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78건

  1. 2013.05.07 손가락 다쳐 아프다면서 좋아하는 딸의 이유
  2. 2013.05.06 페이스북 좋아하기 누르면 내 비밀을 말해주지
  3. 2013.04.24 난방 끊어진 봄철 방안 텐트에서 따뜻한 생활 (2)
  4. 2013.04.23 이마 흉터 수술을 안 하겠다는 초등 딸의 이유 (4)
  5. 2013.04.19 추억의 놀이 - 떴다 떴다 비행기~~~ (1)
  6. 2013.04.09 사진 만화 영화 만들던 딸의 문제 해결에 미소
  7. 2013.04.08 햄스터에게 먼저 피자 주되 딱딱한 부분을 줘
  8. 2013.04.05 컴퓨터 대신 바느질 재미에 빠진 딸아이
  9. 2013.04.03 딸 발톱 깎다가 보이지 않는 곳도 예뻐야지 (1)
  10. 2013.03.26 3살 때 서툴게 노래하던 딸 8년 후 지금은 (1)
  11. 2013.03.25 초5 딸 호주머니에서 카푸치노 영수증 발견
  12. 2013.03.25 한국인이라서 놀림 받은 딸, 그나마 다행 (4)
  13. 2013.03.22 페친이 천명인데, 생일 축하 쪽지 하나 없어?!
  14. 2013.03.18 탁구 대회에서 초딩 딸은 1등, 아빠는 꼴찌 (4)
  15. 2013.03.05 햄스터를 야생에 놓아두면 매가 잡아먹잖아
  16. 2013.03.04 유명인사 서명에 초연한 아내 안절부절 (4)
  17. 2013.02.25 유럽에서 부르는 한국 동요 반달 (1)
  18. 2013.02.18 아빠, 내 볼에 뽀뽀하면 10만원 줄게 (1)
  19. 2013.02.14 하트 스티커를 대신할 딸아이의 다양한 하트 표현 (5)
  20. 2013.02.14 초딩 딸아이의 결혼기념일 깜짝 선물 (2)
  21. 2013.02.08 특이하게 머리 땋아주는 여고생 언니가 좋아 (1)
  22. 2013.02.07 아빠 보고싶어 말끔히 책상 정리한 초등 딸
  23. 2013.01.29 초딩딸의 취미 캉클레스, 내친 김에 가야금도 (2)
  24. 2013.01.21 아빠, 내 편지 꼭 한국에서 읽어야 돼 (1)
  25. 2013.01.18 한국에서 꼭 사와야 한다는 초등 딸 물품 목록
  26. 2012.12.24 옷 벗어주면 아빠가 추워서 죽잖아, 안 돼! (1)
  27. 2012.12.19 하교길에 주운 아이폰 빨리 집으로 가져와! (8)
  28. 2012.12.17 안경 쓰는 아빠의 불편 느끼려고 안경 썼어 (2)
  29. 2012.12.17 추운 날엔 양과 말에게 정말 감사해야 (1)
  30. 2012.12.12 대체 교사한테 계속 배우겠다는 딸의 이유는? (1)
요가일래2013.05.07 05:08

부엌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아이가 방으로 달려왔다.

"손 다쳤어. 빨리 도와줘."
"왜?"
"소시지 자르다가."

딸아이는 부엌에서 수제 훈제 소시지를 혼자 자르고 있었다. 너무 딱딱해 세게 누른 칼이 그만 손가락을 향했다. 

"칼을 사용할 때는 늘 칼이 손 쪽으로 향하지 말고 다른 쪽으로 조금 눕혀서 사용해야지."
"알아.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어."

손가락에 피를 흘리는 딸아이가 너무 안스러웠다.

"앞으로는 부모가 집에 있을 때 혼자 절대로 칼을 사용하지 마라."
"아빠, 난 이제 아기 아니야! 나도 할 수 있어야 돼."

위험하다고 항상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쳐 아파하는 딸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이제 아기 아니야!"라는 말에 내 말은 더 이상 효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그래,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서 해라."

조금 후 딸아이는 내일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오히려 기쁘다고 했다.

"왜 기쁜데?"
"그러니까 학교 친구들이 붕대를 감은 내 손가락을 보고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어볼 거야."


친구들의 관심과 동정을 받을 생각하니 아픔은 잊어버리고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이래서 어린이는 순진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너도 다른 친구들이 아프면 관심을 가져줘."
"알았어."

아래는 최근 본 영국 음료 회사 로빈슨스(Robinsons) 광고 영상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광고 문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It's good to be a dad. It's better to be a friend.
                 아빠 되는 것은 좋다. 친구 되는 것은 더 좋다.


나는 과연 딸아이에게 친구일까? 아빠일까? ...... 
친구 같은 아빠가 되도록 특히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더욱 다짐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5.06 05:13

초등학교 5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페이스북에 푹 빠져 있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허용 시간 에는 거의 대부분 페이스북에서 논다. 자신의 계정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공동으로 사이트 두 개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리투아니아어이고, 다른 하나는 영어이다. 재미난 사진이나 이야기를 만들거난 수집해서 올리는 곳이다. 리투아니아어는 리투아니아 친구들끼리 운영하고, 영어는 여러 나라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운영한다.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딸의 생각과 생활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접한다. 엊그제 요가일래는 청기(딸과 함께 우리는 이어폰을 이렇게 부른다)를 귀에 꽂고 발레을 추면서 방으로 복도로 돌아다녔다. 지난 해 1년 동안 발레 학교를 다닌 터라 그 습관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 갑다고 생각했다.

"참, 아쉽다. 발레는 허리와 다리 교정에 좋다고 하는데 다시 다니면 안될까?"라고 종종 제안하지만, 딸아이는 극구 사양이다.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어."라고 늘 답한다. 

그런데 딸아이 페이스북을 보고서야 왜 발레를 추었는 지를 알게 되었다.

"좋아하기가 3개 이상이면 내일 나의 바보스러운 작은 비밀을 알려줄게."
 

순식간에 좋아하기가 3을 넘었다. 

"좋아. 그럼 지금 이야기할게."


"내 비밀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놀리지 않는다고 약속해! 언니 전화기 노래를 보고 있는데 언니가 내려받은 레이디 가가(Lady Gaga) 파파라치(Paparazzi) 노래가 있었어. 그런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글쎄 발레를 추기 시작했어." 

발레와 레디 가가 노래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으니까 딸아이는 이를 바보짓의 비밀로 여긴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4.24 06:06

4월 초순부터 중앙 난방이 끊어졌다. 겨울철 방안보다 더 따뜻하게 옷을 입어야 한다. 지금 바깥 기온이 영상 15도이고, 실내 기온은 영상 17도이다. 컴퓨터 자판기를 치고 있는 이 순간에 손등과 손가락이 몹시 시리다.

* 우리 집 아파트 23일 낮 12시, 바깥 기온 영상 17.5도(왼쪽), 실내 기온 영상 17도)

(잠시 휴식) 욕실에 가서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근 후 다시 글을 쓴다.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는 어린 시절 많이 놀았던 텐트를 꺼내서 방안에 쳤다.

"왜 텐트를 쳤니?"
"놀려고."

딸아이의 말에 지난 1월 한국에 갔을 때 춥다고 방안에 천막을 처준 조카가 떠올랐다.


텐트 속에서 딸아이는 컴퓨터도 하고, 애완 햄스터와 놀기도 하고, 숙제도 했다. 정말이지 시간이 지나자 텐트 속에는 방보다 훨씬 더 따뜻했다. 


그냥 심심해서 놀려고 세운 텐트가 난방 대체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완연한 봄으로 건물벽이 따뜻해져 실내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당분간 방안 텐트는 우리 집 상설물이 될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4.23 07:15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너는 언제 자라나? 빨리빨리 자라거라!"라며 한숨을 내쉴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딸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훌쩍 자라버렸다. 아직은 느끼지 못하지만, 조만간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다. 

1살 반경 딸아이는 언니와 놀다가 쇠 난간에 이마가 부딛혀 상처를 입었다. 그 흉터 자국이 남아 있다. 예쁜 얼굴에 있는 이 흉터를 볼 때마다 당시 제대로 주의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일전에 이 흉터 자국을 보면서 딸아이에게 말했다.


"나중에 네 이마에 있는 흉터를 제거하는 성형수술을 받자."
"안 돼. 나 안 할래."
"무서워서?"
"아니."
"그럼, 왜?"
"어릴 때 추억이잖아. 그리고 이 흉터를 보면서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잖아."
"그래. 네 생각이 옳다. 거울 볼 때 그 흉터를 보고, 그 흉터를 볼 때마다 앞으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하는 거야. 그러면 그 자국이 흉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보다 더 아름답다. 오늘 우리가 한 말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


이마에 있는 흉터가 보기 싫은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추억의 징표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표시로 생각하는 초등학생 딸아이가 대견스럽다. 아이가 어른을 가르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아무튼 딸아이가 이런 마음을 오래오래 변치 말고 살아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4.19 05:30

영국에서 유학하는 큰 딸이 짧은 방학을 이용해 집으로 왔다. 제일 좋아하는 이는 바로 작은 딸이다. 10살 차이가 나지만 둘은 시샘이 날 정도로 죽이 잘 맞는다.

함께 식당을 찾아 좋아하는 음식도 먹고,


집에서 함께 과자도 굽어보고 


뭐니 해도 제일 압권은 바로 어릴 때 둘이서 많이 놀았던 "떴다 떴다 비행기" 놀이다. 



이들이 추억 삼아 노는 장면을 순간포착하라는 아내의 명을 받들어 영상에 담아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4.09 05:43

지난해 여름 초등학생 딸아이가 400장의 사진을 찍어 만든 아래 만화 영화를 소개했다. 


최근 부활절 방학으로 심심하던 딸아이가 또 다시 레고(LEGO) 사진을 찍었다. 다 찍고 나서 아빠를 불러 카메라 화면에서 빠른 속도로 사진을 돌려 영화처럼 보여주었다.

그런데 중간에 있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이 계단을 내려오다가 그만 계단이 무너졌다. 무너진 계단을 붙이고 다시 내려오는 장면을 찍을 수도 있는데 딸아이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다. 


흔히 방송사고에 나오는 "technical difficulties"(기술 문제)라는 표현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딸아이의 재치 있는 해결책은 아빠의 미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앞으로도 딸아이가 컴퓨터를 덜 사용하고 이런 놀이를 더 많이 해주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4.08 05:21

초등학생 딸아이는 피자를 좋아한다. 그런데 딱 한 종류만 좋아한다. 리투아니아 피자가게에서 '이탈리아식 피자'로 불리는 아래 피자이다. 


주말이고, 또한 음악학교 노래 공연도 한 딸아이의 부탁을 받고 대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자가게를 방문했다. 이 가게 회원이면, 피자 하나를 주문할 시 다른 하나를 그냥 준다. 

"크기가 최소, 최대, 그란드(왕대, 지름이 50cm) 이렇게 세 가지인데 어느 것을 살까?"
"물론 그란드이지."

한 판 가격이 40리타스(약 1만 7천 원)였다.
집으로 가져오자마자 딸아이는 우리에서 햄스터를 꺼냈다.

"길레(도토리라는 뜻으로 햄스터 이름)야, 엄마가 피자 줄게. 우리 피자 먹자!"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먹는 음식인데......"
"괜찮아. 길레도 우리와 같이 사는데 먹을 수 있잖아."
"그러면, 아빠가 먹을 피자의 딱딱한 부분만 주자." 


이렇게 이날 파자는 햄스터가 먼저 시식했다.


딸아이 덕분에 처음 피자를 먹은 우리 햄스터,
살 때까지 함께 잘 살자.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4.05 07:43

최근 초등학교 5학년생 딸아이에게 새로운 재미가 하나 생겼다. 바로 바느질이다. 집에 있는 천조각으로 주머니 등을 만든다. 어려운 것은 먼저 엄마에게 재봉틀로 깁어달라고 한다. 그 다음에 혼자 바느질로 무늬를 넣는다.


"바느질이 재미있어?"
"재미있지."
"그런데 이렇게 바느질 하는 것을 어디에서 배웠니?"
"학교에서."
"학교에서 가르쳐?"
"수업이 있어."
"앞으로도 컴퓨터 많이 하는 대신에 이런 것을 많이 만들어봐."
"알았어."


욕실에 갈 때마다 걸려있는 딸아이의 바느질 주머니를 볼 때마다 흐뭇한 마음이 일어난다. 정말이지 컴퓨터 대신 이런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4.03 05:44

최근 인터넷에서 4컷짜리 만화를 접했다. 짧은 내용이지만 가슴에 와 닿아 소개한다. [출처 source link


아빠! 아들아, 지금은 안 돼 
아버지! 아들아, 지금은 안 돼 
아버님! 아들안, 지금은 안 돼 
아들아! 노인 양반, 지금은 안 돼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와 놀아주지 않는 결과는 참담하다. 아빠하고 놀고 싶어하는 초등학생 딸에게 "지금은 안 돼"라고 종종 말하는 내 자신을 반성해보았다. 부활절을 맞이하여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장모님댁으로 갔다. 계절로는 봄에 접어들었지만, 바깥에는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씨였다. 

차일피일 미루었던 발톱 손톱 깎기를 했다. 그런데 딸아이 손톱과 발톱도 깎아야 할 때였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주로 아빠가 깎아주었다. 그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해주면 웬지 아프게 하는 것 같아 딸아이는 거부해왔다. 

"옛날 생각해서 아빠가 한번 깎아줄게."
"알았어. 하지만 딱 손톱 하나만!"
"안 아프지?"
"그래."
"아빠가 다 깎아줄까?"
"좋아."

"발톱은 누가 깎았니?"
"내가 얼마 전에."
"별로 안 예쁘게 깎았네."
"사람들이 안 보잖아."
"보이지 않는 곳도 예뻐야지."


딸아이 발톱, 손톱 10개를 깎아주었으니 그 품삯으로 아빠 말을 잘 기억해주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3.26 08:40

요즘 리투아니아 학교는 부활절 방학이다. 이번주와 다음주 2주일 동안이다.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친척의 두 딸이 우리 집에 와 있다. 컴퓨터에서 사진을 정리하던 아내가 7년 전 이 세 아이가 나란히 찍힌 사진을 찾았다. 당시 두 아이는 4살 반, 다른 아이는 5살이었다. 

아내는 우연히 같은 때에 만난 세 아이를 옛날 사진과 비교하면서 찍었다. 현재 두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큰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다. 세 아이 모두 이 비교 사진을 보면서 "세월 참 빨리 달린다"고 말했다.

▲ 2006년 3월 24일 모습
▲ 2013년 3월 25일 모습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아가, 언제 클까?"라고 희망 반, 한탄 반으로 스스로 물어보곤 했다. 이제10대 초반에 접어든 딸아이는 부모의 테두리에서 조금씩 벗어나려고 한다. 힘은 더 들었지만,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가 서로 교감하면서 재미있게 살았던 것 같다.

한편 우리 집에 종종 놀러오는 3살 여자아이가 있다. 엄마는 리투아니아 사람, 아빠는 이집트 사람이다. 노래 부르기를 아주 좋아하는 이 활발한 아이를 볼 때마다 이 나이 때의 딸아이 모습이 떠오른다. "아, 저 때가 참 좋았지"라면서 아이의 부모에게 "딸과의 지금 시간을 마음껏 즐겨라"라고 말해준다. 

노래 부르는 모습으로 딸아이의 8년간의 변화를 비교해본다. 먼저 2004년 7월 18일, 딸아이가 2살 8개월일 때 비행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2006년 5월 12일 3살 6개월일 때 혼자 배운 영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아빠와 모태부터 한국어로만 대화를 한 덕분에 2013년 2월 24일 11살 3개월인 딸아이는 음악학교에서 한국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위와 같은 시기에 리투아니아어로 노래 부르는 딸아이의 모습이다.   



2살 8개월 딸아이는 소나무에 기대어 "산토끼"와 "비행기" 노래를 서툴게 부르던 딸아이는 어느듯 한국 노래 "반달" 등을 리투아니아 청중 앞에 부르는 아이로 자라났다. 앞으로 5년, 10년 뒤는 어떤 모습을 블로그 독자들에게 보여줄까...... 그저 건강하고 마음이 예쁘고 바른 아이로만 자라줘도 고마울 따름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3.25 07:33

3월 22일 아침에 일어나니 딸아이는 학교에 가고 없었고 아내가 심각하게 영수증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거 요가일래 옷 호주머니에서 나온 영수증이야."
"뭔데?"
"카푸치노 커피 영수증이야."
"요가일래가 벌써 커피를 사 먹을 나이야?! 아직 아니잖아. 영수증이 우연히 들어가 있었겠지."
"여기 봐. 구입한 시각이 3월 21일 17시 44분 4분으로 되어 있잖아. 음악학교 수업을 마치고 수퍼마켓에 간다고 한 그 시간이야."
"혹시 학교 언니한테 사 준 것이 아닐까?"
"그럴 리는 없어."
"코코아를 사려고 했는데 없어서 카푸치노를 샀나?"

혹시 리투아니아 커피 값에 궁금한 사람을 위해 알리자면 카푸치노 한 잔 가격은 3.5리타스(약 1500원)이다. 커피점에서 안 마시는 것으로 20% 할인을 받는다. 실제 지불한 가격은 2.8리타스(1200원)이고, 이중 21%는 부가가치세다. 카푸치노 한 잔을 구입하면서 딸아이는 리투아니아 재정에 210원을 보탠 셈이다. 

▲ 초등학생 5한년 딸아이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커피 영수증

이제 초등학교 5학년생인데 커피를 마신 적도 보지 못했고, 커피 마시기를 권유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호주머니에 커피를 구입한 영수증이 들어있어 우리 부부를 놀라게 했다.딸아이가 아직 커피 맛에 길들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수증 상의 주인공이 딸이 아니길 바랬다.   

"당신 요가일래가 돌아오면 먼저 꾸짖지 말고 잘 타일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다. 아내가 현관문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욕실에 가는 사이에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영하 10도의 날씨라 좀 얼고 지쳐보였다.

"카푸치노 커피 마실래?"
"좋지. 그런데 정말 있어? 사놓았어?"

딸아이는 카푸치노 커피 말에 생기가 돋았다.

"네 호주머니에 영수증이 있었는데 정말 네가 마신거니?"
"아~~~ 맞아. 어제 내가 구입했어."

화기한 분위기였어 딸아이는 술술 이실직고했다. 이 카푸치노말고 또 다른 카푸치노가 있었다.

"지난 월요일에 카푸치노를 마셨는데 맛있었어. 그런데 이날 밤에 잠이 오지 않아 혼났어. 엄마한테 커피 마셨다고 말을 못하고 정말 힘들었어."
"왜 어제 또 마셨니?"
"맛이 있잖아."
"설탕 맛이지. 잠이 안 와서 힘드니까 이제부터는 절대로 어른 될 때까지는 마시지 마."
"아니!!!!"

딸아이는 부정적으로 장난스럽게 대답했지만, 커피점 앞에서 부모의 부탁을 꼭 들어주리라 믿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3.25 07:11

며칠 전 스웨덴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친구와 스카이프(skype)로 모처럼 문자로 대화했다. 

"요가일래가 고민이 많은 모양인데 학교생활에 대해 부모한테 자세한 이여기를 안 하나보지."
"주리하고 대화하는 것을 우리가 다 듣고 있는데..,,,,"
"주리가 심각하게 이야기하길래. 여긴 또 틀리니까. 바로 학부모 호출해서 사과시기고 하니까."
"내일 한번 물어볼게"

비교적 딸아이와 소통을 잘 하는 편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딸아이의 고민을 제3자로부터 듣게 되었다. 벌써 딸아이가 부모보다 친구에게 먼저 고민을 털어놓는 나이가 되어버렸구나를 생각했다. 사춘기로 접어들 나이가 되어버렸다.

다음날 분위기를 살펴서 딸아이에게 물었다.

"학교에 무슨 문제가 있니?"
"아니 없어."
"있는 것 같은데."
"아이, 벌써 잘 끝났어."
"그러면 문제가 있었네. 아빠에게 말해봐."
"친구들이 좀 놀랬어."
"뭐 때문에?"
"내가 리투아니아 사람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라고."
"하지만 엄마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 놀릴까?"
"내가 자기들이 하지 못하는 한국말도 잘 하고, 또 좀 잘 나가니까 그런가봐."
"선생님에게 말했어?"
"했지. 친구들이 사과하고 이제 사이좋게 잘 지내."
"어떤 친구가 그렇게 말했나?"
"그건 말하지 않을 거야."

시간이 좀 지난 후 딸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왜 아빠나 엄마에게 그런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친구에게 했나?"
"아빠나 엄마는 벌써 학생이 아니잖아. 학교 일은 학생이 제일 잘 조언해줘."
"그래도 앞으로는 부모에게도 말해줘야지."


앞으로도 이런 유시한 일을 많이 겪을 수 있는 딸아이를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 이런 경우에 늘 가슴에 와닿는 말이 있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창안한 자멘호프가 1905년 제1차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에서 행한 연설의 한 구절로 한 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시시하는 바가 크다.   

"지금 처음으로 수천 년의 꿈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여기 프랑스의 작은 해변도시에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서로 다른 민족인 우리는 낯선 사람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기 언어를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형제로 모였다. 오늘 영국인과 프랑스인, 폴란드인과 러시아인이 만난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 

어제 밤 잠들기 전 아빠의 팔을 베고 누워있는 딸아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너는 한국 사람인 것이 좋아. 아니면 안 좋아?"
"물론 좋지."
"왜?"
"전부 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면 재미가 없잖아."
"그래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서로 어울러 사람으로 살아가면 재미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친구들이 한국 사람이라고 때론 놀려대도 자기가 한국 사람인 것을 좋아한다면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3.22 07:03

21일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생 딸아이는 부엌에 있는 켬퓨터로 페이스북 소식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빠 방으로 와서 물었다.

"아빠 페이스북에 왜 생일 축하 쪽지 하나도 없어?"

21일이 생일이다. 페이스북 친구가 현재 1191명이다. 이 정도 숫자라면 생일날 페이스북은 생일 축하 쪽지나 카드로 도배될 수 있다(2월 16일 실제 그랬다). 이에 딸아이는 아빠 페이스북에 생일 축하 쪽지 하나도 없는 것이 이상해 질문을 했던 것이다.

"아빠는 벌써 2월 16일에 엄청 많이 받았어."
"그래도 오늘이 진짜 아빠 생일이잖아."

딸아이는 부엌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내 페이스북에 딸아이의 쪽지가 보였다. 어디서 찾았는지 태극기가 배경인 생일 축하 카드가 함께 있었다. 정확히 맞는 설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유까지 설명했다. 


어렸을 때 딸아이는 늘 그림을 그려서 아빠의 생일을 축하했지만, 이젠 이렇게 페이스북의 쪽지로 축하한다. 아래는 4년전 딸아이가 해준 생일 축하 그림이다. 


언젠가 한 해에 세 번이나 생일 축하을 받은 적이 있다. 태어난 음력일이 적힌 여권상 생일날, 음력 생일날, 그리고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날였다. 몇 해전 가족들이 혼란스러우니 셋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결론은 양력 생일날인 3월 21일이다. 

"저녁에 어디 가서 식구끼리 외식하자!"라고 아내가 제안했다.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의 마치고 돌아오면 피곤할 거야. 그냥 평일처럼 생일을 보내자. 더욱이 어제 끓인 미역국을 오늘 낮에 먹었으니 충분하지 뭐."라고 답했다.

강의 후 집으로 돌아와 내 책상에 와보니 깜짝 선물이 놓여있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케익에서 딸기냄새가 퍼져나왔다. 그래도 가장(家長) 생일이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아내와 딸이 몰래 구입해서 올려놓았다. 


잠시 후 현관문에서 누군가 우리 집 비밀 코드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 극소수 친척만 알고 있다. 가깝게 지내는 친척 가족이 찾아왔다. 조용히 보내고자 한 생일이 이렇게 뜻하지 않게 손님까지 맞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페친 천명에 생일 쪽지 하나 받지 못한 불쌍한(?) 아빠에게 태극기 생일 쪽지를 재빨리 보낸 딸아이의 이날 반응이 돋보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3.18 07:04

우리 부부가 즐겨 참가하는 동아리가 있다. 바로 빌뉴스 에스페란티스 모임인 "유네쪼"(Juneco, 뜻은 젊음)이다. 이 동아리는 매년 봄과 가을에 회원 친목과 화합을 위해 탁구대회를 개최다. 지난 토요일 16일에 봄철 대회가 열렸다. 


연령에 관계없이 실력에 따라 조를 짠다. 보통 20여명이 참가한다. 이번에는 A, B, C로 나눴다. 아빠는 A조, 엄마는 B조, 초등학교 5학년생 딸아이는 C조에 배정받았다. 

올림픽이나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등을 본 리투아니아 현지인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탁구를 잘 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대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과 잠깐 쳐본 것이 지금의 탁구 실력이다. 특별히 배운 바도 없다. 그래도 잘 치는 사람들로 구성된 A조에 배정받았다. 


아뿔싸, 탁구장에 도착해서야 집에서 사용하는 탁구채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수가 진 것을 탁구채로 돌려서는 안되겠지만, 탁구채가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에는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겠다. 


3시간의 경기 속에서 딸아이는 C조에서 1등했다. 상품으로 탁구공 한 통을 받았다. 우리 집에 필요한 것이라 더욱 기뻐했다. 이날 경기 모습을 아래 동영상에서 엿볼 수 있다.


"아빠는 꼴찌했다. 부끄럽네."
"괜찮아. 내가 1등했잖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3.05 06:31

학교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 딸아이가 집으로 돌아온다. 현관문에서 서재까지 상대적으로 긴 복도가 있다. 햄스터가 없었을 때 딸아이는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향해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하곤 했다. 그런데 요즈음 부엌 창가에 놓아둔 햄스터에게 달려가 '(출필고)반필면'을 잊어버렸다.  

"봐, 햄스터 때문에 아빠를 잊었지?"
"햄스터는 살아있는 장난감이잖아. 아이들은 장난감을 좋아해. 그래서 먼저 장남감하고 놀아."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외할머니가 난쟁이 햄스터(드워프 햄스터, dwarf hamster) 새끼 한 마리를 선물로 주었다. 여러 차례 애완동물, 특히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라대었지만 완고하게 거절했다. 애완동물 기르기는 많은 장점이 있는 줄은 알지만, 그저 사람은 사람끼리 사는 것이 좋다는 주의에 충실하고 싶다. 애완동물에 대한 특별한 애(愛)나 증(憎)은 없다. 

어제 딸아이는 학교에서 오자마자 햄스터를 우리에서 꺼내 침실로 가져갔다. 조금 후 딸아이는 햄스터에게 재미나게 호통을 쳤다.
"야~~~ 이렇게 내 옷에 오줌을 누면 어떻게 해? 앞으로 한번만 더 하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


우리에서 꺼낸 햄스터가 침대포 위에 똥을 누는 경우도 있다. 좁쌀만한 똥을 딸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맨손으로 주워 쓰레기통에 버린다. 

"비누로 손 씨는 것을 잊지마!" 

애완동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떠오르는 구절(정산 종사)이 있다.

어항을 치워라. 못에서 마음대로 헤엄침을 보리라. 
화병을 치우라. 정원에 피어있는 그대로를 보리라. 
조롱을 열어 주라. 마음대로 날으는 것은 보리라.


어느 날 이 구절을 딸아이에게 해주었다. 
"이 햄스터가 야생에서 자유롭게 자라면 얼마나 좋겠니?"
"아빠, 그렇게 하면 매가 햄스터를 잡아먹잖아. 햄스터가 그렇게 죽으면 아빠는 좋겠어? 우리가 키워주면 자연히 죽을 때까지 잘 살잖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3.04 07:04

3월 1일 딸아이가 다니는 음악학교에서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작곡가 한 명을 초대해 그가 작곡한 곡들을 노래했다. 작곡가는 리투아니아 사람으로 라이무티스 빌콘츄스다. 음악하는 아내의 말에 따르면 현존하는 리투아니아 작곡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학생들이 합창 혹은 독창으로 노래하는 것에 대한 답례로 이날 그는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자신의 곡을 불렀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거리나 공공장소에 유명인을 만나도 별다른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서명을 받으러 확 몰려드는 일은 극히 드물다. 보통의 리투아니아 사람들처럼 유명인사 서명 받기에 초연하는 아내는 이날 의외로 서명 받기에 안절부절했다. 딸아이가 이 작곡가의 서명을 꼭 받기를 원했다. 


지금은 어려서 잘 모르지만, 자라면 이 사람이 얼마나 훌륭한 작곡가인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 같았다. 딸아이도 그가 작곡한 곡을 불렀다. 제목은 "내 조국이여!"이다. 
 

서명을 받고 헤어지는 순간에 작곡가가 한마디했다.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란다."   
김칫국 먼저 마시는 듯했지만, '딸아이에게 언젠가 곡 하나 줄려나'라고 생각해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2.25 07:05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지도하는 딸아이의 선생님이 수술로 인해 3개월 병가를 내었다. 2월 초순부터 다시 가르치기 시작하자 딸아이도 바빠졌다. 의욕적인 선생님이라 제자들을 데리고 노래 경연 대회나 공연에 활발히 참여하기 때문이다.


일요일 빌뉴스 한 음악학교가 노래 경연 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에서 정월 대보름 명절을 보내는 시각에 딸아이는 한국 동요 반달을 불렀다. 두 번째 곡은 스웨덴 랩소디(rhapsody, 광시곡, 狂詩曲)였다. 대중 앞에 모처럼 노래를 불러서 그런지 다소 불안해보였다.



"잘 했어. 그런데 아빠 귀에 약간 틀린 부분도 있더라."
"다행히 사람들이 한국어를 모르잖아."
"알든 모르든 잘 해야지."
"알았어. 하지만 사람은 실수할 수 있지." 

* 다음 TV팟에 올라온 요가일래 동영상: http://tvpot.daum.net/v/49844428 

Posted by 초유스
TAG 동요, 반달
요가일래2013.02.18 07:11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아이가 아플 때이다. 지난주 일요일 밤부터 39도의 고열과 기침으로 딸아이는 고생했다. 이번 주말에는 회복기로 들어섰다. 누군가 아플 때에는 서로가 접촉하지 않는 것이 좋은 예방법이다. 이를 아는 딸아이는 종종 장난을 쳤다.

"아빠, 내 볼에 뽀뽀하면 10만원 줄게."
"그렇게 많이? 정말?"
"물론이지."
"네가 나으면 공짜로 뽀뽀 많이 해줄게."

회복기에 들어서자 침대에만 누워있는 따분함을 버리고 딸아이는 혼자 여러 가지로 놀았다. 그러던 참 혼자서 할 수 없는 놀이를 생각해냈다.

"아빠, 우리 같이 놀자."
"그래 일전에 뽀뽀는 못해주었지만 함께 놀자."

놀이는 단순했다. 목재 세 조각으로 한 판을 이루고, 이것을 탑처럼 쌓는다. 그리고 탑이 무너지지 않게 목재 토막을 빼내는 것이다.
 


"아빠, 앞으로는 더 많이 같이 놀자."
"그럴 수 있을까...... 서로가 컴 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2.14 08:02

2월 14일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이다. 유럽에 있지만 리투아니아는 그렇게 요란하지 않다. 이날 흔히들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선물과 연인의 사랑 고백이 떠올린다. 리투아니아 발렌타인데이 풍경은 이런 일반적인 모습과는 좀 다르다. 

지금껏 지켜본 리투아니아의 발렌타인데이 풍경은 한 마디로 소박하다. 연인 축제로 여기는 역사가 일천해서 일까, 아니면 부산하게 굴지 않는 성격 때문일까?

이날 주변 사람들이 선물로 가장 많이 사는 것은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 과자이다.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사는 것은 하트 모양 스티커다. 이들은 이날 친구 얼굴이나 겉옷에 스티커를 서로 붙여준다. 이 붉은 하트 스티커를 다닥다닥 얼굴에 붙이고 무리 지어 다니는 청소년들을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쯤 되고 보니 이날은 하트 스티커를 붙이는 날이 되어버린 것 같다.

올해는 딸아이에게 하트 스티커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1주일간 방학으로 학교에 가지 않기 때문에 가게에 갈 좋은 기회가 없다. 더욱이 요즘 아파서 침대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의 8년만에 최근 데스크탑 컴퓨터를 교체했다. 옛 컴퓨터 내 문서에 딸아이의 사진이 시선을 끌었다. 바로 하트 스티커보다 더 멋진 하트를 해보이는 장면이다. 


올해 발렌타인데이의 선물은 이 사진으로 대체해야 할 듯하다. 눈은 마음의 등불이라고 한다. 눈이 뿜어내는 손 하트에 그 사랑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빠 딸, 빨리 건강을 되찾기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2.14 07:16

일전에 결혼기념일을 맞았다. 초딩 딸아이는 우리 부부를 부엌에 갇아놓고 자기 방으로 갔다. 

"나를 따라오면 안돼. 꼭 여기 있어야 돼."
"왜?"
"그냥."

자기 방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종이로 포장된 물건을 가지고 왔다.

"엄마 아빠 결혼을 축하해."
"뭔데?"
"종이를 뜯어봐."

종이 속에는 아래와 서양란이 곱게 피어있었다.

"고마워. 그런데 이것을 몰래 사서 보관하느라 힘들었겠다."
"아니." 
 

그 동안 딸아이는 대부분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선물을 주었다. 자기 용돈에서 꽃을 사서 결혼기념일 선물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한 부모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서양란까지 선물하다니 이젠 제법 자랐음을 뜻하는 것 같아 흐뭇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2.08 07:22

리투아니아에는 머리 땋은 여학생들이 흔하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아이도 보통 머리를 땋고 학교에 간다. 아직은 거의 대부분 엄마가 땋아준다. 가장 흔한 머리땋기이다.  


딸아이는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여고생 사촌 언니가 있다. 명절 때나 일이 있어 지방에 갈 때는 사촌 언니 집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사촌 언니가 다양하게 머리를 땋아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다녀왔다. 사촌 언니가 어려울 것 같은 머리 땋기를 아주 쉽게 척척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먼저 머리끈을 두른 것과 효과를 주는 머리땋기이다.   



다음은 이마 바로 위에서부터 조금씩 시작해서 나사처럼 돌면서 머리를 땋았다. 끝부분은 일명 지네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사촌 언니는 대학에 가서 미용을 전공하겠다고 한다. 위와 같은 머리땋기라면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아뭏든 하고자 하는 일에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2.07 07:07

2주간 한국 방문으로 집을 떠나있었다. 출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떠나기 다섯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갑작스런 병고로 한국행 포기를 결심했다. 그런 판국이라 책상도 재데로 정리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떠났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을 방문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을 보니 깜짝 놀랐다. 떠나기 직전 번역 중이라 여러 참고 책들과 사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빠, 책상 누가 이렇게 말끔히 치웠니?"
"내가 치웠지." 
"고생 많았네. 고마워~" 


그런데 단어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을 잡았는데 또 한 번 더 깜짝 놀라게 되었아. 찢어져 있던 사전이 테잎으로 깔끔하게 붙여져 있었다.   


"이것도 네가 한 거야?"
"내가 하자고 했고, 엄마가 조금 도와줬어."
"고마워."
"아빠가 보고싶었을 때 내가 아빠 책상을 정리했어."

남이 없을 때 이렇게 무엇인가 그를 위해 하는 것이 함께 있을 때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1.29 08:33

기회 있을 때마다 초딩 딸아이는 캉클레스 악기를 사달라고 했다. 특히 이 악기 반주에 따라 노래를 부른 날은 좀 극성적으로 졸라댔다. 그럴 때마다 적당한 기회가 생기면 악기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래는 몇 해 전 캉클레스 반주에 따라 리투아니아 민요을 부르는 딸 동영상이다.
 
 
캉클레스는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민속 현악기이다. 본체는 단단한 통나무로 만들고, 이를 깎아 그 위에 가문비나무 같은 연한 나무판을 올린다. 그 소리판에 꽃무늬나 별 모양을 내서 구멍을 낸다. 철사나 동물의 내장으로 줄을 만든다.

고대 리투아니아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간 날 숲 속에 베어온 나무가 소리를 잘 낸다고 믿었다. 캉클레스 연주는 곧 명상과 같고 죽음, 질병, 사고로부터 연주인을 보호한다고 믿었다. 캉클레스 연주를 들으면 애절함이 가득 찬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최근에야 딸아이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이날 사오자마자 딸아이는 홀로 연주 시도에 몰두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진작에 사줄 것을 아쉬워했다. 
 

 
어슬픈 초짜의 솜씨이지만 딸아이는 리투아니아 민요 한 곡을 이날 시도해보았다. 캉클레스 연주에 익숙해져 자라서 나중에 한국의 거문고나 가야금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참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1.21 07:25

일전에 한국 방문을 하기 위해 빌뉴스 집을 떠나기 전날 밤 초딩5 딸아이는 야무지게 봉한 편지를 한 통 주었다. 그리고 신신당부했다.
 
"아빠, 이 편지 지금 읽으면 안 되고 꼭 한국에서 읽어야 돼"
 
그리고 경유지인 헬싱키에 도착했을 때 딸아이는 몇 번이나 인터넷 대화 프로그램인 스카이프(skype)와 바이버(viber)를 통해 꼭 한국에서 읽어라고 말했다.

 
위 캡쳐화면은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쓴 한국어 대화이다.
안녕, (아빠가) 조금 있으면 비행기 탄다
아이구, 조심해. 너무 사랑해... 안녕
그래 내일 봐
알았어
편지 읽기 잊어버리지마!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딸아이가 이토록 '한국에서 읽으라'고 강요하듯이 할까 궁금했지만 부탁대로 해야 했다. 한국에 도착해 편지를 뜯어보니 딸아이의 부탁을 쉽게 해야 하게 되었다. 이유는 바로 편지를 '한국어'로 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와야 할 물품 목록은 영어로 썼지만[관련글 바로가기], 아빠가 읽을 편지는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된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로 썼다. 딸아이는 한국에서 한국어 편지를 보고 기뻐할 아빠의 모습을 혼자 상상하면서 무척이나 즐거웠을 법하다.
 
"우와, 너 이렇게까지 한국어를 쓸 수 있어? 아빠가 정말 몰랐다. 어떻게 배웠니? 혹시 구글 번역기를 돌린 것은 아니지?"
"비밀이야."
"아뭏든 아빠가 박수 친다. 아빠가 이렇게 좋아하니 앞으로는 한국어를 말만 하지 말고 한글로 써는 것도 좀 열심히 배워라."
"알았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1.18 07:00

한국에 2주간 다녀올 일 생겼다. 늘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라 잠시라도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헤어질 때는 웃움보다 눈물이 앞선다.

"이런 때 당신이 집을 비우니 남아있는 우리가 힘들 거야."
"그럼 안 갈 수도 있어."
"표를 연기할 수도 없잖아. 아까우니 그래도 가야지."
"헤어지기 전에는 헤어진 후의 일로 걱정과 불안이 엄습하지만 막상 헤어지면 만날 기대감으로 그 걱정과 불안을 잊게 된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대로 마음 편히 살아가는 법에 익숙해야 돼."


이렇게 아내와 한국으로 떠나기 전 저녁에 대화를 하는 동안 초둥학교 5년생인 딸아이는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있었다.

"뭐하니?"
"아빠가 한국에서 나에게 꼭 사와야 할 물건을 적고 있어."

딸아이가 작성한 목록이다. 쓰는 한글이 서툴어서 영어로 썼다고 한다.
      TM이 써진 모자
      목걸이
      컴퓨터
      한글이 있는 공책
      필통
  


"아빠, 여기 컴퓨터는 공책하고 구별하기 위해서 썼는데 노트북이야. 알았지?"
"노트북 비싼데."
"내가 내 용돈에서 보탤 거야."
"리투아니아에도 공책이 많잖아."
"친구들에게 한글 자랑하려고."


곧 잠시 떠나는 아빠로 슬픔을 느끼기 보다는 이런 기대감으로 시간을 보내는 딸이 기특해 보였다.

"너 아빠하고 공항에서 헤어질 때 눈물 흘리면 안 돼?"
"노력해 볼 게."
"우린 헤어질 때도 웃는 사람이 되자."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12.24 07:33

일전에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인 카우나스를 다녀왔다. 국제어 에스페란토 창안자인 자멘호프의 탄생일 맞아 매년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토 협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행사를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자유의 거리'를 산책했다. 이 거리는 전용 산책로이다. 길이가 1.6km로 동유럽에서 가장 긴 산책로로 알려져 있다. 산책로 가운데는 보리수나무가 두 줄로 쭉 심어져 있다.  


이날은 혹한에다 바람까지 불었다. 딸아이는 추운 듯했다.

"추워?"
"물론이지."
"아빠가 외투를 벗어줄까?"
"그래."

정말 옷을 벗어려고 하자, 딸아이는 극구 반대했다.


"아빠는 정말 바보다. 벗어주면 아빠가 (추워서) 죽잖아. 안 돼!"
"아빠가 설령 죽더라도 딸에게 옷을 벗어줄 수 있는 정도는 되야 아빠라고 할 수 있지."
"그래. 하지만 둘 다 같이 살아야지. 참을 수 있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12.19 07:43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딸아이가 어제 하교길에 전화를 했다.

"엄마, 나 거리에서 아이폰(iPhone) 주었어. 어떻게 할까?"
"빨리 집으로 가져와."
"왜?"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가져갈 수 있으니까."
"알았어."

막상 그 비싼 아이폰을 길거리에서 주웠다는 것이 그렇게 실감나지가 않았다. 통화가 끝난 지 채 1-2분도 되지 않아 아파트 1층에서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었다. 딸아이가 그렇게 빨리 집에 도착할 거리는 아닌데 말이다. 누굴까?


딸아이였다. 손에는 검은 가죽 케이스에 든 아이폰이 있었다. 우리 집에 한 대도 없는 아이폰을 길거리에서 그냥 줍다니...... 가족 모두 주인에게 돌려주자고 했다. 

"여보, 빨리 전화해. 잃어버린 사람이 초단위로 걱정하고 있을 거야 "
"어디다가?"
"가장 최근에 걸려온 전화번호로."

아내가 전화하니 공교롭게도 받는 사람은 바로 잃어버린 사람의 아내였다.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아이폰을 잘 보관하고 있으니 우리 집 주소로 찾아오라고 했다.

얼마 후 잃어버린 사람이 옆 사람의 전화를 빌려 전화가 왔다. 10여분이 지나 직접 우리 집으로 왔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정말 감사해요."
"천만예요."
"급하게 오느라 이것 밖에 없어요."

중년의 그는 주머니에서 15유로를 꺼내 아이폰을 주운 딸아이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빠, 내가 주었어."
"그래 정말 네가 착한 일 했다. 그런데 착은 일을 한 후에는 반드시 했다는 것을 잊어버려야 돼."
"왜?"
"그래야 댓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
"우리 이 돈으로 뭘 하지? 아빠가 보관해."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누군가 주어서 주인에게 돌려주면 흔히 답례한다. 우리에겐 사기가 버거운 아이폰을 딸아이가 눈덥힌 거리에서 주어서 가족 모두가 나서 주인에게 돌려주고 나니 기쁜 마음이 들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12.17 07:33

딸아이가 어렸을 때 안경 쓴 아빠의 모습이 멋있어 도수가 높은 안경임에도 궁금해서 안경을 써보겠다고 막무가내 졸라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6학년 60여명의 우리 반에 안경을 쓴 남자 아이는 딱 한 명이었다. 

이 친구는 인기짱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안경 한번 써보려고 친구들이 갖은 부탁을 하곤 했다. 지금은 바보짓이라 웃음이 나오지만, 그땐 안경 쓴 자신의 모습과 그 안경의 마력이 그렇게도 알고 싶었다. 


최근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딸아이를 만났다. 그런데 딸아이는 난데없이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안경을 쓰면 아빠에게 혼이 난다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딸아이는 혼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아빠가 안경을 쓰고 있으면 얼마나 불편한 지를 한번 알아보려고 안경을 썼어."
"생각은 좋지만 안 써고도 알아야지."
"그래도 한번 써보는 것도 좋잖아."
"누구 안경이야?"
"친구 아빠 안경!"
"빨리 안경 벗어!!!"
"헤헤헤, 아빠 화났지?"
"당연하지."
"아, 재미있다. 봐~ 안경알이 없지? 나 어때?"
"안경 안 쓴 모습이 더 예쁘다. 안경 안 써도록 절대로 조심해라."
"알았어."

이렇게 대답했지만, 이날 딸아이는 저녁에도 써고 있다가 아빠에게 또 혼났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지!!! 비록 알 없는 안경이더라도 더 이상 안경쓰기 장난은 하지마!!!"


안경 쓰는 아빠의 불편을 느끼려는 명분으로 결국은 안경쓰기 놀이를 한 셈이었다. 시력 보호에 항상 주의심을 갖도록 꾸지람을 했지만, 딸아이의 호기심을 억누르는 것 같아서 한편 미안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12.17 07:30

딸아이가 자라니 점점 아빠로서의 역할이 축소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등교시와 하교시에 동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 이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 딸아이 학교 가는 길

주말인 금요일을 맞아 딸아이는 학교 근처에 있는 친구 집으로 놀러갔다. 때마침 그 근처에 일이 있어 갔다가 딸아이를 만나 집으로 돌아왔다. 

"너 안 추워."
"괜찮아."
"발이 안 시러워?"
"양말바지 하나에 양말 하나."
(스타킹이라는 말 대신에 우리는 양말바지라 부른다)

그리고 잠시 걸어오는데 딸아이가 한 마디했다.

"추운 날엔 양과 말에게 정말 감사해야 돼."
"왜?"
"양말이 따뜻하게 해주잖아."
"그 양말하고 양과 말은 다르지."
"알아, 하지만 양말이 꼭 양 더하기 말 같아서 한국말이 재미있어."

* 양말이 양 더하기 말?

양말이라는 단어를 한번도 양 더하기 말, 즉 양과 말의 조합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양말의 어원이 궁금해졌다. 딸아이의 재미난 생각처럼 혹시 양털로 만든 말굽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서 양말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는 상상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양말은 서양식 버선으로 한자 洋襪에서 온 말이다. 시대에 따라 그 모양이 조금 달라지고 있을 뿐이니 사실 지금의 양말이라는 말을 버선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아뭏든 "날씨가 추운 것이 아니라 옷을 얇게 입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모두들 따뜻하게 옷을 입고 겨울을 잘 나길 기원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12.12 07:02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딸아이가 다니는 음악학교에서는 요즘 연주회가 자주 열린다. 가톨릭 인구가 많은 리투아니아답게 대부분 주제는 성탄절이다.

10일 월요일 저녁 노래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공연회가 열렸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노래를 지도하는 선생님이 발 수술로 인해 이번 학기에는 가르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나이든 선생님이 노래를 지도하고 있다. 


이날 요가일래가 부른 노래는 바하(J.S. Bach)의 "Ich steh' an deiner Krippen hier"였다. 물론 리투아니아어로 번역된 가사이다. 


노래 공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요가일래는 엄마를 졸라대었다.

"엄마, 나 원래 선생님 대신 이 계속 이번 선생님으로부터 노래 배울래."
"왜?"
"이번 선생님은 정말 조용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원래 선생님은?"
"막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요구 사항이 너무 많아."
"4년이나 너를 가르쳤는데 그만두고 다른 선생님을 선택하면 그 선생님이 슬퍼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그 선생님은 너에게 공력을 엄청 쏟았잖아."
"그래도 이번 선생님한테 계속 노래 배울래."
"한번 생각해보자."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와 함께 위의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원래 선생님은 학기 중에 참가한 공연이나 시합이 대여섯 차례나 되었는데 이번 선생님은 딱 한 번이다."
"그러게. 임시 대체 교사임을 스스로 알고 소극적으로 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아마도. 요가일래는 전보다 편하게 배울 수 있으니까 이번 선생님을 계속 택하겠다고 하는 것 같아."
"맞아. 의욕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무래도 좋겠지. 재활 마치고 돌아오면 원래 교사로 쭉 가도록 하자."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