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77건

  1. 2013.12.16 한복 입고 유럽에서 한국 동요 부르는 어린이 (9)
  2. 2013.12.13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 선택권을 드리다 (1)
  3. 2013.12.09 '동요' 반달, 심사위원들 미소에 "또 부를래" (4)
  4. 2013.11.29 스마트폰에 끼어놓은 명함, 아내와 딸 반응 (3)
  5. 2013.11.26 라면 한 그릇에 공감한 아빠와 딸의 정 (2)
  6. 2013.11.23 아빠, 내 친구들 도둑이 아니야 (2)
  7. 2013.11.18 향수 뿌리고 등교하는 초등 딸, 큰 사람이 아니야 (1)
  8. 2013.11.12 앉는 자세로 한국 사람임을 확인하는 초등 딸 (5)
  9. 2013.11.06 수십 개 인형이 총출동해 딸아이 생일을 축하
  10. 2013.11.04 한글로 문자 쪽지 보내게 스마트폰 사줘~! (2)
  11. 2013.10.01 초등 딸이 전한 학교에서 따돌림 줄이는 법 하나 (1)
  12. 2013.09.24 원 디렉션에 홀딱 반한 딸에 대한 상반된 견해 (4)
  13. 2013.09.23 피자집 이쑤시개 쓸쩍하다 발칵된 딸에게 한 마디
  14. 2013.09.16 3주만에 2.5cm나 키 커진 초등 딸아이
  15. 2013.09.13 딸아이, 해외 벽광고 보더니 '대한민국' 외치네 (2)
  16. 2013.09.09 딸아이 손 안에서 잠드는 햄스터 귀여워
  17. 2013.09.05 초등 딸이 알려준 깔끔하게 양말 개는 법 (1)
  18. 2013.09.04 학교 가고 싶어하는 딸아이 이유를 들어보니 (4)
  19. 2013.09.03 초등 딸, 자기 방 장식과 배치 혼자 구상 (1)
  20. 2013.08.22 아빠, 신기한 과학 놀이 보여줄게 (4)
  21. 2013.08.14 초등 딸, 컵송으로 친구와의 우정 오래 간직 (4)
  22. 2013.08.08 초등 5학년 딸아이의 즉석 영어 작문 실력은?
  23. 2013.07.29 딸아이, 땋은 머리로 지친 몸을 가쁜하게 앞으로 (1)
  24. 2013.07.22 지령 쪽지로 스마트폰 선물하는 딸의 별난 방법 (5)
  25. 2013.06.27 아빠를 사랑하되, 아빠를 사랑하지 마 (1)
  26. 2013.06.17 출장 다녀온 아빠에게 선물 대신 탁구 놀이 (2)
  27. 2013.05.13 제일 좋은 학교에 못가더라도 러시아어 선택 (3)
  28. 2013.05.13 딸의 어려운 숙제 문제로 부부 싸움날 뻔
  29. 2013.05.09 선인장 가시로 물 소리 내는 딸아이 (4)
  30. 2013.05.07 손가락 다쳐 아프다면서 좋아하는 딸의 이유
요가일래2013.12.16 07:09

12월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쁜 식구는 바로 딸아이 요가일래다. 음악학교 공연 때문이다. 벌써 이번 달만해도 네 차례나 노래 공연했다. 

13일 금요일 음악학교 전체 연말 연주회가 열렸다. 다양한 전공 학생들 중 선발 경연을 통해 무대에 올린다. 올해 요가일래는 플루트, 피아노, 북, 실로폰의 반주에 따라 한국 동요 "반달"을 불렀다. 반주하는 학생들이 어려서 서로 맞추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은 한복의 아름다움에 대한 칭찬은 많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마디했다. 
"오늘은 서로 좀 잘 안 맞은 것 같더라. 네 목소리도 좀 약하고......"
"알아. 웬지 알아?"
"오늘이 2013년 12월 13일 금요일이라서 그래. 하하하."



다음날 토요일 이번에는 가톨릭 성당에서 열린 공연회에서 또 다시 한국 동요 "반달"을 불렀다. 



변성기에 있다는 딸아이
별탈없이 잘 넘겨서 고운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길 바란다. 딸아이가 다음에 부를 한국 노래를 이번 주말에 인터넷과 노래책에서 찾아보았으나 리투아니아인 아내 마음을 확 사로잡는 노래를 찾지 못했다. [만 12살-14살 여자 어린이가 부르기에 적합한 한국 노래 추천해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2.13 06:00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1년 중 자녀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다. 바로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다줄 선물 때문이다. 자녀들은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자기 원하는 선물을 부탁하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이 편지를 크리스마스추리에 놓는다.

먼저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주기 영상을 소개한다. 캐나다 항공회사 Westjet이 자신의 승객들에게 실시간에 선물을 주는 장면이다.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과 대화를 통해 받고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알아냈다. 승객들이 도착할 공항으로 그 선물을 배송한다. 승객들은 수하물 찾는 곳에서 깜짝 선물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감동이자 기적이다. 이처럼 유럽의 사람들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제 막 만 12살이 되었다.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 나이가 점점 많아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어렸을 때에는 카드에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어 봉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냥 하얀 종이에 편지를 써서 산타 할아버지가 쉽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어렸을 때에는 원하는 선물을 꼭 한 가지로 기입했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다. 다 받으면 좋겠지만, 욕심이 많다고 하나도 안 줄 수가 있으니까 일단 여러 가지로 적어놓고 산타 할아버지가 선택해서 하나만 주시도록 했다.   

* 우리 집 크리스마스추리와 산타 할아버지께 쓴 요가일래의 편지

편지 번역본:
산타 할아버지 
올해 저는 너무 좋지 않고, 너무 나쁘지도 않았어요. 한마디로 보통이었습니다. 아마도 다음해에는 허리띠를 조금 더 조아야겠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선물과 좋은 한 해를 보내게 된 것에 감사드립니다.
아래 말할 몇몇 선물 중 무엇이 저에게 가장 유익하고 저를 가장 기쁘게  할 것인지는 할아버지께서 선택해주세요.

첫 번째는 원디렉션(One Direction)의 새로운 앨범 "Midnight Memories"
두 번째는 파란색 책가방 "CONVERSE" 
세 번째는 원디렉션(One Direction) 향수 "Our Moment": 이 향수는  "Drogas"나 "Eurokos" 가게에서 살 수가 있어요.

할아버지께서 알다시피 제 부모님은 제가 원디렉션을 이렇게 좋아하는 건 약간 바보스러운 짓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들은 제가 얼마나 이 남자들을 좋아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들의 음악과 존재만이 저를 행복하게 해줘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요? 

원디렉션 "FANGIRLINTI"(팬걸되기)가 참 좋아요. 이는 이 남자들에 열광한다는 뜻이에요. 그들이 정말 내 마음에 들고, 저는 제 생각을 결코 바뀌지 않을 거예요. 원디렉션은 제게 하느님입니다. 끝으로 저에게 행복, 건강, 좋은 성적, 성취, 자기신뢰를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선물 한 가지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나열해 산타 할아버지가 형편에 따라 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마음에 든다. 한편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딸아이의 믿음이 더욱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2.09 07:42

블로그를 통해 익히 알려졌듯이 딸아이 요가일래는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전공하고 있다.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물으면 대답은 한결 같이 "가수"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노래 연습에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고 있다. 

"왜 열심히 안 하니?"
"나 변성기야."

변성기라는 말에 선생님도 우리도 크게 재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학교이니 노래 경연 대회가 있기 마련이다. 남들보다는 좀 나은 성적을 원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다.


2년마다 리투아니아에는 가장 권위있는 전국 학생 노래 경연 대회(다이누 다이넬레, Dainų dainelė, 직역하면 '노래 중 한 곡')가 개최된다. 2012년 이어 2014년 봄에 열린다. 이번 12월에는 이 대회 본선 진출자를 뽑기 위해서 두 차례 경연이 열렸다. 
1단계: 학내 경선
2단계: 시별 경선
3단계: 도별 경선
4단계: 전국 경선 (TV 생중계)
5단계: 최종입상자 공연 (국립 오페라 극장) 

즉 학내 경선과 시별 경선이 끝났다. 12월 7일 시별 경선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요가일래도 참가했다. 11살부터 14살까지 연령대에 속한다. 막 12살이 된 터라 나이가 더 많은 학생들과 겨루기에는 사실 버겹다. 목소리가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본선까지는 마이크 없이 노래해야 한다. 

세 곡을 준비했다. 리투아니아 노래 1곡, 한국 노래 1곡, 스웨덴 영어 노래 1곡. 경연 규정은 가급적 리투아니아어 노래를 추천한다. 이번에는 워낙 참가자가 많아서 3곡에서 2곡으로 줄었다. 요가일래는 한국 노래 반달, 스웨덴 랩소디를 선택했다. 

들어보니 무난하게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다 부르고 대회장 밖으로 나온 딸아이는 표정이 몹시 상기되어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내가 노래하는 데 모두 미소를 띄었어. 나 또 노래를 부르고 싶어. 나 이길거야."
"그래. 자신감이 중요하지. 노래를 잘 부르니까 좋잖아.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라."

하지만 속으로 걱정이 앞섰다. 혹시나 이번 단계에서 떨어지면 딸아이가 받을 충격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늘 잘 했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 심하고, 또 네가 변성기고, 노래도 리투아니아어가 아니고 한국어와 영어이니까 안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라고 말했다.

일요일 늦은 저녁 음악 선생님으로부터 "요가일래가 2단계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서 3단계에 오르게 되었다"라는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내가 합격한 것이 반달 노래 때문일까? 스웨덴 랩소디 때문일까?"
"만약 반달이라면 3단계에서 표정이 더 풍부하게 노래를 해야겠다."


이렇게 말한 후 요가일래는 유튜브를 통해 이선희가 부르는 반달 노래에 따라 열심히 표정과 손짓을 연습했다. 한편 요가일래는 오는 금요일 학교 전체 연말 연주회에서 한복을 입고 반달 노래를 부른다. 이번 결과로 무엇보다도 노래를 더 잘해야겠다라는 동기를 다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1.29 06:17

사람마다 습관이 다르다. 도서를 구입하면 속표지에 이름과 구입날자를 적는다. 혹시나 분실할 때 누구에게 돌려줘야 할 지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도 담겨져 있다. 뒷표지에는 완독한 날짜를 적어놓는다.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 여름에 가족으로부터 스마트폰을 선물받았다. 스마트폰은 값이 비싸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여러 정보가 소중하다. 누구나 이를 분실하지 않으려고 주의하지만 세상 일은 아무도 모른다. 만약을 위해 나도 내 명함을 스마트폰 뒷면에 끼어놓았다. 

어느날 아내가 이를 보더니 한마디했다.
"정말 보기 안 좋다. (고급스러운) 스마트폰에 (큼직한) 명함이 정말 안 어울린다. 유치하다. 없애!"

옆에 있던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도 반응했다.
"엄마는 참. 이건 정말 좋은 생각이야. 누가 발견하면 쉽게 찾아줄 수 있잖아. 아빠는 천재야!"

스마트폰에 끼어놓은 명함에 아내와 딸은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 민주주의 표 대결로 2 대 1이니 명함을 그대로 끼어놓자."

최근 딸아이가 자기 방에서 혼자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궁금했다.


"너 뭐하니?"
"꼬리표를 만들고 있어."
"왜 만드는데?"
"혹시 잃어버리면 누가 찾아줄 수 있잖아. 우리 학교에서는 아무도 이렇게 하지 않아. 내가 혼자야."


이렇게 딸아이는 필통 속에 있는 볼펜과 연필에 이름과 학급을 기재한 꼬리표를 붙였다.

"아빠도 어렸을 때 이렇게 했는데. 네가 어떻게 알았지?"
"아빠, 내가 아빠를 닮으니 기분 좋지?"
"그래. 친구에게 빌려줘도 나중에 쉽게 돌려받을 수 있겠다."
"맞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1.26 06:11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아파트 입구에서 코드를 누르는 소리가 들렀다. 보통 이 소리에에 우리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딸아이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발걸음이 빠르면 딸아이가 기분이 좋고, 발걸음이 느리면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다린다.

그런데 어제는 평소보다 훨씬 더 늦었다. 계단으로 올라오면서 친구에게 문자 쪽지를 보냈다고 했다. 딸아이가 학교에 있는 오전에 벌써 인터넷으로 영어 시험성적 결과를 알게 되었다.

"축하해. 영어는 만점(10점)을 받았더라."
"고마워. 그런데 지리는 9점을 받았어. 괜찮아. 9점도 좋아."
"그래. 아빠는 학교 다닐 때 지리를 잘했어. 너도 잘할 거야. 조그만 더 힘내. 아빠가 뭐 해줄까? 라면?"
"라면? 정말로?"

라면은 딸아이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 중 하나이다. 라면이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고 해서 자주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딸아이는 좋아하면서도 정말 아빠가 해줄까라고 물음표를 달았다.

보통 라면 한 봉지를 끓이면 물을 조금 넉넉하게 해서 딸에게 듬뿍 주고 찌꺼기는 내가 밥을 말아서 먹곤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배고플 것 같아서 끓인 라면 전부 다 그릇에 담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도 먹어야지."
"아니야. 난 됐어."
"아빠도 먹고 싶잖아."
"아니야. 오늘은 네가 다 먹어."
"아니야, 내가 이렇게 들어줄게."
"아니야, 됐어. 네가 다 먹을 수 있잖아."
"아니야, 아빠도 먹어야지."
"아니야, 네가 다 먹어."

이렇게 몇 차례 서로 우기다가 결국은 딸아이가 졌다.


"사실은 내가 다 먹을 수 있는데 아빠도 먹고 싶으니까 내가 주고 싶었어."
"그래. 항상 내가 조금 덜 먹어라도 남을 배려하는 예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
"아빠가 늘 마음이 예뻐야 된다고 말했잖아."
"그렇지. 나중에는 내 마음이 예쁘다는 것마저도 잊어야 돼."

라면 한 그릇을 다 먹은 딸아이 왈: "아빠, 나 다 먹었어. 정말 맛있었어. 고마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1.23 08:08

금요일은 초등학교 딸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 준비를 도와주는 날이다.

"아빠, 나 오늘 집에 늦게 올 거야."
"왜?"
"친구들하고 같이 시내로 놀러 가기로 했어."

학년이 높아갈 수록 특히 6학년생이 된 후부터는 집에 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예전에는 학교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20분 안에 꼬박꼬박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딸아이에게 보내는 쪽지의 대부분 내용이 아래와 같다. 빨리 집에 와야지......


금요일이라 친구들과 시내 중심가로 가서 감자튀김과 햄버거도 사먹고 놀다가 오겠다고 한다.

"그러면 먼저 집에 와서 책가방을 놓고 가. 무겁잖아."
"아니야, 오늘은 내가 가방을 가볍게 했어. 한번 들어봐."
"그래도 집에 놓고 놀러 가."
"아니야. 친구들도 다 책가방을 가지고 가."
"우리 집 옆을 지나가야 시내 중심가로 갈 수 있잖아."
"책가방 안에 지갑도 있어."
"책가방 안에 지갑을 넣어두면 위험하잖아."
"아빠, 내 친구들 도둑이 아니야."

이 말에 "그럼, 알았다. 너 편한 대로 해."라고 대화를 끝냈다. 

30-40여년 전 학교 다닐 때 종종 누군가 책가방 속에 넣어둔 물건을 잊어버려 훔친 이가 나올 때까지 학급 전체가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고 벌을 선 적이 떠올랐다.

딸아이의 믿음대로 요즈음 그런 일들이 일어나질 않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1.18 06:37

금요일!
일주일 중 딱 한번 학교에 가는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를 지켜보는 날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아내가 맡는다. 금요일 하루만이라도 늦잠을 자고 싶어하는 아내가 결정한 사항이다. 

7시에 일어나 물을 끓여 코코아를 차를 만든다. 빵에 버터를 바른다. 학교에 가져갈 샌드위치를 준비한다. 이날따라 러시아에서 손님이 와서 아침상을 준비하느라 혼자 바빴다.  

등교하려고 집을 나서는 딸아이를 보니 색달랐다. 창이 달린 모자를 가져갔다.

"이건 왜?"
"오늘 학교에 춤파티가 있어."

그리고 얼굴을 내민다. 

"아빠, 어때?"
"향수 냄새네. 초등 학생이 뿌리면 안 돼지."
"괜찮아. 조금 뿌렸어." 
"그런데 아직 남자들하고 춤추지 마."
"아빠는 나를 벌써 큰 사람으로 생각해? 아니야, 아직 어려. 우리 여자들끼리만 춤출 거야."


알고보니 이날 학예발표회가 있었다. 저녁 6시까지 8학년생들이 주도하여 재미난 놀이와 춤 행사가 이루어졌다. 

여긴 오후 4시면 어두워진다. 6시에 행사를 마치자 딸아이는 어두운 길에 혼자 오니까 학교까지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 가야지... ㅎㅎ

그런데 남자 반친구와 함께 왔다. 올 필요가 없다고 쪽지를 보냈는데 읽어보지 못했다. 딸아이의 가방이 참 무거워보였다. 

"가방 줘. 아빠가 들고 갈게."
"아니야. 학생은 가방을 들어야 예뻐."


이날 학예회에서 친구들이 공연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공연 후 남자들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다고 한다. "학생은 가방을 들어야 예뻐"라는 딸아이의 말이 귓가에 여전히 맴돈다. 이를 통해 학생이 자기 가방을 자기가 들듯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기가 맡은 직분을 충실히 이행하면 좋겠다로 확대해석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1.12 07:36

우리 집 상주 식구는 세 사람이다. 그런데 세 사람이 다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주말뿐이다. 직장과 학교 등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아침 7시 10분에 일어나 40분에 학교에 간다. 금요일을 제외하고 아내가 일어나서 아침 식사와 차를 준비한다. 딸아아는 6시간 혹은 7시간 수업을 마치고 보통 오후 2시나 3시쯤 집에 돌아온다.  

아내는 월, 수, 목 오후 1시에 직장으로 가서 오후 7시에 돌아온다. 나는 화요일과 목요일 대학교 한국어 강의를 빼고는 대부분 집에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 점심을 챙기고 음악학교로 보내는 일은 내 몫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아무리 다른 일로 바쁘더라도 주말에는 식탁에 앉아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이번 일요일 식탁에 앉았는데 딸아이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아빠, 왜 내가 한국 사람인 줄 알아?"
"당연하지. 아빠가 한국 사람이니까."
"그거 말고. 다른 것?"
"뭘까?"
"한번 봐. 내가 어떻게 앉아있는 지."


딸아이는 학교에서도 유일하게 이렇게 앉는다고 말했다. 이 앉는 자세가 바로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시켜주고 한국 사람임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두 다리를 의자에 놓고 한 쪽 다리를 올려서 앉는 것이다. 그 다리의 무릎에 팔꿈치를 얹는 자세이다. 

"왜 그 자세가 한국 사람 것이라고 생각해?"
"한국에 있을 때 많이 봤어.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
"그러면 네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또 증명해봐."
"난 김치도 먹고, 라면도 정말 좋아하고, 미역국, 김밥. 불고기, 배, 대추, 감, 석류 등을 잘 먹잖아."
"그건 한국 사람이 아니라도 잘 먹을 수 있잖아."
"아니야, 내 친구들은 못 먹어."
"네가 스스로 한국 사람이다는 것을 느끼는 것 자체가 좋아.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한국말을 할 수 있잖아. 앞으로는 말뿐만 아니라 글도 알아야 돼. 오늘은 반드시 한국어 책을 베껴쓴다. 알았지?"
"예, 아버님. 사랑해요."

비록 한국에 살지 않고 또한 반쪽이지만, 일상 생활에서 이렇게 자신이 왜 한국 사람인 점을 스스로 찾아내고 확인해보는 딸아이가 너무 고맙고 기특하다. 

아래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옛시청 건물에서 딸아이가 한국의 가을 노래 - 노을을 부르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벌써 단풍잎이 다 떨어지고, 이제 첫눈을 기다리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1.06 06:51

어제 11월 5일 딸아이가 만 12살이 되었다. 같은 띠를 만나는 뜻깊은 생일이라 다른 해와는 좀 다르게 축하해주고 싶었다. 가까운 친구들뿐만 아니라 같은 도시에 사는 일가 친척도 초대하기로 했다. 보통 생일 행사는 선물과 친구 초대였다. 


딸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아내는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나는 12개의 풍선을 불어서 거실에 주렁주렁 매다는 것이었다. 공기를 넣는 도구가 있어서 힘은 덜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학교에 돌아온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 저 풍선 누가 매달었어?"
"내가."
"정말 고개 아파겠다."


천장을 향해 고개를 쳐들면서 풍선 12개를 매다는 일이 딸아이에겐 아주 어려운 일로 비쳐졌다. 바닥에서 풍선을 실로 묶어서 걸기만 했는데 말이다. 진실은 말하지 않았다. ㅎㅎㅎ 

자, 그럼 아내의 일은 무엇이었을까?

딸아이의 침대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딸아이가 가지고 놀았던 인형들을 모두 올려놓았다. 딸아이는 자기가 애주중지 사용하던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인형들을 상자 세 개에 다 담아놓았다. 


아내는 딸아이가 이제 12살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더 더욱 인형하고 놀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상자에서 인형 모두를 꺼내 전시했다. 마치 인형들이 그 동안 놀아준 데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동시에 생일을 축하케했다. 앞에는 긴 풍선을 놓았다. 풍선에는 한국어. 리투아니아어, 영어, 에스페란토 4개 언어로 "생일 축하해요"라고 썼다. 


학교에서 돌아와 자기 방에 들어온 딸아이의 반응은 그야말로 환상적었다. 엄마의 깜짝 축하에 기분이 최고였다. 

풍선을 불어 매달고, 미역국을 끓이고, 여러 음식을 요리하고, 손님들을 접대하는 데 하루 종일을 보냈다. 특히 아내의 인형 축하 발상은 최고였다. 인형들이 축하하면서 "이젠 어린 시절은 안녕!"이라는 암시를 하는 듯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딸아이는 행복한 생일을 보냈을 것이라 믿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1.04 06:33

이 블로그를 시작한 날인 11월 22일이 오면 꼭 만 6년이다. 종종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딸아이는 내일이면 만 12살이 된다.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생일이니 선물이 필요하다. 선물를 주는 일은 쉽지만, 선물을 선택하는 일은 참 어렵다.

어느 정도로 해야 적당하고, 무슨 선물을 해야 받는 사람이 좋아할까...... 

딸아이 친구들은 지난 주말 "무슨 선물을 원하니?"라고 문자로 딸에게 물어왔다. 이에 딸아이는 "딱히 필요한 것은 없지만, 네 마음이 원하는대로 해."라고 답했다.

며칠 전 대학생인 큰딸 친구가 생일을 맞았다. 두 친구가 축하하기 위해 기발한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 생일을 맞은 친구가 곧 프랑스 파리로 교환학생으로 갈 예정이다. 그래서 이들은 상자 표면에 색종이로 프랑스 국기를 장식했다. 


그리고 상자 안에 치즈, 프랑스를 상징하는 바게트빵과 프랑스산 포도주를 넣었다. 재치있는 이들의 선물 선택에 우리 식구들은 박수를 보냈다. 

자, 이제 그렇다면 딸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1년 중 딸아이가 부모로부터 선물을 기다리는 날은 딱 두 날이다. 성탄절과 생일이다. 성탄절에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원하는 선물을 편지로 부탁한다. 생일에는 미리 가지고 싶은 물건을 부모에게 부탁한다. 

"올해는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니?"
"당연히 스마트폰이지."
"너무 비싸잖아. 왜 스마트폰이데?"
"화면이 크고, 인터넷도 할 수 있고, 또 아빠에게 한글로 쪽지도 보낼 수 있고......"
"이유가 참 많다. 학급 친구들도 가지고 있나?"
"있지. 많지는 않지만 가지고 있어."
"나중에 사면 안 될까?"
"한 해라도 빨리 카카오톡으로 아빠하고 한글로 쪽지 보내기를 하고 싶어."

모태부터 지금까지 딸아이와는 한국어로 대화한다. 가끔 보내는 문자도 로마자를 이용해 한국어로 주고 받는다. 그런데 영~ 엉망이다.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아래는 딸아이와 최근 주고 받은 문자 쪽지이다. 


한국어 철자에 맞게 정리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신데랄라 좀 써 오늘은."
"어디에 있어?"
"일어났니? 우리가 리나 묘에 있다."
"내가 집에 혼자 있어?"
"아니. 빌류스도 있지."
"아~. 빨리 집에 와."
"알았다. 물고기 먹어라. 그런데 조심. 뼈가 있을 수 있다."
"내가 또 잘거야. 안녕."

물론 횟수는 많지 않겠지만, 편하게 한글로 쪽지를 보내고 싶다는 딸아이의 말에 "아, 그래 이제는 사줘야겠네."라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딸아이가 얼마나 정확하게 한글로 문자를 쓸 지 궁금하다. 스마트폰 덕분에 딸아이가 말하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쓰는 한국어에도 조금씩 익숙하게 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0.01 06:00

리투아니아인 아내 쪽으로 친척이 한 명 있다. 리투아니아 여자인데 이집트 남자와 결혼했다. 서로 열렬히 사랑할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들은 지금 3살된 아주 예쁜 딸을 두고 있다.

생김으로는 리투아니아인보다 이집트인에 더 가깝다. 아이가 점점 자라감에 따라 특히 외할머니의 걱정도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고, 이해할 만하다. 

리투아니아는 다민족 사회이다. 특히 60여만명 인구 빌뉴스는 리투아니아인이 57.8%이다. 하지만 서유럽 도시에 비해 다른 인종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학교에 들어가면 생김새 때문에 귀여운 손녀가 겪을 마음 고생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이것이 기우에 그칠 수도 있다. 

외할머니는 이들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떠나 영국 런던 등지에서 손녀를 키우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런던에도 차별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리투아니아에서처럼 군계일학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듣고, 함께 있던 초등학교 6학년생 딸에게 물어보았다. 

"네 학교에서 아빠가 유럽인이 아니라고 학생들이 뭐라고 안 해? 너를 놀린다거나 따돌린다거나"
"아니. 그런 것이 없어."
"그래도 뭐랄까 너를 다르게 본다거나"
"아, 1학년부터 쭉 같이 다닌 학생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런데 전학온 학생들이 종종 뭐라고 해."
"뭐라고?"
"나를 중국애라고 부른다거나, 눈이 좁은 아이라든가."
"그러면 너는 어떻게 반응하는데?"
"간단해. '안녕!'이라고 말하고 그냥 내 일을 계속해."
"마음이 좀 이상하거나 아프지 않아?"
"전혀. 안 그래." 

학교에서 밝게 생활하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며칠 전 딸아이가 학급에서 하는 재미난 놀이를 소개했다. 점점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고, 30명인 학급 내에서 친한 친구들끼리만 어울리게 되는 때이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놀이를 생각해냈다.

매주 한 번씩 각자가 다른 학급생 1명의 이름을 쓴 쪽지를 바구니에 넣는다.
매주 이름은 달라야 한다.
쪽지를 꺼낸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이름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일주일 동안 쪽지의 학생에게 아무도 심지어 그 학생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좋은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관심을 가져준다거나, 칭찬을 한다거나, 학업을 도와준다거나 과자를 준다거나......

매주 돌아가니 그 동안 서먹했던 학급생과도 서로 좀 더 알게 된다. 이 방법을 학생들이 잘 활용한다면 학급 내 따돌림은 없거나 줄어들 듯하다.

딸아이는 잠자기 전에 책가방에 한국에서 보내준 사탕을 12개 넣었다. 쪽지에 적힌 학생에게도 주고, 또 그 친구에게만 주면 눈치채니까 다른 학생들에게도 주려고 12개나 챙겼다. 


"비싼 항공료 주고 한국에서 보내온 사탕인데 너무 많이 가져 간다. 조금만?"
"괜찮아. 있을 때 주는 거야."
"그래, 모두와 즐겁게 지내라. 그래야 학교 가는 재미가 있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9.24 07:11

딸아이가 자람에 따라 방 벽면이 포스터나 사진으로 장식이 되고 있다. 더 어렸을 때에는 텅 비어 있었는데 만 10살 때부터 가수들 사진이 붙여져 있다. 강남스타일이 한창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에는 싸이 포스터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부터 딸아이의 우상이 바꿨다. 새로운 우상은 원 디렉션(One Direction)이다. 나도 이때 처음 알았다. 영국인 리암 페인, 제일 말리크, 해리 스타일스, 루이 톰림슨과 아일랜드인 나일 호란으로 구성된 5인조 남성 밴드이다. 


아직 개봉되지도 않았던 기록 영화 "One Direction: This is us"를 보겠다고 난리를 쳐서 한 달 전에 표를 사기도 했다. 영화를 본 이후 원 디렉션에 홀딱 빠졌다. 그 후 방 네 벽면이 원 디렉션 포스터로 채워졌다. 잘 때 머리 쪽이 있는 벽면에도, 책상 앞 벽면에도, 전등 스위치가 있는 방문 벽면에도, 방문 벽 반대편 벽면에도, 심지어 책상 위에도 원 디렉션이다. 원 디렉션에 너무 집착하는 듯해서 걱정스럽다.


"아빠, 난 원디렉션하고 결혼할 거야."
"정말? 옛날에는 한국 사람하고 결혼한다고 했잖아."
"그건 옛날이지."
"아직 어린 데 벌써 결혼할 생각하면 너무 빠르다."
"친구들도 벌써 정했어."
"아빠, 저기 원 디렉션 중에 누가 제일 잘 생겼어?"
"글세, 왼쪽에서 두 번째."
"바로 그 사람이야."
"이 세상에 수 많은 언니들이 너처럼 저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어할 거야"
"알아. 하지만 내가 이길 거야."
"어떻게?"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인기있는 사람이 될 거야."
"그래? 그럴 마음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그 마음을 가져도 되겠다. 네가 인기 있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저 사람이 너를 쳐다볼 확률이 높지."  

한편 엄마도 걱정스러워했다. 

"우린 네가 너무 원 디렉션에 관심을 두는 것이 싫어."
"왜?"
"부모나 공부 대신에 네가 너무 원 디렉션에 푹 빠지기 때문이다."
"난 이제 아이가 아니고, 점점 자라고 있어.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엄마 어린 시절에는 모든 엄마 또래 아이들이 리투아니아 농구 영웅 사보니스의 아내가 되길 꿈꾸었다. 그런데 봐! 아니잖아. 아내는 딱 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제 12살 네가 그런 꿈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그 허황된 꿈을 버리고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좋겠다."

아내와 딸의 대화를 전해듣고 아내에게 말했다.

"어느 하나를 두고도 부정적으로 조언할 수 있고, 긍정적으로 조언할 수 있다. 비현실적인 꿈이라도 어떻게 활용하는냐에 따라 좋은 결과를 나을 수도 있으니까 우린 앞으로 그렇게 딸아이를 키우자."
"당신 말이 맞지만, 그래도 허황된 꿈은 일찍 깨우쳐주는 것이 내 경우를 봐서는 좋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가르치면서 딸아이가 스스로 터득해 나가게 하는 좋겠다."
  
일반학교에서 돌아온 후 잠시 쉰 딸아이는 음악학교에 가려고 현관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딸아이 귀에는 MP3 수신기가 꽂혀 있었다.

"너무 자주 노래를 들어으면 재미 없잖아. 오늘은 MP3 플레이어를 가지고 가지 마라."
"안 돼. 원 디렉션 음악을 들으면 내 마음이 좋아져." 
"그러면 아빠 말도 조금 들으라. 알아서 적당하게 들어라."

사실 딸을 둔 어느 아빠들처럼 나도 모질지가 못하다. "음악없이 살 수 없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딸아이, 만약 혹시 훗날 가수가 된다면 듣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9.23 06:12

어제 일요일 비가 오지 않을 같아서 점심 후 아내가 부추겨서 식구 셋이가 함께 도심으로 산책을 나갔다. 얼마 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정형적인 가을비다. 집으로 돌아올까, 아니면 가게에 들러서 올까를 고민하게 하는 중간지점이었다.

이왕 집 밖에 나왔으니 잠시 후에 비가 그칠 기대로 가게까지 가기로 했다. 가게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나니 비가 조금 더 굵게 내렸다. 이때 선택하기에 딱 좋은 것은 찻집이나 식당이다. 가게 앞 피자집이 눈에 확 들어왔다. 

피자집 할인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아내의 말은 아버지와 딸의 단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피자를 다 먹은 후 영수증을 기다리는 동안이었다. 딸아이가 이쑤시개 네 개를 잠바 주머니에 쓸쩍 넣는 것을 보았다.


"아빠 딸, 아빠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뭔데?"
"바로 지금처럼 네가 남의 것을 함부로 가져가는 것이야!"

딸아이는 "아빠가 그런 말을 하니 내 가슴이 콩당 깜짝 놀랐잖아!"라면서 잠바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던 이쑤시개를 식탁 위 통 안으로 다시 넣었다.

"내가 사용하지 않은 이쑤시개 네 개를 가져가고 싶었어. 하나는 엄마, 하나는 나, 하나는 아빠 것이지. 그리고 하나만 더 가졌다. 그런데 아빠는 왜 호텔에서 샴푸(머리비누)를 가져오는데?"

여름철 발트3국 관광안내사로 일하면서 투숙한 호텔에서 샴푸를 가져오곤 했다. 어릴 때부터 비누로 머리를 감은 데 익숙해져 샴푸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딸아이는 아빠의 행위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다. 

"아빠는 아빠 몫으로 나온 것을 사용하지 않고 가져오는 것이고, 너는 필요 이상으로 더 가져가려고 하니까 문제이지."
"알았어. 안 가져갈게."

* 딸아이는 다시 이쑤시개를 통 안에 넣었다.

피자집에서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는 말했다.

"사실 내가 이쑤시개 여러 개를 잠바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야. 밖에서 꼬치고기를 먹을 때 보통 이 잠바를 입잖아. 이 잠바에 이쑤시개를 넣어두면, 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네가 그렇게 멀리 내다보는 생각을 하고 있었네. 아빠가 미안해. 하지만 집에 있는 이쑤시개를 그 주머니에 넣으면 더 좋잖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9.16 07:30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어딘가에 연필로 키를 잰 자국이 있을 법하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딸아이 방문 입구에 있는 기둥에는 기회있을 때마다 잰 딸아이의 키 크기가 표시되어 있다.


언젠가 학부모 모임이 있어 딸아이 학급을 찾았다. 그런데 딸아이 책상이 첫 줄에 있었다. 이유는 뻔하다. 키가 작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키 순서로 책상 위치를 지정받을 때 나는 항상 제일 첫 줄이었다. 딸아이를 바라보면서 괜히 미안했다. 키 작은 아빠의 유전자를 받아서 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키는 정말 아빠 닮지 말아라'라고 속으로 기도해보았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키가 작다고 하면 늘 내가 농담으로 하던 답이 있다.

"땅에서 위로 키를 재면 너가 더 크지만, 하늘에서 머리까지 키를 재면 내가 더 크다. ㅎㅎㅎ"


어제 아침 웬지 딸아이가 훌쩍 커진 것 같았다. 그래서 키를 한번 재보자고 했다. 결과는 짐작이 맞았다. 3주만에 딸아이가 무려 2.5cm나 자랐기 때문이다.


"우와~ 조금 있으면 아빠보다 더 크겠다. 어떻게 그렇게 커졌니?"
"봐! 내가 우유와 치즈를 많이 먹으니까."
"그래 앞으로도 쭉~ 많이 먹어라. 우리 집에서 제일 키가 큰 사람이 되어라."

조금씩 자라다가 이렇게 한 순간에 커지는 경우가 어디 딸아이의 키에만 국한될까...... 이날 딸아이의 키를 잼으로써 갑자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갖지 말고 꾸준히 하다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9.13 06:22

이번 여름 에스페란토 국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딸아이와 함께 리투아니아 북동지방에 위치한 도시 우테나(Utena)에 갔다. 인구 3만명의 이 도시는 주변에 호수들이 많아서 여름철이면 많은 휴가객들이 찾아온다. 

도심에 깨끗한 호수가 있어 이른 아침부터 낚시하는 사람들, 호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밤에는 음악 분수대가 있어 사람들을 호수로 다시 끌어모운다.
 


어느 날 우테나 도심을 산책하는 데 갑자기 딸아이가 외쳤다.

"대한민국이다!"
"왜?"
"저기 벽에 봐!" 


지역 잡지를 광고하는 내용이다. 윗 부분에 태극기와 대한민국 글자가 선명한 옷을 입은 사람이 있다. 


"너는 눈도 밝다. 저렇게 작은 것도 보이니?"
"내가 한국 사람이니까 보이지."
"그래 맞다. 하지만 아빠가 너한테 한국말을 가르쳤기 때문이지."
"고맙습니다, 아버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9.09 06:11

우리 집 애완동물은 난쟁이 햄스터이다. 초등학생 딸아이가 돌본다. 지난해 성탄절에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딸아이는 햄스터에게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고, 햄스터를 "길레(도투리라는 뜻)라 부른다.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길레야, 엄마 왔어. 잘 있었어?"라고 말한다.

"자, 할아버지하고도 놀아야지?"라면서 종종 딸아이는 햄스터를 내 손에 놓는다. 햄스터는 손바닥에서 어깨까지 살금살금 기어올라간다.    



최근 딸아이는 아빠에게 카메라를 준비하라고 했다.

"아빠, 내가 길레를 재울 수 있어."
"어떻게?"
"잘 보고 촬영해."

딸아이는 길레는 손에 보듬고 소파에 누웠다. 


잠시 동안 길레는 딸아이 손의 포근함에 정말 잠이 들었다.


한 동안 길레는 작은 철망 우리 대신 넓은 거실을 우리 삼아 잠에 빠졌다. 말은 서로 통하지 않지만 딸아이와 햄스터는 이렇게 교감하며 즐거워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9.05 06:05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엔 벌써 가을이 왔다. 아파트 실내온도가 20도이지만, 6월이나 7월의 20도와는 사못 다르다. 그땐 양말 없이도 지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금방 발이 시리는 것을 느낀다. 어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딸아이를 보니 양말을 안 신었다.

"양말 신어야지! 환절기엔 쉽게 감기가 들 수 있어."
"그럼, 아빠가 내 양말을 줘."
"어디 있는데?"
"옷장 서랍에 있지."

모처럼 딸아이의 옷장 서랍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양말 정리가 참 잘 되어 있었다.


"엄마가 이렇게 정리했니?"
"아니. 내가 했지."
"어떻게 이렇게 양말을 잘 개었니?"
"내가 한 거야. 아빠도 한번 해볼래? 내가 가르쳐 줄게."

이렇게 초등학생 딸아이가 깔끔하게 양말을 개는 법을 아빠에게 가르쳐주었다. 어릴 때부터 양말을 개는 방법은 이렇다. 양말 두 짝을 포개놓고 위에 있는 짝의 목을 뒤집어 아래에 있는 짝의 목을 감싸는 것이다.

* 어릴 때부터 사용한 방법으로 내가 갠 양말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가 가르쳐준 대로 한번 개어보았다. 포개놓고 밑에서 말은 것을 아래 짝의 양말목에 집어넣는다.   

* 딸아이가 가르쳐준 양말 깔끔하게 개는 법

내가 갠 양말
초등 딸이 갠 양말

딸아이의 개는 법과 비교해보니 내가 갠 양말은 부피가 더 크고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한다. 이제부터는 딸아이의 양말 개는 법에 익숙해져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9.04 06:19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 되었다. 9월 2일 개학식을 다녀왔고, 화요일 처음으로 6시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먼저 이번에 가장 달라진 점은 교복 착용이다. 학교가 교복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제 무슨 옷을 입고 학교에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또한 엄마와 아침부터 옷 선택으로 실강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상의만 통일된 교복이고, 하의는 학생들 마음대로 입을 수 있다. 

* 교복 입은 요가일래

딸아이의 교복을 보니 학교 문장이 특이했다. 학교 이름 오른쪽에 있는 말풍선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각각 세 개 있다. 의문을 가지고, 그 의문을 해결한 후 얻은 기쁨을 느낌표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 학교 문장

화요일 딸아이가 학교에 간 후부터 우리 집은 허전했다. 여름 방학 동안 식구 모두가 같이 있을 때에는 몰랐는 데, 딸이 없으니 아내가 있어도 집안은 공허감이 돌았다.

"요가일래 언제 오나?"
"벌써 그리워?"
"없으니 집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딸아이가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나자, 각자의 방에서 있던 아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함께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보고 싶었어."
"그래?"
"나 또 학교 가고 싶어."
"금방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또 학교에 가고 싶다고?"
"그래."
"왜?"
"새로 전학온 학생이 둘이 있는데 정말 좋아. 같이 많이 놀고 싶어."
"그러면 네 짝궁이 질투하지 않을까?"
"아니야. 우리 둘이 하고, 새로운 친구 둘이가 모두 친하게 되었어. 새로 온 학생이니까 잘 모르잖아. 그래서 우리가 도와줘야 해."
"좋은 생각이다." 

딸아이 반은 제일 처음에는 25명이었으나, 중간에 들어오는 전학생들로 지금은 30명이다. 나도 시골에서 5학년을 마칠 쯤 대도시로 전학했다. 당시 시골 촌놈이라 따돌리는 대신 함께 놀아준 도시 친구들이 있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해주었다.

"너도 아빠 친구처럼 새로운 학생들을 잘 보살펴줘라."
"알았어. 새로운 학생이 있으니까 학교 가는 재미가 더 있어서 좋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9.03 06:12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9월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9월 2일 월요일 오후 빌뉴스 도심에는 여기저기 개학한 학생들의 무리들이 시끄럽게 돌아다녔다. 딸아이는 이제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 리투아니아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생이 되었다. 

9월 2일 개학식이었다. 우리 부부 늘 지금까지의 개학식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딸아이가 혼자 가겠다고 했다. 걱정되었지만, 딸아이가 자랐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딸의 의견을 존중했다.

뭐니해도 성장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은 방 가구 재배치이다. 그 동안 언니가 사용하던 방을 그대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제 6학년이 되자 스스로 방 가구를 배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최근 출장에서 돌아오자 딸아이는 확 달라진 자신의 방을 보여주면서 자랑했다.

"아빠, 내 방 한번 볼래? 눈 감아!"

눈을 감고 복도를 따라 딸아이의 방에 도착했다.


"짜짠~~~ 이제 눈 떠!"
"우와!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니? 누구 생각이냐? 엄마 생각? 아니면 네 생각?"
"물론 내 생각이지."
"참 잘 했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가구 옆에 하얀 상자였다. 

"이건 뭔데?"
"장난감 상자야."
"샀어?"
"아니. 내가 직접 만들었지."
"어떻게?"
"어렸을 때 맛있게 먹었던 배 상자 알지?"
"그래."
"바로 그 상자에 종이 옷을 입혔어."


딸아이는 궁금해하는 아빠에게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헌책 종이를 하나하나 붙여서 만들었다. 비록 단순한 일이지만, 여러 시간을 쏟아서 완성했다. 


부모가 쉽게 해주는 것보다 혼자 구상하고 자기 방을 꾸민 초등 딸아이가 이젠 정말 자랐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요즘 들어 딸아이는 "아빠, 나도 이제 자랐어. 할 수 있단 말이야. 하게 해줘."라는 말을 부쩍 자주 한다. 이는 사춘기에 점점 접어들고 있음이다. 별 탈없이 넘어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8.22 06:52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를 통해 다문화 가정 딸아이의 성장 과정을 기회있는 대로 소개했다. 가장 먼저 올린 글을 확인해보니 "러시아어 유치원 재롱잔치"였다. 2007년 11월 28일에 올린 동영상 글이다. 

유치원에 다니던 딸아이는 지난 6년 동안 얼마나 성장했을까......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면 그야말로 '폭풍성장'이다. 이제는 아이가 아니라 점점 애띤 숙녀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일전에 친구집에서 찍은 요가일래의 모습이다. 


이번 9월 1일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친구집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무슨 큰 것을 터득한 듯 자랑했다.

"아빠, 내가 신기한 과학 놀이를 보여줄게/"
"그래?! 뭔데?
"잘 봐! 정말 신기해."


"우와~~ 신기한 발견이네."

사실 누구나 어린 시절 이런 과학 놀이를 했을 법하다. 어린 시절 물을 채운 양동이에 끈을 메달고 돌리면 물이 쏟아지지 않는 것을 놀이 삼아서 즐겨하던 때가 떠올랐다. 

"이런 것은 아빠도 어렸을 때 많이 한 쉬운 놀이야"라고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비록 작은 발견이지만 딸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통해 경험하는 것을 존중하고 싶어서 칭찬하고 싶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8.14 06:23

초등학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빌뉴스에 사는 한국인 친구가 한 명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난 둘이는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도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곤 했다.

이번 여름 방학 때 요가일래는 그 친구 집에 다녀와서는 배운 "묘기"를 보여주겠다면 소개했다, 컵송이다.
   
"아빠도 해봐! 정말 쉬워!"
"그런 어려운 것을 아빠에게 시키니... 그런데 노래를 부르면서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맞아. 나중에 그 친구와 같이 할게."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들었는데 며칠 후 우리 집에 그 친구가 방문했다. 막 출장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요가일래는 부탁했다.

"아빠, 우리가 노래하는 것을 찍어! 잘 찍어야 돼!"
"알았어."


둘이는 거의 7년 동안 친구의 정을 나눴다, 그런데 바로 친구가 한국으로 곧 돌아가게 되었다. 둘의 우정을 간직하기 위해서 요가일래는 "아빠, 잘 찍어야 돼"라고 말을 한 듯했다. 


정말이지 어제 친구가 빌뉴스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제 둘이 언제 다시 얼굴을 서로 볼 수 있을 지는 기약이 없다. 먼 훗날 이 영상을 보면서 이들은 그 때 그 시절을 더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의 우정이 오래 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8.08 07:04

딸아이 요가일래의 근황을 자주 알려달라는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 독자들이 있다. 여름철에는 발트 3국 관광안내사로 일하느라 가족과 함게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지 않다. 지금도 가족과 함께 떨어져 있다. 우리 가족은 나를 제외하고 지금 리투아니아 발트해 해변 도시인 니다(Nida)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다. 어제 늦은 밤에 딸아이에게 전화했다.

"지금 뭐하니?"
"이제 자려고 해."
"아빠는 뭐해?"
"일하지."
"무슨 일?"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해. 얼마 전에 네가 영어로 쓴 글을 아빠 블로그에 올려도 돼?"
"돼. 올려도 돼."
"좀 틀린 데도 있지만, 그래도 너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올리자."
"그래. 그럼, 잘 자!"

이렇게 딸아이의 허락을 받았다. 얼마 전 리투아니아 북동지방 도시 우테나(Utena)에서 국제 에스페란토 행사가 열렸다. 마침 아내와 함께 원불교 성가를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러시아인 친구도 참석하게 되었다. 우리 셋이는 행사 기간 중에 따로 시간을 내어서 함께 번역을 다듬었다. 


이때 딸아이는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요가일래는 삼성 아티브(ATIV) 노트북으로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컴퓨터 게임을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빠, 내가 혼자 뭐했는지 궁금하지?"
"물론이지. 뭐했어? 게임했지?"
"여기 봐!"

우선 아티브의 S노트이다.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이것을 몰라서 안 사용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생 딸아이는 이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두 번째는 영어 작문이다. 사전도 없이 딸아이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척척 자신의 생각을 사진까지 넣어가면서 기술한 것에 놀랐다. S 노트의 이미지 보내기 기능으로 딸아이의 영어 작문을 소개한다. 


비록 문법적으로는 완벽하지 않지만, 딸아이의 이런 영어 창작 욕구가 반짝 충동에 그치지 않고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참고로 아래는 딸아이가 6살 때 직접 영어로 생각해낸 오리 이야기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7.29 07:10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접경 지대 푼스크(Puńsk, Punskas)를 다녀왔다. 폴란드 영토인 푼스크는 인구가 천명이고, 80% 이상이 리투아니아인이다. 일명 폴란드내 리투아니아인 수도로 불린다.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친구의 처가가 바로 이 동네에 있다. 우리가 바르샤바까지 가기에는 멀어서 그의 처가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친구는 모처럼 방문한 우리를 이 지역의 유명 관광명소로 안내했다. 그 중 하나가 폴란드에서 가장 높은 철도 다리로 알려진 스탄치키(Stańczyki)이다. 이 마을은 2차 대전까지 독일(동프로이센)에 속했다.


다리의 총 길이는 200미터, 높이는 36미터, 다섯 개의 아치로 구성되어 있다. 각 아치의 길이는 15미터이다. 다리는 두 개로 되어 있는데 북쪽 다리는 1912-1914년, 남쪽 다리는 1923-1926년에 세워졌다. 지금은 철도가 폐쇄되었고, 관광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리 위를 걸어보고 주변을 산책하는 데 입장료가 4즐로티(약 1500원)이다. 


이날 날씨가 몹시 덥고 또한 36미터 위로 올라가야 하므로 초등학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몹시 힘들어했다.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는 재미난 발상 하나를 떠올렸다. 땋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생기있게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게으름이나 핑계를 찾아서 다리 위로 올라가지 않겠다고 딸아이가 선언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이렇게 가쁜한 걸음을 해준 딸아이가 고마웠다. 이것이 기끼어 명소를 안내하고 있는 폴란드 친구의 성의에 보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땋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가는 딸아이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마치 땋은 머리가 기관차가 되어서 더위에 지친 딸아이의 몸믈 견인해 철도 다리를 건너게 해주는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7.22 05:49

발트 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느라 이번에는 10일간 계속해서 집을 비웠다. 이 사이에 아내와 딸은 아내의 고향인 지방도시로 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아무도 없는 집을 향해 빌뉴스 버스 정류장을 나섰다. 혼자 식사는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면서 느리게 발걸음을 옮겼다. 

보통 아내는 여러 날 동안 집을 비우면 냉장고에 음식을 남겨놓지 않는다. 오는 도중에 가게에 들러 빵, 치즈, 상추, 토마토, 복숭아 등을 샀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복도에 의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천장에 있는 전구를 교체하다가 그만 의자를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노란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쪽지에 사용한 언어는 아쉽게도 한국어가 아니라 국제어 에스페란토다.


1. 아빠, 다른 곳에는 절대 가지 말고 침실로 가서 베개 밑을 봐!


2. 달콤하게 과자를 먹은 후에 요가일래 방으로 가서 가구 유리문에 있는 것을 봐!


3. 아빠, 아빠의 삶이 달콤하기를 원해? 그렇다면 거실에 있는 소파로 가봐!


4. 이 과자를 맛보고 아빠 방으로 가서 소파에 앉아봐!


5. 이 맛있는 과자를 먹어봐! 하지만 아빠의 삶이 더 달콤하기를 원해? 아직 충분하지 않아? 그렇다면 FINNAIR 꼬리표가 있는 아빠 서랍장 서랍을 열어봐!


도대체 최종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혹시 한국을 방문하라고 Finnair(핀에어) 비행기표를 사놓지는 않았을까... 별별 생각이 떠올랐다. 


6. 아빠, 엄청 즐기고 아내와 딸에게 전화해!


삼성 갤럭시 노트 2 똑똑전화(스마트폰) 곽을 열어보니 다음과 같은 쪽지가 있었다.

"달콤함으로 아빠는 벌써 날아가고 있어?"  
(핀에어 꼬리표는 기분이 좋아서 날아가라는 뜻이구나......)


출장으로 집을 비운 동안에 아내와 딸은 내가 가지고 싶었던 똑똑전화(스마트폰)을 선물로 구입해놓았다. 똑똑전화 선물도 감동적이지만, 식구가 없는 빈 집에 이런 쪽지를 남겨놓은 것 그 자체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빈 집에 이 쪽지들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 멀리 있어도 가족이고, 가까이 없어도 가족이다.'라고 독백을 해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6.27 09:25

올해 한국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딸아이가 공항에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언제 아빠가 가장 보고 싶었어?"
"아빠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아빠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공항에서 아빠를 기다리면서 내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어."
"아빠가 자주 말했잖아. 아빠를 사랑하되 사랑하지 마.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아."
"뭔데?"
"그러니까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랑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프지 말라는 말이잖아."
"그래"

이날  비행기에 오래 앉아 오느라 굳어진 등을 딸아이가 안마해주었다. 
"네가 안마를 해주다니!!! 고마워."
"그런데 앞으로도 내가 원할 때 아빠에게 안마해줄게."
"피아노를 쳐서 그런지 손가락 끝이 아주 맵네".
"엄마 손가락 끝이 더 맵지."

며칠 전 지방 출장을 떠나기 전 곧 영국에 있는 언니를 방문하기 위해 떠날 딸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아빠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아빠도 나 보고 싶을 거지?"
"물론이지. 그런데 아빠 말 기억해?"
"알아. 사랑하되 사랑하지 마."
"좋아하되 좋아하지 마. 싫어하되 싫어하지 마. 사람은 집착이 없어야 돼."

* 사진출처: https://www.facebook.com/jogaile.cojute / 
  짐을 싼 후 떠날 준비 인증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딸아이

요즈음은 집을 비우는 날이 거의 대부분이라 딸아이와 페이스북으로 대화한다. 오늘 아침 비행기로 영국으로 떠나는 딸아이에게 쪽지를 남겼다.  

"영국에 잘 갔다가 와~~~. 엄마 말을 잘 듣고, 언니하고 잘 놀아라!!! 안녕~~~"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6.17 05:55

발트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느라 3주 정도 집을 비우게 되었다. 이 도시 저 도시, 이 나라 저 나라로 돌아다녔다. 인터넷 덕분에 페이스북이나 스카이프 등으로 집에 있는 식구들과 자주 연락을 서로 할 수 있으니 집을 떠나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그래도 출장은 출장이다. 같이 부대끼면서 살다가 잠시지만 가까이 없으니 허전하다. 

* 리투아니아 트라카이

*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 에스토니아 탈린

* 라트비아 리가

지난 토요일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바빠서 선물을 사오지 못했어 미안해."
"괜찮아. 아빠가 집으로 온 것이 선물이지. 그리고 나하고 같이 놀아줘."
"무슨 놀이?"
"우리 탁구 치자. 옛날처럼 노래하면서 치자."


노래 한 곡을 다 할 때까지 탁구를 친다. 하다가 중간에 공이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노래한다. 


이렇게 출장에서 돌아와 한국 동요 "반달"을 부르면서 딸아이와 정겨운 시간을 가졌다. 선물 안 사왔다고 토라지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 좋은 선물이라고 즐거워하는 딸아이가 고맙다. 지친 몸이었지만, 딸아이와 기꺼이 탁구 놀이를 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5.13 06:33

딸아이는 곧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친다. 9월 1일 시작되는 6학년부터 달라지는 과목이 하나 있다. 제2 외국어이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빌뉴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가 특화된 초등학교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프랑스어와 영어 중 하나를 선택해서 2학년 때부터 배운다. 물론 이렇게 선택한 제1 외국어는 졸업할 때까지 배운다. 

6학년부터는 제2 외국어 교육이 시작된다. 선택할 수 있는 언어는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가족은 별 다른 고민 없이 러시아어를 선택했다. 그런데 걸림돌이 하나 있다. 리투아니아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는 제2 외국어로 러시아어가 없다. 프랑스어, 영어와 독일어만 있다.  

"아빠,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어. 제일 좋은 고등학교를 가려는 학생은 러시아어를 선택할 수가 없어."
"왜?"
"그 학교는 러시아어가 없어."
"안 좋다. 원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러시아어도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게."
"너는 그 학교에 가고 싶어?"
"가고 싶지만 어려워."
"그 학교에 안 가도 돼지?"
"그래."
"그럼, 문제는 해결됐어. 러시아어를 선택하자. 어느 슬라브어 하나를 알면 다른 많은 슬라브어를 이해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된다."

* 제2 외국어로 러시아어 선택 동의서

소련시대 공용어였던 러시아어는 리투아니아가 1990년 독립을 선언한 후부터 배척되었다. 소련시대 우대를 받았던 러시아어 교사들은 교직을 그만두거나 새로운 과목으로 전환해야 했다. 이때 많은 교사들이 영어나 리투아니아어 교사가 되었다. 학교에서는 러시아어 대신 영어가 자리잡았다. 이 결과로 대부분 20-30세 이하의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러시아어에 대한 지식이 없다.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나이에 우리 부부는 고민했다. 리투아니아어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러시아어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비록 찬밥 신세에 처해 있지만, 언젠가 다시 러시아어가 각광 받을 날이 올 것이다라는 기대로 러시아어 유치원을 결정했다.

3년을 다니는 동안 딸아이는 러시아어가 아름답다고 하면서 모국어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어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어 그 동안 러시아어를 많이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제 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배운다면 그 옛날 뇌에 자연스럽게 저장된 러시아어가 쉽게 표출될 것이다.


* 유치원 시절 5개 언어로 노래하는 요가일래

러시아어가 없는 최상의 학교에 가지 못하더라도 러시아어를 잘 하면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기대한다. 영어로는 서쪽으로 러시아어로는 동쪽으로 간다면, 훨씬 더 폭넓은 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5.13 06:33

며칠 전 초등학교 5년생인 딸아이의 수학 숙제 때문에 잠시 동안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학교에 일하러 집을 나서면서 아내가 부탁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당신이 요가일래의 수학 숙제을 도와줘."

'초등학교 수학 문제쯤이야 쉽게 알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빠, 이거 정말 어려워. 아빠가 도와줘."
"그래. 알았다."

소숫점 세 자리까지 나오는 나누기 문제였다. 보니까 한국에서 40년 전에 배운 수학과는 수식 표기와 푸는 방식이 다 달랐다. 특히 풀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한국어로 그 방식을 설명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우선 한국은 곱하기를 x, 나누기를 ÷로 표기하는데 리투아니아는 곱하기를 ., 나누기를 :로 표기한다.

푸는 방식은 12 ÷ 4이면 한국은 4┌ 12로 뒤의 숫자가 앞으로 가고 앞의 숫자가 뒤로 가는 방식으로 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푼다. 리투아니아는 아래 사진에서 붉은색으로 네모칸을 표시한 것처럼 12 └ 4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푼다. 물론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답은 마찬가지이지만, 리투아니아 학교에 다니므로 한국식보다는 리투아니아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좋겠다. 


소숫점 자리 수가 많아지자 딸아이가 정말 어려워했다. 아예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빠, 이것은 초등학교 5학년생이 풀 수 없는 문제야. 아빠도 힘들어 하잖아."
"그래. 엄마가 아빠보다 리투아니아어로 더 잘 설명해줄 거야. 그리고 정말 모르는 것을 억지로 알려고 하다보면 머리가 더 아플 거야. 숙제를 다 못해 간다고 너무 불안하고 걱정하지마. 선생님에게 솔직히 말해 - 어려워서 이해할 수가 없으니 선생님이 다시 한번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이날따라 아내가 늦게까지 일하고 밤 10시경에 돌아왔다.

"수학 숙제는?"
"설명하기 어려워 당신을 기다렸지."
"뭐?!"

피곤한 아내는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딸아이는 여전히 이 문제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라 믿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내의 언성은 높아지고, 딸아이의 눈물은 점점 진해졌다.

급기야 화살은 나에게로 향했다. 아내의 참을성은 한계에 도달했고, 불만과 질책은 쏟아졌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요가일래 수학 숙제 하나도 해결해주지 못 했어! 당신은 오늘 도대체 뭐했어?"

100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 모르더라도 강요해서 딸에게 지식을 주입시키느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모르더라도 내일은 알 수도 있다. 스스로 해결 능력이 자연스럽게도 생길 수도 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을 윽박질러서 가르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숙제를 다 하지 못해서 학교에 가면 해온 친구들과 비교가 된다. 그러면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것이 딸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신, 이제 그만해!!! 자, 숙제 다 못 해도 되니까, 요가일래 너는 자러 가라. 벌써 밤 11시다. 그리고 내일은 일체 컴퓨터도 할 수 없고, 텔레비전도 볼 수 없다. 오로지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라. 봤지? 네 숙제로 결국은 엄마와 아빠가 서로 얼굴 붉히게 되잖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네가 좀 잘 해라."
"정말 어려워. 학교 가기 싫어."
"내일 아침 되면 학교에 가고 싶을 거야. 숙제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잠을 자라. 세상에는 모르는 것도 있어야지. 모르니까 학교에 가는 것이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5.09 06:55

요즈음 햇볕이 많아서 좋다. '1년이 요즘만 같아라'라는 바램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딸아이도 학교에 갔다 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오후부터 저녁까지 햇볕이 드는 거실에서 생활한다. 


어느 순간 거실 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그 소리라면 욕실이나 부엌에서 나야지 왜 거실에서 날까......


가보니 물 소리는 선인장 가시에서 나는 소리였다. 딸아이는 숙제를 하다가 잠시 선인장 가시와 놀고 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손가락으로 가시를 훑어 내려올 때 나는 소리가 꼭 물이 흐르는 소리를 닮았다.


저러다가 가시에 손가락이라도 찔리면 피가 날 수 있고, 아플텐데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무섭게 쭈빗쭈빗 나온 가시를 이용해 졸졸좔좔 물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5.07 05:08

부엌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아이가 방으로 달려왔다.

"손 다쳤어. 빨리 도와줘."
"왜?"
"소시지 자르다가."

딸아이는 부엌에서 수제 훈제 소시지를 혼자 자르고 있었다. 너무 딱딱해 세게 누른 칼이 그만 손가락을 향했다. 

"칼을 사용할 때는 늘 칼이 손 쪽으로 향하지 말고 다른 쪽으로 조금 눕혀서 사용해야지."
"알아.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어."

손가락에 피를 흘리는 딸아이가 너무 안스러웠다.

"앞으로는 부모가 집에 있을 때 혼자 절대로 칼을 사용하지 마라."
"아빠, 난 이제 아기 아니야! 나도 할 수 있어야 돼."

위험하다고 항상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쳐 아파하는 딸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이제 아기 아니야!"라는 말에 내 말은 더 이상 효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그래,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서 해라."

조금 후 딸아이는 내일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오히려 기쁘다고 했다.

"왜 기쁜데?"
"그러니까 학교 친구들이 붕대를 감은 내 손가락을 보고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어볼 거야."


친구들의 관심과 동정을 받을 생각하니 아픔은 잊어버리고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이래서 어린이는 순진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너도 다른 친구들이 아프면 관심을 가져줘."
"알았어."

아래는 최근 본 영국 음료 회사 로빈슨스(Robinsons) 광고 영상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광고 문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It's good to be a dad. It's better to be a friend.
                 아빠 되는 것은 좋다. 친구 되는 것은 더 좋다.


나는 과연 딸아이에게 친구일까? 아빠일까? ...... 
친구 같은 아빠가 되도록 특히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더욱 다짐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