저모를 담은 사진을 아래 소개한다. [사진출처 nuotraukos: Hallyu
 

이렇게 김치 만들기를 직접하면서 한류의 세계화에 일조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이 참으로 돋보인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수 짝짝짝!!!

아래 영상은 김치를 맛보고 있는 리투아니아 사람들 모습이다. 주변에서 만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김치를 먹어본 후 "김치는 맵지만 맛있다"고 말했다.


* 관련글: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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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11. 10. 06:24

마르티나는 9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여행용 가방 한 개에 꼭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갔다. 살림도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아파트를 임대해 생활하기 시작했다. 가구는 부엌에 있는 식탁이 전부였다. 이불, 베개, 책상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직접 구해야 했다.

어제 마르티나는 영국 유학생이 어떻게 고기를 다지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하면서 사진을 보내왔다. 고기를 다져야 할 일 생겼다. 하지만 고기 다지기 전문 도구가 아직 없다. 그래서 이것저것 궁리하다가 떠오른 것이 금속 망치였다.


이 사진을 보면서 겉으로는 웃음이 쏟아졌지만 속으로는 몹시 안스러웠다. 유학한다고 집 떠난 마르티나가 이렇게 고생하는구나!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없지는 않지만 스스로 망치로 고기를 다지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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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11. 7. 10:53

리투아니아 빌뉴스 중심가에 살고 있다. 비록 주거지가 많지만, 낮에는 자동차를 주찰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인근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나 방문하는 사람들이 빈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다행히 저녁 시간이 됨에 따라 주차공간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기억으로 남는 일은 주택가 거리 주차이다. 좁은 골목 양쪽에는 주차된 차들이 즐비하다. 이 사이로 아무런 접촉사고없이 차를 몰고가는 사람들이 그저 신기롭기만하다. 이런 골목에 주차공간 확보는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일전에 아침 일찍 산책하면서 눈길을 확 끄는 곳이 있었다. 주변에 술집이 없음에도 구토물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피해가고 싶었지만 "정말 구토물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가까이 가보았다. 구토물이 아니라 페인트를 칠한 것이었다. 왜 일까?


집앞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사람이 꾀를 낸 위장술로 여겨졌다. 이웃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인근에 있는 골프연습장을 찾는 낯선 사람들에게는 영락없이 구토물처럼 보일 것이다. 구토물에 자신의 깨끗한 차를 주차시키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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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10. 30. 10:15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여행을 온 한국 사람들이 가끔 던지는 질문 하나가 있다. "왜 여긴 전봇대가 없나?"이다. 얼핏보기에 전기도 인터넷처럼 무선으로 공급되는 듯하다. 사실은 전봇대 없이 전기선이 지하에 깔려있기 때문에 전봇대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도심 거리를 거닐 때 눈에 확 띄는 것이 수많은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봇대이다. 일반적으로 전봇대는 곧은 직선이다. 굽은 전봇대는 상상하기가 힘든다. 그래서 며칠 전 익산시 무왕길을 산책하면서 만난 굽은 전봇대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원칙은 곧은 것이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렇게 굽을 수도 있다. 이 두 전봇대를 마주보면서 삶 속에서도 곧음의 원칙과 굽음의 융통을 잘 알고 행하라는 교과서를 읽은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0. 24. 11:42

서울 도심의 높은 빌딩 사이에 숨어 있는 듯한 덕수궁은 짧은 시간에 고궁을 맛 볼 수 있어 좋았다. 조선시대 선조가 거처하고, 인조와 고종이 즉위한 곳이다. 지난 토요일 초등학생 딸아이와 남산을 방문 후 이곳을 찾았다. 


중화전(中和殿) 돌마당에는 문무백관의 지위와 위치를 나타낸 품계석이 세워져 있다. 이를 보자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여기가 왕들의 무덤이야?"

한국에 살고 있지 않은 딸아이는 이렇게 품계석을 무덤의 비석으로 오인하고 있었다. 궁내 건물임에도 단청을 하지 않은 석어당(昔御堂)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역대 국왕들이 임진왜란 때의 어렵던 일을 회상하며 선조(宣祖)를 추모하던 곳이라 한다.
 

세종대왕상 앞에서는 "이 분은 우리가 이렇게 한글을 쓸 수 있도록 하신 왕이다"라고 설명해주었다.

대한문 앞에서 매일 세 번씩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이 치러지는 데 운좋게 구경할 수 있었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날 덕수궁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것은 중화전도, 교대의식도 아니였다. 잠시 지친 몸을 쉬게 하기 위해 앉은 의자에서 만난 절룩거리는 비둘기였다.

"아빠, 저 비둘기 봐! 잘 걷지를 못해."
"왜 그럴까?"

비둘기의 동선을 줄곧 살펴보았다. 한 일본인 관광객이 먹이를 주려고 비둘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 비둘기는 가까이 가는 듯했지만 발걸음을 멈추었다. 경계심이 남다르는 듯했다. 유럽의 수많은 도시에서 수많은 비둘기를 보아왔지만 이렇게 상처입은 비둘기를 본 기억이 없다.


자세히 보니 덕수궁의 이 비둘기는 오른쪽 발가락들이 거의 다 절단되어 있었고, 왼쪽 발은 실로 감겨있었다. "서울쥐와 시골쥐" 동화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고궁에 살고 있는 이런 비둘기의 모습을 보니 아름답고 화려함에 숨어 있는 도시의 어두움이 더욱 더 드러나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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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10. 20. 09:41

10월 8일 아내는 훌쩍 아시아 인도로 떠나버렸다. 인도로 간다면 보통 정신 수양 내지 고행을 떠올릴 법하다. 아내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다행스럽다. 자신의 마음을 찾는다고 인도에서 더 오래 머물겠다고 고집한다면 가족의 균형이 깨질 것 같기 때문이다.

결혼한 후 아내가 딸아이와 남편을 남겨놓고 집을 떠나기는 이번이 처음이자 가장 긴 시간이다. 아내는 3주간 인도 정부 초청으로 델리에서 국제 리더쉽 연수에 참가하고 있다.

아내없이 지내는 동안 가장 힘든 일은 뭐니해도 음식 장만이었다. 다문화 가정인 우리 집은 자기 식사는 자기가 챙겨먹는 일이 다반사이다. 아내는 리투아니아식, 나는 한국식, 딸아이는 잡식이다. 딸아이 음식은 라면, 국수, 미역국, 김치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내가 돕는다.

다양한 식품을 계획하고 구입하는 일은 아내의 몫이다. 그런데 아내가 없다. 특히 딸아이의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떻게 아이의 끼니를 해결하나?"가 가장 큰 화두였다. 아침은 빵 두 조각에 코코아차, 점심은 가게에서 구입한 닭고기, 저녁은 우유밥...... 그러면 내일은? 그리고 그 다음날은? 어느 날은 하루 세끼를 피자만 먹은 날도 있었다. 되돌아보니 어떻게 지금껏 끼니를 해결했는지 전설이 된 것 같다.

음식 장만에 버금가는 일이 설겆이이다. 왜 그리 딸아이는 물컵을 많이 사용하는지, 왜 그리 접시는 사방에 널려있는지...... 아내가 있을 때 자기 그릇은 자기가 씻는 일이 허다했다. 아내는 깔끔한 성격에 늘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귀찮아도 설겆이를 해야 했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부엌에는 씻어야 할 물컵, 접시 등이 쌓여만 갔다. 예전에 아내가 식기세착기를 사자고 제안했을 때 사버릴 것을...... 반대하다가 요렇게 생고생하는구나!

어제 결혼생활 처음으로 세탁기를 돌려보았다. 아내가 떠나기 전 어떻게 세탁기를 사용해야 하는 지 공책에 순서대로 하나하나 적어놓았다. 공책을 펼쳐놓고 세탁을 시작했다. 다행히 성공이었다. 세탁한 옷은 라디에이터에서 지금 잘 마르고 있다.

또 다른 힘들은 아직 미성년인 만 10살 딸아이를 돌보는 일이다. 딸은 특히 어두워지는 저녁 시간에는 홀로 있기를 싫어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월요일과 수요일 딸아이는 발레 수업을 듣고 저녁 6시경에 돌아오고, 나는 5시 30분경 수업을 듣기 위해 집을 나가야 한다. 아래는 바로 이때 딸에게 남긴 쪽지이다.


아내없이 지난 12일!
아내라는 존재, 엄마라는 존재가 가족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함을 새롭게 실감했다. 아내가 있을 때는 아내의 역할이 그렇게 대스럽지 않게 보였는데 막상 없으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였다. "있을 때 서로 잘 해!"라는 말이 뼈속까지 느껴지는 기간이었다. 몇 시간 후면 딸아이와 둘이서 한국을 방문할 시간이다. 여전히 아내없는 둘만의 시간이지만 한국에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0. 14. 06:02

올해는 한국과 리투아니아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20년째 되는 뜻깊은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외교통상부와 대사관이 음악회를 10월 15일(토) 개최한다.  여성 국악 실내악 앙상블 "다스름"이 공연한다. 

다스름은 신수제천, 가야금산조, 대풍유, 바람의 나라, 청성곡, 사랑가, 흥타령, 진도아리랑, 거울 속의 거울, 백만 송이 장미, 신뱃놀이 등 전통악기로 한국의 소리를 리투아니아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주말부터 적은 인원의 리투아니아 한인 사회가 바쁘게 움직였다. 초대장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주된 일이다.
"한국 전통음악 공연이 있는 데 와! 알았지?"


이렇게 말만으로 초대하기는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가 않다. 무료로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는 하지만 초대장을 있어야 잊지 않고 또한 심리적 부담감 없이 올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

공연장은 리투아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공연장이다. 좌석수는 976석이다. 단 일주일만에 1,000석을 채울 지에 대새서는 회의적이다. 좀 더 빨리 행사의 구체적인 사항이 나오고, 협조가 이루어졌더라면 과거 외교수립 15주년 행사 경험으로 볼 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일단 초대장 1,000장을 인쇄해 한인들에게 50-200장씩 나눠주었다. 100% 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인원 확보책을 마련해보았다. 페이스북에 행사 사이트를 개설하고 한류클럽에도 홍보했다. 참가 희망자는 이메일로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현재 120명이 참석하겠다고 한다. 인쇄 초대장을 받은 사람이 다 온다면 자리 확보에 문제가 생길 듯하다. 


그래도 모처럼 펼쳐지는 한국 전통음악 공연이라 널리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가 정말로 부족하면 한인들은 복도나 측면에 앉아 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즈음 월요일과 수요일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에게 전체 이메일로 연주회를 알렸다. 이들의 호응도가 의외로 높았다. 어떤 사람은 덴마크 친구들과 네 다섯 명이 오겠다고 한다. 생각하지도 않은 곳에서 30석 정도가 쉽게 확보되었다.

몇일 동안 고민했다. 우리 아파트 현관 입구에 공연 포스터를 붙일까 말까...... 초대장을 각 아파트의 우편함에 넣을까 말까...... 숫자상 예상 인원은 벌써 1,000석을 넘어섰다. 초대해서 자리가 없으면 괜히 미안할 것 같다. 하지만 나눠준 초대장 수만큼 사람이 오지 않고 빈자리가  남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와 상의해보았다. 우편함에 봉투를 넣는 재미로 딸아이는 흔쾌히 넣자고 주장했다. 빈 자리가 있는 것보다 자리가 꽉 차야 공연하는 사람들도 좋고, 관람객이 보기에도 좋다. 그렇게 해서 봉투 21개에 각각 초대장 2장을 넣어 아파트 이웃들의 우편함에 넣었다.

▲ 토요일 이 1,000석의 자리가 얼마나 채워질까......
 

이로써 아파트 현지인 이웃들에게 내가 한국인임을 확실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가야금, 해금, 대금, 피리, 장구 등 한국의 전통악기 소리에 이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하다. 리투아니아 유명 대중 가수인 안드류스 마몬토바스

도 부부동반으로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00석만 다 채워 한국-리투아니아 외교수립 20주년을 복되게 하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0. 8. 07:24

이번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아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동영상 하나를 소개한다. 10월 2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 동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87만을 넘어서고 있다. 한 여자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지나간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두 아이가 몹시 부러워한다. 


여자아이: "나도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남자아이: " 나는 감자튀김!"

여자아이: "뭔가 해봐!"
남자아이: "기다려봐"


남자아이는 집으로 가서 세차 도구를 챙긴다. 그리고 이들은 횡단보도 근처에 차를 기다린다. 이때 신부가 탄 승용차가 신호대기로 멈춘다. 남자아이는 재빠르게 차를 닦는다.  

차에 탄 신부는 휴대폰으로 전화한다. 
신부: "그래, 타데우쉬, 그래, 천만 (즐로티: 폴란드 화폐딴위)에 구입해!"

아이들은 차창가에서 신부로부터의 답례를 기다린다. 신부는 손으로 많은 돈을 센다. 돈 사이에 있는 예수 얼굴 사진을 아이들에게 주면서 말한다.
신부: "하나님이 갚으소서(
Bóg zapłać), 아이들아!"  

(Bóg zapłać: 신의 가호가 있기를. 이 대화를 폴란드어에서 에스페란토로 번역해준 친구 헬레나(Helena)에 따르면 폴란드 사람들은 돈으로 갚고 싶지 않을 때 이렇게 말한다.) 

여자아이: "이제 뭐하지?"
남자아이: "괜찮아,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지 않아."


이 대화를 번역해준 미르카(Mirka)는 말미에 자신의 의견을 표했다. "행복하게도 지금껏 나는 정말 성스러운 신부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신부들도 사람이고 모든 다른 사람처럼 죄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사실 종종 신부들의 나쁜 행동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사람들은 이것을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수중에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이스크림과 감자튀김을 먹고 싶어하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하나님이 갚으소서"로 답하는 신부는 오늘날 물욕으로 변질된 종교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이 시대의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동영상이다.

이 폴란드 대화를 에스페란토로 번역해준 헬레나와 미르카에게 감사한다. Mi dankas al Helena kaj Mirka, kiuj afable tradukis la polajn interparolojn en Esperanton).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0. 7. 04:28


2011m. spalio 15 d. 19 val. 
Vilniaus kongresų rūmuose 
(Vilniaus g. 6/16) 

koncertuos 
tradicinės korėjiečių muzikos grupė
DASRUM“. 

Koncertą rengia 
Korėjos Respublikos ambasada 
Lietuvos ir Korėjos diplomatinių santykių užmezgimo
20-jo jubiliejaus proga.

Maloniai kviečiame

Joon Jae LEE
Korëjos Respublikos ambasadorius Lietuvoje


* Atėję į koncertą su šiuo kvietimu, gausite bilietą. 
Užimkite savo vietas likus 10 minučių iki koncerto pradžios.
 
* Atsispausdinkite šį kvietimą 
  ir informuokite šiuo adresu - chtaesok@hanmail.net, 
  kad ateisite į koncertą.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0. 6. 08:09

리투아니아 법에 따르면 부모 중 한 사람이 미성년자 자녀를 데리고 해외로 나가려면 부모 한 쪽의 동의서를 공증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이 사항이 폐지되어 동의서가 없어도 된다. 이제 얼마 후 딸아이와 둘이서만 한국에 간다. 아내의 동의서 없이도 리투아니아를 출국할 수가 있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있다.

내 여권에 미성년자 딸아이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면 걱정이 없다. 문제는 딸아이의 국적은 리투아니아, 내 국적은 한국이다. 또한 여권상 딸아이의 성(姓)과 나의 성이 다르다. 이렇게 여권상 완전히 아버지와 딸이 남남이다. 가족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표면상 근거는 얼굴이 닮았다는 것과 둘이 한국어로 말한다는 것이다.  

딸아이가 태어나자 국적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거리였다. 리투아니아가 생활 터전이니 리투아니아 국적을 주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 지금도 리투아니아는 이중 국적에 관대하지 않다. 1990년 소련으로부터 독립 당시 리투아니아는 단일 국적이 절실했다. 리투아니아에는 폴란드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등 여러 소수 민족이 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수 민족이 다수를 이룬다. 그래서 리투아니아는 단일 국적을 국가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한 방법으로 고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의서가 없어도 되지만 행여나 제3국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동의서와 공증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아내는 이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종종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자녀를 데리고 도망을 가버리는 경우이다. 동의서는 도망가는 쪽에게는 날개를 달아주고, 남은 쪽에는 그야말로 후회막급을 안겨준다.

공증사무실에 가면서 아내와 나눈 대화다.

"언제까지 동의서를 유효하게 할 것인데?"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돌아오는 날까지로 해야지. 당신 한국 가서 안돌아오면 어떻게 해?"
"지금껏 같이 살았으면 믿어야지. 그리고 다음에 딸아이와 또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있잖아."
"기간은 한국에서 돌아오는 날까지, 장소는 한국으로 국한해서 동의서를 작성할 거야."
"알았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라고 답했다.

아내의 근심에 불을 더 짚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공증사무실에 도착하자 아내의 태도가 달라졌다. 문서를 작성하는 직원이 물었다.

"기간은 언제까지 할까요?"
"딸아이가 (18세) 성년이 될 때까지 해주세요."
"장소는 어떻게 할까요?"
"어느 나라로 가든지 상관이 없도록 해주세요."

아내에게 왜 조금 전과 180도 다른 결정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답은 간단했다.

"당신을 믿잖아!"

 
동의서를 확인해보았다. 핵심 내용은 "미성년자인 나의 딸이 성년이 될 때까지 동행인 최대석과 함께 어느 나라에도 가는 것에 동의한다"이다. 아내에게는 딸이라는 것이 분명히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버지라는 표현이 전혀 없다. 아버지라는 단어 대신에 동행인이 들어가 있다. 아무리 정형적인 문구이지만 기분이 섭섭했다. "동행인 최대석"보다야 "아버지 최대석"이가 훨씬 더 친근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0. 3. 07:33

아래 사진 속의 수학 문제를 과연 누가 풀 수 있을까?
이것이 중요한 시험의 문제라면 참으로 걱정스럽고 긴 한숨이 나올 법하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남친이나 여친으로부터 받은 수학 문제라면 어떨까?
그 해법을 풀기 위해 온갖 조합을 머리 속에 짜낼볼 법하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다. 결국 포기한다.
하지만 우연히 내려놓은 볼펜이 위로부터 수학 문제의 반(半)을 가로막는다.


우와, 이렇게 묘할 수가 있을까? 이 문제를 낸 사람은 참으로 재치있는 사람이구나.
"I Love you"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30. 07:53

지난 7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 딸 마르티나는 최근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마르티나 방을 작은 딸 요가일래가 이제부터 사용하게 되었다. 이번 주 내내 마르티나가 남겨놓은 책, 서류, 사진, 옷 등을 정리했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마르티나의 학급사진이 눈에 띄었다. 한국은 초등학교 졸업앨범, 중학교 졸업앨범, 고등학교 졸업앨범이 있다. 리투아니아는 따로 앨범이 없고, 사진만 있다.

특히 학년을 마칠 때마다 학급이 기념 사진을 찍는다. 12년 학교생활이니 사진이 12장이다. 마르티나의 학급사진을 찾아서 정리해보니 10장뿐이었다. 2장(초등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사진)을 찾지 못해 아쉽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빌뉴스로 전학와서 12학년을 마쳤다. 처음 만난 학급친구들과 9년을 함께 학교생활을 했지만, 대부분은 12년을 함께 같은 학급에서 보냈다.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서로 지켜보면서 자랐다.  

1. 1999년-2000년 (초등학교 1학년)

2. 2001년-2002년 (초등학교 3학년)

3. 2002년-2003년 (초등학교 4학년)

4. 2003년-2004년 (초등학교 5학년)

5. 2004년-2005년 (초등학교 6학년)

6. 2005년-2006년 (중학교 1학년)

7. 2006년-2007년 (중학교 2학년)

8. 2007년-2008년 (중학교 3학년)

9. 2008년-2009년 (고등학교 1학년)

10. 2010년-2011년 (고등학교 3학년)

학년마다 찍은 이 학급사진을 보고 있으면, 12년의 학교생활이 그대로 총정리가 되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30. 06:01

아내는 음악학교 피아노 교사 경력 20년째이다. 어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얼굴이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었어?"
"한 학부모로부터 불평(?)하는 전화를 받았어. 교사생활 20년만에 이런 전화 처음이야." 

이 학부모의 딸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9월부터 학년이 시작되었으니 이제 다섯 번째 수업에 참가했다. 리투아니아 수업시간은 45분이다. 3년 전부터 리투아니아 정부는 재정지출 억제책의 하나로 교사 월급을 삭감했다. 수업시간수 줄이기로 월급을 내렸다. 즉 2시간 수업을 1시간으로 줄었다.

수업일수를 줄인 선생님도 있고 수업시간을 줄인 선생님도 있다. 아내는 후자를 선택했다. 일주일 두 시간 수업(45분 + 45분)이 이틀로 나누던 것을 한 시간(45분)으로 하루에 하지 않고, 시간을 45분에 25분으로 단축해서 이틀을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합치면 5분을 더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사정으로 주일의 첫 수업에 오지 못하면 다음 수업에 25분이 아니라 45분을 가르쳐 줄 수 있다.  

▲ 딸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치는 아내
 

이날 피아노 수업이 25분이었다. 그런데 수업 중 다른 학생의 학부모가 전화를 했다. 아내는 학부모와 수업일정에 대해 상의했다. 수업 중 다른 동료 교사 방문처럼 이런 일이 종종 있다. 한 5분 통화했다. 

이렇게 수업을 마치고 그 학생을 보낸 후 다른 학생을 맞아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집으로 간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그렇게 수업에 소홀하시면 어떻게 해요? 수업료를 내었는데 말입니다."

아내는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내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답하고 싶었다.

"제가 지금 수업을 하는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듯이 다른 부모도 용건이 있어 그렇게 전화할 수도 있고, 내용에 따라 좀 더 길게 통화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요? 연주 발표회가 열기 전에는 여러 시간을 더 과외로 (무료로) 가르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가요?"......

소심한 아내는 어제 저녁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 당신은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꺼놓아야 하겠네."
"당신이나 딸, 혹은 다른 학부모가 급하게 전화할 수도 있잖아."
"아뭏든 이번 학부모 지적으로 마음 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맥주 한 잔 어때?"
"좋지~~~"  


* 최근글: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29. 07:05

주차할 때마다 늘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 차문을 열었을 때 내 차문이 옆차의 측면에 부딛혀 흠집을 내지 않을까이다. 또한 옆차로 사람이 탈 때 문을 열었을 때 그 문이 내 차의 측면에 부딛혀 흠집을 내지 않을까이다. 

작은 흠집이라도 있으면 차문을 열 때 기분이 찝찝하다. 이 흠집 하나 때문에 차문 전체를 다시 페인트를 칠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옆에 주차된 차가 이미 있으면 내 차문이 흠집내는 것보다 내 차문이 흠집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더 조심한다.


그런데 이제 이런 걱정이 사라지게 될 것 같다. 포드 포커스(Ford Focus) 자동차는 운전자나 탑승자의 이런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갖춰었다. 바로 차문을 열면 안에 있던 고무판이 밖으로 튀어나와 차문의모서리를 감싼다. 이 고무로 인해 부딛혀도 흠집을 내지도 않는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28. 06:24

광고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광고가 붙여진 장소도 중요하다. 적합한 장소에 적합한 광고는 효과도 만점이다. 최근 스웨덴 에스페란토 친구 칼레 크니빌라(Kalle Kniivilä kniivila.net)가 찍은 광고 사진이 돋보였다.

러시아 한 공항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 위에  붙어 있는 광고이다.

왼쪽에 있는 것은 차례대로 여성 승객 4명의 명단이다.
오른쪽에 있는 것은 연기나 취소의 탑승상태이다.

이 게시판은 바로 여성 4명의 비행이 연기되었거나 취소되었다는 것을 알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이 광고는 전립선 약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촬영: Kalle Kniivilä, 사진 출처 | Image source link]

이 광고가 바로 적합한 장소에 적합한 광고가 아닐까......

 * 최근글: 현수교 꼭대기 올라가는 겁 없는 러시아 10대들의 까닭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